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8075> [1:1/중세] 늑대의 쉼터 - 첫 번째 이야기 :: 118

◆bb1hgZO.RI

2022-07-09 18:10:31 - 2022-07-22 19:04:43

0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0:31


꼬마야, 내 무릎으로 오려무나.
잘 들어라,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지붕 너머로, 칠흑 같은 밤,
그 가운데 숲의 바람이 마치 늑대처럼 으르렁거렸단다.

쉿, 아가, 일단 들어보거라.
그리고 이야기의 값은 키스로 지불하면 돼.
네 아버지도 칠흑 같은 밤에 길을 잃었단다.
바로 이런 폭풍우 속에서.

>>1 𝓜𝓪𝓻𝓰𝓸𝓽 𝓔𝓻𝓲𝓬𝓱
>>2 𝓓𝓲𝓪𝓷𝓮 𝓔𝓻𝓲𝓬𝓱

2 ◆sIJsrPYTRg (MT92KfSmvo)

2022-07-09 (파란날) 18:20:59

https://picrew.me/share?cd=1P0DevvBSz

"좋은 아침, 마고ㅡ 아침 먹을래?"

이름: 디안 에리히
나이: 25세
성별: 남성
키/몸무게: 190cm/85kg
직업: 여관 주인
생일: 1월 17일
혈액형: O형
주로 쓰는 손: 오른손
좋아하는 것: 마고, 남들을 돕는 것, 요리, 가족, 마을
싫어하는 것: 악인, 불합리한 것, 마고와의 다툼

외관: 마고처럼 기사를 하진 않았지만, 마을의 허드렛일들과 여관일, 그리고 자기 자신만의 단련을 통해서 다져진 근육질 몸은 보기 좋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다져져 보기 좋게 자리 잡았다. 얼굴은 잘 생겼다고 말하기는 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남자답게 생겼다. 다만 얼굴에는 어린 시절 마고와 놀다 생긴 흉터가 있어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몸과 더불어 두려움을 느끼게도 하는 편이다. 물론 잘 웃고 다니기에 무섭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눈은 갈색 눈동자를 품고 있고, 부드러운 눈매를 가지고 있다.

성격: 그는 마고에 비해선 꽤나 순한 편에 속했다. 애초에 항상 앞장 서는 것은 마고였고, 그 뒤를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이 그였으니까. 하지만 불의 앞에선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로 정의로운 마음을 기지고 있었고,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여서 마을 사람들에겐 누구나 힘이 되어주는 맘씨 좋은 사내로 자라났다. 종종 마고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에 질투심도 느끼긴 하지만, 제대로 표현은 하지 못하고 질투심을 느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는 착한 성격.

인간 관계:

마고. 아내. 죽마고우였기에 마고가 돌아왔을 때에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마고를 받아들였다. 물론 돌아온 마고를 보고 예전과는 달라진 감정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감정이 없었어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마고가 돌아온 후, 열심히 자신을 어필해서 청혼에 성공했고,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일을 시키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혼인에 성공했다.

어머니. 그가 마을에 머무르게 된 이유1, 현재는 그녀 역시 병으로 제대로 걷지 못 하고 방에서 머무르는 편이기에, 그가 동생들과 함께 잘 보살피는 중. 어머니도 그가 마고를 따라나서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고가 돌아온 후 한결 밝아진 그의 모습에 안심하고 있다.

줄리오 사케. 그보다 두어살 많은 마을 이장의 아들, 어릴 때부터 사사건건 여관집 아들이었던 그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현재 이장이 노환으로 물러날 시기가 되자, 이장 대리가 되어선 마읗의 잡일이란 잡일에 그를 부려먹고 있다. 마고를 짝사랑하기라도 했는지 결혼 이후엔 더 심해졌다.

루아, 루이, 루나. 그의 여동생들. 현재 루아와 루이는 근처 도시로 나가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원래는 다니지 않으려 했지만 오빠인 그가 강하게 주장해서 하는 수 없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도 재능이 있어 공부는 잘 하고 있다. 루나는 아무래도 어머닐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자신은 약재사가 될거라고 주장해 마을에 남아 마을 약재사에게 일을 배우며 어머니를 돌보고 종종 여관일을 돕고 있다. 셋 다 오빠바라기라서 오빠를 끔직히 아끼는 편.

마을 사람들. 대부분 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기에 사이가 좋은 편. 마을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애초에 마을 아가씨들 사이에서도 꽤나 신랑감으로 꼽는 듯 했지만, 그가 결혼에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지내왔기에 선뜻 다가오진 못 했던 모양이었다.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남을 잘 돕는 그의 성격을 이용해서 부려먹으려는 사람들도 이쓴 편이다.

기타:

마고바라기. 어릴 때도 친구로서 졸졸 따라다니길 좋아하던 편이었지만 그녀가 돌아오고 반하기 시작했을 때부턴 행동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몸 곳곳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듯 했다. 흉터가 있어 사납게 보이던 그의 얼굴도 마고를 볼 때면 사르르 풀려선 다른 사람같아 보인다고 할 정도.

기사를 동경했다.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마고와 함께 기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마을에 남게 되었다. 그래도 혼자서 하는 단련은 빼먹지 않는 편. 이젠 생활처럼 되어서 자연스럽다고.

마고를 사랑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있다. 다시 검을 집어들고 마을을 떠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따금 마고가 떠나던 날의 꿈을 꾼다고 한다.

요리를 잘한다. 그의 여관은 근방을 지나는 여행자들이나 마을 사람들에겐 맛있는 여관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마을 사람들이 종종 자신을 부려먹으려는 건 알고 있지만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돕는 편. 그저 다들 사정이 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편

저축도 잘 해둬서 소문은 안 났지만 나름 부유한 편에 속한다. 물론 그는 다 여동생들 결혼 자금이니 뭐니 하고 있지만, 여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으고 있어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잠든 마고를 보다 잠드는게 새로운 취미다. 곁에 있는 마고만 보고 있어도 더 필요한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3 ◆sIJsrPYTRg (MT92KfSmvo)

2022-07-09 (파란날) 18:22:48

일단 잘 부탁해!

4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28:37

>>3 잘 부탁해요. 그럼 설정은 얼추 정해졌으니, 곧바로 첫 지문을 어떻게 할지 같이 생각해 볼까요?

간단한 일상으로 시작해도 좋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게 있어도 좋을 것 같네요.

5 이름 없음 (BOjMNtOgy2)

2022-07-09 (파란날) 18:32:54

>>4

음, 뭐가 좋으려나. 시작은 잔잔한 일상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시간적으로는... 음, 결혼을 하고나선 일주일 정도 지난 후가 좋으려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하는거지.

6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36:06

>>5 좋아요. 그럼 마고가 디안의 옆에서 곤히 자다가 일어나는 묘사부터 해볼까요?

첫 시작은 잔잔하고 달콤하게 끊어 보죠.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7 ◆sIJsrPYTRg (AGpXSZTtGE)

2022-07-09 (파란날) 18:45:06

>>6 좋다.. 상상만으로도 좋은 것 같아. 그러면 기다릴게.

8 마고 - 여관 2층, 침실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9:19:29

아침의 향기, 창가로부터 따스한 햇살이 에리히 부부가 누운 침대로 내리 쬐었다.

"으, 으으므...."

마고는 거슬리는 자극에 미간을 찌푸리고, 손에 든 양털 베개를 얼굴 쪽으로 그대로 파묻어 버렸다.
어제는 너무 마셨다. 아니, 어제 뿐만이 아니다. 그 전 날도, 그 전 전 날도, 남편과 첫 날 밤을 보내고 나서부터는 계속 취기에 푹 젖어 있는 상태였다.

"괴로워...."

기운도 없고 마른 목소리가 텁텁한 입가에 맴돌기만 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숙취 덕에 머리가 빙빙 돌았다.
어제 디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위장에 술을 퍼부어 댄 어리석은 자신의 머리통을 한 대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몸이 허공에 붕 뜨는 듯한 어지러운 감각에, 구역감이 치밀었다.

얼굴은 베개 속에 박아 버린 채, 손만을 뻗어 물을 찾았다.
분명 어제도 이쯤에 다인이 찬물을 올려 놓아 줬었으니, 분명 오늘도 그리 해주었을 거라 생각했다.
마고의 남편은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때, 손 끝에 뭔가가 톡하고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물컵이구나 하고.

조금만 더 뻗으면 완전히 닿을 것 같았기에, 몸을 침대 밖으로 살짝 빼고 간절하게 손을 움직였다.
솔직히 그냥 일어나면 될 일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이 나른한 감각을 보존하기 위해 포근한 침대 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끄응.... 으, 으와아아—?! 끄흐으으...."

쿠당탕 소리와 함께, 침대 아래로 꼴사나운 자세를 취하며 낙마했다.
견갑에 망치처럼 가해진 충격은 무려 전직 기사단장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새어 나오도록 할 정도로 욱씬거리는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이 초승달처럼 움츠러든다.
허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서 흔들림으로 인해 탁자 위 물컵으로부터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그녀의 얼굴 위에 쏟아 부어졌다.

"푸하.... 쿨럭, 아침부터 이게 뭐야...."

마고는 마치 물에 젖은 생쥐가 되어, 팔뚝으로 눈을 가렸다.

