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있어 미카엘은 어떤 존재일까? 아직 본명은 알지 못하지만 이름처럼 천사의 날개를 단 작은 아이로 보였을까? 아니면 천사의 탈을 쓴 악마? 이도 저도 아닌 꼬맹이? 그 이전에 어떤 시선으로 보였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이 작은 여우가 정의를 내린 당신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일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미카엘은 내심 생각하면서도 당신을 달랜다. 당신의 눈물이 그친다면 위험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고 시작될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두렵지 않다. 진정한 공포를 목전에 마주하기 전까지 두려움은 없다 당당하게 외치는 졸개의 포부가 아니라, 이미 공포와 함께 하기 때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용기였다.
평화롭게 살고 싶고, 파괴된 인생을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위험을 끌어들인 것은 당신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죄책감은 없다. 당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 전에 죄다 부수면 될 것이라고, 이번에는 치기 어리고 아직 살아온 나이가 적기에 할 수밖에 없는 무모한 생각을 담았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언제라도 잔인해질 수 있고, 언제라도 상냥해질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얻게 됐으니 이번엔 뺏기지 않을 것이다. 뒤틀린 도시의 사람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뒤틀린 수를 상상한다. 그 사이의 광기는 이미 저 너머 불야성에 휩쓸려 지극히도 익숙한 것이라, 이젠 이 도시의 사람에겐 와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카엘은 그 광기 어린 손길로 당신을 안고 천사처럼 속삭이며 당신을 달랬다.
"으응, 페로사. 아줌마라니?"
당신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어깨에서 떨어져 나올 적엔 마지막으로 토닥거리며 눈을 내리감았다 뜨며 품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게끔 팔을 내린다. 이내 시선을 올려 당신을 바라본다. 어딜 봐서 아줌마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당신을 쳐다보다, 애꿎게도 대신 입막음 당한 핸드폰을 향해 시선을 잠깐 옮겼다. 테이블 위로 탁 소리가 나며 떨어지더니 저 멀리 밀려나는 핸드폰은 흠집 하나 나지 않은 것 같다. 당신만치나 완고한 핸드폰이라 생각하곤, 당신을 향해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액정이 자주 박살 나는 자신의 핸드폰이나 당신의 핸드폰을 비교하기보단 당신이 더 중요하다.
"같이 있어주는 거야?"
미카엘은 활짝 웃었다. 말갛고도 순수한 기쁨이 들어찬 미소를 마주 짓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당신의 일 따위는 전혀 모르겠고, 당신이 여기 있어서 기쁘고 좋으니 앞으로도 이랬으면 내심 좋을 것 같다는 욕심을 숨기는 일은 아주 쉽다. 지금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살포시 손을 뒤로 모아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모습이 마냥 순수하다. 당신의 시선이 빗물이 스며든 옷으로 향할 때는 같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옷을 바라봤고, 당신의 말을 들을 적에는 고민하듯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오물거리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당신의 옷깃을 잡는다.
"같이 있어준다며."
천사처럼 맑은 눈동자에 욕심이 어디 있을까. 바빌론 시티의 최고의 호텔인 만큼 어메니티도 남부럽지 않게 좋은 수준이다. 유명 향수 브랜드에서 만든 배스 제품이라고 했나? 향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좋았지만 잔향이 과하지 않고 은은해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미카엘은 이 호텔이 어메니티마저 잔인하고 자본주의에 물들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어메니티의 향은 향수 브랜드에서 오로지 화이트 나이트 호텔을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어메니티 제품의 향을 담은 향수는 바빌론 시티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며, 무려 시즌마다 향이 바뀌는 사실은 저명하다. 많은 투숙객이 향에 만족해 바로 에스플레네이드에 있는 향수 매장으로 직행할 것은 안봐도 뻔했다. 미카엘도 그중 하나였다. 한때 이렇게 어메니티 제품에 반해 향수를 사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향수는 현재 앨리스가 애용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앨리스의 쉽게 질리는 성격 때문에 화장대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이번엔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겠다.
