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코세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검은 눈이 조금 더 휘어 웃는다. 뺨에 손이 닿으면 고개를 기울여 그 손에 뺨을 기대고 기분 좋은 듯 살결을 부빈다. 뺨에 닿는 감촉이 좋아 흘리는 작은 웃음소리가 손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사귀기 전부터,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하던 코세이의 지금 기분은 어떠려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 아마 온전히 알지는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정말로 기뻐 보이니까, 예쁘다고 해주었으니까, 그걸로 됐다. 요조라의 웃음은 이제 더 자주 나오게 될 것이다.
"한번으로, 오래 두고 볼 거라면, 한번 다음은, 없을지도 몰라요?"
새삼스레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코세이에게 농담처럼 말해본다. 오늘 한번으로 액자에 앨범까지 만든다니, 그럼 다음은 없어도 되겠다고, 진심은 전혀 담기지 않은 말을 하곤 짧게 쿡쿡거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이 아니라 그냥 또래의 남자아이 같다. 이렇게 가까워도 실은 아득하게 먼 거리를 둔 존재라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요조라는 남은 도시락을 먹고, 남은 에이드를 마셨다. 적당한 포만감에 상큼한 에이드로 입가심까지 하니 지금보다 더 좋은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도시락통과 텀블러를 치운 후엔 코세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연스레 옆으로 다가간다. 손을 잡아오면 같이 꼭 잡고, 살짝 기대어 바다를 바라본다. 흰 거품을 일으키고 사라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잔잔한 어조로 말한다.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못 정했다면, 못 찾았다면, 조금 더... 고민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공부가, 필요한 거라면, 조금 일찍, 정하는게 좋겠지만요..."
흔한 말이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누군가 말해주는 것은 그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요조라는 코세이가 계속 함께 해준다면 장래는 꼭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기껏해야 일상의 일부가 되어줄 뿐이니, 그 나머지를 채워줄 수 있는 걸 했으면, 하고 바랐다.
"얼마를 고민하고, 결정하던지, 코세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걸...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늘 곁에... 있을거니까요."
진부한 말이었으나 그 말이 요조라의 진심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게 말을 한 뒤 돌아볼까 하다가 그냥 고개를 기울여 코세이의 어깨에 기댄다. 저멀리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잡은 손을 더 꼭 쥔다.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것처럼.
탄자쿠의 얘기에 견우와 직녀의 칠석을 떠올렸는지 자신보고 견우하는 거냐고 물었다가 이내 안됀다고 하는 모습에 웃음을 흘린다. 아무래도 떨어져서 지내는 의미이다보니 더더욱 그러했으려나?
"저도 코로리 씨하고 떨어져서 지내고 싶지는 않지만..."
렌이 공감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졸업 이후에 가미즈미의 가까운 대학에 갈 예정이라는 말에 렌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귓가에 속살거리며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가려고 했었다는 말에 조금 웃어버렸다. 렌은 잠시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가 한 손으로 목덜미를 매만지며 말했다.
"코로리 씨가 주변의 대학으로 가려는 건 저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인가요?"
잠시 고민하다 이어 말했다.
"사실 코치히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좋은 기록을 유지하거나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저... 도쿄 쪽도 갈 수 있다고 해서.... 물론 정말로 선수 쪽으로 나갈건지는 고민 중이긴 한데, 일단은...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인 즉슨 코로리가 가미즈미에 남아 대학생활을 한다고 해도 렌이 도쿄로 진학하면 어차피 멀리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었다. 아직은 고민중이긴 했었다. 본격적으로 수영을 계속 할지에 대해서.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 때문에 갈 수 있는데 안 가거나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가도 좋을 것 같다는 뜻이에요. 코로리 씨가 가고 싶은 곳이면 저도 어떻게든 따라 갈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살아오면서 느꼈던 행복이라는 감정은 지금에 비하면 정말 소소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소중한 기억들은 모두 내 여동생과의 기억들인데, 이젠 그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요조라의 뺨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녀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내며 뺨을 부빈다. 너무나도 기쁜 표정으로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요조라도 만족한듯이 웃는 저 표정이 자꾸만 기억나서 한동안 실실 웃고 다닐것만 같다.
" 앗 ... 그럼 조금 슬플지도 몰라요. "
앨범까지 만들겠다고 하니까 다음은 없겠다는 말에 지었던 웃음을 급하게 시무룩하게 만들어본다. 그녀도 진심을 담아서 얘기한 것이 아니니까 나도 장난식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그래도 도시락을 다 먹고 치우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정리가 끝난 것들을 한쪽에 치워두자 요조라가 옆으로 다가온다. 이젠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서 해주는 얘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 사실 천문학자를 생각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별을 알려주는건 즐거운 일이니까요. "
하지만 그것이 정말 맞는 길인지 헷갈렸다. 주어진 신직을 다하면 되는 신과는 달리 자신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또 달랐다.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되니까 막막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조라가 해준 얘기를 듣고서 나는 비로소 결정할 수가 있었다.
"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 같이 있고싶어요. "
그 말을 하면서 잡은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간다. 조금은 갑작스러운 고백이라서 그녀가 지금은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 사실 지금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걸 결정하는 순간은 지금이 아니라 좀 더 나중이 되어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던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숲길, 산책이나 할까요? "
그냥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라도 좋으니까 좀 더 알고싶었다. 내 옆에 앉아있는 소녀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붐비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요...' 딱 봐도 고즈넉해보여서 그냥 우연히 들어왔는데 우연하게도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었고. 이렇게 웨이팅까지 몰리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엔입니다.
그야 이 식당.. 바로 어제 방영된 맛집프로그램에서 칭찬이 자자한 곳인걸요. 자리가 있는지 문의하는 말을 하는 이들이 지금 엔이 앉은 자리로 마지막으로 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는 나가게 되는 일이 한 서른번은 반복된 느낌입니다.
"음..." 그러나 엔이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테이블에서도 다 시키는 이 1번 세트가 아무리 봐도 혼자서는 다 못 먹는 사이즈라서입니다. 누군가 같이 앉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좋을텐데. 싶지만 엔의 분위기가 냉랭한 탓에 자리에 낑기는 이들도 엔의 근처로는 오지 않는군요. 그러나 누군가 접근하는군요!
이쯤에서 밝히는 가을 이벤트에 대한 정보! 가을의 마츠리에선 평소에는 먹어본 적이 없는 정말 다양한 요리를 노점에서 판매하거나 나눈답니다! 막 평소에는 팔지 않은 진짜 이 시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상당히 많아요! 물론 아키라도 이때는 의문의 팬케이크를 노점을 열어서 판매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