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27111/recent 별다른 공지가 있기 전까지 시트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캐릭터 사망시에 한해 부캐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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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책상 위에서 6면체 주사위 10개를 굴려 늑대를 선정합니다. 6월 3일과 6월 4일 자정 선정 예정입니다.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의 편이기를!
* 캡틴은 보통 오후 10시 - 12시 사이에 상판에 출몰할 예정이며, 그 때마다 밀린 조사 답레를 적어드립니다. 고로, 조사를 원하시면 스레에 제가 없더라도 이름칸에 '캐릭터 이름 - 조사'를 넣으신 뒤 '행동 이유/조사하는 장소 혹은 조사하는 사람/행동'의 내용이 담긴 레스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상기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짬짬히 열심히 답레 달아드립니다.
* 제시되는 '기본 정보'들은 '캐릭터들이 마을의 일원으로서 소문으로 들은 내용'이라는 설정입니다. 따라서 그 내용에는 모순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위증 혹은 거짓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들려온 소문의 비개연성에 의문을 품고 파헤치는 것은 플레이어의 역할입니다.
이 집 역시 아버지의 손길을 거쳤었다. 새신랑과 새신부를 위해 특히 정성 들이던 아버지의 모습과 열심히 보조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의 상황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은 집안의 모습에 마일스는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후우..후우.."
몇차례 심호흡을 하며 산소를 뇌에 공급하자 조금 견딜 만해졌기에 목표로 하던 모포를 마저 찾아다녔다.
"이건가보네"
찾는다는 표현도 무색하게 쉽게 발견한 모포였지만, 다른 것 역시 너무 쉽게 발견되고 말았다.
"...저건?"
그런데..저게 마일스가 예상하는 그것이 맞는다면, 뭔가 이상하다. 마일스가 듣기론 핏자국은 축사 앞에서부터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저건 핏자국이 아니거나, 짐이 뒤늦게 묻힌 것이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일 터다. 아니.. 짐이 뒤늦게 묻혔을 리는 거의 없다. 경기를 일으킨 짐을 마을 사람들이 진정시켰다는건 다수의 사람이 관련된 만큼 확실하다. 그쯤이면 이미 피도 말라 묻지도 않을 뿐더라, 모포조차 챙기지 못하는 짐의 상태를 볼 때 이 집에 왔을 가능성은 낮다. 고로...
하스킨즈는 케인의 악의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문을 가로막고 히죽거리는 케인의 눈을 쳐다보는게 전부였다. 갈색 눈을 깜빡 깜빡거리면서.
"케인. 너..."
겁이 많은 개가 함부로 짖고 입질을 한다. 정말 포악해지는 동물은 사냥을 위해 웅크린 맹수가 아니고, 생명의 위협에 겁먹은 초식동물이다. 하스킨즈는 알고 있었다.
"겁먹었구나."
밤송이같은 녀석. 겉은 가시로 뒤덮였지만 발로 밟아서 까보면 맨들맨들한 알맹이가 숨어있지. 불에 구워먹으면 맛있다. 하스킨즈에게는 악의도 조롱도 찾기 어려웠다. 그냥 생글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안에 염소가 있고, 내 옆에 루나와 호른이 있다는. 놀랄 것도 없는 명백한 사실을 읆듯이.
자장가는 어린 아이를 재우려 부르는 노래죠. 누군가가 어린 아이를 안고 광장을 헤매고 있었던 걸까요, 품에 안긴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보름달이 뜬 날 밤은 불길하게 여겨집니다. 실딘 주민들은 모를 일입니다만, 이건 바로 옆 마을에만 가도 없는 실딘만의 이상한 풍습입니다. 교회에 부임해 온 마르코 신부님이 보름달을 두려워하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사람들을 개혁하려 해도, 보름달이 뜨는 날 밤 혼자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카일 촌장을 위시한 4명의 장로들은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늘 보름달 뜨는 날에는 가만히 집 안에 있으라 가르쳤고, 그 아이들은 자라나 자기 아이들에게 같은 말을 가르쳤습니다. 보름달 뜨는 날 밤에는 밖에 나가서는 안되는 법이에요. 메리가 죽은 날 짐이 그랬듯,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금기라는 단어에는 무거운 힘이 있어요. 정확히 '왜' 안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건 마치, 시체에 감도는 기운과 비슷해서... '그냥' '당연히' '불길하고' '기분 나쁘며' '해서는 안되는'...