요 며칠 간은 완전히 같은 일상만 반복되었었다.
여관 1층에서 줄창 퍼마시고 기절. 그리고, 디안에게 엎힌 채 2층의 침대로.
분명 며칠 전까진 내 등을 맡겨도 될만큼 절친한 친구였건만, 이제는 그 넓은 등에 몸을 기댄 채로 엎혀 다니고나 있었다.
내겐 너무 과분할 정도로 행복하고 나태한 시간들, 그것에 대한 벌을 신께서 이제야 내게 내리신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아침부터 침대 위에서 떨어지고 찬물까지 뒤집어 쓰고 나니, 정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9 디안 - 마고 (QbL9lWW6ho)

2022-07-09 (파란날) 19:30:25

" 읏차...! "

디안이 휘두르는 도끼가 찍힌 나무토막이 깔끔하게 반토막이 되어 옆으로 떨어진다. 땀에 젖은 셔츠와 밖으로 드러나 땀이 맺힌 그의 탄탄한 팔은 하루 이틀 해온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이기에 온도는 선선한 편이었지만, 그의 옆에 가득 쌓여있는 장작들을 보면 왜 그리 땀을 흘리는지 알 수 있을 듯 했다. 땅에 떨어진 장작을 주워 장작더미에 올려둔 디안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긴다.

" 이정도면 이번주는 충분할 것 같은데.. 아, 슬슬 일어났으려나. "

디안은 쌓인 장작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웃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여관 맨 위층을 바라본다. 언제나 홀로 지내던 여관 2층의 끝방에는 이젠 같이 머무는 이가 생겼으니까. 사실 일주일 전 결혼식을 올린 것이 지금에 와선 한편의 꿈 같이 느껴졌지만, 그떄를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되어버린다. 마고 에리히. 어릴적부터 이어져온 인연이자, 이젠 새롭게 부부의 연을 이어가게 된 소중한 사람이었다. 옆에 걸어둔 수건으로 손을 뻗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곤 여관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 디안, 신혼 생활은 할만해~? 벌써 힘이 부족한 건 아니지? "
" 맞아맞아, 신혼 떄 힘 딸리면 너 쫒겨나도 할 말 없다? "
" ... 정말이지, 얼른 아침이나 마저 드시고 일 나가세요. 문제없으니까. "

1층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마을 사람들의 짓궂은 말에 피식 웃은 디안은 덤덤하게 대꾸하곤 삐걱거리는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 자신의 방, 아니 이젠 부부의 방으로 향한다. 예쁘장한 자신의 아내가 있는 방에 들어선 디안은 물에 젖은 생쥐처럼 푹 젖어선 바닥에 엎어져있는 마고를 발견하곤 놀란 눈을 한 체 다가간다. 평소 같았으면 땀냄새가 난다며 바로 다가가지 않았을텐데, 혹여 마고가 아프기라도 할까 방금전까지 몸을 사용해 평소보다 더 탄탄해진 몸으로 다급하게 품에 안아올린다.

" 마고?! 무슨 일이야,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

걱정스럽게 품 안의 마고를 바라보며 조금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물어오는 것이 꽤나 팔불출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아니, 신혼이라면 당연한 모습일까.

10 마고 - 디안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9:58:39

디안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허겁지겁 마고를 안아 올렸다.
따뜻해, 그리고 단단해. 분명, 방금 전까지 격하게 몸을 쓰다 온 모양이었다.

그의 넓은 품 속에 마치 공주님처럼 안겨 있자니, 약간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직까지는 자신도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항상 지켜주는 기사의 입장이던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물론 따지고 보면,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었다.
그래도 그땐 이렇게 로맨틱한 분위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런 감정을 느끼기엔 내가 너무 어렸었다.
게다가 정확히 안아 올린다는 느낌보단, 반쯤 질질 끌고 간다는 느낌에 가까웠었지.... 내가 디안보다 한 뼘 정도는 더 컸었을 때니까, 아마.

"보면 알잖아...? 침대에서 떨어지고 찬물을 맞았을 뿐이야. 별일 아냐."

걱정스레 빤히 쳐다보는 그 눈빛이 마고를 늘 과보호했었던 아저씨를 연상하게 해서 조금 괴로웠다.
피를 이은 부자 관계라서인지 상냥한 점도 어쩜 이리 닮았을까.

그나저나 딱 봐도 일찍 일어나서 일하다 들어왔을 텐데, 이제 일어난 사람이 역으로 챙김을 받는 건 역시 아니다 싶었다.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리는 내가 하고 나갈 테니까, 당신은 가서 일 봐도 돼."

11 디안 - 마고 (1qY1xZ5OZY)

2022-07-09 (파란날) 20:07:48

다행히 별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떨어져선 찬물을 맞았을 뿐이라니, 뭔가 그것도 평범한 일은 아닐 텐데. 그것을 하나하나 따지자니 좀 그런 것 같아서 디안은 결국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물에 맞은 그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일은 하고 왔고, 오늘은 아침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 조금은 이렇기 같이 있어도 될 것 같은데. '

디안은 쑥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너와 좀 더 있고 싶다는 말을 던지며 품 안의 마노를 응시한다. 여관만 아니었다면 잠시 든처 도시로 신혼여행을 갔어도 됐을텐데, 자그마한 마을의 여관은 꽤나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도 떠나지 못 했다. 그게 미안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노는 그런 걸 몇번이고 받아도 부족할 신부였으니까.

" 아, 땀냄새나서 거슬리려나? 미안해. "

그러다 문득 방금 전까지 장작을 패고 와서 땀에 젖은 셔츠와 몸을 떠올리곤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부드럽게 사과의 말을 건낸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자신에겐 한없이 과분한 사람이라 라나라도 더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종종 이렇게 기사였던 그녀와는 다른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 ...일단.. 사랑해,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

그래도 결혼하고나서 하루도 거르지 않던 말을 조심스럽게 건낸다. 흘깃흘깃, 입을 맞춰도 될지 마고의 얼굴을 살피면서. 이래저래 아침부터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는 디안이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예쁜 신부가 있는 남편들이라면 다 똑같이 생각할거라 합리화도 하면서.

12 ◆bb1hgZO.RI (KDyV59byEc)

2022-07-09 (파란날) 20:23:39

늦은 저녁입니다. 먹고 와서 금방 이을게요.

그나저나 디안은 정말 사랑스러운 새신랑씨네요, 풋풋해라....

13 ◆sIJsrPYTRg (1qY1xZ5OZY)

2022-07-09 (파란날) 20:35:20

맛있게 먹고 와. 천천히 줘도 느긋이 기다릴테니까.

그야 마고가 사랑스러우니 절로 따라가는게 아닐까? 부부는 닮기 마련이라니까.

14 마고 - 디안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22:07:35

"흠, 할 일을 미루고 온 게 아니라면 그렇게 해."

아저씨도 아줌마도 여관 일을 도울 수 없게 된 지금의 디안은 정말 하루 종일 바빴다.
밑에 다른 직원이라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래저래 돈 쓸 일이 많아 여유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딱히.... 어제 자면서 계속 맡았던 냄새잖아. 이제 와서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어."

단순하게 위치만 침대 위에서 옆으로 바뀌었을 뿐, 디안이 마고를 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어제도 다인의 넓은 품 속에 안겨, 한참 동안 디안의 향취를 코에 한껏 담았다.
지금껏 마고는 남자의 냄새라면, 전쟁 중에 같이 생활했던 단원들의 냄새 밖에 몰랐었다. 단언컨대 그건 악취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남편의 냄새만큼은 그렇게 지독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계속 맡고 있다 보면, 마냥 불쾌한 느낌과는 뭔가가 결이 다른 끈적한 감정이 마고의 안에서 자꾸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었다. 거기에 찬물을 맞아 축축해진 상태로 다시 침대를 뒹구는 것은 썩 끌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건 나중에 하자고, 마고는 생각했다. 대신 배가 조금 고팠다.

"또 그 멘트. 당신, 더 새로운 건 없는 거야? 예를 들면, 아가씨. 오늘 아침 간식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라던가."

슬슬 미소를 피우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고. 며칠 전부터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표정을 지으며, 디안에게 은근히 졸라왔다.
예전 같으면 바라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곧이 곧대로 이야기하는 편이었다만, 그간 쓸 데 없이 처세술이 늘어 이렇개 다양한 방식으로 디안을 곤란하게 해왔다.
기세를 탔다고 생각했는지, 마고는 디안의 턱 끝을 살짝 만지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럼 나는 거기에 대해 아마 이렇게 답하겠지. 그거라면 우유에 벌꿀을 타서 데운 음료 정도로 충분해요. 답례는, 어제처럼 진한 키스 한 번이면 될까요?"

디안을 빤히 보고, 쐐기를 박듯 속삭였다.
기사단장을 역임했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도, 이렇게 야릇한 웃음을 지으니 어딘가 사내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아마, 자신에게 입을 맞추고픈 디안의 기색을 미리 읽었던 걸지도 모른다.

"부탁할게, 당신."

15 ◆sIJsrPYTRg (n6dBcm1g0Y)

2022-07-09 (파란날) 22:24:16

아가씨, 오늘 아침 간식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기억해두자고 디안은 생각했다. 아리따운 얼굴에, 잘 어울리는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져오는 마고의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기로 한다. 디안은 이런 쪽에는 많이 약했다.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행복해질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마고가 돌아오면서 그의 인생도 뒤바뀌게 되었으니까.

