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가 물 많은 환경에서 자랐듯, 요조라도 어릴 때부터 가족과 꾸준히 워터파크며 바닷가며 놀러다녔기에 튜브 끼고 하는 물장구도 제법 능숙했다. 그 결과 무사히, 라고 할까, 목적대로 아키라의 발목을 잡아 놀래키는데 성공했다. 딱 잡은 순간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나 나와서 보이는 놀란 눈을 보고 어찌 안 웃을 수 있을까! 물론 요조라의 웃는 얼굴이 아키라에겐 또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걸 깨닫는 건 조금 이후였다.
약간 위험천만한 장난이었지만 아키라는 무사히 물 위로 나왔고, 얼이 빠진 듯한 모습에 요조라는 작게 키득이는 소리를 흘렸다. 아, 비슷한 장난 한번 해보니 마히루가 왜 그렇게 자신을 가지고 노는지 알 것도 같다. 확실히 저런 반응이면 재미 없을 수가 없지. 순수하게 재밌어서 웃던 요조라는 아키라의 말에 에? 하는 표정을 짓는다. 웃는게 웃는게 아닌 상황? 잠시 잘 모르겠단 표정으로 아키라를 바라보던 요조라, 곧 이해하고 푸흐, 한다. 그런 건 아니긴 했지만, 지금은 그냥 순순히 대답해주긴 또 싫어서, 튜브에 한 팔을 올려 턱을 괴고 웃는 얼굴로 되묻는다.
"그거, 맞는데요... 하면, 어쩌려구요?"
히죽, 하고 가늘어진 눈매나 입술이나, 영락없이 짖궂음 그 자체인 표정으로 그렇게 되물은 요조라는, 이내 작은 웃음소리 다시 내면서 발장구를 쳐 아키라와 거리를 살짝 벌린다. 유유자적, 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릴 듯이, 얕은 파도와 튜브에 몸을 실은 채로 말한다.
"제가, 먼저 시작한 장난이고... 재미있었으니까, 딱히 화라던가, 나지 않았어요... 안심...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흐흐흥. 웃는건지 흥얼대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내고 둥실둥실 물 위를 떠다닌다. 아키라에게 장난을 치며 노는 것도 재밌지만, 역시 둘이라면 코세이와 함께가 더 좋았을 거 같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한번 말이나 꺼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라를 향해 스윽 돈다. 이번엔 손으로 수면을 훑어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높은 물살을 끼얹는다. 촤악 솟구치는 물소리 뒤로 키드득 웃는 소리 섞인다. 그리고 다시 멀찍이 떨어지기의 반복. 멀리서도 보일만큼 선명하게 웃는 얼굴을 한 요조라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그거 맞는데요라고 하면 어쩔거냐고 해도 아키라는 무슨 말을 하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야 맞으면 맞는거니까. 거기서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긴장을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래도 보아하니 화가 났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하자면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조금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이 더 컸다.
"뭐, 그렇다면 다행이...읍?! 쿨럭! 쿨럭!"
뭔가 말을 하려는 와중 갑자기 끼얹어지는 물살 공격에 그는 살짝 물을 먹으면서 콜록, 콜록 소리를 냈다. 짠내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바닷물을 제대로 마신 모양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장난 모드로 나온다 이거지? 확실히 바다에 오면 이렇게 노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자신도 그렇게 놀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할까 가만히 생각을 하던 아키라는 이내 다시 물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허나 이번엔 깜짝 놀래킬 생각은 없었다. 한 번 했던 것을 다시 한다고 한들 먹힐리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물 속을 통해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가까워졌다면 그는 잠시 물 속에서 쭈그러앉아있다가 정말로 빠르게 물 밖으로 헤엄쳐 나오면서 자연히 위로 올린 두 팔을 이용해 있는 힘껏 물 속에서부터 물 밖으로 물을 힘껏 올려쳤을 것이다. 아마 꽤 커다란 물줄기가 하늘로 솟았다가 방울이 되어 비가 내리는 것마냥 우수수 떨어졌을 것이다.물론 자신도 흠뻑 젖는 행위였지만 상대에게 복수 및 공격을 하기엔 이런 것이 또 없었다.
