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이라는데 마시는 것만으로 편법이 생길 수가 있는건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많이 마시다보면 그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었다. 나보다 은지가 커피는 한참 더 마시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서 테이블을 안내 받아 들어가 앉은 나는 코스요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 여기는 코스로 먹는게 제일 좋다더라. 여기까지 왔는데 음식 한두개만 먹고 가는건 아쉽잖아. "
비싼 코스요리는 이 식당의 대부분의 메뉴를 포함하고 있기에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아서 여기를 예약한 것이었다. 그래서 은지에게도 코스 요리를 권하고 있었고. 은지가 좋다고 얘기하면 코스 요리를 시키고 간단한 음료들도 주문할 생각이었다.
" 예약하기 힘들었지.. 전화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 다행히 취소한 사람이 생겨서 얼른 예약해버렸다니까. "
그 말을 반증하기라도 하듯 모든 테이블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나는 돈을 더 주고 룸처럼 공간이 있는 곳을 예약했기에 좀 덜했지만 저기 있었으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을 것이 뻔하다.
" 역시 나는 집돌이라 이렇게 외부활동하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
테이블에 엎드리며 말한 나는 은지의 손을 잡아 내 머리에 올려두었다. 마치 쓰다듬어 달라는 것처럼.
아무리 편법이라도 배우긴 배워야 알아차릴 수 있는 거니까요. 일종의... 과정을 무시하고 답을 낸다에 가까울 겁니다. 원래라면 이런 향이랑 이런 신맛이랑 이런 바디감은 이러이러한 원두종류다! 같은 건데 이건 이거네요. 라고 과정을 싹 무시한?
"코스 요리가 좋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은지는 코스 요리를 시키는 것에 기대된다는 듯 메뉴판을 바라봅니다. 비싸다는 걸 봐도... 음. 그건 괜찮으려나? 일단 돈은 은지도 많았을 거고.. 간단한 음료류는 뭐가 좋을지 메뉴판을 빤히 바라봅니다. 이거가 좋으려나.. 라고 가리킨 것은 강하지는 않아도.. 알콜류네요. 다만 은지는 이게 알콜류인지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예약하기 힘들었다니.." 그럴 만하긴 했다는 듯 주위를 휘 돌아봅니다.
"외부 활동이 에너지 소모가 크긴 하죠" "집 안에서도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은 있긴 하지만서도..." 라는 말을 하다가 그게 뭐냐고 물으면 답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합니다. 근데 아예 안하면 음....이라는 표정을 짓다가 정현의 머리 위로 올라간 손을 올라가는 걸 묵인하다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려 합니다.
은지가 주문한 음료를 보자 약간의 알콜이 들어간 음료인것 같았다. 하지만 미성년자도 아니고 이젠 당당한 성인인데 이 정도 음료 정도는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 몫의 콜라와 함께 주문을 마친다. 나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해야하니까 술은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 그러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겠다는 말이야. "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말에 뭐가? 라고 물어보니 눈을 피해버린다. 대충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지만 되묻지는 않고 은지가 쓰다듬어주는 손을 즐기다가 음식이 나오자 몸을 일으켰다. 처음엔 가볍게 에피타이저로 시작하는듯 했는데, 그거에 맞춰서 간단한 마실 것도 같이 나왔다.
" 맛있게 먹자~ "
그리고선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명성에 걸맞게 음식은 아주 훌륭했고, 이어 나오는 것들도 하나 같이 맛이 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기에 입을 한번 닦아내고 말했다.
나온 음료를 보고는 음? 하는 표정을 짓지만 성인인데 뭐 어떤가요. 그래도 익숙한 타입은 아니라 표정이 오묘해집니다.
"일찍 들어가게요?" 그럼 야시장은 내일 가야겠네요. 라는 말을 합니다. 일찍 들어가서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장난을 치면서 푹 쉬면 아침이나 낮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 즈음에 야시장을 구경하는 거...를 상상한 모양일지도.
달그락 거리는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질문에 잠깐 고민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나온 음식들은 명성에 걸맞게 맛있었습니다. 전부 다 좋기는 어려운데 그걸 해내는 식당이라. 은지는 기억해둘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무슨 말을 더 할까.. 라고 생각하며 은지는 알콜이 들었지만 괜찮은 음료를 홀짝입니다.
