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49083> [All/반상L/판타지/일상] 불멸자들의 노래 :: 01 :: 1001

◆JEf0WNMuVY

2022-06-30 00:09:00 - 2022-08-05 16:50:31

0 ◆JEf0WNMuVY (yhBCvVViI.)

2022-06-30 (거의 끝나감) 00:09:00

죽음, 이 얼마나 달콤한 울림인가?
가난한 자에게 돈이 달콤한 울림이고
병약한 자에게 건강이 달콤한 울림이듯
가질수 없는 것은 언제나 그런 울림을 가지고 있다.
허나 동시에 깊은 절망감을 가졌기에
오늘도 나는 단지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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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 오베스 (D3V9mM14gc)

2022-07-17 (내일 월요일) 20:44:07

>>663 블랑슈
이 꼴을 하고도 내가 인간임을 자처하는 것도, 희극이 아닌가? (물론, 그는 인간이다. 아무리 불멸을 손에 얻었다고 해도, 그 뼈는 명백히 인간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므로.)
그것이 어떤 존재이고, 무슨 이유로 개입했든 간에, 선물이라고 보기는 힘들군. (불멸은 무거운 짐이다. 물론 그 짐이 유용하고, 누구에게나 선망을 받지만, 정작 진 자는 그 무게에 짓눌린다.)
그래. 최소한 그 덕에 완성한 논문이 좀 되지. 신분상 학계에 내놓는게 번거롭지만.

666 블량슈 (JrbsGTcM0.)

2022-07-17 (내일 월요일) 20:46:47

>>665 오베스
글쎄- 누군가 말하길 자신이 인간인가- 아닌가-라는 정체성을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던데-(그 존재는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느긋하게 할 뿐이다)
선물도- 저주도- 관점에 따른 차이-?라는듯 하니까-?(그 존재는 당신에게 그리 답했다. 불멸의 무게는 그 존재에겐 타고 태어난 것이니 별 차이는 없겠지)
논문 발표-? 마탑- 소개 필요-해-?(그 존재는 자신의 첫 친구를 떠올리며 그리 물어본다.)
거기는- 불멸자가 최고 권위자-?라는 것이거든-

667 과거(1) (ykLVOsgYgA)

2022-07-17 (내일 월요일) 20:47:38

검은색 일색이던 눈 앞이 갑자기 밝아진다. 무언가 쓸리는 소리가 나고, 눈부심에 햇빛을 피하기 위해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 나는 힘겹게 눈을 뜬다. 검은색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한 여자가 보인다. 저 사람은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책장과 그 옆에 놓여있는 책상, 작은 티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까지. 하지만 이 방에 누워있던 나는 별 다를 것 없는 주변의 풍경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에 없는 방, 낯선 곳이었기 때문이다.

" 오빠, 일어났어? "

그리고 내 방을 돌아다니던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오빠 ... 날 오빠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 여동생은 10살이다. 그녀에게도 내 당황한 눈빛이 보였겠지만 익숙하다는듯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겁에 질린 나는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침대에 앉아있던 뒤로 물러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 잘들어 오빠. 오빠는 10년 전 기억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 일을 기억 못해. 난 오빠 여동생 루이고, 오빠가 기억하는 나보다 10살이나 더 먹었어. "

갑자기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나는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대뜸 그런 말을 해도 내가 믿을리가 없다. 하지만 이것도 익숙하다는듯 눈 앞의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어릴적 나와 여동생만 알 수 있는 비밀을 속삭였다. 나랑 여동생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이 그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성을 바라보았다.

" ... 진짜 루이야? "
" 응. 오빠는 이 상황이 처음이겠지만 나는 10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

내 기억 속의 루이는 이것보다 한참 작은 꼬마 아가씨인데.. 기억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일까 머리가 아파온다. 이것도 익숙하다는 듯이 두통약이라며 약과 물을 건네준 여자는 책장에서 책자를 하나 꺼내와 내 앞에 내려놓았다. 아무런 제목도 없는 책의 첫 페이지를 열자 많은 메모가 붙어있었다. 근데 이 책, 내가 쓰던 일기장이다. 분명 일기장을 새로 샀는데 어째서 이렇게 낡아버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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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7월 2일 수요일, 날짜를 헷갈렸다. 오늘이 1일인줄 알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집까지 찾아왔다.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서 찾아왔다고 한다. 미안하다고 하며 급하게 준비해서 나갔다왔는데 ... 요즘 정신이 없나보다. 날짜까지 헷갈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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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7월 3일 목요일, 분명 오늘이 1일인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친구들에게 내일 약속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내일 약속이 있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어제 다 같이 만났다고 했다. 어제는 30일인데? 30일에 친구들을 만난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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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7월 4일 금요일, 아무래도 내가 이상해진 것 같다. 분명 오늘이 1일인줄 알았는데 4일이라고 한다. 일기장을 펴보니 분명 내가 2일과 3일에 쓴 일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난 이틀의 기억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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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8월 2일 토요일, 오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7월 1일 이후의 기억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나는 오늘이 7월 1일인줄 알았는데 벌써 8월이라고 한다. 모두가 날 놀리는게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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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8월 3일 일요일,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것 같다. 평소처럼 자고 일어나서 가족들과 인사를 했더니 다들 울면서 나를 껴안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내 기억이 7월 1일 이후로 멈춰있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놀리지 말라고 했지만 가족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 일기장을 펴보니 ... 아무래도 가족들의 말이 맞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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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8월 4일 월요일, 일기들을 확인했다. 내가 1일 이후로 기억이 없는건 사실인가보다. 그래서 오늘 여동생에게 부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 일기부터 보여주라고.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이 일기를 보게 된다면 꼭 자기 전에 하루에 무엇을 했는지 일기를 써라. 그게 너의 기억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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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참동안 첫 페이지의 마지막 줄에 시선을 고정 시키고 바라보았다. 이게 내 기억이라니. 그리고 페이지를 천천히 넘긴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끊임없이 적혀있었다. 중간중간 쓰여지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1년 중에 300일 가량은 일기가 적혀있었다.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다 읽어보지 못하던 나는 책갈피가 꽂혀있는 페이지를 발견하고 그 페이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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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년 12월 3일 월요일,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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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수 없는 내용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분명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잘자라며 인사를 해주셨는데 돌아가셨다고? 나는 일기장에서 천천히 여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그 여자, 아니 내 여동생 루이는 내 뺨을 어루만져주며 말했다.

" ... 사고가 있었어. 두 분이 그 사고에 휩쓸리는 바람에 ... "

담담해보이는 눈빛으로 나에게 말하는 루이를 보며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슬프지 않은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깨달아버렸다. 여동생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계속해서 나에게 이 설명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욱 많은 눈물이 쏟아진다.

668 오베스 (D3V9mM14gc)

2022-07-17 (내일 월요일) 20:54:09

>>666 블량슈
그럼 난 인간이 아니겠군. (그는 명쾌하게 답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겉모습, 생각, 감정, 감각... 모든게 살아있는 인간과는 조금씩 틀어져, 자신의 기억 속 자신과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을때부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선물일 가능성도, 저주일 가능성도 중복되어 있는 말도 안되는 상태지. 단 하나 말할 수 있는건, 너무나도 원하던 무언가를 너무 어이없이 얻어버리고 그것의 실체에 대해 알게되면... 흠, 선물이라고만은 말 못하겠더군.
마탑? 허, 생사를 거부한 사악한 리치를 거기 꼰대들이 받아들일 것 같나? 날 그들 다락방에 꽁꽁 묶어놓고 여기저기 찔러대고 담궈대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군. 불멸자도 불멸자 나름이지.

669 블량슈 (JrbsGTcM0.)

2022-07-17 (내일 월요일) 21:05:06

>>668 오베스
괜찮-아- 거기 마탑주?라는 애가 내 친구니까-?(그 존재는 아무렇지 않게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뭐- 그래도 불안하다면- 손 잡고 같이 가줄까-?(농담하듯 그 존재는 이야기한다. 본래 귀찮아할 가능성이 높은 그 존재가 이렇게 해주는 것은 당신이 '친구'로 여겨져서 그런 것이겠지)
그러면- 일단 먹을-레?(그 존제는 투명한 물약병을 내밀었다. 표지에는 해골이 먹어도 든든한 영혼 포션!이라 적혀있다)

670 오베스 (D3V9mM14gc)

2022-07-17 (내일 월요일) 21:11:50

>>669 블량슈
내가 인맥으로 논문 내는 마법사들을 사람이던 시절 정말 싫어했다는 말을 했던가?
아니. 정체가 뭐가 되었든 간에 리치가 여자애 손을 잡고 마탑으로 간다고? 그걸 본 이들이 자기가 결국 미쳐버렸다며 자지러지는 꼴을 하루에 여든번도 넘게 보겠다만. (이 고래. 아니 바다괴물이 손수 행차하겠다니 황송할 따름이지만 그걸로 덕 보는 이들은 절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거절하기로 했다.)
(해골은 잠깐 후드를 쓴 머리를 내려서 그 약병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양쪽으로 저어 거부를 표했다.) ...대체 이 악취미적인 물건은 뭐지? 누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노리고 만든건지는 몰라도, 난 내 오랜 가르침에 따라야겠네. '모르는 물건은 먹지 마라.' 모친께서 말씀하셨지.

671 블량슈 (r1T.QZ5kaU)

2022-07-17 (내일 월요일) 21:46:08

>>670 오베스
으음- 인간은 이런건 어렵-네-(그 존재는 복잡하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볼뿐이다.)
안 먹어-? 그럼 유-감-(그 존재는 그 포션을 다시 소매 속에 담는다. 그러고보니 이 소매에서는 여러 물건이 나오는 느낌이다)
언데드-전용 식사라길레- 구해왔지만-?(그 존재는 덧붙이듯 설명한다)

672 오베스 (D3V9mM14gc)

2022-07-17 (내일 월요일) 21:49:51

>>671 블량슈
가장 어렵기에 지상에서 가장 번성했지. 인간조차도 인간에 대해 제대로 모를 정도니까.
다른 존재의 영혼... 다른 언데드들, 특히나 생명력 정수를 다른데에 보관하는 부류가 그러한 것을 필요로 하지.
다만 나는 그런 것 마저도 초월해버렸기에, 필요하지 않아. 성의만 고맙게 받겠어. (어디서 구한건지는 굳이 묻지 않겠다. 이 존재라면 어떻게든 그런 것을 구할테니까. 물론 나도 가능한 일이지만, 굳이 필요없는 짓을 행하는 악취미는 없다.)

673 블량슈 (r1T.QZ5kaU)

2022-07-17 (내일 월요일) 21:51:38

>>672 오베스
그런-가-?(그 존재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으음- 오베스는 짱 강한 언데드-라는거구나!(그 존재는 단순하게 이해한듯 하다)
그러면 오베스- 앞으로 계획은- 있어-?(그 존재는 당신에게 물어본다. 단순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그저 너도 나처럼 할게없구나!인지는 모르겠지만)

674 블량슈 - 뭔가의 이야기 (r1T.QZ5kaU)

2022-07-17 (내일 월요일) 21:55:26

선장 에이허브는 복수를 원했다. 자신의 배와 다리 한쪽을 앗아간(물론 다리 한쪽은 사고였지만) 저 하얀 고래- 모비 딕에 대한 복수를.
그렇기에 선원을 다시 모으고, 그 것을 기록할 이야기꾼도 한명 모집했다. 챙긴 작살들은 절대 그 수가 부족하지 않으리라
.
.
.
그 존재를 만나고 에이허브는 망연자실했다. 자신이 준비한 모든 작살은 박히긴 했으나 그 것의 움직임을 전혀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그 것을 자세히 관찰하게 되자, 그는 이내 깨달았다. 이렇게 많은 작살을 맞고도, '고래'가 살아남을 수 있나?
저렇게 쌩쌩하게 다닐수 있나? 에이허브는 주위를 둘러보자 이야기꾼을 제외하고 자신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들은 고래잡이의 프로다. 그들이 잡은 고래수는 천마리를 넘어서니까.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않는 이것은 뭐지?

그렇게 인식한 순간 그 것은 그들을 쳐다봤다.
아아 그래 저것은...당신이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도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니까

675 오베스 (D3V9mM14gc)

2022-07-17 (내일 월요일) 21:58:25

>>673 블량슈
쉽게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지. 일단 언데드는 맞기도 하고.
망자에게 계획이라. 내일을 묻는다니, 이것도 정말 농담같은 이야기로군. (뼈만 남은 손으로 턱, 내지는 턱이 있을만한 자리를 쓸었다. 정작 쓸리는건 하악골이겠지만.)
아니. 당장은 없다. 죽은거 치곤 꽤 향상성이 있는 편이라 자부하긴 하지만, 지금은 없어. 죽은 이후로는 더더욱 영감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지.

676 테이얀 (ykLVOsgYgA)

2022-07-17 (내일 월요일) 22:00:12

>>641 명설화

밥이 있는 곳이라면 이 근처에 마을이 있긴한데 말이지. 꼴을 보아하니 마을까지 가기엔 기력이 없어보이는군. 잠시 기다리게. (흙바닥에 누워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지는 상대를 보고 그는 허공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팔이 어딘가로 들어간듯 보이지 않다가 금방 나타난다.) 고기가 들어간 주먹밥이네. 상하지 않았으니 일단 이거라도 들지. (꽤나 큼직해보이는 주먹밥을 건네준 그는 상대방이 다 먹기를 기다렸다.) 그걸 먹고 마을로 가는게 좋겠구만. 쓰러진 사람을 끌고가는 취미는 없으니 말일세.

>>647 헤르베라

그야 같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단순히 사역마라고 부르긴 힘드니까 말이지. 그래 자네 말대로 가족에 가까운 존재지. 실제로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네. (까마귀가 가지고 있는 이름의 유래를 생각한다면 가족이 아니기가 더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하하, 생긴게 이래서 그렇지 느긋하게 사는걸 좋아한다네. 가진 시간이 무한하니 뭐든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져서 말이지. 자네도 그러하지 않은가? (열린 아공간으로 들어가는 술통을 보며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이렇게 많이 줘도 괜찮은건가? 많이 나오지 않는 술이라고 했지 않은가. (그러다 상대방의 말에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음, 저런 창고에 그렇게 많은 술이 있다면 이 정도는 티도 안나겠군. 하지만 이렇게 받기만 할 수는 없으니 ... 그래. 중간계 북단에 있는 작은 인간의 마을에 와서 선생님을 찾으면 내가 있는 곳을 알려줄걸세. 혹여 무언가 알고 싶은게 있다면 그곳으로 찾아오시게. 아마 없는건 없을테니 말일세.

>>649 리겔

호오ㅡ, 불을 다루는구만. (상대방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불을 보고 신기한 눈빛을 보내지만 놀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 일은 그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일개 수인이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 수 있는건 아니니까 말일세. 내가 일개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말이지. (평온하고 온화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다 기록이라는 말에 흐음, 하고 잠시 생각에 빠진 그는 잠깐 뒤에 입을 열었다.) 어쩌면 서고엔 기록 되어있을지도 모르지. 그곳엔 세계의 모든 기록이 다 있으니까 말이야. 아, 그렇다고 내가 찾아볼꺼란 생각은 하지말게. 양이 어찌나 방대한지 거기서 기록을 찾는다는건 꿈도 못꿀 일이니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열람할 수 있다네. (물론 서기로 살아온 삶이 있으니 그가 열람할 수 없는 기록은 별로 없었지만 이렇게 자신이 모르는 일은 자신도 열람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조용하긴 하지만 말이지 ... 적적하지 않은가? 나도 숲 한가운데서 사는데 말이지. 이 까마귀랑 같이 사는데도 가끔 심심해서 이렇게 마실을 나오곤한다네. 여기저기 다니긴 하는데 앞으론 여기도 꽤나 자주 오게 되겠구만.

>>651 리카

(수많은 환자들을 봐주고 마지막 환자까지 보내고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말일세. 워낙 규모가 작은 마을이기도 해서 각자 자기 할 일하고 사느라 바쁘다네. 그래서 평소엔 같은 시간에 절반의 사람도 봐주기가 힘들지. 오늘은 자네가 있어서 수월했네.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 그는 주민들에게서 받은 각종 물건들을 아공간에 다 집어넣으며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 ... 나도 옛날엔 그랬었지. 매일매일을 기억할 수 없는 나날이었으니까.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네. (저주인지 질병인지 모르겠던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며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은 그는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오늘은 주민들이 대접해줄 것 같은데 식사를 하고 가는게 어떻겠나? 나는 갈 곳이 있어서 참석은 못하겠지만 말이지.

>>654 오베스

내가 가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저번에 왔을땐 그 누구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군 그래. (그는 만난 상대방을 살짝 유심히 지켜보다가 무언가 알았다는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군.) 자네, 리치로군? 이성이 있는 리치는 보기 드문데 말이지. 아, 어떻게 알아봤냐고 물어보면 나도 마법을 좀 할 줄 알아서 말이네.

677 명설화 (akqpF6KhZk)

2022-07-17 (내일 월요일) 22:03:46

>>676 테이얀

( 얌전히 당신이 내민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입가에 밥풀을 몇개 묻힌 체로 그제야 당신을 데대로 쳐다본다. 생긴건 인형 같은 여자였지만 하는 짓은 아이같았다. ) 아.. 마을... ( 그제야 마을을 떠올린 듯한 설화는 일단 밥을 마저 먹어야겠다는 듯 크게 한입 베어물곤 오물거린다.) ...걸어갈 수 있어. 튼튼해. ( 무표정하지만 자신있다는 듯 주먹밥을 쥔 손까지 허릿춤에 올리는 설화, 하지만 꼬르륵 하는 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두사람 사이에 울려퍼진다.)

678 블량슈 (r1T.QZ5kaU)

2022-07-17 (내일 월요일) 22:05:24

>>675 오베스
그래-? 그럼 뒹굴거리면서- 뭘 할지 고민해보자-(그 존재는 그리 이야기했다. 마치 익숙한 것처럼)
나같은 경우는- 생각날 때마다 해변가 마을에 있는 식당 들리기가- 계획이니까-(그 존재는 소소한 이야기를 당신에게 한다)
우리같은 불멸?자?들에게 시간은- 무한하다는 것-같으니까-?

679 오베스 (D3V9mM14gc)

2022-07-17 (내일 월요일) 22:09:52

>>676 테이얀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라. 참으로 생기발랄한 말이야. (부러움을 느끼는 것 같은 말투지만, 실제론 부러움이란 감정조차도 이젠 너무나 무디다.)
난 정 반대라네. 마주칠 이가 없을거라 생각하고 나왔다만, 공교롭게도 과객을 만나게 되었으니.
(자신의 정체를 알아채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 삶을 거부하고 영원을 쫓은, 아는 것만 많은 멍청이지.

