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이 신비에 빠졌던 순간. 느꼈던 충격은 어떤 형태였는지 얘기해보겠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을 0이라고 하고,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을 1이라고 하고, 어떤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을 2라 하고, 마친 상황을 3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모든 마도들은 0과 1에서 순식간에 3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비춰졌다. 분명 그 안에 2의 과정도 존재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마도에 있어 2라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진이라는 마도에 빠져들었다. 마도를 구성하고(0) 진을 그려내어(1) 의념을 끌어모아 마도를 그려내어(2) 힘을 끌어내는(3). 모든 과정이 더없이 들어맞아 완벽히 보여졌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서 이 갑갑한 상자를 여는 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강철의 말을 평소처럼 대수럽지 않게 여기려던 오토나시는 다시 한 번 그 말을 곱씹어보고 상태이상 : 스턴에 걸립니다. 소중한 사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건 중대 문제니까요! 물론, ' 괜찮은 망고 '라고 덧붙인 말을 생각해서 상식적으로 따져보자면 그것을 먹었을 확률이 가장 높겠으나 갑작스럽게 생겨난 아이템이니 오토나시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 응. 내 인벤토리 안에 나도 모르는 사이 초소형 게이트가 열렸고, 게이트의 하늘에서 출구로 사과가 떨어졌다. 어쩜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 "
오토나시가 강철의 말에서 농담이라는 늬앙스를 캐치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농담을 받아치는 방법이 조금 이상할 뿐이지요. 강철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것이 ' 선악과 '라는 말에서 확인되자 오토나시는 팔을 옆으로 조금 움직여 사과를 식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습니다.
"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 선악과 '는 ' 성경 '에서 말하는 그 과일이겠구나. "
오토나시는 마이너 종교인 여우노래 교단의 신도이긴 하지만 ' 선악과 '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의념 시대 전부터 성경의 내용은 많은 창작물에서 모티브로써 차용되곤 하였으니까요.
" 음. 최초인 인간인 아담이 있었다. ' 야훼 '는 홀로 ' 에덴 '에 있는 그를 위해서 아내인 ' 이브 '를 만들어주었다. ' 이브 '는 사탄의 꼬임에 넘어가 '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 '를 따서 자신이 먹고 남편에게도 가져다 주었으며 ' 야훼 '가 그 죄를 물어 그 두 사람을 ' 에덴 '에서 쫓아내었다. 라는 이야기. " " 그렇지만 여기는 ' 에덴 '이 아니니까. ' 야훼 '는 계시지만. " " ...어쩌면 아담과 이브도 있을지도. "
바이올렛 코스트로 ' 선악과 '가 있다? 이 세상에는 ' 야훼 '도 실존한다? 그러면 ' 에덴 '도 있다? ' 에덴 '에 있었을 아담과 이브도 실존한다?
스턴에 걸린듯 굳어버린 모습을 보며 씨익하고 웃어준 나는, 손가락으로 V표시를 만들어보였다. 확실히, 갑자기 생긴 아이템이 갑자기 사라지리라 걱정하는것도 무리는 아닐테지.
" 이런 과일이 잔뜩 열린 게이트라면 언제든 환영인데 말입니다. "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장난을 받아치는 그녀에게 호응하듯 말하고선, 시선을 움직여 식탁에 조심스럽게 올려지는 사과를 바라보았다. 선악과라는 정보를 확인하고 보니 확실히 기묘한 느낌이 드는듯 했지만... 역시. 기분탓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았다. ' - ...어쩌면 아담과 이브도 있을지도.
