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어렵다. 물론 태초부터 인간들은 어려운 존재이긴 했으면서도... 원하는대로 (아님) 물고기도 내쫓아 줬는데 왜 울상인 건지. 아니면 역시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이쯤되니 의문인 것이 '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지'였다.
"슬플 땐 울어주고, 화날 땐 짜증내고, 행복할 땐 웃어주고. 난 그런 거 잘 몰라.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어떻게 알아. 너는 그럼 언제 행복한데?"
그렇지만,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를때에는 어쩐단 말인가. 도무지 필설로는 이해되지 않는 그런 것들이 있는데, 나는 오래전에 그러한 것들을 죄다 덮어버리고 삼켜버려서 아픈 배 붙잡고 무시해버렸다. 나는 너의 말을 복습하려는 듯 중얼거리다 이어지는 말에 또 괜히 마음이 찔려서...
"...그정도로 싫어하진 않아. 그냥, 그냥. 네가 잘 행동하면 나도 안 싫어 했거든. 그런 걸로 신경쓰지마. 사람이 살다보면 미움 좀 받을 수 있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러는 것도 필설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였는데 불연듯 짜증이 나다가 화가 풀리고 괜히 가시 세우는 이것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고, 또 무던한 축생이었을 뿐인데 최근 들어 -그게 100년 전쯤인가- 자꾸만 바뀌려 든다. 코노에가 나의 몸 일부를 돌려주며 함께 놓고간 감정 부스러기들도 설명되지 않을 무언가였는데, 나는 얻고도 상실한 듯 여즉 길을 헤메고만 있다.
"...정말? 외할머니 이야기를 했어? 또 무슨 말 안하디?"
분명한 것 하나,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쁠 수 있는 생명이더라. 나는 턱을 지탱하던 손을 의자에 짚고 자세를 바로했따. 너를 향한 몸은 수면 위에 머리 올린 물뱀이다. 녀석이 나를 보는 시선이 어째 곱지 않다. 굳이 다지자면 다수의 의구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가 중요한 건 그게 아닌지라, 너에게 되물었다.
"왜, 그냥 궁금할 수도 있지. 빨리 말해봐. 원래 내가 남의 집 사정에 궁금한 게 많아."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변명거리를 더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적이 없어서? 아니면 원래 태생이 좀 음침하다? 나는 상식이 없다? 전부 괴상하고 기이한 말뿐이라 생각을 접는다.
"타타군요." 이름을 듣고는 나쁘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여 긍정합니다. 그리고.. 아쿠아리움 쪽에 가서 앞에서 나와도 된다는 말일까? 싶지만...
아쿠아리움은 무리. 라기보다는 조금 거북하지만 음... 수준이기 때문에 아쿠아리움으로 코로리와 함께 가려고 했을 겁니다.
"시기 이전에는 괜찮은데.." 그런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 느낌인 걸까? 아쿠아리움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직 본격적인 아쿠아리움 안이 아니라 은은한 불빛이 있을 겁니다.
"아쿠아리움 안내책자가 있네요." 같이 보실래요? 라고 묻습니다. 아마 안에는 아쿠아리움의 행사 일정이나(상어에게 먹이주기나 물고기들의 쇼나.. 닥터피쉬 체험이나.. 펭귄 쇼라던가) 아쿠아리움의 안내도가 있을 겁니다. 아쿠아리움의 자랑은 해저 터널같이 꾸며둬서 물고기의 유영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저 터널도 있다고 하네요. 휴양지를 만들 때부터 설계하여. 해저터널을 아크릴로 만들어 섬 주위의 물고기들이나 그런 것들을 볼 수 있게 꾸며놨다고 하네요.
"소중한 사람들하고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그 사람이 행복해서 웃음 지을 때라거나. 같이 맛있는 것을 먹을 때라거나. 소소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라거나. 너는 그런 적 없었어? 몸 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느낌 말이야."
렌이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이야기했다. 렌에게 행복이란 그런 것이었다.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많이 성취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렌에게 행복함의 반댓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외로움이라고 답하리라.
"나는.... 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너한테 뭘 잘못한 줄 알았지. 그게 아니면 됐어."
렌은 신경쓰였던 것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는 듯 조금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미즈미와 조금 비슷한 표정이었을까. 렌은 대체로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하고 잘 지내려고 하지만, 굳이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을 맞추려고 하진 않았다. 그러기엔 자신이 소모해야 할 에너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어머니가 한 외할머니에 대한 말에 아무래도 기뻐하는 듯 하다. 자세를 바로하며 자신에게 좀 더 묻고싶어하는 모습에 렌은 물음표를 띄운다. 이상한 여자애. 렌은 미즈미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도리어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