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자캐는_눈치가_좋은_편_vs_안_좋은_편 상대의 분위기라던가, 감정을 읽는 눈치라면 바텐더 노릇을 할 정도는 되지. 그렇지만 작정하고 감정을 감추는 상대의 감정을 읽을 정도로 눈썰미가 뛰어나거나, 사소한 단서에서 큰 추리를 해나가는 탐정의 두뇌라거나 하는 것은 없어.
57 자캐는_입맛이_까다로운가_뭐든_잘_먹는가 이건 둘 다라고 하겠는데,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잘 먹지만 식도락을 위해서 미식을 한다면 그 기준선이 상당히 높아지거든. 아... 상당히 높아진다니까 뭔가 좀 이상한데 5성급 호텔식당이나 몇십만원짜리 오마카세 그런 수준까진 아니고, 잘 조합한 서브웨이 샌드위치나 시내 맛집 선에서 만족시킬 수 있는 정도야.
159 자캐는_고마워_라는_말을_얼마나_자주_하는가 평소에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꽤 하는 편이야. 그렇지만 그 농도로 치자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 같은 거라, 횟수로 따지자면 많지만 마음은 글쎄.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전에 없이 100%로 고맙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되었다네...
함께 하는 나날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바랐는가. 이 이후에 보낼 온기를 얼마나 상상했던가. 나른한 온기와 행복을 지금 추구한다 한들, 서로를 길들이며 아름다운 순간을 찬양하고, 숭배하고, 당신과의 안온한 미래를 상상한다. 그 상상 속에서 도시의 바다나 하늘보다 푸른 눈동자, 커다란 품이 없다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목줄이 풀릴 적의 행복을 미리 부스러기로 맛본다. 수줍은 한때, 사랑스러운 나날, 느긋한 하루…….
그러나 이어지는 발언은 맛본 행복의 부스러기를 맹독으로 바꾸며 상상을 도륙 냈다. 끔찍한 일이다. 미카엘은 참담함을 느꼈다. 상상은 언제나 도피를 위한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하고, 망상은 이 도시에 발을 내딛는 순간에 끝나는 것을……. 미래는 어둡다. 방금 전과 달리 그 어떤 미래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미카엘을 기다리기엔 세상이 너무 잔인하고 빠르다. 핑크빛 미래는 새빨갛게 물들고 예정된 패배를 안겨준다. 혼자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미카엘은 없다.
"……."
당신이 혼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여타 안정되고 의지할 수 있는 부드럽고 동화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미카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면 미카엘을 반드시 언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안에 응했을 것도 당연한 일이다! 미카엘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서운함보다 걱정이 섞였던 눈길이 당신의 얼굴을 아예 쳐다보지 않게 됐다.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 사이의 틈에 시선을 꽂고는 웅크리듯 다리를 조금 접었다.
당신의 말에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니다. 혼란을 접고 삶의 궤도로 들어설 수 있다고 착각하기엔 너무 이른 판단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입안이 씁쓸했다. 미카엘은 자신이 한참 어리숙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당신의 거절로써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동족을 위해 싸워야 한다. 가족이 될 수도 있으니 더 주의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카엘은 긴 이야기를 들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전히 당신을 쳐다보지 않는다. 대신 드문드문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음을 표했다.
결국 정치적인 명분도, 이득도 에누마 사가 쥐고 있다. 늑대인간을 보호하며 에누마 사의 켕기는 점도 모두 보호할 수 있다. 이것은 지하를 보호하는 행위이기도 하기에, 미카엘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에누마 사가 있어야 지하는 유지되고, 지하가 있어야 에누마사의 일부도 어느 정도 순환을 한다. 아직은 미카엘이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끝내 인정하듯 고집을 꺾는 목소리가 작다.
"동생을 잃어버리면 슬프겠지. 유리한 일인 것도 이해해.."
실은 이해하고 싶지 않다. 인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당신이 다칠 수도 있고, 오늘 있었던 행복의 부스러기를 다시는 맛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세상은 미카엘의 편이 아니다. 따뜻했던 온기가 다시금 차갑게 식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조금 더 웅크리기로 했다. 자유로운 몸이 아니라서 목줄을 풀어주기엔 이 자유롭지 못한 삶이 지금의 삶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같이 쥐고 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당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미카엘이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도울 일은.. 하나도 없는 거야?"
