>1596558075> [1:1/중세] 늑대의 쉼터 - 첫 번째 이야기 :: 118

◆bb1hgZO.RI

2022-07-09 18:10:31 - 2022-07-22 19:04:43

0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0:31


꼬마야, 내 무릎으로 오려무나.
잘 들어라,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지붕 너머로, 칠흑 같은 밤,
그 가운데 숲의 바람이 마치 늑대처럼 으르렁거렸단다.

쉿, 아가, 일단 들어보거라.
그리고 이야기의 값은 키스로 지불하면 돼.
네 아버지도 칠흑 같은 밤에 길을 잃었단다.
바로 이런 폭풍우 속에서.

>>1 𝓜𝓪𝓻𝓰𝓸𝓽 𝓔𝓻𝓲𝓬𝓱
>>2 𝓓𝓲𝓪𝓷𝓮 𝓔𝓻𝓲𝓬𝓱

104 ◆bb1hgZO.RI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07:06:46

좋은 아침입니다.

아마 마고도 그걸 은근히 바랄 것 같네요. 누군가는 멀쩡하게 뒷정리를 하고 마고를 침대에 돌려 보내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정말 유지비가 많이 드는 부인이랍니다. 특히 술값과 고깃값이 그렇죠.

105 디안 - 마고 (2j0HGLEf/Y)

2022-07-17 (내일 월요일) 09:20:04

디안도 화를 낼 줄 안다. 그 역시 속을 들여다보면 마고처럼 거친 면도 있었으니까. 다만 그 모습을 마고에게 몇번이고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좋은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그녀의 쉼터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 몇번이고 보여줄법한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의 줄리오도 참아주는 것 뿐이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마고가 없는 디안이었다면 줄리오를 가만두지 않았겠지.

" 마고 "

강하게 밀치는 손길에 멀리 밀려난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은 체 마고를 바라본다. 꽤나 화가 난 듯한 마고의 모습에, 디안은 뒤뜰에서 있었던 일을 마고가 알아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몰랐으면 했는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마고 "

앞장서서 걸어가는 마고를 한번 더 부르던 그는 천천히 몸을 추스린다. 성큼성큼 빠르게도 걸어가는 마고의 뒷모습을 씁쓸한 미소를 지은 체 바라보다가 그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마음 같아선 바로 따로잡아 품에 끌어안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바로 마고가 마음이 더 상할 것 같아서 어느정도 거리를 둔 체로 그 뒤를 따라간다.

" .....미안해 "

이따금 볼품없는 남편이 될 때면 느끼던 감정. 아아, 나는 좀 더 나은 남편이 될 수는 없던걸까. 좀 더 나은 남편이었다면, 마고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었을텐데. 그 생각에 마고의 뒤를 따라 걷다가 작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고개를 저어보인다. 야채가게 아저씨의 가판, 과일가게 아저씨의 주스 가판 같은 곳을 몇차례 지나칠 즈음, 그는 걸음을 빠르게 해 마고를 따라잡는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는다.

" 마고, 나는 너랑 같이 다니고 싶어. 너랑 같이. "

추억을 쌓고 싶어. 그 말을 삼킨 체로 손을 잡아 마고를 멈춰 세우고는, ' 넌 아니야? ' 라는 눈을 한 체로 마고를 응시한다.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이니까. 좀 더, 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는 시건이었으니까.

" 미안해, 용서해줘. 그러니까 이젠.. 떨어지지 말자. 우리 그러지 않아도 많이 떨어져 있었잖아. "

커다란 손이 부드럽다고는 할 수 없는 마고의 손과 깍지를 낀다. 따스했다, 그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기분이 좋았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마고의 체향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이젠 더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둘 다 바라지 않는 긴 시간동안 떨어져 있지 않았는가.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 나는. 너도 그렇지, 마고? "

많은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에서도 그는 마고밖에 뵈질 않았으니까.

106 ◆sIJsrPYTRg (2j0HGLEf/Y)

2022-07-17 (내일 월요일) 09:21:45

좋은 아침이야, 마고주

아하하, 그치만 잘 먹는 마고의 모습을 보는 것도 디안에게는 소중하니까 말이지. 물론 슬슬 술 때문에 마고의 건강을 걱정하고, 자신이라도 관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언제나 밤에는 더욱 다정해지는 디안이야.

