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이 신비에 빠졌던 순간. 느꼈던 충격은 어떤 형태였는지 얘기해보겠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을 0이라고 하고,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을 1이라고 하고, 어떤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을 2라 하고, 마친 상황을 3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모든 마도들은 0과 1에서 순식간에 3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비춰졌다. 분명 그 안에 2의 과정도 존재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마도에 있어 2라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진이라는 마도에 빠져들었다. 마도를 구성하고(0) 진을 그려내어(1) 의념을 끌어모아 마도를 그려내어(2) 힘을 끌어내는(3). 모든 과정이 더없이 들어맞아 완벽히 보여졌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서 이 갑갑한 상자를 여는 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단순히 사과를 좋아한다! 라는 답변을 받아서 하는 대답이라기 보다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듯한 말입니다. 그야, 들어온 ' 누군가 '가 나는 사과가 싫어! 라고 단번에 말한다면 오토나시는 이 아이템에 담긴 추억(?)과 아이템의 성능(?)과 유래(?)를 설명할 일이 없이 다음 상대를 무작정 기다려야 하니까요! 대운동회인가 뭔가로 미리내 고교는 떠들썩합니다. 아무리 오토나시라도 하더라도 ' 오랜 기다림 '이 남에게는 시간 낭비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요.
" 물론이야. 여기는 ' 특별반 기숙사 '잖아? 음. 그래도 조금 생각해 보니 다른 ' 누군가 '가 자기가 친한 일반반 학생이나 아는 사람을 데려 올 수 있겠구나- "
아직까지는 그런 사례를 보진 못했습니다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죠.
" 아.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공용 부엌에 혼자 있진 않을테니까. "
손님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광경은 일반적으로 이 신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니 말이에요.
아무튼 오토나시는 반짝이는 사과를 들고 식탁으로 다가갑니다.
" 이거. ' 평범한 사과 '가 아닌 ' 아이템 '이야. 음. 하늘에서 ' 뚝 ' 하고 떨어졌어.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살펴볼래? "
살펴보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아이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방도가 없을테니 오토나시는 팔을 쭉 뻗어 강철에게 사과를 내밉니다. // 3
묘하게 기뻐보이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친한 누군가를 데려 올 수는 있을테지만 일반반과 친해진 특별반이 있을지는 회의적인것도 사실. '적어도 당분간은 어려우려나...' 대운동회를 잘 마무리 하면 좋아질까- 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자신에게로 내밀어진 사과를 살펴보았다.
" 갑작스럽게 생긴 사과라... 저도 비슷한게 있었습니다. "
제법 괜찮은 망고였는데. 라고 덧붙이며 사과를 주시하여 그 정보를 확인한다. 나노머신이 감응하고, 의념의 흐름이 사과를 덧씌워 정보를 규명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제법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선악과의 극(생략)마이너 카피 버전?' 이런게 하늘에서 떨어져도 되는건가?! 아니. 오히려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생긴것일까. 마도사 특유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한박자 늦게 그것을 끊어내곤 몇번 헛기침을 했다.
" 이런 물품들은 보통 게이트에서 나올텐데, 신기한 일입니다. " " 초소형 게이트라도 열렸다던지? "
농담기가 가득 담긴 말을 맺으며 식탁에 턱을 괴곤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사과를 빤히 바라본다.
쾅! 소리와 함께 시야가 번쩍이고, 정신차려보면 천장이 흐릿하게 보이고 등이 차웠다. 아무래도 박치기 한대 얻어 맞곤 뒤로 쓰러졌나보다. 그래도 들이받기전에 안경이라도 벗었네. 주변 기류는 적당히 싸늘했다. 여기서 '네가 먼저 화냈으니 내 승리네!' 따위를 말하면 그대로 절연이다. 새빨갛게 부어오른 젊은 이마를 아픈듯 매만지면서도, 손을 뻗어 더듬더듬 안경을 찾는 나는 면목 없다는듯 웃으면서 화내고 있는 아이에게 선뜻 먼저 사과를 건네는 것이다.
"에고고. 아저씨가 너무 놀렸나. 미안해."
무엇 때문에 화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른다. 적당히 농담하는건 반응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함부로 신체를 접촉한게 문제였을까. 어깨에도 놀랐던거 보면, 머리는 더 민감한걸지도 모른다.
이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기엔 서로서로 놀리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하는데. 말로하지 왜 갑자기 때리고 난리냐. 등등, 젊은 녀석이면 울컥했을지도 모르지만. 먹은 나이에서 느껴지는 경험상, 그런 일을 주장해봤자 누가 옳든 결국 싸우고 감정만 상할 뿐이다. 아저씨는 눈 앞의 어린 소녀와 필사적으로 말싸움을 하며 상처 줄 생각이 없었다. 따라서 서로의 과실 비율이 어찌 되었던, 자신의 사과를 먼저 솔직하게 사과하기로 하는 것이다. 나잇값이라는건 내가 나이 먹었으니 잘났다고 우기는게 아니라, 성숙한 태도에서 나오는거니까.
"애 취급이 싫었나? 아니면 머리를 너무 함부로 만졌나? 어쨌거나 젊은 아가씨에 대한 배려가 아저씨는 좀 부족했나봐. 농담도 좀 하다보니 친해진거 같아서 무례해진걸까. 앞으론 조심할게. 참으로 미안하다."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하면서, 나는 바닥을 계속 더듬거렸다. 대체 내 안경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