손을 뻗고 싶은데 미카엘은 저 거대한 세계에 비하면 한참 무력한 존재인 것 같았다. 다른 무엇보다 그 사실이 억울하고 분했다. 지하에서 이름을 날리면 뭘 하지? 눈앞의 사람조차 제대로 도와줄 수 없다. 그 사실이 약간이나마 미카엘을 비참하게 했다. 용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망가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더럭 겁이 나 선뜻 무언가를 제안하기도 힘든 것 같다. 혀가 결국 꽁꽁 얼어붙었다. 미카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마주했다. 새하얀 눈동자는 창백한 원반처럼 둥글게 뜨여 당신을 가만히, 한참이고 쳐다본다. 아직은 당신과 그 다른 사람을 돕고, 정부와 에누마 사, 늑대인간 사이의 구도를 깨뜨리고 정부가 눈을 돌리게 할만한 마땅한 계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그렇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 오르게 됐는데. 미카엘은 뱀과 같은 독기를 걱정으로 능숙하게 숨겼다. 눈앞의 사람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건 이제 자기 자신으로 충분하다. 당신이 안 된다고 거절한다면, 미카엘의 표정은 다시금 조그마한 무표정이 되어 고개를 숙여버릴 것이다. 그리고 무어라 얘기하겠으나 아직 당신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우에엥~~ ;0; 편하게 달라고 하지만 나 요즘 문장 중복도 엄청많고.. 그래서 분량이 길어진다구 생각해.. 요 며칠 상판 글 말고 개인적인 글 쓰고 있다보니 조금 더 우왕좌왕 하게 되는 것 같기두.. ;-; 그래도 로로 진단 먹음서 다시 페이스 잡도록 힘내야지! >:3
(그리고 귀여워 죽었다 한다) 우에엥 로로 댕댕이 탈탈 하는거야..? 귀여워.. 김에만 그거 보고 엄청 큰 멈머 생각하겠지.. 폰 액정 깨지는 거 경악하는 것ㄷ 진짜?????(충격과 공포의 표정) 우.. 우와.. 깨지면 진짜 놀라겠네. 믹깅이 쨍깡쨍깡 아이폰이랑 넘 비교되는 부분이고..😲 꾸준히 잔다니까 오너들 보다 잘 자는구나 싶긴 한데(이런 발언) 늦게 자고 늦게.. 확실히 대다수가 그러겠네. 당장 용왕도 밤에 일어나는 타입이니..🤔 로로가 분위기는 읽지만 작정하고 읽지는 못하는 거.. 그래도 그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 사람답기도 하고. 입맛이 까다롭다..? 식도락을 위해.. 미카엘과 함께.. 가보자고..(앨리스 장전)(?) 우우 로로 요즘 고맙다는 말 하는 거...🥺🥺🥺 음쫍쫍쫍쪼 100만번 해야해... 진단 고마워어 ;0; 맛있었어어어..
1부! 보기 시작했는데 무슨 내용인지를 알지만 한편으로는 모르겠어..(혼란) 밈으로는 굉장히 재밌는 장르인데.. 내겐 너무 어려운 장르..(혼란하다는 뜻) 최근엔 스파이 패밀리..? 맞겠지? 그것도 보고 있어.. 이거는.. 아냐가 너무너무 귀여워.. <:3
페로사: (안락의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서 꾸벅꾸벅 졸다가 무릎 위로 톡 튀어올라온 에만고양이 보고 반만 깬 눈으로 쓰담쓰담담) 페로사: (다시 느릿하게 잠들려다가 어느새 에만이 무릎위에 앉아있는 걸 봄) 페로사: (별 이상한 것도 못 느끼고 에만을 품 안으로 푹 땡겨안아서 쓰담담) (졸린 얼굴로 씨익 웃음)
귀여워.. 무릎담요 덮고 평온하게 잠들다 깼더니 해질녘이나 새벽이면 그때부터 부스스 일어나서 그 시간의 도시를 즐기고.. 심야영화 보러가거나 그럴 수도 있겠네.. 나도 새벽 시간대를 정말 좋아하니까 괜찮아! 특히 새벽에는.. 아무도 없는(바빌론 시티가 그런 곳이 있겠냐마는) 새벽 4시 차가 다니지 않는 대로변에 서서 팔 벌리고 새벽 공기도 맡고 그런 거 해보고 싶잖아~~ 0.<
세상 거의 대부분의 좋은 것들은 대가를 요구한다. 그런 것들은 대개 쉽게 떠나감에도 불구하고, 항상 오랫동안 흔적을 남기는 대가를 청구하기 마련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나날들에 대한 댓가는, 그것이 너의 의사에 반해서 부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네가 이미 그것을 수락했다는 사실을... 네가 끊어내어야 할 목줄이 생각보다 단단하고 지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런 너를 더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그 단단한 목줄에 매여있는 이 짐승이 이미 네게 길들여지다 못해 흠뻑 빠져버린 뒤라는 점. 이야기가 끝났을 때, 더 이상 눈을 맞추지 못하고 시선을 푹 떨어뜨려버린 네 모습을 페로사는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는 게 그녀 생각보다도 조금 더 서럽게 느껴졌다. 그래, 이런 이야기를 누가 쉽사리 하루만에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래도, 시선을 맞추기 버겁다면 잠깐 시선을 돌려도 좋으니 이대로 떠나지는 말았으면. 해방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의 구원은 이 정도로 충분하니까. 이해해, 하는 그 나직한 낙담이 실린 목소리에, 페로사는 대답 대신 너를 꼭 끌어안았다. 불안이 아직 덜 가셨다는 듯이. 그래, 세상은 잔인하고 빠르다. 세상이 언제는 우리들의 편을 들어준 적이 있던가. 신이 떠난 도시, 세상이 등을 돌린 도시, 환락과 광기의 바빌론 시티에 굴러떨어진 삶들이 다 그런 것 아니겠나. 남겨진, 혹은 버려진 이들의 군상극. 그것이 신이 떠난 도시의 일상인 법이다. "미안해." 하고 페로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신도 없고 왕도 없는 도시에서, 우리가 있기 위해서 우리가 신이 되고 왕이 되어야 한다면- 신이 떠나고 신에게 버림받아도 인간들은 어디서건 항상 방법을 찾지 않던가. 네가 아직도 살아있듯, 그녀 역시도 이렇게 살아서 당신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것처럼.