680 리겔 (v66udBKzCw)

2022-07-17 (내일 월요일) 22:16:00

>>676 테이얀
그냥 별볼일 없는 재주야. (잔불이 모두 흡수하고 나서야 여우는 손을 털듯이 흔들면서 대답했다. 당신과 비슷하게 별거아닌 것처럼. 게다가 당신의 말대로 라면 이정도의 재주쯤이야 신기하지도 않겠지.) 일개 수인이라도 오래 살 가능성은 있잖아? 내가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네 말을 빌자면, 찾을 거라는 생각은 안하고 있었어. (찾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하고 여우가 무감하게 덧붙혔다. 특별할 것 없는 기록이자, 이야기는 몇가지의 설들만 짧게 전달될 뿐이니까. 그 마저도 이제는 거의 잊혀졌을테고. 당신의 말에 여우는 흘끗 곁눈으로 당신을 본다.) 적적하다는 것도 이제는 의미도 없지. 볼일이 다 끝났으면 이제 돌아가도록 해. 당연한 말이지만 볼일이 없으면 찾아오지 말고. (어지간히 사교성 없는 여우였다.)

#슬슬 마무리 지어도 될 것 같아용!

681 테이얀 (ykLVOsgYgA)

2022-07-17 (내일 월요일) 22:53:39

오늘은 달이 밝네. (당신이 있던 장소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하얀 머리에 모노클을 쓰고 있는 사람이 길을 걸어가며 혼자 말하고 있는듯 하다.) 북쪽은 해가 안지니까 달 보기가 힘들어서 그런거잖아. (자세히 보니 어깨에 앉아있는 까마귀와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로망이 없네 로망이.

//새로운 난입레스 던져두기!

682 헤르베라 (eameqYyMww)

2022-07-17 (내일 월요일) 23:40:14

>>650 명설화
하하. 솔직해서 귀여운 그대로구만. (그녀는 육포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언제나처럼 유쾌하게 웃었다. 꺼낸 것들을 건네주고 먹는 걸 지켜보다가 입에 음식이 든 채로 대답하는 모습에 또 웃었지만.) 그리 급히 대답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음! 사람 찾기라. 얼굴만 아는 상태라면 찾기 영 힘들겠어. 나는 얼굴을 알아도 소용 없지만 말일세! (사람에 관한 거라면 늘 잊어버리는 그녀였으니까. 상대가 날카로운 기세를 내던 다시 맹해지던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당당히 서 있던 그녀는 선뜻 대답했다.) 나는 술에 쓸 재료를 찾으러 방랑 중이라네. 술 빚고 술 마시는게 사는 낙인 술쟁이라서 말일세. 정해진 재료만 써선 늘 같은 술만 나오니 가끔 이렇게 돌아다니며 새로운 걸 찾지. 나름 입소문이 났을터인데, 못 들었나보이. 술은 그닥 즐기지 않나, 그대는?

>>651 리카
(소녀는 한없이 해맑았다. 기약 없는 말에 그랬으면 좋겠다 말하고,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하며, 그녀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그토록 인상적인 소녀지만 그녀에겐 결국 잊혀질 누군가였다.) 음! 마음에 드는가? 오늘 같이 별이 잘 뜬 날이면 나도 그 술 한잔 들고 별구경을 한다네. (창고 밖으로 나와 별이 뜬 밤하늘을 보며 말하던 그녀는 소녀의 손짓을 따라 떨어지기 시작한 별똥별들을 보고 감탄어린 소리를 냈다.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도 보기에 좋음은 틀림없었을테니.) 오호라. 그대 재주가 참 좋구만! 나야말로 술 한잔 내어주고 이런 걸 보니 되려 고맙네! (하하! 그녀는 기분 좋게 웃으며 떨어지는 별들을 구경한다. 하염없이 위를 보던 얼굴이 소녀의 물음에 내려와 소녀를 향했다.) 이름 말인가? (그녀는 베일 너머로 중얼거리고 소녀에게 보이지 않을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완 달리 잠시 뜸을 들이다가,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못 알려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 한번 보고 다시 안 올지도 모를 이에게 덥석 알려주긴 아쉬워서 말이네. 그대가 다시 이곳에 오거나 이 숲 바깥- 신계든 중간계든 하계든, 어디에서든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 알려주겠네. 다시 만났을 때에도 내 이름이 듣고 싶다면 말일세. (그녀는 누구에게나 했던 조건을 붙이며 대답을 보류했다. 그리고 다시 손을 올려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다. 부드럽게. 상냥하게.)
//마무리 쳐주심 될듯 함다 리카주

>>676 테이얀
과연 그러했는가. 내 보는 눈은 아직 성하구만. (예상이라면 예상이라 할지. 그가 사역마를 가족이라 생각한다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해한다. 가진 시간이 많으니 느긋해진다며 그녀도 그렇지 않냐는 물음에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할 수만 있다면 내 시간도 잘라 술에 담그고 싶을 만큼 넘치니 매사 느긋해지긴 하더군. 너무 느긋해져서 해가 바뀌도록 창고 정리에만 매달린 적도 있을 정도니 말일세! (아하하. 베일을 두르고도 전혀 막힘이나 거슬림 없는 웃음소리를 낸다. 웃음 뿐일까. 말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많이 빚을 수 없는 술이긴 하나, 너무 귀히 여기다가 마실 때를 놓쳐 상하게 되는 것보단 그대에게 주어 좋은 때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그대 보다시피 다른 술도 저리 많고 말이네. (그에게 좋은 술이어도 그녀에게는 실패작의 하나일 뿐이었으니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도 있었다. 다시금 훌쩍 술 한모금 넘긴 그녀는 흐음, 하며 말했다.) 그대, 선생이었던겐가? 선생 보다는 현자이지 않나 싶었건만. 아무렴 어떤가. 음! 북단의 마을이라. 내 기억에 남는다면 한번쯤 들러보겠네. (알고 싶은 건 지금도 나중에도 없을 것이지만. 혹여 모른다. 나중은 어찌 될지.) 하늘이 꽤 기울었구먼. 슬슬 마지막 잔을 나눕세. (그녀는 말간 술이 채워진 잔을 들었다. 이 자리는 이것으로 끝이란 것처럼.)
//마무리 하거나 이대로 마시고 헤어졌다고 해도 괜찮을 듯 함다 테얀주

683 명설화 (eFEt4zCjFE)

2022-07-17 (내일 월요일) 23:44:57

>>682 헤르베라

...? ( 귀엽다는 말을 제대로 못 들은건지, 아니면 못 알아들은 것인지 육포를 입에 문 체 고개를 갸우뚱 기울여 보인다. 고갯짓에 따라 찰랑이는 검은색 머리가 달빛을 받아 빛난다.) 어려워, 그치만 찾아야 해. ( 덤덤하게 중얼거리곤 육포가 맘에 드는지 연신 오물거린다. 이따금 기분 좋은 듯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당신의 눈에도 보였으리라.) 술.. 좋아해, 그치만 나 못 들었어. 알려줘, 이름. ( 몇번 마셔본 적도 없으면서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리곤 태연히 말을 이어간다.)

684 헤르베라 (bdM9rMQywc)

2022-07-18 (모두 수고..) 00:06:08

>>683 명설화
(육포를 물고 고개를 갸웃 하는 모습은 그녀가 다시금 웃게 만들기 충분했다. 달빛 아래에서도 선명히 검은 머리카락을 힐끔 본 것도 같다.) 그래. 꼭 찾길 바라네.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가 도와줄 순 없지만 그래도 꼭 찾아서 할 일을 할 수 있기를.) 이름 말인가- 음- (그러나 이름을 묻는 말만은 그녀의 대답이 느려지게 한다. 언제나처럼 얼마간의 뜸을 들인 그녀는 이름을 알려주는 대신 그런 말을 했다.) 어쩌다 스친 이에게 이름을 알려주기는 아쉬워서 말이네. 이 다음에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 때에는 내 알려주지. 그 때에도 그대가 내 이름이 궁금하다면 말일세. (대체 몇번째 이 말을 하는 것일까. 그녀는 모른다. 알려하지도 않는다.) 정 기약없는게 싫거든 달이 바뀔 쯤 어느 숲의 술 만드는 곳을 찾아오게나. 그 즈음엔 돌아가 있을 것이니.

685 리카 (6kk/dBs1GU)

2022-07-18 (모두 수고..) 00:27:47

>>652 설화
(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머뭇거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나 심각해보일 정도의 모습이라면, 우선 돕는 것이 먼저였다. ) 말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우선 밥부터 먹자. 응? 부족하면 더 만들어줄테니까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도 돼..! ( 허겁지겁 먹는 설화를 웃는 얼굴로 걱정스레 바라본다.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은 걸까. 특별히 굶게 될 만한 이유가 있던 것일까.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설화를 빤히 응시한다. 본질을 바라보듯 ) 맛있다니 다행이다-♫ ( 조금 나아졌는지 초롱초롱한 설화의 눈을 마주보며, 노래하듯 해맑게 웃다가 ) 신기해-? 마법소녀는 처음 보는구나? 만나서 반가워! 나는 리카! 마법소녀라고 해-! 다른 사람들의 꿈과 행복을 지켜주는, 정의의 용사 같은 거야-♫ ( 마법봉을 치켜들며 환하게 외친다. ) 너는 이름이 뭐야?

>>654 오베스
.....어라? 여긴.... ( 멍하게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면, 또 새로운 공간이다. 이곳은 어딜까. 달도 태양도 보이지 않는, 미묘한 색깔로 칠해진 하늘. 그리고 생기를 잃은지 오래된 것만 같은, 도시의 유적. 그 죽음으로 가득해보이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색깔도, 생기도 넘쳐보이는 그 이질적인 존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본다. ) ....이곳은 가짜가 아니구나. ( 혼잣말을 중얼거리다보면, 오베스의 인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오베스를 돌아본다. ) 앗, 안녕-! 나도 반가워! 아하핫-♫ 미안해, 정신이 팔려서 있는 줄 몰랐어! ( 해맑게 웃는 얼굴은 방금 전까지의 모습은 잘못 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으-음, 미안! 그건 나도 모르겠어! 정신을 차려보니 이번엔 여기였어! ( 방긋 웃다가 ) 너는 여기에 어쩐 일로 온 거야?

# 오베스주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659 리겔
그래도 나는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모르는 척, 무시하고 지나가지 않아줘서 고마워. 루루를 찾는 것을 도와줘서 고마워. 나를 나무 위로 들어올려줘서 고마워. ( 수없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 너는 참 착한 여우구나- " 하고 말하는 웃는 얼굴에는, 거짓은 한 치도 없다. 리겔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더라도 상관 없이 ) 마음대로? 정말? 정말 내 마음대로 불러도 돼? ( 리겔을 뒤따라가며 몇 번이나 묻다가 ) 으-음, 으-음, 으-음... 그럼, 리겔. 나는 리카니까, 너는 리겔. 그렇게 불러도 돼? ( 환하게 웃는 얼굴. 어떻게 안 것일까? 물으면, 모른다고 대답하겠지. 그저 우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 아앗-! 아기 여우다! ( 리겔의 꼬리에서 새끼 여우 한 마리가 튀어나오자 깜짝 놀란다. 불꽃을 보며 잠깐 입을 꾹 다물다가, 천천히 쪼그려 앉아 아기 여우와 눈을 맞추려고 한다. ) 안녕- 아기 여우야. 너도 나를 도와주려고 해줘서 고마워! 루루도 고마워 할 거야. 나중에, 루루를 살려내면, 다시 인사하러 올게. 루루도 너를 좋아할 거야. (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쓰다듬듯 아기 여우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한다. ) 나중에 루루랑 같이 다시 여기 와도 괜찮아? ( 쪼그려 앉은 채로 리겔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해맑게 묻는다. 허락을 구하듯 )

# 리겔이 완전 친절하고 멋져서 좋기만 한데요 ??
# 리카가 더 다가가서 친해질테니 괜찮습니당 걱정 마~

>>664 레인
아하핫- 그렇구나. 레인에게 약속은 거창한 것이 아니구나. 사람간의 관계도. ( 맑게 웃으며 인형을 끌어안는다. 눈을 감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약속은 믿음과는 달랐다. 아니, 달라야만 했다. 두 번 다시는.... 눈을 반짝 뜬다. 어라? 그래? 모르겠어. ) 굴러다니는 것도 보고 싶어-!♫ ( 레인을 따라 해맑게 대답한다. 농담이었을까? ) .......레인은, 이전의, 마법소녀를 알아? ( 하고 묻는 눈에는 빛이 사라졌던가. 웃는 얼굴로 죽어버린 눈이 레인을 빤히 응시한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운명이었던 것일까? 고양이를 만난 것도. 눈. 다 단순히 운명의 장난이었던 것일까? 눈. 결국은, 다? 마법소녀는, 나 하나 뿐인데. 그래야만 하는데. ) .....다치면 걱정하는 사람.... ( 레인의 말을 따라하며 생각한다. 몇몇의 얼굴이 떠오른다. 웃음이 터져나온다. 조금은 기뻐보였을까. ) 응- 이제는 그럴지도. 나는 마법소녀니까 괜찮다고 그러는데도, 이런 나 역시 걱정해줄지도. (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어봐줄 사람, 대신 혼내주러 갈 사람, 본인의 몫까지 울어줄 사람 등. 모두 참 상냥한 친구들이었다. 과분할 정도로. 어쩌면.... ) 우왓-! 완전 무서워-! 아하핫-♫ 그래도, 궁금해! ( 무서운 게 맞기는 한 건지. 장난을 치는 레인에게 맞장구를 쳐주듯, 활짝 웃는 얼굴로 무서운 척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 ....이미 예전에 약속한 친구... ( 그것은, 누구였을까? 어쩌면, 혹시.... 너 역시도, 그 약속 이전에는. ) 직접적으로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라도. 레인은, 다른 존재들을 슬프게 하지 말아줘. 약속, 해줄 수 있어? 이것도? ( 레인을 빤히 응시하던 연보라색 눈이 웃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약속이었을까? 부탁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

>>676 테이얀
그랬구나- 응, 작은 마을은 그럴 수 있지. 물자도 부족해서 다른 마을과 물물교환을 해서 얻기도 하고, 테이얀처럼 의료 능력이 있는 선생님이 오면 모두가 도움을 받으러 오기도 하고.. ( 마을 너머를 응시하며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이 마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멍하게 웃는 얼굴은, 그 연보라색 눈동자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 내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야-♫ ( 다시 테이얀을 돌아보면, 착각이었던 것처럼 평소의 해맑은 모습이다. 고개를 숙이는 테이얀을 따라 같이 고개를 숙이고, 아공간을 응시한다. 너도, 공간이. ) .....테이얀도, 그랬어? ( 테이얀을 천천히 돌아보며 ) 테이얀은 매일매일을 기억할 수 없었구나. 그거... 정말 두렵고 힘들었을 것 같아. 모두는 변해가는데, 나만 계속 그 자리에 멈춰있는 거잖아. ( 테이얀에게 공감하듯.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조금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을까 ) 제안은 고맙지만, 나도 괜찮아! 저 분들의 대접은 테이얀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니까-♫ 테이얀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 ( 테이얀을 가리키며 해맑게 웃다가 ) 그럼 테이얀과 루이는 지금 가는 거야?

>>682 헤르베라
응! 완전 마음에 들어-!♫ 나는 술은 잘 못 마셔봤거든- 항상 술에 취한 사람들만 봤었는데, 이게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 이런 술이라면, 나도 매일매일 마시고 싶어!♫ ( 술을 한 모금 더 마셔본다. 역시나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맛도 일품이었으니.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듯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돈다. ) 나야말로 이렇게 최고의 술을 주었으니,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같이 예쁜 별 구경을 하는 거야-!♫ ( 즐거운 웃음소리 위로, 별똥별들은 한없이 아름답게 떨어진다. 긴 꼬리를 긋듯, 누군가의 소원을 담듯. 진짜인지, 가짜인지, 취해버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비록 얼굴은 가려져 있을지라도, 헤르베라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는 듣기 좋았으니. ) 응, 이름! ( 이름은 본질이었다. 해맑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 아하핫-♫ 알았어! 그러면,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 다시 물어볼게! 나는 기억 잘 하니까, 내가 다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꼭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 헤르베라의 부드럽고, 상냥한 쓰다듬을 받으며 웃는다. 만약 정말로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그때에는 너의 이름도 들을 수 있으려나? 별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한다. 소망하듯. )

# 막레 ! 덕분에 재밌었어~ 고마워~

686 리겔 (DNnsSeyy6c)

2022-07-18 (모두 수고..) 00:52:41

>>685 리카

(여우의 눈가가 찡그려지는 것 같았다. 당신이 전하는 감사인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착한 여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우는 반사적으로 쯧, 혀를 찬다. 아까와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걸로 봐서는 확실히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인형이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 또 다른 방향으로 꼬아서 생각해보면 인형이 없으면 안정을 찾지 못하는 불안한 인간 여자아이가 보이는 모습은 여우에게는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 마음대로 불러. (당신의 말에 여우의 걸음이 잠깐 멈칫했고) …그러던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의문만 가진 채 냉랭하게 대꾸하는 여우와 다르게 새끼 여우는 반쯤 꼬리에 파묻힌 채로 당신이 시선을 맞추려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여우와 다른 새빨간 눈이 당신의 행동을 의식하는 듯하다.) 만지면 화상입을 거다. 그거, 그냥 여우를 닮은 것 뿐이거든. (세개쯤 되는 여우의 꼬리들이 새끼 여우의 머리에 올리려는 당신의 손을 피하듯 부드럽게 유영하며 방향을 틀었고 그 뒤를 이어서 여우의 말이 들렸을 것이다. 여우는 당신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을까.) 아니. 오지마.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고 여우가 다시 걸음을 옮겨서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네 여우 칭찬 감사해용,,,리카 기여워,,,

687 나하르 (kDkmhcKrFk)

2022-07-18 (모두 수고..) 01:24:26

>>625 레인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 미지와 혼돈. 인간의 욕망은 그것을 피하고 싶다는 것에서 나오기도 하니. 개찬하려해도 할 수 없지. 무능한 녀석들이 하기는 뭘한다고.(눅진하게 묻어나오는 신에 대한 모멸은 그 표정에서도 알 수 있었다. 단 한번도. 단한번도 신이라는 작자는 인간을 도운 적이 없다는 것이 그녀의 판단. 되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도 질이 나쁘게 아무것도 하지않으며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며 세상을 주무른다.)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게 좋다. 그 무엇도 얽매지 않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이상적이지 않나.

