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다음에라는 기약을 새기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코세이가 자리를 순식간에 휙 잡는 것을 보고 렌은 코세이의 철두철미함에 감탄했다. 계산도 먼저 척척하고 자리도 척척 잡고. 정말.... 코로리와 너무 반대인 느낌이라 조금 신기한 느낌이었다. 역시 코세이는 신이 아니라 인간인 걸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코세이 때문에 코로리가 신인 걸 들켰다는 건 코세이도 신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려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렌에게 있어서 이 사람이 신이고 신이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코로리만 보아도 더이상 코로리가 신이고 인간이고는 중요하지 않았으니.
"다들 이렇게 북적북적한 것을 각오하고 왔을걸요? 아무래도 무료 개장이다보니."
코세이가 질린듯이 사람들을 쳐다보자 렌도 작게 웃음을 지었다. 렌도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주목받지만 않으면 조금 나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이 많은 것이 싫다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상황이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하긴 물속에 들어가서 로봇물고기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요."
렌이 몇 번 연습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신에게 기대를 하겠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양 옆으로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뇨. 아뇨오오.... 그, 그렇게 기대하진 말아주세요."
으으윽, 하는 표정으로 렌이 말했다. 물 속에 있는 것은 자신있지만 로봇 물고기를 잡는 것은 다른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코세이가 음식을 가지러 가자 덜커덩거리듯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 제가 가지러 가려고했는데.... 하지만 자신도 자리를 비우면 애써 잡은 자리를 뺏길 수도 있으니 자리를 지켰다. 코세이가 간식거리를 들고오자 렌은 코세이로부터 츄러스를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코세이 씨는 오늘 이렇게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 못하셨나봐요. 이거 먹고는 뭘 하실 생각이세요?"
확실히 그의 말처럼 모두들 이런 콩나물 시루를 생각하면서 워터파크에 왔겠지. 나도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라운 것뿐이다. 고개를 내저은 나는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렌의 질문에 작게 웃으며 얘기했다.
" 많이 안좋은건 아닌데 무리했다가 아프면 저만 손해니까요. "
방학이긴 하지만 하루에 할 일도 꽤나 있는 편이다. 다른거 다 제쳐두고 아르바이트 펑크 나면 나도 손해고 점장님도 손해인데다 여름엔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으면 금방 아프고 그래서 조심해야했다. 방학인데 다 제쳐두고 쉬고 싶긴 하지만 ... 당장 생활비 문제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아 ... 나도 신사가 있으면 좋을텐데.
" 역시 렌 군도 놀리는 맛이 있네요. "
짓궂은 미소로 그를 바라본 나는 시켰던 간식들을 가져와서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소세지랑 음료수 ... 밖에서 사먹으면 지금 주는 가격의 반값이면 먹을텐데 ...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그냥 먹기로 했다. 소세지를 한 입 베어물자 질문이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워터파크에서 할 일이라 ...
" 그래도 왔는데 물에 한번은 들어가야죠. 좀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서 ... "
대부분 비슷할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분명 사람이 적은 곳이 존재할테니까 그런 곳을 노리겠다는 생각이다. 근데 또 인파를 헤치고 나아갈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힘 빠지네.
>>149 왓 진짜 다행이다 (⌒▽⌒) 다갓님이 원만한 악우 관계 형성을 위하여 힘내셔서....... 아키라가 가자미될 날이 머지 않았나 싶었어...... 흑화.... 아키라 흑화한다고 해도 일 안 하는 회장님이라 학생회한테 혼나는 거 생각나....... 회장님 결재는 하고 가시라며
>>!52 그거 그냥 글러먹은 회장님이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바로 탄핵이라구요!! (시선회피) 굳이 흑화라면 폭군 회장이 될 것 같지만 뭔가 아키라는 그런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흑화 안한다고 치죠 뭐! 코로리는 반대로 마구마구 잠 안 자는 이들에게 찾아가 악몽을 꾸게 만드는 무서운 신이 될 것 같은 예감 아닌 예감. (아냐)
>>156 무시무시한 악신이다. (동공지진) 바로 아오노미즈류카미가 출격을 해야만!! 아무튼 일상이라. 일단 캡틴도 돌릴 수 있긴 한데 3시에 약속이 있다고 한다면 뭔가 생각보다 빠듯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갸웃) 코로리주가 만약 괜찮다고 한다면 찔러보고 싶긴 하네요!
