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카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제 힘에 관해 말하자면 할 말이 없는 처지라, 거짓말을 하기도 무엇하니 그저 입을 다문 것이다. 소심한 저항은 부드럽게 묵살한다.
"그렇지만 조용히 나가는 것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사실이잖니."
후미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슥 훑어보았다. 과연 연이은 소란으로 인해, 관람객들이 한 마음으로 이쪽을 향해 눈살 찌푸리고 있…지 않았다. 그런 평범한 반응을 보이기에는 지금 상황이 썩 괴상하고 비범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은 아주 재미난 구경거리 보는 눈을 하고 있었다. 후미카는 이건 조금 잘못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상냥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얼굴이라도 가리겠니?" 그 물음이 너무 늦어버려 문제였지만.
자박자박 조용한 행선이 이어졌다. 관람실의 나서 복도를 걸어, 마침내 출구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한순간 환한 햇살이 둘을 덮쳐왔다. 날씨는 맑고 활기찬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쏟아지는 햇볕이 야살스럽게도 밝았다……. 후미카는 근처에 놓인 벤치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 남학생을 내려주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그 길을 걸어왔음에도 호흡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밖이구나."
그래, 밖이다. 무슨 말이든 먼저 하게 두겠다는 양 뜻 모를 소리로 운을 뗀다. 화창한 태양 아래, 빛 받은 머리결이 불그스름하게 빛난다. 상대방의 심정이 얼마나 괴로울지는 짐작하지 못하고, 후미카는 햇빛을 쬐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어두운 실내에서보다 표정이 조금 풀어진다. 초면인 사람이 보기에는 별달리 변화를 알아채기는 힘들겠지만.
원래 신이라는 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인걸까. 쉽게 놀라고 쉽게 웃고 금방 시무룩했다가 금방 밝아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맑은 물 아래에 자갈들이 모두 비춰지는 것처럼 속마음과 기분이 빤히 들여다보이니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
"네. 친구 해요, 우리."
들떠 보이는 코로리의 모습에 렌은 눈을 접으며 웃었다. 아마 남은 시간들은 빙수와 케익들을 나눠먹으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았을까. 렌이 수영부이고 수업시간에 종종 존다는 이야기나 방학 때 종종 워터파크나 스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 같은 작은 이야기들. 이제 뇌물 아니니까 렌이 남은 딸기를 먹으라고 코로리에게 권했다가 거절당한다면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딸기 먹기로 하자며 내기를 걸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카페에서 이야기하다 디저트를 다 먹으면 다음에 또 보자며 헤어졌을 터였다.
/막레! 텀이 길어서 오래걸렸네. 코로리랑 일상 너무 재미있었구! 자잘하게 얘기했다가 헤어졌다고 하면 좋을 것 같아. 코로리는 무슨 이야기를 해줬을지 궁금하네~~
그저 무심히 가만히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밖의 벤치에 앉아있을 수 있었다. 제법 먼 거리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힘든 내색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뭘 어떻게 살아오면 이걸 전혀 힘들지 않고 해낼 수 있는거지..?
"정말 믿을 수 없는 힘이네. 혹시 평소에 데드리프트라도 하는거야?"
그 사이에 이미 발은 아픔을 잊었다. 역시 그 때에만 아팠을 뿐 많이 다친건 아니었나보다. 그럼 굳이 공주님안기로 여기까지 운송 될 필요는 없지 않았나..?
"그래, 밖이야."
그 어둡고 바람도 안 부는 장소보다는 더 쾌적했다. 여름의 햇빛이 조금은 덥긴 했지만 여태까지 계속 실내에서 쉬었으니 가끔은 상관없다. 뭔가 여러가지 말하고 싶은건 많았지만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여러가지로 부끄럽긴 했지만 상대방이 뭐 나쁜 뜻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었고. 이것도 결국은 수학여행의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겠지.
"어쨌든 고마워. 원인이 어떻든 누군가를 들어올려 다른곳으로 옮겨주는건 쉬운 일은 아니지."
