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차마 무어라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싶다. 분명 자신은 코로리가 저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원래 밝은 성격이니까. 인간 세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신님이니까. 그저 친구인 게 좋다고 하니까. 비밀을 지켜주니까. 게다가 코로리 같은 신이 자신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게 가장 컸다.
하지만 코로리가 구구절절 내뱉는 말은 다 저를 향하고 있었다. 제가 좋아서 기쁘고 제가 좋아서 아프댄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이럴 줄 알았지. 분명 아프게 할 줄 알았지.
“코로리 씨가 저를 후링이라고 불렀던 거, 알고 보면 그냥 깨진 유리 조각이었을 수도 있어요. 행복해지려고 옆에 있으려다 나 때문에 더 불행해지면 어떡해. 나 때문에 아플 수도 있어요. 내가 되게 부족한 사람이라. 봐 봐 오늘도 그렇잖아….”
코로리의 아픈 표정을 보니 제가 더 아픈 것 같다. 왜 나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짓는 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나도 솔직하게 말하면 코로리 씨 계속 좋아하고 싶고, 내 옆에 두고 싶고 그래. 그런데 내가 뭘 하나 좋아하면 놓질 않아. 물도 그렇고 수영도 그렇고 그런데…. 그래서 코로리 씨가 지금 나한테 온다고 하면 나 다신 못 놓을 것 같거든.”
숨을 내쉰다. 숨을 내쉬어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마치 물 속에 있는 것 같다. 물 속에서도 이렇게 힘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괜찮으면, 나한테 올래요?”
한숨처럼 웃는다. 제게 올 거면 안기라는 듯 팔을 살짝 벌린다. 제게 오면 기쁘겠지만 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또다시 렌이 이상한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행복해지려고 렌의 옆에 있고 싶은게 아니었다. 간지럽다가도 욱씬거려 종잡을 수 없는 어딘가가 그걸 바랬다. 렌의 옆에 있는데 불행할 수가 있나 싶지만, 불행해진다고 해도 렌이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불행해질 수 있다. 나 때문에 아플 수도 있다니, 오늘 렌을 아프게 한 건 코로리였는데 코로리가 해야할 말 아닌가 싶다. 렌이 완벽해서 간지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코로리는 이 마음이 답답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렌에게 닿을 지 모르겠어서. 고백인 줄 모르고 했던 고백보다 좀 더 확실히 가닿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응, 갈래요."
렌 씨 옆에 있고 싶어. 한숨처럼이기는 했지만, 렌이 웃으면 코로리도 웃을 수 있다. 고개 끄덕이면서 답한 코로리는 팔 벌리고 서 있는 렌에게 살폿 다가가서 폭 끌어안았다. 확실히 가닿을 수 있는 방법이 이걸까 싶다. 그러고서 렌을 바라보면, 좁고 낮았던 동굴 속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
"못 놓는 거 좋아."
후링이든 깨진 유리 조각이든, 불행하거나 아프거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이렇게 속삭인다. 간지러워졌다ー. 아프다고 소리내게 하더니, 또 순식간에 간지러워졌다. 간지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 쿵쿵 울리고 있었고 또 훅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 심장뛰는 소리인게 분명했다. 더워진 기분이 여름이라서 그런 거겠지, 하기에는 렌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코로리는 렌도 똑같이 간지럽고 따갑고, 더워지거나 욱씬거리는지 궁금했다. 렌도 그렇다고 하면, 이게 뭔지 알 수도 있지도 않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렌은 제게 온 작은 신을 끌어안았다. 차갑게 식었던 몸이 심장에서부터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제 욕심때문에 괜히 코로리를 괴롭힌 것 아닌가 싶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처음부터 아프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열이 나 머리가 핑핑 돌것 같았다. 그게 싫다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품속에서 하는 코로리의 말에 작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후회해도 몰라요.”
이걸 코로리 탓으로 돌려버린다. 자신은 선택권을 준 것이고 직접 걸어온 것은 코로리니까. 이제 제가 싫어도 못 보내, 라고 생각하는 그런 못난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코로리가 자신에게 간지럽냐고 묻는다. 그 말에 또 작은 웃음이 터진다. 아, 어떡하지. 계속 웃음이 나는데.
“간지럽기도 하고, 심장도 뛰고, 덥고 그래요. 다 코로리 씨 때문인 것 같아. 방금은 엄청 아팠어요. 따끔따끔하고. 뜨거운 걸 삼킨 것처럼. 근데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 코로리 씨가 다 낫게 해줬나 봐요.”
렌은 그렇게 코로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가 이내 코로리를 놓고 스르르 주저앉았다. 모래밭에 그저 털썩 앉아버렸다.
“긴장이 풀려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렌이 민망한 듯 웃으며 코로리를 올려다봤다. 표정이 한결 부드럽게 풀렸다. 얼굴은 열이 오른 듯 조금 붉다. 렌은 주저앉은 상태로 손을 뻗어 코로리의 팔을 잡아 부드럽게 쓸고 내려와 그 손을 살며시 잡고는 이마를 살짝 숙여 그 손등에 대었다. 그 상태로 조금 주절주절 이야기한다.
“내가 진짜 잘할게요. 마음 아플 일 없고 항상 웃을 수 있게 노력할게요. 싫은 게 있다거나 고쳤으면 좋겠는 거 있으면 꼭 이야기 해줘야 해요. 코로리 씨한테 다 맞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면서 조율할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곤 이마에서 손등을 뗀 채 코로리를 올려다 보았다.