" 정말이지, 난 아마도 죽을 때까지 마고를 이길 수 없을거야. 날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야릇한 미소를 띈 체 답해오는 마고를 보며 말한다. 그의 얼굴에는, 아니 그의 눈에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물씬 담겨 마고를 응시하고 있었고, 살며시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그녀의 말이 그가 바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증거였다.

" 근데, 벌꿀을 탄 우유를 만드려고 마고를 침대에 눕히고 다녀오려면 선불이 필요해서. "

실례할게. 디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아직은 입을 맞추는 것이 서툴고 조심스러워 투박한 입맞춤이 아주 잠시 이어지고, 마고는 가볍게 그의 품에 들려져선 침대로 옮겨진다. 정성스레 침대에 눕힌 그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준다.

" 다녀올게, 옷 갈아입을거면 갈아입고 있어. "

마고를 위해 주방에 다녀오려는 듯 천천히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신혼이라면 역시 곁에 있어줘야 할텐데, 하는 욕심 섞인 중얼거림을 남기며 방을 나선다. 계단을 내려와 일을 나서는 손님들을 만기고, 그릇을 치우며 마고를 위한 우유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끓여 꿀을 넣어 달콤하게 만든다. 일련의 과정이 능숙하게 이뤄지고 기분 좋게 잔에 따라두곤 한켠에선 부드러운 빵을 굽기 시작한다. 가볍게 우유와 곁들여지면 좋을 부드러운 빵, 그곳에도 너무 달지 않게 살짝 꿀을 바르곤 그릇에 올려 쟁반에 담는다.

" 입맛에 잘 맞아야 할텐데. 괜찮겠지. "

그녀가 먹었을 값비싼 요리들은 이 마을에는 없었으니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맞춰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 그는 조심스레 문 앞으로 다가간다. 마고가 옷을 갈아입고 있을수도 있으니 배려를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이건 여동생들에게 주의 좀 하라며 다년간 잔소리를 들어온 것이 큰 습관이었지만.

" 들어갈게, 괜찮지? "

16 ◆sIJsrPYTRg (7i78LUlxUI)

2022-07-10 (내일 월요일) 00:49:06

마고주는 쉬러갔으려나? 일단 잘 자구 내일 보자

17 마고 - 디안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2:15:07

"음, 이제라도 그 사실을 알아채서 다행이야. 난 언제까지고, 당신을 이겨 먹을 생각이니까."

마고의 입가에 즐거운 듯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실제로 그만큼 디안과 나누는 말장난은 그녀가 아는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보다도 훨씬 더 즐거웠다.
왕도에 있던 시절에도 대화를 나눌 상대 정도라면 사실 얼마든지 존재했었다. 그러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은 채, 흉금을 트고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웠던 이는 없을 뿐이었다.
그나마 가까웠던 부단장 기젤라의 앞에서도, 그녀는 최소한 단장으로서의 모습을 지켜야만 했었다.
하지만 다인에게 만큼은 달랐다.
다인의 앞에서 마고는 굳이 기사단장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다인에게 있어서 마고는 기사단장이 아닌, 그저 옛 절친으로서의 마고 본인으로 충분했을 테니까. 그러니 이런 어리광조차 유일하게 그에게만 허락되는 감정일 터였다.
물론 지금의 디안은 옛날 소년 시절과는 달리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 마고의 남편이 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다른 것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마고의 가장 큰 이해자인 동시에, 항상 놀리기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

"조금이지만, 팔 힘도 강해졌네. 나한테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어?"

조금은 아니었다. 분명 순수히 육체가 담고 있는 힘만으로 따지면, 이제는 분명 여성인 마고보다 디안 쪽이 조금 더 우위에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뛰어 넘는 일은 그닥 유쾌하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 두꺼운 팔에 안겨 있는 게 자기 자신이라면 조금은 다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소란스럽게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정말 그냥 입만 맞추고 도망가 버렸네."

마고는 느긋하게 남편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서툰 입맞춤이 지나간 입술의 자리를 만지며 실없다는 반응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입맞춤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뭔가 성급하게 보이는 디안의 반응은 누가 봐도 초짜 같아서 또 귀엽게도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자 보이는 것은 홀딱 젖은 채 침대 위에 놓인 자신의 소매.
이러다 만약 침대의 솜까지 젖어버린다면, 분명 오늘 밤의 잠자리가 영 편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감기가 들면 큰일이니까..., 일단은 벗어둘까."

홀로 남은 방 안에서 그리 중얼거리고, 젖은 옷을 쭉 짜서 창가의 근처에 걸어 두기 시작했다.
그러길 얼마 후, 문 밖에서 꿀과 우유의 달콤한 향이 마고의 코 끝을 간질였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나름 배려까지 해 준 것인지, 허가를 요청하는 디안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어차피 조금 보여지더라도 별 상관은 없는데.

"음, 들어와 당신."

아마 방에 들어오면 디안의 눈에 곧장 보였을 마고의 알몸.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옷들은 전부 창가에 널려있었다.
정확히는 온몸에 이불을 두르고 있는 형태였다만, 그렇다고 딱히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건 얇은 껍질을 싸고 있는 번데기 같은 형태에 가까웠다.

"후후—, 어때? 어울려?"

하얀 이불을 둘러싼 번데기가 이단의 시야 안에서 몸을 꿈틀댔다.
그 이불 위로도 충분히 몸의 굴곡은 드러나 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 모습은 상당히 개그스러운 면이 있었다.

18 ◆bb1hgZO.RI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2:16:25

죄송합니다, 깜빡 잠들어 버렸었네요.... 늦었지만, 디안주도 좋은 꿈 꾸세요.

19 ◆sIJsrPYTRg (.mgRR8Q2LU)

2022-07-10 (내일 월요일) 03:12:08

우두커니 디안은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선 상태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까지 마고가 걸치고 있던 옷들은 창가에 널려있었고, 몸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불의 실루엣으로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한눈에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의 눈에 언제나 마고는 아름다웠으니까.

" 어..그러니까...그게... "

디안은 더듬더듬 입을 달싹이며 제대로 대답을 돌려주지 못한다. 웅얼웅얼, 입가에서 맴도는 말을 간신히 뱉어내며 삐그덕 소리가 날 것 같은 걸음걸이로 방문을 닫고선 테이블에 들고 온 쟁반을 내려놓는다. 그의 귀가 붉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지만,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재빠르게 마고에게 달려온다. 마고를 덮치듯 잘려온 그는 다급히 커텐을 치고는 마고를 끌어안는다.

" ...그, 다른 사람들이 볼지 모르니까 조심해. "

물론 마고와 보낸 며칠의 밤에서, 아니 청혼 직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도 본 마고의 몸이었지만 디안은 늘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꼈다. 두근거려서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은 매번 지치지도 않고 자긴의 존재감을 뽐냈다. 아름다웠다. 곳곳에 그녀가 기사였다는 증거처럼 박힌 흉터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로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몸이었다. 아니 아름다운 몸이 아니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몸이었으니까 너무나도 설랬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행여라도 다른 이가 그것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만이 눈에 담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으니까. 그로서는 부리는 것이 익숙지 않은 소유욕이었다.

" 게다가 그,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은근히 아직 새벽공기가 차기도 하고.. "

막상 끌어안고서는 그 몸을 눈에 담을 용기가 없는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웅얼웅얼 말을 이어간다. 마고의 눈에는 아마도 그의 붉어진 얼굴이 보이지 않았을까. 대범해도 이상할 것 없는, 한창 뜨거울 시기의 신혼임에도 순수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그만큼 마고를 사랑한다는, 아낀다는 증표나 다름 없을 것이다.

" 아, 맞아.. 꿀 들어간 따뜻한 우유랑 식빵도 준비했으니까 같이 아침을.. "

이불 사이로 살짝 살짝 엿보이는 피부를 애써 못 본 척, 안 보려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을 이어간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커튼을 쳤지만 불안한지 이불 체로 마고의 몸을 끌어안은 팔에는 포근하고 따스한 단단함이 남아있었다.

" 다음부턴 조심하고... "

20 ◆sIJsrPYTRg (.mgRR8Q2LU)

2022-07-10 (내일 월요일) 03:12:45

잠들 수 있는거지, 시간이 시간이니까. 마고주도 좋은 꿈 꾸고 아침에 보자. 답레 남겨두고 갈게.

21 마고 - 디안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9:40:27

대답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그대로 창문이 닫혔다.
제대로 두면 오늘 밤까지 바짝 말리더라도, 아마 축축한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을 것만 같아 보였다.
꿉꿉한 잠자리는 사양이었다. 거기에 애써 마련된 포근한 침구류가 푹 익은 고기처럼 눅눅하게 되어 버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고는 살짝 한 번 미간을 좁힌 뒤, 다시 창문을 열려는 듯 창가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하아.... 이봐, 옷 말려야 하는데 당신이 그걸 닫으면...."

그때, 마고를 힘껏 끌어안은 새신랑. 걸음을 하려다 이불과 함께 그에게 붙잡힌 마고는 멀뚱멀뚱 말을 더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디안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입가로부터 슬며시 웃음기가 올라왔다.

"흐응...."