내가 도울 일은 없냐는 너의 반문에, 페로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말이지, 길어도 며칠이면 정리될 일이고, 이 도시에 들어온 이후로 족히 예닐곱 번은 처리해본 일이야." 네가 조심스레 건넨 질문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너의 조바심을 읽은 걸까 그녀는 당신을 다독이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보름에 내가 연락이 좀 끊기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기다려주면 그걸로 충분할 거라 생각해." 물론 그녀도 머릿속에 생각해둔 바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아이디어를 몇 개 주워섬겨는 본다. "사실, 그 보름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늑대인간 사냥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이 도시에 들어온다는 헛소문 같은 것을 내서 이 도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충돌하게 만들거나 하면 괜찮겠지만 말야. 어디어디서 커다란 마약 거래나 무기 거래가 있는데, 정부가 회사와의 협약을 어기고 특수부대를 투입해서 그 거래를 훼방놓으려 한다던가. 그 거래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친-회사적 행보를 보이는 조직이 제공했다던가 하는 둥 적당히 이간질을 할 수 있는 그런 소문 말야." 그러나 아이디어를 입으로 늘어놓는 것도 잠시, 그녀는 "아- 잊어버려. 바보같은 소릴 했네."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리고 만다.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능력이 그녀에게 없으니까. 그러나 너에게는?
그녀는 네가 자신의 킬보드에 조력자 후보로 올라가 있는 존재- 뒤집힌 이름을 가지고 지하의 왕좌 뒤 그림자 속에 서 있는 존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저 단편적으로 주워들은 몇 가지 정보로 네가 이 도시의 그늘 속에서 어쩌면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일지 모른다는 가정 정도는 하고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그때 주차장에서 언뜻 들었던 목소리는 바빌론 시티의 정신없는 일상 사이에 잊혀져, 그 주차장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얼마 전에 의도치 않은 재회를 겪은 이의 목소리와 같다는 것도 미처 다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래, 언젠가 한 번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던 그 뒤집힌 이름의 존재를 진작에 한번 찾아가 보았다면 네가 어떤 이인지 알았을 텐데- 그런 적도 아직 없기에 그러지도 못한다. 다만 그 이름을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나직이 중얼거릴 뿐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찾아가 보면, 어떤 뾰족한 수가 있으려나."
저번에 대접해줬던 선택지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맛나다 못해서 식탁째로 미지의 공간으로 날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 마일드한 맛도 좋아하니까 너무 힘주거나 하지 않아도 좋아. 어디까지나 처음에는 오너끼리 잡담으로 나온 이야기를 캐릭터들은 알지 못해서 오너끼리는 썰이 잔뜩인데 캐릭터들은 정보가 없어서 썰을 진행 못하는 상황을 해소하려고 얼렁뚱땅 짜낸 시스템이었으니까. (쓰담담)
내가 에만주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에만주랑 같이 있을 때 행복한 이유들 중 하나야. (꾸시됨) 아, 이것도. (행-복) 답레나 뭔가를 올렸는데 내가 아무 말도 없다면,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생각해줘. 에만주도 수면패턴 또 꼬이거나 해서 몸 아프지 말고 충분히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네. 오늘도 행복해. 고마워. 좋아해.