착한 아이인 에밀리는 금기의 무게를 잘 알고 있겠죠.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 때문일 거예요. 착한 아이인 에밀리가 그 노래를 듣지 못한 건 말이에요.
밤에 잠들지 않고, 보름달이 뜨는 날임에도 덧창을 내리지 않는 말괄량이 못된 소녀나 그런 노래를 듣게 되는 거겠죠. 착한 소녀인 에밀리와는 다르게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못된 소녀만 이렇게 벌벌 떨게 되는 거겠죠. 악마나 괴물의 소리를 들었다는 공포에 빠져서요.
마리아는 울먹이며 에밀리에게 덥석 안겼습니다. 어린 소녀의 눈물이 에밀리의 옷 앞섶을 축축히 적셔옵니다. 조그만 손으로 에밀리를 꼭 끌어안은 채, 마리아는 웅얼댑니다. 에밀리를 꼭 끌어안느라 약간 뭉그러진 목소리였지만,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카일 촌장님은 웃었습니다. 로라는 썩은 사과에 카일의 울퉁불퉁하고 마디진 손가락이 깊게 파고든 것을 확인합니다. 사과가 많이 썩었었나 봐요. 저렇게... 쉽게 손아귀 안에서 뭉그러질 정도면 말이에요. 굉장히 놀라거나 화가 났을 때, 동요를 감추기 위해 사람은 주먹을 쥐고는 하죠. 아니면 손 안에 쥔 것을 꽉 잡거나요. 하지만 카일 촌장님은 로라에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는 자기가 그렇게 세게 사과를 붙잡은 줄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화가 났는지, 아니면 뭔지는 모르겠지만 카일이 동요한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카일은 사과를 마저 주워 정리한 뒤 손을 털었습니다. 바로 옆에 로라가 있는데도 뭔가 생각에 빠진 듯 아득한 눈빛입니다. 아이들에게 친절한 그에게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모습이네요. 촌장님은 늘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일순위로 챙겨주고는 했었는데. 어딘가 먼 곳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축사 안은 어둡고 가축의 악취가 풍기는 좁은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카일의 눈동자는 이 좁은 공간 안이 아니라 다른 어디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메리에 대해 생각하는 걸까요? 그래서 표정이 저런 걸까요? 아니면 메리를 죽였다는 괴물 늑대? 그것도 아니면, 본인이 직접 시체를 발견했다는 피터와 엘랜 남매?
마일스는 뒷문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문손잡이에 묻은 얼룩을 확인합니다. 네, 피가 맞습니다. 인간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 손잡이 위에는 끈적하게 말라붙은 검붉고 선명한 얼룩이 남아 있습니다. 모양이 이상합니다. 마일스는 이윽고 알아차립니다. 이건 손자국입니다. 누군가가 피로 범벅된 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은 것 같습니다. 피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표면을 만지면 살짝 묻어날 정도예요. 습한 요즈음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손에 피를 묻힌 그 누군가가 이 문을 지난 지는 하루 이상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 아니, 어쩌면 몇 시간 전에 손에 피를 범벅이 되도록 묻힌 누군가가 급히 여기를 지났던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오늘은 11월 2일입니다. 그리고 메리가 죽은 건 10월 30일이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순간 바람이 불어 뒷문이 삐끄덕 열립니다. 이 집을 지은 마일스의 아버지는 결코 일을 대충 처리하지 않았었습니다. 신혼 부부를 위해 열심히 마일스 본인도 보조하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뒷문이 약간, 아주 조금 문 틀에서 어긋나 있네요. 그래서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었던 모양입니다. 마치 바깥에서부터 큰 충격이 가해져, 문이 경첩에서 살짝 비틀려버린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일스는 목수이기에, 뭔가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 문에는 있어야 하는 뭔가가 없는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케인은 자존심이 상한 것 같습니다. 그는 혀를 차더니 하스킨즈를 사납게 노려봅니다. 주변 소년들이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내가?" "오오, 하스! 말 잘했다!"
방앗간 조수, 알렉스가 낄낄 웃으며 분위기에 장작을 넣었습니다. 그는 케인의 화를 부추기듯 옆에서 키득댔습니다. 흥미진진하다는 듯 하스킨즈와 케인을 번갈아 보는 게, 둘이서 주먹다짐이라도 하기를 기대하는 듯했죠. 악의와 장난기가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알렉스가 말을 이었습니다.
