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키? 렌은 속으로 누구인가 생각했지만 자신이 아는 이들 중에는 그런 이가 없었기에 자신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묻기도 애매한 게 혼잣말인 것 같아서 눈만 깜빡인 채로 넘어간다.
대단하다고 생각된다는 말을 들으며 렌은 아오노미즈류카미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가미즈미를 도와준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될 일이기도 햇으나 그 신의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치 않은 일이기에 선심을 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것일지도.
렌은 이번에는 동굴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의식하여 조심했고, 다행이 전날과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좁은 길을 빠져나오자 펼쳐진 넓은 샘에 렌은 또다시 감탄을 내뱉는다. 그러면서도 토와의 쪽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전에 수학여행 때 뵈었을 때도 그렇고, 선배는 조금 쓰러질까 걱정이 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체격이나 그런 것을 보면 건강한 남고생이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처연함이나 병약미라던가 그런 게 있는 느낌이었다.
렌은 다시금 샘쪽을 바라봤다. 샘에 가득찬 물은 선성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비롭긴 했다. 전승에 따르면 그 신은 청룡이었으니 마치 용이 또아리를 틀고 안에 잠들어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랗고 깊은 물이다. 맑고 깨끗한 물이었다. 이게 바로 가미즈미의 수원. 거대한 자연은 늘 인간에게 압도감을 주곤 한다. 인간이 만든 무언가가 주지 못하는 경외다.
"마치 깊은 물속에 용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아오노미즈류카미님은 고오급 빌라에서 숙박을 하시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렌은 뭔가 전설처럼 샘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곤 토와에게 묻는다.
"샘의 물을 한 번 마셔보려고 하는데 선배는 어떠세요?"
한쪽에서 바가지를 가져다 두어 샘을 마실 수 있게 해두었고 렌은 토와에게 그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의외로 건강한 편인데... 사람들은 은근히 절 걱정한다는 말이지요.." 이례적인 거라도 얼굴은 그렇게 보이는 타입인가? 라고 중얼거리다가 뭐.. 그래도 가족 중에선 건강하지 못한 분이 있긴 했거든요. 그런 게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고는. 샘 쪽을 바라보면 굉장히...압도되는 감각이 느껴는 지지만. 크지는 않습니다.
"바다보다는 낫긴 하네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바다 속같은 아쿠아리움보다는 낫잖아? 뭐라고 해야 하지.. 바다에 밀려 떨어져 버렸다. 같은 기분을 털어내고는 토와는 샘 깊숙이 잠들어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엑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치만 용신님도 솔직히 편하게 지내려면 빌라같은 데를 좋아하지 않을까요?" "요즘 신이 아니라서 다를까요.."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이었지만요.
"아. 조금 마시는 건 좋겠네요." 토와는 렌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물을 마시고 손을 씻어서 부정을 털어내는 게 좋겠습니다... 바가지를 향해 다가갑니다.
"음, 얼굴이 희신 편이라서 그런 것일지도요. 그나저나 가족들 중에 병환이 있었다면 좀더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곤 하니까요. 가족분은 쾌차하셨나요?"
렌은 안부 삼아 그렇게 물었다. 토와는 머리카락 색도 피부도 흰 편이었으니 아무래도 연약한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했다.
"바다를 무서워하시는 편인 건가요?"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바다가 나오는데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토와가 농담을 건내자 작게 웃는다.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렌은 토와와 함께 바가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을 떠 마시니 맑고 깨끗한 느낌의 맛이 났다. 물의 맛이 어디있겠냐마는 물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났다. 렌은 물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남은 물로 손을 씻으니 기분이 좋았다. 손에 닿는 물의 촉감이 좋다. 렌은 토와가 물을 마시고 손을 씻는 것을 기다렸을터였다.
"음..." 토와는 좀 망설입니다. 해도 되는가? 같은 생각이어서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야기인가? 조금 애매해지는 것이지만. 이내 한쪽으로 기웁니다.
"아니요." 그녀는 바다를 건넜어요. 라고 간략하게 말합니다. 바다를 무서워한다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고.. 쾌차했냐는 답이었지만. 조금 애매한 말이네요. 그런 애매한 말들이 쌓이다 보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바다를 무서워한다기보다는.. 바다가 껄끄럽다.. 에 가깝겠네요" 오본이나 할로윈에는 바다가 안개가 껴서 어딘가로 어른거리는 것 같아서 그런지.. 애매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약간 삼도천이나 피안과 차안의 경계인 강? 그런 느낌을 받아서요. 라고 말합니다.
"용신님도 인간의 모습에서 계속 샘에 담겨 있으시면... 음.. 습진에 걸리실까요?" 신도 학교에 다니거나.. 그러는 마당에 빌라에서 살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라는 가벼운 말을 하고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마십니다. 물 맛은 저번과 비교하면.. 나아지는 건가? 아니면 느끼지 못했던 것 뿐일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하는 때가 지금이라 핑계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인가? 왈츠도 그렇고 포크댄스도 그렇고, 기본적인 교양이나 민속 춤은 이전 교육과정에서 배우지만 마이리는 초중학교를 안 나왔으니 어쩌나. 그렇지만 TV나 영화 같은 데서 춤추는 걸 본 적은 있어서 어설프게나마 중간중간 춤 같은 동작을 하고, 스텝을 밟아보려는 한다. 사실만을 따지면 엉망진창이나 다름없는 춤이지만 흥이 나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경쾌한 발짓으로 박자를 타니 그저 도는 것이래도 운치는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 먼저 발을 밟아버렸을지도. ……그는 찡긋 윙크를 하며 수작질로 넘어가려 했다.