“사실 위험하다고 했던 거, 내가 자는데 코로리 씨 옆에 있으면 그리고 꿈 속에 나타나면, 내가 잠결에 그리고 꿈결에 코로리 씨 좋아하는 거 너무 티내버릴까봐…. 그래서 위험하다고 한 거였어요. 내가 코로리 씨 좋아하는 거 코로리 씨가 알면 그 때부터는 친구 못 하니까…. 처음에는 친구라도 오래오래 하고 싶었는데, 코로리 씨가 자꾸 나 예뻐하니까 나 못참겠어서.”
오히려 다른게 걱정이다. 지금 당장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것 같아서였다. 원래 이렇게 빨리 뛰어도 되는 거야?! 이렇게 크게 울리면 렌 뿐만 아니라 해변가의 다른 사람들도 다 들을 것 같았다. 아예 바다에 등불을 띄우고 있는 사람들도 이 소리가 무엇인가 고개 갸웃일 것만 같았다. 열기가 올라서는 식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그만 안고 싶느냐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니었다. 이러다 열병이 올라서 앓아누우면 어떡하나 싶다. 정말 앓아눕거든 영생을 가까이 산다는 신들 중에서도 최초일 것 같았다.
"나랑, 똑같ー"
똑같아?! 열기가 더 오를 수도 있구나 싶다. 그야 렌이 코로리보고 좋아한다고 했는데 렌이 느낀 바와 코로리 느끼는 바가 똑같다면 코로리도 렌을 좋아한다는 말이 된다. 이걸 이제서야 알아서 여태 제가 했던 짓이 전부 생각나는 것이다. 좋아하고 있는데 좋아한다는 건 줄을 몰라서 참 멋대로 굴었다 싶은 것이다. 렌이 왜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괴로워보였는지 더 와닿아 이해된다. 나, 렌 씨한테 좋아한다고도 말 안 했어. 말해주고 싶다 생각하면 렌이 모래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춤 못 추겠다."
렌의 민망한 듯한 웃음에 개구진 웃음으로 마주했다. 코로리는 렌이 손을 뻗어 제 팔을 잡으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좀 더 편하도록 자세를 낮췄다. 똑같이 모래밭에 풀썩 앉아버린 것이다. 치맛자락 팔락이던게 모래 위에 펼쳐진다. 긴 머리카락도 그랬다. 옷이나 머리카락을 신경쓸 겨를이 있나. 코로리는 체온이 낮은 편이라 열이 오른 듯한 렌의 이마가 조금 더 뜨겁게 느껴졌다. 코로리도 별반 다를 건 없다. 렌이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말 마디마디가 부끄러워서였다. 마디마디 사이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해준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있을까.
"렌 씨도 말해줘야 해, 나 서투르니까ー 렌 씨가 선생님 해!"
인간계에도 서투르고 연애에도 서투르고. 첫만남만 보아도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코로리는 조금씩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정작 잔답시고 학교 수업도 제대로 안 들으면서 그런 말을 잘도 했다.
"예쁘니까 예뻐하지! 렌 씨가 백설공주 이겼을 거야."
마법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어보면 렌 씨라고 할 거라구! 잠의 신인 코로리에게는 더욱이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저 좋아하는 티가 날 것 같아서 위험하다고 했다니, 잠이나 꿈결에 들킬 것 같아서 그랬다니 누가 봐도 사랑스러워하고 있구나 싶은 웃음 소리를 내버렸다. 코로리는 미안하다는 렌의 사과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638 >>639 >>640 >>646 당연히 인정한다구~! 렌이 귀여워서 못잔다고 하면 응 그건 어쩔 수 없다 할거라구 (*´ω`*) 렌주 나랑 완전 똑같은 생각했구나!! 나는 여름방학 중이니까, 렌 대회 나가는 거 구경 간거로 다음 일상 주제 삼고 고백갈기면 재밌겠다 ( ´∀`) 라고 생각했어~! 꿈 아니니까 안심! 나도 안심! 렌 너무 귀여워 너무 깜찍해 。゚(゚´ω`゚)゚。 일천년 다섯그루.... 렌렌코로리.... 이름을 보아하니 어느나라에서 만났어도 짝됐을 운명이구나(저세상주접) 아무쪼록 렌주 잘자구 푹 쉬어! 나도 자려고 했으니까~!
>>641 다 재워버릴라 ( ◠‿◠ ).................
해....다 떴다..... 새 지저귄다 ( ´∀`)......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맞이할 참치들 좋은 아침 보내라구~! (*´ω`*)
이런이런. 이번 일상은 적당히 서로 인지하기 -> 다음 일상에서 고백. 이렇게 갈 줄 알았는데 새벽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후후후. (싱긋) 커플 2호 축하드려요. 그리고 이어졌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번 호타루마츠리에서 유일하게 맞찌르기였던 둘이었기에 과연 어떻게 될까 싶기도 했고 사실 이전부터 주식은 사두고 있었는데..(주식 주섬주섬) 아무튼 축하드려요!
이 정도면 이벤트 성공적이지 뭐!!
그리고 이제 웹박수에 앓이나 그런 것은 확 줄어들게 되겠네요. 앓이의 대상과 선물의 대상 4천왕이 다 커플이 되었으니 이제 내 웹박수도 자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