>>631 이바
알고말고. 나라고 해서 그 귀찮은 짓을 수천번이나 반복하고 싶지는 않아. 폭력따위 이제는 질렸다.(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검이 들려진다. 몇번이고 살육을 거듭하며 찬란했던 황금빛이 흑색으로 변해버릴때까지 그녀와 함께한, 인간이 빚어낸 성검. 절대 부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는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그리고 흉흉하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다. 나의 살의는 애초에 끝이 있는 법. 진정 모든것을 죽이고 나홀로 남게되면 끝이난다. 의미따위는 없어. 불변과도 거리가 멀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원한다. 나의 살의에 닿는 모든 것은 신생할것이다. 네가 말한대로 인간의 선과 악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지. 언제든 뒤집힐 수도 있지만 어느 한쪽이 더욱 빛나보이는 것 역시 당연한것.
허나 그걸론 안돼. 속아버리고 만다. 진정 나약하고 아둔한 이들은 앞뒤를 뒤집어버리는 모습에 진정 선하다 속는다. 그렇기때믄에 명확한 구분이 필요한게야.
(자세를 잡는다. 그녀의 천옷은 어느새 흉악한 이형의 갑옷으로 변하여 그녀를 감싸고 투구 너머에서는 보라빛으로 흉흉한 안광이 당신을 비출 뿐.)
(그녀의 목소리가 울린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울려서 마치 다른사람처럼. 때로는 아이처럼, 때로는 노인처럼. 남자도 여자도 관계없다는 듯. 그 목소리는 변해간다. 그녀가 거듭한 살육의 수만큼)
악은 악이다. 선은 선이다. 중간계의 생명은 언제나 명확한 구분이 필요했지. 우월한 무언가를 가진 이들과는 다르게.
멋대로 태어나, 멋대로 죽고, 멋대로 살아라. 자신의 악을 긍정하고 욕망에 취해 살아라. 그게 내가 다음번에 고하는 유일한 진리다.
나는 시작을 모르며 끝에 이르는 길이다.
그러니 나를 죽여보아라. 네놈이 선함을 증명하는거다.
(당신의 목을향해서 그녀의 검이 휘둘러진다. 왼쪽에서, 오른쪽. 아니 오른쪽.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내딛는 참격. 동시에 시간이 검의 끝을 뒤따라오듯 검의 궤적을 따라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태어나는 것조차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신에 의해 텅 빈채 태어나 고난을 부여받고 신탁을 받아 각성했으며 신에 의해 버려졌으니 내 인생의 태반은 신에 의해 움직인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 나를 구해준것이 그 사람이었다. 바보같이 웃는 남자의 곁에 있으며 어느새 사람이 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이가 죽었다. 신의 계략으로. 그가 사랑했던 것의 손에 의해서.)
(그러니 결심할 수 있었다. 잠시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그제허야 드디어 나는 스스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나의 존재를 지워가며 육체에 새긴 규율. 이것으로 나는 완성된다.)
(그저 살육을 위한 존재로서.)

>>634 스텔라타
꿈에는 이유가 없다. 그것을 원하고 갈망하기에 이상이고 욕망인거지. 그렇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뿐이 아닌가.(그녀는 자리에서 내려와 당신에게 가까이 간다. 그 무엇도 할 생각은 없어보였으나 조금씩 형체가 일그러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으리라.)나는 모든 것을 베어내고 삼라만상, 유일한 악이 된다. 그런 나를 죽이는 존재가 태어나는 것으로 이 세상은 완전한 선의 승리가 되지.

688 오베스 (T1gfbB2ICw)

2022-07-18 (모두 수고..) 01:34:35

>>685 리카

...한가로이 죽음이 거쳐간 흔적을 뒤지며, 언젠가 멸망하는 유한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곱씹고 있었지. (흙먼지가 덮힌 돌조각을 로브 자락으로 쓸어넘기자, 그 아래 파묻혀 있던 과거의 조각상이 반쯤 풍화된 채 모습을 보였다.) 그나저나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다니, 정말 묘한 우연이군. 어쩌면 길을 잃었거나. 공교롭게도, 이곳은 사람의 손이 닿는 곳과는 꽤 거리가 있어. 원한다면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는 차원문이라도 열어주지. (뼈만 앙상히 남은 손이 잠깐 수인을 맺고 손을 펼치자, 허공에서 일렁이는 균열 너머로 사람이 사는 마을의 형상이 비춰졌다.) 하지만 만약, 그리 급하지 않다면... 늙은이의 말상대가 되어주면 좋고.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689 레인 (cptwCYDyxQ)

2022-07-18 (모두 수고..) 02:31:23

>>685 리카
아, 물론 거창한게 아니란게 '별것 아닌만큼 의미없다' 라는 뜻은 아니니까??
음... 뭐라 말하면 좋을까... 역시 어렵네 이런쪽 이야기는...
(그것은 말로는 설명하기가 복잡하다는듯 머리를 헝크리다가 그저 멋쩍게 웃어보였다.)
약속도, 믿음도, 관계도, 어느쪽이든 중요하지만... 가끔은 지키는게 당연한 경우가 있기도 하고 그런거~
으음... 뭐, 혹시 몰라? 나중엔 정말 바닥에 떽데굴 굴러다니는 날 볼수 있을지도~
(실없는 농담이었다. 리카도 그걸 알긴 하는지 맑은 웃음을 유지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에 대해선 그것은 다소 진땀빼는 상황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 글쎄...? 걔들도 마법소녀라고 해야 할지... 마법사...에 가깝지 않을까~?
(사실 그것 역시도 마법사와 마녀, 마법소녀에 대해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에게 있어선 그 셋을 모두 통틀어 마법의 길을 걸어 깨우침을 얻는 '마도학자'라고 부르곤 했으니까.
눈에 띄게 죽은 눈빛을 한 그녀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시선을 돌리진 않았다.
그러는 순간,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되어버리니...)
그래~ 그런 사람들 주변에 한두명씩은 있잖아~ 예를 들어 걱정해주는 사람이라던지, 대신해서 화내주는 사람이라던지, 포근하게 품어주는 사람이라던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이라던지~
(무언가, 누군가를 생각하며 웃음이 터져나온 그녀의 모습에 그것 역시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음~ 어떠려나~ 과연 리카가 그런 모멸적인 장난들이 담겨있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뭐... 일단 나도 그런 책이 당장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장난에 어울려주듯 부르르 떨면서도 마냥 웃어보이는 그녀가 재밌기도 하고, 한켠으론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다.
애초에 '그 마도서'엔 그런 애들 장난 같은 마법이 실려있을 리가 없으니까... 조금은 애매한 이야기지만 따지고 보면 거짓말도 아니었다.)
음... 그건... 잘 모르겠네... 지킬수 있을지...
아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지키기 힘들겠지만...
(여지껏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던 그것이었지만 그 물음만큼은 살짝 눈을 돌렸다.)
이를테면, 그런 거야... 조금 씁쓸한 이야기, 같은거...
(희망의 상징이라는 마법소녀에겐 딱히 하고 싶지 않았던 주제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나한테 아주 친한 친구 둘이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나를 두고 두명이 싸운다고 생각해보자.
난 그 둘중 어느 누구에게도 싸움을 붙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 둘은 나라는 존재가 있기에 싸우기 시작했다면... 그것도 어쩌면 내 간접적인 잘못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살며시 얼굴을 돌린 그것의 입은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지만, 눈가엔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687 나하르
그런 의미에서도 인간들이 나를 두려워한다는건 이해는 하는데...
솔직히 나도 좀 억울해~
(모멸감, 마치 흘러나오는 역청처럼 꾸덕하고 어두운 기운.
그것은 상대의 그런 분위기에 조금 곤란한듯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도 이내 칭얼거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좀 들어봐,
왜 인간은 심연의 세계를 미지의 공포라고만 치부하고 그걸 나쁜 것처럼 표현하는지 진짜 억울해~
적어도 심해는 무서울지언정 계속 탐험하려 하고, 어떤땐 희화화 하기도 하면서 왜 심연은 항상 진지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구~
따지고 보면 심연이나 심해나 똑같지 않아? 미지의 영역!
넖은 우주도 결국은 이 별을 품고 있는 개념이잖아?
게다가 난 그런 우주의 흔적들 중 하나고!
다들 나쁘게만 생각하니까 내가 인간들을 도우려 해도 항상 괜한 참견이라느니, 내가 도와줬다간 피해가 더 커진다느니 그런거 아냐~
(그러니 그것 역시도 자연스레 인간과 단절될 수밖에 없었고, 어느때부턴가 이계의 존재들이 발길을 끊고 사라졌기에 인간들은 또 그 이유를 저마다의 주장으로 내비치며 오해가 쌓여가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숨을 한번 내쉴 때마다 닿은 모든 것들이 소멸되어버리긴 했지만... 애초에 도와달라며 자신을 부른 존재들 또한 인간 아닌가?)

690 바벨 (p4AnfwnhGQ)

2022-07-18 (모두 수고..) 03:05:08

>>645 마논
고해성사를 네게 하기엔 좀. 분명 신의 파편이자 그 자체로 사자이니 신에 가깝기로는 성녀보다는 더할진 모르겠지만... (당신을 쭉 훑어보듯 시선을 옮기고는) 성녀의 자애가 없으면... 음. (그는 슬그머니 당신의 눈을 피했다. 당신이라면 반드시 '무례한' 발언을 한 그를 매도했을테니, 미리 시선을 피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필요는...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에 불길함을 느끼다가도, 훅 들어온 당신의 팩트폭력에 한대 얻어맞은 듯 부들거리는 것이다.) 하여튼, 네가 알긴 어려웠겠지. 내 신성력은 봉인된 상태니까. 신의 신성력을 빌린 상태의 내게서 사제의 신성력을 느끼기에는...어려웠... (한창 이야기하다 문득 당신을 보니 당신의 미소와, 손가락을 따라 입술이 눈에 보인다. 그는 당신의 예상에서 한치를 벗어나지 않고선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너 일부러 이 이야기 꺼냈지..! (으득. 당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겉보기엔 화난 것처럼 보여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입술을 괜히 소매로 한번 닦는걸 보면..) 절대 구원일리가. 스스로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선 얻는 깨달음도 있는 법이야. 난 그것을 위해 목줄을 감수했던 거고. 멋대로 목줄에서 끄집어내서 제 멋대로 새 목줄을 채우고 좋을대로 굴린걸 누구도 구원이라 부르지는 않아.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다가) 그리고 나도 성직자였으니까... 으엑. (과장스러운 제스처에 한숨 푹 쉬려던 찰나, 당신이 코 끝을 찌르자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언듯 듣기에 바보같은 소리.) 그래. 너. 그러고보면 나도 너에 대해서 하나도 아는게 없잖아? (의아하다는 눈빛을 당연하다는 듯이 마주하고는) 이번에는 네병이냐? 어처구니가 없네. (헛웃음. 당신의 장난기에는 정말 두손두발 다 들었다. 술에 한정에서 이정도면 악의다.) 난 술의 신하고도 대작할 수 있다고도 자신하거든. 만약 내가 이거 정말로 다 마시면, (그는 술이 가득 따라진 잔을 들어올렸다. 술의 표면을 한번, 당신의 광기어린 눈을 한번 보더니) 꼭 가르쳐줘야 한다. (그러고는 단숨에 들이킨다. 마논이 간과한게 있다면 그의 몸이 인간이 아닌 것. 견습사제 시절부터 키웠던 주량을 가진 신체는 이미 신의 손에 폐기된지 오래고, 그의 신체는 이제 이정도 알코올 정도는 쉽게 버틸 수 있는 몸이었다.) 자, 끝. 이제 가르쳐줄 거지? (꽤나 즐거운 미소로 당신에게 잔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646 리겔
간이 아니라 다른걸 먹을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왜 하필 이유가 맛없어서, 일까. 꼭 맛있으면 먹는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그는 농담을 받아치면서 괜히 속으로 한번 투덜거린다.) 그 여우도 결국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을 정도로 요력을 가진 일종의 요괴니까.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신이 신에 대해 더 말하면- 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 역시 살짝 눈을 찌푸렸다.) ...혹시나 아까 말 때문에 종교쟁이처럼 보였다면 미안하네. 난 종교쟁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가 표하는 불쾌감은 무엇일까. 종교인으로 오인받은 것 때문일까, 아니면- 신의 이야기를 꺼내니 어떤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의 기준이란 자신이 정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거지. 단순히 인간이라는 종족만 인간으로 치부하기엔 혼혈이라던가 인간처럼 사는 몬스터도 있고- 애매하잖아? (다시 말할 때는 한숨을 푹 쉬더니 표정을 불며 다시 방긋 웃었다.)

>>647 헤르베라
흠... 그건... 꽤나 곤란하겠어. 술을 그렇게나 마셨는데도 통하지 않는다면 굳이 술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면역인 몸인 건지도 모르겠네. 예를 들면 담배나 약물같은. (정말로 재미없는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만들기만 할 뿐 마셔봤자 취할수가 없다면... 인생에서 재미를 하나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흐하, 웃는 당신을 향해 웃지말라는 듯 째릿 시선을 보낸다.) ...어라, 왜 그래? (그는 놓치지 않았다. 당신의 얼굴이 굳는 모습을 보고는 보지 못한 것처럼, 봤어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으갸갸갹... 하계는 가봤자 중간계보다 못할 것 같았고, 신계는... 갔지만 술은 못 마셔봤네. 아니, 그러니까 내 머리는 왜 자꾸 헝클어트리는 거야!?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 하면, 그도 당신에 맞게 반응해주었다. 캐묻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또다시 머리 헤집히자 이제는 완전 산발이다. 새가 와서 집으로 삼아도 될 정도. 그리고 당신이 다시 만지려하며 경박한 웃음을 뱉으면, 그는 포식자 앞에 놓인 피식자 기분으로 부들부들 떨며 제 머리를 감쌌겠지.) 풋풋하기는 누가... 이정도 양이면 적어도 한달은 마시니까. 아껴먹으면 두어달 마시려나. 자리에 앉아서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양이긴 하지만 이런 귀한 술을 그렇게 먹을리가? (놀리듯 떠드는 당신에게 농담섞인 말로 받아치며 이야기하다 밑빠진 가방이라는 말에) 달라! 이건 밑이 빠진게 아니라 공간을 비튼 거고.. (당신이 이름을 가르쳐주길 꺼리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아했을까. 그는 이름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었으니.) 흐응- 그렇게 약속해두고선 다음에 또 까먹었다며 안 가르쳐주는 건 아니겠지? (급조해낸 것 같은 제안치고는 묘하게 당당해보여, 당신을 의심하듯 쳐다보다가) 뭐, 좋아! 다음에는 꼭 알려줘야한다? 난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녹음이라도 해뒀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완전히 까먹지는 않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좋아. 그럼 나는 다시 가볼 시간이네. 약속 잊지 말고, 다음에도 또 맛있는 술 마시러 올게. (그렇게 헤어짐의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은 맛있는 술을 마신 덕에 꽤 밝았겠지.)

>>650 명설화
집 없다...인가. 그럼 목적지라도 말해. 데려다줄테니까. 이런 숲속에 놔두고 가는 건 조금 마음에 걸려서. (오지랖이다. 당신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오지랖을 안 부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나.) 먹을 거? 이런 거라도 괜찮나? (가방을 뒤지더니 당신에게 마른 육포와 샌드위치, 맥주를 꺼내 건네주었다.) 요리라도 해서 주고싶지만, 주변 환경이 환경인지라.

>>651 리카
마법소녀가 아니라- 너랑. 리카라는 사람이랑. 네가 마법소녀든 아니든, 그건 친구하는데 아무 상관도 없었어. (장난치듯 웃는 모습에 살짝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내가 하고싶은 소리야. (당신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그게 무슨 뜻이야? 하나라는 거. (당신이 말한게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네가 모르는 다른 면을 그 사람은 알고 있을테니까... 그 사람들 눈에는 자신보단 리카 네가 더 착하게 보이는 거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적어도 리카가 모르는 부분을 아는 그에게 있어, 그 자신은 전혀 착한 사람이 못 되었다.) 그럼 지금처럼 조금만 더 대화하자. 이게 가장 하고싶었어. (당신이 또 그를 배려해주자 그는 잠시 안쓰러운 표정을 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웃었다. 가끔은 당신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길 바랬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층 더 정겹네. 아까 술 마실 때도 정겨운 노래를 불러서 정겹게 느껴지긴 했는데... 아, 그렇지. 리카는 고향이 어디야? (당신도 고향을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가끔은 이렇게 마음가는대로 행동할 필요도 있으니까. (당신의 손을 붙잡은 채로 눈을 빛내며 도착한 바다는, 가까이서 보니 푸른빛으로 빛나며 더욱 아름다웠을까.) 우리 바다로 들어가볼까? 아... 근데, 그 옷으로는 조금 힘드려나..?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 다들 바다로 들어가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신도 들어갈 수 있을까 싶다가도 당신의 옷이 드레스였기에 조금 망설여졌다.) 옷.. 못 바꿔? (그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664 레인
정말 화난것 같진 않지만... 그런 거라면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겠네. (당신의 말에 납득했다는 듯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만 제대로 발음할줄 알면 바로 온다는 말에 피식 웃고는) 보통이라면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린다고? 근데 우버는 뭐야. 다른 차원의 이동수단이야? (알 수 없는 말에 이해하기 어렵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버, 처음 듣는 이름이었으니까.) 나도 네 힘을 빌릴 생각은 없어. 결국 혼자 해야할 일이기도 하고... 네가 그녀석에게 휘말려버리면, 그땐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 (당신 역시 신이었지만 그것이 당신과 만나면 어떻게 될지 몰랐으므로 결국 당신의 힘을 빌리는 것은 최소한으로 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거래를 한다는 정도가까지만.) 넌 단 한번만이라도 행복하고 싶냐? 포기해. 네 행동은 아무도 이해 못 할 행동이니까. 이해받고 싶다면 지금처럼 인간에게 받는 방법 외에는 없겠네. (당연한 이야기다. 인간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구태여 이해하려고 들진 않으니까.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외신이... 감정이 있었다고..? (의미심장한 말에 표정이 굳는다. 외신, 굳이 아니라도 신의 격을 가진 이가, 당신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말에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정도에 부끄러워 해서야, 아까 무릎베개는 어떻게 해주려고 했담. (물론 지금은 정말 부끄럽다기보단 부담스럽기에 한 거겠지. 당신이 코를 살며시 누르면 으에으엑. 같은 이상한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이거, 왜 하품하거나 말하는 거야? (어이없다는 듯 책의 표지를 본다. 괴이한 물건인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여튼... 이 책을 해석할 수 있다면 나중에 너도 부를 수 있나? (갑자기 생긴 호기심에, 무언가 마법진을 손에 띄워 중얼거리는 인피의 얼굴에 박아넣으며 그는 당신에게 호기심 섞인 질문을 했다.)