보송보송 해지니 울적하고 두렵던 마음도, 차갑게 식어버려 어떻게 죽일지 고민하던 모략도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다. 웰컴 티는 씻고 나올 적 타이밍 좋게 다과와 함께 들어왔다. 비스코티와 티 팟을 열면 아직도 따뜻한 김이 올라올 얼그레이 티는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으니 테이블 위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것이다. 미카엘은 당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여전히 당신의 옷깃, 혹은 손가락을 꾹 잡고 있는 모양새였다. 당신에게서 자신과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음, 다짐은 30초면 충분했던 것 같다. 에스플레네이드에서 향수를 사야겠다. 당신과의 좋은 추억이 담긴 향인데 내가 지나칠 리 없지.
우아아 로로 귀여워어 ;0; 술 좋아하는 로로도 사랑스럽고 형광등 고치는거 보면 자취 만렙이구 술.. 김에만이 나중에 동거할 때 꼭 전용 미니바 만들어주기..
에만: 이리 와, 응, 여기.(눈 안대로 가려줌)(방 한곳으로 이끌어주주기) 에만: 이제 안대 풀어도 돼. 여기는.. 이제 네 전용 방이야. (제법 번듯한 원목 바랑 술 찬장) 에만: 제일 공들였어. (뿌듯) 에만: 그렇지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걱정되니까..(꼬옥)
에만: 135 괴담이나 미신, 소문같은 것을 믿나요? > "..응. 믿어.. 그렇지만.. 과신하지는 않아." "괴담이나 미신, 소문은 사실에서 비롯되는 법이니까..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라기엔.. 당장 여기엔 없어도 어딘가에선 실제로 있었으니까, 동조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라 생각해.." "..언젠가 연관지을 수 있을 정보라고 참고할 정도인 거야, 응.."
122 본인의 신체 노출은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 "아..." "...그게.." "ㅇ, 이런 질문은 부끄러워.."
202 캐릭터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뜻, 호불호,지어준사람 등) > "미카엘 로즈버드 윈터본. 아빠가.. 결혼하고 엄마 성을 따랐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니 군말않고 살았지만..." "로즈버드(꽃망울)는..." (깊은 침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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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히 앙냥냥~(옹냠냠)(쫀디쫀디) 그럴까아? •0• 답레는 느긋하게 주는 거야!(꼬옥) 진단?(팝콘!)
조금 깊게 생각해보기도 했고 사실 앨리스를 선택했으면 나왔을 떡밥중 하나기도 한데.. 앨리스가 현재 김에만의 유언대로 김에만이 갖고있던 유산을 전부 수령했단 말이지.. 1차로 돈세탁 한것도 모자라서 지하에서 일하면 정보를 다루는 일이니 당연히 짭짤할거고..🤔 앗, 이거 완전 응애때 '나랑 결혼하면 잘 해줄게'를 돈으로 실현해버리는...(?) 아 아 로로야 그때 김에만씨가 속으로 믿지도 않고 가끔 용왕님이 이너피쓰 하기 위해 들었던 목탁비트를 새겼다고 전해라..(?)
에만: (부빗) 으응, 나도 모르던 재주가 새로 생긴 걸까. 그렇지마안.. 로로는 술을 좋아하니까.. 잘 써준다면 정말 기쁠 거야.. 에만: 죽는 건 싫은데..(빤히) 그래도 만약이라는 단어가 있잖아.. 에만: 오래 같이 있고싶어..(뺨 부비쟉)
불금이라지만, 잘 때는 자야지... 안 그러면 체력 딸려서 주말에 못 놀아. 타임워프당해서 주말이 사라져. (끔찍한 소리) 오늘도, 같이 시간보내줘서 즐겁고 행복했어. 이번 한 주도 고생많았고, 주말 동안 푹 쉬면서 같이 놀자. 항상 소중한 에만주에게 오늘도 편안한 밤이 됐으면 좋겠네. 푹 자고, 좋은 꿈 꿔. (이마에 쪽)
페로사 : 036 특별히 싫어/좋아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나요? "거친 세상에 혈연이라곤 동생들뿐이야. 모두 좋아해." "셋째와 막내는 연락두절이지만."