네, 독점욕 당첨.
기사단장으로 받아들일 때의 그 감정은 굉장히 피곤하고 지치기만 할 터였는데, 여기에 약간의 달콤한 애정이 더해지니 이렇게나 보기 좋은 것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번 더 자각했다. 나는 정말로 디안의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솔직히 마고는 아직까지 확 와닿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었다. 언제라도 그와는 다시 어렸던 시절처럼 나무 막대기를 들고 기사 놀이를 하러 산으로 떠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소중한 친구, 단 하나 뿐인 내 사람. 물론 만약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서 디안을 빼앗으려 한다면, 설령 마고라도 이렇게 웃는 표정은 못 지었을 터였다. 그래도... 역시 창문까지 닫아 버리는 건, 조금 과보호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렇게 제대로 이불도 두르고 있었는데.

"걱정 따윈 안 해. 만약 그런다고 해도, 당신은 이렇게 달려와서 날 가려줄 거지? 내 몸은 오직 당신만의 것이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결국 디안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듯한 그런 말을 하고, 그의 뺨에 검지 손가락을 얹어 빙글빙글 돌렸다.
꽤 교태스러운 그 제스쳐는 감히 기사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서는 절대로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그런 잔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으, 잔소리가 심하네.... 어렸을 땐 잘만 봤으면서."

마지막까지 과보호의 멘트를 날리는 것에는 약간 부루퉁한 반응을 해 보였다.
그리고 돌연 가만히 입을 쭉 벌렸다.

"아—, 당신이 직접 먹여 줘. 난 지금 당신에게 잡혀 있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말야... 이대로 내가 직접 먹으면 살짝 걸치기만 한 이불이 흘러내릴 테고, 거기에 남아 있는 건 내...."

일부러 말을 흘리는 마고. 비릿한 미소와 동시에, 디안의 품 안에서 살짝 꾸물거려 몸의 이곳저곳이 닿게 만들었다. 좋게 말해도 마고의 몸은 그다지 부드럽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적어도 이 온기와 숨결만큼은 확실히 디안에게 전해졌을 것이었다.

"...먹여줄 거지, 당신?"

22 ◆bb1hgZO.RI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09:40:55

좋은 아침이에요.

23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1:28:07

" 당연히 그래야지. 마고 넌.. 내 부인이니까 당연한거지. "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매만지며 요염한 교태를 부리는 마고를 보며 디안은 어색한 미소로 침을 꿀걱 삼킨다. 아주 옛날, 골목대장 시절의 마고라면 이런 모습은 상상도 못 했을텐데. 어느샌가 이런 교태 섞인 모습들을 자꾸만 보여준다. 그 모습에 설레고 두근거리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모습을 갖게 된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게 없어도 마고는 충분히 빛이 나는 존재였다고 디안은 생각했다. 물론 지금의 교태가 싫다는 건 아니었다. 좋다 못해 자꾸만 두근거려 미칠 것 같았다.

" ... 지금은 정말 내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땐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 했었고. 어리기도 했고. "

반쯤은 우상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고 디안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자신은 마고의 뒤를 따라다니는 아이였으니까. 자신보다 용감하고 뛰어난 아이, 어린 시절의 디안에게는 마고가 동경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그런 존재가 자신의 부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꿈 같으면서도 기뻤다. 종종 자신을 찔러오는 매혹적인 모습은 심장에 안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아침이라는 사실이 아쉬운 걸지도 몰랐다.

" 알았어, 어차피 손님들도 다 나갔으니까.. 하여튼, 어차피 이런식으로 부탁해오면 내가 거절 못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 "

맞댄 몸에서 느껴지는 마고의 몸, 굴곡이 느껴지고 체온이 느껴진다. 얇은 이불로는 가릴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그것이 기분 좋아서 조금 더 팔에 힘을 주어 끌어안고는 다정하게 고개를 숙여 눈을 맞추곤 말한다. 어리광은 싫지 않았다. 아니 앞으로 더 부려줬으면 했다. 마고가 자신에게 기대려고 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래서 좀 더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다.

" 일단 요리 값부터 받고 먹여줄테니까. 잠깐.. "

마고의 몸을 감싸안던 팔을 풀곤 두 손으로 마고의 뺨을 감싸쥐어 입을 맞춘다.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서툴기 그지 없는 입맞춤이었지만 그 행위에서 마고를 향한 마음 하나는 제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미을 사람들이 지나가며 이야기 하는 소리, 말이나 소가 지나가며 내는 발굽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그것이 들려오는 방안에서 얼마나 입을 맞추었을까, 천천히 떨어진 디안은 테이블을 침대 가까이로 끌고온다. 그리곤 마고를 안은 체 침대에 걸터앉는다. 자신의 다리 위에 마고를 앉힌 자세가 되어선 빵을 먹여줄 준비를 한다.

" 자, 아~ 해볼래. 여보? "

24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1:28:21

좋은 아침이야, 마고주

25 마고 - 디안 (HNIl4Po6zs)

2022-07-10 (내일 월요일) 15:10:32

"어머, 기쁘네."

마고의 눈이 초승달처럼 굽어져 빛났다.
그 눈빛은 기쁘다고 해야 할까, 정확히는 뭔가 귀여운 생물을 지켜 보는 그런 설레임 쪽에 더 가까웠을 것이었다.
자꾸만 작고 여렸던 그때의 디안과 지금 디안의 모습의 겹쳐져 보였다. 사랑의 방식은 달랐지만, 분명히 그때도 지금처럼 디안은 마고를 잔뜩 좋아해 주고 있었다. 보일 리 없는 강아지의 꼬리가 마치 디안의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작은 소동물 같던 아이가 언제 날 감싸고 안을 정도로 이렇게 커버린 것일까. 마고 자신이 디안의 부모는 아니었지만, 조금 감개가 무량할 지경이었다.

"그야 그랬겠지. 그때 당신은 내가 여자아이였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둔감한 거북이였으니까 말야."

그때의 디안을 추억하며 마고는 따지듯이 이야기하며, 디안의 넓은 가슴팍에 등을 쭈욱 기댔다.

"우후후, 당신은 단순한 남자니까. 뭐, 하기야 당신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남자라는 생물이 전부 그렇긴 하다만. 싫으면 거절해도 괜찮은데? 물론, 내 몸을 가린 이불은 금세 다시—."

그러면서 은근슬쩍 마고가 어깨까지 감싸고 있던 이불을 내리자, 하얀 어깨선과 쇄골이 드러났다. 거기엔 단련된 어깨 근육이 제법 훌륭한 모양으로 붙어 있었지만, 골격 자체는 확실히 성숙한 여성의 그것이었다.
그 상태로 디안과 입술을 마주하고, 그와 혓바닥을 섞었다.

"프후.... 아아 당신, 정말 키스 못하네."

떨어지고 나서 곧장 놀리는 발언으로 디안을 자극했다.
누가 봐도 일부러 그러는 것일 테지만,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니 조금 더 교활한 면이 있었다.
그러면서 자꾸만 마고의 꼬리뼈가 앉은 부위의 허벅지를 지긋이 누르는 것 같은 감각은, 그저 단순한 착각이 아닐 지도 몰랐다.

"아암. 우흠으흠.... ! 달콤해. 이거 꿀 바른 거야?"

번뜩, 빵을 입에 가득 넣은 마고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크게 뜨였다.

26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5:27:21

" 아하하...아니, 그땐 마고도 머리도 짧게 하고 다니고 그랬으니까 "

따지듯 말해오는 마고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확실히 친구의 성별도 제대로 알지 못 했다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성별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마고를 대하는 것이 달랐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사고로 마고의 성별을 알게 되긴 했지만 어찌됐든 디안은 잠시 추억에 빠져있다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어 오는 감각에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의 마고는 성별을 헷갈릴 일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과거의 마고를 아는 그에게누어렴춧이 어린 시절의 마고도 보였지만.

" 그야, 마고랑 해본게 전부니까. 그래도 나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 "

조금 분했다. 이런 부분에서 분함을 느낄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장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기가 생기고 만다. 그러고 보면 마고는 어릴 때도 이런 식으로 살살 건드리곤 했으니 어린 시절의 습관 같으누걸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을 하는 디안이었다. 물론 그 시절엔 뜀박질 같은 부분이었지만. 아무튼 다음번에는 좀 더 발전하자고 마음을 먹으며 마고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힌 체로 아침을 먹이기 시작한다.

" 이번에 양봉장 아저씨께서 좋은 꿀이 나왔다길래 사왔거든. 사기 전에 맛도 봤는데 마고가 좋아할 것 같아서. 잘 골라온 모양이네. "

은근히 유혹하듯 느껴지는 마고의 몸짓에 한팔로 마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으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행복해 하는 마고의 모습, 그건 마고가 돌아온 첫날부터 그가 보고 싶어하던 모습이었다. 마고는 어릴 때부터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사내아이처럼 다닐 때에도 웃을 때엔 분명 이 세상에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탓에 디안은 아름다운 것을 떠올릴 때면 마고의 미소를 떠올리곤 했으니까.

" 자, 한조각 더 먹어봐. 아, 오늘은 뭐 할거야? 나는 저기 야채가게 아저씨 밭에 다녀오고, 이장님 댁 천장에 비가 샌다고 해서 고쳐드리고 , 그리고 그 옆집에서 ..... 그래서 점심 먹을 즈음에 돌아올 것 같은데. "

마을 여기저기에서 그를 찾는다는 걸 보여주듯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디안은 그를 찾는게 당연한 것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사실은 당연한게 아닐텐데, 어릴때부터 이어진 일이라 그런지 그는 그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다.