그녀의 말을 들으며 흥미롭다는듯 쳐다보다, 습관적으로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 게이트가 열리고. 의념시대가 도래하며 신화속의 신들은 인류의 무의식에서 퍼올려져 의념으로 형태를 부여받았습니다. " " 물론. 하나의 학설에 지나지 않고... 그들은 사실 예전부터 존재했다 라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제법 많지만 말입니다. " " 인류가 신을 만든것인지. 혹은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는지는 신학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입니다. "
>>306 시윤의 안경은 라임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에게 한방 먹여주려고 홧김에 이마를 들이받으면서도 안경이 땅에 떨어져 부서질까 엄지로 꼭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 나름의 배려였다. 라임은 이마가 얼얼한데도 귀가 간지러운 느낌이 가시질 않아서, 발이 몹시 조이는 느낌이 들어서 바닥을 쿵쿵 발로 찼다. 신경질적으로. 발뒤꿈치부터 해서 정수리까지 충격이 찌르르 타고 올라오고서야 스트레스가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흥."
콧잔등도 조금 간지러워서 코를 찡긋거렸을 뿐이다. 장난이었다곤 해도 이마를 들이받아 기분이 나쁠 법 했는데, 그는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건네왔다.
"여기."
라임은 가만히 서서 안경을 찾아 바닥을 더듬거리는 시윤을 내려보다가, 얌전히 안경을 내밀었다. 그는 시력이 많이 안 좋지 싶다.
"그렇게 사과하지 않아도 돼. 꼭 네가 잘못한 것 같잖아."
라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두 손을 번갈아가면서 제 토끼 귀를 연신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토끼의 귀는 예민한 기관이야. 네 것보다 열 배는 민감하다고."
사실, 머리를 만져지면서 귀에 손이 살짝 스쳤을 뿐이지만, 그의 손길에 기분이 살짝 좋아질 뻔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욱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그렇게 둘러대고 마는 것이다. 쓰다듬어지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절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인정할 수 없다. 이건 종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일 뿐이다.
situplay>1596527157>666 뒷북이지만 영월 습격 작전입니당.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긴 했지만... 강산이를 포함한 몇몇 캐릭터들이 소지금액이 6자리수인 건 그때 받은 걸 아직 다 안 써서인 거에요.
situplay>1596527157>967 이거 저도 같은 이유로 강산이한테 직접 고르라면 고민 좀 하겠는데요... 근데 기술은 이미 많고 얘네 랭크 올릴 것도 생각하면.... 강산이는 해적단으로 가야하나...? 근데 일단 '대적'들은 협력해서 잡아야 하는 모양이니 해적단을 고른다면 몬스터 토벌에도 협력하는 쪽으로 가면 좋겠어요. 보고 기사단과 해적단 중 중 인원이 적은 쪽에 붙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오토나시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그 ' 망고 '는 강철이 먹어치웠던 거네요. 다행입니다. 스턴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아주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말이에요.
" 맛도 있고, 아이템으로써의 효과도 있는 과일만 잔뜩 열린 게이트라면 정말로 재미있겠네. 응. 마치 과수원에 체험 학습을 하러 놀러온 기분이 들 것 같아. "
그런 게이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수 많은 헌터와 가디언 중에 하나인 오토나시가 갈 수 있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지만 말이에요.
" 그래. 그건 이전부터 이 지구에 존재했던 교단에 해당하는 이야기니까 말이야. 게이트가 열리고, 그 게이트 속에서 새로운 신이 나타났다... 물론, 이 ' 새로운 신 '에게도 그런 학설을 주장 할 수야 있겠지만 말이네. " " 개인적으로는 그런 건 어느쪽이든 ' 상관없습니다- '라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신님은 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 나에겐 충분해. "
" 음. 그러네. 당장 바이올렛 코스트 ' 선악과 '도 성경의 내용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고. "
오토나시가 바이올렛 코스트를 직접 본 적은 없기에 100 퍼센트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그 선악과의 극(중략)마이너 카피인 이 사과가 가지고 있는 효과를 보면 어딘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죠. 소유자의 레벨을 대폭적으로 올려준다거나 혹은 지혜의 과실이라고도 해석되는 ' 선악과 '이니 영성에 영향을 준다거나, 어떠한 지식을 불어넣을 수도 있겠지요.
