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봤을 수도 있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신을 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거예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아키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자신이 신을 봤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건지. 아키라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어 고개를 절로 갸웃했다. 보통은 저렇게 이야기를 안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아키라는 코로리를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면서 굳이 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특유의 표현법과 묘사를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슬쩍 팬케이크를 구우면서 코로리를 바라보니 이내 그의 눈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대체 팬케이크가 뭐라고 저러는건지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용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용 모양을 싫어하거나, 혹은 용 모양을 무서워하거나 자신도 모르지만 아무튼 용 모양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들 그게 뭐가 어떻단 말인가.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아주 당연하지만 코로리의 속을 알 리가 없는 아키라는 그저 그렇게 태평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일단 저로서는 방금 그 말의 의미가 뭔지부터 정확하게 묻고 싶은데요. 마녀님. 바보지만 똑똑하지라니."
왜 냅다 또 시비를 거는건지 알 수 없었기에 아키라는 그저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하지만 당연히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니었다. 뜬금없이 바보지만 이라는 소리를 들어버렸으니 대체 이건 또 무슨 짓거리인가 싶은 것이었다. 허나 애써 표정을 가라앉히면서 아키라는 가만히 두 눈을 깜빡였고 이내 태연하게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한들 저는 지금 무슨 사태인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애초에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서 비밀을 말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전 마녀님의 비밀은 솔직히 별 관심도 없는데. 아니. 애초에 친해지는 것을 운운해서 그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그 비밀을 입에 담으면 안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담지 마요. 뭔가 되게 난감하고 곤란한 사태가 있는 것 같은데. 딱히 제 뒷담을 까는 것이 비밀이다. 뭐 그런 것은 아닐테고..."
아닌가? 그것이 비밀인건가. 잠시 그렇게 생각을 하던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면서 팬케이크를 제대로 접시에 담은 후, 이내 깍지를 끼고 쭈욱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저는 지금 이것도 사이가 마냥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친구 아니에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거예요? 그렇다면 비밀이고 뭐고는 필요없고 그냥 이대로만 지내줘요. 연락 안 끊고 적당히 보면서 교류하면 그게 친해지는 거고 사이가 좋은거지. 별 거 없잖아요? 원래 친구끼리는 투닥투닥도 하고 말싸움도 하고 티격태격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거예요. 전에도 말했지만... 전 마녀님 딱히 싫어하진 않는데."
그렇게나 입에 맞았는지, 손바닥만한 타르트의 반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버릴 정도였으니, 코세이가 남은 반을 밀어줬을 때의 표정은 볼만 했을 것이다. 눈빛 반짝이며 베시시 웃는 얼굴로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했으니까. 어찌 보면 먹을게 코세이보다 좋은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구분은 되어 있다. 먹을 건 먹을 거, 코세이는 코세이, 라고 말이다.
"응, 그럼 저거, 달라고 할게요."
양보받은 타르트를 먹기 전에 음료를 가져올까 하고 물으니, 코세이는 저 붉은 음료가 굼금하다고 대답한다. 그 말에 요조라는 음료 쪽을 힐끔 보고,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일어선다. 직접 가져오려는 걸까, 싶다가도 가서 마히루와 몇번 투닥거리더니 금방 돌아온다. 빈 손인 걸 보면 마히루가 가져다 주려는 듯 하다. 요조라가 다녀온 건 금방이었으니, 코세이가 두통이 있는 듯 눈가를 누르는 모습을 놓칠 리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요조라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코세이의 옆으로 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무의식중에 약 갖다줄까요 하려다가, 코세이가 인간이 아니지 하는 생각에 혹시 라고 말하고, 손으로 등을 살살 쓸어주려한다. 혹시나 먹은게 잘못되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체한 거라면 찔리는 구석이 없지 않은 요조라였기에 그렇게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주문한 음료를 든 마히루가 다가오며 보곤 말한다.
"주문한 샹그리아 두 잔 나왔는데, 유령 군은 왜 그러고 있어? 머리 아픈가? 약 필요하면 얘기하고, 아니면 가게 가서 잠깐 쉬게 해주던지."
노점에 사람을 여럿 쓰는데다 쉴 곳이나 여유분을 둘 곳도 필요해서, 오늘은 호시즈키당 영업을 안 하고 그 내부를 간이 휴게실로 쓰고 있었다. 두통이 너무 심하면 거기 가서 쉬게 해주라고, 마히루는 그런 설명을 해준 뒤 음료컵 두개를 놓고 돌아갔다. 보통 카페에서 쓰는 투명한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는 투명한 붉은빛에 레몬 한조각 살짝 잠겨있는, 포도 주스인가 싶게 보인다. 마셔보면 약간의 알싸함과 떫음, 그리고 상큼함이 어우러지며 기분이 살짝 들뜨게 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요조라는 코세이 걱정에 마히루가 오고 가는 것도 건성으로 대하곤 조심스레 말했다.