" 빨래 같은 건 내가 해둘테니까 마고는 편하게 쉬고 있어도 돼. 낮엔 해가 따갑더라. "

한손으론 포크로 빵을 먹여주고, 한손으론 고양이를 다루듯 마고의 뺨과 머리를 매만져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마고는 그냥 편히 있어도 된다는 듯 따스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다.

27 ◆sIJsrPYTRg (zuLQmciSIA)

2022-07-10 (내일 월요일) 15:28:49

마고가 정말 사랑스럽다. 줄리오를 첫 등장 시켜볼까 했는데 뭔가 텃 일상에 그녀석이 나오면 마고가 심기가 불편할 것 같아서 다음 기회로 미뤄봤어.

28 마고 - 디안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19:09:46

얼버무리는 미소 뒤, 추억 속에 한껏 젖은 것 같은 디안은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분명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기대할게, 더 나아질 당신의 다음 키스를."

어릴적의 서투른 디안도, 지금의 서투른 기색을 애써 숨기려는 디안도 전부 귀여웠다.
분명 세월이 지나 설령 디안이 배 나온 아저씨가 된다 할지라도, 왠지 마고 자신이라면 귀여워해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도 상관 없겠지.
그나저나 이건 칭찬해 줄 수 밖에 없겠는 걸.

"역시 난 당신이 좋아!"

답례로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 만약 마고의 전 부하들이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마 부끄러워 그대로 숨져 버릴 것이었다.
또 한번 껴안은 채로 디안은 마고를 빤히 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애정을 마고 역시 듬뿍 만끽했다.
마고는 자신이 이런 사교적인 성격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교적이라고 해야 하나, 나쁘게 말하자면 치사하고 교활한 성격이 된 것이라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자신을 좋아해 주는 얼빠진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있다면, 그런 치사한 아양을 얼마나 떨어대든 그리 힘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쭉 이야기를 들었다.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점차 빵을 씹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마고의 표정에 점차 어둠이 드리워졌다. 약간의 짜증과 분함, 그리고 자책감이 섞인 부정적 감정으로 즐거운 분위기에 살짝 균열을 내었다.

"...당신, 난 말야. 아직 마을 관련된 일은 잘 몰라. 그래서 당신이 하는 일이 어느 정도인 건지도 솔직히 감이 잡히질 않아. 그렇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 줘. 난 나를 위해 헌신해 주는 당신은 좋아하지만, 당신이 남들에게 쓸 데 없이 부려 먹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불쾌할지도."

슬프게, 디안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이런 말을 해 버린 건 좋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도 하지 않는 자신을 위해, 디안 홀로 마을의 일원으로서 감당해야 할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불편한 감정들이 고개를 들이밀자,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다.
그렇기에 그것을 미소 속에 밀어 버리고,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머리를 톡 하고 디안의 쇄골 쪽에 부딪혔다.

"...방금 내가 한 말은 잊어 줘. 잘 모르면서 내가 괜한 말을 꺼냈네. 마을 내에서 당신의 입장도 있었을 텐데 말야. 쿠흐흣—, 미안해?"

그리고 디안에게 방금 말을 잊을 것을 종용하듯 부비부비 고개를 돌려 품 속에 냄새를 묻힌다.
산뜻한 여자의 향, 그리고 어딘가 어린 늑대나 숲의 짐승들이 품고 있을 것 같은 아찔한 냄새가 풍겼다. 보통의 마을 여자치고는 체취가 조금 강한 편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이용하기라도 하듯, 마지막은 애교스레 디안의 목 칼라를 앞니로 살짝 깨물어 보인다.

"응. 난 얌전히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남편을 기다리는 건 기특한 아내의 자질이니까. 돌아 오면, 잔뜩 칭찬해 달라고?"

마고는 그에레 쓸 데 없는 걱정까지 시키고 싶진 않았다.
그것 말고도 디안에겐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었으니까. 이런 상태로는 일을 도와 주지는 못할 테니, 하다 못해 짐이라도 되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작게 다짐했다.

29 ◆bb1hgZO.RI (pyQWSgub3s)

2022-07-10 (내일 월요일) 19:13:27

귀여운 신랑을 보면 자꾸만 질나쁜 애교가 튀어나오고 마는 마고씨입니다. 디안주의 자비로운 결정에 줄리오는 오늘 목숨을 건졌네요.

아마 오늘은 이후로 일정이 있어서 여기까지일 것 같네요. 답텀이 길어서 매번 미안해요~.

30 디안 - 마고 (DE5Q4.LTwc)

2022-07-10 (내일 월요일) 19:23:21

" 나도 마고를 사랑해. "

해맑은 마고의 웃음, 그것을 보면서 디안은 망설임 없이 웃어보였다. 쉴 세 없이 이어진 고민들 속에서 겨우겨우 용기를 내서 청혼을 했을 그 때부터 디안은 언제든 마고가 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돌아왔을 때의 마고는 무언가 상실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더이상 그런 마고는 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망설이는 동안 마고는 더욱 아파할 것 같았으니까 그는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그래서 기뻤다. 마고가 자신을 보며 이렇게 미소 짓고 있었으니까.

"... 으음, 마고가 그렇게 생각하는게 이상하다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이건 부탁 받은지 좀 된 일이라서 하려는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

마고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디안은 알고 있었다. 그가 착하다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선 자신을 불쾌한 의도로 부려먹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마고가 오기 전까진, 예전부터 도움 받은 것들이 있었기에 마을에 봉사를 해온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이젠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자신의 배우자가 된 마고가 이젠 디안의 최우선이었으니까.

" 아니야, 마고가 그렇게 말해줘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더 잘 알 것 같으니까. 고마워, 역시 여보가 있어야 내가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여보는 걱정할 것도 없고, 속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그냥 여보는 편안하게 지내면 되는거야. 난 여보가 그랬으면 좋겠어."

품에서 부비부비 고개를 부벼대는 마고를 꼭 끌어안고선 오히려 너무 마음을 쓰지 말라는 듯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마고는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다. 애초에 고생을 시키려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었고, 결혼을 하기 전보다 더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싶었기에 결혼을 했던거니까. 코 끝에 아찔한 마고의 향이 감돈다. 밤새도록 맡고 잠드는 그 향을 폐 깊숙이 빨아들이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뱉어낸다.

" 그렇게 말하면 나 이대로 밖에 안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는데? 여관 문도 잠깐 닫아버리고 방에서 안 나가버릴지도 몰라. 기특한 아내가 너무 예뻐서 품에서 놓고 싶지 않을 것 같거든. "

마고의 등을 손 끝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려주며 귓가에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다. 큰 키와 덩치에 맞지 않게 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손으로만 보듬어주려는 것이 아닌 듯 했다.

" 있잖아, 그러면 오전 일만 마치고 돌아오면 잠깐 여관 문 닫고 뒷산으로 피크닉이라도 가자. 어때? "

그렇게 마고를 부드러운 손길로 매만져주다 좋은 생각이 난 듯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춰주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기왕이면 좋은 걸 눈에 담게 해주고 싶었다.

31 ◆sIJsrPYTRg (Cmb1bHM25Y)

2022-07-10 (내일 월요일) 19:24:24

질 나쁜 애교라니, 질이 너무 좋아서 디안이 어쩔 줄 몰라하는데. 줄리오는 오늘 목숨을 건졌지. 마고가 온전히 꽁냥거릴 수 있게 말이야.

답텀은 괜찮으니 걱정말고 다녀와. 난 가벼운 잡담도 좋아하니까.

32 ◆sIJsrPYTRg (7DBumfTmuM)

2022-07-10 (내일 월요일) 23:37:57

잠들기 전에 생각을 해보는데 마고랑 근처 도시로 여행을 가는 에피소드도 좋을 것 같고, 수도에서 자꾸만 찾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수도로 둘이서 가는 에피소드도 괜찮을 것 같아

33 ◆sIJsrPYTRg (sTHAdoQ93w)

2022-07-11 (모두 수고..) 08:18:26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래.

34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09:10:39

"흥, 그건 이미 배가 부를 정도로 잔뜩 들었어. 거기에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신의 얼빵한 얼굴에 그렇게 써져 있잖아?"

디안은 늘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 주었다.
마고의 입장에서는 굳이 그 말을 듣지 않아도 전부 표정에 나와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구태여 계속 이리 표현해 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즐거운 내색만 하는 건 아무래도 입이 조금 간지러웠기에, 괜히 퉁명스레 짖꿎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낯 뜨거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자신감—, 그건 이미 재능의 영역이겠네. 아무 걱정도, 속상할 일도 없이... 말이지. 후후 축하해, 당신. 방금 그건, 듣던 내가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질 정도로 정말 완벽하게 느끼한 멘트였어."