>>157 엄청 위험하다니까 ( ´∀`) 잠들었는데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구 (이미 있긴 하지만!! 자연사같은 경우!) 일상 돌릴 수 있다면 오케이야~! 중간에 사라져서 저녁에 답레 가져와도 괜찮다면!!! 완전 오케이니까, 상황은 뭐가 좋으려나~! 워터파크 무료 개장은 끝났을 거구.
저야 뭐 일상 돌릴 수는 있지요! 오늘은 크게 일정이 없기도 하고. 집에서 뒹굴거릴 생각이기도 하고! 워터파크 무료 개장은 아무래도 끝이 났지요! 음. 그럼 지금 코로리가 있을만한 장소는 어디일까요? 아키라를 대충 그곳으로 보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키라가 문제집+만화책을 구입할까 해서 서점에 갔다가 코로리와 마주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에요.
어 현재 모습이 흑화에 가장 가까운걸요~ 흑화 안했으면 도쿄대 준비도 똑같이 이과 3류라고 해도 의도가 조금 더 선해지고 시골 학교가 너무 작아서 폐교 논의라서 어쩔 수 없이 유즈키씨랑 같이 전학와서 SL 확정으로 같이 도쿄대에 가자면서 달달하고 편안하고 부드럽게 대했겠는데..(겉과 속이 비슷)
>>158 그.... 위해를 끼치고 다니진 않으니까?! 앗 。゚(゚´ω`゚)゚。 다음번에 만나자..... 다시 잠수라면 잘 다녀와~!
>>161 방학이니까 어디든 있을 수 있기는 해, 바다에 발장구치러 갔을 수도 있구~! 코로리 아무래도 성적... 낮을테니까 학교 보충수업 듣는다구 해도 되구~!! 물론 제일 무난하게 있을만한 곳은 아르바이트 중인 책방이려나~! 만화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만화려나~!
우미노카리에선 4위 안에 들지 못했기에 정말 아무것도 따내지 못하고 굳이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게임은 게임일 뿐이었다. 조용히 넘겨버리며 ㅡ사실 일을 도우면서 알바비 비슷하게 받는 것이 있으니 테마파크 1박 따위 성인이 되면 얼마든지 자유로웠다. 또한 반지는 애초에 혼자 가져봐야 의미도 없었다. 라는 정신 승리를 하며ㅡ 그는 책이나 살까 싶어 서점에 들렸다. 일단 살 것은 입시에 필요한 문제집. 그리고 집에서 혼자 조용히 즐기는 만화책이었다. 물론 고3이 무슨 만화책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적당한 오락이 있어야 머리가 잘 돌아가는 법이었기에 꼭 필요했고 집에서도 허락해주고 있었다.
간만에 신작이 나왔던가. 그럼 바로 사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늘 이용하는 단골 책방에 들렀다. 크기가 그리 크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지간한 책은 전부 여기서 구할 수 있었으니 그리 나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조용히 문을 열자 밖의 뜨거운 공기와는 다르게 시원한 공기가 느껴졌다.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그는 일단 문제집이 있는 코너로 향했다. 그리고 제법 두꺼운 문제집 두 권을 고른 후 별 생각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같은 반의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보니... 정확히는 같은 반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처음인 것 같았기에 그는 괜히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여름방학인데 열심히 하시네요. 이자요이 씨. 방학 잘 보내고 있어요?"
오랜만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키라에겐. 일단 호타루마츠리 때 보기는 봤으니까. 자신을 보자마자 바로 도망치듯이 나가버린 것을 봐서 문제지만. 그래도 렌의 말도 있었으니 굳이 신경쓰진 않기로 하며 그는 영어 문제집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런 느낌으로 학교에 갈 수는 있지만... 보충수업을 받는 코로리와는 마주치긴 어려울 것 같아서..;ㅁ; (흐릿) 아무튼 선레 투척!
렌은 코세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많이 안 좋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무리해서 아프기라도 하면 본인이 손해인 것은 맞으니까. 그러고보면 코로리는 신이니까 덜 아프다고 했었던가. 아무래도 코세이는 인간인 것인가, 하고 오해는 깊어만 가고 있었다.
“…많이 놀리지는 말아주세요.”
