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씨... 하고 대답하는 알렌은 마치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한태호나 현준혁이었다면 등짝을 한 대 때려주면서 밤중에 기숙사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 하냐고 핀잔이나 주었을 텐데. 알렌은 첫인상부터 예의가 발라서 왠지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망념은 적절히 분배해야겠습니다." 너무 많이 썼다가는 안되겠군.. 지한은 주 기둥에 있는 폭탄의 해체를 하면서 알렌에게 간단하게 말을 겁니다.
"다음은 지하부터 이동수단의 폭탄을 제거하며 올라가는 게 될까요." "하지만 스테이터스를 강화해서 빠르게 제거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마지막 보스가 테러범의 동료라고 해도 폭발물 제거가 조건으로 붙어 있는 이상 제거는 보스를 쓰러뜨려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해체한 폭발물은 저희 뒤에 수습조가 들어와 회수할 테니까요. 빠르게 해도 괜찮을 겁니다. 라고 말하고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하지.. 같은 생각을 지한도 하고 있지만 그건 괜찮을 것이다..
화력을 줄이고 해도 뿌리 내린 거목도 아니고 강인한 것도 아닌 나무의 조각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온 시점에서 이미 슬슬 끝이 오고 있었지. 어쩔 수 없고, 꽃이 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던 터라 입맛을 쩝 다셨다.
"꽃은 지기에 아름답다고도 하지만 나는 만개한 게 더 좋은데."
심지어 저건 다시 피지도 못하잖아. 내 의념도 이런 내 생각의 영향을 받았는지, 꽃을 지게하는 것이 아니라 피우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할아버지한테 배운 거다. 그 오텀세이지 같은 할아버지. 사실 이미지라고 하면 그런 것보다는 대나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건 꽃 피는 게 죽는 때잖아..
강철 아저씨는 아직 귀를 꺼내지 못한다고 했다. 원래부터 동물 귀가 나있어서 본능을 가려서라도 귀를 숨기고 싶어 하는 나랑은 반대다. 오랜만에 귀를 꺼내 놓으니까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만 아니면 펑상시에도 마음 편하게 꺼내놓고 있고 싶은데.
"미안할 게 뭐 있어."
사람들은 미안하단 말을 참 자주 한다. 별로 미안할 일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한다. 글쎄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괜찮다고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명성이라 명성치라 곰곰히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단출한 검은 색의 수첩에다가 잔뜩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써내려간다. 상태창을 아무리 확인해 볻아도 명성 1이라는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입학전에 합법이었지만 제법 화려하게 저질러서 그 이상일 줄 알았는데 정보차단을 어지간히도 잘해놓은 모양이다.
'태식씨가 말했던 백화점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데.'
-안녕하세요. 그러니까..마츠시타양?"
주저하는 목소리 언젠가 들어본적이 있는 목소리에 린은 슬쩍 고개를 돌려 저를 부른 사람을 바라본다. 결이 고운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저보다 작은 여학생이 머뭇거리면서 백화점에 갈 것인지를 물어본다.
뭔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지한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혼자 가도 상관은 없지만.. 같이 가는 게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압구정 쪽으로 가면 된다고 하려 합니다. 다만 진짜 태식 아재가 들어간 명품관이라기보다는 의념 비각성자용 백화점 같은 느낌이네요. 그래도 백린이 슬쩍 보이고, 가드가 있는 것 자체는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부터 가는 게 좋겠습니까?" 1층은 화장품이나 명품관 같은 게 있고. 3층이 여성복 매장이려나요.. 식당가는 9층? 팝업스토어는 지하?
손가락이 튕기며 나무는 노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내부의 열로 인해 폭발하기 직전, 금이 간 틈새에서 나오는 것 같은 빛이었다. 빈센트 형의 말을 끝으로 터지는 모습을 보면 실제로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열기에 인상을 썼다. 만개, 만개? 나는 웃어보였다.
"화려하고 아름답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들었다. 피어난 꽃이 스러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만개한 후에는 시간과 함께 땅에 내려앉아 다음 꽃을 위한 양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뭐랄까, 장작을 삼은 것 같아서. 꽃은 흔적도 없이 남기는 것 없이 재가 되고.. 그런 마음을 티내지는 않고, 부채를 접으며 그냥 웃었다.
폭탄이 해체되었지만 쉴 틈은 없었습니다. 주 기둥이 안전해졌다일 뿐 아직 폭탄은 남아있습니다. 특히.. 이동수단에 폭탄이 장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빠르게 해체하면서 올라가야 하니까요.
-치직.. 테러범의 동료가 최상층에 있다는 cctv 보고가 들어왔다. "알겠습니다. 제압 혹은 사살 또한 상정해두겠습니다." 지한은 그렇게 답하고는 알렌에게 눈짓으로 올라가자고 말하려 합니다. 일단 이 백화점에 존재하는 모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에 놓아두기에는 감시가 있을 테니. 눈에는 띄지 않지만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장악할 수 있는 관제실과 엘리베이터 통로에 가서 폭탄을 해체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잠깐 갈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관제실로 가시겠습니까. 주 엘리베이터 통로로 가시겠습니까? 관제실은 서쪽에 있고. 주 엘리베이터는 동쪽에 있는 편이니.. 그렇게 그쪽에 있는 폭탄을 해체하고 최상층에서 만나자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혼자만의 여유도 중요하지만 같이 있는데에서 오는 정서적인 교류를 충족하는 것도 매한가지로 중요하와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서 지한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때며 "저번 게임에서 만났지만 개인으로서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니 반갑사와요." 라 인사한다. 압구정, 한국에 입국하고 몇몇 명소를 소개받았을때 끼어있었던 이름 중 하나였나.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은 얼마 전을 떠올리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말하며 웃는다. 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좋은 경험 보다는 눈에만 좋고 마음은 아픈 시간이 될 예정이겠지만 인맥에 비하면 그렇게 쳐줄 만한 아픔도 되지 못한다 간단하게 판단해버린다.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분과 함께하는 여유시간을 마냥 일에 쓰는 것도 좋지는 않으니 이도 소녀는 좋다고 생각하와요. 음..소녀는 별달리 생각한 물품이 없는지라 지한양이 필요한 목록부터 보는게 어떠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