미카엘은 참담함에서 서러움을 숨겨내려 무진 애썼다. 칙칙한 겨울에서 당신을 찾았고, 당신은 너무 소중하다. 당신에게 이해할 수 있다고 했고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 수락했지만, 그 감내해야 할 순간이 성큼 다가와버렸다. 차라리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했을까? 당신이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미카엘을 당신을 내쳤을까? 아니다! 그럴 수 없다. 미카엘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못 됐다. 만약 그랬다고 해도 몇 년, 혹은 평생 동안 당신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찜찜하게 남아 망령이 되어 평생을 괴롭힐 것이라는 사실은 안 봐도 뻔했다. 그래서 더 당신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미카엘은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아 서러웠다. 당신의 얼굴을 마주 본다면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도망칠 것 같았다. 미카엘은 그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언제나 비극은 청천벽력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이미 맛본 희망을 상처로 안은 채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했다. 미카엘은 다시금 그런 기분을 느꼈다. 대체 난, 신이 떠나고 세상이 등을 돌려버렸기에 그걸 참을 수 없어 환락과 광기로 빠져버린 구덩이에서 뭘 바랐던 걸까? 이런 희망은 바깥에서나 가져야 하는 건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눈물도 꽁꽁 얼어붙어 나오지 않았다. 혀도 바사삭 얼어버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카엘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마지막 용기를 짜내 시선을 마주하고 당신을 마주 봤다. 끌어안는 온기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당신은 다독일 뿐이다. 길어도 며칠이면 정리가 된다며, 무서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려니 기다려달라 말한다. 연락이 끊겨도 한순간일 뿐이라며. 미카엘의 눈이 아주 잠깐 가라앉았다. 미카엘, 우리 작은 부엉아. 조금만 기다릴 수 있지? 세 밤만 자면 돌아올게. 약속. 며칠 연락이 끊겨도 너무 무서워하지 말거라. 언제 아빠가 다쳐서 돌아오기라도 했니? 아빠 믿지?
"다행이네. 나는.. 기다리는 걸 아주 잘 하거든……."
당신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을 꺼낸다. 미카엘은 늘 그렇듯 괜찮은 단어를 고르고 골라 문장을 뱉는다.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면 도움이 될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괜찮다며 다독이며 아무런 일도 주지 않았다. 미카엘과 함께하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된다고들 했지만 미카엘은 아니었다. 역시 난 틀렸던 걸까, 당신도 결국 저 도시의 사람일 뿐인 걸까, 볼피와 같은……. 아니다. 당신은 볼피와는 다른 사람이다. 멍청하게도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또 놓지 못했다. 그 희망 나부랭이를 쥐었을 때, 당신은 한 가지 묘책을 생각했다. 그 사실이 미카엘이 도울 것을 만들어냈다. 미카엘은 천천히 시선을 내리깐다. 당신은 볼피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미카엘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도 없다. 아니, 무력無力하던 존재는 이제 무력武力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네, 페로사."
그런 소문 정도는 지하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미카엘은 언론을 작게나마 장악할 수 있고, 뒤집힌 이름에게 은혜를 갚기 위한 빌런은 차고도 넘친다. 바보 같은 소리라 했지만, 미카엘은 천천히 웅크린 몸을 당신을 향해 기울였다. 고개를 폭 파묻고 웅얼거린다. "다 괜찮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네가 도움을 바란다면 나는 기꺼이 도움을 줄 거야.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미카엘은 눈을 감았다. 참담함에서 그나마 발견한 실낱같은 희망이었지만, 이걸로 당신을 완벽하게 도울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글쎄…… 그깟 늙은이가.. 뭘 알겠어. 그래도 나보다는 도움이 될 거야.."
……늙은이의 입으로 말하는 것이 더 신뢰가 있을 테다. 미카엘이 에만의 이름으로 도움을 준다 해도 당신은 싸워야만 할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이미 받아버린 상처가 쓰렸다. 어쩔 수 없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은 이 정도의 기회라도 감사하게 여겨야 했다. 당신을 완벽하게 도울 기회를 달라며 외치고 쏟아버리면 떼쓰는 일이 되고, 동화 속 이야기처럼 모든 일이 한순간에 끝나버리는 터무니없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또 이 감정 소모를 반복하겠지. 감정이 담긴 상자에 못을 박는 일은 이미 여러 번 해봤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나중에 쏟아버리면 될 일이다. 미카엘은 당신의 언급에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느릿느릿 단어를 뱉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또 고개를 폭 숙여버리며 뺨을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