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현 학생회장으로만 부르지 않으면 자신은 족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이미 자신은 학생회장이 아니었으니 더 이상 회장이나 학생회장으로 불리는 것은 아키라로서는 사절이었다. 그 부분은 확실하게 거부를 보이면서 그는 결국 최종적으로 편한대로 부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에 대한 대답을 마쳤다. 특별히 이상한 호칭이 아니면 받아줄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과 같은 반인 코로리가 부르는 호칭보다 더한 것이 나올 리는 없다고 확신을 했기에 더더욱.
"아니요. 아무 것도.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혹시요. 그쪽 신인가요? 라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신은 정체를 감추고 사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신들이 다 나를 숭배해라! 라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는가. 물론 자신을 과시하려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키라는 아직 그런 신은 보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신은 기본적으로 정체를 감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을 하며 아키라는 괜히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굳이 하진 않았다. 그냥 자신만의 고민이자 결론으로 놔두기로 하면서. 사실상 그녀가 신이라고 해도 서로 알아서 난감할 뿐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되면 자신의 친구들도 모두 신인지 아닌지 의심을 해야 하는 판국이기에. 그렇기에 그는 굳이 더 신경쓰진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자신과 같은 반인 한 여학생에겐 뭔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지만.
"...뭐, 그렇게 말씀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할게요. 고마워요."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뭔가의 이질감을 살짝 느끼면서 아키라는 사쿠야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굳이 뭔가를 더 말하지 않으면서 그냥 속으로 삼키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신가요? 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요. 그러하니 저 또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 하겠네요"
아키라의 말에 사쿠야는 아키라를 이전의 소개 때 알려 준 성 씨로 부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키라가 편안한 대로 불러달라고 하였으므로 친분의 뜻으로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서로 만나게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에게 대뜸 그렇게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사쿠야는 망설였습니다. 뭔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닌 것만 같다는 느낌 또한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의 성격 탓에 이른 기우일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키라가 말했던 것처럼 일반적인 경우를 선택한다면 이리저리 가정하여 생각할 필요성이 줄어들겠지요
"그러하시군요, 알겠습니다"
아키라의 대답에 사쿠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주제는 끝맺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지 호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생각' 이라면 타인이 간섭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모두에게 저마다의 생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타인이 아는 것 자체가 사람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가질 것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 그러하여 주신다면 저로서도 좋을 따름이지요"
아키라가 사쿠야의 말에 좋게 반응하여 답하여주 사쿠야는 살며시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격려나 칭찬은 꽤나 공허한 울림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다는 점에 다행인 일이지요
"저 또한 그렇답니다"
아키라의 물음에 사쿠야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 또한 방과 후 잠시 동안 학교에 남아 있었고 이렇게 지금이 되었던 것입니다
상당히 예의가 바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이질적인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 허나 반대로 말하면 다른 누군가도 자신에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해서 아키라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눈웃음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긴 하나 딱 그 뿐. 마찬가지로 아키라도 아주 살짝 미소를 머금다가 표정을 원래대로 돌렸다.
"저 또한...그렇다는 것은..."
그녀도 학교를 돌아보면서 나름 추억을 곱씹거나 아련함을 느끼는 중이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방해가 되지 않는 게 좋을까. 괜히 그렇게 생각을 하다 아키라는 넌지시 그녀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서 이 학교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는 어디인가요?"
같은 3학년이기에 괜히 그 점이 궁금하다고 느끼며 아키라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은 역시 학생회실이었지만 일반 학생들은 어떨까. 괜히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답을 살며시 기대하듯 기다렸다.
물론 그녀의 지금까지의 대화페턴을 보면... 예상가는 말이 있긴 했으나, 정말로 그것일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런 것을 미리 예상한다는 것이 예의에는 어긋나는 행동이니 아키라는 곧 그 생각을 살며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