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라는 여태 누군가에게서 강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체질 탓에 일찍 철이 들었고, 동시에 그림의 재미를 알아버린 후론 풍경을, 사물을 보고 감탄한 적은 많지만, 사람에게서 그런 걸 느껴보진 못 했다. 특이체질을 고깝게 보는 시선들 탓도 있었다. 그 때문에 요조라에게 사람은, 타인이란 그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느 누군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모두 지나칠 뿐인, 잠시 마주할 순 있어도 곧 지나가버릴,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요조라의 심장은 늘 천천히 뛰었다. 깨어있어도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천천히, 언제까지고 그럴 줄만 알았다.
좋아해요, 라고 들었을 때, 처음으로 쿵, 뛰는 심장에 요조라는 자신이 주저앉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 제대로 서 있었고 심장만이 쿵쿵대며 전에 없던 울림을 퍼뜨리고 있었다. 사귀어줄래요, 그 말을 들었을 땐 온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이 느껴진다. 덥거나 부끄러울 때 말곤 띄워본 적 없던 홍조가 희디흰 목까지 번지는게 너무 생생해서, 한순간이지만 손을 놓고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큼 그러면 안 된다고,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요조라를 그 자리에 붙잡아두었다. 먼저 제대로 말하라고 한 사람은 요조라니까, 도망치면 안 된다고 한 사람도 요조라니까, 자신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제대로 말한 코세이에게 대답을 돌려주지 않으면 무책임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갖은 핑계를 대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 요조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붉어진 얼굴을 드러내는 건 부끄러웠지만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 코세이를 바라보고, 그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서 대답을 했다.
"......좋아요. 사귀는거... 저도,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코세이를..."
아아, 말로써 꺼내고나니 이제 심장이 터질 거 같다. 여태 잠잠하던 심장에게 이런 자극은 영 좋지 못 하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생각하니 기분은 편해진다.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심장이 뛰어대고, 음악은 끝났는지 등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도, 어쩐지 그랬구나 싶어서, 요조라는 어색하게나마 풉, 하고 가는 웃음을 흘린다. 웃는건지 곤란한건지 모를 표정으로 말한다.
"왠지, 엄청, 꿈... 같네요... 평생, 이런 말, 안 할 줄... 알았는데... 정말, 꿈이라면... 안 깨고 싶네요. 이대로..."
이대로, 계속 이대로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요조라는 저 먼 불빛에 반짝이는 코세이의 은빛 머리칼을 눈에 담았다. 새하얀 백사장에 그려진 그의 뒷모습이, 문득 머릿속에 스쳐지나가, 다음은 뒷모습이 아닌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 생각한다. 처음으로 사람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여기신다면 그런 걸로 하지요." 느릿하게 말하다가 운에 대한 말은.. 자랑스럽게 말할 땐 언제고..
"운이.. 좋은 편이기는 하죠." "그래도 청룡 반지는 못 땄지만요. 그거는 그냥.. 사려고요." 원래 그런 편이지요? 라고 말하면서 오본 전에는 워터파크에 가야 할 텐데 말이지요.라고 약간 딴청을 피웁니다. 운이 좋다고 대놓고 말하는 건 조금.. 그런 면이 있다니까요?
"그럼.. 2인분은 그걸로도 괜찮겠네요." 나중에 못 간다고 하면 둥글게 둥글게. 로 제자리를 맴돌아라고 빌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라고 하지만. 그다지 진지하지는 않습니다.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걸어가다 보면. 하나 둘 냉광이 흐트러집니다. 어둠 속에서 녹색 등이 하나 둘....
"닮았나요?" 저 시린 듯한 차가운 형광과... 닮았다는 말을 듣고는 어째서? 라는 듯한 표정을 잠깐 짓다가. 아 하고는 약간은 깨닫습니다.닮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대신 시린 미소를 짓고는 손을 내밀어봅니다. 가까이에 제 짝이 있는 줄 알고 손에 반딧불이가 내려앉아도 좋고. 내려앉지 않아도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입니다. 어쩐지 서늘한 듯한 바람도 부는 것 같을까요?