"아이....인가요" 고민을 해봐야 하는 느낌이기는 합니다. 아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건 아니겠지만 실제로 낳는다. 란 것은 애매하니까요.
"아이를 낳는다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서요" 낳자! 라고 권유한다면 마음은 움직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약물이나 이런저런 커리큘럼이 있었는데... 괜찮을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있을 겁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인첨공의 인구를 생각하면 의외로 사고는 자주 일어날 것 같으니 괜찮...나? 일지도 모르지만...
" 야시장 ...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까. 세미나에서 난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러나 모르겠네. "
아침부터 한 일이라곤 운전과 은지를 따라다니면서 몇가지 한 것 밖에 없는데 나 자신도 왜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해외에 나와있어서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일수도. 그래도 은지가 이해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계속해서 나오는 코스 요리들을 먹어치운다. 역시 명성에 걸맞게 부족한 요리가 하나도 없네. 입맛에 안맞는 요리는 좀 있었지만 말이다.
" 확실히 우리는 일반인들이랑 다르니까. 조금 고민이 되기는 하지. "
사실 은지랑 사귀게 되고나서 꽤 시간이 지났을때부터 생각을 하고 있던 문제였고 우리가 인첨공을 빠져나와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부턴 좀 더 깊게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다. 나는 은지랑 결국 조촐하게던 어떻게던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 둘 사이의 아이에 대한 문제도 고민을 해봐야하니까 말이다.
" 결혼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으려나. "
그래도 너무 시기가 이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웃으며 얘기했다. 은지라면 내가 권유했을때 어느 정도 말은 들어주겠지만 아이를 낳는다는게 나보단 은지가 더 고생하는 일이니까 .. 억지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었다. 어느새 식사는 다 끝나고 디저트까지 말끔하게 비운 나는 은지를 향해 말했다.
" 어제 비행기 타고 오느라 쌓인 피로가 아직 덜 풀린 것 같기도 하네 ... 일단 호텔에 가서 쉬다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까? "
세미나 일정보다 여행 일정을 한참은 더 길게 잡아뒀으니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테니 말이다.
"한 게 없다기보다는..." 정확하게는 일단 활동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쓰는 거니까 피곤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음식을 부드럽게 갈라 입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일반인과 다르다는 말을 하는 정현을 보며 약간 눈을 내리까는 미소를 짓습니다. 약간은 어쩔 수 없다는 감정이었습니다.
"고민할...만한 이야기는 맞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생각이라는 말을 하는 정현을 보고는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서 다행이에요. 라고 덧붙입니다.
"아이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라. 만일 그런 이야기가 주제로 나온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까 하고 고민한 적도 있었거든요." 솔직하게 말합니다. 물론 그 생각이 오래전부터 든 것은 아니고 이렇게 인첨공 외부에서 지내며 동호회 같은 외부 커뮤니티적 활동을 하면서 경험하게 된 일들로 인해 가끔 생각하게 된 모양입니다. 긍정적인 변화지요. 은지는 자신에게 생긴 어느정도의 긍정적인 변화가 정현에게도 있게 될까 하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호텔에 가서 쉬다가 내일부터겠네요" 호텔에 풀이나 라운지 쪽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풀이나 라운지에서 쉬며 가볍게 홀짝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네요.
은지의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기에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예전에 인첨공에 있을때를 너무 생각하고 있던걸까. 우리는 분명 커리큘럼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 외부에서의 생활이 그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 것일까.
" 사실 이렇다 저렇다해도 나는 은지랑 평생을 같이 살아갈거니까. 그래서 아이에 관한 문제도 얘기하고 싶었거든. 근데 은지도 고민한적이 있다니까 다행이야. "
낳는다면 한명 내지 두명만 낳고 싶기는 하지만, 그건 은지와 얘기를 해서 조율할 문제니까. 일단은 은지도 마냥 부정적이진 않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신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 다 먹었으면 갈까? "
은지가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물어본 나는 일단 계산부터 끝내고 다시 돌아와 은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식당 밖으로 나섰다. 아직 해가 쨍쨍해서 엄청 더웠지만 자동차를 괜찮은걸로 빌렸기에 미리 에어컨을 틀어둘 수 있어서 차 안은 상당히 시원했다.
