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즈미의 가을은 참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지는 시기였다. 물론 가을은 추수 시기이기도 하니 먹거리가 풍부해지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가미즈미는 물이 상당히 좋아서 그런지 주변에 먹거리가 상당히 많이 맺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슈카쿠마츠리는 바로 그런 식재료들을 이용해서 각자의 개성적인 요리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경우에 따라선 정식으로 팔기도 하는 축제였다. 이 시기에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노점이 생겨나는 것이 특징이었고, 가미즈미 밖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창작 요리를 내걸러 찾아오기도 했다.
불법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 이 시기에는 정말 기본적인 신고만 하면 노점을 세워서 요리를 만들어서 팔 수 있었기에 어떻게 보면 정말 다양하고 평소에는 먹기 힘든 요리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마츠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학생은 물론이며 노인들까지도 마음껏 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할 수 있었기에 요리의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서 이 마츠리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행사인만큼 가미즈미에 있는 식당들은 모두 이 마츠리를 노리고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려 하고 있었다.
또한 이 시기는 할로윈과도 살짝 겹치기 때문에 다양한 할로윈 복장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물론 할로윈 복장만이 아니라 전통 의상을 입는 이들도 많았으며, 그냥 평상복을 입는 이들도 많았다. 어디까지나 그 부분은 그냥 개개인의 자유였다.
아무튼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맛있는 냄새가 가미즈미 마을을 뒤덮기 시작했다. 풍요롭고 맛있는 슈카쿠마츠리가 시작된 것이었다.
/6월 11일부터 6월 18일까지 슈카쿠마츠리를 즐길 수 있어요! 노점의 요리는 여러분들이 창작으로 만들어주세요! 물론 자신이 직접 노점을 열어도 괜찮답니다! 할로윈 복장을 하는 것도 자유에요!! 그리고 학교 축제는 예정대로 일요일까지는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참고해주세요!
타로를 봐주는 오컬트부의 천막은 검보라빛의 은은한 광택이 도는 천이었습니다. 저녁의 장막이 내려앉은 천막은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약한 더위도 싹 날아가버려 오히려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공간 안에서 복채를 안내받고 토와가 있는 천막의 천을 걷고 들어온다면 눈을 빼고는 베일로 가리고 있고, 뒤쪽에도 길게 늘어져는 있지만. 앉아있어서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요. 옷도 치렁치렁한 편이네요. 테이블 위에는 타로 카드가 흩어져 있네요.
"어서오세요." 코로리가 들어오면 그렇게 말하는 토와의 눈이 어쩐지 어두운 곳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은은한 조명이 안을 밝히고 있고 핀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어쩐지 안이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한 기분입니다.
사람들이 포도밭ー 포도농장이야! 포도 한 송이에 포도알이 많이도 달려있고, 포도밭에 가면 그런 포도가 몇 송이고 달려있고, 포도농장은 포도밭이 크게 이룬 곳이다. 코로리는 학교에서 열린 축제에 놀러온 사람들을 보고서 하루 종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축제 부스를 내는 것도 자유로워서 부스들을 이것저것 다 체험하느라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닐수록 사람들도 엄청 많이 만나서, 처음에는 포도밭이라고 생각했는데 포도농장이 되고 말았다. 포도향은 안 나고 양귀비 향만 나는게 문제였지만!
"풋사과ー 청포도 씨! 맞지!"
부스들을 다 체험해보려고 하던 코로리니까, 분위기 나게 자리잡고 있는 오컬트부의 천막을 지나칠 이유는 없다! 천을 걷어 들어오니 베일로 가리고서 앉아있는 청포도 씨 맞아! 와 눈을 마주쳤다. 눈만 남기고 다 가리고 있지만, 그 눈이 보이고 목소리도 알고 있으니까 반가워하고 있다. 맞느냐고 물어본 건 우쭐대는 용이었나 보다. 속삭이는 목소리에 방긋 웃으며 답한다.
"응, 타로 보러 왔어. 청포도 씨 타로도 볼 줄 알아?"
코로리는 마주보는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분위기가 신비롭고 몽환적이라 타로의 신님이 보면 좋아하겠다!
