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검은색의 배경에 회색 머리카락이 돋보이는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하고 있다. 적당한 두께를 가지면서도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눈썹이 눈 위에서 그 표정을 드러내는데에 도움을 주고 속쌍커풀이 옅게 있는 그의 눈은 아주 짙은 회색빛을 띄고서 당신을 응시한다. 약간 밑으로 내려온 눈꼬리지만 그와 반대로 항상 입꼬리는 조금씩 올라가 있다. 흔히 말하는 웃는상. 피부가 하얀 편은 아니지만 트러블 하나 난적 없는지 상당히 피부가 깨끗하기 때문에 누구나 처음 보았을 때 피부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
키는 175cm로 평범하고 덩치가 큰 편도 아니고 마른 편도 아니다. 딱 적당한 몸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만큼 운동하기 때문에 근육질의 몸이라던가 그런 것도 아니다. 꾸미는 것을 그렇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옷을 거의 입고 다니지만 필요하면 돋보이게 입을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을 보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눈이 별로 좋지 않아서 항상 동그란 안경을 끼고 다니고 있고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는 수수한 은반지가 있다.
성격 : #다정함 #꼼꼼함 #계산적 #현실적
특징&기타 : - 공부엔 별로 흥미는 없다. 다만 상식은 풍부한듯. - 생각보다 자신의 것에 욕심이 없다.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 콜라를 엄청 좋아한다. 엄청나게. - 전기적 지식만큼은 상당히 많다. 지금도 회로적 지식은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 집과는 일체 연락하지 않는다. 그 어떤 이유에서든간에.
블랙옵스에 들어온 이유 :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서 무슨 일이던 하려다가.
와일드카드 : 갚아줘야할 빚들.
희망능력 : 공간을 이동하는 계열의 능력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기 : 회로적 지식이 굉장히 풍부하다. 내부 회로를 한번에 보고 우회로를 찾을 수 있을 정도. 소재만 있다면 폐쇄 네트워크에 즉석에서 외부 네크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단말을 제작할 수도 있다.
외모 : 본래는 그저 색소가 옅은 갈색의 눈이었지만, 커리큘럼을 받으며 iridescence pearl(쉬운 말로 하자면 자개의 은빛+무지개빛 혹은 오팔)의 색을 지닌 눈을 지니게 되었다.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빛이 좀 달라지는 듯합니다. 자연스러운 쌍꺼풀과 부드러운 눈매에 새카만 속눈썹은 무척 길고 풍성합니다. 가끔 안경을 쓰곤 합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선명한 눈매를 보장하는 새카만 속눈썹과 달리 푸른빛이 감도는 흑진주의 색과 광택을 지녔으며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보통 하나로 성글게 땋아내려 금빛 꽃이 수놓아진 천의 매듭으로 끝을 묶었습니다. 매듭을 지어 늘어뜨린 천의 끝 부분이 허리 부분에서 가장 얇은 곳 위쪽에 위치하니. 실제 머리카락 길이는 허리보단 길지만 엉덩이 밑으론 내려가지 않는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키는 약 168이지만 굽을 포함한 키라서 실질 키는 164~5가량입니다. 팔다리가 가늘고 쭉쭉 뻗은 슬렌더한 체형으로 신체의 말단부.. 특히 손가락이 가늘고 고왔습니다. 허리가 무려 20인치밖에 안 되는 가녀린 몸매. 흉부와 골반 또한 허리에 비례해 가녀린 편입니다. 다만 흉부는 컵 사이즈는 꽤 큰 편 골반도 좁지는 않다.
쭉 뻗은 목은 허리와 비례하듯 가늘고 길었고, 피부는 창백한 달빛처럼 잡티 하나 없이 희고 곱다. 본인은 월광욕 덕분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거 사실일리가.
전반적으로 수려하고 섬연한 한 떨기 꽃마냥 우아한 타입의 미인입니다. 그런 외양이 눈에 띄기 때문에 스마일 가면을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출석일수가 위험하지만(?) 그래도 목화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기에 보통은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다만 명찰 부분은 뜯어져 있습니다. 출석일수가 위험하지만 고등학생이기에 보통은 교복을 입고다닙니다. 다만 명찰 부분은 뜯어져 있습니다.
성격 : 간단한 키워드로 대체 가능
#주고받음의 불공평 기타에서 볼 수 있듯 공감각 증세로 인해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많았고 그것을 말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러한 정보에 대해서 과묵함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 과묵함은 인첨공에 들어오면서 덜해졌습니다.
#의외로 평범 사정이 없었다면 블랙 옵스에 전혀 오지 않았을 법했겠지요. 의외로 평범한 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좀 내성적인 성향을 지닌 17살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의외인 만큼 비정상적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비정상적인 부분 >말투를 정중하게 하려는 노력을 안 할 시, 항상 나른한 듯한 분위기를 지님. 꼭 약 하고 늘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 >역린...? 웬만해서는 나른함 때문에 이것저것 너그러이 넘어가는데.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무지하게 신경질낼 때가 있습니다. >감정부전적 성향 일부 감정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결여되어 있습니다. 다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적이지는 않습니다. 보통 감정적인 반응에 대한 역치가 높다 라는 식으로 묘사됩니다. 그런 만큼 이것저것 담아두는 면이 많습니다.
#감정기복 기본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기복이 적습니다. 속에서 이것저것 들쑥날쑥하더라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다만... 자매의 얘기를 하면 들쑥날쑥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무관심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등 감정기복을 좀 덜 숨기려는 면은 있습니다..
#정중함 #아가씨...? 한마디의 말처럼 모두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을 디폴트로 지니려고 노력합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합니까? 라는.. 묘하게 단정한 아가씨풍이 어울리는 얌전함도 보이고 있습니다.
특징&기타 : 가벼운 공감각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간단한 거라 별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콜라와 간장을 맨눈으로 구분 가능하다는 사실. 하지만 그것도 예전 일. 지금은 커리큘럼의 영향인지 꽤 강해져 있습니다. 시각-청각-후각의 복합적인 공감각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서 색을 느끼거나, 색채에서 향을 느끼는 등의 복합적인 정보량이 많습니다.
춤을 잘 춥니다. 춤을 매일 연습하며, 그로 인해 체력과 유연성이 높습니다.
생일은 아마도 5월.
목화고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지먼트에는 약간의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만은..
통증에 대한 역치(반응이 일어나는 지점)(≒끓는점)는 의외로 높은 편입니다. 촉감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지만요.
블랙옵스에 들어온 이유 : 상해의 은폐 및 돈
은지는 인첨공에 들어온 지 약 4년 정도 되었다. 은지가 인첨공에 간 것은 은지를 혼외자식(그것도 외국인과의)으로 의심한 아버지의 입김이 셌습니다. 인첨공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혼외자식이 아니란 강한 증거였지만요. 그 사이 바깥의 부모님은 헤어졌고, 자매는 인첨공에 보내졌습니다. 자매는 들어오자마자 레벨 2를 띄우는 나름 우수한 인재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정체하자 자신을 따져보면 엘리트라고 위안하며 자매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지 약한 괴롭힘은 아니었지만 은지는 딱히 개의치 않았습니다. 자매는 은지를 이해해주고, 잘 포용해주었었고....은지는 자매를 정말 좋아했으니까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인첨공의 공개 기간에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재혼한 아버지가 1년에 두 번 있는 기회로 찾아오게 된 건 동생이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많이 달라지고 아름다워진 자매에게 추근댔고 재혼 상대의 더러운 것을 보는 것 같은 시선과 그가 선을 넘어서 우발적으로 살인미수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죽을 것이었고 축제 때 스킬아웃의 테러에 묻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매가 알아내었고 이러저러한 큰 다툼으로 인해 은지가 격노하여 자매에게 심한 상해를 입혔고,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죽었습니다.
자신이 살인미수급으로 상해를 입힌 건 둘째치더라도 병원비는 굉장했고, 그것과 친척의 부양비에 초조해지던 찰나에. 이런저런 일로, 블랙옵스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와일드카드 :죽기 전까지의 자매의 병원비와 어머니에게 보내는 부양비
희망능력 : 능력은 스레주가 결정해드립니다. 1회에 한해서 바꿀 수 있으며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주실수록 좋습니다 :D 은지: 전기? 전자? 계열..? 자유도가 많이 높았으면.. 그러니까.. 뭔가 할 수 있는 게 많았으면..? 레스주: 성장하면 일렉트로 마스터가 되고싶습니다! 훈련레스 쓸 때마다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가 있겠지! 그리고 레벨이 낮아서 저렙 때 대체 이도저도 아니라는 것으로 고통받ㅇ..읍읍읍! 은지: 닥x요 이 xx놈아.
특기 : 능력 외에 잘하는 것을 적어주세요. 이를테면 무술이나 해킹등 이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공감각을 통한 구분을 잘합니다. 예를 들자면 까나리카노와 아메리카노를 보는 것만으로 구분한다거나..
무술 쪽은 초보지만 춤을 추다 보니 상당히 강한 체력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분류를 받았을 적부터 이랬으면 좋겠다고 연습했던 물리적인 자물쇠 따는 실력이 나름(?) 괜찮습니다.
내가 인첨공을 나오고 1년 뒤에 은지까지 인첨공을 빠져나왔다. 사실 성인이 되어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모든 일이 마무리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은지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카페를 차렸다.
"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나도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에 매일 은지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나는 커피를 내린다던가 하는 일은 잘 못하기 때문에 주문을 받는다던지 자리 정리를 한다던지의 일을 하고 있다. 카페가 문을 닫고서 다가오는 은지에게 웃으며 얘기한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포스기로 다가갔다.
" 오늘은 그래도 무난했네. 그치? "
손님이 너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진상 고객님들도 많이 오지 않은 날이다. 근처에 미모의 카페 사장님이라고 소문이 나서 빠르게 단골손님들도 많아진터라 장사를 하는데 그렇게까지 무리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 나도 방학인데 어디 짧게 놀러갔다올까? "
포스기를 조작해서 오늘 하루 수입을 정산한다. 판매량과 판매금액을 대조해서 빠진 부분이 없는지도 확인하는데, 초반엔 여러번 실수 했었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그런 실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같이 사는 입장에서 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사코 얘기했는데도 은지는 꿋꿋이 주고 있다. 최저시급으로 쳐서 받고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내가 다시 생활비로 쓰기 때문에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은지가 청소를 하는동안 빠르게 정산을 마친 나는 창고로 향하며 말했다.
" 어디로 갈까? 가고싶은 곳 있어? "
인첨공에 있을때는 도시 안에서만 있었어야했으니 답답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고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먹어보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창고 문을 열고선 안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체크한다.
" 맞다, 친구들이 여자 소개 좀 해달라고 하던데? "
학교에 다니면서 평범하게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고 몇번 카페에 오기도 했었다. 놀러왔던 친구들은 은지의 외모에 한번 놀라고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두번 놀랐다. 재고는 전부 기억하고 있는터라 오늘 사용한만큼 빼서 적어두고는 창고를 나왔다.
" 요즘 동호회 같은거 나가잖아. 아는 사람은 좀 생겼어? "
무슨 동호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은지도 평범하게 친구도 사귀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넌지시 말을 꺼내본 것이었다.
카페도 운영하고 있으니 가게를 오래 비우는 것은 좋지 않다. 끽해야 3~4일 정도만 있다올수 있겠지. 동거를 시작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난 것 같지만 무언가 추억을 쌓을 기회는 더 적어진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은지가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 커피머신 청소도 마무리해가며 은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파스타 나쁘지 않네. 가볍게 먹는게 좋으니까. "
파스타가 가볍다.. 라고 말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조리 자체는 간단하니까. 커피머신은 제대로 청소하려면 꽤나 구석구석 닦아야했다. 그래도 행주를 들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깨끗하게 닦아내고서는 청소를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청소는 대충 끝난게 아닐까.
" 오늘도 꽤 많이 벌었다. "
역시 입소문이 많이 나서 그런지 하루 매출이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었다. 나 같아도 예쁜 점장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오고 싶어질테니까. 카운터 안쪽에 있는 의자에 앉은 나는 핸드폰을 잠깐 보았다. 친구들한테 연락이 온 것이 있나 확인했는데 오늘은 핸드폰이 조용했다. 다들 일찍 자러간걸까.
은지의 말에 밝은 웃음으로 바라본 나는 신난다는듯이 커피머신을 더 열심히 닦았다. 커피머신을 다 닦고서 의자에 앉아서 은지가 청소를 마무리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새 은지도 청소를 다 끝낸 모양이었다. 문단속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은지가 문을 잠그고 돌아오면 일어나서 살짝 손을 잡아본다.
