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작아지는 코세이의 목소리는 주변의 적막함으로 인해 똑똑히 요조라에게 들렸다. 요조라의 마음도 코세이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던 그 말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거겠지. 곧 고른 숨을 쉬며 잠든 코세이를 한 쌍의 검은 눈이 지그시 바라본다. 뺨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쓸어주며, 들릴지 어떨지 모르는 자장가를 조용조용 부른다. 노래가 끝난 후엔 바다를 바라보며 손만 살짝씩 움직인다. 그렇게 10분 가량, 말없이 바다를 보던 요조라가 문득 그 말을 중얼거린 건 아마 코세이가 눈 뜨기 조금 전 쯤이었을 것이다.
"그건, 무리일지도..."
무리, 라고, 요조라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잠시 후에 코세이가 깨는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내려 시선을 맞춘다. 담담하고 차분한 얼굴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다는 코세이를 딱히 붙잡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코세이가 일어나려고 하자 손등으로 뺨을 쓸어주는 걸 끝으로 잡고 있던 손마저 거둔다.
다리를 펴는 코세이를 따라하듯 옆에서 다리를 뻗은 요조라는 살짝 눌린 원피스를 톡톡, 두드렸다. 짙푸른 옷감 위를 손이 스치자 옅은 청귤향이 손짓을 따라 순간 순간, 일었다 흩어진다. 옷을 정돈한 후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듯 하다가, 조심스레 코세이 쪽으로 기댄다. 무겁지 않지만 확실히 기대는게 느껴지게끔,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서 말한다.
"그래요. 등교... 같이 해요..."
곧 개학하면 보는 건 물론이고 연락조차 줄어들 지도 모른다. 하반기는 하반기대로 대회며 전시회며 있고, 가게도 손을 보태야 하니까, 가능한 시간은 모두 코세이를 보는데 쓰고 싶다. 요조라는 잠시 바다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시선 끝엔 코세이의 손이 있었고, 그 위에 요조라의 손이 살포시 얹어진다. 조심스레 손을 얹기만 하고서 힐끔, 코세이를 보곤, 겨우 들릴 만치 작게 중얼거렸다.
"등교도, 하교도, 가능하면... 같이, 하고 싶어요... 점심시간, 은, 깨기 어렵지만, 깨우러, 와주면... 일어날, 테니까요..."
가능한 만큼 같이 있고 싶다, 라고 직접 말하기는 아직 서툴러서, 이 말 저 말 빙 돌아 표현하곤 입술을 꼬옥 문다. 여태 시원했는데 어쩐지 덥다. 더운데 코세이 옆에서 떨어지긴 싫으니, 참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다. 나란히 뻗고 있던 다리들 중 요조라의 다리가 슬며시 옆으로 움직인다.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새하얀 다리가 조심스레 코세이의 무릎 옆에 툭 닿는다. 돌아보면 눈 밑 뺨에 엷은 홍조가 번진 요조라의 얼굴이 코세이 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는 것이 보이고, 또다시 힐끔, 하려던 눈과 시선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워터파크로 장면이 바뀐 후에는, 누군지 모를 이름 없고 얼굴 없는 사람들도 무수히 있었지만 울어버렸으니까 안 돼, 부끄럽잖아! 울어버린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저가 생각났다는 말을 들었으니,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만 꿈속의 워터파크에서도 렌은 물에 젖어있고 코로리는 뽀송했는데, 지금도 그래서 조그맣게 웃었다. 툴툴거리는 듯한 표정의 렌에게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듯 포갰던 손을 토닥거린다.
"앗차. 간지러ー"
땋아둔 머리카락 끝이 뺨에 닿으면, 처음에는 물기에 놀라 흠칫 떨었고 다음은 간지러워서 어깨가 작게 들썩인다. 물세례 두번에 대한 장난이 이제서야 돌아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장난인가 싶어 렌을 바라보려고 하니 튜브가 돌아갔다. 그리고 튜브 위에 하나만 있던 렌의 손이 두개로 늘었다. 튜브를 꽉 잡으라는데, 렌을 마주보고서는 튜브를 꽉 잡을 공간이 없다. 뒤돌아 튜브를 잡자니 렌을 못보게 되니까 싫고. 그래서 조금 남짓한 공간에 손을 얹어두었다. 이러면 되려나 싶자니 튜브가 출렁였고, 뒤로 밀린다! 조금 놀ㄹ 튜브에 얹어두고 있던 손이 렌의 팔 위로 옮겨졌다. 렌을 잡고서 고개를 살짝 돌리니 뒤로 진행하는 방향의 차마 땋이지 못한 짧은 길이의 앞머리나 옆머리 등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바다와 하늘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귀 뒤로 꽂아 넘겨보려고 해도 다시 돌아오고 말아 간지럽다. 아니, 머리카락만이 간지러운 건 아닌 것 같다. 파도가 너울치는 것도 간지러운 것 같고, 즐거운 기분이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렌을 다시 보면, 바라보는 시야가 낮아져 있었다. 바닷물 아래로 푹 들어가있으니까.
"렌 씨, 멋있다ー 고 하면 부끄럽지!"
