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으음, 병은 안 걸릴수록, 좋죠. 아프고 나면, 괜히 더 피곤해지고, 그러니까..."
인간의 모습, 이라는 건 단지 겉만 그런 걸까, 육신 자체가 그런 걸까, 한번 시작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곧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질 듯 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적당히 자르고, 타르트를 다 먹은 뒤 손을 살짝 턴다. 맛있었지만 입안이 조금 텁텁해졌으니, 요조라도 에이드로 입가심을 한다. 한모금 쭈욱 마신 다음, 짭짤한 소스가 묻은 당고를 집어들며 말한다.
"사실 밖이라서, 괜히 저러는 거에요. 집에서는, 가끔 주거든요. 츄하이 정도지만."
이것도 집이었으면 그냥 줬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요조라가 마히루 쪽을 힐끔 보자, 때마침 이쪽에 시선을 주던 마히루와 눈이 마주쳤는지 메롱, 하고 혀를 내민다. 요조라의 태도에 마히루는 참나, 하듯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요조라도 다시 당고를 한알 빼먹고 빨대로 에이드를 휘휘 저었다.
"오늘, 보다는 이번 마츠리 기간 동안, 이에요. 그날 그날, 파는 양은 정해져 있을거고... 마츠리 노점은 이래도, 화과자 가게니까요. 호시즈키당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성에 가까운 노점이었으니, 쿠키 몇몇을 제외하곤 마츠리가 끝나면 다시 나오지 않을 것들이다. 대신 겨울에 열릴 마츠리에선 와인을 데운 음료인 뱅쇼를 할 거라던 마히루의 계획을 슬쩍 흘려준다. 어느새 다 먹은 당고 꼬치를 내려놓고, 이번엔 몽블랑을 반으로 나눈다. 데코한 부분이 조금 뭉개졌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요조라는 반 가져가고 남은 반을 코세이 앞으로 밀어주었다.
"이건, 코세이도 같이, 먹어요. 같이, 맛있는 걸 먹은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테니까요."
꼭 먹은 것만 기억에 남진 않겠지만, 그래도 같이 먹으며 맛있다고 한 순간은 조금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남은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신다. 천천히 먹긴 했으나 하나둘 줄어든 간식의 자리는 빈 자리만 남았겠지.
피노키오는 거짓말쟁이니까! 모르고서 하는 말이니까 신을 보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지만, 코로리는 눈을 도르륵 굴리면서 얼렁뚱땅 답을 했다. 그저 이 주제로 더 물어보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표정 관리도 어려워 시선을 피해버리고, 입술도 꾹 다물었다. 태연하게 웃는 척 하는 것도 어색할 것만 같아서 눈과 입이 다른 모양을 그리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아키라가 역시 바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에 파고 들었다면 당황했을텐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아키라의 표정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새로 구워지는 팬케이크는 기운이 폴폴 느껴지더라도 눈 딱 감고 먹어주는 선심을 베풀기로 했다.
"바보지만 똑똑하다는 건 바보지만 똑똑하다! 라는 거지, 회장님 진짜 바보야?"
코로리는 헛똑똑이다, 헛똑똑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뜻으로 물어본게 아닐텐데!
"응, 비밀을 밝…히지 않았어두 회장님은 잔소리쟁이였을 거 같아. 계모 회장님."
내가 신이란 거 알았으면, 그것도 잠의 신이란 거 알았으면 잔소리 안 했을 거잖아! 밤에 일하는 걸 안다면, 낮에 학교에서 잔다거나 체육 시간을 땡땡이 치고 숨어 잔다고 해도 잔소리 안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 아키라라면 그래도 잔소리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가서 말을 고친 것이다. 코로리에게 아키라는 늘 일 열심히 하고 저한테 늘 잔소리만 하는게, 신데렐라 계모! 였다.
"…회장님, 왜 계속 뒷담 얘기해? 회장님이 내 뒷담 했지."
뒷담화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는데 저번의 서점에서도 그렇고 계속 뒷담화 이야기가 나오는게 마음에 안 들었다!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도 했지, 사이 좋아지고 싶다고도 말했는데 왜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코로리는 아키라가 제 뒷담화를 했기 때문에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로 했다. 렌 씨가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으니까, 그래서 더 잘 지내려구 하는데! 입술 삐죽거린다. 나눠먹는다는 말에 더 주려고 했던 사탕 주지 말아버릴까 치사하게 굴기로 한다. 그런데!
"우리 친구야?"
표정이 바로 풀렸다! 친구라고 생각 안 했다는게 티 팍팍 나는 놀란 표정이다. 동그랗게 뜬 눈이 깜빡거리는게 빠르다.
"피노키오? 아. 뭐, 거짓말쟁이는 그리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그거와 이게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틀림없이 의미없이 하는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스스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그 상관관계를 찾아내려고 머리를 굴렸다. 허나 적어도 그로서는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신을 보는 것과 피노키오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신이 사실은 거짓말쟁이라기라도 한단 말인가. 역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표현법은 적어도 아키라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어려웠다. 자신에게만 그러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는 안 그러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만 해석을 못하는 것인지.
"...이전부터 느끼는 건데 왜 자꾸 그렇게 시비를 거는 거예요? 이자요이 씨는."
진짜 바보냐고 묻는 것도 그렇고 계모 회장님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역시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지금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자세는 또 뭔가 상당히 신선한 느낌 그 자체였다. 도련님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부르는 것이기도 하고, 일단은 시미즈 가문의 장남이건만, 저렇게 시비를 툭툭 걸어대는 것 또한 상당히 그에게 있어선 신선한 느낌이라면 신선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이가 처음은 아니긴 했지만. 괜히 다른 이들을 떠올리다가 그는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두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팬케이크를 온전히 접시에 담은 후, 그는 그녀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번엔 둥그렇게 만든 정말 일반적인 팬케이크였다. 탄 흔적도 없고 덜 익은 부위도 없는만큼 상당히 잘 만들어진 팬케이크임에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아키라로서는 용 모양이 아니라 평범한 모양이니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상대가 용 모양은 싫다고 하는데. 뭔가 자신이 몹쓸 짓을 한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당신이 저를 싫어하고 멀리하고 싶고, 친하게 지낼 마음이 없다면 친구가 아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같은 반 친구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로 사이가 나쁘면 애초에 이런 말싸움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상대에 대한 관심은 있기에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뒤이어 손님이 오는 지 체크하다 딱히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하며 그는 근처에 있던 사과를 믹서기에 집어넣고 돌렸다. 아무래도 자신은 사과주스를 먹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왜 갑자기 그런 물음을 던진 거예요? 그러니까 비밀을 안 밝히고 사이가 좋아지는 방법 물은거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