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신으로서 숨을 쉬었다. 코로리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줄곧 업을 놓지 않았다. 비록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신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잠을 자라고 쫓아다녀도 기어코 잠을 자지 않는 못난 양귀비들은 속속들이 피어났고, 악몽을 꾸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은 힘들었지만 꿈을 구경하는 일은 즐거웠다. 가본 적 없는 인간계가 조금씩 담겨있는 꿈 속에서 몰래 몇 발자국 걸어보기도 했고, 좋아하는 사람이 꿈에 나오면 좋겠다 바라기에 다음번에는 꼭 '잠의 신님, 오늘 무슨 꿈을 꾸고 싶어요!' 하고 빌어주기로 약속하기야? 마주 걸리지 않는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작게 웃었다.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몇 백 몇 천년을 잠을 돌보았고, 꿈 속의 그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인간계로 내려오게 된 이후로도 신이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지만 인간들의 땅에 발을 디디고 섰을 뿐인 신이었다. 그랬는데, 분명 그랬는데.
"렌 씨!"
수많은 인간들 중에서 딱 한 명, 특별한 이 하나가 생겨버린 이후부터는 자신이 신이라는 그 사실을 잊게 되고는 했다. 지금도 그랬다. 신이라고 한들 인간계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여름방학 중이어도 집에서 누워 잠을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위해 책방에 있었다. 앞치마를 입고서 오가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책을 찾아주거나 결제를 할 때에도 신이었다. 인간계에 오지 않았더라면 할 일 없었을 일을 하는 중임에도 아까 그 손님, 곧 필 것 같다ー 양귀비 꽃망울 씨네! 신이라는 걸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렌이 책방으로 들어오면, 아까까지도 연락하고 있었는데 반가워서는 순식간에 카운터 뒤에서 나와 렌의 앞에 마주보고 서게 된다. 곱슬진 머리카락만 보아도 간지러워서 들떠버린다. 렌 씨 웃는다! 쑥스럽게 웃는 모양을 보고서 생긋 웃으니 반가움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나와, 널 좋아한다는 걸 숨길 생각도 없고 숨기지도 못하는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렌 씨, 안녕! 보고 싶었어! 어떻게 온 거야? 지나가는 길이야? 나 보러 온 거면 많ー이 좋겠다아.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는데 렌의 말 한 마디에 눈 동그랗게 뜨고서 삼켜버린다. 고백을 다시 하러 왔다거나, 너무 성급하고 바보같이 군 것 같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였다. 코로리 생각하기에 그 때 바보같이 굴었던건 저였기 때문이다. 좋아하면서, 좋아하는 줄을 몰라 앓게 만들었다. 코로리는 하나도 그렇지 않다고, 제가 몰랐던 것뿐이라며 말하고 싶었다. 저는 잠을 자는 아이를 좋아하니까, 서로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니까, 그래서 마음이 기우는게 그런 줄로만 알았던게 나빴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부끄러워하구 있나봐. 뒷목을 쓸어내린 손짓이 민망하거나 부끄럽거나할 떄 나오는 렌의 습관이라는 걸 알았다. 방해하지 않고 렌의 두번째 고백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두번째 고백을 듣는 건 힘들었다. 렌이 저에게 오겠느냐고 물었을 때처럼 꼭 안아주고 싶은데, 그걸 꾹 참아야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붉은 모란꽃 장식을 하고 있지도 않는데 얼굴이 빨갛게 물든다. 코로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꿈에 나오길 바라던 그 아이와 제가 다를게 없다고 느꼈다. 렌의 앞에 서면 아니, 렌을 떠오르기만 해도 평범한 여자아이가 되는 것 같다. 신이라는 코로리도 그런 마법은 부릴 줄 몰랐는데, 렌은 알고 있나보다. 렌이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리고, 코로리도 오늘 밤 꿈에 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누구도 이루어주지 못할 바람을 그리게 된다. 그런데 사귀어주지 않겠느냐니, 코로리가 할 대답은 그 물음을 듣는 순간 정해져있다. 여러번 고민하지 않고, 필터를 거치지도 않고 생각난 그대로 말하며 함박 웃는다.
"언제까지나 정말 좋아해. 몇 번이든, 언제든 사귈게요!"
해바라기 꽃다발에서 나는 향기는 늘 맡고 있는 꽃단내와 전혀 달랐다. 싱그러운 향기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만 같아, 간지럽고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꽃다발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서도 꽃 한송이라도 상하지 않게 조심스러웠다. 심장이 뛰는 박동에 꽃잎이 흔들리는 것 같고, 제게 오른 열기가 너무 뜨거워 꽃이 시들까 염려스러웠다. 코로리는 다음번에는 꼭 제가 꽃을 선물해줘야겠고 생각했다. 푸른 꽃이 좋을 것만 같아 푸른 튤립을 떠올린다.
