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엔 내가 주기적으로 영상을 못 올릴 것 같고 우리 애들 스트레스 받을까 싶어서.] [동물원에서 일하니까 그런 쪽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
그야 동물원의 동물들도 아무리 케어를 한다고 해도 아예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한번씩 밖으로 안 내보내고 안에서만 보내게 하면서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먹이는 시간이 있지 않던가. 선우는 이내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아롱이와 다롱이의 머리카락을 각각 천천히 쓰다듬었다.
[오라고 하면 올래?] [너도 피곤할 것 같고 무엇보다 나도 주말에 늘 쉬는 것은 아니니까 오고 싶어도 힘들걸?] [아무튼 그러면 가끔 귀여운 샷 있으면 보내줄게.] [아롱이와 다롱이를 동영상으로 올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귀여운 거 알아주는 이들 많으면 좋잖아?]
[그건 그렇고 톡하면서 느낀 거지만 진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어릴 때 내가 기억하는 분위기와 달라.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10년간 참 많이도 변했다지만,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기 마련인가 보다. 농담으로 던진 말에 꽤 진지한 답변이 돌아온 것에 어딘지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오빠 말처럼 어릴 때 같이 진짜 놀러 갈 생각은 없긴 하지만.] [주말에 편하게 놀러 나갈 체력이 안 받쳐주니까.]
선우의 말대로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주말에는 집구석에 퍼질러져 있기 바쁘다. 슬슬 외출 한 번 하려 하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나이인지라. 물론 이 말은 제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이 들었다간 어처구니없어 할 것이 뻔하다. 아직 서른도 안 됐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벌써 이리 골골거리니 미래가 암담하다.
[어릴 땐 사고 많이 치고 다니긴 했었지.] [학창 시절 기억의 절반은 장난이나 사고 치다가 혼난 기억인 거 같아.] [오빠가 나랑 같은 학년이었으면 오빠도 자주 휘말렸을 텐데 아쉽네.]
(다롱이가 크게 입을 벌리면서 하품하는 사진) (아롱이가 몸을 웅크리고 자는 사진) (아롱이가 다롱이 등에 타고 앉아있는 사진)
[그럼 이렇게 사진 보낼테니까 이걸로 만족해.] [아. 하지만 운동은 좀 하고. 체력 벌써부터 떨어지면 나중에 큰일난다. 너.]
마지막 톡은 아주 살짝 진심을 담아서 그녀에게 보냈다. 물론 그녀가 어떻게 보낼진 알 수 없었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체력은 필수였으니까. 이어 그는 들어오는 톡에 살며시 눈을 돌렸다.
[너랑 같은 학년이면 진짜 완전 한세트로 묶였을걸?] [어른들은 나이 같은 이들이면 괜히 더 한세트로 묶으니까.] [내가 진성이와 그랬던 것처럼.]
[아! 그러고 보니 나 진성이 이름 봤어.] [우리 동물원에서 지금 홍보용 일러스트 의뢰하려고 막 사람들 알아보는데 거기 진성이 이름 있더라.] [나중에 미팅자리 생길 것 같은데 혹시 만나서 진성이면 너에게도 알려줄게.] [솔직히 단순하게 웃고 잘 지냈구나. 정도로 끝낼 자신은 없지만.]
그야 아무런 말 없이,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그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같은 학년이었으면 한세트로 묶였을 거라는 선우의 말에 무어라 답을 하려다 진성이의 이름이 언급되자 은서는 보내려던 톡을 지우고 잠시간 답하지 않았다. [설마 진짜로 진성 오빠려고.]라는 문자를 작성했다가 다시 한번 살포시 지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고, 이 세상은 생각만큼 넓지 않다는 사실을 바로 얼마 전에 선우와의 재회를 통해 깨닫지 않았는가.
[고양이 카페에 가면 고양이 많더라.] [가끔 보고 싶으면 그런 곳에 가도 괜찮지 않아?]
소리내어 쿡쿡 웃던 선우는 이내 그녀에게서 톡이 없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 있겠거니 싶어 다시 아롱이와 다롱이를 품에 끌어안으려는 순간 다시 톡이 오자 그는 다시 핸드폰을 여유롭게 확인했다. 엄청난 우연이라는 말에 그는 공감하듯이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당연히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러게. 그래서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아마 그쪽으로 컨텍이 갈듯 하고 미팅을 할듯 하니 진짜로 구경할게.]
[맞다면 고려해볼게.] [사실 때리는 것보다는 왜 갑자기 말 없이 사라졌는지를 더 묻고 싶으니 이유에 따라서 열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말도 안되는 이유, 그리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면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냥냥펀치 연습이라도 미리 해야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있다가 다시 톡을 잡았다.
[가급적 빠르게 주현이네 집에도 가봐야겠어.] [롤케이크 사가면 좋아할까?] [걔 어릴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나 맞아죽진 않겠지?]
[요즘은 인터넷 치면 바로 다 나오더라.] [아마 번화가 쪽에 한두개 있긴 할 걸? 네 집이 어딘지는 모르니까 거기 위치는 모르겠네.]
[그럴게. 그래도 정말로 진성이라면 일단 물어보긴 하겠지만 말이야.] [예의상으로.]
아무리 진짜 진성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연락처를 막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정말로 '예의상' 물어보기는 할 거라고 톡을 보낸 후 그는 살며시 소파 위에 편하게 드러누웠고 아롱이를 태우고 있던 다롱이도 편안하게 자리를 하려는지 다리를 굽히고 정말 편하게 머리를 땅에 대고 앉았다. 그 모습이 괜히 귀여워서 선우는 사진을 찍었다.
[죽지 않을만큼 맞는게 더 위험한 거 아니야?] [어쩌지. 나 주현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 엄청 무서워졌어.] [아니야. 오히려 빨리 만난 후에 너보다 내가 더 먼저 만나러 왔다고 하면 살수도 있겠다!]
선우는 동물을 정말로 좋아하니까! 그렇기에 사실상 선우도 털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 그래도 동물을 좋아하기에 다 감안하고 감당하고 살아가고 있어. 사실 더 넓은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선우에게 있어선 큰 미안함일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일단 마당이 있으니까 리트리버는 거기서 신나게 놀고 있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