" 호텔로 가겠습니다~ "
운전기사 마냥 얘기한 나는 부드럽게 운전을 시작했고 올때보다 좀 더 빨리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간지 얼마 안된것 같았는데 벌써 세시를 지나고 있는 시간이라 나는 침대에 발라당하고 드러누우며 팔을 뻗었다.
"그렇죠.."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런저런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하거나 듣게 되는 것으로 인해서였을까? 평생을 같이한다는 말에 평생이 언제일지는 모르는 일이라도, 자신도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합니다. 어째서일까요. 사춘기의 한때가 아닌 마음이 잘 맞고 같이하기에 부족함이 없이...라면 그걸로 된 것이겠지요.
"그럼요." 다 먹은 뒤에 은지는 일어나려 합니다. 약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가서 그런지 옅은 홍조가 올라오네요. 비틀거리거나 제어가 안되거나 그런 종류는 아니지만 정현이 돌아오면 팔짱을 끼려 할지도요? 옷이 두껍지 않아서 선이 닿을지도 모릅니다. 차에 타고 돌아온 호텔에서 은지는 다시 나가긴 애매할 것 같아서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지우고 간단한 세안을 하고 나왔을 때...
"뭐에요..." 발라당하고 누워서 팔을 뻗는 것에 키득키득 웃으며 그 안에 쏙 안기려 합니다. 한낮부터 침대에 뒹굴다니. 나태함에 경각심을 가지기에는 여기는 호캉스인걸요. 은지는 정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려 시도해 보나요? 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거겠지만...
계산을 하고 돌아오자 팔짱을 껴오는 은지를 몸쪽으로 살짝 당겨서 밀착한채 차로 향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은지가 워낙 예쁘니 그럴 수 밖에 없지~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차에 은지를 먼저 태우고 운전석에 타선 호텔로 향했다. 아직까진 낮이었지만 다시 나가긴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일정을 마무리하기에도 나쁘진 않은 시간 같았다.
" 내가 너무 좋아해서 그래. "
은지가 짧게 볼에 입맞춤을 해주자 나는 은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대로 더 뒹굴고 싶었지만 일단 나갔다왔으니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갈아입을 옷을 들고가 간단하게 물로 먼지만 씻어낸 뒤에 나와서는 침대에 다시 걸터앉았다. 머리가 아직 젖어있어서 누우면 베개가 다 젖을테니 말이다.
" 조금 피곤하다, 그치? "
작게 하품을 하고서 나는 은지에게 말했고, 어차피 젖은건 머리 끝부분이니 괜찮겠지ㅡ,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대로 침대에 뻗어버렸다. 옆에 있던 은지를 갑자기 껴안으려하며 나는 짙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시선이 보이지만 집중되는 건 좀 부끄러운지. 아니면 보기 싫어서인지 살짝 몸을 숨기듯 밀착하려 합니다. 저녁에 또 나간다면 나갈 수 있는 시간이긴 했지만, 은지는 그다지 나가고 싶진 읺아보였습니다. 일단 일정 자체는 다 끝났으니 편하게 쉬는 게 좋지 않나요? 운전석의 정현을 잠깐 보다가 창 밖의 풍경이 조금 달라진 모습을 찾아보며 호텔로 향합니다.
"저도...좋아해요" 하고 싶은 말을 고르는 만큼. 생략되었기는 하지만 표정만으로도 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겁니다. 쑥쓰러운건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건지. 그건 알 수 없지만.. 피곤하다는 말에 은지는 누워서 정현을 올려다보며..
"피곤할 만도 하죠?" 기본적으로 약간의 시차도 있고, 일정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서 침대에 뻗자 약간 젖어드는 걸 보고 눈을 깜박이지만 뭐.. 그 젖음을 감당하는 건 정현 오빠니까요? 껴안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꽉 끌어안기는 건... 좋잖아요.