691 마논 (cE3jHC1Wak)

2022-07-18 (모두 수고..) 05:05:58

>>646 리겔
(쏘아져서 화염에게로 돌진하는 빛줄기. 하지만 그것은 보통의 속성을 띄는 빛이 아닌, 신에 가까운 존재가 쏘아내는 성광(聖光). 바로 그런 빛이 위협적으로 쇄도하여, 화염을 뚫었고, 그대로 튀어나와 여우마저도 꿰뚫으며,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캭캭캭캭캭! (그 광경이 유쾌한듯 그것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어머, 무슨 소리 하는 걸까? 정체는 이미 진즉에 밝혔잖아~? 성스럽고 자비롭고 아름다운 '신의 사자, 마논' 이라고. (베싯, 입꼬리를 틀어 웃는다.) 흐음, 말 안 했었나?
그리고 입이 달렸어도 말은 바르게 해야지. 먼저 마논을 공격한 건 너잖아? 안 그러니? (그것이 손을 서로 교차시킨다. 손에선 눈이 시릴 정도의 빛이 피어올랐고,) 상대도 몰라보는 버릇없는 여우야. 캭캭캭. (단번에 손을 풀어내자 그 즉시 빛의 파편들이 리겔과 숲을 휩쓸 기세로 그 일대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650 명설화
흐음? ('죽을 수 없다' 라는 말을 들고서 여자는 고개를 기울인다.) (답변이 이상한데?) (마논이 원하는 답이 아니야. 이건 오히려...) (아, 그런가?)
아, 그래~? (설마 이 녀석, 자기가 불멸자인 것도 모르는 거 아니야?) (그렇게 확정지은 여체의 그것은 생글거리며 웃었다.) 흐응? 먹을 거?
글쎄? (키득키득. 굶주린 설화를 비웃듯 웃음을 흘린다.) 네가 보기엔 어때 보이니? 이렇게나 가녀려 보이는 여자가, 이런 숲에 음식 같은 걸 들고 다닐 거라고 생각 해? 뭐,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없다면? 어떻게 할 거야? 너, 자신이 '원치 않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죽어가는 거야. 고작 음식도 없다는 이유로 말이지.
그래, 매 순간의 앞은 모든 건 네가 하기에 따라 달린 거야. 혹은, 그렇지 않은 존재들도 있지. 그러니까 너...~ (여자는 키득거리며 뒷짐지고 있던 손을 슬며시 꺼냈다.)
솜씨 좀 볼까? (꺼낸 손 안에 빛이 감겨 들어와 말뚝을 형상화 한다. 여자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말뚝을 기습적으로 설화에게로 찔러 넣으려 했다.)


>>654 오베스
글쎄~? (유적에 찾아 온 것은 어느 아름다운 여성. 그러나 외모와는 다르게 이질적이고도 과장된 태도로 몸을 핑그르 돌아보이며 유적을 시야에 담고 있었다.) 마논, 이 하염없이 돌아다니던 와중에 더러운 중간계 중에서도 이런 특히나 더러운 이곳에 누가 살기나 할까 싶어서 와봤는데~ (베시싯 웃으며 여자는 오베스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 안에서, 여체에 깃들어 있는 다른 무언가가 엿보인다.)
정말 누가 있었네~? 그것도 상당히 어울리는 뼈다귀가 말이야. 캭캭캭.


>>664 레인
캭캭캭... (입꼬리가 느슨하게 올라간다. 그 안에 드러난 이가 날카롭게 비추어졌다.) 하, 뭐야. 한다는 말이 고작 그런 시시한 거짓말? (그리고 그 위로 드러난 것은 싸늘하게 식은 시선이었다.) 외신이라는 것도 수준이 정말 떨어지나 보네? 그도 그럴게, 당신도 알고있잖아? (그것은 당신을 꿰뚫을듯이 노려본다.)
스스로 죽을 일이 없다는 것쯤은 말이야. 하물며 신의 사자가 신을 죽인다고?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왜냐하면 마논은 신이 아니니까. 고작 신의 사자일 뿐이니까... 그 격자체가 다른 거야. 한 마디로 당신은 지금 마논을 기만하고 있어. 지금 걸로 알았어. 마논을 자기 옆에 세워서, 자신의 위상을 더 과시하려고 하는 거야. 누가... 그따위 수작질에 걸려줄 것 같아?! (감정에 반응하듯 그것의 몸에서 과격하게 빛의 입자들이 요동치며 뿜어져나왔다. 신광(神光)이었다. 빛은 그것의 등 뒤에 모여 금방에라도 다른 어딘가로 떠나갈듯 커다란 날개를 이루고 있었지만.)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빛의 날개는 곧 허공속으로 바스러지며 사라진다.) 좋아, 어울려주지. 이렇게까지 꺼지라고 하고 있는데도 굳이 그러고 앉아있다는 건 나중에라도 끈질기게 달라붙거나, 결국엔 마논의 눈 앞에 다시 나타나게 되는, 이건 분명 그런 운명이겠지. 마논은 현명하니까 그런 수작질엔 걸리지 않아. 그렇다면 마논은 당신쪽에서 먼저 질리게 만들어 줄 거야. 어떤 차원, 어떤 시간, 어떤 우주에서라도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지. 그러니 지금은 그걸 위해 어울려 주겠어. (레인의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걸어가서는, 손가락을 치켜올려 레인의 뺨에 들이민다.)
단, 신에 대한 얘기는 금지야. 만약 조금이라도 기미가 보인다면 즐거운 시간은 그걸로 끝. 그 즉시 그릇이 되는 그 몸을 쪼개고 당신을 분리시켜 원래있던 곳으로 던져버릴 거니까. 지금의 마논이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거든. 그리고 마논은 딱히 당신같은 부정을 증오하는게 아니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줄래? 이 혐오스런 위선자야. (그렇게 한 바탕 일갈을 들이붓고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등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왜 마논이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짜증나 정말.
뭐해?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가지? (레인에게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681 테이얀
흐응~? (테이얀의 시야 앞에서부터 어느 존재가 고개를 기울이며 다가온다. 얼핏봐서는 여자다. 아름답게 비치우는 달빛을 등지고.)
뭐하는 거야? 설마 혼잣말~? (키득키득.) 아니, 그럴리는 없겠지. 말도 통하지 않는 것과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신이 나간 미물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때 여자의 눈이 문득 가늘어졌다. 그러자 평범한 여자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이질적인 기운마저도 강해진다. 시선은 어깨의 까마귀에게로 고정 되어있다.)
거기 앉아있는 까마귀. 모습을 드러내고 얘기하지? 마논도 듣고 싶거든.


>>690 바벨
어머, 지금 마논이 성녀같은 같잖은 것들보다 자애롭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 지금까지 그렇게나 신의 사자의 진면모를 보여줬는데, 아무래도 고작 인간 수준의 미물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고차원이었던 모양이네! 그럼 지금이라도 알게 해줄까~? 새로운 깨우침을 네게 선사해줄게. (그것의 웃는 얼굴이 바벨이 피하는 시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리곤 바로 앞까지 슬며시 다가와서는 멈춰, 눈을 가늘게 뜨고는 거기서 말하는 것이다.) 마논의 무한한 자애로움 말이야.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치명적인 속삭임. 마치 독사가 귓가에서 쉬익 거리는 것 같다.)
(당연히 잔을 전부 비운 바벨이 술에 의해 고꾸라져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기에,) 뭐어? 그럴리가... 웃기지 마. (바벨이 보이는 미소에 되려 정색하면서 그 술잔을 턱하니 낚아채어 그게 무슨 요사스런 도구라도 되는 듯이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있다.)
...너, 미물. 지금 사기치고 있지! 그렇지!! (그러나 잔에 이상은 없고. 오히려 이상이 있는 것은 바벨의 몸이겠지만.) 분명, 이거 사기치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마논의 비장의 독주가 이렇게나 허무하게...! 그느늣...!! (그것은 억울한듯이, 또는 노여운듯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바벨을 바라보고 있다. 어찌나 분해보이는지 은은한 신광으로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눈물이 맺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캭캭캭! (그러나, 그것은 갑자기 저 홀로 웃음을 터트린다. 아직도 남은 카드가 있는 걸까. 어느새인가 평소의 교만스런 태도로 돌아와서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알려줄게. 네가 알고 싶어하는 그 이야기. 요즘 미물도 꽤 하잖아? 하지만 귀 기울이는게 좋을 거야. 한 번 밖에 말해주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 잘 듣도록 하렴.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려는 듯이 테이블 위로 몸을 죽 빼어 상반신을 올려놓고는.) 마논의 고향은 말야-
(생긋.) 없어. (그것이 환하게 웃고있다.)
마논에게 고향같은 건 없어. 그도 그럴게 마논, 이제 겨우 창조된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 걸? 뭐, 물론 이건 중간계의 기준일 뿐이겠지만 말이야?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어 미물? (손을 펼쳐, 자신의 가슴께 위에 툭 얹어놓고는 얘기했다.)
고향이 없다는 것은 돌아갈 곳도 없다는 거야. 그것에 따른 기억도, 추억도, 마찬가지로 그것에 의한 아픔까지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래, 마논은 그런 목적을 위한 도구로써, 신의 거대한 뜻에 의해 계획되었던 존재이니까. 그러니까 바벨 미물. 네가 방금 말했던 추억과 관련 된 이야기들, 마논은 그 무엇도 알 수가 없어. 왜냐하면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인간에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신성적인 가학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마치 자랑스럽게 여겨진다는 것처럼.)
어라아? 기대했던 이야기가 이런 거라 실망했어? (키득키득.) 하지만 그렇다고 동정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추억이 없다는 건 그만큼 얽매일 것도 없다는 거야. 인간은 기억에 의해서 애착을 가지고 마음을 달리 먹도록 구조가 되어있지? 마논은 그렇지 않아. 너희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추억이 있든, 고향이 있든, 마논은 전혀 개의치 않고 신의 뜻을 알리고 집행할 수 있어. 한 마디로 인간의 실수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 거야. 그게 너희 같은 미물과 '신의 손길이 닿은 존재'의 차이점이니까. 아아, 얼마나 어리석은 감각일까. 그저 시간의 흐름에 풍화된 기억의 조각들을 '추억'이라며 미화하고 소중히 품는 것은. 이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을 뿐인데. 어리석고, 한심하고, 불쌍해.
그러니까 그런 건 완전하고 무결한 신의 사자인 마논에게는 필요 없는 거야. 인간이나 가지는 고향같은 돌아갈 곳도. 추억따위 같은 하찮은 기억도 필요 없어. 지금까지도 그래왔으며, 분명 앞으로도- (그것은 푸스스하고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고 턱을 괸다. 창가로 내던져진 시선이 바깥의 파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방금과 같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 (주점의 떠들썩 함에 묻힐듯이 조용한 혼잣말. 그건 과연 누구를 향한 말이었는가.)
(이내 그것은 평소처럼 생긋거리며 웃음을 피어올렸다.) 뭐하고 있어? 술, 따라줘야지? 잊은 거야? 제 주제도 모르는 당돌하고 건방진 동정 사기꾼 미물아.

692 마논 (cE3jHC1Wak)

2022-07-18 (모두 수고..) 05:21:23

>>647 헤르베라
보낸다고? (헤르베라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더니,)
아아... 그래. (그것의 눈매가 어느샌가 가늘어졌다.) 보내는 거지. 바로 이, 자비롭고 아름답고 고결한 신의 사자 마논이 미천한 술 양조꾼에게 말이야. 그러니 감사히 받도록 하렴? (키득거리며 웃는다.)
궁금하면 직접 열어보면 되잖아? 안 그래? 직접 받은 물건을 앞두고 뭘 미련하게 묻고 있는 걸까? (봉투 안에는 절임 된 햄이나, 숙성 된 치즈. 혹은 풍미가 가시지 않은 빵 따위와 같은 술과 곁들여 먹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이른바 안주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 앞의 여체의 모습을 한 그것은 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하고 있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착각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네. 딱히 이건 너따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주는게 아니니까 말이야. 그저, 술이 가득한 집에 들르려면 안주를 가져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잖아. 이것도 그저 그 일환이라고 생각 하도록 해. 알겠니? (날카로운 어조지만, 어쨌든 그녀와는 잘 지내고 싶다는 우호적인 어프로치인 것이 아닐까.)

/미처 확인학지 못하고 놓쳐서 이어놓습니다... 미안합니다!!

693 리겔 (DNnsSeyy6c)

2022-07-18 (모두 수고..) 05:28:27

>>690 바벨

식욕이라는 걸 잊은지 오래됐다보니 인간이 맛없다는 내 감상도 의미가 없지만 말이야. (일개 수인으로 살아왔던 시간보다 이렇게 된 이후의 세월이 훨씬 더 길었다. 농담같지도 않은 자신의 말을 받아치는 당신을 보면서 여우의 한쪽 무릎을 세우고 팔을 걸치더니 그대로 턱을 괸다.) 종교쟁이라는 뜻은… 소위 인간들이 지칭하는 사제라는 뜻인가. 네 말대로 종교쟁이… 입에 안붙네. 사제랑 거리가 멀다고 했지만 나한테 그 누구보다 사제다운 발언이었다. (당신이 표하는 불쾌감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여우는 앉아 있는 풀밭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무감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내가 인간이라고 생각은 안하는데. (인간의 기준은 자신이 정하기 마련이라니.) 삶의 방식이 인간과 같은 몬스터를 보고, 인간들이 그들을 인간으로 존중해주던가? (여우는 자신의 말재간이 지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인간의 기준은 인간들이 정할 뿐이지. 네가 말하는 자신이 정하기에 다르다는 기준 또한, 지극히 인간의 관점으로 본 인간의 기준이라고 생각해.


>>691 마논

(여우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여우의 얼굴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은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화염을 꿰뚫고, 화염을 쏟아내던 여우들까지 꿰뚫어서 그 뒤에 있는 본체- 그러니까 여우들을 소환해낸 자신까지 쏘아지는 섬광이 지나갔다.)

(당신의 웃음소리가 끝날 때쯤 여우의 목소리가 들렸을까.)…성스럽고 자비롭다는 건 누가 붙혔는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다르기는 하네. 네 신이라는 존재는 타인을 향한 예의는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야? (여우는 이죽이며 당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냉소와 섞인 웃음이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해야한다는 선택지 따위 애초 존재하지 않았으니 여우는 기꺼이 맞부딪히기로 했다. 어차피 불멸하는 몸뚱이니 이럴 때 써먹어봐야한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그들을 썩 좋아하는 건 아니여서, 아- . 네 신이 아니라 내가 아는 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야. 오해하지마, 신의 사자 나으리. (아까와 똑같은 빛의 파편들이 눈부셔서 여우는 인상을 찡그리고 여우불을 피어올렸다. 주먹만하던 여우불의 크기가 증식했고 빛이 바래다가 소리없이 폭발하듯 일대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여우불을 하고 있지만 당신은 느낄지 모르는 신력이 담긴 불꽃이였다.)

#마논이 짱세영,,,,신의 사자 무셔
#적당히 티키타카(?)하다가 우리네 여우가 졌다고 하고 넘어가용,,,

694 명설화 (qLeidM5yS.)

2022-07-18 (모두 수고..) 08:15:52

>>684 헤르베라

찾을거니까, 꼭. ( 그게 제일 중요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응원이.없어도 자신이 해야할 사명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 알았어, 편한대로 해. 내 이름, 설화. 명설화. (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당신의 말에도 육포를 오물거리다 꿀꺽 삼키고는 육포값이라는 것처럼 이름을 알려준다. 검정색 눈동자가 당신에게로 향한 체. ) .. 알았어, 기억해둘게. 술 만드는 곳..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억할 자신이 없는지 웅얼거린다. 우습게도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은근히 드러나는 설화였다.)

>>685 리카

(천천히 먹으라는 말에도 허겁지겁 먹던 설화는 목이 메이는지 가슴팍을 몇번 두드린다. 주인을 따라 도포자락이 조금 휘날리고 가볍게 숨을 돌린 설화는 리카를 바라본다.) 맛있었어, 정말로. ( 그것을 보여주듯 빵조각을.입가에 묻힌 체 고개를 힘껏 끄덕여보인다. 먹자마자 힘이 나는 것이 꽤나 단순해보이기도 했다.) 마법소녀, 정의의 용사? ( 쉽게 이해가 가지.않는 듯 맹한 눈으로 리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흡사 강아지 꼬리처럼 보이는 머리카락이 살랑인다. 일단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하면서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 내 이름, 설화. 명가의 설화야. ( 마법봉을 치켜드는 리카의 포즈를 따라하며 알아들었냐는 듯 리카와 눈릏 맞춘다. 아무래도 마법소녀씨와는 이런 자세로 자기소개를 해야한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

>>690 바벨

그치만 정말로 모르니까..? ( 모르는 걸 물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애초에 장소를 목표로 두고 떠도는 게 아니었으니. ) ...충분, 최고. ( 당신이 꺼낸 음식들을 보곤 눈을 반짝이더니 자신의 손을 보며 고민하다가 엄지를 어색하게 들어보이며 말한다.) 요리, 아니어도 괭찮아. 배만 채울 수 있으면 괜찮아. ( 정말로 괜찮다는 듯 말하더니 육포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691 마논

(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그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들려오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 기다리면 뭐가 올지도 몰라. 짐승이라던가. 아니면 힘내는 수 밖에. ( 여기까지 오는 동안 늘 그래왔으니까 덤덤하게 당신의 말에 답한다. 그러다 당신이 뒷짐을 푸는 순간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나긋하게 풀려있던 설화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기습은 말 없이 하는게 좋아. ( 어느샌가 허릿춤의 검집을 빼내선 말뚝의 옆면에 가져다대어 옆으로 흘러나가게 만들고는 예리한 눈빛을 빛내며 말한다. ) ... 원하는건 싸움? (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들려는 것처럼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간 체 조용히 물음을 던진다. )

695 블량슈 - 고래의 일기 몰?루?장 (ovEKLgIuMI)

2022-07-18 (모두 수고..) 15:00:55

제국력이던가? 12월 21일
날씨:칙칙함
(쓰다가 잠든 듯 침 자국이 있다)
↑잔거 아님! 아무튼 아님!