선배님이라, 그러고보니 이 여학생, 적어도 같은 층에서 마주친 기억은 없다. 애초에 마주친 사람의 수가 손에 꼽기는 하지만, 비슷한 인상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1학년일 것이다. 요조라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여학생이 내민 200엔을 받아들었다. 동전 두닢은 동그란 통 속에 딸랑거리며 떨어졌고, 요조라의 나른한 시선이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럼, 축제, 재밌게 보내요..."
저렇게 본격적으로 페인팅을 받기까지 했는데, 최대한 즐거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학년이라면 더더욱. 그러라는 의미로 가는 뒷모습에 손을 흔들어 줬을 것이고,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 전, 짧은 사이에 하품을 늘어지게 했겠지. 축제도 좋지만, 그냥 가서 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621 끝나지마 。゚(゚´ω`゚)゚。 。゚(゚´ω`゚)゚。 。゚(゚´ω`゚)゚。 시간의 신님 시간을 돌려주세요~!!!!
>>626 비 그칠 때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더 많이 오구 있으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검은색의 뾰족한 장우산.... 뾰족해야하는 이유는 뭐려나?!?! 아미카 검은색 좋아했어?!?! 비오는날 습기 때문에 무거운 느낌 알지알지~~!!! 자고 싶구~~~
>>629 리리가..... 우산이 있을까?!! 있다면 꼭 마중가겠지만?! 장우산이 좋은 이유.... 뭐지?!! 뭐려나?!?!?! 궁금하다악....... 비오는 날 비 구경 좋아하는구나!!! 세이가 비구경하는데 천둥번개소리 듣고 놀란 리리가 딸꾹질해서 방해되는거 아닌가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633 헉 뱀파이어 분장!! 카페 호시즈키!!!! (관전모드) >>635 ㅋㅋㅋㅋㅋ 리리도 없으면 그냥 맘 편하게 편의점에서 하나 사서 쓰고 가지 않을까 싶네요. 비오는날엔 진짜 멍하니 쏟아지는 빗방울들 구경하고 있을 것 같고 ... 천둥번개 치는데 리리 딸꾹질 들리면 빵 터져서 웃으면서 옆에 앉으라고 손짓할 것 같은걸요.
공부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타로까지 할 수 있다니, 코로리에게 팔방미인이 욕심쟁이었다. 욕심쟁이라고 하면 칭찬같은 느낌은 별로 안 들겠지만, 칭찬이었던 것이다! 코로리는 구경하듯 테이블 위의 타로 카드들을 바라보다가, 어떤 것을 볼 지 묻는 질문에 고개를 길게 기울인다. 질문 세가지를 골라내야 하는건데, 그러면서도 포괄적이지 않아야 한다니 질문 고르기가 꽤 어려웠다.
"응ー 내가 꼭꼭 감추고 있는 엄ー청 커다란 비밀이 있는데, 앞으로 알게 되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ー."
이내 질문 하나를 말한다. 코로리가 꼭꼭 감추고 있는 엄ー청 커다란 비밀은 신이라는 거! 밝히는 거는 상관없지만, 들키는 거는 이제 그만 들키고 싶단 말이야. 학교라는 곳보다 조금 더 큰 곳으로,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게 된 이상 코로리에게는 중대한 사항이었다. 맹신하지는 않겠지만서도 한 번 물어봐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0명이라고 한다고 조심성없이 다닐 것도 아니었지만!
카드를 섞고. 그것에서 단 한장만을 뽑아내는 것을 보고는 가라앉은 눈 안에 일렁이는 녹색이 카드를 바라봅니다.
"운명의 수레바퀴. 정방향이네요." "요즘 큰 변화가 있었나요? 예를 들자면 그 비밀을 들켰다거나요?" 큰 변화와 질문을 결부하자면 그 비밀을 들킨 적 있기 때문에 변화를 상징하는 이런 게 나왔을수도 있고.. 굉장한 비밀이니만큼 이런 카드가 나오는가 보네요. 라고 속삭이듯 말합니다.
"들키지 않느냐. 들키느냐. 라는 것은 수레바퀴로군요." 이 카드는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는 카드이기 때문에, 그대가 들키지 않으려면 그대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야기한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라면 같은 이유로 들키겠지요.