만약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그러면 정말 필사적으로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정 안되면 포기하고 다시 물 밖으로 나왔을테고.
어느 쪽이건 아키라는 피식 웃으면서 꽤 즐겁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냈을 것이고 요조라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원래는 당장 수영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네요. 그럼 저는 슬슬 본격적으로, 제대로 수영을 즐길까 싶은데, 호시즈키 씨는 어쩔 건가요?"
아, 이번엔 물을 좀 먹인 모양이다. 도망가는 뒤로 아키라의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돌아보니 맞고 먹은 것 외엔 없는 듯 하다. 그럼 안심하고 도망가야지, 라며 요조라는 한마리 해파리처럼 수면을 가로지른다. 그러다보니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게 됐지만, 물살이 세지 않아 돌아가는데 문제는 없을 테다.
발이 닿지 않아도 딱히 불안해하지 않으며 넘실대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슬그머니 뒤를 본 요조라는 또다시 아키라가 없는 걸 깨닫는다. 또 물 밑인가 싶어 내려다보려고 했지만, 아키라가 좀 더 빨랐다. 요조라가 수면을 보기 직전, 튀어나온 아키라로 인해 솟구친 물이 얼굴을 강타한다. 직전에 재빨리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숙였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키라처럼 물을 한가득 먹었을 뻔 했다. 하지만 어지간히도 많은 양의 물이 쏟아진지라 한층 더 흠뻑 젖어버린다. 이거 돌아가서 머리 감으려면 꽤나 고생 좀 하겠다고 생각하며, 요조라 역시 소리내어 웃었다. 아하하, 하고.
"물개? 아니 고래? 무슨 수중 생물도 아니고, 왜 자꾸 물 밑에서 튀어나오나요. 시미즈 씨. 참 나."
웃으면서 말을 하는 그 일순, 잠시일까, 요조라의 말투가 보통스러워졌다. 오래된 테이프처럼 끊기지도, 늘어지지도 않는 보통 사람들 같은 말투였다. 그 차이를 아키라가 눈치챘을지 어땠을지 모르지만, 어이없어하며 키득대는 얼굴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손으로 엉망이 된 앞머리를 정리하다가 힐끔, 아키라를 보곤 피식, 하고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냔 물음을 듣자 뭔가 생각에 빠진 듯 표정이 바뀌었지만.
"그러면, 어쩔까."
요조라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으니 저멀리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요루~! 짧고 간결한 부름은 마히루의 것이었고, 덕분에 요조라는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 팔을 들어 마히루가 있는 쪽으로 휘적거리고, 아키라를 향해 대답한다.
"마침, 부르고 있으니, 전 이만 돌아가죠. 원래부터 그러려고 했고..."
우연히 만났던 것 뿐이니 이제 다시 각자의 용건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건 없다. 요조라는 돌아가겠다고 말하곤 물 속에서 발장구를 쳐 천천히 해변가로 향한다. 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튜브를 빙글 돌려 아키라를 보곤 말했다.
도련님, 이라는 발음에 유달리 악센트가 느껴졌다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발이 닿는 곳까지 간 요조라는 멀리서나마 또 한차례 물을 끼얹는다. 그 물살이 아키라에게 닿았을지 어땠을지 모르지만, 그 뒤에서 메롱, 하고 혀를 내밀고 종종걸음으로 물에서 나가 마히루가 부른 쪽으로 가는 요조라가 있었을 것이다.
앗 그래도 받아주긴 하는구나 :3 왠지 코세이 엄청 저텐션으로 반응할거 같은걸~ ㅋ.ㅋ 요조라는 한번 잠들면 저세상급으로 자니까 어지간하면 방해 받을 일이 없는데, 잠이 약간 얕아지는 때에 걸리면 잘 깨게 되는 타입이라~ 그 타이밍에 누군가 깨웠다? 그럼 일단 째려본다 무지막지 째려본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일단 용건을 물어보긴해~ 용건에 따라 반응 또 달라지고 그렇지~ 어쩌면 코세이한테도 그럴지 몰라...?
