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걸렸다, 오늘은 확실히 잘못 걸렸다. 딱 봐도 나보다 키가 10cm는 더 커보이는 선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10회나 해야 한다니? 아미카는 차라리 이 상황에서 도망칠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아냐, 아냐 안돼! 내가 좋아하는 케니와 오카다가 65분간 경기를 펼쳤을때 도망갔어? 끝까지 경기를 끝내고 5성 만점에 7성을 받았잖아! 이걸 성공한다면 6성이 되는거야(?)'
"시..실례할께요~..선배니임..!"
아미카는 조금 힘빠진 목소리로 말하며 왠지 약간 자신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이는 선배를 누우라고 한 뒤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확실히 쉽진 않았지만 어찌저찌 들어올리는데는 성공했다.
"첫번째 칭찬이라며언.. 확실히 가볍다..?"
이후 다시 앉았다가 빠르게 일어났다.
"달달한 냄새도 나고오.."
또 다시 빠르게 앉았다가 일어섰다. 무릎이 좀 아픈 것 같았지만 여러 스턴트를 위해 무릎을 희생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피부도 깨끗하..시네요.."
아미카는 곡소리가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이후에도 시력이 좋다, 검은 머리가 예쁘다, 차도녀 같다 등 별별 칭찬을 했다. 이제 2번 남았다.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정신이 들고보니 손에 숫자가 적힌 막대를 들고 있었다. 막대에 적힌 숫자는 2, 그리고 미션을 수행할 사람은 6번과 2번... 2? 난가? 나야?
"...뭐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6번인 사람을 발견한다. 곤란하달까, 당황스러운 건 서로 마찬가지인 듯 하다. 그야 그렇겠지, 이런 자리에서 그것도 첫번째라니, 빠르게 해서 끝내는게 좋겠다 싶어 6번 여학생이 하는대로 가만히 있는다. 자신보다 키 작은 여학생이 어떻게 자신을 들고 열번이나 앉았다 일어나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보다, 지금은 고생한 여학생의 격려가 먼저일 듯 해서, 끝난 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한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왕으로서 명령을 내린 이가 이자요이의 성을 지닌 누군가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교류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째서 알 것 같냐고 물으면 그것이 바로 꿈 속 파워이기에. 속으로 '이자요이. 이자요이!! 또 나를!!' 이라는 마음 속 큰 외침은 당연히 입 밖으로 나올 일이 없었다. 여동생에 이어서 오빠되는 작자까지. 물론 이건 꿈 속이었기에 그리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일어나면 코세이의 성이 이자요이인 것도 모두 잊어버릴테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아무튼 아미카에게 애교를 부리라고 하니 아키라는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애교를 부려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부려야하는지 애매하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도 왕게임. 시미즈의 이름을 걸고 (Feat.어디의 소년탐정)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볼을 힘껏 부풀린 후에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볼을 콕 찍었다.
이상한 장소. 신의 장난일까? 그렇다면 무슨 이유일까? 악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카루타는 자리에 벌렁 누워버립니다. 아, 좋다. 이렇게 쉬다보면 알아서 보내줄 테지요. 보내주지 않는다면 보내고 싶게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누워서 귀여운 인간들의 재롱을 보니, 손에 들린 막대에 왕이 적혀있지 뭡니까.
"아- 내가 왕! 그래, 내가 왕이 될 상이긴 하지!"
폭군은 아니고요? 소맷단에서 주사위를 꺼낸 너는 어딘가 쎄하게 웃습니다.
"그럼~ 우리 쉽고 즐거운 거 해요~ 여기서 먼저 나온 사람이 나중에 나온 사람을 꼬옥~ 쓰다담♡ 해주면서 요시요시♡ 오늘도 간바레♡ 해주기?"
연속으로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품을 하며 아키라의 애교와 그걸 받아주는 아까의 여학생의 미션을 바라본다. 이런게 재밌나, 흐응. 손으로 턱 괴고 눈만 깜빡이다가, 새로운 막대를 뽑는다. 이번엔 4번이네. 그리고 미션은 4번과 5번...?
"또야..."
그나마 연속이 아닌게 나은 걸까. 4번 막대를 휘적이며 5번을 찾는데, 아, 왜 또 5번은 저 사람이야... 하, 짧은 한숨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별거 아닌거 빨리 하고 끝내버리자, 라며 코세이에게 다가가다가 예전에 마히루가 가르쳐준게 생각난다. 설마하니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왠지 지금이라면 해볼 만도 할 거 같다.
뭐... 한번 쯤이야...?
코세이 앞으로 가서 잠시 응시하다가 팔을 든다. 키 차이가 좀 있지만 발꿈치를 들면 얼추 맞는다. 그대로 끌어안고, 한 손으로 코세이의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미션에 나온 대사를, 코세이에게만 들리게끔 귓가에 소곤소곤.
"요시요시...오늘도, 간바레..."
귓가에 하느라 뺨이라던가 닿은거 같은데, 잠깐이니까 상관 없으려나. 불평 할테면 하던가. 그런 표정으로 그렇게 미션을 끝내고 떨어져 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