/ https://ibb.co/1TSTdFQ / https://ibb.co/hsyp08L / situplay>1596516562>686 에 답하는 독백과 그림 (`・∀・´)
>>632 이번주도 앓이랑 선물들 고마워!! 렌렌코로리 마린룩은 나도 보고싶다 렌 엄청 잘 어울릴 거 같지?! (*´ω`*) 저번에도 말한 tmi이랑 이어지는 느낌으로 흰 양귀비가 잠을 뜻해서 코로리가 잠안자는 사람한테 양귀비! 하는건 독이 있는 붉은 양귀비지만, 하얀 꽃양귀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어~!! 칼림바로는 띵땅똥땅 자장가 연주할테구, 압화 엽서 너무 귀엽고 예쁘다... 편지 쓰게 된다면 이 엽서 쓰기로~!!! 정사는 아니지만!!! 코로리주의 조작으로 우연히 흰 양귀비 압화 엽서를 샀습니다. 할테니까!!!!
>>749 으으윽..... 올라오자마자 봤는데 잠시 머리 박고 있었어. 코로리 왜이렇게 예쁘고 귀엽지...?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지? 내가 이래저래 앓고 싶은데 여백이 부족해서(이하생략) 그림까지 그려주다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8ㅁ8 코로리주 이번주 많이 바빠보였는데 챙겨줘서 고맙고(눈물) 어떻게 렌이 코로리를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으윽, 고마워
>>760-762 언제나 렌에게 비할 바가 되나 싶지만 코로리 좋아해줘서 고마워 。゚(゚´ω`゚)゚。 렌이랑 렌주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야, 독백은 더 일찍 올릴 수 있었는데 그림 욕심이 나서 (*´∀`*)...... 참고로 푸른 튤립 꽃말은 사랑의 고백/사랑의 맹세 라고 한대! 그리고 적폐 아냐~! 아침은 그러게..... 일하다보니 끼니를 쭉 미뤘어.....
1. 코세이한테는 남자친구가 있다고만 밝힌거 맞아! 렌이라고 밝히지 않은 이유는 어떻게 정체를 들킨 인간이랑 사귀느냐고 혼날 것 같아서! 라고도 말했을 거 같네~! 2. 코세이의 여자친구에게 정체를 들켰다는 것도 말했을 거고, 코세이 때문이라고도 말했을 거야~! 그래서 세이한테 요즘 레몬사탕한테 잡아먹히는 꿈을 꾸게하고 있다고도 말했을거라구 (⌒▽⌒)
>>763 철저해!!!!!! 왠지 한국 고3이었으면 매일 매일 모의고사 보듯이 시험 준비했을 거 같아...... 시간표 맞춰서.......
>>771 좋아해줘서 고마워해줘서 오히려 더 고맙다구 。゚(゚´ω`゚)゚。 부담스러울 거 같아서 그림은 올리지 말까 싶기도 했구...... 언젠가 꼭 꽃 꽂아주리라!!!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거 있었는데 우미노카리 이벤트 전에 일상 못 돌릴 거 같아서, 저번에 수영복 썰 풀었던거 진짜 있었던 일이라구 해도 되려나!?!
>>773 본고사를.... 주말에.....? 토와주 엄청 자세히 찾아봤나보구나 신기하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긴 해도 지금 입은 옷들은 다 비치웨어니까 그렇게까지 막 덥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원래의 목적이 간식을 사러 가는 것이었음을 기억해낸 나는 어느새 줄어든 줄을 깨달았다. 곧 있으면 주문할 순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렌 군은 뭐 드실껀가요? 오늘은 제가 사드릴께요. "
그래도 리리 친구니까 이 정도는 챙겨줄 수 있지. 방수팩에 넣어서 주머니에 넣어뒀던 카드를 꺼내면서 얘기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줄어드는 줄을 기다리고 있다가 이어진 말에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지. 아직은 괜찮았지만 계속 이어지면 한번 붙잡아두고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은건 아니니까.
" 저는 그냥 가볍게 음료수랑 소세지 하나를 먹으려고 했어요. 렌 군은 츄러스로? "
역시 렌 군도 잘 모르는 것 같았고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시도에 대해서 소득은 없었다. 아무리 캐물을 생각은 없다지만 역시 오빠로써, 가족으로써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랑 있으니 이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어느새 주문할 순서가 되었기에 내 것과 렌 군이 먹고 싶은 것까지 빠르게 계산해버린다. 거부권은 없다.
" 무료 개방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네요. 물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
조금 과장 섞어서 얘기한 것이긴 했지만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은 맞아서 괜히 기운만 더 빨리는 느낌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하품에 당황한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