696 헤르베라 (bdM9rMQywc)

2022-07-18 (모두 수고..) 17:55:42

>>690 바벨
(잠깐의 어색함은 있었어도 그녀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그를 대했다. 정말 사는 낙이 없다며 우스개소리마냥 중얼거리고, 째릿한 시선은 왜 그려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순진하게 물어오면 그 역시 뭐가 있었냐는 식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대답은 하지 않은 채로.) 음, 그대 머리가 어쩐지 손대기 딱 좋은 자리에 있어서 말이네. 지금 보니 새가 와서 살아도 되겠군? (그녀가 그렇게 만들어놓고 놀리더니 으하하 웃는다.) 엥, 저 정도 술을 아껴마실 생각이었더냐? 뭐하러 그러는가! 오기만 하면 얼마든지 더 내어줄 것을. 아, 오기 귀찮아서 그런 거라면 내 이해하겠네. 나도 가끔은 귀찮거든! (그에게 공감한다는 듯이 말하다가 가방 얘기에 발끈하는 모습이 또 웃음을 부른다. 그게 밑이 빠진게 아니면 뭐냐면서.) 그래. 자알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내게 말하시게나. 다음이 또 있다면 말일세? (꼭 올 것처럼 말하는 그를 안 올 거라 생각하듯 그녀는 말했다. 진지함 1도 없이 가볍게.) 음. 덕분에 나도 즐거웠네. 잘 살펴 가시게나. (밝은 표정을 한 그와 달리 그녀는 끝까지 베일로 얼굴과 표정을 감춘 채 인사했다. 가는 중 잠깐 돌아본다면, 제법 멀어졌는데도 손을 흔드는 그녀가 있었을 것이다.)
//막레임다 수고하셨슴다

>>692 마논
이런, 범상치 않나 싶더니 신의 사자님이었나. 그대. (뜻밖의 정체였지만 그녀는 그러냐는 식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받은 종이봉투를 내려다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나, 하듯이.) 그리 말한다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네. 음. 하나 같이 좋은 물건들이로구만. (봉투 속 내용물을 하나 하나 꺼내본 그녀는 착각하지 말라며 말하는 자칭 신의 사자라는 손님을 보고 피식 웃었다.) 신의 사자님께서 그런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시니 감사하네. 그럼 나도 그 성의를 받들어 자리를 내어드려야겠지. (따악!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멋들어진 테이블과 의자가 양조장 마당에 나타난다. 마당이라 해도 깨끗이 손질되어있어 그 자리에서 티타임을 갖던 술자리를 갖던 아무런 불편함도 없어보인다. 그녀가 테이블에 종이봉투를 내려놓고 다시 손짓을 하자 나무 도마와 접시 따위에 안주들이 먹음직스럽게 세팅된다. 자리 준비를 마친 그녀는 먼저 한 자리에 앉고 남은 자리를 손짓한다.) 내 가진 것이 없어 이런 누추한 자리 밖에 마련할 수 없으니 그 점은 양해 바라네. 자. 앉으시게나. (자리를 권하고 술잔을 들어 베일 속 입가로 가져간다.)

>>694 명설화
(굳이 그녀가 찾길 기원하지 않아도 언젠가 반드시 찾을 것 같은 상대를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명설화- 인가. 좋은 이름이군. (기억해두겠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그렇게 말하고 웅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하하, 웃을 뿐이다.) 무리해서 기억할 필요는 없네. 언젠가 생각이 난다면 찾아와도 좋으니. 안 와도 괘념치 않으니 걱정 말게나! 음! (크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주머니에서 육포 뭉치를 하나 더 꺼내었다. 그걸 내밀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모자라 보이니 하나 더 주겠네. 그리고 이 길 중에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지? 나는 이쪽으로 가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 내 이래뵈도 감은 좀 좋은 편이라. (그녀가 가리킨 쪽은 오른쪽 길이다. 그녀의 추천대로 갈지는 직접 정하라 말하고 돌아서 그 자리를 떠나려 한다. 잡지 않는다면 유유히 허공을 걸어 어느 길도 아닌 숲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대로 끗! 해도 오케임다

697 블량슈 - 그 존재는 고래의 춤을 춘다 (.MlVcQ.eI.)

2022-07-18 (모두 수고..) 18:53:23

"추-움-?"

그 존재는 그리 이야기하며 마을 사람들을 쳐다봤다. 축제가 있는데, 그 곳에서 춤을 춰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
본래라면 귀찮아서 넘기겠지만.. 이 마을과는 그 존재도 연이 깊어서 함부로 쳐낼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밥을 안 주면 그 존재만 손해이기 때문이다.

"춰본 적 없어서- 막 출건데- 괜찮아-?"

그 존재는 그리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은은한 거절 의사를 비췄으나, 마을 사람들은 단호했다.
반드시 춰야한다고 그 존재에게 강력 푸쉬하자- 그 존재도 고개를 끄덕여버린 것이다...
그리고 축제 당일 날 무대에 그 존재는 올라섰다.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며, 구경온 손님들은 뭐지..?하고 쳐다보고 있을 때
그 존재는 고래의 춤(가칭)을 추기 시작했다..!

https://youtu.be/ACpgfL8-wdI
(대충 블량슈가 춘 춤)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워졌고, 블량슈의 굿즈가 팔려나가 마을은 다시 호황을 이루었다.

#독백

698 명설화 (8VYPhJa48.)

2022-07-18 (모두 수고..) 19:17:49

>>696 헤르베라
// 수고했어 헤르베라주~

699 리카 (F7oaTgdp/c)

2022-07-18 (모두 수고..) 19:46:44

>>686 리겔
( 리겔의 눈가가 찡그려져도 맑게 웃는 얼굴은 여전했다. 다른 표정을 지을 수나 있는 것일까? 싶도록. 인형을 되찾은 것이 다시 안정감을 준 것일까? 정말로 인형만이 그 이유였을까? 적어도 소중하게 안고 있는 모습은, 그 인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 응!♫ 고마워, 리겔- ( 리겔의 걸음이 잠깐 멈칫하는 것을 눈치채지만 해맑게 웃기만 한다. 맞춘 걸까, 너의 이름. 어떻게? 라고 하면, 모르겠어. 미안해. 이름은 본질이니까, 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으려나 ) 화상..... ( 리겔의 꼬리가 손을 피한다. 새끼 여우와 눈을 맞추며, 리겔의 말을 따라 혼잣말을 한다. 화상, 소리가 들린 순간, 손 끝이 순간 떨렸던가 ) 아하핫-♫ 주의해줘서 고마워! 이렇게나 귀여운데 조금 아쉽다- 아! 다음에 내가 화상 방지 마법이 걸린 여우 인형이라도 만들어올까? 그럼 쓰다듬어줄 수 있으려나-♫ ( 맑은 얼굴로 활짝 웃는다. 아기 여우. 루루가 겹쳐보였다. ....어라? 그래? ) 하지만 리겔도, 아기 여우들도 보고 싶으면? ( 우리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또다른 공간이, 나를 너에게로 데려온다면? 묻고 싶은 것들은 많았다. 그러나 하나만 묻고서는, 해맑게 웃는다. 리겔이 무뚝뚝한 반응을 보여도 리겔을 대하는 호의 가득한 태도에는 변함은 없다. 리겔을 따라가는 발걸음도 마찬가지였다. 방해는 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조금씩 다가가는. )

# 냉미녀 리겔이도 너무 멋져..... 꼭 친해지고 말 겁니당 ㅠ 리카야 힘내자 !

>>688 오베스
아하핫-♫ 그거 멋지다! 죽음이 거쳐간 흔적 속에 남아있는, 유한한 존재의 아름다움이라- ( 오베스가 쓸어넘긴, 반쯤 풍화된, 과거의 조각상을 웃는 얼굴로 빤히 응시한다. 그러나 유한한 존재가 아름답다면, 무한한 존재는? 너와, 나는? 우리는, 죽음을 맞이해야,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나? ) 차원문? ( 오베스의 말을 되물으며, 허공에서 일렁이는 균열로 시선을 옮긴다. 너도, 그렇구나. ) 아하핫-♫ 고마워! 그런데, 미안하게도 길을 잃은 것은 아니야. 나도, 비슷하거든. 내가 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면,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다른 공간이 나를 삼켜버리니까. ( 연보라색 빛이 새어나오는 한손을 뒤로 하여 허공을 옆으로 주욱 그으면, 마찬가지로 일렁거리는 균열이 일어나며 그 사이로 분홍색과 연보라색, 빨간색 등이 섞인, 이상한 공간이 얼핏 보였을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의 황혼과도 같아보이는 오묘한 색이다. " 우연이라기보다는, 운명일까-?♫ " 하고 외치는, 변함 없이 해맑은 얼굴과는 괴리감이 있어보일 정도로. 오묘한 연보라색 눈이 오베스를 응시한다. 본질을 바라보듯 ) 늙은이? 전혀 안 늙어보이는데? ( 착각이었던 것처럼 손을 거두어 순식간에 공간을 없애버리고, 고개를 갸웃한다. 뼈 밖에 없다고 해도 편견조차 없는 것일까 ) 그래도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말 상대가 되어줄 수 있어-!♫ 나는 마법소녀거든! 이름은 리카야! 너는? 너는 이름이 뭐야? ( 해맑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민다. )

>>689 레인
.....어려워? (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설명해주려는 레인을, 연보라색 눈이 빤히 응시한다. ) 하지만 ' 약속 '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 지키는 게 당연한 경우, 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대답을 고민 해주는 레인의 마음을 느꼈는지, 손을 뻗어 레인의 헝클어진 머리를 천천히 정리해주려고 한다. 고마움을 담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 아하핫-! 레인이 바닥에 떽데굴 굴러다니면, 나도 옆에서 같이 굴러줄게!♫ ( 실없는 농담에 해맑게 대답하는 얼굴은, 분명 그래줄 것만 같다. ) .....그렇구나. 마법사, 라...... ( 당황한 것 같은 레인의 반응을 지켜보다 천천히 눈을 내리깐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이상할 정도로 밝고 씩씩한 얼굴이 다시 레인을 마주보았을까 ) 그럼, 역시 내가 힘내야겠다-!♫ 그렇지, 레인-? ( 하는 되물음은, 레인의 대답을 바라는 것이 아닌, 다짐과도 같다. 웃고 있는 연보라색 눈에는 다시 빛이 돌아왔지만, 그 완벽한 마법소녀의 모습은 어쩐지 혼자 짊어지려는 쪽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을까. 마법사라는 이름 아래, 마법소녀와 마녀의 차이는, 한 걸음 뿐일지도 모른다. ) ....응. 없었지만, 이제는 나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 거야. 걱정해주고, 대신 화내주고, 포근하게 품어주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 나는, 마법소녀니까. 그러니까, 레인에게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낼게! ( 쓰다듬듯 레인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하며, 웃는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환하게 ) 원래 악당들에 맞서려면 그런 모멸적인 것들과도 마주보아야 하는 법이니까. ( 도망쳐서는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 마법소녀는 홀로 마주본다. ) 그래도 역시 궁금해-!♫ 나중에 그런 책을 찾게 된다면, 나한테도 꼭 알려줘! ( 하고 해맑게 외치는 모습은 장난이었을까 ) ( 눈을 돌리는 레인을 연보라색 눈이 응시한다. 조금 씁쓸한 이야기, 그리고 눈가에 드리워진 옅은 그림자. 조금이나마, 눈치챌 수 있었다. ) ........그거, 레인의 이야기구나. ( 어쩌면, 과거에 정말로 일어났던. 네가 겪었던.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본질을 바라본다. 천천히 손을 뻗는다. 레인의 손을 잡아주려는 것처럼 ) 그건 레인의 잘못이 아니야. 그것은 레인의 본질일 뿐. 레인은 본질로서 존재하고 있었을 뿐, 레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그건 레인의 잘못이 아니야. (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말해준다. 레인을 위로해주려는 것처럼. 한낱 인간으로서 감히, 였을까. 그럼에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 내가 말한 간접적인 잘못은 그런 게 아니야. 레인이..... 누군가를 이용해서, 또는 속여서, 다른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도록 한다거나.... 하는 그런 거 말이야. ( 목소리가 떨렸을까. 아니면 손이 떨렸을까. 눈을 내리깔며,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

>>690 바벨
.....아하핫- 있잖아, 바벨. 나는 가끔 궁금해. ( 너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보고 있는 걸까. 눈을 감고 생각한다. 묻지는 않는다. 너라면, 다시 ' 리카 '라고 대답해줄테니. 마법소녀가 아닌. ) 나도 마찬가지야. ( 눈을 뜨고, 웃는 얼굴로 바벨을 마주보며 따라 중얼거렸을까 ) 나는, 너를 믿어. ( 손가락으로 본인을, 그리고 바벨을 가리킨다. ) 네가 나를 믿어주든, 믿어주지 않든. ( 환하게 웃는다. 바벨을 가리킨 손가락은 다시 본인을 향해 돌아오지 않는다. 믿음은, 일방향이다. ) 내가 모르는 다른 면.... ( 바벨의 말을 따라한다. 고양이 인형을 천천히 들어올려 얼굴을 가린다. ) 그 사람들도, 바벨도, 모르잖아. ( 나의, 다른 면을. 내가 너를 모르는 것처럼. 들리지도 않게 혼잣말을 했을까. 다시 인형을 내리면, 착각이었던 것처럼 평소의 해맑은 모습이다. ) 응-! 난 좋아!♫ ( " 나도 대화하고 싶었어! " 하며 웃는 얼굴은, 그래도 진심이었다 ) 정겨운 노래-?! 바벨, 노래했어? 듣고 싶어!♫ ( 눈을 반짝반짝 빛내다가 ) ................ ( 고향, 소리에 입을 꾹 다문다. 입만 웃고 있는 그대로인채, 빛을 잃은 죽은 눈이 바벨을 응시하다가 ) ....미안, 모르겠어. 기억 안 나. ( 하며, 바다를 돌아본다. 물. 수많은 물. 떨리는 손. 그리고.. ) 옷? (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푸른 바다를 감탄 어린 반짝반짝이는 눈으로 가까이서 내려다 보다가, 바벨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본인의 옷을 한번, 다시 바벨을 한번, 주변 사람들을 한번, 시선을 옮긴다. 주변 사람들을 봤을 땐, 깜짝 놀란 듯 움찔했을까.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다가 결심을 하듯 안고 있던 인형을 조심스럽게 놓으면, 인형은 텔레포트가 되듯 사라지고, 대신 다시 소환된 마법봉을 붙잡는다. 연보라색 빛을 내는 마법봉을 들어올려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로 주욱 그어내리면, 마법소녀 옷은 빨간 리본이 달린, 하얀색과 연보라색의 비키니 수영복이 되었을까. ) .....이-이게 맞는 거지..? 그런 거지...? 원래 이런 거 맞지..? 주변에 보니 대부분 다 이런 모습인데... 아-아닌가? 내가 틀린 건가? 미안, 나, 처-처음이라 모르겠어.... ( 겉옷이라도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겉옷은 입지 않았다. 새빨개진 얼굴로 더듬더듬 말하다가, 꾹 다문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연보라색 눈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해,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고개를 푹 숙인다. 맞잡은 손도 떨렸을까. 어라..? 어라? 뭐지? 뭐야? 이 감정은? 모르겠어.. )

>>694 설화
아-앗?! 괜찮아?! 자, 여기 우유! 물도! ( 설화가 가슴팍을 두드리자 허둥지둥 마실 것들을 내민다. 천천히 먹어도 될텐데, 그렇게 배고팠던 걸까? 웃는 얼굴이 걱정스럽게 설화를 지켜보다가 ) 아하핫-♫ 다행이다! ( 맛있다는 말을 듣고 해맑게 웃는다. 손을 뻗어 설화의 입가에 묻은 빵 조각들을 가볍게 살살 털어주려고 하면서 ) 응!♫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마법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싸우는 존재라고 할까? ( 설화의 맹한 눈을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마법봉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준다. ) 설화! 명가의 설화! 설화구나- 예쁜 이름이네! ( 마법봉을 치켜드는 포즈를 따라하는 설화를 보며 "  아하핫-! " 하고, 즐겁게 웃다가 ) 예이-!♫ ( 그대로 가볍게 설화의 손바닥에 손바닥을 짝 마주치려 한다. 하이파이브를 하듯 ) 만나서 반가워, 설화- 앞으로 잘 부탁해!

700 리겔 - 나만 아는 이야기 (k15Ixo5zU2)

2022-07-18 (모두 수고..) 22:15:24

왜라는 물음도, 어째서라는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당신은 참아냈고 그저 만들어진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오롯하게 혼자 감내해야하는 수많은 고통을 인내하던 앳된 당신의 옆얼굴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타인을 향해 웃어보이면서도 속이 망가져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이 괜찮아, 하고 버릇처럼 중얼거리는 말을 그대로 수용했다.

따지고보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나쁜 것이다.
조금이라도 헤아려주고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살피고 딱 한번이라도 당신이 버릇처럼 중얼거리는 말에 반박이라도 했다면- 그랬다면 조금이라도 당신의 최후는 달라졌을까.
나에게 약한 소리를 하기에는 당신은 너무 일찍 스스로의 운명을 알고 있었고, 힘들다고 하기에는 자신의 앞길에 놓여진 길을 벗어나는 법을 몰랐다.
따지고 보면, 태어나기도 전에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나와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당신은 대착점에 놓여있었는데.
내가, 나만이 당신의 속내를 알 수 있었던 건데.

“…리겔, 안돼… 그러지마…”

수백번의 눈물과 수천번의 고통과 수만번의 의문을 삼켜낸 당신은 최후의 최후에 이르고 나서야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날만큼은 아니였어도 당신은 나를 붙잡았다. 그러지마, 제발. 그러지마. 신에게 대적하지 말아줘. 나만이 들을 수 있도록 몇번이나 당신은 내게 말했고 붙잡았고 애원했다.

‘그 아이는 내게서 태어났으니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 옳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또한 존재하지 못할 터, 그 아이는 하계를 돌며 흩어진 신앙을 모아서 내게 오는 것이 태어난 이유였으니. 너또한 나로 인해 그 아이와 만났으니 뜻을 수용하라.’

“너는 다물고, 당신이 말해봐.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길 바래요? 이대로 가만히 당신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길 바래?”
“신이 그러길 바라니까…”

앳된 당신이 이곳에서 사라진다면, 나를 이루고 있는 힘또한 사라질테니 나는 일개 수인으로 되돌아갈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신은 당신이야. 저 자가 나를 그곳에서 구원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당신이 나를 구원했잖아요. 나는 저 자의 신수가 아니라 당신의 신수야. 반신의 신수라고.”

나에게 있어서 신은 당신이었다.

내가 당신의 의견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단한번도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인 이유는 당신이 나의 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만을 사랑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이 길의 끝에서 행복해지길 바랬는데.