렌이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코세이는 왠지 짖궂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나저나 츄러스는 방금 만들어졌기에 따끈따끈했고 바삭바삭한 느낌이었다. 설탕과 계피맛이 달달하고 질리지 않게 섞여있어서 역시 맛있었다. 이상하게 워터파크에서 먹는 츄러스는 더 맛있는 느낌이려나.
렌은 그래도 물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사람이 많다고 해서 돌아가는 것은 역시 손해이니까. 렌은 이어지는 코세이의 질문에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음, 그렇게까지 열심인 건 아니라서…. 아, 제가 워터파크 안내 해드릴까요? 저 여기서 아르바이트 자주 해서 왠만한 건 다 꿰고 있거든요.”
렌은 웃으면서 제안했다.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 혼자 놀고 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인사만 하고 헤어지기는 아쉽다고 생각하는 걸까.
코로리는 책으로 탑을 쌓았다. 책방에는 책으로 쌓인 탑이 매우 많았고, 종종 정리를 하고는 했지만 역시 서점보다는 책방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이곳에는 오늘도 탑이 쌓인다. 탑을 쌓고 옮기는 건 아르바이트생인 코로리의 몫이었고, 리본까지 예쁘게 묶은 탑들이야! 이번에 쌓은 탑은 공부할 때 찾게 되는 문제집이라던지 참고서 등이었다. 방금 쌓은 탑은 사전들이었는데, 사전에 비하면 천사가 다름없다. 사전은 엄청 두꺼우니까! 그래도 책탑을 높다리 쌓아 안아드니 손님이 들어오며 딸랑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책탑을 안아올렸더니 시야가 조금 가려져 누군지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다.
"회장ー 도련니임?!"
안아올렸더니 코 끝에 닿을 때까지 쌓인 책탑의 리본끈 너머로 아키라가 보였다! 코로리는 제가 한 짓이 있어서 눈이 마주치자 눈을 도르륵 굴렸다. 호타루마츠리 때 꼭 만나서 도련님이라고 불러주려고 했는데, 하필 아키라가 샘에 있어서는 그러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비행기도 탈 겸, 아키라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를 겸 꿈 하나를 지어줬었다. 모든 사람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꿈! 코로리가 한 짓이라고 알 수야 없겠지만, 괜히 제발 저린것이다. 심지어 눈 맞추지 못할 일은 하나 더 있다. 그때, 그 동굴에서 렌과 손 꼭 잡고서 있었는데다 밖으로 후다닥 나가버렸으니까! 아키라 선배라구 불렀으니까, 렌 씨랑 회장님이랑 친한 거 같던데ー 회장님이 다 이르면 어떡해. 수업시간에 잠만 잔다거나, 체육 시간에는 아예 땡땡이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이를까 싶은 것이다. 안 좋게 보기 좋은 이야기 아닌가!
"이자요이 씨 아닙니다아."
그래서 누가봐도 코로리인데,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짓말을 한다. 이미 회장님이니 도련님이니 하고 불러놓고! 코로리는 슬쩍 아키라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눈이 마주쳤다면 화들짝 눈을 피해버릴 것이다.
뜬금없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아키라는 익숙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무슨 꿈을 꿨던 것 같은데. 정말로 끔찍한 꿈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기에 그는 표정을 괜히 찌푸렸다. 거기서도 무슨 도련님, 도련님. 그랬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기분 탓이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신경쓰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꿈을 너무 깊게 생각할 것은 없었으니까.
허나 그녀가 보이는 행동은 아무리 봐도 이질적인 것이었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가 아니라고 한단 말인가. 영문 모를 표정으로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영어 문제집을 하나 집어든 후에 그녀를 바라보면서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이자요이 씨 맞잖아요. 이자요이 코로리 씨. 왜 갑자기 눈을 피하고 그래요? 저에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적어도 자신에겐 집히는 것이 없었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하지만 방학 때까지 굳이 그런 것을 캐내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이어 만화책이 모여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저런 만화책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는 '순정 연애 만화' 중 가장 최근에 나온 한 권을 뽑아들었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서사가 정말로 잘 잡혀있고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달달하기로 유명한 작품 중 하나였다. 물론 서비스씬이나 그런 것이 그다지 없다보니 그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나 적어도 아키라는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
"딱히 학교도 아니고, 저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면 저도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긴장하지 마요. ...누가 보면 제가 밖에서까지 뭐라고 하는 줄 알겠네. 방학 동안에는 딱히 학생회장으로서 있을 생각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