입은 놀리는 듯이 말하지만, 몸은 디안의 보듬어 주는 손길을 순순히 받아 들였다.
꽤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자신의 장난에 어쩔 줄 몰라하는 디안의 귀여운 모습도 보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남편의 다정한 손길에도 꽤 고파 있던 것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그것 둘 다를 동시에 취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더해질 뿐이었다. 디안이 완전히 기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그의 이성을 긁어내는 것이.
거기에 너무 힘을 줘 버리면 또 곤란했다. 잔뜩 디안의 풀이 죽든, 아니면 그날 침대 위에서 마고가 죽든, 둘 중 하나가 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고는 예상대로 디안이 자신의 냄새를 잔뜩 들이마시고 있는 장면을 빤히 올려다 보았다.

"당신—, 지금 뭘 맡고 있는 거야? 그렇게 대놓고 등 뒤에서 숨을 들이 쉬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고. 변태 디안."

본인이 그걸 의도했으면서 모르는 척 이죽 거리며, 검지 손가락으로 디안의 코를 꾸욱 눌러 버리는 마고.
사실 처음에는 체향이 강하다는 것을 조금 신경 쓰고 있었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남편인 디안은 그것을 상관 없이 좋아해주는 모양이라, 지금 와선 무리하게 그 냄새를 지울 필요도 없어졌다.
뭔가 기뻤다. 디안이 자신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받아 들여 준다는 생각에.
...어쩌면 정말로 변태스러운 건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마고는 애써 그 생각을 흘려 보냈다.
그리고 마치 키우는 강아지에게 하는 것처럼 다정히 등을 쓸어주는 그 행동도, 무척이나 기분 좋은 것이었다. 아마 개나 늑대처럼 마고에게도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아마 이 타이밍에 흔들었을 것이다.

"뒷산?"

그 단어를 듣고 마고는 즐거운 추억을 연상했다.
동시에 얼굴에는 그리운 미소도 함께 떠올랐다.
뺨에 입맞춤을 받은 즉시, 마고는 하얀 목을 쭉 내고 디안의 뺨에도 입을 맞추었다. 단순히 가벼운 입맞춤이라기엔 어딘가 짖꿎은 그것은 입이 맞춰진 부위를 잔뜩 젖게 만들었다. 맑고 끈적한 그녀의 타액으로.
무조건 일부러였다. 저질러 버리고 난 뒤에 만족한 듯, 즐거운 웃음 소리를 흘리는 것을 보면 아마 확실히.

"우후후.... 저기 말야, 당신. 혹시 우리가 예전에 같이 먹던 산딸기도, 아직 거기에 열려 있을까?"

어렸을 적, 두 사람의 주 무대는 산 속이었다. 나무 막대를 서로 하나씩 꼬나쥐고, 그들은 일명 순찰이라는 이름 하에 산 속에서도 기사 놀이를 했었다.
거기서 도중에 근처에 열린 산딸기나 머루 같은 것도 자주 따서 먹곤 했고, 그건 지금 와서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디안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도 그 무렵.... 디안의 상처를 보는 순간, 마고는 그 때의 광경을 떠올리고 얼굴과 몸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늑대...도. 아직 거기 있을까."

더듬더듬. 자신감의 빛을 잃은 시선이 아래로 내리 깔아졌다.

35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09:19:55

좋은 아침이에요.

왕도 여행 에피소드나 근처 도시에 방문하는 에피소드 둘 다 너무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도시의 큰 사건 혹은 음모에 휘말려 버리는 것도, 좋은 전개가 될 것 같네요.

거기서 마고의 어머니 같은 포지션의 게르트루트와 디안의 만남도 조금 기대되고요. 그녀는 깐깐하면서 조금 기묘한 사람이라, 착실한 디안과 어떤 케미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36 디안 - 마고 (RGDYu4nQOY)

2022-07-11 (모두 수고..) 09:29:58

새삼스럽게 느낀 사실이지만, 마고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디안을 깨물기도 하고, 몸을 부벼 체향을 남기려고 하기도 하고, 방금처럼 뺨에 뽀뽀를 하며 흔적을.남기기도 했다. 마치 자신의 영역이라고 누군가에게 주장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잊지 않고 하는 행동이었다. 디안은 처음에는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와선 오히려 그 행동이 자신에게도 안도감을 가져다준다는 걸 깨달았다. 온전히 자신이 마고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처럼 자신도 기분좋게 귓볼을 깨물어주기도 하면서 답례를 해주곤 했다.

조물조물, 기분 좋게 마고의 귓볼을 깨물어주곤 고개를 떼어낸다.

" 산딸기라면 가득 열려있지. 아마도 질릴 때까지 먹을 수 있을걸? "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마고의 허리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다정하게 대답한다. 얼마전, 뒷산에 갔을 때 봤던 모습이라면 분명 먹음직스러운 산딸기들이 가득 익어가고 있었으니까. 역시 오늘 마고를 데려가는게.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레 이마를 맞대곤 부벼본다. 간질거리는 마고의 체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좋았다.

" 늑대는 없어. 요 몇년 간 사냥꾼들이 많이 사냥을 해서 영역을 옮긴 것 같더라. 그래서 나도 몇년 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나타나도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

그러다 늑대 이야기를 꺼내며 풀이 죽기 시작한 마고의 두 뺨을 살며시 커다란 두 손으로 감싸곤 눈을 맞춰 조곤 조곤 이야기를 한다. 분명 늑대에.대한 안 좋은 기억들 탓이리라. 디안은 마고가 겁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듯 싱냥한 어조로 천천히 속삭임을 이어간다. 이젠 내가 곁에 있으니까, 고작해야 늑대 몇마리가 마고를 건드리게 둘 생각은 없으니까. 디안은 단단한 팔로 꽉 안아주며 믿음을 주려했다.

" 마고의 곁에는 내가 있어. 무슨 일이 마고에게 생기던 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내가 마고의 남편이니까, 그냥 즐거운 생각만 하는거야. "

오똑한 마고의 코 끝에 사랑을 담아 입을 맞춰주곤 맞췄던 눈을 떼어낼 생각도 없는 듯 애정 가득한 눈으로 응시한다.

" .. 그러니까 뒷산으로 피크닉가자. 알았지? "

37 ◆sIJsrPYTRg (RGDYu4nQOY)

2022-07-11 (모두 수고..) 09:31:25

좋은 아침, 마고주.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다 마고의 과거에 휘말리기도 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그때와 다른건, 곁에 디안이 있다는거겠지.

아하하, 그건 나도 기대된다. 왠지 뒤늦은 상견례 느낌일지도.

38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2:20:33

귓볼을 살며시 깨무는 감각, 읏— 하고 실없는 신음소리를 뱉었다.
그건 적어도 대낮에 내도 좋을 만한 그런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마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흠칫 놀라 이쪽을 바라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고는 반은 볼을 붉히며 당황한 투로, 나머지 반은 건방지다는 경고를 담아 한번 노려 보았다.

"당신도 가만 보면, 나보다 훨씬 더 응큼한 면이 있어...."

뺨을 감싸졌다. 커다랗고 남자다운 두 손은 완전히 마고의 턱선을 따라 하얀 피부를 덮었다.
늑대. 부모님. 디안의 상처.
앞으로도 평생, 마고를 따라 다닐 싫은 기억들.
전장에서는 왕국의 늑대라고 불리웠던 그녀였으나, 그녀는 여전히 늑대가 두려웠다.
마고의 부모가 살해당한지 벌써 20년도 더 되었다.
이젠 그들에 대한 약간의 기억조차 희뿌연 안개에 가려진 듯 거의 희미해져 가는데도, 오로지 늑대에 대한 두려움만이 그림자처럼 남아 몸을 옥죄어 왔다.
그리고 디안도, 마고가 짐이 되었던 탓에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그저 얼굴의 흉터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었을 지도 모른다.
수렁처럼 어두운 기억의 족쇄가 또 한 번, 마고로부터 소중한 사람을 빼앗을 뻔했던 것이다. 허나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늑대는 무서웠다.

"으응.... 알았어."

마고는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코 끝에 닿는 입술의 감촉에 슬며시 부끄러움도 일어 버린다.
응큼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의도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디안의 사랑은 마고의 마음을 자꾸만 뒤숭숭하게 헤집어 놓었다.
더 이상 가까워지면 그대로 침대에 같이 누워 버리겠다 싶었던 건지, 마고는 팔꿈치로 디안의 어깨를 꾹 밀어내곤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는 곧 일도 하러 가야 했으니까.
비록 디안이 젊고 건장한 마을 남자라곤 하나, 그 체력은 무한이 아닐 터였다.
거기에다, 어차피 오늘 밤도 요 며칠 그랬던 것처럼 침대 시트의 끝을 잡고 길게 시간을 늘어트릴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취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 나도, 언제까지고 항아리 속 들쥐에 겁먹은 꼬마처럼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디안의 응원에 금세 기운을 차렸는지, 마고는 안심하라고 말하는 듯 방긋 웃었다.
이어 마고는 디안의 허벅지에 돌아 앉아, 그를 마주 본 상태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안겼다.
그리고 귀에 속삭이기를.

"빨리 다녀 오기나 해, 거북이. 여자가 기다리다 지치면, 주변에 잘생긴 파리들이 더러 꼬이게 되는 경우도 꽤 있다니까...."

나서 귀로부터 입을 뗐다.
그대로 흥미진진한 표정을 올려 보이며, 디안을 마치 여우나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관찰했다.

"후후. 뭐, 지금의 나한텐 당신 밖에 없으니까...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만?"

