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와 맞닿아있어서인지, 렌을 만난 곳이어서인지, 인간계에서 보낸 짧은 시간이 전부 녹아있는 곳이라서인지, 렌과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인지, 가령 전부 다인지 뾰족하게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공부같은 건 여태 전혀 하질 않았으니 아마 잠을 줄이고서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역시 좀 더 높은 곳이나 좋은 곳을 가질 못한다면 이곳이 좋았다. 그래도 렌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렌이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렌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을 가지 않는 일은 없도록 하겠지만 그건 렌 씨도 그래야지!
"따라오면 안 돼. 마녀가 사는 과자 집으로 데려가버릴거야?"
거리가 멀어지는 건 역시 싫었지만, 그렇다고 렌이 저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질 않았으면 했다. 가는 길이 겹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고, 렌이 나아갈 수 있는 곳에 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렌이 갈 수 있는 곳까지, 닿는 곳까지 나아가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렌이 한 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 코로리는 렌이 정리해준 앞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있다.
"만약 멀리 떨어져도 렌 씨가 허락하면, 꿈 속으로 만나러 갈게."
꿈은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굳이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지금도 꿈 속으로 찾아가 렌을 만나고 싶었지만 약속한 게 있으니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서 잠의 신이 제가 꾸는 꿈은 마음대로 못한다는게 얄밉고는 했다.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꿈에 나왔으면 좋겠는데, 제가 잠들었을 때는 꿈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우연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으니까."
우물우물 부끄러워하며 작게 말했다. 꿈에 찾아가지 않기로 약속해놓고 그 약속을 어기고 싶어하는게 민망했기 때문이다.
사실 수학이나 과학쪽은 공부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시험을 봤을때 전국권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야 지금 인간들이 배우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것들을 내가 별을 운행하는데 써먹고 있으니까 당연한 얘기. 하지만 다른 것들은 영 자신이 없어서 살짝 고민이 된다. 이렇게 된거 특별 전형 같은거라도 노려보는게 좋을까. 그녀의 대답을 듣고서 손을 꼭 잡으며 같이 있고싶다는 얘기를 하자 요조라도 작게 미소지으며 대답해주었다.
"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찰나를 잠깐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앉아있다가 좀 걷자고 얘기하자 요조라도 고개를 끄덕이고선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파라솔을 접고, 돗자리까지 모래를 털어서 접어넣으면 여기 앉기 전과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숲길로 가려고 했을때 요조라가 팔을 잡아왔고, 사진을 찍자는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이리와요. "
이젠 자연스럽게 요조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살짝 끌어안듯이 잡아당긴 나는 그대로 머리를 살짝 기대서 그녀와 시선을 맞추려고 했다. 그리고 내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서 셀카 모드로 바꾼 다음 살짝 웃어보인다. 옆에서 요조라가 어떤 표정을 짓던 간에, 준비할 시간을 주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하면 그대로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 이것도 액자에 담아서 다음에 줄께요. "
물론 앨범에도 넣어둘 생각이다. 드디어 같이 찍은 사진이 한장 생겼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숲길로 걸어가며 그녀를 돌아본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은 다 너를 만나기 위해서 존재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선 얘기했다.
" 갈까요? "
그렇게 숲길로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하지 않았을까.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 우리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렌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떨어져 지내는 건 너무 싫다. 하지만 언제나 가까이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었다. 분명 서로 해야할 일이 우선이 되야 될 때가 있으니까. 특히 어른들이 이야기하듯이 지금의 시간은 정말 중요한 시기였다. 코치도 늘 이야기하지 않던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때라고. 지금의 결정이 앞으로 인생에 엄청난 전환점이 될 때가 있다고. 와닿지는 않았지만 코로리를 만난 결정은 정말 큰 전환점이 되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다 꿈에서라도 보고싶을 거라는, 부끄럼을 타며 말하는 코로리 덕에 렌 또한 간질간질하며 부끄러워졌다. 렌은 제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대신 코로리의 손을 잡아 작게 흔들며 조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으음.... 지금은 아직 부끄러우니까.... 나중에 자주 못 만날 일이 생기면 그 때는 허락해줄게요..."
꿈을 들여다 보는 것이 뭐라고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건지. 그렇게 특별하게 무언가 꿈을 많이 꾸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다. 코로리가 궁금해해도 할 말 없을 지경이다.
"일단 그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생각해요."
렌이 부끄러운듯 이내 코로리가 잡고 있는 튜브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코로리에게 죄가 있다면 자신을 부끄럽게 한 죄였다. 그리고 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