" 단단하고 매끌매끌하지? 과실도 분명 맛있을거라 생각해. "
강철이 사과를 가볍게 건드리는 모습을 보고 오토나시는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사과 한 번 드셔보쉴?
....더듬더듬 안경을 찾다보면 라임이 쿵쿵 바닥을 발로 구르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졌다. 그렇게도 화난걸까? 그러나 딱히 나에게 연달아 소리치거나 때리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다급하게 바닥을 발구르는 움직임은,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기 보단 안절부절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뭐야, 들고 있었구나. 고맙다. 부러졌으면 좀 귀찮거든."
저격수에게 시력이 중요하다는건 뭐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얘기다. 현재 젊은 몸인 지금 시력이 썩 나쁜 편은 아니지만, 눈의 혹사를 줄이기 위해 교정용 안경을 끼고 있다. 어쩐지 바닥에 없더니만 자기가 들고 있었구만. 생각해보니 박치기전에 손으로 잡아 내렸던가. 나는 건네 받은 안경을 대충 걸쳐 썼다. 이마는 아직 좀 욱씬거려 부은게 느껴지기 대문에, 긴 앞머리를 대충 내려 가리려 애써본다.
"그래도 아이가 기분이 상했다는데, 어른이 '난 나쁜거 없다' 하고 우기면 나잇값 못하는거다."
나는 털털하게 웃으며 대꾸해줬다. 갑자기 들이받길래 많이 화났나 싶더니,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아아.....그래서였나. 인간귀가 따로 있길래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팠니?"
인간귀가 따로 달려있어서, 또 인간과 거의 흡사하게 생겨서. 인간 우성의 하프라고 생각해 괜찮을 줄 알았다만. 역시 예민하긴 예민한가보다. 그런데.....별로 귀를 꽉 잡아당기거나 한 것도 아니고, 살살 쓰다듬으면서 살짝 스친 정도일텐데. 열 배는 민감하면 그마저도 아프게 다가오는걸까? 나는 혹시나 손길에 토끼귀가 부었나 싶어, 고개를 기울여 한번 살펴보는 것이다.
1만 GP는 분명 적은 돈도 아니지만, 뭐 어마어마한 가격이랄 것도 아니다. 강산이는 보아하니 서글서글해도 바보는 아닌 것 같고, 여유가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애 코묻은 돈 얻어타먹는 것 같아서 썩 가슴이 아팠다.
"내가 오기전 얘기인가. 뭐, 말이 많긴 했지......아아. 그래서 대운동회를 언급한거군."
여기 특별반 녀석들이 다윈주의자들 관련으로 복잡하고 거대한 일을 마쳤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물론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고, 피해도 컸는데 알지 못한체 함부로 물을 내용도 아니라서 언급은 잘 안한다만.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건 그것이 이 특별반이란 애들의 주목도를 잔뜩 올렸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복잡한 이해와 견제관계가 쌓여있는 사회에서 소문이 타고 유명해지는게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 이번 대운동회는 많이 복잡해질거다. 강산은 그걸 읽고 신입들에게 투자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 호의만도 아니고, 나름 합리적인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흠.....이렇게인가....."
강산이 쥐어준 칩에 의념을 흘려 보내니, 띡 하는 나노머신 알람과 함께 잔고가 늘었다. 나는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곤
"그런 의미로는 기회가 되면 유하도 만나봐라. 나 직후에 온 애인데, 능력은 있을거지만 좀 철부지라.....어쩌면 투자가치는 이런 퇴물된 아저시보다 그런 젊은 애가 더 높을지도 모르지."
피식 하고 웃고는
"무기는 가능한 좋은걸 구해보마. 지금 내 예상이 맞다면, 대운동회에서 나는 실력에 비해선 쓸모가 있을테니."