렌은 토와의 말에 아... 소리를 내며 잠시 목을 매만졌다. 말실수를 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바다를 건넜다는 말은 망자가 되었다는 뜻일테니.
"죄송해요. 아마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에요."
렌은 속으로 이름 모를 가족 분의 명복을 빌었다. 토와는 이어지는 바다에 관한 질문에 무섭지는 않으나 껄끄럽다고 답했다.
"하긴 바다는 깊고 알 수 없으니 그런 느낌이 들곤 하죠."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도 꽤 많으니, 늘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인간을 위협하는 곳이기도 했다. 렌은 바다를 사랑했지만 그럼에도 바다는 늘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렌은 토와가 습진 이야기를 하는 것에 웃다가 신도 학교에 다니거나 그러는 마당에,라는 말에 조금 움찔했다. 렌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 토와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모르는 척 말을 건넨다. 학교에 다니는 신을 알고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민속적인 춤은 엄청 어려운 건 없긴 하죠." 몸치박치라면 그건 어쩔 수는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하게 빙글빙글.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니..토와가 조금 더 나으려나? 아닌가.. 무녀의 춤추는 그런 걸 보아온 게 더 나으려나? 바다가 아름다워서라는 말에 입꼬리를 살짝 올립니다.
"바다가 아름답긴 하지만. 조금 무서운 것도 맞더라고요" 좀 심해적인 건 답답하기도 하고? 같은 말을 하며 태연히 춤을 춥니다. 그나마 나아진 듯한 느낌이니.. 상관이 없나?
"열기도 사라지고. 등불들도 전부 바다의 녹이 되어가니." 이제 반짝이는 듯한 음악과 함께 춤추다 손을 놓친 순간 남남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라고 정중하게 말하며 손이 놓아질 듯 말 듯 합니다.
"아. 그래도 디저트 카페 갈 날짜는 라인이나 메세지로 주셔야 합니다?"
//막레에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손을 탁 놓친 순간 인파에 갈라져서 헤어진 느낌으로 생각하는?
"실수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전혀 이상한 걸 느끼지 않으셨던 기분이었어요." 덤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젖어 있었으니. 라는 말을 하면서 장난스럽게 혹시 물귀신이었을지도요? 라는 덧붙임을 붙이지만... 반딧불을 보는 것에 동의를 하고는 천천히 내려가던 와중에 아이스크림 말이 나오자 좋아하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야..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ㅡ 면밀하게 알아야 하니까요.
"아.. 그래도 가리가리군으로 특별 아이스크림 얻어먹기에는 가격차이가 좀 날 것 같아서요..." 토핑만 하나 추가해주신다면? 그정도면 값어치는 비슷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합니다. 실질적으론 가리가리군 3개를 사준 거랑 비슷하지만, 일단 토와는 1개사준 값어치로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언제 봐도 예쁜 편이네요." 느긋하게 감상하는 녹빛 눈과 반딧불이의 녹색 형광이 묘하게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손에 날아와 앉은 게 아닌 이상 함부로 잡으면 곤란하지만?
심해라. 아득하게 깊고, 어둡고, 차가우며 무거운 느낌이라고들 한다. 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깊은 바다라 하면 아득한 압박감으로 숨이 턱 막혀오는 이미지를 우선 연상한다 하고. 전령신의 설화 일부는 그 검은 바다에서 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조금 흥미롭다 생각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그의 악습이다.
"이런, 제 성이 타츠미야인 것이 죄송스러워집니다."
여전하게도 농담을 던지는 모습은 시시껄렁하다. 새로운 유흥에 대한 열의도 조금은 사그라들고, 그러나 완전히 식지 않은 즐거움이 잔열처럼 훈훈하게 남을 때. 여기에서 끝내는 것도 무척이나 좋다. 그는 자연스레 손을 놓았다. 몸을 움직여서인지 기분이 들뜬 탓인지, 미소한 낯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야 늘 한가하니 토와 씨가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헤어질 때에 으레 하는 인사는 웃는 낯으로 대신하고, 손 놓는 순간 갈라진다. 그에 놀라지도 않고 그는 작게 손 흔들며 떠나갔다. 우연하게 만나 얼렁뚱땅 이곳까지 오게 되었으니 만났을 때와 같이 헤어지는 순간도 우연처럼 떠나는 것이 맞겠다. 군데군데 붉은 머리는 어디에서나 눈으로 좇기 쉽지만 어느 순간에는 인파에 섞여 사라져버린다. 인간 사이에 신이 자리하듯, 그렇게 천연스럽게.
// 이걸로 막레!!!! 긴 시간동안 일상 돌리느라 수고 많았구, 같이 축제 기간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