"키스 이상은 안하실 건가요?" 장난스럽게 묻고는 해주실 거면 해주셔도 괜찮지만요? 라며 부러 새침한 척 고개를 살짝 돌립니다. 해준다면 은지도 좋아하겠지만 살짝 놀리고 싶은 것도 있던 걸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평소보다 적은 일정인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지 이유를 찾고 있었는데 은지의 말에 시차 적응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해외 여행이라 시차 적응이라는 것을 말로만 들어봤지 경험해보는 것은 처음인데 상당히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었다. 좀 더 움직였다면 아마 내일은 피곤에 찌들어있지 않았을까.
" 으음, 글쎄에~? "
은지의 장난스러운 말에 나도 장난스럽게 대답하면서 서서히 입술을 겹쳐갔다. 자주 하는 것인데도 할때마다 설레는 이 행위는 평소처럼 가볍게 시작했다가 점점 진해진다. 동시에 손이 은지의 옷 속을 조금씩 파고들었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때는 서로의 옷이 전부 흩어져있고 침대에서 이불을 나란히 덮은채 마주보고 누워있지 않았을까.
" 나는 은지를 만난게 인첨공에서 그렇게 고생을 해서 얻은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 "
그 고생은 인첨공 바깥의 사람에겐 말해도 절대 믿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커리큘럼도, 블랙옵스의 활동도. 그런 와중에도 은지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약간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준 나는 작게 웃었다.
"약간.. 그런 면이 있지요?" 시차가 없다시피 한 국가에서 사는 만큼 익숙하지는 않다. 나중에 시차적응할 때에 유용한 팁(13시간 공복? 그런 느낌)을 안다면 해볼 수도 있지만.
"짖궂어요?" 손을 거부하지 않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만 바라보는 시간이 끝났을 때에 마주보고 누운 은지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을 겁니다. 이대로 푹 쉬어도 좋지 않을까? 같은 생각은 아주 살짝 들었지만.. 정현이 말하는 고생을 압니다.
"고생하기는 했지요." 인첨공도 블랙 옵스도 인첨공 밖의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을 머나먼 것이다. 아무리 동호회에서 깊게 사귄다고 해도 말할 성질은 아니지. 그런 면에서 은지는 정현이 없다면 의미를 잃어버리고 어딘가 깊숙히 숨겨둔 것을 들여다보고 매몰되어 영영 가라앉을 것이 분명하니까. 입맞춤 뒤의 필요에 대한 말에 은지는 속삭였다.
"절 아직 여기에 남아있도록 하니까요." 천사나 악마같은 것에 비유하기엔 은지는 그런 비유는 조금 부끄러워할 것이니까요?
한참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후, 우리 둘을 감싸던 열기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는 이때에 나는 은지의 얼굴을 마주보고선 웃어주었다. 고생이라는 말에 그녀도 맞장구를 쳐주고 고생 끝엔 낙이 온다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님을 나와 은지가 증명하고 있다. 은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나는 빙긋 웃어주며 목을 꼭 끌어안아주었다.
" 나도 은지가 있어서 남아있을수 있는 것이겠지. "
인첨공과 바깥은 현저하게 다른 것이었고 그의 삶도 파란만장 했기에 적응하는데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항상 긴장의 연속이던 삶을 그렇게 쉽사리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때마다 은지가 없었다면 결국 인첨공으로 다시 돌아가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아니, 애초에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을수도 있다.
" 항상 생각하는거지만 아름답다니까. "
손가락 끝으로 몸 선을 훑으며 얘기한 나는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선 팔에 그녀가 고개를 뉘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른바 팔베개라는 자세인데 오래하고 있으면 팔이 저리긴 했지만 그 정도 저림이야 은지를 위해선 참을 수 있었다.
" 은지는 결혼식이 하고 싶어? "
거의 부부처럼 살고 있지만 은지에게도 결혼식이라는 로망이 있지 않을까, 하고 얼마 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것이었다.
열기가 온기로 천천히 식어갑니다. 서로가 서로로 인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라도 생각할까요? 은지는 만일 정현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인첨공을 벗어날 생각을 할 리가 없었겠지요. 그 안에서 계속... 아니. 그런 생각은 만약으로만 묻어두도록 해요.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긴 해요" 아름다운 선을 타고 미끄러지는 손가락의 감촉을 얇은 이불 위로 느끼다가 팔베개를 해주려 하자 냉큼 머리를 뉘입니다. 사실 팔베개가 그렇게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까이서 안겨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겁니다.