1. 음~~ 특별할 것 없이 그냥저냥 평균이야~ 그치만 여름에도 손이 축축해지지 않는다는 사소한 보정은 있지....😉 더위를 심하게 타지는 않지만 비교하자면 더위에 더 약한 편이고, 추위에 강해 :3
2. 아마 필참해야 하는 단체전 말고는 딱히 없지 않을까?? 몸 쓰는 일은 잘 못해서 하고 싶다 해도 못 나갈듯... 단체줄넘기나 피구 같은 거에 꼭 끼어 있을 것 같지... 애들이 공으로 신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피구 싫다고 하지만 피하는 건 잘해서 강제로 후반까지 살아남다 장렬하게 죽을걸~
3. 음~ 편안하게 백수처럼 보내지 않을까? 인터넷이랑 취미생활 하고, 게임 연습 좀 하다가 처참하게 망해서 절망함.... 그 밖에는 놀러 나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알바나 학업 관련 체험 같은 건 안 한다! 일하기 싫어! >:3
>>345 저 위의 둘처럼 보쌈해가고 싶지만 이미 커플인 캐릭터를 보쌈해가는 것은 비매너질!! 그러니까 이 캐릭터는 그냥 여기에 두는 걸로! 그리고..ㅋㅋㅋㅋㅋ 밀당은 무슨 밀당이에요! 이미 제 생각엔 다 예측하고 주식 산 사람이 한가득이었을텐데!! (숨겨놓았던 주식 주섬주섬.)
나는 선언을 듣고 방황했습니다. 어째서? 라는 물음이 내 마음 안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물론... 실제로 오래된 맹약을 이행한 다음에 그 굳은 금석지약을 깨뜨리는 것은 좋지 않으니 지금 말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처음 만난 장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것은... 영원 혹은 순환의 신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전부 지워버립니다. 안부인사도. 신변잡기식 이야기도 모두... 나는 그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그녀는 "잊어버린 건 있지만 그걸 떠올리게 하는 그대가 두렵고 불편해지고 그런 거지?" 라는 말을 했습니다.
"잊어버리는 건 보통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지..." "맞다. 잊어버리는 건 좋은 해결책은 아니지만. 마주하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끌어다가 보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물부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눈웃음을 짓는 여자는 답이 돌아오지 않자 흥미가 떨어졌는지 물부리에 시가처럼 보이는 것을 끼웁니다.
"후..." "참고로 진짜 담배는 아니니까 신경끄려무나." 그래. 너는 바다 그 밑바닥에 있었으니 이런 건 다 젖어서 못쓰게 된 상태였을 테니. 접하기 어려웠겠구나. 라며 장난치듯 여성의 앞머리를 물부리 끄트머리로 슥 긋듯이 하면.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군.
"장모님이라고 불러드릴까..." "먼 조상님이라서 진짜 부르려면 좀 호칭이 복잡해지는데. 괜찮겠느냐?" "그래서.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답을 줄 수 있나요?" "바다 저 깊은 곳에서 히키코모리처럼 굴던 게 사람답게 구는 게 어색하구나." "답은 당사자에게 들어야 하지 않겠니?" 다정한 양 속삭이는 여성의 어둠 속에서도 새파랗게 빛나는 눈이 반쯤 접혔습니다.
"..." "내가 그 애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한 걸까..." "그게 아니면 왜 나에게 그렇게 말한 거지요?" "누누이 말했듯이 그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야 하는 거란다." "그래 유즈키..." 그 이름에 엔은 동요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는걸. 그 동요를 네가 어긋나게 해석했을 때부터 끝은 예견된 걸지도 모르지?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려진 삐뚜름한 미소는 미소가 아니더라도.. 많이 닮았습니다. 냉랭한 인상도. 웃는 모습도. 눈 색만 아니었다면 말이지요.
"너무 많이 닮았지?" "그렇...지요" "예외적이니까?" 자아자아. 그럼 당사자간의 이야기는 당사자끼리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라면서 달각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는 엔을 마주했습니다.
카페에서도 그랬다. 코로리가 서투르게 대화 주제를 바꾸고자 하면 렌이 따라주었다. 지금도 반딧불이 보러 가자는 말대로 걸음이 옮겨진다. 걸으면서 이는 바람인지 정말로 어디 저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바람에 부끄러움을 날려 보내고자 한다.
"응, 자물쇠 하나 더 생겼지."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 자물쇠가 걸리는게, 둘이 알고 있는 비밀이 늘어났단게 왠지 좋았다. 코로리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을 때는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 아등바등하는 것이었고, 아까만 해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 하겠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비밀을 들킬까 전전긍긍하고 지키기 위하여 책임감을 느끼는게 달가운 느낌은 아닌데도, 서로 비밀 이야기를 했다는 말은 듣기에 좋다. 코로리는 비밀을 공유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서라고 생각했다. 코로리는 잡고 있는 렌의 손을 조금 꾹꾹 끌어 당겼다. 그럼 앞에 보면서 걷다가도 나 돌아봐주지 않을까! 코로리는 렌이 돌아봐주길 기다렸고, 렌과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으면서 조금 낮춘 목소리로 소근거린다.