701 테이얀 (sa4mPqPLEs)

2022-07-18 (모두 수고..) 22:30:28

>>631 이바

그래서 신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결국 이해를 포기하고 떠받들기 시작했지. 인간끼리는 결국 거기서 거기니까 서로를 적대할 수 있지만 신은 인간의 입장에서도 적대하지 못하거든. (자신도 인간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낸 그는 표정만큼은 온화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도 말이 통하는 상대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거지 내가 말해도 듣지 않는 존재들에겐 결국 다른 대화수단을 꺼내야하지 않겠는가? 가끔은 물리력이 말 한마디보다 나은 법이라네. (그러다 상대의 말에 까마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최강의 사역마라는 말은 반농담이지만 말일세. 사실 이제까지 살았으면 싸울 일이 거의 없지 않은가. 그냥 만나는 사람들에게 장난으로 자랑할때나 쓰는 얘기라네. (먹는 것에 취미가 없다는 말에 눈이 살짝 가늘어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을터이니. 그래도 잠은 바른 곳에서 자야하는 법이라네. 그러니 잔말 말고 따라오게나.

//스루해서 ... 죄송합니다 ... (머리 맨틀까지 박기)

>>676 명설화

입가에 밥풀이 묻었다네. (손을 뻗어서 입에 묻은 밥풀을 떼어주려한 그는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마을. 이 근처엔 마을이 몇개 있는데 그 마을 사람들도 종종 길을 잃어서 다른 마을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하네. 그러니 기운이 있다면 얼른 가세나. (걸어갈 수 있다는 말에 한번 더 고개를 끄덕인 그는 천천히 길을 따라갔다.) 근데 어인 일로 이곳까지 왔는가? 여행자들도 잘 찾지 않는 곳인데.

>>679 오베스

뭐, 반쯤 타의에 일한 일이니까 썩 즐겁지는 않지만. (부럽다는듯한 말투에 심드렁하게 대답한 그는 상대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이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살아가니 언제든 마주칠 준비를 해둬야하는 법이지. 그나저나 리치라니, 살아오면서 몇몇의 리치를 보았지만 이렇게 이성을 갖고 있는 경우는 처음 본다네. 이것도 기록에 들어가겠구만. (그의 어깨에 앉은 까마귀도 신기한지 상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을 공부했다라 ... 나도 마법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편이지.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니 말이야.

>>680 리겔

그래도 그 불에서 나오는 새끼 여우들이 귀여우니까 별 볼 일 없는건 아이라고 생각한다네. 다음엔 꼭 만져보고 싶은걸. (보기 드문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은 그는 대신이라도 되는지 까마귀를 연신 만져대며 말했다.) 그런가. 나와 동류라는 느낌이 강하게 나서 말이지. 그리고 이 느낌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지. 하지만 100% 라는건 신뢰성이 떨어지니 이번만큼은 틀렸다고 해둘까. (슬슬 다 보았는지 그의 걸음이 서서히 느려진다.) 남의 과거를 들춰보는 고약한 짓은 취미로도 가지고 싶지 않다네. 애초에 내 삶의 중요한 부분도 검게 칠해져있으니.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담소를 나눌 대상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지. 종종 찾아오도록 하겠네. (그렇게 그는 왔을때와 다르게 사라질땐 순식간이었다.)

//막레! 수고했어 리겔주!!

>>682 헤르베라

시간이 무한하다는건 무언가 일을 할때도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는 단점이 있지. 나도 정리를 하는데 꼬박 일주일을 썼던 기억이 있네. 덕분에 한 소리 들었지만 말이야. (그러다 상대의 말에 기분 좋은듯 웃는다.) 하긴 창고의 크기를 보아하니 이 정도 술이 빠져나간걸론 티도 안나겠군. 다음에 이 술이 먹고싶어지면 또 찾아가겠네. 물론 어디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상대의 막잔에 자신도 잔을 부딪히고선 말했다.) 나도 슬슬 돌아가볼 시간이니 말이지. 오늘 즐거웠다네! 다음에는 좀 다른 술을 마셔보면 좋겠구만. 그럼 살펴가시게. (그렇게 그는 술기운이 살짝 올라와 기분이 좋은지 손까지 흔들어주고선 느릿한 걸음으로 사라져갔다.)

//막레!! 헤르베라주 수고했어!!


>>682 리카

(상대의 반응이 살짝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는 모른척 대답한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네! 마을 사람들도 많이 고마워하고 있을걸세. (그러다 상대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xx년 7월 1일로 고정된 삶을 사는거지. 그 이전까진 모두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기억하지 못하는. 나 혼자만 세상이 멈춘 느낌이라네. 외롭고, 끔찍하지.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온화함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 자네도 도와줬는데 당연히 자네의 몫도 있지. 마을이 작아서 진수성찬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맛은 하나 같이 훌륭하다네. 나도 못가서 아쉬울 정도야. 우리는 다른 곳에 볼 일이 있다네. 집에도 며칠 안들어갈 예정이고. 자네도 이만 가는 것이겠군 그래. (그는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인간이 사는 최북단이기에 가장 가까운 마을은 저 방향이라네. 돌아다니더라도 마을을 따라 움직이는게 가장 편하고, 안전하니까 말이야.

>>691 마논

음? (갑자기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서 그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한다.) 혼잣말은 아닐세. 이 까마귀는 내 사역마라서 나랑 대화를 할 수 있지. 자네에게는 안들리겠지만 말이야. (그러다 강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한다.) 그래도 대화를 할때는 평화롭게 해야하는 법이라네. 그리고 이 까마귀는 다른 사람이랑 대화를 나누는 법도 없고. (거리를 살짝 벌리면서 그는 모노클을 벗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 기운부터 거두어주면 좋겠는데.

702 블량슈 (.MlVcQ.eI.)

2022-07-18 (모두 수고..) 22:34:45

(그 존재는 유유히 해변 인근의 숲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삼림욕이라도 하는 것일까)
안녕- 좋은- 숲이네-(그 존재는 당신을 보며 인사했다.)

703 헤르베라 - 그녀라는 사람이란 (bdM9rMQywc)

2022-07-18 (모두 수고..) 23:22:08

해가 뜬다.
달이 진다.

오늘이 지나고
다시 오늘을 시작한다.

매일이 매일이며
하루도 같지 않은 날이다.

단 한 가지 사실을 제외하고.


그녀는 언제나 모든 걸 잊었다. 아니, 정정하자. 모든 '사람'에 대한 걸 잊었다. 방랑하며 만난 사람, 양조장에 찾아와, 같이 술을 마셨던 사람, 상대가 누구라도 잊었다. 얼굴, 목소리, 생김새, 나눴던 대화, 같이 마신 술, 전부 잊었다.

잊었으니 외로움도 느끼지 않았다. 잠깐은 허전함을 느껴도 잊은 후엔 아무런 것도 남지 않았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언제부터 그랬을까.

그녀라고 처음부터 모든 상대를 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만난 이 한명 한명을 기억했다. 귀한 것을 여기듯 소중하게- 누구에게도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곁에 오는 이들을 귀히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그랬었는데, 언젠가는 그랬을 뿐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날이 바뀌기 무섭게- 혹은 돌아서기 무섭게 잊었다. 뒤를 돌아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을 만큼 깨끗하게 잊고 잊었단 사실마저 잊었다. 그녀에게 잊혀진 이가 그녀를 책망해도, 끝내 다시 찾아오지 않게 되어도 어쩔 도리 없이 잊었다.

미안하네.

한없이 두껍지만 얄팍한 베일 너머로 말 뿐인 사과를 한 것마저 잊으면서.

그녀는 오늘도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대화는 늘 유쾌하고 즐거웠다. 길든 짧든 그이가 자리를 뜰 때까지 어울렸다. 이윽고 가야겠다며 일어나면 그녀도 일어나 배웅했다. 나가는 길 헤매이지 말라며 배웅해주랴 농담도 했다. 농담 섞어 웃으며 가는 이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높은 나무과 우거진 수풀 사이로 그이의 모습이 사라지면 양조장으로 돌아와 재료를 손질하고, 술을 빚었다. 재료에 닿는 손짓 한번에, 술을 젓는 행동 하나에, 서서히 그이를 잊었다. 누구였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얘길 했는지, 어떤 술을 마셨는지, 곱씹을 새도 없이 잊었다.


해가 진다.
달이 뜬다.

오늘이었던 날이 지나
오늘이 돌아온다.

매일은 매일이지만
하루라도 같지 않은 날 있었던가.

설령 있었다 한들
이미 잊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704 바벨 - 플라스크 (EOJ7HXFsz6)

2022-07-19 (FIRE!) 00:18:08

먼 과거. 자신이 신이 되고자 했던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마법을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현자의 돌'이란 물질을 창조해내려 갖은 노력을 쏟아부었고 수십년을 매진한 끝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조금 다른 형태로, 말이다.

플라스크 속에서 태어난 난쟁이는 마법사가 원했던 힘은 아니지만 대신 세상 모든 지식을 알고 있었다.

난쟁이는 속삭였다. "5만의 영혼을 모아 나에게 가져다주면 현자의 돌을 만들어주겠다!"

마법사는 그동안 모아온 마법을 이용해 5만이 넘는 영혼을 가져다 난쟁이에게 바쳤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이, 난쟁이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5만의 영혼은 난쟁이가 마법사의 몸을 차지하고 그 육체를 빼앗아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제물. 난쟁이는 처음부터 그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육신을 가진 난쟁이는 곧바로 그 힘을 가지고 세상을 피바다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만물의 왕이 되고자 하는 난쟁이의 욕망 아래 수많은 생명이 학살당했다.

이에 보다못한 질서의 신, 빛의 신, 생명의 신이 힘을 합쳐 난쟁이를 무찌를 용사를 내려보냈다.

난쟁이는 불로불사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으나 생명의 신의 가호는 용사를 잠시동안 필멸로 만들었고, 질서의 신의 언령이 난쟁이의 팔과 다리를 묶었으며, 빛의 신의 창이 난쟁이의 심장을 찌르자 난쟁이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임무를 완수한 용사는 난쟁이의 죽은 육신을 신들에게 바치게 된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빛의 신의 성광에 바스라졌어야할 난쟁이의 육신은-

"잘 보관해두거라. 언젠가 쓸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

필멸의 운명과 불로불사의 신체를 동시에 가졌던 난쟁이에게 흥미를 느낀 한 신에 의해 빼돌려지게 되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전설에 따르면 난쟁이는 황금과도 같은 금빛 눈을 가지고 있다 전해지지. 용사에 의해 난쟁이가 토벌되었지만 한동안 금빛 눈은 불길함의 상징이라며 박해받았다나 뭐라나."

붉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청년, 레온은 김이 샌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데 이게 진짜로 이야기의 끝인걸 어떡하라고.

"신에 의해 빼돌려졌다며? 그런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몰라?"

"아- 그거... 소문에 의하면 그 이후로 전쟁이 터지면 가끔씩 난쟁이와 같은 눈을 가진 괴인이 전장에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봤다는 사람마다 눈을 제외하고는 모습도 제각각이고 기록 속의 난쟁이랑도 다른 모습이라 결국 전쟁에 갓 참가한 신병이 하는 흔한 헛소리로 치부되었지."

"찝찝한 결말이네..."

"설마 베르, 당신이 그 이야기 속의 괴인은 아니겠죠?"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와 시선. 파티의 마법사, 질이었다.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뒤집어쓴 모자를 벗어보인다. 이야기 속의 난쟁이처럼 금빛 눈에, 외국인 사이에서도 드문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

"그럴리가 없잖나. 이 이야기는 대륙 반대편에서 건너온 이야기라고. 너도 알다시피 난 이 도시에서 나가본 적이 없고."

"그러고보니 베르는 촌놈이었지. 도시 촌놈."

"가끔은 나가고 싶은데 부모님께 돈을 보내느라 돈이 없으니까- 나도 여행좀 떠나보고싶네."

"이번 일이 끝나면 셋이서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요?"

그렇게 우리 셋의 이야기는 어느샌가 여행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간다면 어디를 갈 것이며, 얼마나 걸릴지라던가, 간다면 무엇을 할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한때, 내 즐거웠던 기억이었다.

705 리겔 (c5B9wLZXnI)

2022-07-19 (FIRE!) 00:56:17

>>699 리카

또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기나 해. (친절하지 못한 어조로 중얼거리며 여우는 당신의 웃는 낯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노란빛 눈동자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을 것이다.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아까보다 현저하게 안정되어 있었는데도 여우에게선 그 어떤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물어봤자 좋지 않을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무기력한 허무함으로 인한 걸까. 고맙다는 당신의 인사에 여우의 쫑긋하게 솟은 한쌍의 귀가 반응하며 양쪽 옆으로 접혔다가 펴지기도 했다.) 들어본 적 없나봐. 오래 묵은 여우는 여우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새끼 여우를 이루고 있는 불꽃의 근원이 자신이었기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여우는 그 사실까지 알릴 생각따위 없었다. 마법이라면, 마력이라도 사용하는건가. 그저 인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테고. 정체가 무엇이든 이쪽에게 적의는 없어보이니까 됐나.) 마법이 걸려있는 여우 인형은 그저 인형이지. 인형놀이는 사양인데. (보고 싶으면? 하는 당신의 물음에 여우의 쫑긋한 한쌍의 귀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인간은 인간과 어울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만. 네가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이름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만남은 이걸로 끝내는 게 좋아. 스쳐지나가는 우연은 우연으로 끝내자. (여우가 반쯤 몸을 틀어서 당신을 바라봤다.) 그 누구와도 관계되고 싶지 않거든.

>>701
#수고했어영 테이얀주!
#다음에 또 놀아주세용~~~~

706 오베스 (axpJjJRSnM)

2022-07-19 (FIRE!) 01:15:06

>>691 마논
(망자는 생명으로써의 본능을 잃어버린 이후에는 생물의 아름다움을 보는 기준이 상당히 객관적이 되었다. 그런 객관적 시점에서도 분명 매력적인 여성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망자는 어렴풋이 눈치 챈 듯, 고개를 슬쩍 뒤로 제쳤다.)
내가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에 대해선 문외한이다만, 그런 내 기준에서도 여긴 살기 좋은 땅은 아닌거 같군.
(해가 지면 이곳은 살아있는 것의 살점을 탐하는 망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그들을 덮친다. 이곳에 이 마법사가 있는 이상, 그게 성공할 일은 없겠지만. 귀찮기는 하겠지.)
그래도, 내가 이 다 허물어진 유적에 어울려보이는 존재라는 말에는 부정을 못 하겠구만. 이곳은 죽어있지. 그렇기에 남아있고. 나도 그렇고. 죽었기에, 불멸이지.

>>699 리카
노잣돈이라도 쥐어줘야 하나 싶었는데, 잘 됐구만. (손을 털어 버리는 듯한 손동작을 취하자, 허공에 열린 균열도 따라서 닫혔다.)
그래. 손뼈만 봐서는 노화가 되었는지 풍화가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지. 이래뵈도, 왕국이 세워지고 무너지는 것을 몇 번이나 본 존재라네. (로브의 소매 자락에서 말 그대로 뼈만 남은 손을 내밀어, 생자의 온기를 느낀다. 느낀다? 신경도 없는데, 느낄 수가 있나?) 오베스. 성은 굳이 대지 않겠다. 이미 내겐 가문이나 가족같은 개념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어졌으니.

>>701 테이얀
억지로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만 하다니 고충이 참 크겠구만. (타의에 의해 강제로 역마살이 끼다니. 이런 가련할 데가 있나.)
이성. 그래. 이성밖에 없지. 언데드로써의 본능마저도 벗어나, 지극히 무미건조해져버렸다네. 가끔은, 산 자의 영혼과 살점을 탐내는 그 뒤틀린 욕망마저 부러울 때가 있어. (그렇다고 해서 산 자를 죽이고 그들의 것을 취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에 가깝다.) 그건 놀라울 재능이로군. 살아있는 뇌를 가지고 있던 시절엔 나도 참 많은 것을 잊어버렸지. 지금은... 그 마저도 마법에 의존해야 하지만. 잊는 것을 말일세.

707 헤르베라 (8W/O4c1dh2)

2022-07-19 (FIRE!) 02:09:25

(어느 숲의 양조장이 조용해졌다. 그 의미는 그녀가 재료를 찾으러 그 숲을 떠났다는 의미였다.) 음- 얼마만에 나오는 거였더냐- 백은 족히 되었던가? 아니, 열흘도 안 되었던가? 모르겠구나! (혼자인 그녀는 혼잣말을 주워넘기는 것도 익숙했다. 늘 그렇듯.) 좋아. 오늘은 이쯤을 돌아보도록 할까? (정처 없이 떠돌다가 중간계의 어디쯤인가 되는 이름 모를 숲에 도착했다. 과거에 온 적 있는 것 같지만 기억과는 풍경이 달라보이니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성큼 숲 안으로 들어갔다.) 맛있는게 있으면 좋겠구나- 과일이나 보석이나- (중얼중얼 혹은 흥얼흥얼. 쉴 새 없이 소리를 내며 나무 등치를 살피고 수풀 사이를 뒤적였다. 언제나와 같은 차림에 얼굴엔 베일을 단단히 쓰고, 한 어깨엔 작은 주머니 가방을 걸친 모습이었다.)

708 마논 (rMlxo7zOws)

2022-07-19 (FIRE!) 02:11:57

>>693 리겔
예의라고~? (그것의 입꼬리가 주욱 늘어나더니 기분 나쁜 미소를 형성한다.) 아아, 그럼 너희들은 매일 아침 바닥을 기는 개미들에게 격식을 차리고 허리 굽혀 인사라도 한다는 걸까~? 마논에게는 이 중간계가 그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오히려 개미 소굴보다 훨씬 미개하게 보이는데 말이야. (말을 하는 와중에 리겔이 피어올린 불꽃이 달려들었고, 이내 그것은 불길에 삼켜진다. 그대로 화염이 휩쓸린다.)
(그러나 잠시 뒤, 그 속에서 걸어나오는 인영.) ~흐음, 꽤 뜨겁잖아. (몸에 여전히 불이 붙어 있었지만 그것은 맨 손으로 몸에 붙은 화염을 털어내고 있었다.) 이런 숲 속에서 둥지 틀고 놀고만 있던 건 아닌 모양이지? 뭐, 그래봤자 마논에겐 태양볕에 그슬린 정도지만 말이야? 캭캭캭캭.
(그것이 문득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눈이 시릴 정도의 후광이 번쩍인다. 태양이라도 내려온 것 같다. 그러더니,) 정화하라. (팔을 천천히 내려 리겔 쪽으로 주먹을 꾹 쥐자 그것의 등 뒤에서부터 신광의 빛 줄기들이 날아들어와 한 바탕 불규칙적으로 포격이 퍼부어진다. 날카롭지만, 묵직하다.)


