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발을 딛고 있는 현실임에도 차근차근 무너지고 흐려져가는 것만 같다. 마치 허상인 것처럼. 비 오는 와중에 당신의 귀를 막아준 상냥함이 거짓말같기라도 했던 것처럼. 한낱 환각처럼 현실이 으스러지려는 것만 같은 불안감의 끝에 당신이 발견한 것은 당신이 알고 있던 진실이었다. 뒤흔들리던 현실은 허상으로 탈바꿈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드러냈다. 반인반수의 형상을 한 야수가 긴 주둥이 위로 푸르른 눈을 뜨고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덜덜 떨리려는 두려움을 차분히 눌러참고, 구형을 기다리는 죄인의 눈빛으로.
불공정한 계약이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당신은 그녀에 대해 그녀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그녀는 당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지 않나. 그러나, 다만 불공정했음에도 유일했기에.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혈육이 아니라, 맞닿는 접점 없이 세상을 방황하고 있던 방랑자의 마음이 같은 방랑자의 품에 끌어안겨졌기에. 함께 있어주겠노라고. 그러니 함께 있어달라고. 그러나 자신은 그 청을 함부로 덜컥 수락하기엔- 누군가와 함부로 함께하기엔 너무도 잘못되고, 너무도 뒤틀린 존재인데. 그래서 그녀가 보인 반응은, 그녀가 당신에게 보여준 그 인간도 짐승도 되지 못한 기괴한 야수의 모습은 절반은 거절이었고 절반은 청원이었다.
당신은 하룻밤을 같이 노닐 이가 아니라 삶을 같이 노닐 이를 청하셨습니다마는, 나의 삶이 이다지도 뒤틀려있기에 삶이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니 그 청을 거두어주십시오. 그러나 이 뒤틀림마저도 받아쥐고 함께할 수 있겠거든 그저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페로사, 하고 부르는 이름에 기괴한 짐승은 눈을 꼭 감았다. 부드러운 금빛 털로 뒤덮인 뺨이 당신의 손바닥에 선명한 감촉을 남긴다. 여전히 따뜻하다.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쉽사리 씹어삼킬 수 있을 무시무시한 야수는 그러나 발톱 하나 이빨 하나 당신에게 세우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는다. "...내게 불완전한 것은 이뿐이 아니야. 이 도시에서나마 인간처럼 살기 위해서,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지불했으니까. 너는 내게 함께 있어달라고 했지만,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보장은 해줄 수 없어. 바텐더 일을 할 때면 너를 손님으로 맞이해줄 수 있겠지만, 이 도시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바텐더 일 말고 다른 일도 해야 하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직이 자신의 목을 쓸어보았다. 보이지 않는 목줄이 만져진다.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으로 채워진 목줄이. 그리고 당신은 그게 누가 채운 것인지 잘 알고 있겠지.
방금 전까지는 떨고 있던 당신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당신은 사라졌다. 정확히는 껍질을 벗었다. 인간의 가죽을 벗고 진짜 모습을 드러낸 당신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미카엘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두려워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전설로만 내려져 오던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걸 알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이 너무나도 많아서, 공포를 주기 위해 도사리던 악령은 섬뜩한 위력을 잃은지 오래다. 잠깐 굳어버린 이유는 단지 당신이 두려움을 누르고 죄인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당신의 아픔을 깊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미카엘은 당신과 같은 일족이 아니고, 당신의 삶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으며, 당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제각기의 인생을 살고 깊게 엮인다 해도 그 운명을 공유하는 수준에 그치지, 과거를 같이 겪어줄 수는 없다. 맞닿지도 못하고 접점도 없던 존재였으니 당신의 반응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고, 또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 못했다. 뒤틀린 당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는데 당신은 밀어내는 것이다. 다 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만이었나, 괜히 깊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깊은 생각을 저 멀리 밀어내기로 했다. 사람의 인생은 늘 오만과 함께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광인에게 무언가를 담을 거창한 이유는 필요가 없다. 설명해도 제각기의 이유요, 못 알아듣는 것이 광인이기 마련이다. 미카엘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콧잔등에 세례를 남겼다.
"페로사."
다시금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당신은 이빨도 세우지 않고 발톱도 세우지 않는다. 당신의 부드러운 금빛 털은 온기로 가득하다. 당신이 눈을 감을 적엔 천천히 다른 손도 올렸다. 양 뺨을 보드랍게 쥔다. 그 모습이 꼭 동화 속에서 괴물이 자신의 외로움이나 슬픔을 털어놓는 한 장면 같지만, 당신의 고해는 절대 동화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지불한 것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당신은 언제까지고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없다. 다른 일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당신의 입안에서는 피비린내가 났고, 당신의 눈에서는 뒤틀린 무언가가 보였다. 과연 그뿐일까? 과연 그 순간만 당신이 그런 모습이었을까? 언제까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목을 쓸어내는 손길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미카엘은 시선을 가만히 내리고 있다가, 눈을 들었다.
"그래도 괜찮아."