"이것도 비밀인데, 렌 씨가 친구하자고 해줘서ー 렌 씨가 친구라서 많이 기뻐. 정말 많이!"
아까 전 부끄러워하던게 사라지지 못한건지, 지금 이 이야기도 조금 부끄러운건지 뺨에 색이 있었다. 후링 씨가 선물해준 꽃이 빨개서 그래ー.
"그래서 렌 씨한테 들킨 거 좋아ー"
정말로 비밀 이야기다. 인간에게 들켰다고 했을때 혼내던 쌍둥이가 들으면 무슨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리는 계속 렌과 친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게 약속한대로 절대ー심한 악몽을 꿀 때만 제외하고ー 렌의 꿈 속에도 가지 않을 거였다. 소근소근거리던 중에 길이 내리막길로 바뀌었고, 땅에도 별이 뜬다. 반딧불이었다. 노랄 줄 알았더니 밝은 녹색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반짝이는 별들처럼 반딧불들도 어둠을 걷어낸다. 더 이상 어둡다고는 못하게 됐을 때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도 이미 반딧불이 가득했다. 이리저리 날아오르기도 하고 내려앉기도 하는 빛무리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자물쇠가 하나 더 생겼다. 비밀이 하나 더 늘어났다. 사실 비밀이라기엔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ㅡ코로리가 신이라는 비밀을 제외하고ㅡ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서로가 서로를 믿기 때문일까, 혹은 서로에 대해서 더 알고 싶기 때문일까.
렌은 코로리가 손을 꾹꾹 끌어당기자 코로리 쪽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코로리는 방긋 웃는다. 그리고 소근거리며 하는 또 다른 비밀 이야기에 렌은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떴을 터였다. 조금 덥다고 생각한다. 여름이니까, 당연하다. 렌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아 입을 열려다가, 입 밖에 내려고 하면 또 마땅치 않은 것 같아 다시 닫는다. 조금 고심한 후에야 렌은 대답했다.
"...저도 비밀인데, 코로리 씨가 마츠리 가자고 해줘서 기뻤어요."
렌은 차마 코로리 쪽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아마 귀 끝부터 발갛게 물들어가지 않을까. 그리고 우물우물 말을 잇는다.
"그리고.... 코로리 씨가 저에게 비밀을 들키지 않았더라도, 아마 같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코로리를 잡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매만진다. 입을 꾹 다물었다. 허튼 말이 나올까 염려스러운 탓이었다. 코로리는 제가 친구라서 좋다고 하는데 왜 자신의 마음은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 아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반딧불이는 녹빛을 내며 반짝이며 날아다닌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벌레이지만, 멀리서 보니 설레는 광경인 건 조금 아이러니하다. 원래 멀리서 보았을 때 더 아름다운 것도 있지 않던가. 어쨌든 신비로운 장면들임은 사실이었다. 코로리가 마치 무도회장 같다고 이야기하자 작게 웃으며 동의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여럿이서 포크댄스 같은 걸 추곤 하거든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요. ...코로리 씨는 어때요? 빙글빙글 춤 추는 거."
후링 씨도 비밀 이야기 해주려나봐. 코로리는 렌이 말할 듯 말 듯 하는게 비밀 이야기를 해주려다보니 뜸들이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렌이 다시 말할 때까지 귀 기울이고 있었고, 고개를 돌리면서 맞췄다! 비밀 이야기를 하나 더 들을 수 있었다. 어디인지 모르겠는 곳이 간질간질, 누가 강아지풀을 꺽어와 살랑이는 것 같다. 가슴 안쪽 어딘가다. 심장 근처인지 명치 쪽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서 이런 걸 겪은 적이 있었나 짚어보는데 어쩐지 렌과 있을 때마다 그런 것 같다. 특히 오늘따라 자주 그런 느낌이다. 렌 씨는 친구라서 특별하구, 마츠리도 마츠리라서 특별하니까 그런걸까ー. 잘 모르겠지만 간지러운게 싫지 않아 웃음 짓기 쉽다.
"그럼 다음에도 마츠리 같이 가자."