그렇게까지 고마운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고맙다는 말을 했다. 상대방의 호의는 일단 감사해두는게 상책이다. 언제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961 일상 수고 많았어, 렌주~! 나야말로 렌이랑 일상 즐거웟다구 (*´∀`*) 렌의 아버지는 꼭 유병장수에 악몽과 불면증까지 시달리시길 바랍니다 ( ◠‿◠ ) 이야기라...... 코로리라면, 우선 독백으로 나왔던 하늘에 고래떼가 있다고 연락해도 되냐고 물어봤을 거 같아! 그리고 세이한테 친구 생긴거 자랑해도 되냐고도 물어봤을 거야. 수영부 이야기 들으면 구경하고 싶다 멋지다 할거구 (코로리는 수영할 줄 몰라), 수업시간에는 맨날 잔다는 얘기도 하겠네. 알바하는 워터파크는 꿈 속 워터파크랑 같은 곳이냐고 물어봤겠다~! 딸기는 잘 먹었을 거라구 (*´ω`*)
>>962 저녁 먹구 왔어~! 후미카 주사 잘 맞는거 귀여워 거북이 등껍질은 주시바늘에 지지 않아 (?) 코로리는........ 꿈에 주사가 나오면 보통 아기들 악몽이라서, 코로리는 주사에 무서운 이미지가 굳세서 잘 못 맞아 ( ´∀`) 신이니까 주사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섭지만, 그래도 주사는 맞고 싶지 않고 너무 싫대 (⌒▽⌒)
풍어신도 기본적인 영어는 안다. 죽도록 힘든 들기… 라는 뜻인가? 요즘 세상은 심신을 단련하는 방법마저도 구체적인 학문으로 정립되었으니 듣도 보도 못한 운동 역시 있고도 남는다. 그 뜻이 맞다면 참 직관적인 이름이겠다. 당연히 피트니스 덕은 아니고, 제 정체로 인한 힘이니 살래살래 고개를 젓는다. 후미카는 잠시 남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신 역시 벤치에 앉았다.
"내 걱정이 유난이었나 봐. 지금은 정말로 아프지 않아 보이는구나."
앉은 채 몸을 조금 기울여 이 상황의 원인이 된 발 아래를 흘낏 내려다보다 남학생의 표정을 살핀다. 자신이 무표정하다 해서 표정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안색도 평온하고, 억지로 참는 것 같은 기색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말 괜찮다는 뜻이겠지. "여러모로 실례가 많았어." 후미카는 이제 걱정을 놓고 등받이에 편히 몸을 기대었다. 햇빛에 데워진 벤치로부터 전해지는 열기가 따스하니 안락하다. 보통은 곧 후끈함을 느끼며 자리를 옮겨도 모자랄 곳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둥그런 검은 두 눈이 느른하게 깜빡여지며 소년을 향한다. 가만히 딴생각을 하려니 사소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된 것이다.
>>98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삿바늘 따위는 튕겨냈다!!!(아님) 아기들한테는 치과랑 주사랑 청진기만큼 무서운 게 없지... 꿈에서도 무서운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테지만 마냥 귀엽게 볼 수는 없네... 코로리는 신이니까 주사 안 맞아도 된다구 응응~ 주사 대신 콜라 마셔도 돼!!!
"고백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시미즈 아키라:당연히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해야죠. 시미즈 아키라:상대가 공을 던졌는데 껄끄럽다고 그것을 피하면 공평하지 않잖아요? 시미즈 아키라:아. 물론 제가 그 공을 받아서 다시 돌려줄지는 별개지만요. 그대로 뒤로 돌아서 휙 멀리 던져버리는 수도 있는거고. (싱긋)
"전부터 보고 있었어! 첫눈에 반했어! 사귀어 줄래?" 시미즈 아키라:...? 시미즈 아키라:저는 전부터 본 적이 없고 첫눈에 반하지 않았으니 사귀어줄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당신을 성애적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불가능할 것 같네요. 죄송해요. 다음 기회는 노리지 말아주세요.
"고마워." 시미즈 아키라:별 말씀을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주세요.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