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득거리며 렌을 바라보았다. 혼자 잇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로드에겐 사람, 만남, 사건 같은 통제 할 수 없는 것들이 필요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모든 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몇년 동안 지속한다고 하면 직접 행동하는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지경이라는 알아줬으면 한다. 아니, 모르는 게 나으려나.
"하긴 다른 로직 봄 클랜원도 있으니까요! 이젠 다른 사람들이랑 자주 올 수 있겠네요."
렌의 말에 밝게 웃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온 국수와 카레를 받아서 국수에게 렌에게 내밀었다. 숟가락을 들고 카레를 가득 퍼서 입에 넣었다. 혀를 치듯 강하게 느껴지는 매운 맛에 숨을 깊게 내쉬었다. 매운데 맛있다! 컵에 들은 물을 한번에 들이키고 카레를 퍼먹었다. 매운 걸 그리 잘 먹는 편도 아닌데 계속 찾게 되는 건 매운맛이 아니면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단이 없었다. 그리고 건강에 문제없이 오래 즐길 수 있으니까. 사실 노화가 멈춘 상황에서 건강을 그리 챙길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만 말이다
"저야말로 권유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이라고 받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운동이 끝나면 뭘 먹는 편이 아니니까 말이죠."
친구들이랑은 시간이 맞질 않고, 부모님하도 그렇고. 컵의 물을 한번 더 비워낸 뒤에 다시 물을 채워넣으며 렌은 로드의 말에 대답하고는 베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게다가 극존칭이 한결 편해보이는 존칭으로 바뀐 건 나름대로 친해졌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눈은 제대로 마주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로드씨가 제안하면 거절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편하게 권유해보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말입니다."
국수를 밀어주는 로드에게 감사합니다- 하는 인삿말과 함께 렌은 갓 나와서 뜨끈한 국물을 한번 마시고 면을 숟가락에 올려서 입안에 넣었다. 맛있다. 운동하고 난 뒤에 먹는 거라서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면치기도 없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서 국수를 먹던 렌은 딱 보기에도 매워보이는 카레를 맛있게 먹는 로드를 바라봤다. 엄청 매워보이는데 괜찮나? 하는 걱정은 덤이었다.
혹시 식단관리까지 하는 걸까. 그렇게까지 하면서 훈련한다고 생각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신은 운동을 하고 나면 뭐라도 입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운동이 끝나고 먹은 푸딩, 샌드위치, 마들렌... 그만 생각하도록 하자. 세상엔 너무 맛있는 음식이 많다. 죽기 전까지 다 먹어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만약 평생을 산다고 해도 음식은 새롭게 탄생이니 무리지 않을까 싶었다. 렌의 얼굴을 힐끔 보았다. 아까 전보다는 편안헤보이는 거 같아 안심이 됐다.
"네. 이 노점이 오래 있었으면 좋겠네요."
노점이니 그렇게 오래 자리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성격대로 단정하게 국수를 먹는 렌의 모습을 지켜보며 빠르게 움직이던 숟가락을 느리게 움직였다. 먹는 속도를 맞추는 편이 좋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릇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렇게 노력하는 것과 실전은 다르기 때문에 렌은 로드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도 익숙해지기는 했는지 얼굴 전체가 붉어지지는 않았다. 국수를 먹다가 자신을 보는 로드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갸웃해보이는 건 덤이다.
"맛도 괜찮고,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니까 오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개를 끄덕인 뒤에 렌은 자신이 먹는 속도를 맞춰주는 로드의 모습에 슬쩍 베시시 웃었다가 국수를 먹는데 집중했다. 금방금방 자리가 비워지고 자리가 차는 속도가 빠른 노점인 만큼 그릇이 바닥을 보였을 때,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에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난 렌은 로드를 향해 목례를 해보였다.
한 번 나갔다 와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영혼까지 삼켜 소화시켜도 문제 없을만한 사람이 어디에는 있지 않을까요? 괜히 혼자 나섰다가 클랜에 해가 되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덤비면 어떨까. ..새삼 생각합니다만, 저도 성격이 많이 나빠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유한 사람은 죽어가는 세상입니다. 한 방울 선의가 사람을 묶고 끌고가는 세상이죠. 아도니스 씨의 팔에서 시선을 떼며 웃습니다. 아마 조금 곤란한 미소가 아닐까요.
“실제로 로드 씨의 피를 마신 적은 없지만요?”
아직은요. 아마 위급해지면 그러긴 할 텐데.. 아직은 거부감이 듭니다. 죽지 않는다곤 해도 같은 클랜원의 피를 마시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당장 디스포에 꽂아도 생명력을 먹을 수 있으니 아마 되도록 없을 일이긴 합니다. 아마 대부분, 제가 피를 쓸 일은 전장일 테니까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아도니아 씨의 말대로 제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대부분은 적에게 툴을 꽂고 흡수를 하든 하면 어떨까 싶지만..
“일단..저희 클랜에 저 말고 다른 힐러분도 계신 걸로 알고는 있어요...”
목소리에 확신이 없는 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작은 상처나 감기 정도를 치료하는 분들이시다 보니. 당장에 제가 약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자기방어가 가능한 사람입니다만 전문적인 전투요원은 아닙니다. 저는 이미 다 사라진 아도니아씨의 상처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치료는 받았겠습니다만..
“네? 아, 수혈 말고는 경구 섭취, 그러니까 드시는 쪽의 회복량이 높아요. 추천은 하지 않지만요.”
다소의 중독성을 동반하는 달콤하고 몸을 강화 시키는 피. 아무리 다르게 들어도 위험합니다. 그나마 그냥 맛있는 수준이었던 예전에야 별 문제 없이 드렸습니다만, 지금은 그랬다가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마 크게 문제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뭐든 확실해지기 전에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고민하면서 뺨을 긁적이는데, 옷소매가 흘러내리며 붕대에 감긴 팔이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