또 한번 교활하고 발칙한 그 미소는 여전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무서운 늑대의 이야기 같은 건 저 멀리 어딘가, 더 이상 닿지 않을 곳으로 보내 버린 채.

39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2:27:19

서로가 서로의 공백이었던 과거를 되짚어 가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네요. 그간 여러 고충이 있었을 테니까요.

홀로 왕도에 상경해서 검 하나 쥐고 거친 기사 생활을 치뤄 온 마고, 젊은 나이에 여관을 물려 받고 어엿한 마을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분투해 온 디안. 거기서 생긴 악연, 줄리오나 마그누센 백작 같은 이들과도 다시 조우하게 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둘이니까요.

40 디안 - 마고 (MFBUbjAGes)

2022-07-11 (모두 수고..) 12:41:51

" 잘생긴 파리들이라.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이 마을에 그런 사람은 없을텐데. 그래도 마고의 옆에 나말고 파리들이 앵앵거리는건 싫으니까 서둘러 다녀올게. "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외진 마을에 잘생긴 파리라니. 없어야 한다. 디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을 놀리려는 듯 꺼내는 저런 말을 듣고 있으니 괜히 마고의 곁을 떨어지고 싶지 않아진다. 사람이 신경 쓰일 말을.던져놓고 반응응 살피려는 여우같은 얼굴을 디안이 모를리가 없었지만, 자신의 신부는 알고도 모르는 척 넘어가게 만드는 존재라는 걸 몇번이고 느끼고 마는 디안이었다.

" 그럼 다녀올게. "

조금이라도 더 빨리 피크닉을 가기 위해서 마고를 가볍게 들어선 자신의 옆에 앉혀두곤 몸을 일으킨다. 삐걱거리는 침대소리. 요즘 들어 삐걱거림이 심해진 침대 위에 앉혀둔 마고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방을 나선다. 해야할 일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가지만, 여전히 그의 머리 속을 차지한 건 마고였다. 이불을 두른 체로 사랑스럽게 웃어보이던 그 모습을 원동력 삼아 여관을 성큼성큼 나선다. 이 기세라면 미뤄둔 일들을 처리하는 것에 큰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 * - * - * - * - * -

정확히 디안은 해가 머리 위로 올라서기도 전에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은 한가했고, 손님도 없어 가게를 비우고 다녀오기에도 알맞은 모습이었다. 피크닉에 나가서 먹을 간단한 빵과 야채, 그리고 조금의 고기를 앙증맞은 바구니에 챙겨넣어 준비를 해서 들고는 마고가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올라간다.

" 마고, 준비 다 됐으니까 피크닉 가자. "

방문을 열고 바구니를 흔들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을 던지는 그의 이마에.맺힌 땀 몇방울은 그가 마고를 다시 보러 오기 위해 얼마나 서둘렀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히 서선 마고를 응시한다.

" 아, 오늘 피크닉 갈 때는 업고 갈까? 마고 고생시키면 안되잖아. "

분명 피크닉을 가기 위해선 마을를 가로질러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짓궂게 마고를 업고선 마을을 가로지르겠다는 듯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다. 어차피 그로선 뭐가 됐든 좋은 선택지였다. 업어주고 싶기도 했고, 그냥 사이 좋게 손을 잡고 걸어가도 좋았다. 그저, 이렇게 아리따운 자신의 아내를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 어때, 뭐가 좋겠어? "

41 ◆sIJsrPYTRg (MFBUbjAGes)

2022-07-11 (모두 수고..) 12:43:27

디안의 과거 자체는 마고랑 비교하기엔 평이하겠지만 마고는 자신이 모르는 빈 시간이 궁금하겠지?

마고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들에겐 디안은 분명 무조건 마고의 폄을.들테니까 말이야. 상대가 아무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42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5:38:29

"...흐응, 그렇게 어른스럽게 넘기는 건 조금 열받는데."

장난이 계획대로 먹히지 않은 것 같자, 조금 심통이 난 투로 중얼거렸다.
볼을 부풀리고, 빤히 쳐다만 보았다.
그러다 온몸이 번쩍 들리고 인형처럼 들려지자, 버럭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난 애가 아니야!

* * *

"어서와, 당신."

문을 열자 반기는 것은 적당히 마을 아가씨 풍의 옷을 걸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
원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들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혹은 그 반대였었다. 딱히 바쁜 와중에 쓸모도 없었으니 구비해 두지 않았던 터였다.
그러니 이건,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마을에서 가장 큰 맥주 양조장을 하고 있는 부인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받은 것보다는 참견심에 억지로 떠안겨졌다는 표현이 더욱 적확할 테지만.
부인의 덩치가 꽤 근육이 붙은 마고보다도 더욱 컸던 탓인지, 옷은 헐렁하게 어깨까지 내려와 버렸다. 다만, 허리엔 옷이 완전히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 끈으로 묶었다. 그 결과, 그 부분만은 잘록하게 들어가 가슴께부터 엉덩이에 이르기까지의 선을 조금 부각하는 면이 있었다.
옷을 걸치는 옷걸이가 달라지니, 디안이 마을에서 종종 보아왔을 평범한 그 옷도 이젠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을 지도 모르지.

"호오, 잘도 말하네? 날 보통 마을 처녀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당신. 이래 봬도 근육들 때문에 꽤 무게가 나가니까. 괜찮겠어 당신의 허리?"

자랑이라도 하듯 배를 살짝 내밀어 본다. 옷을 단단히 여미고 있어 맨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 겉으로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느낌은 들만 했다.
군살 하나 없는 복근. 평범한 마을 여관 주인의 부인에게 이런 게 붙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러 의미로 굉장한 것. 아마 디안은 그것을 포함한 마고의 몸을 요 며칠 간 그 눈으로 몇 차례 새겼을 터이기에, 굳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옷 안에 있을 근육의 형태가 잘만 보였을 것이다.
그러고 있자니, 마고는 어느 샌가 디안의 곁으로 후루룩 다가와 흔들리는 바구니에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으음, 그건 그거고... 어머나. 이 냄새는 설마... 고기야? 역시 당신은 이런 면에서 제법 센스가 있다니까! 물론, 단맛이 나는 포도주도 챙겨 두었겠지?

마고의 후각은 아주 날카로웠다. 애초에 수 차례나 사선을 넘나들다 보니, 모든 종류의 감각이 전부 극도로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연유였다.
아마도 그 앙증맞은 바구니 안에 술병이 들어갈 공간 따위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터, 허나 그러면서도 능청스레 묻는 건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 분명했을 것이다.
즉, 조르는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귀엽지 않은 방향으로.

43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5:41:54

귀족의 비위를 거스를 일도 불사하다니, 디안도 대담하네요. 귀엽고 멋진 남편을 둬서 행복한 마고입니다. 마고도 만약 그 귀족이 디안에게 해코지를 하려 들면, 자신의 목을 내놓고서라도 칼을 들겠지만요.

조금 늦었지만, 좋은 점심이에요~.

44 디안 - 마고 (hgEISwwC82)

2022-07-11 (모두 수고..) 16:18:22

" 옷도 예쁘게 차려입었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내가 마고를 한두번 드러보는 것도 아니잖아. 새삼스럽게. "

평범한 마을 아가씨의 복장이지만, 입은 사람이 입은 사람인 만큼 테가 좋은 복장을 한 마고를 눈에 담으며 능청스런 미소를 지어보인다. 단련된 몸이여서 마을을 다른 여성들보다는 조금 더 나갈지도 모르지만, 마을에서 튼튼하기로 소문난 그의 몸은 충분히 마고를 안고 뒷산으로 갈 수 있었다. 애초에 마고를 들어본 것이 한두번은 아니었으니 이래저래 거짓말은 아니었다. 특히 최근엔 꽤나 자주 들어봤으니까.

" 술은 다녀와서 마시도록 해. 뒷산이긴 하지만 넘어지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옆에 있어주더라도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안되잖아. 난 마고가 다치는건 싫어. "

그런 건 챙기지 않았다는 걸 잘 알텐데도 조르듯 물어오는 마고를 보곤 눈웃음을 짓는 디안. 이젠 꽤나 그런 조르기가 익숙한지 역으로 '당신을 아끼니까 챙기지 않을거야' 라는 이유를 내세워 조르는 마고를 살살 달래기 시작한다. 술을 달고 사는 마고가 슬슬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고, 기왕 같이 시간을 보내러 가는건데 알코올에 젖어든 마고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아쉬웠다.

물론 밤의 마고는 알코올에 젖어들어도,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었지만 아무튼 이번 피크닉에선 마고에게 포도주를 먹이지 않을 생각을 한 디안이었다. 마고가 얼마나 더 고집을 부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 모습도 보여줘야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순탄해질거라 생각하면서.

" 자, 그러니까 이 바구니는 마고가 꼭 쥐고 있고 내 등에 업혀. 서둘러야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오지. "

포도주 이야기가 더 나오는 것을 마냥 내버려둘 생각은 없는지 단숨에 이야기의 전환을 노리면서 태연히 돌아서서 몸을 낮춘다. 그리곤 얼마든지 올라타라는 듯 넓은 디안의 등판이 마고를 반긴다.

" 아, 마고가 얼른 업혔으면 좋겠다. 나 마고 업고 싶은데. "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은근히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말을 던지며 도개를 돌려 마고를 바라본다.