107 마고 - 디안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13:56:55

"...."

무거운 침묵. 첫 번째 부름에는 미동조차 없이 가는 길을 계속해 나아갔다.

"말 걸지 마."

두 번째 부름에 쏟아친 것은 딱 자른 거절. 얼음 같은 차가움과 안개처럼 답답한 감정이 묘하게 섞인 기묘한 말투였다.
허나 앞을 향한 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

미안하다, 그 말에 비로소 마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 말을 들어 버리고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디안에게 사과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

디안의 그 고백과도 같은 말에 분노의 감정으로 붉게 물들었던 얼굴의 색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점차 그 표정만을 달리해 갔다.
이런 대낮에 낯 뜨거운 말도 곧잘 할 줄 아는 남편. 언젠가는 그 건방진 사랑법을 한번 혼내 줘야 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사실 마고도 그 말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

거기에 마고의 마음 구석을 건드리는 말.
마고는 10년 전에 디안을 마을에 두고 홀로 왕도로 상경을 했고, 남겨진 디안은 쓸쓸하게 마고를 추억하며 여관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 그 여관의 2층 방 중 하나는 두 사람만을 위한 방이 되어 있다. 기사단장직을 저버린 자신을 받아준 유일한 남자.
그런 남자가 한다는 소리가... 바로 저것이다.
비겁하다. 정말 비겁하다. 절로 한숨이 튈 정도로.

"...하아... 비겁한 수를 쓰고 말야. 게다가 보나마나, 내 뒤에서 당신은 얼빠질 정도로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을 테지. 틀려?"

그러며 확 돌아 보았다. 여전히 수줍게 붉어진 얼굴로.
역시 거기엔 상상대로의 디안이 서 있었다. 솔직히 저런 얼굴에는 어떤 험한 짓도 할 맘이 들지 않는다.

"난... 딱히 당신에게 화가 난 건 아니야. 단지 그냥, 검을 놓은 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에 대해 깊이 통감했을 뿐."

변명은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듯 마고는 다소 당당하게 디안의 앞에서 자신의 말을 피력했다.
그리고는 잡힌 손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끌려, 스스로 디안의 품에 뛰어든 뒤에 바로 턱 밑에서 디안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 떨어지고 싶어도, 이미 당신에겐 내 몸의 향취가 잔뜩 묻어 있잖아? 그리고 또 지금도... 필사적으로 내 냄새를 맡고 있어."

그것은 웃음을 참는 표정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힘들었다. 귀여운 남편 때문에. 분명 또 이 거북이는 날 귀엽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었다. 아마 진짜 귀여운 쪽은 자신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로.

"당신은 내가 그렇게 좋아?"

그리곤 디안의 코를 검지로 꾸욱 누르며, 짖꿎은 웃음을 지었다.
여우라는 짐승에 악마의 꼬리를 단다면 이런 생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싶은 그런 분위기를 가득 품은 채.
마치 이미 사냥해 둔 먹이를 농락하는 눈빛으로.

"푸흐, 이 변태 거북이!"

108 ◆bb1hgZO.RI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13:57:31

결혼식 픽크루 만들어 보다가 나온 TS 에리히 부부입니다. 다정한 곰 남편이 토끼 같은 아내가 되었군요. 그리고 암컷 여우는 진짜 늑대가 되었고요.

109 ◆bb1hgZO.RI (51jSJgwVoE)

2022-07-17 (내일 월요일) 14:01:10

그리고 이건 오리지널입니다.

밤에 다정해지는 디안. 다정함이 조금 무서울 정도라 평할 수도 있겠네요, 마고는. 너무 단 술을 마시면 평소에 먹던 음식의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니까요. 지금도 충분히 무서울 정도로 다정한데 말이죠.

110 디안 - 마고 (YNu9LoUsNU)

2022-07-17 (내일 월요일) 14:12:26

" 역시 당신은 날 너무 잘 알고 있어. "

한숨을 푹 내쉰 마고가 뒤로 돌아서며 하는 말에, 움찔 놀란 디안은 졌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그치만 어쩔 수 없었다. 마고를 볼 때면 늘 그런 표정이 나와버리니까. 자신의 삶에 더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축복, 마고는 디안에게 그런 존재였다. 자신의 삶에 이유를 하나 더 부여해준 사람. 그런 사람에게 어찌 그런 표정을 안 지어보일 수 있을까.