반쪽으로 나뉘었던 타르트의 다른 반쪽도 밀어주자 눈빛을 반짝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요조라. 정말 맛있는걸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괜히 뿌듯해진다. 붉은빛 음료를 주문하자 요조라는 가져온다고 말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앉아서 잠시 핸드폰을 봤다가 아파오는 눈에 잠시 눈두덩이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금방 돌아온 요조라가 그걸 보고 말았고,
" 괜찮아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거니까요. "
사실 원래 같았으면 자고 있을 시간이기는 하니까. 주말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별을 보곤 했다. 오늘 좀 무리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긴하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내 옆에 와서 등을 쓸어주는 요조라를 보며 나는 살짝 웃어주었다. 음료수를 가져와서 걱정해주는 마히루에게도 괜찮다면서 웃어준 나는 옆에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는 요조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 나는 진짜 괜찮으니까 얼른 타르트 먹어요. 식으면 맛없어. "
이럴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조금 자고 오는건데, 하필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던게 지금 이렇게 돌아온다. 괜한 걱정만 시킨것 같아 미안했기에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볼로 가져가서 쓸어주며 말했다.
" 3년째라 좀 안익숙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
신일때는 이런거에 피곤해하지도 않았는데, 인간의 몸이 되니까 이런 불편함이 아직도 적응 되지를 않았다. 한 5년 정도 더 살면 괜찮으려나.
코세이가 괜찮다며 웃어줘도, 요조라의 걱정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아직 코세이의 생활에 대해 전부 알지는 못 하지만, 오늘 오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건 알고 있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났을 때는 많이 피곤해 보이지 않아서 괜찮은가보다 싶었는데, 적잖게 신경 쓰이게 하고 제법 돌아다녔으니 없던 피로도 생길 만 하다.
"정말요...?"
진짜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머뭇거리자 코세이의 손이 뺨에 닿는다. 쓰다듬에 보태듯, 요조라는 그 손바닥에 뺨을 살살 부빈다. 잠시 그러고서야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앉은 뒤에도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건 그대로였지만, 코세이가 얼른 먹으라던 타르트를 마저 가져와 손에 든다. 달달한 크림을 한입 물자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다. 씹을 것도 거의 없는 부드러운 크림을 오물거리며 코세이를 바라보던 요조라,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입에 든 걸 삼키고서 말한다.
"신일 때랑, 지금이랑, 많이 달라요...? 감기, 같은거... 걸리기도 해요?"
사실 그건 전부터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요조라는 체질 탓에 수면 패턴이 엉망이고, 그래서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코세이와 같은 신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이들도 과연 그런게 있을까 싶었다. 코세이가 피곤해하는 모습을 자주 본 것도 있고 말이다. 당장의 걱정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계속 걱정하는 모습만 보이면 되려 코세이가 신경 쓰일테니, 분위기를 환기할 겸 다른 얘기도 해본다. 일단 앞에 나온 음료수에 대해서라던가.
"이거, 와인으로 만든 샹그리아, 라는 칵테일? 그걸로 만든, 에이드에요. 그냥 달랬더니, 어린게 어딜 넘보냐고, 이거나 마시래요."
샹그리아 치고 상당히 투명한 붉은빛인 음료수는 샹그리아와 탄산수를 1:1로 섞고 수제 레몬청을 더해서 그렇게 연한 색이 된 것이다. 그래도 맛은 왠만한 카페의 에이드에 비교가 어려울 만큼 맛있을 것이다. 머리 아픈게 좀 가시면 마시라며 코세이 앞으로 음료컵을 살짝 밀어주고, 요조라는 다시 타르트를 먹었다. 그새 크림이 차가워졌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는 타르트였다.
정말로 몸이 아프거나 한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 상태가 오래 가면 분명 어딘가 탈이 나겠지만 그러지 않게 몸상태를 조절하면 그만이니까, 괜한 걱정을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볼을 만져주자 잠시 뺨을 부빈 요조라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고 남아있던 나머지 반쪽의 타르트도 먹기 시작했다.
" 아무래도 인간의 모습이다보니 ... 피곤하다거나 그런건 다 느끼는 편이죠. 근데 감기는 한번도 안걸려봤네요. "
생각해보니 겉모습만 인간이고 사실 신이라서 감기를 안걸리는걸까, 아니면 그냥 운좋게 감기를 피해간걸까. 피로감 같은 것들은 모두 느끼고 있으니 아무래도 후자겠지. 그리고 앞으로 몇십년은 이렇게 살아야하는데 감기는 수도 없이 걸릴 것 같다. 안걸리면 더 좋지만. 근데 안걸리면 수상하게 보지 않을까?
" 아직 미성년자라서 알코올은 안주시나보네요. "
일단은 인간계의 법도로는 난 술을 못마시는 나이니까. 원래의 음료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일까 이 음료수만 맛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까보단 좀 나아져서 빨대로 에이드를 조금 마셔보았더니, 진짜 웬만한 카페 음료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우리 카페에서 파는 것들보다도 맛있어서 한번 더 마신 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