큰 변화와 들킨 비밀이라고 하면, 렌 씨잖아! 두번이나 비밀을 들켰지만 둘 중에 큰 변화라고 하는 쪽을 비교한다면 하나가 두드러졌다. 비밀을 들켜서, 신이라는 사실을 들켜버려서 시작된 연이 연인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인이 생겼다는 건, 사랑이라는 것도 잘 모르더니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큰 변화일 수 밖에 없어서 코로리는 머릿속에 남자친구가 바로 떠올라버렸다! 얼굴 붉힐 것만 같아서 손등을 얼굴에 대었다. 뜨거워지면 안 돼, 적포도는 청포도 씨가 될 거라구!
"응, 들켜서… 그렇게 만났는데, 연애하게 됐으니까."
목소리가 조금 작게 기어들어간 것 같다면 기분 탓은 아니었다. 마주보고 앉아있는데다 테이블 하나 사이니까 듣지 못할 정도로 작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잘 드러났다.
"똑같은 이유로?!"
자다가 들켰는데! 똑같이 들키고 싶지 않다! 코로리는 토와의 말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신뢰하는 듯 하다. 맹신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맹신할 것 같다.
"정확하게는.. 변화하거나. 고여 있는 그 안일함이 해가 되겠지요" "백 년의 시간동안 변화하지 아니한다면 그건 운명이 녹슬기 충분한 시간이지 않나요?" 라고 말하면서 다른 질문은 있으신가요? 라고 속삭입니다. 연애중이라는 걸 들은 토와는.. 그러고보면 여기 온 분 중 연애하는 분도 좀 있었다는 걸 상기합니다. 그 중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일까요?
"이건.. 똑똑함과는 살짝 다르긴 하지만요." 그러나 그것이 하늘에 닿아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뽑힌 카드를 다시 덱에 집어넣고 테이블에 흐트러뜨립니다. 질문을 한다면 다시 섞어 내밀겠군요.
잠은 한결같아! 언제나 다를 것 없이 인간들을 대해왔고 대하려는 코로리는 이 말을 할 수 없어서 입술만 작게 삐죽였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을 하지만, 다른 질문은 있냐는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인다. 첫 질문은 신스러웠다면, 두번째 질문은 좀 더 인간스러운 질문이었다. 얼굴 붉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질문은 너무 민망해서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다닐 수 있을지 궁금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기로 했지만, 대학교를 갈 수 있을지 없을 지, 좋아하는 사람의 대학 입시 여부도 그 무엇 하나 아는 게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같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단 기대는 품어도 괜찮으니까!
"그치만..." 그 말에 토와의 눈이 코로리를 바라봅니다. 일렁거리는 듯한 빛이 담긴 눈이 바라보다가 접혀서 사라집니다.
"본질을 변화시키라는 말이 아니에요." "선한 본질을 악하게 만들라는 그런 극적인 변화도 상관은 없지만..." 그 비밀에 닿아있는 본질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더 배우고. 다른 관점으로 보는 넓은 시야를 함양하자에 더 가깝습니다. 라고 속삭이듯 말하며. 토와는 같은 대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면. 그 질문을 생각하며 카드를 뽑아 주세요."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섞인 카드를 분명 손은 한두번밖에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데 가지런히 정리된 카드를 펼쳐서 뽑으라고 합니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큰일나, 싫어! 다들 잠 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될 수도 있다구! 악몽 밖에 꾸지 않는 잠 자는 숲 속의 공주, 사랑의 입맞춤을 받아도 깨어날 수 없는 저주라고 하면 그건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질 못한 동화책이 되고 만다. 코로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언제까지나 인간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절대 없다! 그 이후로 주어지는 속삭임에는 귀 기울였다. 100년 동안 그 비밀 지키기는 영 어렵겠다는 결과가 아닌게 어딜까!
"지금 엄청 긴장되는데ー 5개 뽑을래ー!"
코로리는 머릿속으로 계속 질문을 떠올렸다. 질문이 점점 바람으로 변해서 곤란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다니게 해줘! 로 바뀌어서 계속 다시금 질문으로 바꾸어 상기해줘야했다. 아까는 1장이었지만 이번에는 5장, 코로리는 더더 신중하게 5장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