뺨을 잡고 있던 미카엘은 그대로 당신의 고개를 내리려 했다. 여전히 까치발을 들고 이마를 맞댄다. 당신의 금빛 복슬복슬한 털에 명주실 같은 머리카락이 내려앉고, 미카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당신의 숨소리를 듣고, 떨리는 몸을 느끼며, 천사처럼 상냥하게 속삭였다.
"괜찮아, 페로사. 괜찮을 거야. 날 믿어줘. 네가 나를 믿어준 만큼……. 누군가 네게 목줄을 채웠구나. 그렇지? 이제 괜찮아. 그 사람이 네 삶을 흔들려고 해도 내가 있잖아."
내가 목줄을 쥔 손을 손목째로 뜯어줄게. 미카엘은 도시 안에서 다시 태어난 존재니 밖에서 통용되는 천사라고 부를 수 없으면서도, 그 무엇보다 순수했다. 사랑스러운 어조로 다 괜찮다고 당신을 달래주듯 하며 손목째로 뜯겠다는 다짐은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지하에 있으니까, 분명 너를 도울 방법이 있을 거야."
대신 자신에 대한 정보를 건네주면서도 그 뜻을 완곡히 돌려 표현했다. 미카엘은 당신의 콧잔등에 다시금 입을 맞추곤, 이번엔 주둥이에도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이를 달래주듯 상냥하고도 부드러우며 깊은 애정이 담겨있었다.
우에에 비참하고 앵슷한 거... 그거 다음 일상 아니었어?(뭔)(부빗부빗) 3멀티를 돌리는 사람이.. 있다? 3멀티가 그 3멀티(어장)인줄 알고 :0?! 하고 인증감인가?! 했는데 할일+답레+>>>연성<<<이라굽쇼? 김에만주 팝콘 들고 대기탄다! 마싯다! 좋아하는 로로주 천천히 조라조라 삠!!!!!!!!! >:3!!!!!
페로사: 이 도시에 숨어든 늑대인간이 나 하나가 아니야. 페로사: 내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야. 페로사: 그러니 그런 표정 짓지 말아줘... 이봐, 그런 말 하면 이게 무슨 내 최후 같잖아. 페로사: 많이 심각해보인다는 건 아는데, 이 정도는 며칠이면 나으니까.
페로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생각하는_자신의_외모 페로사: 음...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굳이 꾸밀 가치까진 없는 정도? 페로사: 뭐, 바에서 술 마시는 손님 술맛 안 떨어질 정도면 되지. 불만은 없어. 페로사: 키가 쓰잘데기없이 커서 와인 셀로 내려가다가 문지방에 이마 박는 일이 종종 있는 거만 빼면. 페로사: ...그리고, 그 애가 날 좋아해줄 정도면 됐어.
나중에_크면_나랑_결혼_하자_라는_말을_들었을_때의_자캐반응 ((((((페로사가 에만의 경호원인 상황에서부터 시작하는 AU가 떠올라버리잖아 13살 에만 22살 페로사 어쩔건데 아 생각해보니 이것도 좋았겠다 싶은 생각 드는 나 어떡하면 좋은데)))))) 페로사: 꼬맹아. (쓰담담)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내가 여전히 여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소리 막 하는 거 아냐.
자캐가_침묵하기로_한_것은 현 시점에서는 역시나 자신의 정체일까. 그마저도 이제 에만의 앞에선 그만두게 됐지만.
"네가 위험에 빠질 텐데." 길다란 속눈썹이 슬며시 뜨이는 사이로, 흠뻑 축여져 있는 푸르른 눈동자가 보인다. 또르륵 하고 그녀의 눈가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굴러내려, 당신의 손을 타고 흐른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는다. 자신이 당신에게 드러내어보였어야 하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하나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괴물이라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런 괴물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 그만한 권력이 있는 이의 손을 빌려야 했으며, 그 대가로 그런 권력을 지닌 자의 목줄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완전히 당신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이런 것을 이야기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신이 그렇게까지 자신의 가슴 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젠 이야기해야만 한다.
당신이 지하에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날, 가면을 쓰고 있던 당신의 몸에 흐릿하게 묻어있던 피비린내도,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또다른 당신의 몸에 묻어 있던 더 짙은 피비린내와 검은 구역의 냄새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모른다. 만에 하나 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이 바빌론 시티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헤로인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 화이트 킹 빌딩의 그 붉은 끄트머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거기까지만 말했다. 당신이 지금 꺼낸 말이 당신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만을 알려줄 생각인 모양이다. 자신의 앞에 놓인 길이 얼마나 거친 길인지, 거기에 끼어드는 것이 얼마나 고생스런 일인지. 만일 그녀가 당신이 이 도시의 그림자 가장 높은 왕좌에 위치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녀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에게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와 준 당신이 소중했기에. 자신의 일이 당신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고도 다정하게 양 뺨을 감싸안아 오는 당신과 언제까지고 함께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채워진 굴레가 당신을 다치게 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사고하고,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더 말해주지 않아도 당신은 그녀의 목에 목줄을 채운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목줄을 채운 손을 손목째로 잘라낼 힘과 계략이 있다.
