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한 것보다는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렌이 말하면서 유달리 말이 뚝뚝 끊기길래 무서운 걸 싫어한다는게 부끄러워서 그런가 싶었다.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서 코로리는 고개를 갸웃였다. 무서워하길래 깨운 잠이 몇 밤인지 세지도 못해! 그리고 코로리도 그런 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잠을 자는데 방해되는 카페인을 싫어하는데, 악몽꾸기 좋은 공포 소재들도 비호감인 편이었다.
"후링 씨가 양귀비되는 건 싫은데ー"
렌에게 자신의 힘을 담아서 줄만한 물건이 없어서 고민이다. 머리핀을 주기에는 새것도 아닌 물건이고, 양귀비는 이미 너무 많다구. 놀겠다고 안 자, 공부한다고 안 자, 일 한다고 안 자, 맨날 안 잔대.
"렌 씨, 그. 정말 내가 옆에 있어도 악몽은 안 꾸지만 내 힘이라구 할까, 담아주거나 전해줄 수도 있으니까아."
안절부절한 목소리에 오해가 털실뭉치처럼 엉켰다는 걸 알았다. 렌이 말한 위험은 그게 아니었고, 코로리가 말했던 나는 이 몸을 말한게 아니었고. 코로리는 하도 꿈 속을 돌아다니다보니, 몸은 분명 쌍둥이와 같이 지내는 집에 자고 있어도 저 멀리 도심 속 아파트에 사는 양귀비에게 가있고는 하니 몸에 묶여있기에는 조금 광범위했다. 코로리의 오해는 풀렸으니 렌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설명하는데, 나… 신처럼 안 보이는 거야? 렌의 목소리로 자신이 조심해야할 것 같다거나, 무해하다거나 하는 말이 이어진다. 보건실에서 저가 렌을 순식간에 훅 재워버린걸 까먹어버린걸까 하는 생각도 드는 코로리다. 신이 인간한테 조심하는게 맞잖아! 나 무서워하는 건 싫지만, 나쁜 신은 아니지만! 원래 인간들은 신 같은 거 보면 조금은 겁내는 거 아니었냐구! 신이라는 걸 들켰을 때는 신이 아니라고 생각해달라 간절했는데, 지금은 신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졌다. 초대받지 못한 요정님처럼 모두 자장자장해버릴 수도 없는데!
"나 꿈에서는 꼭꼭 숨어서 안 보여! 렌 씨 꿈에는… 렌 씨 찾아간거니까 보이게 한거구."
무엇보다 코로리가 직접 재우려고 하면 물건에 힘을 담아주거나, 몇 번 닿아서 힘을 전한 것과는 달리 쉽고 깊게 잠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꿈 속까지 직접 깨우러 간 것이기도 했다! 사고치고서 수습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영원히 사랑해ー 하고 약속하고서 입맞추는 거가 혼인의식이랬어."
신사에 들어갈 때는 그렇게 인사하는 건가봐! 렌을 따라서 합장을 올리고 인사했다. 이 신사가 모시는 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신사가 신들의 결혼식장으로 쓰이고 있다는 건 알까 궁금했다. 그러고서 렌의 질문에 답을 하더니, 검지를 입술 위로 올리고 이것도 비밀이야? 라며 생글 웃는다.
양귀비는 또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이내 괜히 이야기했다는 듯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고. 아직 꿈에서 나온 적은 없으니까….”
안 나왔으면 좋겠지만 나온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그냥 기분이 나쁠 뿐이니까. 처음에 물었을 때에도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었고.
그러다 렌은 코로리의 이어지는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을 모호하게 한 코로리의 잘못일지, 아니면 제 착각이 문제일지. 코로리를 처음 만난 것은 아주 비현실적인 감각이었지만 울고 웃고 딸꾹질하고 놀라는 모습은 너무 인간적인 것들이라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여전히 잠의 신인 코로리는 모르는 것 투성이고ㅡ코로리는 무언가를 정확히 설명하는 편은 아니다ㅡ 자신은 그저 코로리의 한 단면만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럼 꿈 속에서 만나는 코로리 씨는 다 가짜 코로리 씨겠네요.”
이제 헷갈릴 일은 없을 터였다. 꿈에 코로리가 나올 일은 없겠지만 꿈에서 또 코로리를 만나면 그 때처럼 놀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왠지 놀림받은 기분에 렌은 이마를 짚었다가 이내 심술을 담아 키 작은 코로리의 까만 머리통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리려 했을 것이었다.
“어쨌든…. 제 꿈 속에는 찾아오지 마세요. 찾아오면 친구 안 할 거야.”
코로리가 다른 사람들 꿈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피터팬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제 꿈속에 몰래 들어와 제 꿈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찾아온다고 진짜로 친구 안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금제는 되지 않을까. 평소에 꿈을 많이 꾼다거나 잠을 잘 못잔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괜찮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
앞의 이야기가 어찌 흘러가든 신사를 구경하고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었다. 그나저나 사랑을 맹세하는 건 맞춘 건가? 그리고…
“동화 같은 이야기이네요.”
말 그대로 동화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입맞춤이라니 말이다. 이곳에 있는 신사라고 함은 아오노미즈류카미님의 신사인 것일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넓은 신임에 분명했다. 자신이 신이라면 제 신사 앞에서 이름 모를 커플들이 계속 찾아 오는 것은 싫을 것 같다고 생각해버린다.
뭐, 사실 저 신사는 신사라기보다는... 신계와 인간계를 이어주는 통로 같은 곳이기도 해서. 신이 저기 저 신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신계로 통하는 통로가 형성된답니다. 우연히 휘말리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이들이 바로 카미카쿠시된 이들이에요. 공식 설정입니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