45 ◆sIJsrPYTRg (hgEISwwC82)

2022-07-11 (모두 수고..) 16:20:04

마고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디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거가 되었으니까. 마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거야. 늑대한테 뛰어든 그때처럼 말이야. 마고가 자기 때문에 검을 다시 들게 되면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겠지만.

응응, 마고주도 좋은 점심이였으려나?

46 마고 - 디안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7:25:05

"으음,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생각해 보니 요 며칠 간 1층에서 2층으로 디안이 술기운에 쩔어 넝마가 된 마고를 업고 몇 번이나 여관의 계단을 올랐는지 정확히 기억 속에는 없었지만, 그게 분명 한두 번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거기다 결혼 전, 왕도에서 내려 온 그 날을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 횟수는 못해도 배로 늘어날 것이었다.
확실히 지금의 디안이라면, 자신의 몸을 들고 여유롭게 마을 뒷산 정도는 거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남자 아이의 성장이란 건 이렇게나 극적인 거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한 때는 마고 자신도 디안처럼 남자 아이가 되길 바랬던 적도 있었다. 아니, 분명 꽤나 최근까지도 그랬다. 그 이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지금은 그렇게 변하게 해준다고 해도 사양이었다. 기사로 성공하는 일 따위, 이젠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달리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 남편으로부터 어떻게 잘 구슬려야 포도주를 내어 줄까 하는 것들이라거나.

"아—, 응."

"응."

"으..., 으응? 잠깐만 당신, 포도주는...."

상황은 급변했다.
마고가 적당히 답하는 사이, 어느샌가 눈 앞엔 디안의 넓은 등짝이 마치 올라 타라는 듯이 펼쳐져 있었다.

"...하아. 당신, 오늘 밤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곱게 내일을 맞이할 생각 같은 건, 미리 단념해 두는 게 당신의 신상에 이로울 걸. 지금 마시지 못한 술, 이따 밤에 모조리 받아낼 테니까."

비겁한 술수를 부렸다는 듯 비난하는 눈초리로 디안에게 쏘아 붙인 후, 한숨과 함께 그 등에 살며시 몸을 기댔다.
단단한 동시에 포근함이 느껴졌다. 여관의 양털 이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나른함이 마고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한 팔로 디안의 목덜미를 감싸고, 다른 한손에는 그가 건넨 바구니를 들었다.

"자..., 올라탔어. 빨리 가자고."

어딘가 피곤한 듯 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낙담한 듯한 마고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원래도 여성치고는 허스키한 편이었 건만, 이렇게 되니 꽤나 위압감이 서리는 목소리가 되고 만다.

47 ◆bb1hgZO.RI (56OMS4itBk)

2022-07-11 (모두 수고..) 17:36:57

예나 지금이나 용감하네요. 디안은 어렸을 때도 그런 성격이었을까요? 아니면 커가면서 조금씩 그렇게 된 걸까요?

48 ◆sIJsrPYTRg (4ynRjaPPvc)

2022-07-11 (모두 수고..) 17:45:52

" 그래그래, 밤에는 부족한 포도주만큼 남편으로 채워주면 되는거지? 우리 여보 말 잘 알았어. "

말로 쏘아붙이머 몸을 기대어 오는 마고에게 능청스럽게 대꾸를 하며 마고를 업을 준비를 갖춘다. 밤에도 술을 달라는 마고와 실랑이를 해야할지도 몰랐지만, 그런 실랑이도 하나의 추억이라 생각하면서 디안은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맨정신의 마고와 보내는 밤도 꽤 기대가 된다는게 사실이었으니까. 고집을 부린 김에 좀 더 고집을 부려보기로 마음 먹어본다. 좀 고생을 할지도 모르지만.

" 예이예이, 출발하겠습니다. 예쁜 신부님. "

낙담한 마고의 목소리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디안은 기운 좋게 일어나선 방을 나선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마고를 업고 하나하나 내려오면서 든든하게 마고를 업는 모습은 전혀 불안정해보이지 않았다. 마치 앞으로도 이것처럼 마고를 지탱해주겠다는 듯 올곧은 자세로 마고를 업고 여관을 나선다. 여관을 나서자마자 두사람을 반기는 건 마을 여자아이들의 꺄르르 꺄아~ 하는 재잘거림이었다.

신혼부부에 대한 선망과 이래뵈도 마을의 선넘선녀라 불릴 두사람이었기에 나오는 반응일지도 몰랐다. 둘을 보면서 ' 있지있지, 여관은 새벽에도 .. ', ' 나도 결혼하고 싶다아...! ' 같은 어린 나이대의 아이들이 속닥거릴만한 말이 들려왔다.

" 마고가 마을에서 인기가 많아서 기쁜거 있지? 내 아내가 이렇게 예쁨 받으니까 내 일 같아서 말이야. "

아이들을 지나치자 이번엔 마을 아주머니들의 어머어머, 저것 좀 봐~ 하는 아주머니들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사스럽다는 말도 들려오고, 우리집 바깥양반은 업어주지도 못 한다는 불평을 하기도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디안은 마고를 고쳐 업으며 쿡쿡 웃음을 흘린다. 마을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마을을 가로질러가는 신혼부부에게 몰려들었고, 디안은 마고가 자신의 아내라고 한번 더 외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자아, 그러면 뒷산으로 가볼까아.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은근히 마을을 늦게 벗어나려고 빙 돌아서 마을 밖으로 향하는 것이, 부부의 모습을 마을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뿌듯한 모양이었다. 적어도 디안이 애처가인 것은 확실했다.

" 날씨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니 밖에 나가기엔 딱이네. 어때, 마고? "

천천히 뒷산으로 향하는 오솔길에 올라선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마고를 살피며 부드럽게 묻는다. 힘든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49 ◆sIJsrPYTRg (4ynRjaPPvc)

2022-07-11 (모두 수고..) 17:51:50

정확히는 어릴 때는 겁이 많았어도, 정말 몸을 던져야 할 때는 던질 줄 아는 아이였고, 지금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건 지키고자 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야. 물론 능력이 따라오는가에 대해선 좀 별개의 문제겠지만 아내인 마고나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능력이 안될 일에도 뛰어들 성격이지.

50 ◆sIJsrPYTRg (KpoYNoivR6)

2022-07-11 (모두 수고..) 21:58:26

자, 오늘 하루도 바쁜건 마무리 하고 쉬어볼까.

51 ◆sIJsrPYTRg (4r9FPxchCQ)

2022-07-12 (FIRE!) 08:47:31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자, 마고주.

52 마고 - 디안 (qmtwlIsCNo)

2022-07-12 (FIRE!) 11:31:02

"흥.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데, 거북이 주제에."

마고는 웃으며 방을 나서는 그 모습이 별로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모처럼 결혼하고 디안과 처음으로 나서는 나들이에 포도주가 빠져 버린 것에 아직도 부아가 남아 있는 듯 보였다.

"...."

디안의 물음에도 묵묵부답.
원래라면 아이들에게 지나치는 인사라도 건네 주어야 할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마고는 이 마을 여관의 안주인, 에리히 부인이었으니까.
허나 이제 막 성년이 된 어린 여자 아이라면 또 모를까, 마고의 나이는 이미 성년이 되고도 10년씩이나 지나 있었다. 무슨 일이건 어리니까 라는 단순한 변명 같은 게 더 이상 통할 나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익은 과일처럼 얼굴을 붉히며, 숙여진 고개를 디안의 등짝에 파묻는 일 외엔 아무 것도.

"뭐..., 그렇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질문엔 건성으로 그리 답한다.
잠깐의 침묵.
멀미라도 나 버린 것 같은 울렁거림.
디안의 목에 걸쳐둔 팔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고민은 잠시였다. 오솔길에 올라갈 무렵, 마고는 디안의 귀 쪽에 괴로움을 함뿍 담아 속삭였다.

"...당신..., 내가 잘못했어. 내려 줘."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버텨낼 수 없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인 길은 지나 버렸으나, 지금이라도 내리려는 것은 그간의 여운이 다소 깊게 남았기 때문이리라.
이런 시간에 남편의 등에 엎혀서 나들이를 나가는 마을 아가씨. 보통은 그것을 남편이 아내를 많이 아끼나 보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겠지만, 막상 그 대상이 되어 보니 별 거 아닌 게 아니었다.
그야 말로 막대한 수치심이 마고의 온몸을 엄습해왔다. 귀 끝마저 빨갛게 달아올라 버릴 정도로.

"설마,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으리라고는.... 정말 방해야! 참견이라고!"

괜시리 허공에 대고 분한 듯 소리쳐 보았다.
아직도 따끔따끔하게 남은 아찔한 감각에, 식은 땀이 이마로부터 흘러 내릴 뻔했다.
분연히 터져 나오는 한숨.
그리고 괜시리 흘러내린 귓머리를 쓸어 넘겼다.

"하아.... 이럴 때에 머리를 식힐 술 한 잔이라도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그 좋은 것을 누구 씨의 과보호 덕에 못 가져오게 되어 버렸으니...."

아쉬운 뒷맛을 삼키고, 디안을 빤히 바라보는 마고.
딱 봐도 여관을 나설 때와는 달리, 꽤 피곤한 모습이었다. 정신적으로.

"한 것도 없는데, 왠지 지치네.... 밥이나 먹자.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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