"하긴 케인 저놈은 항상 말뿐이잖아." "웃기지 마!"
발끈한 케인이 소리를 질렀지만, 키가 껑충하고 나이도 많은 알렉스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죠. 씩씩대는 케인과 차분한 하스킨즈, 그 옆에서 얌전히 앉은 개 두 마리, 싸움을 재밌다는 듯 관전하는 다른 소년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그는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케인에게 제안합니다.
"그럼 진짜로 고양이 시체를 구해다가 메리의 무덤에 올려두러 가보라고. 잘됐다. 오늘 밤은 그믐이잖아. 어두운 그믐달 밤에 유령이 나온다는 건 다들 알지?"
알렉스는 케인과 하스킨즈를 빤히 보며 이죽댑니다.
"겁쟁이가 아니라면 오늘 밤에 무덤으로 나와보라고. 안 나오는 놈들은 남자도 아닌 줄 알겠어."
>>123 하스는 감정도 잘 안 드러나고 말도 길게 안 하는 편이라니까 어릴 때부터 마을 사람들한테 치대고 다니는데 하스 만났을 땐 속으로 '이 애 어려워 ^ㅁㅠ~~~' 할 거 같은🤔 ㅍvㅍ💦 <- 요런 표정으로 합죽이된 채 옆에 꾸겨앉아잇고(아무도뭐라안햇는데)
>>124 바로 도끼눈 뜨고 말 돌리는 거 다 알아! 왁왁 거리기...그치만 도리어 마일스가 성실할 때(아마 목수일..?)는 애들 우르르 끌고 와서 애들이 놀아달래~놀자~하면서 애들이랑 같이 방해할 것 같아요 ψ(⃔ *` ´ * )⃕ 마일스의 성실한 이야기를 들으면 로라는 대놓고 '으엥......그 얘기 언제까지야?•᷄⌓•᷅' 이럼서 쳐다볼 것 같은....(내로남불갑로라)
그럼요. 우쭐대듯 흥!하고 어깨를 편 탓에 들썩이던 땋은 양 갈래는 금세 제 자리를 찾았다. 곧이어 휘어져 접혀있던 눈이 생각에 빠진 카일의 낯으로 향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직후인데 갑자기 원상태로 돌아오기는 힘드시겠지. 아무튼 카일 촌장님이 이렇게 동요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물어보면 안 될 것 같다.
"촌장님, 이제 애들하고 놀아주러 가야겠어요! 염소 우리 쪽에서 떠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기도……."
그렇게 나가려는 듯 하더니 다시금 빼꼼 고개를 집어넣곤 덧붙인다. "그리고 솔선수범이라곤 하셨지만 그래도 너무 안에 오래 있지는 않는 게 좋겠어요, 여기 냄새 사실 좀 고약해요."
정말 가볼게요! 손을 두어 번 방방 흔든 로라는 자리를 비우려는 핑계로 댔던 염소 우리 쪽으로 정말 가볼까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대체 이 어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이제는 상상하기조차 무섭습니다. 게다가 슬프게도 지금 당장 에밀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딱히 힘도 무엇도 없는 왜소한 겁쟁이 여자애에 불과한걸요.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리아의 등을 부드럽게 쓸거나 토닥거려주었을 뿐입니다. 지난 이틀간의 밤이 이렇게 작은 등을 가진 여자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겠구나, 하는 생각만이 문득 스칠 뿐입니다.
"괜찮아. 마리아는 착한 아이잖아? 주님께서 지켜 주실 거야."
그리고 신부님도. 엄지로 조심스럽게 마리아의 눈물을 훔쳐 주었습니다. 들어본 적 있지? 나를 눈동자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 감추사. 문득 떠오른 성경 구절을 가만히 읊어 봅니다.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뚝 하자, 응? 나중에 신부님께 꿀 절임 사과를 하나 부탁해 볼게.
"신부님에게는 해 봤니? 이 이야기."