" 드디어 하루가 끝났네. "
카페 마감을 하고서도 뒷정리까지 해야하니 벌써 늦은 저녁이었다. 지금 저녁 먹고, 대충 집안일 좀 하면 바로 잘 시간이다. 뭔가 더 하고싶지만 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카페를 열어야하니까 그럴 수가 없는게 가장 아쉬웠다.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으로 향하다가 나는 은지를 바라보고 말했다.
" 오늘은 조금만 늦게 잘까? "
학교에 다닐때는 학교에 가야해서 일찍 자고 방학때는 카페 때문에 일찍 자니까 쌓이는 아쉬움을 달리 해소할 방법이 없었기에 결국 나는 은지의 눈치를 살짝 보며 말했다.
문단속을 마치면 늦은 저녁일 겁니다. 집이 가까이 있으니까 조금 느지막하게 문을 닫는 편이려나요. 그래도 밤이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늦은 저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간대일 겁니다.
"그렇네요.. 하루하루 지내는 건 좀 보람있어요" 라고 말을 하는 은지는 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날까..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조금 느지막히 열어도 괜찮지 않을까.. 사실 준비하는 것을 조금 보이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니까요.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정현이 조금 늦게라는 말을 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척 합니다
"조금 늦게요?" 그것도 괜찮지요? 라는 말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하는 은지입니다. 계단으로 향할 때. 은지는 정현의 팔짱을 낍니다. 살짝 기대듯이 무게중심을 살짝 이동시키네요.
"올라가요" 올라가는 건 튼튼하지만 돌은 아니고 철제에 가까운 계단이라 통통거리는 가벼운 소리가 날지도 모르겠네요.
인첨공에 있을때보다 일하는데에는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거기서는 음지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돈은 훨씬 많이 벌어도 위험하고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은지의 모습이 예전보다 더욱 마음에 든다. 은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이렇게 조용한 일상이 마음에 들어. "
어두운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 눈부셔서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니까 말이다. 조금 늦게 자자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은지를 보고 안될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괜찮다는 말에 나는 활짝 웃었다. 사실 늦게 잔다고 뭔가를 더 하는건 아니지만. 팔짱을 끼며 기대오는 은지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해준 나는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 이렇게 사니까 꼭 신혼부부 같다. 그치? "
사실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닼 철제 계단을 올라가서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오피스텔 같은 내부가 보인다. 방이 세개에 거실이 하나, 화장실이 두개인 구조다. 하나는 같이 자는 방, 하나는 은지가 개인적으로 쓰는 곳, 하나는 내 개인 공간인데 내가 쓰는 곳은 손님방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침대가 하나 더 있다.
부끄러워하는 은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본 나는 집에 들어가서 은지가 씻으러 들어가자 내 방으로 향했다. 인첨공에 있을때부터 가지고 있던 취미를 아직 버리지 못했기에 방 안에는 오실로스코프나 파워서플라이 같은 온갖 기기가 가득했다. 어질러진 것들을 대강 치우고 기기들을 정리하니 은지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 피곤해 ... "
은지가 더 피곤하겠지만 인첨공때부터 불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지금도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그것은 만성피로라는 증상으로 되돌아왔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어내며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서 샤워를 끝마친다.
" 배고파~ "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뭔가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라 헤실헤실한 표정으로 은지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는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은지를 안아주는게 가장 좋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니 좋은 냄새가 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씻는동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라 뒤에서 끌어안는다. 약간 덜 마른 머리에선 좋은 향기가 나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파묻고선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쉰다.
" 나는 적당히 넣어줘. "
치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다 먹기도 전에 굳어버려서 맛이 없어졌다. 뭐든 적당한게 좋지. 은지를 뒤에서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가 하면서 장난을 치다가 끌어안고 있던 손을 풀고서 식탁에 식기를 세팅한다.
" 마실건 뭐 마실래? "
원래부터 좋아했던 콜라가 한가득 들어있고 물과 주스도 같이 있었다. 콜라는 대부분 내 것이지만 자주 마시지는 못한다. 그래도 파스타니까 마시게 해주지 않을까 싶지만 은지가 마실 것도 골라야하니까 냉장고 안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은지가 마실 것을 고르면 내 것도 같이 골라 식탁에 올려놓고 파스타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 잘 먹겠습니다! "
그리고 파스타가 나오면 은지가 세팅해주는걸 기다렸다가 포크에 돌돌 말아서 한입 먹는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은지 요리 실력은 상당하다. 맛이 없던적이 없으니까.
"오빠도 참..." 고개를 파묻자 조금 움찔합니다. 그래도 괜찮으니까요. 달콤한 것 같으면서도 옅은 향입니다. 적당히라는 말에 적당히 넣습니다. 이정도면.. 괜찮겠다 싶을 때까지 넣고 은지의 몫의 치즈도 적당합니다. 오븐에 넣고 시간을 조절한 다음 사랑한다라던가의 말에 저도요. 라고 조금 수줍은 듯 말하는 것 같습니다.
"으음.. 오늘은 조금 느지막히니까. 탄산도 괜찮겠네요." 먹고 운동하고 잔다거나 하면 물을 선호하겠지만. 그렇다고 에이드를 만들자니 그건 품이 드니까요. 대신 은지는 제로콜라를 먹을 것 같네요. 그건... 정현에게도 암묵적인 허락이겠지요? 사실 그렇게까지 막 쪼지는 않겠지만..
여기서 더 맛있어지면 더 맛있어졌음을 표현할 수식어가 부족해지니까 안되는데. 그래도 누군가가 이렇게 맛있는 밥을 해준다는건 행복한 일이다. 예전에는 그냥 편의점에서 사다가 먹는 일이 많았으니까.
" 그땐 따로 살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
온갖 더러운 의뢰는 다 맡아서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시간대가 밤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녁 늦게 돌아다니는 일이 흔했기에 은지에게는 늦게 들어오는 사실이 그렇게까지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나보다. 사실 나도 은지가 밤늦게 들어온다고해도 위험할꺼란 생각은 안한다. 지금이야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인첨공에서 그녀의 이명을 생각하면야 ...
" 설거지는 내가 할께. "
은지가 밥을 다 먹자 그녀의 그릇과 식기를 챙겨서 싱크대에 넣어두고서 식탁을 정리한다. 컵도 치우고 식탁도 닦으면서 뒷마무리를 하고선 데리러 가냐는 물음에 잠깐 고민을 한다. 데리러 오면 좋겠지만 다음날도 카페를 열어야하는 은지니까 괜히 피곤하면 어쩌지 싶었다.
" 데리러 와주면 나야 좋지만 ... 피곤하지 않겠어? "
고무장갑을 손에 끼고 뜨거운 물을 받는다. 기름기가 있는 설거지니까 뜨거운 물로 해야지 기름기가 대부분 없어진다. 식기들을 뜨거운 물로 한번 헹구고 세제로 닦은 다음 뜨거운 물에 한번 더 헹구고 차가운 물로 마무리한다. 둘이서 먹은거라 설거지는 금방 끝났고 거실 소파에 가서 앉은 나는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은지는 밤에는 의뢰를 처리하고 낮에는 학교를 열심히 다녔으니 지금보다 잠을 더 못잤겠지. 난 학교 생활을 대충대충한 편이라서 지금 대학 생활을 하는게 처음엔 리듬도 안맞아서 힘들었다. 지금은 적응해서 괜찮아졌지만 ...
" 쉬는 날엔 또 집안일 같은거 해야하니까. "
그래도 내가 방학일땐 카페가 한가할때 내가 집에 올라와서 청소를 해놓고 분리수거도 해놓는 편이지만 학기중일땐 그게 힘들어서 휴일에 일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어쨌든 내가 방학이니까 괜찮으려나. 은지가 데리러 오면 집에 가는 길에도 짧게나마 데이트를 할 수 있으니까 좋긴 하다.
" 그럼 끝나갈때쯤 연락할께? "
날이 추워서 밖에 오래 있지는 못하겠지만 ... 손이라도 잡고 걸을 수 있는게 좋다. 생각해보면 나랑 은지가 사귀기 시작한 것도 눈 내리는 겨울이었으니까 ... 겨울은 좀 느낌이 다르다. 은지가 무릎에 누우면 웃으면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여전히 긴 머리는 관리가 잘 되어서 엉키는 곳 하나 없이 부드러웠다.
" 은지는 지금 행복해? "
예전과는 다른 낯선 삶이지만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녀가 나랑은 다르게 행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무리..하면 안되긴 하지만요." 그래도 은지.. 판타지로 따지면 마법사느낌이니까. 비교적 연약한느낌일지도. 잠든다는 말을 들으니 묘하게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일지도ㅡ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설거지 하는 동안이나 몇가지 할 일을 하는 동안 양치를 했으니까 지금 잠든다고 해서 꿀릴 건 없지만요. 장난스러운 볼 찌름에 은지도 휘적휘적 손을 들어 정현의 뺨을 톡 건드려보려 합니다. 으음.. 하는 소리를 내며 약간 뒤척이며 흐릿한 눈으로 정현을 올려다봅니다.
"그랬을까요?" 인기가 많은 건 생소하긴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네요.라고 해도.. 은지는 정현이를 좋아하니까요. 키득키득 웃습니다. 하지만 좀 많이 졸려서 그런지 옅습니다.
라곤 말해도 블랙옵스에서 0레벨부터 구르던게 지금까지 남아서 건강에 독이 되고 있긴하다. 잠에 잘 들지 못해서 중간중간에 깨는 것도 있고 악몽을 꾸는 것도 있고 ... 이유도 없이 긴장하는 일도 잦다. 천천히 나아지고 있다지만 아마 꽤 오랜기간 족쇄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은지가 걱정하지 않도록 그저 밝은 미소로 대답한 나는 꽉 안아달라는 말에 은지를 꼭 안고 침실로 향했다.
" 가실까요, 공주님? "
간지러운 말도 하면서 침실로 향한 나는 조심스럽게 은지를 침대에 눕히고선 방의 난방을 조절했다. 딱 붙어서 자긴 하지만 그래도 추우면 다음날 컨디션에 지장이 있으니까. 은지 옆에 누워서 목 아래쪽으로 손을 넣어서 꼭 안아주며 속삭였다.
" 잘자, 내일봐, 사랑해. "
그렇게 오늘 하루도 마무리가 된다. 인첨공에서의 삶과는 또 다르지만 단언할 수 있다. 지금이 더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어느날 은지가 세미나가 있다며 동남아쪽으로 가자는 말을 꺼냈다. 이번엔 차 종류에 대해서 보는거라길래 겨울이니까 따뜻한 나라에 가서 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응했다. 그리고 당일, 짐을 다 챙겨서 공항으로 온 우리는 탑승 수속을 모두 마치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 숙소도 잡았고 ... 운전은 내가 따로 기사님 고용해뒀어. "
숙소도 꽤나 비싼 곳으로 잡았기에 서비스는 괜찮을거라 생각하면서 핸드폰으로 마지막 체크를 모두 끝낸 나는 은지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네요.." 이렇게 놀러갈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은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인첨공 내에 있는 것보다는 견문이 넓어지고.. 언제든 갈 수는 있겠지요.
"안에만 있어도 될 정도라니. 궁금해지네요." 사진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쓸 때에는 좀 다를지도 모르니까.. 그런 것이지만. 그러다가 안 입을 거라던가. 기대된다거나.하는 말을 듣고는 얼굴을 살짝 붉힌 채로 고개를 돌립니다.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상상해서인지...
"화장품.." 사실 화장품이나 그런 건 적당히 쓸 정도만 사고. 들어올 때 사는 것도 괜찮기는 하지요. 둘러보다가 수영복 란이 보입니다. 수영복 생각이 났는지. 둘러봅니다. 아무래도 비키니가 많네요. 심플한 까만 비키니와 하얀 프릴이 달린 비키니를 들고 비교해봅니다. 뭐가 좋을지.. 보다는 뭐가 덜 부끄러울지. 생각해보는걸지도.
"그럴까요.." 조금 절약한다는 것도 좋지만. 이코노미같은 거에 아끼다가 그러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지는 따뜻하면이라는 말에 뭐에요. 라고 하지만 따뜻하고 술이 몸에 살짝 도니 정말 잠이 오는 듯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댑니다. 뺨에 입맞춤을 하자. 치.. 하는 삐죽거림이 있지만 가볍습니다.