확실히 엄청나게 저텐션이고 ... 사실 일상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밤이거나 좀 활동적인 곳에서 만나는 모습이라 그렇지 학교에서 디폴트는 말 없이 창 밖 보고 있거나 자거나 둘 중 하나 ... 앗 코세이가 요조라 자는걸 깨울 일은 없겠지만 옆에서 구경 하다가 깨우면 머리 쓰다듬으려다가 깨웠다고 미안하다고하는데 노려보면 또 시무룩해서 앉아있을듯 하네욬ㅋㅋㅋㅋ
역시 그렇지~ 그래도 나중에 일상에서 디폴트 모습도 보고싶네~ 요조라도 보고싶대! ㅋㅋ 사실 상대가 코세이인거 확인하면 표정 싹 풀고 코세이라면 괜찮다고 베시시 웃을걸~ 비몽사몽 할 때가 약간 취했을 때랑 비슷해서~ 쓰다듬어달라거나 무릎 베개 해달라고 살짝 조르는 것도 나올 수 있고~
오 그럼 디폴트는 천천히 보기로 하고~ 맞지 맞지 아주 그냥 코세이 한정 개냥이가 되어버리는거야~ 그리고 잠 깬 후에 부끄러워서 주금! 할지도~ ㅋㅋㅋ 사실 싫어하는게 아니라 부끄러운거래~ 요조라가 보기에도 너무 귀여운 걸로 비유를 하니까 괜히 부끄러워서 아닌데 '3' 한 거래~ 다시 말해주면 지금은 반응 달라지지~
"들키지도 않고 문제되지도 않는 법이니까요." 세간 사람들은 그걸 공부라고 합니다.... 나중에 먹어볼까라는 말에 잘하는 곳은 호불호의 영역 빼면 다 맛이 괜찮긴 하지요.. 라고 말하면서 디저트를 먹습니다. 달달하면서도 딱 적당한 맛이어서 많이 들어가네요. 구름처럼 폭신하고 달콤한 수플레도 먹어보다가 아미카의 질문을 듣습니다.
"예?" 반지를 주고 싶은 상대방이 있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음.. 아직은 없지요?" 조금 고민을 하지만 아직은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거짓말은... 아니죠.
"그럼 이타니 양도 만일 1등을 하거나 배팅이 대박나서 반지를 얻었다면 주고 싶은 분이 있나요?" 물음을 받았으면 돌려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리가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고 잠시 겁은 먹은 느낌이었기에 렌은 조금 숨을 얕게 내쉬며 안도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겁을 먹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면 조금 실례이려나. 게다가 자신을 꼭 끌어안으면서 매달리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기껍고 좋아서 렌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코로리를 더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자신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은 꾹 눌러 담았지만서도.
"코로리 씨, 저 못 믿어요?"
괜히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왠지 내려주지 않고 이대로 깊은 바다까지 풍덩풍덩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럼 정말 못 믿을 사람이 될 것 같아 이내 걸음을 얕은 파도의 튜브가 있는 곳으로 돌린다. 코로리를 물에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까의 장난의 복수는 이미 한참 해버린 것 같아서 이제 내려주기로 한다.
"수영 못하는 코로리 씨도 충분히 귀여우니까 괜찮아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이다. 이제는 힘이 빠진듯 몸에 기대는 코로리의 체온이나 무게가 온전히 느껴지니 민망하고 쑥쓰럽다. 렌은 튜브 안에 코로리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수영을 잘하든 못하든 코로리니까 그래서 좋은 것이었으니까.
"이제 튜브 씨 만났으니 안 무섭죠?"
놀리듯한 말이었으나 얼른 들어가자는 듯 렌이 튜브를 잡고 살살 끌어당긴다. 이미 렌은 코로리를 놀린다고 허벅지까지 바닷물에 다 젖은데다가 코로리에게 물도 찰박 맞았지만 코로리는 발끝만 살짝 젖은 상태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