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초에 우릴 부른 것은 네 아빠지. 네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돈 안다. 우리도 그걸 가지고 따지려는 건 아냐. 하지만 우리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
그의 눈썹이 살짝 파르르 떨립니다.
" 왜 직접 찾아와 할 수 있을 인사가 이리 늦었느냐. 그 정도일 뿐이다. 우리들 역시 구조와 치료 행위를 하던 중 다윈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한 인원들도 있었고, 구조 의료 캠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길드의 재산이 상당수 소요된 부분들도 있다. 약 30명 이상의 C랭크 이상의 수술 기술을 보유한 각성자들의 행동이 당분간 힘든 상황이 되었고 상당수 이상의 의료 각성자들이 당분간 행동 불가 판정을 받았다. 거기에 더해 정상화를 위해 상당수의 의료 각성자들이 봉사 활동을 관건으로 파견되어 있지. 덕분에 혈십자는 현재 사실상 의뢰를 받을 수도, 길드 자체의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그는 담배 대신이라는 듯, 길다란 대롱 과자 하나를 입에 물고 준혁을 바라봅니다.
" 네 아빠에게 내가 졌던 빚은 네녀석들의 구조 활동을 보조해준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뒤에 지게 된 빚은 우리로써도 수지가 맞지 않아. 보상을 바라는 거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죄송합니다 하고 먼저 찾아오는 게 예의다 이 말이다. 뭐.. 아직 꼬맹이인 네가 뭘 알겠냐만은. "
꽤 말은 날카롭지만 말 아래에는 꽤 많이 준혁을 배려해주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구름 마탑에서느은.. 당분간 활동할 수 없는 마도사들이 마아아아안이 생겼답니다. 정신 연결과 지속이라는 마도를 구성하기 위해선 다양한 시약과 마도가 꾸준히 유지되어야만 하고, 그 사람들이 계속 마도를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많은 수의 교대 인원들이 필요했답니다. 그것도 수백에 가까운 인원을 상대로 한 정신 연결은 더더우욱..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겠죠오? 그래서어.. 구름 마탑으은.. 당분간 활동이 불가능해요오.. 너무 많은 마도사들이 사용되었거든요오오... "
그에 비해 네나카의 말은 부드럽지만 봐주는 것이 없어보입니다. 두루뭉술하게 자신들이 본 손해에 대해 말하면서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손해를 본 것인지 숨겨 확실한 유추가 불가능하게 합니다.
개인 손님으로 올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다. 갑작스럽게 방문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고는 대곡령 앞까지 와버렸다. 지금이라도 문자를 보내 예약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토고의 뇌리에 스쳤다. 제자 토고가 스승을 찾아뵙는건 예의가 없어도 된다. 하지만 특별반을 대표해서 찾아오는 토고가 예의를 차리지 않으면 특별반 전체가 예의없는 놈이라 찍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토고는 짜증이 확 밀려왔다. 어쩔수없이 토고는 자신의 스승에게 문자를 남긴다.
[강녕하십니까, 이채준 스승님. 스승님의 제자 토고 쇼코입니다.] [얼마 전, 대곡령을 방문하여 스승님의 존함을 뵙고 대곡령의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비록 스승님의 마음을 편히하기 위해 건넨 농담이 스승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운 넘치시는 모습을 보게 되어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스승님을 만날 일이 생겨 대곡령으로 찾아가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승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곧 방문하겠습니다.]
필사적으로 예의 차려서 보낸 문자에 대한 답이 저리 오니 토고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대체 뭘로 보고!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따지기엔 대놓고 사기친 전적과 지금도 간간히 온라인에서 분탕질을 삼고 있었기에 토고는 따질 수 없었다. 그리고 누구 팻냐고 물었는데... 오기 전에 패긴 했었지... 토고는 순식간에 화가 가라앉았다. 따지고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토고는 억울했다.
그래도 이번엔 손님 그것도 단체를 대표해서.. 온거다. 토고는 다시 평상시처럼 포기할 건 포기하고 얻을 건 얻자는 마음으로 진흙처럼 질척한 자신의 이미지를 포기했다. 옷무새를 정리하고는 대곡령으로 들어간다.
" 미리내고는.. 솔직히 말해서, 세 학교 중 가장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태식은 꽤 단호하게, 각 반의 반장들과 학생회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약하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냐. 여기 있는 애들 중 몇 명은 나보다 강할 수도 있을 거고, 나보다 사람을 다루는 데에 뛰어난 녀석들도 있을 거야. 하지만 너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없어. 게이트를 상대하다 보니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 "
태식은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과 싸워온 바 있습니다. 몬스터와 달리 사람의 양식은 너무나 다를 때가 많습니다. 인간형, 또는 그에 준하는 지능을 가졌다는 몬스터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싸워오고, 어떻게 싸워왔는지 태식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죠. 거기에 이번에 상대해야 하는 적들은, 무엇보다도 사람간의 싸움이 익숙할 자들이 그 머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