"그렇죠.. 처음이에요." 그동안 세미나나 동호회 같은 건 혼자 다녔으니까. 이랗게 같이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조금 마셨다고 좀 발그레해진 느낌이네요. 아 이건 비행기 안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었으려나?
"뭔가 이는 닦고 싶은 느낌이고요.." 잠깐 다녀오는 은지입니다. 뭔가 찜찜한 것보단 낫다고 생각해서일까?
신혼여행! 은지는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부끄럽다기보다는... 신혼여행이랑 비슷하다는 걸 자각하니까.. 어쩐지 두근두근거리고 그래서 그런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술기운과 졸림을 이길 순 없었고. 눈이 감겨옵니다. 긴 비행시간이라도 안에서 즐길거리는 꽤 되겠지만. 앞으로도 많이 탈 수 있으니. 지금은 자두죠.
"으음..." 조금 뒤척이다가 깨어난 은지에게 선택지가 주어지자 고민하는 듯합니다. 양식이나 한식 둘 다 가리는 편은 아니어서 말이지요.
"한식...이요?" 도착하고 나면 한식보다는 현지식이나 양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니. 이번에는 한식을 주문하기로 합니다. 사실 조금 나눠먹는다. 는 시츄도 기대해본 모양이네요. 한식과 함께.. 탄산수를 주문합니다.
"가끔씩 비워진 곳을 보는 것도 괜찮아요." 꽉 채워진 곳이 익숙하다고 해도 간혹 그런 것에 전부 지칠 때가 있을 테니. 그런 생각을 하며 공항 안에서 처리해야 할 것들을 같이 처리하려 합니다. 편한 차로 골라진 것에 바라보네요. 은지.. 운전 가능하긴 하려나?
"오늘은 호텔 뷔페에서 먹고 내일은 나가볼래요?" 하루 정도는 푹 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그것도 있고. 물갈이 같은 것은 세미나 이후에 겪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있겠네요. 차 안의 에어컨으로 인해 낮아진 온도가 기분아 괜찮은지 등받이에 몸을 기댑니다.
비어있는 곳이라면 바다도 괜찮을테니 하루쯤은 크루즈를 타볼까, 하는 생각도 한다. 망망대해야 말로 그 무엇 하나 보리지 않는 진정으로 비어있는 곳이라 생각하니까 말이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은지를 보고선 답했다.
" 그러자. 오늘은 좀 쉬는게 좋을 것 같아. "
편하게 왔다곤 하지만 비행기에서 장시간 있는 것도 몸의 피로를 축적하니까 말이다. 운전대를 잡고 부드럽게 차를 출발 시켰다. 호텔은 공항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다.
" 방도 꽤 좋은 곳이니까 말이야. "
엄청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꽤 가격이 나가는 방을 구했으니 맘에 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호텔엔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발렛을 맡긴 나는 은지의 손을 잡고서 호텔로 들어갔다. 로비부터 고급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곳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방키를 받아서 올라갔다. 적당히 고층에 자리잡은 방은 둘이 머물기엔 꽤 넓었고 침대는 언제나 그렇듯이 둘이 같이 잘 수 있는 퀸 사이즈였다.
"알아보신다면 좋은 거지요?" 간 곳에서 이런저런 걸 알아보면 은근히 현지에서만 가능한 일도 있을 테니.. 은지도 알아보겠다고 속으로 다짐합니다. 오늘은 쉬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는 정현에게 같이 푹 쉬어요. 라고 말하고는 밖을 구경합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나. 거리의 풍경이라던가 말이지요.
"방을 좋은 곳으로 구하셨나요?" 그렇게 돈을 많이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좋은 곳이라니 뭔가 다행인 것 같으면서도 너무 무리한 건가 싶어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정작 방에 들어서자 감탄하듯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멋지네요.. 밤에 밖을 보면..." 정현 씨도 같이 있어요.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밉니다. 피로가 쌓이는 만큼 조금 씻고 침대에 눕거나. 의자에 앉아서 쉬는 것도 좋지 않으려나요?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을 쓰긴 했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 숙소에 머무려면 이 정도 돈으론 어림도 없다. 사실 호텔을 예약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넓은 곳이 필요한가 싶었는데 들어와서 감탄하는 은지를 보자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그러게. 꽤 높은 층이니까 야경도 멋있어. "
아직은 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일까 이 정도 층까지 오는 건물이 많이 없었고 이것은 상당히 탁트인경치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은지가 손을 내밀자 꼭 맞잡고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던 나는 먼저 씻겠다는 말과 함께 샤워실로 향했다.
" 저녁은 룸서비스로 시키자. 먹고싶은거 고르고 있어. "
룸서비스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들이 적힌 책자를 건네주고선 나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욕실도 상당히 넓어서 두명이서도 샤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나중에 같이 들어가자고 해볼까. 원래 샤워를 길게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금방 하고 나왔고 은지가 샤워를 하고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침대에 앉아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물가차이는 확실히 있지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은지는 그래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물가가 다르니까 차등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고층의 야경이 멋있겠다는 말에 같이 보면 괜찮겠다고 말하면서도 저 불빛을 밝히는 이들이 있겠네요? 라는 장난스러운 말을 합니다.
"룸서비스.." 시키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룸서비스를 둘러보면 이것저것 있습니다. 따뜻한 것도 있고.. 차가운 종류도 있고. 이것저것 골라보던 중에 샤워를 하고 나오자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빤히 바라보다가..
"샤워해야겠네요." 라고 들어갑니다. 룸서비스를 고민한 듯 메모지에 몇가지 적은 흔적이 보이네요. 그리고 두세개 정도로 좁힌 것도 보이네요. 양을 감안한 것 같습니다. 호텔 어메니티를 사용하는 건지. 물소리가 들리고. 콧노래가 희미하게 들립니다.
은지가 빤히 바라보자 장난스런 웃음으로 잘생겨서 쳐다보는거야? 같은 농담을 건넨 나는 샤워하러 들어가는 은지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메모지에 적혀있는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두 세가지로 선택지가 좁혀져 있기에 나는 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걸로 두개를 골라 룸서비스를 주문해 놓았다.
" 머리 말려줄까? "
은지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미리 드라이기를 손에 들고있다가 앞으로 잽싸게 다가가서 물었다. 예전에도 머리는 자주 말려주었으니까 이젠 긴머리를 말려주는 것도 익숙해졌다. 사실 거절하더라도 약간 고집을 부릴 생각이긴 했지만.
" 머리 말리는 동안 룸서비스 주문한게 올테니까 말이야. "
방글방글 웃음을 지으며 은지의 손을 잡아서 의자로 이끈다. 여기 앉아있으면 머리를 말려줄 생각이었으니까.
"진짜 잘생겨서 보는 거 맞아요"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빤히 쳐다봅니다. 놀리려는 의도가 없는 건 아니군요. 샤워를 하면 적당한 온도의 물과 어메니티의 향이 보여서 좋습니다. 그리고 마치고 가운을 입고 나오면 말려주겠다는 말을 하자
"제가 말릴 거에요." 라고 말하지만 잡혀서 이끄는 걸 거부하지는 않네요. 약간 말로만 그렇게 거절하지. 몸이 편한 건 알게 될 거야.. 투정부리듯 말하다가 룸서비스가 올라온다는 말에 시키셨어요? 라고 물어보며 앉혀집니다. 트리트먼트를 조금만 써도 찰랑찰랑할 게 분명하니.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일까요?
"같은 어메니티니까. 같은 향이 보이네요." 슬쩍 말합니다. 공간 안에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라는 듯
은지의 말에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 나는 그녀가 씻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가운을 입고 나오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의자에 앉힌 나는 드라이기로 천천히 머리 끝부터 말려주며 말했다.
" 말은 그렇게해도 내가 말려주는게 편하지? "
딱히 저항을 안하는걸 보면 은지도 분명 말려주는게 편한거겠지. 나도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닌데다 이러고 있으면 머리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안정감이 생기는 느낌이기도 했고.
" 이따 잘때는 더욱 진하게 날테니까 말이야. "
거의 딱 붙어서 잘테니 서로의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머리를 말려주면서 목에 입맞춤을 한다던가 어깨를 살짝 주물러준다던가 하고 있으니 어느새 머리가 다 말랐다. 드라이기까지 정리를 하니 타이밍 좋게 주문했던 룸서비스가 도착했고, 문을 열어주자 직원이 카트를 끌고 들어와서 음식을 세팅해주었다. 팁도 넉넉하게 챙겨주어 직원을 보낸 나는 테이블 앞에 앉아서 말했다.
말을 그렇게 하면 은지는 부끄러워 하겠지만. 호텔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에 진심인 걸 알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부끄러운 건 없이 말려짐을 받으면서 편하냐는 물음에
"편하지만... 너무 익숙해지면 곤란한걸요." 혼자서 하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된다는 듯 슬쩍 드라이기를 봅니다. 물론 집에서는 인첨공의 혜택으로 좀 첨단 기기를 들여놓아서 그렇게 어려울 건 없었겠지만.
"너무 진하면 곤란한데 말이지요." 다른 향으로 적당히 중화해야겠다는 말을 농담을 하듯 말합니다. 타이밍 좋게 루서비스가 도착하고. 먹어치울 준비 만만입니다. 저녁인 걸 고려한 듯 조금 가벼운 종류를 골랐던 은지입니다. 무겁지 않고 입 안이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종류가 있습니다. 식기를 든 은지는 하나를 들어올리고는 정현에게로 내밉니다.
은지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은지를 만나고서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설령 그것이 내 목숨을 원하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더이상 그럴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머리를 다 말리고 룸서비스가 도착해 저녁 식사를 먹기 시작하자 은지가 음식 하나를 골라서 내게 내밀었다.
" 먹여주는거야? "
앙, 하고 받아먹고선 웃어보인 나는 내 몫의 음식을 한조각 내밀었다. 받아먹은게 있으니 주는 것도 있어야지. 밥을 먹으며 내일은 뭐할까,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접시가 비었다. 은지가 식사를 끝마치면 다시 룸서비스를 불러서 말끔하게 치워달라고 연락하고선 양치를 하러 들어갔다. 양치를 하고 나선 밥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침대에 누워서 팔을 벌리고 은지를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먹여주려고 포크를 내미니 부끄럽게 받아먹는 모습이란 정말 내 심장을 뒤흔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양치까지 하고나니 어느새 룸서비스가 와서 식기들을 회수해간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서 팔을 벌리고 이리오라고 말하자 은지는 튕기는가 싶으면서도 다가와 살포시 안겼다.
" 비행기 타고 오느라 수고 많았어. "
나는 웃으면서 안겨있는 은지의 앞머리를 슬쩍 쓸어주면서 얘기했다. 그리고선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가 거부하지 않으면 조금 더 진한 키스를 나눌 것이었다.
"서로 좋아한다니 다행이네요." 가랗게 같이 좋아하는 걸 바라보면서 먹는 광경이란 언제 생각해도 좋은 일입니다.
"너무 자주 타게 된다면 나중엔 저도 예약 해봐야겠네요." 의외로 약간의 로망 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에는 그렇겠네요.." 아니면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꽤 자유로우니까요. 라고 말하며 야시장이라던가도 생각해보나요? 그렇게 은지와 정현은 잠들었습니다.
"으응..." 잠자리가 바뀌어서 조금 뒤척이다 잠들었는지. 은지는 알람이 울리기 직전까지도 잠에서 깰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꾸물거리는 듯 뒤척이다가 정현을 끌어안듯이 허우적대네요. 누군가를 끌어안는 꿈이라도 꾸는 걸까요? 알람이 울리면 멍한 듯 손을 휘적거리며 뻗으려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비즈니스석과 다르게 일등석은 가격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니 매번 타고 다니는건 무리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행 몇번 다니면서 가끔씩 타준다면 그것도 좋은 추억이 될거라고 생각이 든다.
" 일단 세미나부터 해결하고 생각하자. 그건 일이니까 말이야. "
엄연히 놀러온게 아니고 일하러 온거니까 말이다. 겸사겸사 관광도 하려는 것뿐이고. 그렇게 나는 은지를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엔 내가 먼저 일어났는데, 은지는 알람이 울릴때까지 깰 생각은 없어보였다.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나를 끌어안는 은지를 보면서 나도 같이 꼭 끌어안아준다.