이 이야기가 마을 내에서 더 퍼져 봤자 좋을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특히 돼지치기 케인이나 그 패거리, 혹은 몇몇 수다쟁이 아주머니들에게 흘러들어가기라도 하면 마을은 더더욱 어수선해지겠지요. 어쩌면 조금.. 주의를 주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자물쇠. 마일스는 목수의 직감으로 정확하게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해냅니다. 자물쇠가- 정확히는 빗장이 없습니다. 빗장틀에 끼워 문 안쪽에서 고정하는 두꺼운 떡갈나무 빗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빗장을 걸어두지 않을 때면 보통 문 옆에 둘 텐데... 없네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누가 빗장을 치운 걸까요? 하지만 누가 굳이 그랬을까요? 이런 시골집에서 사용하는 빗장은 제법 묵직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이 집은 신혼부부가 살 집이라, 아버지가 빗장을 일부러 무겁게 만들었음을 마일스는 알고 있어요. 성인 남자가 팔로 안아 옮겨야 할 정도로 묵직한 물건이라 메리가 불평을 했다는 말도 들었었다고요. 그러니까, 누가 일부러 옮기지 않는 한 발에 채여 굴러갈 물건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피에 놀라 주변을 살피던 마일스는 문 옆, 벽면에 묻은 피를 발견합니다. 피 묻은 손가락이 쓸고 지나간 듯한 자국이네요. 누군가가 피에 젖은 손 끝으로 벽면에 기대어 있던 물건을 집었다면, 피 묻은 손가락이 벽에 스치며 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요? 그 핏자국을 따라 시선이 옮겨간 마일스는 바닥에 떨어진 마른 나무 부스러기를 찾아냅니다. 목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마일스였기에, 그 나무 부스러기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바짝 마른 호밀 줄기입니다. 실딘에서는 수확이 끝난 호밀의 두껍고 단단한 아랫단을 모아 묶어 빗자루로 쓰곤 하죠.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에는 뭔가 강한 충격에 부서진 듯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흑마술이 정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방금 하스킨즈가 내뱉은 흑마술이란 단어가 마법처럼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음은 분명합니다. 하스킨즈 옆에서 목동 지팡이를 꼭 붙들고 있던 빌리가 헉, 짧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축사 안을 울렸습니다. 방금 전까지 싸구려 강령술에 대해 떠들어대던 알렉스마저 움찔 몸을 떨었죠. 하지만 알렉스는 자기가 움찔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듯, 거칠게 비웃음을 뱉었습니다.
"못된 짓은 못하시겠다 이거야? 어른들의 착한 멍멍이께서 납셨네, 아주."
알렉스는 하스킨즈 옆에 얌전히 앉은 루나를 보며 이죽댔습니다. 그게 그가 순간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었던 모욕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창의적인 단어였나 봅니다. 뭐... 그것조차도 별로 창의적이지는 못했지만요. 잠깐 불유쾌한 분위기가 흐르고, 이윽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스킨즈를 노려보던 케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하여간 하스킨즈, 분위기 깨는 데에는 최고셔. 알렉스, 저 겁쟁이는 버리고 가자. 고양이 시체라도 찾아오자고."
그리고 케인은 기분이 상한 듯한 표정으로 휙 축사를 나가버렸습니다. 알렉스도 함께요. 그 둘이 축사를 떠나자, 염소치기 빌리는 대놓고 안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 케인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 알렉스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 '남자의 자존심'이 모욕당했다 느낀 소년들은 어쨌든 메리의 무덤에서 헛짓거리를 할 계획입니다! * 빌리가 당신을 동경합니다...!
촌장님은 로라가 나가기 전, 가방을 뒤져 잘 익은 가을 자두 두 개를 쥐여 주었습니다. 분명 호의였고, 황금빛과 자줏빛으로 빛나는 자두는 싱싱하고 먹음직해 보입니다만... 방금 전까지 촌장님이 돼지를 돌보던 것을 감안하면 옷으로든 물로든 한 번 닦아서 먹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쨌든, 촌장님께 인사하고 축사를 떠난 로라는 바로 옆, 염소 축사 쪽으로 걸어갑니다. 마침 소년 한 무리가 우르르 염소 축사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네요. 로라도 알고 있는 심술궃은 케인이나 알렉스도 그 중에 끼어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서 다들 다시 일하러 가는 걸까요?
다음 순간 로라는 발목에 간질거리는 느낌을 느낍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뭔가가 그녀의 발목 사이로 우아하게 빠져나갔다가, 다시 한 번 돌아와 꿍. 그녀에게 이마를 부딪힙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을 광장에 자주 나타나는 검은 고양이, 블래키가 로라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미-야옹."