104 티켓, 영화표, 팜플렛 등은 사용 후에 어떻게 하나요? "티켓이나 영화표 같은 건 모아두는 편이야." "팜플렛은 별로 안 보는 편이네. 잘 만든 영화라면 스크린을 보는 것만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다 알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 코믹스 기반 히어로 영화는 단단히 글러먹었어..." (이후 약 30분 동안 시리즈 영화에 대한 장광설)
251 눈치가 빠른편인가요? "어- 나쁘지 않은 편이기는 한데, 중요한 순간에 헛다리짚는 일이 상당히 많은 게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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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증오하는 사람을 만나면?" 페로사: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말이지?" 페로사: "그 사람은, 당장 눈 앞에 있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한숨)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페로사: "...연락 두절이려나." 페로사: "괜찮아, 나는─" (버림받는 거라면 익숙해, 하고 입을 떼려다가, 문득 슬픈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울화가 치밀었는지 대뜸 랙에서 잭다니엘을 덜컥 거머쥐고는 병나발을 불었다.)
"네가 제일 안정되는 공간은?" 페로사: "이전 질문이랑 온도차가 너무 심하지 않냐?" 페로사: "욕조랑, 침대... 그 정도..." 페로사: "그 정도라고 생각했었어." 페로사: (대뜸 에만을 꾸왑 끌어안는다)
셋째는.. 암흑가에서 나름 규모되는 조직의 수장이라고 생각해두고 있긴 해 👀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페로사: 영화 하나의 줄거리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 십 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나온 영화 몇십 편을 봐야 한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지... (실제로 질문에 대답하다가 페로사의 대답이 삼천포로 빠졌었음)
페로사: ─그러니 잘 하라구, 요녀석아. (술병 내려둠) (물론 페로사주적으로는 연하 쪽에서 말썽 한번씩 피워주는 게 이야기가 재밌긴 해(??))
페로사: (힘 조금 풀고 편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해주곤) (조금 눈치를 보다가) 페로사: 너는 어때?
응!(뻔뻔)(?) 로로주랑 로로는 나한테 엄~청 특별한 존재인데? '0' 왜냐면 나는 연플도 어지간하게 치여서 못다말까지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 아니면 잘 안 하는 타입이고.. 로로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다가와준 것도 기쁘고.. 로로주도 상냥하고.. 또.. (새벽 다 갈 때까지 말할 자신 있음!)
"그러고 보니 요즘은 다른 사람들더러 자기, 하고 부르질 않네요?" 페로사는 냅킨으로 잔을 닦다 말고 한쪽 눈을 치뜨며 엘리베이터 보이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진짜 자기라고 불러줄 만한 사람이라도 생겼어요?" 하고 물어오는 품이 재밌는 농담이라도 하는 어조였지만, 가볍게 톡 건드리고 지나가는 그런 게 아니라 대단히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찾아낸 막내 특유의 해맑은 호기심이 충만한 표정이었다. 마치 장난에 열중해서 상대방을 있는 힘껏 꼭 물고 늘어지는 강아지 같다고나 할까. 페로사의 치떴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딱 하고 망치로 호박 때리는 소리가 났다.
엘리베이터 보이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더니, 이내 그는 이마를 싸잡고 마룻바닥으로 무너진다. "으아악, 바텐더가 사람 잡네." 야무지게 딱밤을 꼽은 중지손가락 끄트머리를 서부시대의 총잡이가 리볼버 총구에서 연기 날려보내듯 후 하고 불어낸 페로사는, 마룻바닥에서 구불고 있는 엘리베이터 보이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너는 눈썰미는 좋은데 눈치가 없는 게 흠이야." 하는 페로사의 말에 엘리베이터 보이는 고통에 가득찬 얼굴 가운데서도 반짝 하는 눈길로 페로사를 올려다보아온다. "뭔가 썸씽이 있긴 있다는 거죠?" 해맑기 그지없는 시선에 페로사는 딱밤 한 대 더 놓을까 하고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손님한테 한 소리 들었어. 꽤 설득력있어서, 납득했을 뿐이야." 거짓말은 안 했다.