" 일어날 시간이에요 아가씨~ "
알람이 울리고 손을 뻗는 은지를 보며 내가 대신 알람을 꺼주고선 귓가에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조금 빨리 맞춰두어서 약간 꼼지락거려도 괜찮겠지만 말이다.
"바깥 구경을 안 하면 온 의미가 적어지니까요." 적당히 가리고 적당히 밖도 보고 그래야하겠네요. 의외로 이런 낯선 곳의 도로를 달릴 때에도 은근히 다른 풍경이 낯설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도 하니.. 라고 생각하다가 같이 간다는 것에 슬쩍 팔짱을 낍니다.
"그러게요..." 조식 대용으로 커피만 들고 가는 학생들을 생각했던 은지였고. 대륙식 조식을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풍부합니다. 빵 종류에 밥(물론 찰기는 적은 편이겠지만) 종류나.. 베이컨이나 계란 같은 것에서부터 이쪽 지역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간 고기 종류도 보입니다.
"많이는 먹지는 않아도. 입맛따라 즐기기엔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적당히 시식을 하기 위해서는 좀 배부르게 먹는 것도 좋지만... 은지도 간단하게 골라오려고 일어납니다.
"오빠는 뭐 드실 건가요?" 전 저게 궁금하네요. 라고 가리킨 건... 향신료를 곁들여 구운 치킨을 곁들인 샐러드 종류입니다. 향이 색이 괜찮아 보였다일지도?
"그런가요?" 저는... 그냥저냥한 편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냥저냥한 이유 중 하나는 좀 복잡하면 혼선이 올 것 같은 느낌이어서였겠지요. 그래도 싫다. 까지는 안 내려가서 다행이었으려나?
"아침부터 기름진 편이네요." 장난스러운 말을 하지만 말릴 생각은 없나 봅니다. 그야 취향이니까요
"기념품을 줄 사람은... 많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동호회 사람들 정도요? 라고 말하면서 작은 봉지로 된 과자같은 느낌이나 다량으로 구매 가능한 키링같은 종류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말린 망고같은 거 잔뜩 사가면...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더라도 카페 한켠에 기념품 종류를 작게 장식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더운 편이니까 야시장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샐러드를 담고 가벼운 밥과 과일을 담아오려 합니다.
가끔 안 먹는 걸 왜 안 먹는지 물어보고. 다른 방식으로 조리를 시도해본 적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지라면 나물보다는 튀김 형식으로 조리해본다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슬쩍 봤지만 모르는 척 합니다. 은지 또한 나름의 기준으로 잘 안 먹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나마 정현은 규칙적이지만 은지는 완전 제멋대로니..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예쁜 것도 좋고. 맛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먹고 나서 다시 객실로 돌아와 적당히 찍어바릅니다. 선크림이라던가. 매트한 종류... 옷은 검은 계열이네요. 뭐 흘렸을 때 티가 안 나도록?
"차려입으면... 제 눈이 좋아하겠지만..." 그렇게까지 차려입을 필요는 없겠네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는 아 하는 표정으로
예전에 은지가 나에게 편식하는 음식들은 왜 먹지 않는지 물어본적이 있었다. 사실 편식의 가장 큰 이유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겠지만, 처음 먹었을때 맛이 없어서 기피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은지가 이것저것 다른 방식으로 요리를 해주었을때는 맛있게 먹은 것도 몇가지 있었다.
"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차려 입어야하잖아~ "
툴툴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입가엔 미소가 가득한채 나는 가져온 옷을 캐리어에서 꺼냈다. 더운 지방에서 입기엔 좀 답답해보이겠지만 세미나실은 냉방이 잘 될테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나갈 준비를 하는 은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말했다.
" 뭘 입어도 예쁘단 말이지. "
귓가에 작게 속삭인 나는 길게 내려온 머리를 손으로 한움큼 잡아보며 말했다.
" 반묶음으로 단정히 정리해줄까? "
은지랑 살면서 할 수 있게 된게 워낙 많았고 그 중에선 이런 것도 있었다. 대충 나갈 준비가 끝나면 차키를 챙겨서 주차장으로 향한다. 가는 동안 은지의 손은 꼭 잡고 놓지 않았고, 주차장에선 발렛에게 차키를 맡겨 차를 가져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글쎄요?" 고개를 돌리고는 모르는 척 합니다. 차려입은 걸 보는 것도 괜찮긴 하니까요. 나갈 준비를 하는 은지입니다. 정현이 끌어안자 꺅 하는 작은 소리를 내며 부끄러워합니다. 그야 뭘 입을지 고민하면서 조금 노출이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럴까요?
"뭐가 좋으려나요.." 정장 종류 하나와 조금 하늘하늘한 시스루가 들어간 원피스를 들고는 고민하는 은지입니다.
"단정히 정리해 주실 건가요?" 당연히 그렇게 해 주겠지만, 장난스럽게 물으면서도 등을 돌려 온전히 맡긴다는 듯한 느낌도 있을까요? 하늘하늘한 머리핀도 몇 개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은지는 옷도 적당히 차려입고(사실 예의를 아주 약간 차린 옷을 입으려 생각했었을지도 몰라요?) 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부끄럽다는듯이 꺅하고 소리지르는 은지를 확 끌어안고 침대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오늘은 일정이 있으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나갈 채비를 마쳤다. 머리를 묶어주고 가져온 머리핀도 적당한 위치에 꽂아서 단정한 느낌을 준다.
" 난 원피스가 좋을 것 같아. "
은지가 옷을 입으면 이런 하늘하늘한 종류를 입는 것을 좋아했다. 그냥 내 취향이 그쪽이기도하고 은지는 그런 옷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골라달라고 질문을 하면 항상 이런 옷을 골라준다. 은지도 나갈 준비를 끝마치면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발렛을 맡긴 차를 기다린다.
" 타시죠, 아가씨. "
뒷좌석 문을 열어주며 은지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넨다. 조수석에 타도 좋겠지만 뒷좌석에 타는게 세미나에서 볼 자료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데에도 도움을 줄테니까 말이다. 세미나가 끝나면 조수석에 태울 생각이니까 아쉬움은 조금만 참기로 했다. 은지가 차에 타면 운전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메고 차를 부드럽게 출발 시킨다.
" 오늘 세미나 끝나면 내가 미리 봐둔 곳으로 가서 점심 먹자. 엄청 맛있는 곳이래. "
외국인들도 많이 가는 곳인만큼 그 맛은 보장 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서 말은 많이 하지 않고서 세미나 장소로 차를 끌고 간다. 한국의 풍경과는 다른 낯선 풍경이지만 그것마저도 보기 좋다고 느껴진다. 세미나 장소는 호텔에서 차를 타고선 금방 갈 수 있는 곳이라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 도착했다. "
여기는 발렛이 없어서 주차를 직접 해놓고 차에서 내린다. 여기도 호텔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랄까. 은지가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손을 잡고선 세미나 장소로 향한다.
은지를 뒷좌석에 앉히고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시작한다. 차를 많이 몰아봤다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기에 절대적인 횟수도 상당히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런 낯선 곳에서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세미나 장소는 차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 나는 잘 모르니까 안내해줘. "
살짝 기대오는 은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 뒤에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비는 거의 다 끝난 것인지 분주한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은지가 향하는 곳으로 나도 발걸음을 옮기고, 도착한 장소에는 미리 와있는 사람들도 있는듯 했다.
" 통역사분도 곧 오실꺼야. "
외국에서 열리는 세미나인만큼 서로의 의사소통을 위해선 통역사가 필수였다. 그래서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해두어 통역사를 섭외해두었다.
"기대되네요..." 낯선 곳에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무리 강자 반열에 속해 있다곤 해도 그런 강화 계열 능력이 아닌 이상 눈에 안 띄게 시전하는 것도 애매하지 않을까요? 그것과는 별개로 타국에서 능력을 쓰는 건 애매할 뿐입니다.
"안내.. 괜찮네요." 여기는 이런 곳이라던가. 이 기기는 이럴 때 쓴다거나 하는 걸 간단히 봅니다. 세미나인 만큼 전시물을 구경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추출을 한다거나 카페 경영에 관한 이야기 또한 강연으로 있다면서 팜플렛을 쥐여주려 합니다. 이런 공간에서 돌아다니면서 사고 싶은 걸 산다거나.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통역...사요?" 잠깐 침묵하며 되묻기는 하지만 통역사 필요 없을 정도의 실력이긴 하지만 미리 연락을 해둬서 찾아뒀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통역이 엉망이면 스스로 할 수 있겠네. 정도? 장난스럽게 웃고는
"그럼 시작하나 보네요." 그럼 세미나가 벌어집니다. 강연을 듣는 동안 구경해도 좋다일까요? 은지는 강연을 듣고 나온다면 정현을 찾을지도.
아무래도 카페에 대한 것은 은지가 대부분 일을 하고 있고 나는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도와주는 것만 하고 있으니 팜플렛을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다. 그래도 전시물은 꽤나 볼만한 것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통역사라는 말에 조금 의아한듯한 은지를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물론 알아서 척척 잘하겠지만 아무래도 현지에서 좀 더 계셨던 분들이 잘할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 "
그리고 은지가 좀 더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있다. 그렇게 세미나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자 세미나가 시작한다. 나는 동행인 자격으로 왔기에 딱히 자리가 마련되어있지 않아서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세미나 끝났어? "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세미나가 끝났는지 은지가 날 찾으러 나와있었다. 얼마 안한 것 같은데 벌써 세미나가 끝나다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나보다. 웃으면서 은지에게 다가간 나는 다음 일정을 물어보며 말했다.
"전공적인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서 어려워도 하는 걸 좋아하니까 하는 것이라 생각하다가 현지에서. 라는 말을 듣고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본인이 해보고 싶던 건 있었기 때문에 통역을 하는 것과 별개로 주의깊게 듣기로 생각했을 거에요.
"전시물이나... 그런 건 볼만할 걸요." 카페 세미나에 딸린 전시다 보니. 카페에 쓰이는 생지를 구워서 판매하거나. 티베이스 같은 걸 탄 우유 같은 것도 시음을 할 수 있거나.. 하네요.
"금방 지나갔네요." 다가오는 정현의 손을 잡고는 다음 일정은 바리스타 경연대회참관이라던가.. 아니면 그걸 딱히 안 본다면 여기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살 수 있는 걸 산다거나 하는 정도일까요? 라고 말합니다. 사업설명회 같은 사업자용의 제품을 납품하는 그런 종류를 할 순 있겠지만. 유익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업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인문학적 이야기가 조금 더 끌리더라고요." 간단하게 요약합니다.
"경연대회..." 괜찮겠네요.라고 말하면서 주위에서 판매나 그런 종류도 흥미가 있는지 둘러봅니다.
바리스타 경연대회라면... 순서의 정확성이나. 같은 라떼아트를 얼마나 잘 그리고 빠르게 그리는지.. 주문한 것을 완벽하게 해내냐.. 같은 느낌일 것 같습니다. 너무 삭막하다는 말에는
"저도 인문학적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지만요." 옅게 미소지으며 은지는 그래도 들어보니 설득력 높은 말이더라고요. 라면서 유명한 사람도 있다는 말에 흥미로운 모양인지. 안내책자에서 그 대회 관련 부분을 봅니다. 참가자 명단은 없지만..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정도는 있겠지요. 정현이 가리키는 이들은 확실히.. 유명한 편입니다.
"구경하고 나서는... 음.. 시음 좀 하고는 점심을?" 일까요? 라고 물어보며 정현을 바라봅니다.
세미나라함은 보통 자신들의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니까, 주제에 걸맞는 얘기들만 빠르게 쏟아지는 곳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좋게좋게 흘러갔다는 뜻이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벌써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네. "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세미나가 생각보다 오래 진행되었나보다. 나는 은지의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선 은지에게 팔짱을 끼라며 팔을 살짝 들어주었다. 경연대회가 진행되는 한켠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커피를 시음할 수 있도록 작은 종이컵에 커피들이 놓여있었다.
" 사실 난 커피맛이 거기서 거기 같아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
카페 사장님 여자친구를 옆에 두고서 커피맛도 잘 모른다니, 멋쩍게 웃어버린 나는 놓여있는 여러 종류의 커피를 한모금씩 다 마셔보지만 쓴맛의 차이만 느껴질뿐 거기서 거기 같다. 오늘 세미나 일정은 이걸로 끝인가 싶어서 은지도 시음을 마치면, 다시 자동차로 돌아가서 봐두었던 식당으로 갈 예정이다.