"결혼식..." "결혼식 보다는 결혼식에서 보통 입는 그런 종류를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그러니까.. 한껏 꾸몄다. 같은 종류는 간혹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라는 거겠네요. 베일을 걷어준다거나. 웨딩 드레스라던가.. 그런 종류는 로망인 만큼..?
팔을 내어주자 냉큼 머리를 뉘이는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이럴때보면 영락없는 고양이인데, 고양이 중에서도 개냥이라고 불리우는 종류가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나한테만 이러니까 나는 정말 좋았지만 말이다.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렀다가 쓸어내리면서 나는 말했다.
" 너무 아름다워서 상상만으로도 눈이 부신걸. "
일부러 눈을 찡그리며 얘기했다가 장난스런 미소로 금세 표정을 바꾼 나는 은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어떤 종류의 드레스를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다 서로가 부른 많지 않은 하객들 사이에서 축하 받는 모습이란 ... 상상만 해도 행복감에 젖어든다. 아직 사회에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은지는 어때? 결혼식에서 나랑 같이 서있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가벼운 미소와 함께 물었다. 그리고선 더욱 꼭 안아주면서 몸을 밀착시킨다.
"자주 하면 팔에 근육이 생기겠어요?" 압착 웨이트? 라는 농담을 생각해보지만 밖으로 내뱉지는 않습니다. 도도한 고양이.. 남에게는 안 그러지만 나한테만 그러면 정말 좋은 게 아닐까요? 아름다워서 눈이 부시겠다는 말을 하는 정현에게
"그..그렇게까지 안 띄워주셔도..." 조금 부끄러워져서 그런 걸까요? 시선을 살짝 피하는 게 그런 모양입니다.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는 않았지만, 결혼식은 불가능한 건 아니죠.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못 하면 문제지만?
"음.. 꿈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정말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그제서야 긴장하고 떨려서 머리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릴 것 같아요.." 인생에서 웬만하면 한번만 하는 게 좋은 걸 그렇게 새하얀 상태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자꾸만 새하얘진다는 연산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끌어안기는 온기는 좋습니다. 조금 더 푹 쉬는 것도 좋겠지요?
//이쯤에서 한번 끊고, 며칠 있다가 휴양지 같은 데에서나 귀국해서...쪽으로 일상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그런가요... 그건 그래요." 아깝긴 할 것이니까요? 라고 생각하는 은지는.. 꼭 끌어안음에 자신도 끌어안았고.. 밤은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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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일정도 끝. 이젠 휴양입니다..
"간만이긴 하죠?" 인첨공에서 편하게 수영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고, 밖으로 나온 동안에도 수영을 즐긴다.. 쪽은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수영복이라고 있는 게 없었으니 새로 샀다에 더 가까웠을지도? 수영복 디자인은...
"이거.. 괜찮을까요.." 아마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짙은 단색 비키니가 아닐까? 숄 같이 비치타월을 팔에 걸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는...은 나간 다음 탈의실에서 갈아입을 것이니까... 가방 안에 수영복과 타월 등을 챙긴 지금은 가벼운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가방을 메고는 정헌을 기다릴까요? 가방 안에는 선크림같은 종류도 있을 거고.. 여러 물품이 좀 있겠네요.
서로가 수영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이런 곳에 오는 기회도 흔치 않으니 지금 같은 때에 눈에 담아둬야했다. 차에서 내려서 기다리고 있는 은지의 손을 잡고선 해변의 탈의실로 향했다. 휴양지 치고는 가격이 꽤나 나가는 편이라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즐기기엔 좋아보였다.
" 갈아입고 올께? "
탈의실 입구에서 각각 남자와 여자 탈의실로 갈라지는 구조라 나는 은지에게 손을 흔들며 말하고선 남자 탈의실로 들어섰다. 래쉬가드 수영복 상의를 입고선 무릎까지 오는 래쉬가드 하의를 입은 뒤에 위에는 아주 얇은 재질의 셔츠를 걸쳤다. 아쿠아 슈즈까지 챙긴 뒤에 나는 탈의실에서 나와 은지를 기다렸고, 이내 나온 은지를 보고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 엄청 예쁜데? "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허리에 팔을 슥 감으려하며 나는 말했다. 원래 몸매도 좋은 편이라 그런지 수영복을 입은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예전보다 더 밝아진 것 같은 은지는 이제 자신이 예쁘다는 말도 스스럼 ... 없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부끄러운지 새빨개진 얼굴에 나는 작게 웃음을 지어버렸다. 은지가 상의를 입는 것을 뒤에서 도와주고 옆으로 가서 팔짱을 끼라는듯이 손을 팔로 올려준 나는 은지의 말에 작게 당황해버렸다.
