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왜 이렇게 울상인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우울해할 일인가. 코노에는 말이다. 어렸을 적에도 내가 뭔 소리를 하든 좋다고 쫄래쫄래 딸아붙었는데. 요즘 코노에는 비록....... 됐다, 말 말자. 하여간 요즘 애들은 영 귀염성이 없다. 나는 괜히 입을 삐죽이며 네 시선의 끝을 따라갔다. 몇 마리 물고기가 렌의 다리를 뜯어먹고 있었는데 그게 슬퍼서 그런가? 나는 지긋이 물고기를 바라보았는데, 그건 마치 먹이의 동태를 살피는 물뱀의 시선을 닮아있어서 그런지 물고기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좋아, 이걸로 문제 해결이다. 나는 뿌듯해져서 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왜 또 그렇게 우울한데? 내가 몇마디 했다고 슬퍼하지마. 바위처럼 버티란 말이야."
혀가 절로 차지고 못마땅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을 조금 순화했어야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별 잘못한 것도 없는데(*아님) 이런 생각이 드니까 슬슬 나도 억울해지던 차였다.
"복잡해. 내가 본 로맨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슬퍼도 항상 웃고 다녔단 말이야. 그게 매력 포인트야. 너도 매일 웃고다니는 게 어떻겠어?"
나도 말이다. 매일매일 웃고 다니는데 얘는 누굴 닮아서 안 웃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 ...코노에 때문인가. 코노에에게도 어느정도 잘못이 있다. 가족을 꾸렸으면 당장 손 붙잡고 나한테 인사라도 올렸어야지. 나 참 요즘 애들은 상도덕이 없다. 얘가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내가 얼마나 너희 엄마와 각별한 사이인지 말하려던 입을 꾸욱 다물고.
"...기특하네. 계속 그렇게 엄마 말 잘 듣도록 해. 근데, 강은 그런거 신경 안 쓸 걸."
머리카락보다 안전바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곤 했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이라는 말에 왼쪽 머리카락도 바로잡으려는 찰나, 바로 롤러코스터는 아래로 돌진했다. 아미카도 놀라서 안전바를 꼭 잡았다. 옆에서 아키라가 소리를 질렀지만 아미카도 정신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했다. 롤러코스터가 움직일때마다 아미카도 따라 밀려났다.
잠시 후, 롤러코스터는 멈추고 아미카는 긴장해서 그런지 몸이 굳어있던 것 같았다. 아미카는 심호흡을 했다. 아키라가 파들파들거리는 것을 보고 아미카는 분명 즐기긴 했겠지만 또 걱정이 되어 말했다.
"하아.. 진짜 엄청나긴 했어요~ 학생회장님은 괜찮으세요?"
아미카는 그렇게 말한 뒤 머리를 만져봤다. 이런, 꽤나 산발한 상태였다. 아미카는 급히 머리를 다시 재정리했다. 아마 사진은 그냥 안 사는게 나을 것 같다. 그건 확실했다.
확실히 마지막은 조금 무섭긴 했지만 그런 것이 또 최고인 것 아니겠는가. 아주 살짝 파들파들 떠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그는 심호흡을 하며 겨우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뺨을 톡톡 치고,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올린 후에 그는 괜히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면서 겨우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 여기에 있을 순 없었으니 밖으로 나가자는 의미로 그는 저 편을 손으로 가리켰고 이내 앞장서서 밖으로 나섰다.
"사진은 어떻게 할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가져가더라도 제 모습은 잘라줬으면 좋겠는데. 필시, 엄청 못난이일 것이 뻔해서."
물론 자신의 이런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못난 모습을 굳이 사진으로 남기고 싶진 않았다. 어쨌건 그도 사춘기를 한창 겪고 있는 사내였으니까. 굳이 못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혼자 타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타는 것도 재밌긴 하네요. 확실히."
그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른 것을 타러 가보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앞장서듯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조건 하에.
"...아. 이건 말할게요. 같이 타줘서 고마워요. 이타니 씨."
그렇게 이야기하며 슬쩍 미소를 지은 그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번엔 또 뭘 탈까 나름대로 고민을 하며.
/슬슬 막레쪽으로 가도 좋을 것 같아서 막레로 받아도 되고, 막레를 써도 되는 느낌으로 가지고 왔어요!
괜찮다고 말하는 아키라는 그렇게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바깥으로 나가자는 뉘앙스였기에 아미카는 따라나섰다. 사진은 어떻게 할까, 아미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며언.. 그냥 상상에 맡기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미카는 자기 머리 상태를 보고 자기도 이걸 남기기엔 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굴욕 사진으로 놀림받는건, 그것도 학생회장 옆에 있는 사진이라면 그거로만 올해는 풀로 놀림 당할 것 같기도 했다. 아미카는 다른 것을 타러 가보자는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곤 말했다.
"슬슬 이제 따로 다녀볼까요? 원래 의도는 뭐어.. 혼자 다녀보는 거였으니까요?"
사실 아키라가 힘들어하는걸 보는건 조금 괴롭기도 했고 괜히 이렇게 계속 같이 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건 조금 민망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