" 점심 먹고 뭐할까? "
은지가 옆자리에 타면 안전벨트를 매면서 물어본다. 점심을 먹고도 시간은 꽤 많이 남으니 하고 싶던 것은 뭐든 해도 좋을테니까. 은지가 안전벨트를 맨 것을 확인하고 차를 부드럽게 출발 시킨다.
"음.. 편법이긴 하지만요" 같은 것을 골라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이것도 만능은 아니라 공부는 하기는 해야한다는 말을 어깨를 으쓱이며 하네요. 그거야... 모르는 종류가 있다. 는 걸 알아도 그 모르는 종류를 공부를 해야 알지요... 지금의 상황은 쓰인 원두의 종류들이 전시된 종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점심부터 좋네요" 시음을 하기는 했지만 전시장소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볍게 마시는 타입이어서 그런지 배는 고플 만합니다. 물론 간단한 푸드트럭 같은 것도 존재하는 장소였지만.. 예약을 취소하는 건 좀 다른 문제같으니까요.
"예약하는 게 힘들었겠어요.." 확실히 곁눈질로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보면 그렇다. 안전벨트를 풀고 은지도 정현과 같이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며 여기는 뭐가 가장 잘 나가려나..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구비된 메뉴판을 들어올리려 합니다.
편법이라는데 마시는 것만으로 편법이 생길 수가 있는건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많이 마시다보면 그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었다. 나보다 은지가 커피는 한참 더 마시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서 테이블을 안내 받아 들어가 앉은 나는 코스요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 여기는 코스로 먹는게 제일 좋다더라. 여기까지 왔는데 음식 한두개만 먹고 가는건 아쉽잖아. "
비싼 코스요리는 이 식당의 대부분의 메뉴를 포함하고 있기에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아서 여기를 예약한 것이었다. 그래서 은지에게도 코스 요리를 권하고 있었고. 은지가 좋다고 얘기하면 코스 요리를 시키고 간단한 음료들도 주문할 생각이었다.
" 예약하기 힘들었지.. 전화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 다행히 취소한 사람이 생겨서 얼른 예약해버렸다니까. "
그 말을 반증하기라도 하듯 모든 테이블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나는 돈을 더 주고 룸처럼 공간이 있는 곳을 예약했기에 좀 덜했지만 저기 있었으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을 것이 뻔하다.
" 역시 나는 집돌이라 이렇게 외부활동하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
테이블에 엎드리며 말한 나는 은지의 손을 잡아 내 머리에 올려두었다. 마치 쓰다듬어 달라는 것처럼.
아무리 편법이라도 배우긴 배워야 알아차릴 수 있는 거니까요. 일종의... 과정을 무시하고 답을 낸다에 가까울 겁니다. 원래라면 이런 향이랑 이런 신맛이랑 이런 바디감은 이러이러한 원두종류다! 같은 건데 이건 이거네요. 라고 과정을 싹 무시한?
"코스 요리가 좋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은지는 코스 요리를 시키는 것에 기대된다는 듯 메뉴판을 바라봅니다. 비싸다는 걸 봐도... 음. 그건 괜찮으려나? 일단 돈은 은지도 많았을 거고.. 간단한 음료류는 뭐가 좋을지 메뉴판을 빤히 바라봅니다. 이거가 좋으려나.. 라고 가리킨 것은 강하지는 않아도.. 알콜류네요. 다만 은지는 이게 알콜류인지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예약하기 힘들었다니.." 그럴 만하긴 했다는 듯 주위를 휘 돌아봅니다.
"외부 활동이 에너지 소모가 크긴 하죠" "집 안에서도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은 있긴 하지만서도..." 라는 말을 하다가 그게 뭐냐고 물으면 답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합니다. 근데 아예 안하면 음....이라는 표정을 짓다가 정현의 머리 위로 올라간 손을 올라가는 걸 묵인하다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려 합니다.
은지가 주문한 음료를 보자 약간의 알콜이 들어간 음료인것 같았다. 하지만 미성년자도 아니고 이젠 당당한 성인인데 이 정도 음료 정도는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 몫의 콜라와 함께 주문을 마친다. 나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해야하니까 술은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 그러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겠다는 말이야. "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말에 뭐가? 라고 물어보니 눈을 피해버린다. 대충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지만 되묻지는 않고 은지가 쓰다듬어주는 손을 즐기다가 음식이 나오자 몸을 일으켰다. 처음엔 가볍게 에피타이저로 시작하는듯 했는데, 그거에 맞춰서 간단한 마실 것도 같이 나왔다.
" 맛있게 먹자~ "
그리고선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명성에 걸맞게 음식은 아주 훌륭했고, 이어 나오는 것들도 하나 같이 맛이 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기에 입을 한번 닦아내고 말했다.
나온 음료를 보고는 음? 하는 표정을 짓지만 성인인데 뭐 어떤가요. 그래도 익숙한 타입은 아니라 표정이 오묘해집니다.
"일찍 들어가게요?" 그럼 야시장은 내일 가야겠네요. 라는 말을 합니다. 일찍 들어가서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장난을 치면서 푹 쉬면 아침이나 낮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 즈음에 야시장을 구경하는 거...를 상상한 모양일지도.
달그락 거리는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질문에 잠깐 고민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나온 음식들은 명성에 걸맞게 맛있었습니다. 전부 다 좋기는 어려운데 그걸 해내는 식당이라. 은지는 기억해둘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무슨 말을 더 할까.. 라고 생각하며 은지는 알콜이 들었지만 괜찮은 음료를 홀짝입니다.
"아이....인가요" 고민을 해봐야 하는 느낌이기는 합니다. 아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건 아니겠지만 실제로 낳는다. 란 것은 애매하니까요.
"아이를 낳는다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서요" 낳자! 라고 권유한다면 마음은 움직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약물이나 이런저런 커리큘럼이 있었는데... 괜찮을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있을 겁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인첨공의 인구를 생각하면 의외로 사고는 자주 일어날 것 같으니 괜찮...나? 일지도 모르지만...
" 야시장 ...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까. 세미나에서 난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러나 모르겠네. "
아침부터 한 일이라곤 운전과 은지를 따라다니면서 몇가지 한 것 밖에 없는데 나 자신도 왜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해외에 나와있어서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일수도. 그래도 은지가 이해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계속해서 나오는 코스 요리들을 먹어치운다. 역시 명성에 걸맞게 부족한 요리가 하나도 없네. 입맛에 안맞는 요리는 좀 있었지만 말이다.
" 확실히 우리는 일반인들이랑 다르니까. 조금 고민이 되기는 하지. "
사실 은지랑 사귀게 되고나서 꽤 시간이 지났을때부터 생각을 하고 있던 문제였고 우리가 인첨공을 빠져나와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부턴 좀 더 깊게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다. 나는 은지랑 결국 조촐하게던 어떻게던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 둘 사이의 아이에 대한 문제도 고민을 해봐야하니까 말이다.
" 결혼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으려나. "
그래도 너무 시기가 이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웃으며 얘기했다. 은지라면 내가 권유했을때 어느 정도 말은 들어주겠지만 아이를 낳는다는게 나보단 은지가 더 고생하는 일이니까 .. 억지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었다. 어느새 식사는 다 끝나고 디저트까지 말끔하게 비운 나는 은지를 향해 말했다.
" 어제 비행기 타고 오느라 쌓인 피로가 아직 덜 풀린 것 같기도 하네 ... 일단 호텔에 가서 쉬다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까? "
세미나 일정보다 여행 일정을 한참은 더 길게 잡아뒀으니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테니 말이다.
"한 게 없다기보다는..." 정확하게는 일단 활동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쓰는 거니까 피곤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음식을 부드럽게 갈라 입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일반인과 다르다는 말을 하는 정현을 보며 약간 눈을 내리까는 미소를 짓습니다. 약간은 어쩔 수 없다는 감정이었습니다.
"고민할...만한 이야기는 맞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생각이라는 말을 하는 정현을 보고는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서 다행이에요. 라고 덧붙입니다.
"아이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라. 만일 그런 이야기가 주제로 나온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까 하고 고민한 적도 있었거든요." 솔직하게 말합니다. 물론 그 생각이 오래전부터 든 것은 아니고 이렇게 인첨공 외부에서 지내며 동호회 같은 외부 커뮤니티적 활동을 하면서 경험하게 된 일들로 인해 가끔 생각하게 된 모양입니다. 긍정적인 변화지요. 은지는 자신에게 생긴 어느정도의 긍정적인 변화가 정현에게도 있게 될까 하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호텔에 가서 쉬다가 내일부터겠네요" 호텔에 풀이나 라운지 쪽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풀이나 라운지에서 쉬며 가볍게 홀짝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네요.
은지의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기에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예전에 인첨공에 있을때를 너무 생각하고 있던걸까. 우리는 분명 커리큘럼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 외부에서의 생활이 그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 것일까.
" 사실 이렇다 저렇다해도 나는 은지랑 평생을 같이 살아갈거니까. 그래서 아이에 관한 문제도 얘기하고 싶었거든. 근데 은지도 고민한적이 있다니까 다행이야. "
낳는다면 한명 내지 두명만 낳고 싶기는 하지만, 그건 은지와 얘기를 해서 조율할 문제니까. 일단은 은지도 마냥 부정적이진 않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신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 다 먹었으면 갈까? "
은지가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물어본 나는 일단 계산부터 끝내고 다시 돌아와 은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식당 밖으로 나섰다. 아직 해가 쨍쨍해서 엄청 더웠지만 자동차를 괜찮은걸로 빌렸기에 미리 에어컨을 틀어둘 수 있어서 차 안은 상당히 시원했다.
" 호텔로 가겠습니다~ "
운전기사 마냥 얘기한 나는 부드럽게 운전을 시작했고 올때보다 좀 더 빨리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간지 얼마 안된것 같았는데 벌써 세시를 지나고 있는 시간이라 나는 침대에 발라당하고 드러누우며 팔을 뻗었다.
"그렇죠.."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런저런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하거나 듣게 되는 것으로 인해서였을까? 평생을 같이한다는 말에 평생이 언제일지는 모르는 일이라도, 자신도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합니다. 어째서일까요. 사춘기의 한때가 아닌 마음이 잘 맞고 같이하기에 부족함이 없이...라면 그걸로 된 것이겠지요.
"그럼요." 다 먹은 뒤에 은지는 일어나려 합니다. 약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가서 그런지 옅은 홍조가 올라오네요. 비틀거리거나 제어가 안되거나 그런 종류는 아니지만 정현이 돌아오면 팔짱을 끼려 할지도요? 옷이 두껍지 않아서 선이 닿을지도 모릅니다. 차에 타고 돌아온 호텔에서 은지는 다시 나가긴 애매할 것 같아서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지우고 간단한 세안을 하고 나왔을 때...
"뭐에요..." 발라당하고 누워서 팔을 뻗는 것에 키득키득 웃으며 그 안에 쏙 안기려 합니다. 한낮부터 침대에 뒹굴다니. 나태함에 경각심을 가지기에는 여기는 호캉스인걸요. 은지는 정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려 시도해 보나요? 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거겠지만...
계산을 하고 돌아오자 팔짱을 껴오는 은지를 몸쪽으로 살짝 당겨서 밀착한채 차로 향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은지가 워낙 예쁘니 그럴 수 밖에 없지~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차에 은지를 먼저 태우고 운전석에 타선 호텔로 향했다. 아직까진 낮이었지만 다시 나가긴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일정을 마무리하기에도 나쁘진 않은 시간 같았다.
" 내가 너무 좋아해서 그래. "
은지가 짧게 볼에 입맞춤을 해주자 나는 은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대로 더 뒹굴고 싶었지만 일단 나갔다왔으니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갈아입을 옷을 들고가 간단하게 물로 먼지만 씻어낸 뒤에 나와서는 침대에 다시 걸터앉았다. 머리가 아직 젖어있어서 누우면 베개가 다 젖을테니 말이다.
" 조금 피곤하다, 그치? "
작게 하품을 하고서 나는 은지에게 말했고, 어차피 젖은건 머리 끝부분이니 괜찮겠지ㅡ,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대로 침대에 뻗어버렸다. 옆에 있던 은지를 갑자기 껴안으려하며 나는 짙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시선이 보이지만 집중되는 건 좀 부끄러운지. 아니면 보기 싫어서인지 살짝 몸을 숨기듯 밀착하려 합니다. 저녁에 또 나간다면 나갈 수 있는 시간이긴 했지만, 은지는 그다지 나가고 싶진 읺아보였습니다. 일단 일정 자체는 다 끝났으니 편하게 쉬는 게 좋지 않나요? 운전석의 정현을 잠깐 보다가 창 밖의 풍경이 조금 달라진 모습을 찾아보며 호텔로 향합니다.