까만 고양이는 로라를 빤히 올려다보며 재촉하듯 길게 울었습니다. 초록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실딘에는 검은 고양이는 마녀의 현신이란 말이 있고, 그 고양이에게 치즈를 주며 부탁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미신도 있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오냐오냐해주다 보니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치즈를 바칠 것이라 믿고 있는 블래키입니다. 아무래도 목적은 로라에게서 간식을 뜯어내려는 게 아닐까요.
"신부님은 내가 헛간 부엉이 울음소리를 잘못 들었다고 하셨어. 아니면 바람 소리나... 사람 마음 속에는 악마의 유혹이 있으니까, 속임수에 속지 말라고 하셨어."
마리아는 잔뜩 풀이 죽은 채 그리 말합니다. 어린아이 특유의 두서 없는 말투입니다만, 신부님이 마리아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내용만은 알 수 있겠네요.
"그리고 사실 애피 할머니께도 말해봤는데..."
애피 할머니는 이 마을의 산파이자 장로입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이후, 그녀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며 약초를 키우고 있습니다. 한쪽 다리를 절어 일은 하지 못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찾아가 약초를 얻거나 건강 관련 자문을 구하는 일이 잦습니다. 항상 상냥한 그녀는 어린아이들의 방문을 늘 반기며,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마리아가 애피에게 자기 걱정을 털어놓았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
"근데 애피 할머니가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으로,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큰일 날 소리 한다고..."
그 때를 떠올리는지 마리아는 다시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음에도 생각 없이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는 아이의 무심함을 혼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들은 원래 이런 법이니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걸까요.
응, 응.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요. 사실 어린아이가 겁에 질려 하는 알 수 없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줄 어른은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네요. 그렇게나 상냥한 애피 할머니가 무서운 얼굴을요? 무언가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마을에 떠돌고, 촌장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면 큰 소동이 일어날 수 있으니 경고라도 했나 보다 싶었지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혹여나 누군가가 듣고 있는지 주변을 둘러 봅니다.
“마리아가 다른 어른들한테 혼날까 봐 그러신 걸 거야. 실딘 사람들은 무서운 소문을 싫어하잖아, 그치?”
쪼그려 시선을 맞춘 채로 마리아의 손을 꾹 잡아 줍니다. 어떻게 되든 일단은 이 울먹거림을 멈추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여자아이에게는 우는 얼굴보다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이 더 어울리기도 했고요. 나중에 다시 애피 할머니께 가면 웃는 얼굴로 말린 자두를 잔뜩 주실 거야. 응? 나중에 같이 할머니네 댁에 가 보자. 운이 좋으면 블래키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나랑 신부님, 애피 할머니 빼고는 더 없어?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
이런 이야기가 떠돌면 되려 마리아도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소리를 낮추어 속삭입니다. 다행인 것은 신부님도, 애피 할머니도 여기저기에 이런 이야기를 허투루 떠들고 다니실 분들은 아닐 테니까요. 여기서 한 번 더 주의를 주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우와, 저 주시는 거예요?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기쁜 표정으로 자두를 품에 안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가는 길에 하나 먹으려고 자두 하나를 흰 앞치마에 벅벅 닦던 중에 염소 축사에서 나오는 소년 무리를 발견하곤 입을 삐죽였다. 뭐야, 벌써 다 논거야? 어차피 남자애들밖에 없어서 끼지도 못하겠어. 그냥 집에 돌아가야 하나 싶던 차에 발목을 간질이는 느낌에 깜짝 놀라며 시선을 내리자 웬 검은 고양이가…… 블래키잖아!
"그새 또 포동 포동 해졌잖아? 얼마나 먹고 다닌 거야?"
친구가 없으면 고양이와 놀면 되지! 쿡쿡 웃으며 눈높이에 맞게 쭈그려앉은 로라는 방금 닦느라 들고 있던 자두 하나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가 이내 블래키에게 내민다.
"뭐… 여기서 자두 하나 먹는다고 더 찌진 않겠지. 치즈는 없지만 이거라도 먹을래?"
앗, 치즈였으면 소원 한번 빌어보는 건데 아쉽다-. 딱히 바라는 건 없지만 금방 집에 들어가서 자는 게 조금 아쉬워. 블래키, 너도 그렇지? 좀 더 북적북적했으면 좋겠어, 여름에는 밭 보기 싫어 더워. 생각하니까 갈증 나는 것 같아. 자두를 내민 손과 다른 한 손으로 턱과 뺨을 받치며 블래키에게 걸던 말은 생각에 빠져 혼잣말로 변질되더니 점점 푸념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