" 아 ... 선크림 ... 알았어. "
평소에도 맨살이라면 자주 보는데 이런건 또 부끄럽단 말이지. 나는 그래도 스프레이보단 직접 발라주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골라들고선 우리가 빌린 파라솔 자리로 향했다. 꽤나 가격이 비싼 해수욕장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인지 주변 파라솔엔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돗자리를 피고선 푹신하게 쿨매트까지 깔아주며 말했다.
" 여기에 엎드리면 발라줄께. "
겸사겸사 마사지까지 해줄 생각으로 나는 은지의 어깨를 살짝 잡아당겨서 눕히려했다. 나도 수영복은 이렇게 입고 있지만 이따 물에 들어갈땐 상의를 벗을 생각이라 썬크림을 발라야했기에 은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렇네요.." 웅얼거리며 등을 보이며 눕기는 했지만 가슴을 받치는 자세인 만큼 완전히 누웠다기보다는 살짝 기울어진 것에 가깝습니다.
"피부가 하야니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나쁜 건 아니겠지만요. 피부가 하얘도 웜톤이냐 쿨톤이냐는 다르다곤 하지만, 정하진 않았으니. 졸리면 자도 좋다는 말을 하는 정현에게 글쎄요... 라고 하지만 조금 졸려오는 것은 맞는지 묘하게 조용해집니다. 그래도 마사지를 할 때마다 살짝 배긴 부분에 닿으면 으음.. 거리는 약한 소리가 나네요. 나른해지고 노곤해지는 것도 지나가고 나면 이번엔 반대로입니다.
"마사지는 잘 못하긴 하지만요?" 농담이지만, 전기 마사지는 조금 가능하긴 하지만... 이라는 중얼거림을 하지만 으음하는 소리를 내며 약간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팔다리를 쭉 뻗었다가 돌려앉은 정현의 등에 선크림을 짜서 살짝 발라주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일을 바르는 것처럼 체온에 의해 부드럽게 발라지는 썬크림을 꼼꼼히 발라주는 게 느껴질까요?
"으음.. 거칠거칠해지지 않게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부드럽다는 칭찬이 좋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은지는 느긋하게 받아들이고는 조심스럽게 썬크림을 바릅니다. 다 바르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린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꼼꼼하고 적절하게 바른 것 같아서 뿌듯한가봅니다.
"그렇죠?" 손을 잡아당겨 일으켜지면 수영복 특성상 조금 흔들린 뒤 정현의 팔짱을 끼곤 바닷가로 향합니다.
"바닷가가 한적하네요. 그럴 만한 곳이라고 듣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즐겁게 놀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겠다고 말하며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 맨발로 살짝 걸어가보려 합니다. 파도가 발등을 쓸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자 정현을 바라보면서 얼른 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그래도 이런 곳에도 장사는 있네요." 하긴 아예 장사가 없으면 다 준비해야 하는 만큼 귀찮긴 할 거니까. 아마 허가받은 쪽일지도?
"사유지면 비쌀 텐데요." 은지도 비싸고 그런 경제적인 건 잘 압니다. 계산이라던가 그런 거는 은지가 더 빠를 걸요? 물론 사람이 많아서 치이거나. 시선이 집중되는 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죠? 별미는 별미에요." "나중에 배고파지면 가보는 걸로요." 라고 말하는 은지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는 것에 이끌려 들어갑니다. 뭐... 정말로 위험할 일은 별로 없지요? 뭘로 응용할지는 잘 몰라도 이런 바닷물이 잔뜩인 곳이라면 작은 감전은 굉장히 잘 될 거고..