지하에 있으니까, 그녀를 도울 방법이 있다. ─정답이다. 당신의 아주 가까이에, 늑대인간을 자신의 힘만으로 거두어서 숨겨주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지 않은가. 페로사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인물과는 확실히 다른, 아니 어쩌면 그 인물과의 대척점에 서있다고 해도 좋을 어느 인물이. 당신은 혹시 용왕이 가장 아끼는 애완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별의별 이들이 다 있었지만, 그중 그 자리를 가장 오래 지키고 있는 '로보'라는 링네임을 사용하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아마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정체를 모두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녀를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의 것에 감히 족쇄를 채워놓은 괘씸한 손모가지를 분질러 꺾어버리는 일이 그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사전에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저질러놓고 양해를 구하는 게 더 쉬운 법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당신이 원하는 만큼 그녀를 끌어안아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누릴 수 있을 테니까.
긴 속눈썹 너머로 파란 바다가 일렁였다. 고여있던 바닷물은 손쓸 새도 없이 흘러내려 손등을 적셨고, 일부는 손바닥을 적시며 금빛 털을 눅눅하게 늘어뜨렸다. 당신의 걱정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느낌이라, 잠시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지만 흐린 기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이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 너머에 당신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걱정하던 상황이 겹쳤을지도 모른다. 미카엘은 괜찮다는 듯 다시금 당신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괜찮아. 네가 있잖아."
위험은 익숙하다. 미카엘에게 세상이 위험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태어났을 때는 병마의 위협이 도사렸고, 어느 정도 컸을 때는 암살의 위협 속에서, 지금은 언제라도 사라질지 모르는 삶 속에 휘청거리며 살고 있다. 어차피 여러 번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았고, 죽음까지 겪었다. 이 정도는 익숙하다. 단지 손을 뻗으려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두렵지 않다. 어차피 죽으면 사라지는 자리고, 언제라도 끌려 내려갈지 모르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인생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미카엘은 이미 여러 번의 상실과 한 번의 죽음을 겪은 사람이었다. 지하의 사람이었고, 검고 어두컴컴한, 가장 위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었다. 그 때문일까, 당신의 걱정에도 마냥 괜찮을 것이라며, 위험은 익숙하다며. 이다지도 무지한 아이처럼 굴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운명도 기꺼이, 담담하게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두렵지 않아. 페로사."
당신의 뺨을 쓸어주던 팔은 당신의 등을 감싸 안는다. 눈을 내리깔고 품에 고개를 기대며 당신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당신은 나를 이렇게 소중히 여기는데, 당신이 혼자 고통을 끌어안는 건 말이 안 된다. 언제까지고 함께 하고 싶다면 내게 당신의 운명도 쥐여줘야지. 내가 당신에게 내 운명을 쥐여준 만큼. 내게 사랑을 베풀었다면 나도 사랑을 베풀어야지. 아낀다고 해도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음을 알려줘야지. 다친다고 해도 당신을 떠날 사람이 아니다. 피 칠갑을 하더라도 당신의 목에 목줄을 채웠던 사람의 손목을 잘라낼 것이다. 그만큼의 힘을 키웠고,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그나마 괜찮은 계략 정도는 짤 수 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지하의 투기장에는 용왕이 있다. 늑대인간을 힘으로 숨겨서 돕고 있는 기이한 사람. 가장 아끼는 동물 중에서 늑대가 있다면서, 링네임을 선뜻 알려주던 그 순간이 눈에 선하다. 미카엘이 용왕에 대해 더 알고 있는 정보는 많다. 사적인 측면부터 공적인 측면, 그의 과거까지. 용왕은 아주 어릴 적부터 미카엘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법적 보호자가 되어준 이유는 그것보다 훨씬 깊은 사정이 있지만. 미카엘은 천천히 고개를 비비곤 입술을 벙긋거렸다.
"당신이 모습을 보여줬잖아.. 나는 당신이 말해준 사람이 어디에 있어도 괜찮아.. 무섭지도 않고, 위험해도 떠나지 않을래.. 그러니까, 같이 있게 해줘.. 당신이 곁에 있어준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다가와도 두렵지 않을 거야.."
당신이 눈을 마주치지 못할 품 깊은 사각지대로 파고든다. 이내 미카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용왕의 것과 비슷하게 세로로 죽 찢어진 동공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나직이 노려본다. 상냥하던 말과 달리 무서울 정도로 공허한 무표정임에도 여전히 당신을 품에 안고, 등을 감싼 손은 당신을 달래듯 토닥이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안드라스 레저, 안타깝게도 목줄을 쥔 건 그쪽만이 아니다. 미카엘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파묻더니 눈만 들어 당신의 턱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다시금 까치발을 들고, 당신의 콧잔등에 입을 맞췄다.
"이제 안 울 거지?"
어릴 적에 들어봤던 말을 당신에게 속삭인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의 당신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았다. 미카엘의 입을 타고 흐른 목소리는 어쩐지 당신의 어조와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