사탕 하나보다 두개가 더 좋은 거니까! 코로리는 비밀을 들키지 않았어도, 아마 같았을 거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였다. 비밀을 들키지 않았어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란 뜻일까? 그때 렌이 휘말려버려서 시작된 일이니까, 우연 하나가 없었더라면 아마 친구를 하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렌이 생각하기에는 아닌 모양이다. 이렇든 저렇든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란 뜻이려나 보다. 어두운 산속 내리막길인데도 반딧불이 환히 밝혀, 밝고 엷게 붉어진 렌의 귀 끝이 보인다.
"렌 씨가 꽃처럼 보였나봐."
하얀 꽃인 줄 알고 빨갛게 칠해버린거야ー. 코로리는 자신이 검정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아닌 것도 같았다.
"반딧불이가 꽃을 좋아할까?"
빙글빙글 춤 추는 모습은 예쁘겠지만, 코로리가 잘할 자신은 없었다. 움직이기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그래서 고민하는데 오늘은 반딧불이라며 말하는 렌을 보니, 코로리가 꽂아둔 실핀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가 싶었고 코로리도 조그맣게 웃으면서 렌에게 물어보았다. 렌이 선물해준 머리장식은 모란꽃이었는데, 머리에 달아둔 장식 때문에 렌이 반딧불이가 되었다면 코로리는 꽃이 되는 것 아닐까. 나비나 벌이 꽃을 좋아하는 건 알아도 반딧불이의 이야기는 모르겠다.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은 아니었는지 코로리는 한 마디 더 말한다.
그는 우뚝 멈춰서 토와를 돌아본다. 팔짱을 끼고선 한쪽 손을 들어올려, 검지를 척 펴고 어허, 하며 짐짓 엄한 소리를 낸다.
"말에는 힘이 있으니 혹 농으로라도 정말 입 밖으로 내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릅니다. 못된 소원 대신 아름다운 시 한 수 읊으신다면 멀리서 전해 듣고 제 마음이 동하여 반성할지도."
소리내어 뱉은 말에는 힘이 깃들어 좋은 말은 복을 자아내고 나쁜 말은 흉사를 부르며, 아름답게 지어낸 가구佳句 한 구절에 신조차 감읍하여 은혜를 베풀기도 한다. 事와 言의 신이니 더더욱 신경쓸 수밖에. 사실 이 정도 농담으로 웬만해서는 별일이야 없겠지만, 신조차도 함부로 주워섬긴 말에 흔들리는 법이니 찜찜한 일은 장난으로라도 만들지 않는 편이 좋다. 영 맥락 모를 훈계를 하고서는 다시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닌 게 아니라 소리 없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자 한 바퀴 빙글 돌아 그 정경 눈에 담으며 내리막길을 걷는다.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위태해 보이지가 않는다.
"와아, 요즘 세상에는 이런 풍경 보기가 참 힘든데 말입니다. 빛이 마구 어른거리니 황홀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 이건 그런 방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니 정가하다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눈가로 날아 지나가는 반딧불이 한 마리를 눈으로 좇는다. 손을 들어올려 얌전히 기다리다, 기회를 보아 휙 손 뻗어 한 마리를 손 안에 가두어 붙잡는다. 잡자마자 곧바로 손을 풀어 주었지만 그 행동에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 않았는지 날아가지도 않는다. 그는 반딧불이를 올려둔 손을 토와에게 내밀며 천진하게 웃었다.
467 자캐의_이름에는_어떤_의미가_담겨_있는가 - 신명을 이야기하자면 天津事代神/天津言代神. 하늘의 일/말을 대신하는 신이라는 뜻이야. 간단하고 직관적인 뜻이지 :3 그리고 인간 이름은 지난번에 말했듯이 성은 용궁(竜宮, 음독으로 류구)의 사자니까 타츠미야(竜宮, 훈독). 이름은 의식의 흐름으로 하츠미야마이리 행사에서 따와서 마이리. 응... 대충 지었지...😙 이름 한자는 그냥 음에 맞춰서 끼워넣은 거라 별 의미는 없어~
493 최근_자캐가_외로움을_느낀_순간이_있는가 - 없어~ 없어서 더 할 말이 없다!
277 좋아_vs_싫어_자캐가_더_많이_하는_말은 - 음~ 비슷하게 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좋아를 조금 더 자주 할 것 같네🤔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말을 하는 거겠지요?" "..그래도 시구를 읊는 것도 닿는다면 좋은 일이겠네요" 닿지 않는 것에 공허하게 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콘의 끄트머리마저도 남기지 않은 아이스크림의 흔적도 샘물을 마시며 다 삼켜버렸으니.