"시원하네요..." 배에서 가슴팍 언저리면 은지는 살짝 뜬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레오가 하늘거리며 수면에 비칠락 말락하네요. 장난스럽게 발을 움직여 약한 유영을 합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갑자기 그러면 조금 놀란다고요?" 장난스러운 행동에 짖궂음이 생각나는지. 은지는 지글지글거리는 듯한 시선을 슬쩍 외면합니다.
"랍스터.." 고개를 끄덕인 은지는 주문을 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얹고 턱을 괴니. 테이블 위에 가슴을 얹어놓은 것 같은 자세가 되네요.
"먹고 들어가서 잔다... 괜찮겠네요." 호텔 내부에도 수영장이 있으니까 그쪽에서 좀 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은지입니다. 바닷가의 짠물이 머리카락에대 좀 묻으니 샤워는 해야하니 바로 잠들진 않겠지만. 손이 잡히고 머리 위로 올라가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쓰담해보려 합니다. 천천히 매만지듯이..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만큼 지금은 그렇게 게으르게 보내도 될텐데 어릴적부터 들인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다. 은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상체를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은 생각보다 더 빨리 나와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과 음료가 올라가있는 쟁반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 진짜 크다! "
생전 처음 본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커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그래도 더욱 싱싱해보이는 것은 절대 기분 탓은 아닐거라 나는 하얗게 드러나있는 속살을 썰어서 은지에게 건네며 말했다.
" 아~ "
일부러 먹여주려고 작게 썬 것도 있었기에 나는 웃으면서 은지의 입 앞에 포크를 가져갔다. 안먹으면 내가 먹을 생각 잔뜩이었지만.
"휴가지에서도 일을 하는 건 조금 아닌걸요." 게을러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다른 법이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약간 짖궂은 미소를 짓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지런한 편이기는 했지만. 지금도 어쩐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은지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우와..." 랍스터 종류는 오히려 적당한 크기가 더 맛있다고는 하지만, 이 랍스터는 크기도 그렇고 살도 통통한 걸 보니. 다 거짓말같습니다. 아니면 같은 가격에 더 많다! 종류일지도? 정현이 건네주는 랍스터에 자신에게 주려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반사적으로 얌 받아먹고는 앗. 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은지가 랍스터를 썰어서 내장을 묻혀서 정현에게 내미려 합니다.
"쉬는 날은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게 쉬는 건 드물 테니까요" 물론 인별같은 느낌의 카페는 더 오래 쉬거나 할 수도 있지만, 운영하는 카페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 평상시도 추억거리이지만. 이런 특별한 것들은 좋지 않을까요?
"집에 돌아가서 정리하고 나면 정신없이 잘 것 같아요." 다음날 바로 여는 게 아니라 하루는 쉬니까 다행인가? 라고 생각하다가 능력으로 가고 싶다는 말에
"그치만 오빠 능력은 오빠는 남아있잖아요." "택시 잡아서 가요." 능력쓰기 귀찮다고 대중교통을 탔다가는 집에 도착하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을 게 뻔한 일이기에. 은지는 정현의 택시를 타자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물론 무거운 짐이 많았다면 더 귀찮았겠지만.. 짐은 능력으로 보내는 게 가능하니까요.
드라이기를 가져가려는 손길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대답한 나는 머리를 말려주면서 올려다보는 은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다. 머리를 말리면서 느껴지는 촉감을 얘기하자 은지도 잘 모르겠다는듯한 대답이 들려온다. 물론 기본적인 것들을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엄청 좋다고 느껴졌다.
" 그랬다면 못만났을테니까 나도 싫네~ "
은지를 만나서 나는 솔직히 구원 받았다고해도 모자랄 정도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수전노 같은 인생을 계속해서 살면서 인첨공의 밑바닥에서 계속된 삶을 살아갔겠지. 그렇기에 은지를 만나지 않은 삶은 상상조차 하기도 싫었다. 은지의 머리는 길어서 말리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지만 나는 열심히 머리를 말려주었고 이내 뽀송뽀송하게 마른 머리를 만져주면서 말했다.
" 이거 매일 말리는 것도 진짜 힘들겠다. "
단발로 잘라보는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은지의 머리가 긴게 더 좋아서 쉽사리 말은 못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은지 본인이 불편하면 자를것이라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그때 자르는 것에 대해선 딱히 말을 할 생각도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