우아악 좋아..!! 중세 하이틴 과거 퓨리오사(이런 발언) 센티넬버스 등등등... 가보자고!! >:3 김에만씨 부빗부빗부빗 하면서 잠깐 로로 한 번 쳐다보고.. 다시 부빗부빗부빗하고.. 자기 전에도 부빗부빗 일어나서도 부빗부빗.. 그리고 나중에 보풀이 생기면 뿌듯해하는 거지!(대체)
에만: (뿌듯)(성취감) 용왕: ..그런 곳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거니? 에만: ..응!!(뿌농코 고양이처럼 당당)
무엇에 빗대야 좋을까. 천사, 악마, 소년, 소녀, 불시착한 자리에서 영영 고쳐지지 않을 비행기를 붙들고 씨름하던 조종사를 찾아온 어린 왕자이자 사막여우, 늑대인 줄 까맣게 모르고 호기심 가득히 다가오는 빨간망토... 그리고 이제는, 규열叫咽하는 야수에게 손을 내뻗어준 미녀... 그 어떤 말을 가져다대어도 당신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당신은 당신이었다. 이름이라도 알면 당신을 지칭할 수 있겠지만─ 서둘러서 이름을 가르쳐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신. 너. 꼬맹이. 자기... 그래, 적어도 당신을 부를 말이 모자라지는 않으니까. 무엇에 빗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천사보다도 순수하고, 악마보다도 매혹적이라 어느 쪽으로도 부를 수 없으니. 당신은 당신이다. 페로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올해로 스물아홉이라고 말했었던가?" 핸드폰을 가볍게 탁자 위로 툭 던지며 페로사는 말했다. "그런데 넌 그런 건 신경쓰지도 않는구나." 그야 신경쓸 리가 있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도 눈도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을 감싸안아온 당신인데. 공포와 배척의 대상이 되고, 추방과 사냥의 대상이 되어온 자신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하고 이 도시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 그 대가로 목에 채워진 목줄까지 당신은 전부 받아들여주었는데.
"─힘든 일일 거야, 많이." 문득 그녀의 눈에 다시 슬픈 웃음이 서렸다. 당신이 받아들였다고 해서 자신의 몫으로 아직 남아있는 고난이... 자신의 곁에 누구보다도 가까이 다가온 당신도 휘말리게 될지 모를 그 고난이 한순간에 증발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도망칠 곳도 없고, 되돌리기에도 늦었다. 순진하고 환하게 활짝 웃는 당신의 얼굴. 하얗고 말간 빛. 탐욕이나 욕심 같은 감정의 너울을 벗어버리고, 순진무구하게 그저 원하고 소망하는 그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도 페로사에게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업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주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너무 많이 남아버렸다는 것을, 평생을 너를 앓으리라는 것을. "그래. 같이 있어줄게. 약속."
다만 그 뒤에 당신이 덧붙인 말에는, 천하의 페로사도 눈을 땡그랗게 뜨도록 만들었다. "......치사하네, 자기. 이런 무드에서 그런 말을 하면 뭐라 거절을 못 하잖아." 그러나 페로사는 이내, 조금 당신의 웃는 모습을 닮아버린 모습으로 푸스스 웃었다. 그리곤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후회하진 않을 거지?"
조금 나른해진 기분을 느끼며, 페로사는 머리에서 타올을 툭 떨어뜨렸다. 물기는 가셨지만 습기는 남아있어 색이 좀더 짙어진 것도 같은 머리카락들은 한데 묶이지 않고 그녀의 가운 위로 후두둑 쏟아졌다. 숱이 많은데다 곱슬이며 장발이기까지 한 머리카락이라 자연건조되도록 내버려두면 꼬락서니가 볼만하게 되겠지만, 애초에 페로사는 그런 데에 별로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어본다. 잘 세탁된 이불 냄새, 원목 가구 냄새, 웰컴 티로 들어온 얼그레이 냄새. 어메니티 제품 냄새... 그리고 당신의 살냄새. 일반적인 사람의 살냄새와 다르게, 당신의 살냄새는 페로사에게 생소한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무엇이라 딱 짚어서 정의하지 못하겠지만... 고된 업무를 마치고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씻고 나왔을 때 느껴지는 축축 늘어지는 나른함이 아닌, 푹신한 침대에 파묻힌 듯한 나른함을 가져다주는 이 감정이 낯설면서도 좋았다. 소매에 와닿는 당신의 손길도 좋았다.
"응?" 하고, 당신의 손길에 기분좋은 콧소리로 대답하면서 페로사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무릎을 수그려 당신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당신의 뺨에 손을 얹어서 가볍게 쓸어본다. 어쩌면 아까의 당신과 같은 기분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실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