"아름답네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바라보는 표정에 옅은 미소가 떠오릅니다. 얌전히 가두어졌다. 날아가지 않는 것을 봅니다.
"그런가 싶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반짝거리는 불빛을 예쁘게 구경하다 보면 산자락 사이에 아주 조금 남아있던 하늘의 보라빛마저도 밤에 집어삼켜져 짙어집니다.
"호타루마츠리에서 이렇게 즐기는 것도 괜찮네요" 입시를 하는 고3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이지만 토와니까 괜찮은걸까?
"앉아서 구경하는 것도 좋네요."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일어나야 하는 때가 있지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어떤 순간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반딧불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광경이 바람과 함께 흔들거립니다.
이곳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던가. 이제는 익숙해진 행동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벽에 걸어둔 시계를 보니 아직은 새벽 다섯 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여름이 조금씩 깊어가는 이 시기에는 창가에 둔 천막 사이로 조그마한 햇살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올해 봄은 제법 재미있었다. 벚꽃이 만개하는 한편, 교내 곳곳에서 내가 원하던 것들을 찾을 수 있었으니 어떻게 되었건 괜찮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이은 이 더위. 맑은 날씨는 괜찮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심한 더위나 심한 추위에는 약한 편이라 날이 더 더워지면 견디기는 더욱 힘들 것이 분명했다. 때로는 예전처럼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것도 좋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런 것은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잘 따르는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그렇게 쉽게 따르는 아이들은 쉽게 착각하는 법이다. 고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또한 그것을 고쳐야할 이유도 딱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하고 싶지 않다.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잘 닦인 거울에 비추는 모습이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웃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은 좋다. 오랜 친구와 그다지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를 하면 재치있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항상 크게 웃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오래도 씻는 군.”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하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지금은 명목상 카미야 마사히로의 아버지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좋게 표현해서 나의 벗에 해당하는 남자였다.
“후후후, 그야 여고생이니까요. 생각이 필요할 때도 있답니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녀석이 말이냐?”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하지 않았었나요?”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나도 그를 따라 웃음을 짓고는 식탁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교복이 어울리지 않는군. 차라리 다른 곳에서 지내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만.” “어머나, 아버님은 지금 저를 버리려는 생각이십니까?” “형편에 없던 딸이 생긴 건 고사하고 네가 인간 흉내를 낸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만.”
식탁 위에는 조금 식은 밥이 차려져 있었다. 굳이 데울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국에 말아버리고 나니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강한 햇살이 창문을 넘어 거실 안쪽을 비추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있으니 조금 더 여유를 부려도 될 것이다. 먹던 그릇을 다시 식탁에 올려두고 그의 말에 대꾸하기로 했다.
“저는 보는 이에 따라서 보이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꽃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닙니까? 몸에 맞지않는 이는 싫어하고, 또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하고. 그런 겁니다. 저의 이 모습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이니까요. 지금은 여고생인 겁니다.” “억지 부리기는.”
/// 갱신합니다!! 이런거라도 쓰지 않으면 안그래도 낮은 속도가 더 낮아지겠어...!!!
다음 마츠리도 같이 가자는 말에 렌은 미소 띄며 그러자고 한다. 코로리가 한 말인 꽃 이야기는 의미를 알지 못해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흘려듣지는 않는다. 코로리와 대화해보면 나름의 의미들이 있었는데 그 때는 모르더라디 나중에는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딧불이가 꽃을 좋아할까, 하는 말은 너무 중의적인 느낌이 들어 차마 말을 얹지는 못했다. 방금 자신이 반딧불이라고 한 직후인만큼 더더욱. 다행히 코로리는 대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는지 이내 실수로 발을 밟을지도 모른다며 이야기한다. 렌은 그 말에 작게 웃는다.
"제가 안 밟히게 잘 피해 볼게요."
동굴에 머리를 찧은 사람이 말은 잘 한다. 어찌 되었던 반짝반짝 예쁘게 빛났던 반딧불이는 마을로 가까워질 때까지 주변을 밝히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리고 보이는 건 반딧불 석상이 있는 신사였다. 렌은 궁금증이 일었다.
"코로리 씨는 사쿠라 마츠리 때 벛꽃나무 신님한테 소원 빌었어요?"
신님도 신님에게 소원을 비는지 궁금한 탓이었다. 그리고 신사에 들러서 소원을 빌고 갈 지 물어보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