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말을 하던 묵묵하게 식사를 하고 있던 소녀는 순간 움직이던 손을 멈칫했다. 그리고 손에서 미끄러진 포크는 접시에 부딪혀 고요하다면 고요하다고 할 수 있던 식사에 작은 소음을 일으킨다. 살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다시 잡아서 말려있던 면을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 나도 다시 식사를 시작하려했다.
" 그런가요? 확실히 이상할지도 모르겠어요. "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에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녀가 본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별다른 대꾸도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나 말을 붙이고 친한척 굴어대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진즉에 떨어져나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는 없었다.
" 같이 있으면 즐겁거든요. "
반쯤 남은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다가 그녀의 질문에 포크를 놓는다. 반쯤 남은 에이드는 얼음이 녹아 맛이 좀 연해졌지만 개의치 않고 빨대로 크게 한번 빨아마신다. 맛은 연해졌어도 여전히 시원한 느낌에 청량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냅킨으로 다시 입을 닦은 나는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호시즈키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요. 같이 있으면 그냥 즐거워요. 그래서 같이 가고 싶은거에요. 축제니까요. "
왜 즐겁냐면 그건 잘 모르겠다. 즐겁다는 것에 이유를 찾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즐겁다면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이 즐거움은 상대방이 싫어할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조심할뿐이다. 나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녀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 언제나 그렇듯이 싫다면 그대로 수긍할수도 있다.
" 그래서 같이 가주실껀가요? 호타루마츠리에. "
평소에도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서 포크를 내려놓는다. 맛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기도해서 억지로라도 다 먹어야했나 싶지만 자릿세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돌아올 대답에 기대는 없었지만, 듣고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 그런건가, 라는 납득, 어쩌면 일말의 안심. 무엇을 납득하고 무엇에 안심했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아직은 그가 그저 한때로 지나갈지, 아닐지, 모른다. 요조라 역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모르니, 적어도 깨달을 때까진, 이라며 생각을 유보한다.
요조라는 남은 음식을 비우고 역시나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에이드를 천천히 마신다. 연한 맛 사이로 느껴지는 민트의 맛과 향에 약간 텁텁해졌던 입안이 얼추 개운해진다. 음료수잔 거의 비운 뒤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정돈한다. 식사를 마쳤으니 한결 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댄 요조라가 코세이를 보았다. 시선은 여전히 흔들림 없었으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달리 비치는 감정 없다.
적어도 선을 넘지는 않았으니 다소 이상한 대답이더라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겠다는, 어찌 보면 만사가 귀찮아 흘려버리는 듯 하다. 요조라는 손을 머리에 대고 묶었던 것을 풀었다. 말끔히 모여있던 검은 머리카락이 머리끈으로부터 풀려나며 크게 물결치고 가라앉는다. 빌렸던 머리끈 툭툭 털어 정리해서 테이블에 놓고 코세이 쪽으로 밀어놓는다. 잘 썼어요, 작게 중얼거리고, 자세를 바로 하며 말한다.
아직은 무엇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하긴 할 셈이었으니, 그 이후든 다음날이든, 축제 중 하루 저녁 내놓지 않을 이유 없다. 대답 역시 불만 없으니 가겠노라 대답한 요조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에 걸었던 가방 들어 어깨에 걸고, 코세이를 향해 고갯짓 한다.
"자세한, 건, 후일... 라인으로, 얘기할... 테니, 일단, 나가죠..."
요조라의 손은 먼저 계산서 챙겨들고 그대로 계단을 내려간다. 기분 탓인지, 아닌지, 시원한 보폭에 보통 걸음걸이로 계단을 내려가 그대로 계산해버린다. 그런데 내는 건 돈 아닌 쿠폰 두 장이다. 쿠폰 받고 군말 없는 카운터를 뒤로 하고 요조라는 가게를 나간다. 문을 열고 한발 내딛자 마자 햇빛이 쏟아지지만, 숲 바로 옆 길은 그늘이 드리워 있어 적어도 오가는 길은 괜찮아보인다. 다시금 느릿한 걸음으로 그늘 진 길에 발을 디딘 요조라는 가벼이 손 뒤로 모아 쥐고 서서 말했다.
거짓말! 딱히 같이 가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허락을 했을리가 없다!! 아무튼 두 분은 페어로서 알아서 그때 잘 놀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되면.. 다시 홀수가 되어서 아키라가 참여를 하게 되는데... 아직 신청 여부를 말해주지 않은 분들도 많아서 어떻게 될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