"저도...좋아해요" 하고 싶은 말을 고르는 만큼. 생략되었기는 하지만 표정만으로도 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겁니다. 쑥쓰러운건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건지. 그건 알 수 없지만.. 피곤하다는 말에 은지는 누워서 정현을 올려다보며..
"피곤할 만도 하죠?" 기본적으로 약간의 시차도 있고, 일정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서 침대에 뻗자 약간 젖어드는 걸 보고 눈을 깜박이지만 뭐.. 그 젖음을 감당하는 건 정현 오빠니까요? 껴안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꽉 끌어안기는 건... 좋잖아요.
"키스 이상은 안하실 건가요?" 장난스럽게 묻고는 해주실 거면 해주셔도 괜찮지만요? 라며 부러 새침한 척 고개를 살짝 돌립니다. 해준다면 은지도 좋아하겠지만 살짝 놀리고 싶은 것도 있던 걸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평소보다 적은 일정인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지 이유를 찾고 있었는데 은지의 말에 시차 적응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해외 여행이라 시차 적응이라는 것을 말로만 들어봤지 경험해보는 것은 처음인데 상당히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었다. 좀 더 움직였다면 아마 내일은 피곤에 찌들어있지 않았을까.
" 으음, 글쎄에~? "
은지의 장난스러운 말에 나도 장난스럽게 대답하면서 서서히 입술을 겹쳐갔다. 자주 하는 것인데도 할때마다 설레는 이 행위는 평소처럼 가볍게 시작했다가 점점 진해진다. 동시에 손이 은지의 옷 속을 조금씩 파고들었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때는 서로의 옷이 전부 흩어져있고 침대에서 이불을 나란히 덮은채 마주보고 누워있지 않았을까.
" 나는 은지를 만난게 인첨공에서 그렇게 고생을 해서 얻은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 "
그 고생은 인첨공 바깥의 사람에겐 말해도 절대 믿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커리큘럼도, 블랙옵스의 활동도. 그런 와중에도 은지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약간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준 나는 작게 웃었다.
"약간.. 그런 면이 있지요?" 시차가 없다시피 한 국가에서 사는 만큼 익숙하지는 않다. 나중에 시차적응할 때에 유용한 팁(13시간 공복? 그런 느낌)을 안다면 해볼 수도 있지만.
"짖궂어요?" 손을 거부하지 않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만 바라보는 시간이 끝났을 때에 마주보고 누운 은지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을 겁니다. 이대로 푹 쉬어도 좋지 않을까? 같은 생각은 아주 살짝 들었지만.. 정현이 말하는 고생을 압니다.
"고생하기는 했지요." 인첨공도 블랙 옵스도 인첨공 밖의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을 머나먼 것이다. 아무리 동호회에서 깊게 사귄다고 해도 말할 성질은 아니지. 그런 면에서 은지는 정현이 없다면 의미를 잃어버리고 어딘가 깊숙히 숨겨둔 것을 들여다보고 매몰되어 영영 가라앉을 것이 분명하니까. 입맞춤 뒤의 필요에 대한 말에 은지는 속삭였다.
"절 아직 여기에 남아있도록 하니까요." 천사나 악마같은 것에 비유하기엔 은지는 그런 비유는 조금 부끄러워할 것이니까요?
한참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후, 우리 둘을 감싸던 열기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는 이때에 나는 은지의 얼굴을 마주보고선 웃어주었다. 고생이라는 말에 그녀도 맞장구를 쳐주고 고생 끝엔 낙이 온다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님을 나와 은지가 증명하고 있다. 은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나는 빙긋 웃어주며 목을 꼭 끌어안아주었다.
" 나도 은지가 있어서 남아있을수 있는 것이겠지. "
인첨공과 바깥은 현저하게 다른 것이었고 그의 삶도 파란만장 했기에 적응하는데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항상 긴장의 연속이던 삶을 그렇게 쉽사리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때마다 은지가 없었다면 결국 인첨공으로 다시 돌아가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아니, 애초에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을수도 있다.
" 항상 생각하는거지만 아름답다니까. "
손가락 끝으로 몸 선을 훑으며 얘기한 나는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선 팔에 그녀가 고개를 뉘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른바 팔베개라는 자세인데 오래하고 있으면 팔이 저리긴 했지만 그 정도 저림이야 은지를 위해선 참을 수 있었다.
" 은지는 결혼식이 하고 싶어? "
거의 부부처럼 살고 있지만 은지에게도 결혼식이라는 로망이 있지 않을까, 하고 얼마 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것이었다.
열기가 온기로 천천히 식어갑니다. 서로가 서로로 인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라도 생각할까요? 은지는 만일 정현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인첨공을 벗어날 생각을 할 리가 없었겠지요. 그 안에서 계속... 아니. 그런 생각은 만약으로만 묻어두도록 해요.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긴 해요" 아름다운 선을 타고 미끄러지는 손가락의 감촉을 얇은 이불 위로 느끼다가 팔베개를 해주려 하자 냉큼 머리를 뉘입니다. 사실 팔베개가 그렇게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까이서 안겨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겁니다.
"결혼식..." "결혼식 보다는 결혼식에서 보통 입는 그런 종류를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그러니까.. 한껏 꾸몄다. 같은 종류는 간혹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라는 거겠네요. 베일을 걷어준다거나. 웨딩 드레스라던가.. 그런 종류는 로망인 만큼..?
팔을 내어주자 냉큼 머리를 뉘이는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이럴때보면 영락없는 고양이인데, 고양이 중에서도 개냥이라고 불리우는 종류가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나한테만 이러니까 나는 정말 좋았지만 말이다.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렀다가 쓸어내리면서 나는 말했다.
" 너무 아름다워서 상상만으로도 눈이 부신걸. "
일부러 눈을 찡그리며 얘기했다가 장난스런 미소로 금세 표정을 바꾼 나는 은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어떤 종류의 드레스를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다 서로가 부른 많지 않은 하객들 사이에서 축하 받는 모습이란 ... 상상만 해도 행복감에 젖어든다. 아직 사회에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은지는 어때? 결혼식에서 나랑 같이 서있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가벼운 미소와 함께 물었다. 그리고선 더욱 꼭 안아주면서 몸을 밀착시킨다.
"자주 하면 팔에 근육이 생기겠어요?" 압착 웨이트? 라는 농담을 생각해보지만 밖으로 내뱉지는 않습니다. 도도한 고양이.. 남에게는 안 그러지만 나한테만 그러면 정말 좋은 게 아닐까요? 아름다워서 눈이 부시겠다는 말을 하는 정현에게
"그..그렇게까지 안 띄워주셔도..." 조금 부끄러워져서 그런 걸까요? 시선을 살짝 피하는 게 그런 모양입니다.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는 않았지만, 결혼식은 불가능한 건 아니죠.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못 하면 문제지만?
"음.. 꿈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정말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그제서야 긴장하고 떨려서 머리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릴 것 같아요.." 인생에서 웬만하면 한번만 하는 게 좋은 걸 그렇게 새하얀 상태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자꾸만 새하얘진다는 연산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끌어안기는 온기는 좋습니다. 조금 더 푹 쉬는 것도 좋겠지요?
//이쯤에서 한번 끊고, 며칠 있다가 휴양지 같은 데에서나 귀국해서...쪽으로 일상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그런가요... 그건 그래요." 아깝긴 할 것이니까요? 라고 생각하는 은지는.. 꼭 끌어안음에 자신도 끌어안았고.. 밤은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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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일정도 끝. 이젠 휴양입니다..
"간만이긴 하죠?" 인첨공에서 편하게 수영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고, 밖으로 나온 동안에도 수영을 즐긴다.. 쪽은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수영복이라고 있는 게 없었으니 새로 샀다에 더 가까웠을지도? 수영복 디자인은...
"이거.. 괜찮을까요.." 아마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짙은 단색 비키니가 아닐까? 숄 같이 비치타월을 팔에 걸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는...은 나간 다음 탈의실에서 갈아입을 것이니까... 가방 안에 수영복과 타월 등을 챙긴 지금은 가벼운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가방을 메고는 정헌을 기다릴까요? 가방 안에는 선크림같은 종류도 있을 거고.. 여러 물품이 좀 있겠네요.
서로가 수영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이런 곳에 오는 기회도 흔치 않으니 지금 같은 때에 눈에 담아둬야했다. 차에서 내려서 기다리고 있는 은지의 손을 잡고선 해변의 탈의실로 향했다. 휴양지 치고는 가격이 꽤나 나가는 편이라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즐기기엔 좋아보였다.
" 갈아입고 올께? "
탈의실 입구에서 각각 남자와 여자 탈의실로 갈라지는 구조라 나는 은지에게 손을 흔들며 말하고선 남자 탈의실로 들어섰다. 래쉬가드 수영복 상의를 입고선 무릎까지 오는 래쉬가드 하의를 입은 뒤에 위에는 아주 얇은 재질의 셔츠를 걸쳤다. 아쿠아 슈즈까지 챙긴 뒤에 나는 탈의실에서 나와 은지를 기다렸고, 이내 나온 은지를 보고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 엄청 예쁜데? "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허리에 팔을 슥 감으려하며 나는 말했다. 원래 몸매도 좋은 편이라 그런지 수영복을 입은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예전보다 더 밝아진 것 같은 은지는 이제 자신이 예쁘다는 말도 스스럼 ... 없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부끄러운지 새빨개진 얼굴에 나는 작게 웃음을 지어버렸다. 은지가 상의를 입는 것을 뒤에서 도와주고 옆으로 가서 팔짱을 끼라는듯이 손을 팔로 올려준 나는 은지의 말에 작게 당황해버렸다.
" 아 ... 선크림 ... 알았어. "
평소에도 맨살이라면 자주 보는데 이런건 또 부끄럽단 말이지. 나는 그래도 스프레이보단 직접 발라주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골라들고선 우리가 빌린 파라솔 자리로 향했다. 꽤나 가격이 비싼 해수욕장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인지 주변 파라솔엔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돗자리를 피고선 푹신하게 쿨매트까지 깔아주며 말했다.
" 여기에 엎드리면 발라줄께. "
겸사겸사 마사지까지 해줄 생각으로 나는 은지의 어깨를 살짝 잡아당겨서 눕히려했다. 나도 수영복은 이렇게 입고 있지만 이따 물에 들어갈땐 상의를 벗을 생각이라 썬크림을 발라야했기에 은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렇네요.." 웅얼거리며 등을 보이며 눕기는 했지만 가슴을 받치는 자세인 만큼 완전히 누웠다기보다는 살짝 기울어진 것에 가깝습니다.
"피부가 하야니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나쁜 건 아니겠지만요. 피부가 하얘도 웜톤이냐 쿨톤이냐는 다르다곤 하지만, 정하진 않았으니. 졸리면 자도 좋다는 말을 하는 정현에게 글쎄요... 라고 하지만 조금 졸려오는 것은 맞는지 묘하게 조용해집니다. 그래도 마사지를 할 때마다 살짝 배긴 부분에 닿으면 으음.. 거리는 약한 소리가 나네요. 나른해지고 노곤해지는 것도 지나가고 나면 이번엔 반대로입니다.
"마사지는 잘 못하긴 하지만요?" 농담이지만, 전기 마사지는 조금 가능하긴 하지만... 이라는 중얼거림을 하지만 으음하는 소리를 내며 약간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팔다리를 쭉 뻗었다가 돌려앉은 정현의 등에 선크림을 짜서 살짝 발라주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일을 바르는 것처럼 체온에 의해 부드럽게 발라지는 썬크림을 꼼꼼히 발라주는 게 느껴질까요?
"으음.. 거칠거칠해지지 않게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부드럽다는 칭찬이 좋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은지는 느긋하게 받아들이고는 조심스럽게 썬크림을 바릅니다. 다 바르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린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꼼꼼하고 적절하게 바른 것 같아서 뿌듯한가봅니다.
"그렇죠?" 손을 잡아당겨 일으켜지면 수영복 특성상 조금 흔들린 뒤 정현의 팔짱을 끼곤 바닷가로 향합니다.
