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미끄럼틀이 재밌을 것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정리하고 코세이와 함께 걸어 해적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코세이가 한 질문에 렌은 순간 미끄러져 넘어질 뻔 했다. 민망함에 바닥이 미끄럽다며 괜한 변명을 했다.
“…저도 다녀왔었어요. 첫날에만 등불도 띄우고 포크댄스도 추고 하더라고요.”
렌이 뒷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같이 간 사람이 코세이의 쌍둥이 동생인데다가 같이 포크댄스까지 추고 심지어 제가 그 남자친구라는 것에 굉장히 민망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지만 코로리가 혼날지도 모른다면서 비밀로 하고 있는데 뭐라 말하기가 애매했다.
“코세이 씨는 첫날 구경하러 가셨었나요?”
코세이의 이야기로 대화의 흐름을 바꾸려고 했다. 그러고보니 코로리가 코세이의 여자친구를 봤다고, 신인 걸 들켰다고 했던 걸 보면 최근에 사귀게 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라 씨인가 하는 그 분. 렌은 그 사람이 제 옆자리의 요조라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었다.
>>297 스즈즈는 학교 전체, 마을 전체 사람을 세 다리 안에 다 아는 사이니까 같은 반 친구라면 당연히 알고있어 :D!!! 같은 반 친구에게는 더욱 더 거리감이라는게 없어서 렌 책상에 털썩 앉아서 대뜸 말 건다던가.. 하는 그런 일도 엄청 많았을텐데, 불편해했을까나~?
>>311 오오~ 스즈 완전 인싸잖아~~~ 렌은 친하게 말걸어도 그렇게 불편해하거나 하진 않았을 거야.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려나 싶네~ 그렇다면 렌이 수영부라는 것을 알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러고보면 렌 위키 보면 알겠지만 미즈미랑 선관이 잇는데 미즈미가 체육 겹칠 때 렌한테 공도 던지고 지나가면서 보면 째려보고 그런 소소한 시비(?)를 걸곤 했었는데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했으려나...?
>>319 그 때 당시에는 별 생각 없었을 것 같은데~ 지금와서 그러면 나중에 와서 '너 미즈미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하고 따로 불러서 물어볼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미즈미랑 별 관계 아니었으니까~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아니면 엿들어서라던지 수영부라는건 알고있겠다. 지금와서는 또 미즈미랑 티격태격(?) 하면 나중에 따로 불러서 추궁할지도.. 몰라..?
>>320 그럼 알겠다 :D!! 지나가면서 '과자 맛있더라~' 하고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느낌이지? 핳... 인사도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일상도 그렇고, 스즈즈도 여기저기 다 알고 지내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맨날 노는 애들끼리만 노는 느낌이니까... 으으으으윽........
아키라도 부르주아는 아니고 그냥 온천산업과 스파산업을 잡고 있으니 잘 사는 편이긴 하죠! 시미즈 가문이 오랫동안 그 산업을 잡고 있었으니 이름이 있는 거고... 사실 전승이나 전설이나 그런 것을 보고 어이쿠! 저 집안은 대단해!! 하는 이는 21세기엔 잘 없죠. 아무래도. (진지)
세상에. 코세이 씨랑 호시즈키 씨가 사귀는 사이라니. 그렇게 됐다는 건 혹시 마츠리 때 사귀게 되었다는 뜻이려나? 렌은 신기함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어…. 그런 걸로 혼나지는 않지 않을까요? 호시즈키 씨…. 꽤나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로 보였는데. 누군가와 사귄다는 건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코세이 씨라면….”
렌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코세이, 꽤 미남이지 않은가? 코로리의 원래 머리색이 흰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 닮은 편이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코세이에 대한 호감도는 코로리로 인해 맥스를 찍은 것이기도 했다. 조금 코로리의 이유로 잘 보이고 싶은 상대이기도 했지만 그 외로도 말이다.
그러다 코세이의 질문에 렌은 끙, 소리를 내며 뒷목을 매만졌다. 이걸 말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지만 언젠간 들킬 것이었고 괜히 말을 돌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숨긴다면 더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렌은 이실직고 하기로 했다.
“네에…. 코로리 씨하고….”
렌은 부끄러움에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코로리가 마츠리 때 집에 들어가자마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제가 남자친구라고 이야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금 귀 끝이 빨개진 채로 코세이에게 이어 말한다.
“아니, 제가 먼저 좋아하고 고백한 거라…. 코로리 씨는 잘못이 없거든요. 딱히 숨기려고 했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비밀을 알고 있는데다가…. 그래서 코로리 씨가 혼날까봐 조금 걱정하더라고요….”
결국 눈 딱 감고 이야기해버렸다. 코로리 씨 미안해요…. 딱히 자신에게까지 비밀로 하라고 하진 않았으니ㅡ코로리도 코세이가 렌에게 물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터였다ㅡ 세이프일까 싶기도 하고.
최근에서야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하고 있지 만나고 얼마 안있어서는 내가 말하는게 요조라가 말하는거의 100배라고 해도 과언이 ... 아니 조금 과장 섞어서 그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괜히 떠벌리고 다녔다가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괜시리 떠올랐다. 아니 그래도 이런건 좀 봐주려나.
" 저도 꽤 어려웠으니까요 ...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긴 하지만요. "
그 수많은 난관(?)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한숨이 절로 나오긴 하지만 그걸 뚫고 목표를 쟁취했으니 어쨌든 된 것이다. 그러다 내 질문에 무언가 망설이던 렌 군은 정말로, 정말로 엄청난 얘기를 나에게 하고 말았다.
" ... 에? "
그러니까 지금 여기 있는 이 세이 렌 군과 내 여동생 이자요이 코로리가 사귄다고 한건가? 순간 고개를 훽 돌려서 렌 군을 바라본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갑자기 두통이 오는듯해서 머리를 잠깐 부여잡는다.
" 어쩐지 물어봐도 말을 안해주더라 ... "
본인이 먼저 좋아해서 고백했다고하는데 사귄다는게 서로 좋아하니까 되는거 아닐까. 나랑 요조라만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했으면 그날 고백이 성공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건 그게 아니고,
" 하 ... 그 정도로 치졸한 사람은 아닌데 말이에요. "
내가 그런걸로 혼내는 사람처럼 보였다면 정말정말 유감이다. 저번에 그렇게 크게 혼낸 것 같지도 않은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는 렌 군을 다시 바라보았다. 분명 좋은 사람이니까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 여기는 사람이 많으니까 ... 길게 말은 안할께요. "
정말, 정말 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미소로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얘기한다.
" 별의 신의 이름을 걸고 ... 리리를 울리면 ... 알죠? "
어차피 리리랑 사귀는 사이라면 ... 내 정체까지 알고 있어야 좀 더 대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