>>694 명설화
싸움~? 캭캭캭. (말뚝을 흘려내자 그 움직임 그대로 말뚝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그런 야만스런 어휘는 별로 쓰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전혀 틀렸어. 이건 등가교환이라는 거야.
~마논, 흥미가 생겼거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여자의 모습을 한 그것은 어찌되도 좋은듯이 생글거리며 웃고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설화의 주변을 살랑이며 돌기 시작했다.) 너, 중간계 저 구석쪽에서 왔지? 알고있어. 그쪽의 미물들은 무예와 정신을 무엇보다 가치있게 여긴다고.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시험하면서 진화시키고 있다고. 미물의 자질을 보고 싶어졌어. 그 수준이 어느정도인가, 확인해보고 싶어졌거든. (시선이 문득 가늘어지고 입가에선 요사스런 웃음이 피어난다.)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하고나서 배를 채울 식량을 얻는다. (말을 하던 와중 갑작스레 설화의 가슴쪽에다 말뚝을 내지른다.) 꽤 괜찮은 교환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캭캭캭.


>>696 헤르베라
그래, 맞아. 완전하고 고결하고 아름다운데다 자비로운 신의 사자. (생긋거리는 얼굴로 웃고있다.) 처음 보겠지? 좀 더 흥분해도 좋다구~? 친히 허락해줄테니까. 캭캭캭.
(곧 양조장의 주인인 헤르베라가 자리를 마련한다. 그것은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가에 웃음을 띄워올렸다.) 흐응, 눈치가 꽤 빠른데? 그런 태도 마논, 나쁘지 않게 생각 해. (꺄륵 웃으면서 구태여 의자를 빙 도는 움직임으로 자리에 앉는다. 의미없고 화려한 동작이다.)
그래, 그래서...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다. 교만스럽기 그지없는 태도다. 손가락만이 제 팔을 툭툭 건들며 움직이고 있었다.) 네가 '헤르베라' 인거지? 들었거든, 중간계 어딘가에서 술을 아주 기가 막히게 빚는 미물이 있다고.


>>701 테이얀
으응~? 기운? (되려 테이얀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그것이 고개를 기울인다. 그 태도가 썩 능청스럽다.) ...아~ 캭캭캭. (그러더니 웃음을 흘리고는 테이얀을 올려다보아,) 너, 마논의 신비를 느끼고 있는 거구나? (눈동자의 수면 밑에서는 이세상의 것이 아닌 잔잔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논, 너희처럼 중간계의 저열한 미물같은게 아니라서 말이야~ (핑그르, 춤추듯이 경쾌하게 몸을 돌렸다. 살랑이며 움직인다.) 그래서 주의하고 있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이 몸이 품은 고귀한 기운을 퍼트려버려. 네가 느낀 건 그게 아닐까? 뭐, 마논이 긴장하고 있겠다면 굳이 거둘 수는 있겠지만. 딱히 그래야 할 이유를 못 느끼겠는데~? 캭캭.
그러니 신비를 거두는 건 무리. (손가락 둘을 교차시켜 보인다. 혀가 장난스럽게 살짝 나와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 굳이 알기 쉽게 비교하자면... '인간' 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다고 하는 고유한 체취가 있잖아? 그런거라고 생각하도록 하렴. (키득키득.) 그래도 평범한 미물은 신비는 커녕 눈 앞에 강림한게 자기보다 한참이나 상등한 존재라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넌 범인 수준은 아니가보네?
게다가, 딱히 싸움을 걸 생각은 없었는걸? 이쪽도 숲을 도는 와중에 웬 혼잣말 소리가 들리길래 머리가 이상한 인간인가 싶어서 와봤을 뿐이고... (시선이 다시금 테이얀의 어깨로 향해 까마귀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는 김에 그 까마귀도 본다면 좋겠다고 생각 했을 뿐. 뭐, 그쪽에서 내키지 않는다면 마논도 별 수 없지만? 캭캭캭.


>>706 오베스
괜찮지 않을까? (키득키득.) 어차피 시체와 뼈다귀는 어디에 있어도 산 자들에게는 기피되는 신세. 오히려 이런 후미진 중간계 중에서도 더욱 구질구질한 장소가 너희들에게는 신이 점지해 준 요람과도 곳일지도 모르지. 안 그래? (묘하게 비웃는 듯한 말투와 그걸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 웃음. 확실히 오베스의 앞에 있는 여자는 이쪽 차원의 존재는 아니었다.)
어머, 그렇다는 건. (오베스의 말에 천연덕스럽게 입가를 가리곤.) 이 고운 손이 네게 살짝 닿기만 해도 너같은 죽다 산 뼈다귀는 단숨에 녹아버린다는 걸까? 마논, 갑자기 궁금해지네~? 물론 시험해 봐도 되겠지? (그것은 물론, 오베스의 허가 여부와는 관계없이 생글거리는 얼굴로 천천히 오베스의 팔뚝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709 바벨 (AstuOed4VM)

2022-07-19 (FIRE!) 02:31:40

>>654 오베스
그냥. 햇빛이 눈부셨을 뿐이었는데. (당신의 물음에 그는 알기 어려운 말을 하고는 히죽 웃음지었다.)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에 있더군. 뭐, 산책을 하다보면 왕왕 발생하는 일이지. 그나저나 당신은 해골인가봐? 말하는 해골이라니 이거 귀하네요. (쉴새없이 말을 퍼붓는게 그는 꽤나 친화력이 좋은 듯 싶었다.)

>>681 테이얀
동물이랑 대화하는 사람은 처음이네. (당신의 곁에 불쑥 나타난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하는 동물도 봤고, 동물로 변해서 말하는 인간도 봤는데. 인간 상태에서 동물하고 대화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드루이드라도 되는 거야 당신? (어느새 당신이 가던 길에 합류한 그의 모습은 꽤 자연스러웠다.)

>>691 마논
사양할게. 하찮은 미물이 새로운 깨우침을 받기에는 네 '깨우침'은 너무 고차원적인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하고- (그는 마논의 속삭임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괜히 팔을 매만져보니 오돌토돌한 감촉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신의 사자님이 하찮은 미물 하나 가르쳐주는게 너무 과분한 일이니까. (답지않게 살짝 능글거려봤다. 당신이 눈을 맞추며 코 앞까지 다가왔으니, 쑥맥티를 또 내며 피하기보단 당신의 행동에 맞서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당신의 반응에 그의 입가에서 작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네. 평소에 그토록 여유롭던 모습은 어디간건지. (키득키득 웃고는 울먹이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사기일리가 있겠습니까 신의 사자님. 단지 사자님께서 저를 과소평가하셨을 뿐이지요. (육신 자체가 그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당신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우리 마논,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었구나? (당신에게는 어쩌면 기분 나쁠, 약간의 승리했다는 듯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흐응. (기대했긴 하지만, 역시나- 라는 대답이었다. 조금 의외였긴 해도 말이다. 아까 그렇게 캐물은걸 보면 분명 있을 줄 알았다.) 아무것도 없는 건가... 어쩌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당신이 싫어할게 뻔했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신과 그는 달랐으니까. 그에게는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었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당신에게는-) 앞으로도. 필요 없다니.. (추억도, 돌아갈 공간도 무엇도 없었겠지.)
아무리 그래도 아까부터 매도에 대한 악의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 않아?? (당돌하고 건방진까진 이해하겠어도 그 뒤에 붙은 수식어는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면서 뭐라고 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마논의 술잔을 따라주고는) 추억도 없고, 고향도 없으면 만들면 되지. (제 술잔에도 술을 하나 더 따랐다.) 소원, 아직 말 안 했었지. 지금 말할게. 나랑 같이 다니는게 소원이야. 기한은- 그래, '인간의 기준에서' 괜찮은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나랑 같이 다녀.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동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어쩌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여기를 네 고향으로 삼아. 누구라도 포용할 어머니 바다의 마력을 머금은 항구도시를. 나랑 같은 고향을 갖는 거야. 그리고 나와 같이 다니면서 추억을 만들어. (느릿한 목소리로 어딘가 흥얼거리듯 말한 그는 당신을 향해서인지, 허공을 향해서인지 모를 미소를 히죽 지었다. 상당히 바보같은 웃음.) 그러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 추억을 하나 만들고 그걸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땐 날 따라다니지 않아도 괜찮아. 알아서 살도록 해. 하지만 그 전까진 나랑 같이 다녀야 해. 알겠지?

>>693 리겔
식욕을 잊었다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욕구를 하나 있었구나... 식욕을 잃어버리면 남은 불멸의 생이 너무 길텐데. (물론 그건 당신의 일이었고 그가 신경쓸 사안은 아니었지만. 그는 불쌍하다는 듯 당신을 한번 보고는) 종교쟁이. 입에 착착 붙는데. 하여튼, 그건 어쩔 수 없어. 과거에는 진짜 사제였으니까. 요컨데 몸에 붙은 습관 같은 거라는 거지. (한숨쉬었다. 이런 습관 필요 없는데.) 지극히 인간저인 관점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 난 인간이고 넌 수인이니까 다르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하며 그는 씨익 웃는다.) 적어도 나는, 네가 나랑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삶의 방식이 같은 몬스터도, 수인도. 인간과 똑같아. 애초에 나부터가, 온전한 인간이 아닌걸.

>>694 명설화
곤란하네... 도착지도 정해두지 않고 그냥 막 떠돌아다닌 거야? 그러다 객사한다고. (당신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맨손으로 이마를 탁 친다. 도와줄 사람도 없으면서 정말 객사하려면 어쩌려고.) 하이고야. 다행히네. 그거라도 입에 맞아서. (안심했다는듯 피식 웃고는 당신의 앞에 풀썩 주저앉는다.) 그거 다 먹으면 내가 근처 마을로 데려다줄게. 거기서 밥도 사주지 뭐. (지금 준걸 제외하면 밥도 안 먹은 것 같았으니, 당신에게 오지랖을 부릴 이유는 충분했다.)

>>699 리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네가 생각하는 그 답이 맞아. (당신이 무슨 질문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돌리지 않고선 흘긋 시선만 돌리며 대답했을까.) 하나... 일방향. 그런 의미였구나. 아까 말했던 건. (믿음은 단방향. 그렇기에 배신당해도 상처받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아니야. 나도, 너를 믿어. 그러니 적어도 우린 단방향은 아닐 거야. 약속으로 얽힌 사이라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약속은 양방향이었으니, 그 위에 세워진 관계도 영향을 받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모르지. 그러니까 알려고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노는 것도 그 일환이고. (더 알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인형을 잠시 올렸을 땐 리카의 인형을 살짝 손가락으로 찌르고, 다시 인형을 내리면 당신에게 헤실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도 그건 진심인 것 같아서 다행이야- (정말 기쁜 표정을 지어보였을 때, 그는 당신으로부터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도 이건 당신이 제게 맞추는게 아니라는 안도감.) 나중에 들려줄게. 지금 사람들 많은 곳에서 하기엔... 부끄러워서. (난데없는 버스킹을 하기엔 담력이 없다. 나중에, 리카와 둘만 있으면 그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꼭 기억을 찾았으면 좋겠네. (당신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자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했다.) 어, 어..? 어?! (당신이 인형을 역소환하고 마법봉을 소환했을 때는 수영복의 당신을 볼 수 있는걸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돌아오기는 했다. 상상도 못한 형태로. 당신의 옷이 변함과 동시에 그의 눈이 살짝 커지며 입에서 언어가 사라졌다.) 어, 어어... 아니야! 안 틀렸어! 그게 맞아! 단지... 좀... 예뻐서. 응. (쑥맥에게 이런 광경은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그는 미간을 한번 짚고는 당신을 훑어보았다. 처음부터 이런 대담함이라니. 그렇다고 싫은 건 또 아니어서,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하나 당신을 보며 갈등했다.) ...잘 어울려. 그럼 나도 거기에 맞춰서 바꿔야겠네. (그 역시 손가락을 딱 튕기자 윗옷은 하얀색 가디건으로, 바지는 검푸른색 수영복 반바지로 바뀐다.) 이제 옷도 같으니까 바다로 들어갈 수 있겠다. (떨리는 당신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바닷가 쪽으로 손을 이끌어주었다.)

>>702 블량슈
좋은 숲이야 친구. (쪼그려앉아,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근데 고래가 왜 숲에 있어? (손가락을 뻗어 당신의 볼을 꾹꾹 해보려 시도한다.)

>>707 헤르베라
이곳은 길을 잃기 쉬운 곳이라 돌아가는게 좋을걸. (불쑥 튀어나온 그는 당신에게 경고하려는 듯 다가오다가, 이내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는지 반갑게 다가온다.) 하하! 저번에 만났던 내 은인이잖아! 오늘은 술 재료를 구하러 온 거야? 이야, 부지런하네! 그리고 오랜만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방긋방긋 웃으며 당신에게 친한척했다.)

710 레인 (.xiiXp8Z5w)

2022-07-19 (FIRE!) 03:06:15

>>690 바벨
(그래도 어느정도 납득해준건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이름만 불러도 온다는 말에 피식 웃으며 반론을 세우자 그것은 살짝 앓는 소리를 내다가 허공에 검지를 뻗어 빙빙 돌렸다.)
물론 난 잠깐의 변덕으로 몇세기 정도 인간들을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지만... 원래부터 인간들에게 호의적인 외신들도 있었고, 그런 애들은 대개 나처럼 부르기만 해도 오거든~
(어떻게 보면 인간을 도움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넖히기 위해서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실험 샘플을 얻기 위해 어리석은 인간이 쉽게 걸려들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일단 그것은 그 어느쪽도 아니었다.)
우버? 아마 그런듯? 나도 몰?루.
(말할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그의 물음에 그것은 아무튼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게 좋긴 하겠지~ 어디까지나 난 제3자에 지나지 않으니~
(그가 딱히 도움을 원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어찌되었건 본인에게 주어진 운명,)
이야~ 내 인생도 참 기구하다~ 그나마 인간들이라도 대강 이해는 해주니까 다행이긴 하다만...
(그것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짚으며 탄식하는 뉘앙스의 목소리를 내었다.)
뭐야, 왜 그렇게 처음 듣는양 그래? 인피면구의 책이나 나에 대한 존재를 알면 그걸 모를리가 없을 텐데?
물론 감정이 없는마음이 없는 이형신도 있긴 하지만 대개는 부분적으로나마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구~ 이를테면 분노, 파괴욕구, 오만함, 자비로움, 호기심, 기만 같은 것들 말야.
애초에 신이랄지... 우리같은 초월체들은 그런 감정이 있기에 중간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거니까? 우리가 인간들에게 녹아들기 쉬운 이유도 그거야.
무엇보다 인간들이 가진 부정적 감정의 근원이 나로 인해서 발현되었기도 했고?
(그것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게 아닌,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내가 하는거랑 남이 하는 거랑 다르거든요~
따지고 보면 아까 너도 마찬가지 아냐~?
(그것은 반대로 자신이 무릎베개를 해준다 할때 그가 부끄러워했던 것을 되짚으며 키득거렸다.
조심스레 코를 누르며 밀어내자 그에게서 으엑, 하는 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왔을까?
당연히 삑삑거리는 소리는 안나겠지만 이런 소리가 나는 것도 재밌다 생각했다.)
아무렴, 책도 생명인데~
(전혀 근거없는 이유를 대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 마법의 단어인'G!'부터 깨닫고 오길 바라~
게다가... 기왕이면 소환하지 않는게 좋을걸?
특히나 지금의 그릇이 아닌 내 본질이 지구에 당도한다는건...
인간으로 치면 자멸하기 위해 핵폭탄을 떨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것은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대고서 한쪽 눈을 감아 웃어보였다.
섬뜩한 대답을 하는 것 치곤 그것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691 마논
시시한 거짓말이라니 상처받게스리~
(물론 거짓말이라 받아들여도 그게 상대방의 주장이라면 어쩔수 없다지만, 날카로운 시선에도 그것은 여전히 태평한 모습이었다.
이젠 그녀의 이런 반응들이 익숙해졌다는듯이,)
앗차... 그게 그런식으로도 해석할수 있나~ 미안미안~ 과시하고 싶다거나 그런 나쁜뜻은 아냐~
하지만 신이든 신의 사자든, 난 둘 다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부분에서 오해할 수 있는게... 내가 종종 인간들의 기준으로 생각하다보니까 그래~
(아무래도 인간과 오래 섞여있던 탓일까? 아니면 자신의 본질이 인간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일까? 그것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흐릿하기에 당장 떠오르는게 아닌 이상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스러운점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듯 빛을 끌어모아 날개를 만들던 그녀가 이내 한수 접어주겠다 생각했는지 곧 사그라뜨리며 일갈하자 그것 역시 두 손을 들어보이며 미소지었다.)
원래 내가 좀 참견대마왕이라서 그래~ 그러니까 여기에 수세기를 거쳐서 자리를 틀고 있는 거잖아?
(다만 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자신의 빰에 뻗은 손가락을 들이밀려 하자 그것은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어~ 먼저 기분 나쁘게 한건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사과할 테니까~
애초에 여기 먹거리나 디저트 얘기하느라 바쁠텐데, 그런거 얘기 할 틈이나 있을까?
(그녀가 팔짱을 끼고 몸을 돌려 한동안 불쾌함을 표현해도, 그것은 여전히 웃을 뿐이었다.)
예이 예이~ 바로 안내해드립죠~! 아, 그전에 물어볼게 있어.
아무리 그래도 음식이라던지, 간식이라던지, 음료라던지... 좋아하진 않아도 눈에 좀 띈다 싶은거 하나쯤은 있을거 아냐? 내 선택지는 생각 외로 많기 때문에 무언가 딱히 고르지 않는다면 완전 랜덤이 될수도 있거든~
가끔은... 머릿속에서 주사위를 던져가지고 정할때도 있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다 잠시 멈추어선 그것은 어차피 자신에겐 모든 것이 곧 취향인지라 최대한 상대방이 선호할만한 것을 따르기로 했다.)