"바닷가가 한적하네요. 그럴 만한 곳이라고 듣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즐겁게 놀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겠다고 말하며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 맨발로 살짝 걸어가보려 합니다. 파도가 발등을 쓸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자 정현을 바라보면서 얼른 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그래도 이런 곳에도 장사는 있네요." 하긴 아예 장사가 없으면 다 준비해야 하는 만큼 귀찮긴 할 거니까. 아마 허가받은 쪽일지도?
"사유지면 비쌀 텐데요." 은지도 비싸고 그런 경제적인 건 잘 압니다. 계산이라던가 그런 거는 은지가 더 빠를 걸요? 물론 사람이 많아서 치이거나. 시선이 집중되는 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죠? 별미는 별미에요." "나중에 배고파지면 가보는 걸로요." 라고 말하는 은지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는 것에 이끌려 들어갑니다. 뭐... 정말로 위험할 일은 별로 없지요? 뭘로 응용할지는 잘 몰라도 이런 바닷물이 잔뜩인 곳이라면 작은 감전은 굉장히 잘 될 거고..
"시원하네요..." 배에서 가슴팍 언저리면 은지는 살짝 뜬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레오가 하늘거리며 수면에 비칠락 말락하네요. 장난스럽게 발을 움직여 약한 유영을 합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갑자기 그러면 조금 놀란다고요?" 장난스러운 행동에 짖궂음이 생각나는지. 은지는 지글지글거리는 듯한 시선을 슬쩍 외면합니다.
"랍스터.." 고개를 끄덕인 은지는 주문을 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얹고 턱을 괴니. 테이블 위에 가슴을 얹어놓은 것 같은 자세가 되네요.
"먹고 들어가서 잔다... 괜찮겠네요." 호텔 내부에도 수영장이 있으니까 그쪽에서 좀 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은지입니다. 바닷가의 짠물이 머리카락에대 좀 묻으니 샤워는 해야하니 바로 잠들진 않겠지만. 손이 잡히고 머리 위로 올라가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쓰담해보려 합니다. 천천히 매만지듯이..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만큼 지금은 그렇게 게으르게 보내도 될텐데 어릴적부터 들인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다. 은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상체를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은 생각보다 더 빨리 나와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과 음료가 올라가있는 쟁반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 진짜 크다! "
생전 처음 본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커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그래도 더욱 싱싱해보이는 것은 절대 기분 탓은 아닐거라 나는 하얗게 드러나있는 속살을 썰어서 은지에게 건네며 말했다.
" 아~ "
일부러 먹여주려고 작게 썬 것도 있었기에 나는 웃으면서 은지의 입 앞에 포크를 가져갔다. 안먹으면 내가 먹을 생각 잔뜩이었지만.
"휴가지에서도 일을 하는 건 조금 아닌걸요." 게을러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다른 법이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약간 짖궂은 미소를 짓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지런한 편이기는 했지만. 지금도 어쩐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은지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우와..." 랍스터 종류는 오히려 적당한 크기가 더 맛있다고는 하지만, 이 랍스터는 크기도 그렇고 살도 통통한 걸 보니. 다 거짓말같습니다. 아니면 같은 가격에 더 많다! 종류일지도? 정현이 건네주는 랍스터에 자신에게 주려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반사적으로 얌 받아먹고는 앗. 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은지가 랍스터를 썰어서 내장을 묻혀서 정현에게 내미려 합니다.
"쉬는 날은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게 쉬는 건 드물 테니까요" 물론 인별같은 느낌의 카페는 더 오래 쉬거나 할 수도 있지만, 운영하는 카페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 평상시도 추억거리이지만. 이런 특별한 것들은 좋지 않을까요?
"집에 돌아가서 정리하고 나면 정신없이 잘 것 같아요." 다음날 바로 여는 게 아니라 하루는 쉬니까 다행인가? 라고 생각하다가 능력으로 가고 싶다는 말에
"그치만 오빠 능력은 오빠는 남아있잖아요." "택시 잡아서 가요." 능력쓰기 귀찮다고 대중교통을 탔다가는 집에 도착하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을 게 뻔한 일이기에. 은지는 정현의 택시를 타자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물론 무거운 짐이 많았다면 더 귀찮았겠지만.. 짐은 능력으로 보내는 게 가능하니까요.
드라이기를 가져가려는 손길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대답한 나는 머리를 말려주면서 올려다보는 은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다. 머리를 말리면서 느껴지는 촉감을 얘기하자 은지도 잘 모르겠다는듯한 대답이 들려온다. 물론 기본적인 것들을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엄청 좋다고 느껴졌다.
" 그랬다면 못만났을테니까 나도 싫네~ "
은지를 만나서 나는 솔직히 구원 받았다고해도 모자랄 정도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수전노 같은 인생을 계속해서 살면서 인첨공의 밑바닥에서 계속된 삶을 살아갔겠지. 그렇기에 은지를 만나지 않은 삶은 상상조차 하기도 싫었다. 은지의 머리는 길어서 말리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지만 나는 열심히 머리를 말려주었고 이내 뽀송뽀송하게 마른 머리를 만져주면서 말했다.
" 이거 매일 말리는 것도 진짜 힘들겠다. "
단발로 잘라보는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은지의 머리가 긴게 더 좋아서 쉽사리 말은 못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은지 본인이 불편하면 자를것이라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그때 자르는 것에 대해선 딱히 말을 할 생각도 없으니 말이다.
장난이라는걸 알고 있어서 나도 장난을 쳐봤는데 생각외로 잘 먹혀서 당황해버렸다. 나는 금방 표정을 풀고 은지가 벌린 팔 안으로 쏙 들어가 안긴다. 그래도 내가 키가 커서 금방 내가 안아주는 형태가 되어버리지만. 나도 은지에겐 역시 못이기겠다.
" 내일 바로 일하러 가면 피곤할 것 같은데 내일까지만 쉴까? "
여행 다녀와서 정리도 해야하고 카페도 그 동안 아무도 관리를 안해줬을테니 닦아주기도 하고 해야하니까 말이다. 말만 쉬는거지 일을 해야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녁쯤엔 시간이 나서 편하게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은지를 안아준채로 귓가에 작게 얘기한 나는 그대로 볼에 입맞춤을 해본다.
인X타그램에 올리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맛은 그다지 없어도 보기에 예쁘면 그만인듯한 사람들. 물론 은지가 만든건 맛있는 것들이라 한입 마셔보고선 테이크아웃 해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벚꽃의 색을 띈 음료 다음엔 상당히 색이 진한 음료였다.
" 버찌청을 넣은거라고? "
버찌가 체리랑 같은거였나. 그래도 색이 상당히 진했다. 안에 식용펄까지 들어가 있어서 바쁠땐 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문제는 없을듯 했다. 그리고 아까보단 훨씬 내 입맛에 맞기도 했고. 조금 더 먹고싶은 것을 겨우 참고서 두어모금만 맛보고 잔을 내려놓은 나는 은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좀 달면 더 맛있겠다. 다 끝나면 이거 나 마셔도 돼? "
새로 만들기엔 거의 새것처럼 양이 남아있으니 남은거라도 먹고싶었다. 아, 혹시 뒤에서 더 맛있는게 나올지도 모르니까 좀 보류하는게 좋으려나. 나는 은지가 다음 음료수를 만들어주는 것을 기다렸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레시피를 적은 노트에 크림이 위에 올라간 것이 더 보기 좋음.이라고 다시 적으려 합니다. 그 뒤에 나오는 건 조금 과정이 많은 모양인지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입니다.
"짠." 그리고 나온 것은 파르페 같은 느낌입니다. 분홍색의 바탕색 안에 여러 과자같은거나 아이스크림을 넣은 것으로. 다른 음료에 비해서 꽤 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네요. 사실 실제로 메뉴로 내기는 일주일 한정정도가 아니면 부담인 메뉴이긴 하지만 한번 먹여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야심작이랍니다~"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인 은지는 정현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는 슬쩍 기억해두네요.
"그건 그래요... 시간도 품도 엄청 들더라고요." 라는 말을 하면서 해도 정말 딱 10개만 만들고 마는 거여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다만.... 3개를 정한다고 하면 오히려 진짜 10개만 만들 거니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은지가 이번에 만들어서 가져온 것은 커피를 넣은 벚꽃라떼입니다. 아까의 벚꽃우유와 다른 점은 이건 커피라는 점이죠.
"마지막이네요." 라떼 위에 우유거품을 올린 뒤 스텐실로 분홍빛 가루를 뿌려 벚꽃을 만들어내는 타입입니다. 일종의 그림인 거죠.
솔직히 진짜 맛있어서 다음에도 또 먹고싶단 생각이 드는 음료였다. 그래도 은지는 바쁘니까 자주 해달라곤 못하겠고 생일때나 가끔 해달라고 하면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에 판다면 10개만 판다는 생각에 한정이면 입소문도 더 탈 것 같고 판매에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도 쳐주었다.
" 이건 커피네. "
평소 콜라를 자주 마시는 사람으로써 카페인엔 이골이 나있긴 하지만 왜인지 커피만 마시면 잠을 잘 못자곤 했다. 인첨공에 있을때 커피를 마시고 잘못될 뻔한 적이 있던 트라우마일지도 몰랐다. 은지에겐 말을 안해줘서 모르는 일이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살짝 마셔보았다. 맛은 일반적인 커피였는데 거품 위의 벚꽃 그림이 포인트인것 같았다.
" 이건 그림만 다르게해서 계절메뉴로 팔아도 될 것 같은데? "
각 계절마다 뭘 그릴지는 좀 고민해봐야겠지만 ...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송이 이렇게. 근데 이거 그리는 것도 꽤나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서 만약에 그렇게 판다고하면 내가 저렇게 그리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 나는 에이드랑 이게 제일 괜찮은 것 같아. 맛은 다 맛있었는데 만드는 시간도 생각해야하니까. "
"네. 커피에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산미가 많은 커피를 원하냐. 고소함이 강한 커피를 원하냐 같은 것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이런 종류는 하나로 정하는게 좀 더 좋긴 하죠.
"그림만 다르게 해서 판다라..." 나쁘지 않네요? 라는 말을 합니다. 특별 그림라떼같은 느낌으로 상시로 돌려도 좋을 법한 메뉴라고 한다면 에이드와 커피가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라.. 그러면 상시로 편입한다고 하면 에이드와 티와 파르페 같이 3개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참고로 저런 그림 그리는 거는 의외로 스텐실을 이용해서 빠르게 하는게 가능할지도?
"계절성 메뉴는 보통 3개가 세트같은 느낌이니까요" 커피를 상시로 넣으면 그래도 두개는 해야하니까.. 에이드와 티..? 라고 생각하다가 파르페를 흘깃 보면서 저걸 한다면..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
"...하루에 딱 10개분만 하는 걸로 해야겠네요." 물론 신메뉴의 수량을 너무 보수적으로 잡는 건 그렇지만. 파르페는 10개만 해야해요.
"좋은 의견이었는걸요." 그냥 카푸치노계열도 하는데 원가계산해서 조금 더 올리는 걸 우려먹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에요.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합니다 하긴. 티를 아이스로 하면 얼음에 펄이 엉겨붙어서 좀 지저분해보일 거란 생각을 하면서 에이드와 파르페와 커피... 딱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딱 한정이라면 의외로 괜찮죠." 한정을 넘어서 몇십몇백개 그런거라면 힘들어지겠지만.. 슬쩍 능력을 써서 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하지만 그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설거지는 해주실 건가요?" "하지만 그전에 파르페부터 다 드시고 하셔요." 파르페를 먹고 싶다는 듯한 눈빛을 이해할 수 있기에 은지는 파르페가 담겨있는 잔을 슬쩍 밀어서 정현에게 내미려 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속삭이듯 말하고는 간단하게 정리를 하려 합니다. 꺼내놓은 재료나 손질한 잔해물을 치우고..
정말 각 잡고하면 전부 A+ 도 받을 수 있을 정도지만 주목 받는 것을 원하진 않기 때문에 적당히 상위권의 성적만 유지하고 있었다. 인첨공 출신인만큼 두뇌 회전이나 지능 부분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니까. 은지가 무릎에 앉자 나는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
"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신가요 아가씨? "
장난스럽게 귓가에 속삭이며 웃어보인 나는 잠깐 은지를 꼬옥 안고 있다가 다시금 팔을 풀어주었다. 이렇게 노는건 전부 정리하고난 이후에도 가능하니까. 만들때 썼던 것들과 컵들을 전부 싱크대에 넣은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은지는 정리하며 만드는 편이라 뒷정리는 대부분 되어있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 아 맞다. 다음주에 개강총회라는데 다녀와도 돼? "
정확히는 다음주 목요일에 한다고 했다. 금요일엔 공강인 애들이 많아서 일부러 목요일에 한다던가. 가게 되면 술도 마시게 될테고 평소보다 좀 늦게 들어올테니 미리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안된다고하면 안가는거고. 학교보단 은지가 훨씬 중요하니까.