이미 말해버렸지만 멋있다고 말하는 대신이라는 듯이 렌의 곱슬진 머리카락 위로, 렌을 잡지 않고 있는 손을 얹으려고 했다. 오전에 학교에 수영부 훈련을 다녀온 것 같은데, 저와 만나서 또 수영을 하고 있으니 피곤하지 않을까 싶다. 렌이 고갯짓을 한다는 등 피하지 않으면 포담포담 쓰다듬으려고 한다. 칭찬하면 부끄러워하니까 다른 칭찬이야!
캐프틴. 집에 왔다는 것이에요! 저녁 휴게소에서 먹고 왔다는 것이에요! 고로 배가 빵빵하다는 것이에요!
그런고로 신입은 안녕하세요!! 중요사항으로 이 스레에는 코세이-요조라 , 렌-코로리 , 스즈-미즈미 이렇게 커플이 3쌍이 있고 아오노미즈류카미라는 청룡신님이 물을 줬다는 이야기가 있고 지금은 가미즈미 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부터 가을 시즌이라는 것만 알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눈을 뜨기 직전에 요조라가 무어라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들은 말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 무리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어떤게 무리인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잠들기 직전에 내가 한 말에 대해서 그렇게 대답한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뜨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평소처럼 시선을 마주쳤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녀도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뭐가 됐던 괜찮았다.
" 그래도 괜찮아요. "
옆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본채로 다리를 쭉 펴며 한 말이었다. 요조라를 바라보지 않은채로 한 이야기긴 했지만 아까 그 말에 대해서 대답한 것이라는건 그녀도 알 수 있겠지. 내가 다리를 펴자 그녀도 나를 따라 다리를 쭉 편다. 치맛단 아래로 쭉 뻗은 새하얀 다리가 눈에 들어오고, 옅은 청귤향이 코끝을 스쳤다가 사라진다. 정말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그녀가 살짝 기대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잡는다.
" 그럼 계속 같이 있기로 해요. 등교도, 하교도, 점심시간도. "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손에 요조라의 손이 살포시 올라온다. 잡지는 않고 그저 얹어놓은 손을 살짝 바라본 나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내 손가락을 끼워넣어서 깍지를 껸다. 여름이라 조금 답답할 것 같아서 꽉 잡지는 않은 상태로 웃으며 대답한 나는 그녀의 무릎이 닿는 것을 느끼고 그녀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피부가 하얘서 조금 빨개진 것도 눈에 잘 보인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나는 그녀의 앞머리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 사쿠라마츠리때 기억나요? 내가 꽃잎 털어주려고 이렇게 손을 뻗었더니 피했잖아요. "
처음은 성공했는데 두번째는 피하는 속도가 상당했었지. 걷는 속도랑은 또 다른 스피드라 살짝 놀랐던 기억도 있다. 나는 가져가던 손을 그녀의 머리 앞에서 멈추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 이젠 안피할거라고 생각하니 좋아서 웃음이 나오네요. "
어쩌면 장난으로 몇번쯤은 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와는 의미가 다를테니까. 멈췄던 손을 다시 머리쪽으로 가져갔고 그녀가 피하지 않는다면 잘 정리해둔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게 조금씩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싫은 감정은 더욱 아니라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더위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느덧 하늘은 너무나 맑고 높은 푸른빛을 보였고 그에 따라 방학도 끝을 맺어 2학기를 맞이했다. 방금 전까지 더웠던 더위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서서히 시원해지는 것이 누가 봐도 가을 날씨 그 자체였다. 짧았던 하복은 이제 서서히 다시 길어지며 춘추복으로 바뀌었다.
자연히 이 시기에는 여러모로 가미즈미가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가미즈미 고등학교는 1년에 한번씩 하는 학교 축제를 준비했고 그에 따라 학생회 멤버들 역시 검토를 위해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미즈미 고등학교는 반 단위로 축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단위로 축제를 준비했기에 상대적으로 축제를 즐기는 학생의 수가 조금 더 많았고 동아리 특색에 맞춘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되는 편이었다.
산은 점차적으로 시간이 지나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바람은 점점 더 시원해지며 여기저기서 마츠리를 위한 특별한 음식들을 준비하기에 마을 여기저기에선 이런저런 신제품들을 내며 맛있는 향기가 가득 풍겼다.
천고마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는 말에 걸맞게 올해도 어김없이 가미즈미에는 맛있는 향이 한 가득 풍겼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열기를 식히며, 점차적으로 차가워지는 밤 공기를 맞이하며.
/조금 빠르지만 가을 공지에요! 5월 30일부터 6월 26일까지 가을 시즌이 되겠습니다!!
일단 참가자 리스트는 이렇고..룰은 저번 오너 진실게임과 비슷해요! 단지 캐입으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이번에도 꿈메타에요! 깨어나면 자연히 다 잊거나 이런 꿈을 꾼 것 같은데? 정도의 기억은 가능해요! 주의할 점은 처음에 질문하는 이는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질문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에요! 다이스로 답을 할 사람을 정해도 되고 그냥 한 사람을 딱 지목해도 되는 것이에요!
>>484 큭! 그건 따지기 않기에요!! 어차피 실제로 일어날 일도 아닌데!! (시선회피) 으아. 그만두세요! 코로리주! 제가 호타루마츠리도 개최했기 때문에 커플이 된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