>>699 리카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잖니?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거나 별로 관심없는지의 차이만 있을뿐... 여느 사람들처럼 약속을 하는 관계라던가 말야.
보통 전자는 '친구'라고 부르는거 같고... 후자는 '비지니스 관계'라고 부르던가? 음... 잘 모르겠네~
(사실 친구라는 개념도 그것에겐 애매모호했다. 물론 서로 돕는단 개념에선 얼추 이해가 가긴 했지만,)
하긴, 그것도 그렇지? 세상엔 약속이라 하지 않으면 약속인줄도 모르는 일들이 워낙 많다보니까~
아, 그럼 내가 굴러다닐 때 같이 구른다는건 어떤쪽이려나...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는 손길에 그것은 그저 가만히, 따뜻한 미소를 지켜보았다.
해맑은 웃음도, 무엇이든 기꺼이 하겠단 모습도, 가끔 일그러지는 모습까지도... 닮아있었다.
물론 마법사도 아니거니와 리카와 같은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는 꽤 닮아있었기에...)
힘내는건 좋지~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천천히 내리깐 눈, 그러다 다시 눈을 뜨면 여전히 밝고 씩씩한 얼굴,
분명 다짐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그런 언동은 누가 봐도 혼자서 짊어지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말해주고 싶은 자신과 그녀의 뜻을 굳이 거스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교착상태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뭐, 서로가 서로를 돕는건 나쁘지 않으니까~ 내가 누군가를 돕는만큼, 그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것도 꽤 마음 따뜻한 일이거든~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해낸 일들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라고도 하니까?
(그렇기에 그것은 나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쓰다듬으려는 리카의 손길을 피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고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음~ 그건 한번 두고봐야겠는걸~?
찾으면 알려줄 수도 있지만, 그 책을 여는건 오로지 본인 책임이랍니다~¿
(도망치지 않는 모습,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분명 마법소녀로서 손색없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법소녀이기에 더더욱, 그것은 자신의 본질을 상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나~¿ ...그래, 내 잘못이 아니라면 좋으련만...
(자신이 존재하기에 온갖 부정의 단어들이 만들어졌고,
자신이 존재하기에 모든 생명은 어둠과 죽음을 두려워했으며,
자신이 존재하기에 모든 생명에게 투쟁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자신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슬픔, 고통, 분노... 모든 애절함을 낳은 것이 자신이며, 그 모든 것들이 곧 자신이 되기도 했다.
원죄가 있다면 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원죄 그 자체인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편해질까...
)
...넌 참 상냥한 아이구나... 스스로의 그릇이 깨어질 것을 감내하면서도 희망을 주려는 존재,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도 굴복하지 않으려 하는 존재,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사랑해야 마땅한 존재...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손길, 위로하듯 상냥하게 웃는 얼굴, 그럼에도 조금씩은 떨리는 모습...
그것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심지어 모든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참 오래간만인것 같아...
(검은 안개들이 서서히 바닥에 깔리며 그것의 주변을 감싸려 하고 있었을까? 마치 그것을 중심으로 세상이 붕괴될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신위를 부정당한 검게 녹아내리는 헤일로, 그럼에도 아직 순백을 유지하고 있는 날개, 우주를 담은듯한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를 보고서도... 리카, 너는 똑같이 말해줄 수 있을까¿

711 리겔 - 나만 아는 이야기의 끝, 그리고 (GZiY2aew5Q)

2022-07-19 (FIRE!) 04:08:31

이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였으나 끝내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
선과 악의 대립도,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도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있었던 이야기.

나만이 기억하는 당신의 이야기.



“…네가 행복하길 바래.”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태어난 반신의 최후는 허무할 지경이었다. 집을 떠나올 때, 당신의 어머니가 줬다는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며 당신은 나의 행복을 바랬다. 내가 바랬던 건, 당신의 행복이었는데. 당신은 마지막까지 내 행복만을 빌었다. 평소처럼 웃으며, 그렇게 당신의 최후는 그러했다.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태어난 반신은 한낱 인간이었다. 영웅적인 행보도 없이, 위대한 업적하나 쌓아올리지 못하고, 자기 희생과 인내를 반복하면서 고통스러운 길을 의심없이 나아가다가도 주저앉고 싶을 때면 곁을 지키고 있는 신수에게 기대어 온기를 나누며 용기를 얻던 한낱 약하고 어렸던 인간이었다. 떠올려보면 당신에게 반신이라는 칭호를 준 이들또한 인간이었다.

그들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눈치채기도 전에 눈물이 떨어진다. 인간들에게 자식을 잃었을 때도 흘러내리지 않던 눈물이 그제야 떨어졌다. 한번 흘러넘친 눈물은 수습하기도 전에 내 손에 쥐어진 당신이 남긴 목걸이에 떨어졌다.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나. 부모가 제 자식에게 하듯, 또는 사제들이 신에게 하듯, 그렇게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이 잘못인 것만 같았다.

아니야. 당신이 건넨 목걸이를 움켜쥐며 떨어지는 눈물로 흐려진 시야로 멍하게 생각해본다.
나는 대체 누구를 원망해야하는 거지?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증오해야하는거지? 이 갈곳을 잃은 원망과 증오를 어떻게 해야만..

`신의 뜻을 거역하고 네 주인에게 이빨을 들이댄 신수여.`
“…나는 네 신수가 아니야. 나를 구원한 것도 네가 아니고.”

단 한마디라도, 도와달라고 단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아니 애초에 당신이 날 말리기 전, 저것을 해하려 시도했더라면.

자신의 신을 잃은 신수만이 남아, 자신의 신을 거둬간 모든 원흉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자신의 신이 준 힘이 모두 사라지기 전, 신수는 자신의 신을 거둬간 원흉에게 무엇이라도 해야했다. 원망하고 증오해야할 대상을 명확히 찾지 못한 신수의 어리석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모든 힘이 사라지면 일개 수인이 되어버릴 터였으니 마지막 발악이었다. 수천의 여우불들이 신수를 감싼다. 불꽃이, 근본을 이루는 본래의 형태로 돌아간 신수가 자신의 신의 마지막 예우를 지키는 순간이었다.
.
.
.
.



이것은, 어디에도 전해지지 않을- 나의 이야기.

‘정 그러하다면 한번 기다려보거라. 사라진 네 신이 네 앞에 나타날 때까지.’
‘내 너를 축복해주마. 너는 이 순간부터 먹지 않더라도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잠들지 않더라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며 나이를 먹더라도 늙지 않을 것이며, 상처를 입더라도 너의 불꽃이 너를 치유할 것이며,’
‘네 의지로는 죽을 수 없을 것이니. 망각또한 네게 윤허되지 않는다. 네가 말한 너만의 신을 기다려야할테니.’
‘신의 축복을 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몸소 겪어보거라. 어리석은 신수여.’

나에게 남은 것은 당신이 남겨준 목걸이와 축복이라는 단어를 빌어 남겨진 저주로 인해 강제된 목숨이었다.
나는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날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당신의 최후는 내가 지켜봤으니까.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그건 당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 내 어미와 살았던 숲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갔고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으며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다.

신을 잃은 신수의 시간은 계속, 같은 곳을 맴돌며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끌어안은 채, 자신의 이야기는 묻어놓은 채로 계속.

712 리겔 (GZiY2aew5Q)

2022-07-19 (FIRE!) 04:09:14

>>708 마논

신의 사자라고 하기에는 하는 말이 꼭 신이랑 똑같군 그래. 하계의 존재들이 모두 미개하게 보인다면 애초에 자의식조차 가지지 못한 인형을 만들지 그랬나. 너한테는 인형놀이가 제일 어울리는 것 같은데. (누누히 말하지만 여우의 말재간은 좋지 못했다. 게다가 당신의 도발에 걸려들만큼 호전적이고 다혈질이었으니 당신에게 독한 말을 쏟아냈다. 분명 당신에게 향할 말은 아니라는 걸 여우도 알고 있었다. 다만,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온 존재중 몇이나 냉정하게 머리를 굴릴 수 있을까.)
(당신이 멀쩡하게 걸어나오자, 여우는 쯧- 혀를 찼다.) 태양의 온도가 몇이나 되는지 알고는 있고?(몇번 합을 겨뤄봤을 때 실력은 모르겠지만 힘의 격차는 분명하게 존재해서 더 끌어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눈이 좀 좋아서 눈부신데 말이지. (포격이 퍼부어지기 전, 여우가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포격은 그대로 여우가 서있는 위치에 쏟아져내렸다. 날카롭고 묵직한 공격들은 숲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려도 충분했으나 이상하게도 숲은 멀쩡하게 남아있었다. 한차례 포격이 그칠 때쯤 자욱하게 퍼진 먼지를 휘젖는 손이 보였다. 여우의 손이었다.) 확실히 힘의 격차는 존재하는 모양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칩거하지 말고 조금 운용방법을 연구할 걸 그랬네. (포격을 온전히 몸으로 받아냈는지 여우의 모습은 멀쩡하다고 할 수 없었는데 그마저도 피어오른 불꽃에 휩싸이고 났을 때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피차, 같은 힘을 쓰는 거 같은데 내가 진걸로 하지. 어때? 신의 사자 나으리. 나는 이 숲이 망가지는 건 원치 않아서 말이야.

#우리네 여우 말투가 기분나쁘시다면 잡담어장에서 당근을 흔들어주세용,,,,
#아니면 다음 답레에서 당근 이모티콘을 붙혀주세용,,,,


>>709 바벨

먹는다는 행위에 거부감은 없지만 딱히 영양을 섭취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이제는 아예 불멸이라고 단언하는군 그래. (여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불쌍하다는 듯한 당신의 시선을 마주하는 여우의 시선은 감정이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지금도 사제라고 했다면 넌 여기서 쫒겨났을거야. 다행이지? 나에게는 유감이야. (감정이 떠오르지 않던 여우의 노란빛 눈동자에 분노가 떠올랐다가 금새 사그라들었다. 그것은 빛바랜 분노였을까. 아니면 해묵은 증오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둘다일까. 여우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당신의 말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한숨을 쉬었다.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고집스러운 신념을 가진 인간은 상대하기 버겁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누가 정했지? 스스로가 온전한 인간이 아닌 이유가 불멸이기 때문이라면 글쎄-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 자체로 너는 그냥 인간이야. 내 생각이지만.

713 마논 (rMlxo7zOws)

2022-07-19 (FIRE!) 04:25:43

>>709 바벨
(바벨의 말에 신계의 빛을 담은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벌어진 동공은 그저 놀라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만물의 진리를 꿰뚫는 신의 사자. 그러나 인간에게 건네준 소원이 이런 답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금, 마논을 동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었나~? 응? 기분이 나쁘네. (가늘게 뜨인 눈빛이 웃음기를 전부 지우고 순식간에 험악하게 얼어붙는다.) 고작 인간따위의 미물에게 그따위 소리를 듣는 거 말이야.
~너, 아까 마논의 자애로움을 부정하려고 했었지. 지금 보여줄게. 마논이 성녀 따위같은 것들 보다도 얼마나 자애로운지 말이야. (입은 웃고있었지만, 그것은 확실한 냉소였다.)
네게 소원을 부여한 신의 사자의 이름으로 친히 방금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해줄게. 즉, 반환이라는 거야. 네 소원은 아직 유효해. 신의 사자가 내려준 소원을, 좀 더 소중히 하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런 멍청한 소원, 마논은 들어주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대체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인간의 기준으로 괜찮은 추억을 만들어? 캭캭캭캭. (키득거리는 웃음이 귀를 거스른다.) 있잖아, 방금까지 대체 뭘 들은 거야? 귀가 먹었어? 안 그런 척 하더니 술을 너무 마셔서 뉴런이 맛이 가버린 거야?
잘 들어. 추억이라는 건, 단지 시간이 지나 의미를 잃은 기억. 그것 뿐이라고. 쓸모라곤 하나도 없는 시냅스의 얼룩이라고. 그걸 소중히 여기는 것 자체가 미개함의 극치이자 인간의 실수이며 착각일 뿐이라고. 마논은 그딴 쓰레기같은 거 필요없다고 계속 말했잖아. 훨씬 더 괜찮은 소원들이 많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 원하는 것, 네가 그토록 증오하던 신에서 벗어나는 것. 염원, 욕망, 기도. 마논이 현실이 되도록 구현해 줄 수 있어. 그런데, 고결한 신의 사자가 만들어진 본분을 잊은 채 고작 인간과 같은 부질없는 세계의 고향을 가지는게 소원이라고...? 그딴게 네가 진정 바라던 거야? 인간의 잣대따위를 마논에게 내밀지 마...! 그거야말로 수치야! 상식적으로 이런 비린내 나는 주정뱅이의 도시 따위를 마논이 자랑스러워 할 것 같아? 신의 사자의 말이 말처럼 들리지 않아? 아니면 지금 일부러 마논을 능멸하려 드는 거야? 신이라는 존재가 만만해?! (그것이 소리를 내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상기 된 얼굴. 거칠어진 숨이 색색거리고 가슴이 들썩이고 있다. 눈동자 안에선 여러가지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바벨과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그러나, 좀 더 단순하게 와닿는다.)
...그러니까- (이내 다시 자리에 내려앉는다. 또 언제그랬냐는 듯 표정이 바뀐 채다. 예의 그것처럼 사람의 인간성을 비웃는듯한 생글거리는 웃음이었다.) 제발 부탁이니 헛소리 하지말고 다시 한 번 더 그 비어있는 머리로 잘 생각 해보도록 해? 안 그러면 마논이 너무너무 화가 나는 나머지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추억' 이 담긴 이 항구도시를 아주 재미있는 꼴로 만들어 놓을 것 같거든. 알겠지? (범차원적인 협박이다. 그것은 그렇게 마지막으로 언질 해놓고서는 가득 채워진 잔을 거칠게 낚아채어 단번에 속 안으로 쏟아넣었다. 열을 삭히듯이 벌컥벌컥, 거칠게 들이킨다.) 하아- 진짜, (테이블을 때리며 잔을 내려놓자 요란한 소리가 주점에 울렸다.) 3년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어버렸어. 정말 불결해. 캭캭캭.


>>710 레인
그럼 마논 말이 틀렸어? 당신, 어차피 마논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죽지 않잖아? 그리고 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도 없지? 다 알고있어. 그런 식으로 거짓 된 자비를 보여서 마논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거겠지. 어차피 그 그릇도 그렇게 빼앗은 걸테고 말이야. 흥, 참 외신 다운 질퍽한 방법이네. 신의 사자에겐 뻔하거든. 순순히 넘어가줄 거라고 생각했더면 진짜 오산이네. ...그리고 그렇게 물렁거리지 마! 징그러워서 소름이 돋으니까!! (아랑곳도 하지않고 미소지으며 저자세의 스탠스로 연신 사과를 하는 레인을 따라 걷던 그것이 질색하는 얼굴을 하며 제 몸을 끌어안고는 거리를 벌려버렸다.)
간식? 음료...? (입 밖으로 내놓는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는지.) '아무거나'로 괜찮은데? (그 입가에 조소의 웃음이 스치웠다.) 어차피 중간계의 음식이라는게 맛이 좋아봤자 거기서 거기일 거 아냐? 안 그래? 설마, 자기가 그렇게 안내하겠다고 해놓고 마논의 입맛에 맞지 않는 걸 내놓지 않겠지~? 외신이라는 작자가 말이야. (키득거리고 있는 웃음의 의도가 다른 의미로 투명했다.) 그러니까 괜찮잖아? '아무거나' 로.

714 헤르베라 (8W/O4c1dh2)

2022-07-19 (FIRE!) 06:10:50

>>708 마논
(허영일지, 사실일지, 갖은 미사여구가 붙은 자기묘사에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완전하고 고결하고 아름답고 자비롭다라. 마치 세상 좋은 것들은 죄다 버무려 빚은 듯 하군. (웃고 있는 손님을 향해 그녀도 웃었다.) 그것 참 고마운 말이나 사양하겠네! 내 칭찬에 박하지 않으나 억지로 끌어내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서 말일세! (하하. 습관처럼 웃는다. 자리를 만들고, 그녀가 앉고, 손님도 앉았다. 과도하게 화려함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그녀는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을까.) 호오. 그대, 내게 관심이라도 있는겐가? 그저 술 빚는 낙으로 살아가는 한낱 '미물'의 명성은 물론 이름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라서 말이네. 내 이름은 어지간히도 알려지지 않았을 것인데, 무려 신의 사자님께서 알아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구만. (그녀는 전에 없이 담담하고 차분했다. 교만스러운 상대와 달리 바른 자세로 앉아 술을 한모금 넘기며 말했다.) 그래서 자칭 신의 사자님께서 내 뉘인지 알아 무엇 하려 하셨나? 술 드시러 온 게라면 기분 좋게 마시면 좋을 것 같네만.

>>709 바벨
음? (그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방금 찾아낸 나무 열매를 따기 위해 손을 뻗던 참이었다. 가지 아래 대롱대롱한 야생 열매를 향해 한 손을 쭉 뻗은 모양새로 고개만 휙 돌렸다. 단단히 검은 베일 덮인 얼굴이 그를 보고 손은 열매를 낚아채고 내려졌다. 그리고 그녀는 돌아서 그를 마주했다.) 안녕하신가. 그대여! 그리 말하는 걸 보니 내 만난 적 있나보군. (반갑게 다가오는 그를 보며 그녀는 말했다. 마치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은인이라니 전혀 집히는 구석이 없다만. 아, 혹여 술 마시러 온 적이 있던 겐가? 어찌됐든 이런 곳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줄은 몰랐군! (하하하! 호탕한 웃음도 시원시원한 말투도 그대로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초면인 그 자체였다.)

715 레인 (.xiiXp8Z5w)

2022-07-19 (FIRE!) 13:57:45

>>713 마논
(《어차피 그 그릇도 그렇게 빼앗은 걸테고 말이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것의 눈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갔고, 형태를 잃어 녹아내리는듯한 길쭉한 미소를 지었다.
새까맣게 굽이치던 머리카락이 거대한 갈고리들로 이루어진 손처럼 변해 수많은 눈과 입이 달린 채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려 했을까,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환상 뒤의 그것은 생긋 웃으며 검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난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지만 이 몸의 주인을 욕되게 하진 말아줘~¿
그리고 난 쉽게 죽을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쉽게 죽을 방법이 없는 거라구~
(이 세상의 모든 악, 어둠, 부정이 사라진다면 자신 또한 사라지겠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것은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죽을 리가 없었으니, 참으로 끈질긴 저주가 아닐 수가 없다.)
어라? 나에 대해서 좀 안다며? 그럼 내가 물렁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 않아~? 정해진 모습이 없다보니 이렇게라도 구색을 갖추어야 너처럼 눈부시게 이쁜 애 근처에서 돌아다닐거 아니니~
(질색하며 닿지 않으려는듯 스스로 몸을 끌어안으며 거리를 벌리는 이에게 그것은 아쉽다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굳이 다가가려고 하진 않았다.)
흐음... 아무거나라...
(비웃는듯한 표정이라던가 맛이 좋아봤자 거기서 거기일거라는 그녀의 언행에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흠 흠 흠~ 둘부터 열까진 알겠지만 하나는 모르는구나?
이 세상에 얼마나 감동적인 먹거리들이 많은지~
초콜릿 머핀 속에 잠들어있는 따뜻한 멜팅 초콜릿,
바삭한 쿠키같은 판 위에 수정구슬처럼 올려진 달콤한 스프레드와 그것을 감싸는 쌉싸름한 코팅,
부드러운 매쉬로 만들어낸 틀에 올라간 과일들,
그것 말고도 말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은지 몰라~
게다가 여기서 배운 지식인데... 먹는 것에 따라 곁들이는 마실 것도 달라지는데, 어떻게 조합을 하느냐에 따라 진짜 극상의 조합이 될수도 있다 하더라고~
(그것의 말하는 톤이나 얼굴에 보이는 표정, 어느쪽이든 무언가에 홀린듯한 모습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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