" 학교 앞에서 하는거니까 열시쯤에 맞춰서 온다치면 ... 그땐 1차는 마무리 될 쯤 아닐까? "
1차가 끝나면 2차가 기다리고 거기엔 같이 가자는 수많은 유혹이 따라붙는다. 그때 은지가 옆에 있다면 친구들도 절대 안된다고 하지 않을까. 설마 은지한테 같이 가자고 하겠어? 나는 열시를 똑똑히 기억해두곤 은지의 물음에 대답했다.
" 오일 파스타할 생각인데, 먹고 싶은거 있으면 그걸로 만들어줄께. "
물론 냉장고에 재료가 있어야하지만 말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뭘 만들 수 있나 고민하고 있으니 은지의 눈길이 느껴졌다. 나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젓고선 꼭 끌어안으려하며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아쉽지만 지금은 식사 준비를 해야하니까. 대신 밤에 보자? "
싱글벙글한 웃음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앞치마를 두른 나는 얼른 씻고 오라며 손짓을 하고선 그대로 부엌 앞에 섰다. 재료 손질부터 하고 면을 삶고 은지가 얘기한 파스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은지가 나오는 기미가 보일때 접시에 담아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해둔다. 머리 말리는건 밥 먹고 나서다.
"학교 앞이면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마무리 하고 가는 게 가능하겠네요" "2차도 다녀와도 되지만 너무 늦으면 아침이 힘든걸요~" 힘들다기보다는 그냥 귀찮아아. 같은 느낌이겠지만. 그냥 해보는 투정에 가까울지도. 마지막 주문이라던가 청소라던가. 같은 것도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냉장고 안에..." 뭐가 있더라. 같은 생각을 하다가 오일 파스타라는 말에 냉동 관자를 생각해냅니다. 가끔 구워먹으면 꽤 괜찮으니까요.
"관자요?" 냉동으로 두어팩 정도 있다는 말을 건네고는 아쉽다라던가 밤에라는 멀에 조금 삐진 것처럼 흥 하지만 금방 장난스러운 듯한 미소로 다녀올게요. 라고 말하며 올라갑니다.
"으음...." 머리카락을 말리는 게 식사 후라고 해도 물기를 좀 짜내고 닦아내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참사를 피할 수 있다고요
카페는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계속 영업하는데다 내가 개강총회를 하는 다음날도 카페는 영업을 해야하니 은지를 피곤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끝내고 집에 오는게 베스트. 관자가 있다는 말에 마침 냉장실에 들어있던 관자를 꺼내서 오일 파스타에 넣기로 마음 먹었다.
" 아쉬우면 다음엔 같이 씻자? "
아마 씻는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 그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은지가 씻는 시간은 얼추 알고 있으니 맞추어서 관자를 넣은 오일 파스타를 만들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맞추어 그릇에 담는다.
" 머리는 대충 닦아놓으면 내가 이따 말려줄께. "
아직 안씻긴했지만 밥 먹고 머리 말려주고 설거지하고 씻으면 딱 될 것 같았다. 파스타는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서 맛이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면이라 그런지 접시도 금방 비워서, 나는 은지가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식기들을 대충 싱크대에 정리해두고 말했다.
사실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도 재밌었지만 역시 나의 삶은 은지와 함께 있어야 가장 즐거웠다. 인첨공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하지만 은지랑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당히 친구들과 놀 것도 놀면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 그러게. 생각보다 괜찮은걸. "
어디서 샀었지. 아무래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보면 은지가 사둔 관자인듯 했다. 냉동했다가 냉장 해동했는데도 비린내도 많이 안나고 괜찮은걸 보아하니 처음부터 상태가 매우 좋았던게 아닐까. 맛있게 파스타를 먹고서 싱크대에 담궈둔 나는 은지에게 드라이기를 갖고 갔지만 혼자서 말릴 수 있다는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 으음, 내가 말려주고 싶지만~ 씻기 전에 설거지는 해야하니까. 설거지하고 씻고 나올께? "
정말 말려주고 싶었지만 아직 씻지도 않았으니 설거지부터 해두고 후딱 씻어야했다. 다행히 설거지 거리는 많이 없어서 금방 끝낼 수 있었고 씻는 것도 그렇게 오래 씻는 것은 아니라 금방 할 수 있었다. 그래도 30분 정도는 걸렸기에 머리를 닦으면서 나온 나는 은지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씻고 나와서 은지가 앞에 앉아보라고 하자 나는 잽싸게 앞에 앉아서 즐거운듯 작게 흥얼거렸다. 머리를 말려주는 손길이 제법 기분이 좋아서 살짝 힘을 빼고서 앉아있으니 금세 머리 말리는게 끝이 나버렸다. 조금 아쉬웠지만 머리가 짧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기지개를 편 나는 작게 하품을 하고선 말했다.
"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얘기한 나는 저녁도 먹고 씻기도 했으니 이젠 좀 쉬다가 잠들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먼저 침대로 향했다. 카페의 2층은 같이 자는 침실과 각자가 따로 쓰는 방이 있었는데 내가 쓰는 방엔 침대는 없었다. 그냥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 정도? 나중에 괜히 싸웠다가 방에 들어가서 각 방 쓰는 날이 오는 것은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바로 자긴 하루가 좀 아깝네. "
침대에 걸터앉아서 은지를 바라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팔을 벌렸다. 은지가 와서 안기면 그대로 꼭 안아줄 생각이 만반이었다. 이렇게 껴안는건 내가 좋아하는 스킨쉽 중에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결혼식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꽤 많은 의견을 내겠지만 예식장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초대될 것도 아니고, 시건에 쫓기듯 결혼식을 할 것도 아닌 만큼. 넉넉하게 빌릴 수 있는 곳과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라는생각을 하는 은지는
"어때요?" 몇 군데를 찾아보려 합니다. 결혼식이 갑자기 휘릭 잡히는 건 아닌 만큼 여유롭게 예약할 수 있는 곳이면서 갑자기 망해서 빌려줄 수 없다! 고 되지 않으려면 신중해야 하니까요.
은지가 가져온 포트폴리오같은 것은 총.. 세곳이군요. 정현도 조사를 했다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지만. 첫번째 장소는 근교에 위치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이나 길의 복잡성과 관해서 좀 불편한 데라 대차가 거의 필수적이긴 하지만 장소가 가장 여유롭다고 하네요.
정작 결혼 이야기를 꺼내놓고서 자잘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나는 은지가 가져온 포트폴리오를 보고 이게 뭐지? 하고 3초 정도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다 내용이 뭔지 확인하고서야 결혼 이야기가 떠올라서 아차차! 하는 표정과 함께 가져온 것들을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다.
" 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 빠르네. "
멋쩍은 웃음과 함께 첫번째 장소를 살펴보았다. 첫번째 장소는 근교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넓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시설도 나쁘지 않아보였고.
" 왕복 버스 같은걸 대절하면 괜찮을것 같은데? 넓어서 주차장도 크고. "
자가용을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 교통이 불편한건 크게 체감이 안될테니 말이다. 근교라 막힐 염려도 없고.
"부를 사람이... 많지는 않죠." 고개를 끄덕인 은지입니다. 하지만 보통.. 공간은 넓은 것보다는 좁은 게 문제를 덮기 어려운 편이긴 합니다. 물론 다른 곳도 보고 나서 결정하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요.
두번째는.. 첫번째와 비슷하게 근교이긴 하지만 길은 잘 닦여 있는 공간입니다. 다만 최근 이 부근의 풍광이 소개되어서 sns인기적인 게 있어서 예약이 빨리 찰 수 있고 좀 소란스러울 수 있다 게 단점이네요. 공간은.. 적당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넓다고 볼 순 없겠네요. 다만 사진은 굉장히 잘 나올 것 같습니다.
"네. 유명한 곳이 되기 전에 알아봤는데 유명해져서 조금 고민이 되긴 하더라고요." 그 유명해지기 시작한 sns의 발원지의 발원지가 은지와 관련이 있었나 봅니다.
"하객이 아니라도 축하를 해주는 것도.. 있겠네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정현을 살짝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호텔을 빌리는 방안입니다." 조금 긴장한 듯이 발표하네요. 이런 거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심력을 쓰는 일이니까요. 비용 자체는 제일 많이 들겠지만 호텔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숙박 및 홀이 구비되어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겠네요. 은지는 잡아끌리는 대로 안기듯 무릎에 앉으려 합니다. 그런 스킨십은 은지를 편안하게 하니까요.
"어디든 좋긴 할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함께라는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는 걸까.
요즘엔 나만이 알고 있던 장소가 갑자기 핫해지는 경우가 많아졌으니 말이다. 매체의 발달로 인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테지만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분명 은지가 올렸던걸 본 것 같은데 그게 삽시간에 유명해진듯 했다.
" 그래도 너무 복작복작할지도 모르지. "
끌려온 은지를 자연스럽게 무릎에 앉히고선 마지막 방안을 듣는다. 호텔을 빌린다라 ... 가격적인 면에선 가장 비싸겠지만 앞의 두 장소의 단점들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 곳이다. 가장 맘에 드는 제안이었지만 아무래도 걸리는 것이 있었다. 돈은 전혀 상관 없지만 남들의 시선이 문제였다.
" 호텔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우리가 호텔을 결혼식장으로 쓰면 좀 이상하게 볼 것 같기도 ... "
겉으로는 그냥 소소하게 카페에서 같이 살고 있는 커플이니까 갑자기 비싼 호텔을 빌려버리면 어떻게 보일지 예상이 안되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재산 관련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고 있었고.
" 어디든 좋으면~~ 방에서 물 떠놓고 결혼해도 괜찮을까? "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볼을 만지려하며 말했다. 사실 그래도 문제는 없을듯 했다. 지금도 거의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죠..." 뜬금없이 유명해지는 건 그다지 희귀한 일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무릎에 앉히면 조금 긴장했다가. 금방 플린 듯합니다. 복작복작한 걸까... 그리고 정현의 말에 조금 고민하다가...
"글쎄요..." 애초에 제대로 된 카페를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매물은 비싸고, 동시에 이정도 크기의 카페는 드물고 화룡점정으로 이게 지어진 거라면 더 신경쓸 게 많을 테니. 호텔에서 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은지입니다. 의외로 호텔의 전체를 빌리는 것보다는 일정 층을 빌리는 형식으로도 가능한 것 같고. 물론 가장 무난한 건 앞의 두가지..이겠지만.
"증류수로 떠놓아야겠네요." 정현의 말에 답하는 걸 보면 장난인지 진심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표정을 보면 거의 진심아리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다 괜찮아보여서 고민이네요" 각자의 장점이 있다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셋 증에서 그나마 덜 괜찮은 데를 생각합니다. 너무 붐이 일어난 두번째는 좀.. 애매합니다. 사실 껴안긴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많이 올 수 있을 때에 이렇게 껴안기고 그런 거 보이는 건 부끄러운 감이 있나 봐요.
"장난인가요?" 은지가 부드럽게 웃습니다.
"정말인 건 한번뿐이지만. 기념해마다는 기념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그럼 어디서 할까 고민합니다. 셋 다 저마다의 이유로 좋은 곳인 만큼...
인원은 식장을 예약할때쯤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지는 않으니 최소 인원으로 하면 되겠지만 말이다. 호텔 예식장은 유명한 곳은 1년 예약이 바로 꽉차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최소 내년의 이야기니 아직까진 실감이 안나는 것도 맞았고.
" 은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이라 ... 그건 정말 기대되는데? "
사실 턱시도야 입은 모습은 거기서 거기니까 그렇다쳐도 드레스는 일생에 한번만 입는 옷이라고 할 정도라고 하니까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왠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장난기가 돈 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은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얼굴을 보려는척을 하다가 팔을 잡고선 자신의 쪽으로 몸을 돌리려하며 말했다.
" 사실 뭘 입어도 은지의 외모에 가리겠지만 말이야. "
단순하게 길만 걸어가도 시선을 끄는 외모이니까 말이다. 사실 결혼식에 관련된 것들은 하루 아침에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야하는 것이므로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기에 나는 은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