특별반 아이들을 전부 본 것은 아니지만, 보면서 대략의 파악 정도는 되었다. 여기 아이들은 대체로 밝고, 적극적이다. 그리고 전투법도 그에 걸맞게, 근거리에서 중거리에 포진되어 있다. 마도를 쓰는 아이라면 원거리전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화라는 느낌은 아니다.
"후열에서 장거리로만 특화한 아이는 그다지 많이 없는 모양이고 말이지."
그렇다면 나라는 철저한 후열의 저격수 포지션은, 있음과 없음이 전략적 선택에서 차이가 날거다. 스스로의 실력이 전황을 가를 것이라고 오만하진 않지만, 지휘하는 놈에게 있어선 손패가 하나 더 늘어나겠지. 아무래도 자금을 어떻게든 구해서, 방어구보단 무기에 최대한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오토나시는 강철의 농담에 눈 코 입이 달려있는 과일을 생각 해 봅니다. 만화나 동화책의 삽화 같은 느낌으로 눈 코 입이 달려있어도, 리얼한 느낌으로 달려있어도 크기만 자그마하다면 분명 오토나시는 ' 귀엽다 '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을테지요. 하지만 사람 크기인데 진짜 사람같은 눈 코 입이 달려있다? 그건 아무리 오토나시라고 할지라도 조금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 응. 그렇지. 학자. 연구자. 철학자. 그 들 중 그런 것을 밝혀내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자들에게만 중요한 이야기인거네. "
모든 사람이 종교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세상이라면... 오토나시의 입장에서는 끔찍할 것이 분명했기에 어쩌면 다행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실제하니까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실제하는 것이다. 참으로 간단한 논리이지요.
" 그렇지. 아이템이니까. 이런 사과가 아이템이 아니였다면 분명 ' 최상급 등급 '으로 분류되었을거야. "
몇 주 동안 상온에 놔둬도 어디 하나 썩어들어가거나 상하지 않은 반짝반짝한 껍질! 완벽에 가까운 빨간색! 벌레 하나 다가오지 못하는 단단함! 오토나시는 강철에게 이 사과의 진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만 때가 아님을 알고 있기에 자그마한 웃음 소리를 내었을 뿐입니다.
" 그냥 먹기 아까우면 요리를 한다거나? 음. 물론 그 정도라면 ' 전문적인 ' 사람에게 맡기는게 좋을 것 같지만. "
오토나시가 말하는 그 전문적인 사람은 아마 요리사를 말하는 것일 겁니다. 뭐, 이 특별반 학생중에 요리를 업으로 삼은 사람은 아직 없지만 말이에요. 미리내 고교에서 찾아본다면 어쩌면 있을 수도 모르겠지만... 특별반 학생들인 오토나시나 강철에게는 부탁이나 거래를 하기엔 난이도가 조금 높겠죠. // 이게 진짜 9 (?)
나는 조금 당황해서는 조금 억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예민하다는건 잘 알았다. 그렇지만 보는 것도 안된단 말인가.... 토끼 수인에게 있어서 귀는 대체 얼마나 민감하길래 저런 반응인걸까. 솔직히 한바퀴 돌아서 호기심이 돌았다. 전생에선 하프와 이렇게 친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았겠지. 그런 점에서, 지금의 환경은 꽤나 재밌게도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 그래. 자. 자. 거리 벌렸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비키라고 말할 정도면 자기가 뒤로 물러나도 좋을텐데. 두 귀를 가리기 위해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덮고, 왠지 모르게 울상처럼 느껴지는 초조한 외침은 내용만으론 어린놈이 버릇 없는 것처럼도 느껴지지만, 실제로 보면 애가 귀엽게 떼쓰는 것 같아 퍽 귀여운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한걸음 벌리고는, 하는김에 방금 떠오른 감상을 아까처럼 농과 같이 던지는 것이다.
"두 손으로 귀 꼭 덮고 있는게 확실히 귀엽긴 하구나."
피식 웃곤, 다시 자리로 돌아가 공부할 생각도 들지 않았던 터라. 복도로 향하는 문을 턱짓하며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