"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우리 여보 말에 반항도 못 할 정도로 휘어잡여 사는데. 무력한 사람일리 없잖아, 우리 여보가. 당신은 검이 없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걸. "

밤에도 꽤나 뛰어나고, 작게 장난스런 말을 덧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정말이지, 그깟 검이 손에 쥐여있지 않으면 어떠한가.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보기만 한다면 힘이 솟아나게 하는 존재가 어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수 있을까. 이미 자신에겐 없어선 안될 존재인게 마고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젠 아내로서의 마고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 그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니까. 몇번을 맡아도, 진해지고 옅어지고 상관없이 이 향을 원하게 됐으니까 말이야. 여보도 이러길 바란거 아니야? 이젠 없이는 못 살 정도로 내 몸을 만들어뒀으니까. "

턱 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마고가 사랑스러웠다. 축제 따윈 집어치우고 이대로 안아들고 두사람의 반으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이 마음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혼할 때도 더 커질거라 생각하지 못 했는데, 마고를 품에 안은 날이 늘어갈수록 이 마음도 커져간다.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 나만 가지고 싶어. 그런 욕심마저 디안은 마음에 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품에 안긴 마고를 강하게 끌어안아 단단한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다.

" 나보다 좋아, 당신이. 미치도록. "

그 말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아니 마고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당연하다는 듯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사랑스러운 사람. 자신이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 마고가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더 사랑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정도로 사랑했다. 코를 건드리며 장난스헌 미소를 짓는 마고를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는다. 샘솟는 마음을 막을 수 없다. 그대로 마고를 품에 안은 체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빠진다. 그리곤 마고를 벽에 기대게 하곤 몸를 숙여 입을 맞춘다.

귓가에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아무도 그들을 볼 수 없다. 아니, 두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디안은 망설이지 않고 마고와 입술을 겹친다. 아주 도금, 자신의 찢어진 입술에서 새어나온 피가 주는 씁쓸한 맛이 느껴지지만, 이내 그 맛도 달콤한 마고의 맛에 휩쓸려 사라져간다. 한손으론 마고의 손을 깍지 껴 잡고, 한손으론 마고의 뺨을 감싼 체 시간이 어찌 흘러가던 입을 맞춰간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무렵에서야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 디안이 이마를 맞대어온다.

" 사랑하니까, 이따금 변태 소리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아. 그리고...


오늘도 무척 예뻐, 마고. 옷이 잘 어울려. "

이마를 맞댄 디언이 눈을 맞춘 체로 곱게 눈을 접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111 ◆sIJsrPYTRg (YNu9LoUsNU)

2022-07-17 (내일 월요일) 14:14:12

뭔가 오리지널 보다 TS 부부가 어울리는 건 내 기분 탓은 아니겠지? 나중에 TS로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마고의 늑대적인 면이 잘 드러나려나?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예쁜 픽크루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난 그런 쪽엔 좀 서투른데 마고주 덕분에 더 즐거운 것 같아.

112 ◆sIJsrPYTRg (OWNLfwLQpw)

2022-07-18 (모두 수고..) 13:10:59

오늘도 올려두고 갈게. 좋은 하루 되길.

113 ◆sIJsrPYTRg (ygMs8Nnf5U)

2022-07-19 (FIRE!) 08:08:47

마고주가 좋은 하루 보내길. 갱신해둘게.

114 ◆sIJsrPYTRg (Xld1aHMRXc)

2022-07-19 (FIRE!) 17:10:18

https://picrew.me/share?cd=vkLMU7kc3f

얼굴 한복판 흉터는 없어서 일단 뺨흉터로 타협본 디안이야.

115 ◆sIJsrPYTRg (wibBlT8Ofw)

2022-07-20 (水) 07:53:33

갱신해두고 갈게. 마고주도 좋은 하루 보내길.

116 ◆sIJsrPYTRg (UcKhWNOFK6)

2022-07-20 (水) 19:26:15

갱신할게.

117 ◆sIJsrPYTRg (hNhRDaIlRM)

2022-07-21 (거의 끝나감) 08:26:04

마고주가 많이 바쁜걸까

118 ◆sIJsrPYTRg (eWdD0s0a0E)

2022-07-22 (불탄다..!) 19:04:43

갱신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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