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 선장이 뭔지 알아낸 거야?! 피터팬이라는 단어에 표정이 밝아졌다. 화색이 번지며 반가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후크 선장을 무찔렀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못 했는지는 렌이 알려주는 수 밖에는 없지만, 렌에게 웬디라고 했던 것 또한 코로리가 피터팬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느끼고서 말했던 것이기에 꽤나 들떴다! 평범한 아이인 웬디에게 불쑥 나타나 비일상에 휘말리게한 존재가 피터팬이니까.
"그래도 웬디 씨는 후링 씨라 뿌듯해!"
이 대화를 듣고서 코로리가 잠의 신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렌 밖에 없을 것이다! 점원이 듣고 있어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뿌듯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나 귀한 줄 알면 역시 착하고 예쁘고 좋은 인간이야! 그리고 코로리는 카페 점원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건넸다. 쌍둥이도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라서 그 생각이 나기도 했다. 인사 후에는 메뉴판을 올려다보면서 어느 정도까지만 시켜야지 다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 안 되는데에."
그런데 렌이 내겠다니! 당연히 자신이 사고 그걸 뇌물로 삼아 비밀 유지를 좀 더 확실하게 하고, 렌에게 좋은 신이라는 감상을 남겨서 친구가 되는게 숨겨진 속셈이었기 때문이다. 친구하면, 친구 비밀이니까 좀 더 잘 지켜줄 거 아냐! 그리고 이 숨겨진 속셈은 조금 까발려진다.
"나 렌 씨랑 친해지고 싶어서, 내가 사고 싶은데ー"
메뉴판에서 렌에게로 시선이 고정됐다. 코로리는 적어도 빙수 하나, 음료 하나, 조각 케이크 둘 정도를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렌이 사겠다고 하면 절대 주문할 수 없다! 렌 씨, 물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하얗고 파란 거! 생크림케이크라거나, 파란ー 렌 씨가 말한 블루레몬에이드 같은 거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렌은 이미 지갑을 열었다! 코로리는 다급하게 렌의 손을 붙잡으려고 했다. 지갑 안 돼!
바다에 반응할 때는 그냥 그랬는데, 가미즈미에 살면서 바다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고? 그 말은 확실히 요조라를 놀라게 했다. 물론 속으로만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걸어서 혹은 지금처럼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와도 보이는게 해변일텐데, 대체 무슨 생활을 하, 아니, 아니다. 요조라는 이어지려는 생각을 끊는다. 이 사람이 어떤 생활을 했건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 하지만, 그래도.
요조라는 내릴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려서 걷기 시작한 이후에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숲이 우거진 산으로 인해 그늘이 길게 드리운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요조라의 시선은 줄곧 앞을 향해 있었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와 숲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산새소리만이 주변을 간간히 울린다. 옆에서 코세이가 하는 말이 들려와도, 얼마간 대답도 없다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많이... 지나, 다니기만... 했어요... 주변도, 말로만, 들었고..."
그래, 그저 지나가기는 참 많이 지난 길이었다. 어쩌다 지나간 것도 마히루의 자전거에 탔거나 부모님과 차를 타고 지나간 것 뿐이다. 이 근처에 뭐가 있는지 길이 어떤지 같은 것 역시 가족들에게 말로만 들었다. 이렇게 직접 걷는 건 요조라도 처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 정류장에서 돌아가지 않고 이런 일행을 달고서라도 온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은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요조라는 그쯤에서야 코세이를 힐끔 본다.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에 그저 눈길만 주었다 거두곤, 다시 앞을 보며 걸어간다.
어디로,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 모를 길을 계속 걸으며 요조라는 말했다. 아까 정류장에서 일이 있어 나왔다는 건 빈말이었던 거냐고. 아마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왠지 이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어차피 아까 했던 말이 있으니 불만은 안 들어줄 거다. 요조라는 담담한 얼굴로 앞을 보며 중얼거린다.
"유령은, 대부분, 한가하다더니... 정말, 인가, 보네..."
그닥 숨길 기색도 없이 그렇게 말한 요조라는 계속 걸음만 옮겼다. 주변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가는 기계장치마냥, 뚜벅뚜벅.
뭔가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ㅡ렌이 생각하기엔 서로 의미를 이해했는지 애매한 말장난 같은 말이었지만ㅡ 밝아진 표정에 렌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어지는 코로리의 말엔 자신은 웬디나 후링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반박은 하지 않았다. 코로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코로리는 또래 여자애들처럼ㅡ정말 신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ㅡ 카페 점원에게 맑게 인사를 하고 예의바르게 주문을 하려고 하다가 제가 계산을 한다고 지갑을 꺼내자 덥썩 제 손을 잡았다. 렌은 눈을 깜빡이면서 요즘 애들은 본래 손을 이렇게 덥썩덥썩 잡는 것인가ㅡ코로리는 신이지만ㅡ 생각했다.
“음….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는 제가 살게요.”
렌이 실랑이하지 않고 지갑을 내렸다. 아마 코로리가 엄청난 주문공세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로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그럼 저는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 주문 하시고 오세요.”
렌은 코로리가 잡는다면 옆에서 코로리가 주문하는 것을 기다렸겠지만 잡지 않는다면 카페 안을 둘러보면서 어디에 앉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을 것이었다. 이미 자신이 주문할 내용은 말해두었으니까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곤 매대와 거리가 멀고 구석진 곳에 있는, 폭신폭신한 소파로 앉을 자리가 되어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을 터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도, 내려서도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는 소녀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재미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밤을 주 활동시간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대부분을 혼자서 지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적막함과 고요함, 하지만 차분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은 밤의 전유물이기에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점은,
" 직접 와본건 처음인가보네요. 그래도 덕분에 오늘도 좋은 곳을 알아가네요. "
물론 지금 알았다고해서 다음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밤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여유로워지고 이곳의 생활에도 익숙해진다면 다시금 와볼지도 모른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요조라와 눈이 마주쳤다가 다시 그녀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자 말없이 웃고선 계속해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다.
" 일이 있긴 하지만 ... 지금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호시즈키양이랑 돌아다닌 것도 좋고 말이에요. "
저번에도 호시즈키양을 따라갔더니 좋은 곳을 알았으니까. 거기에 직접 그린 그림도 볼 수 있었으니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오늘도 분명 재밌을거란 생각에 따라온거고 ... 오늘 할 일은 다음주에 분산해서 하면 된다. 아니면 리리한테 마트 정도는 다녀와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나름 괜찮을지도 모른다.
" 어쩌면 정말로 유령일지도 모르죠~ "
귀신(鬼神)이나 신(神)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어쩌면 인간들의 눈에는 우리가 정말 유령 같은 존재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이야기로만 전해져오고 실체는 모르니까 말이다. 장난스럽게 대꾸한 나는 문득 요조라의 머리에 눈이 갔다. 상당히 긴 머리가 바닷바람에 살랑살랑 휘날리고 있었기에 가져온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네어주며 말했다.
" 머리 묶을래요? "
평소에 여동생의 머리를 묶어줄 일도 많기에 머리끈 몇개는 가방에 들어있었다. 일부러 챙긴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가방에 들어있었다 정도?
다음에는 후링 씨가 사겠다는 거는, 조금 친해진 걸까?! 친해지기 위한 작전의 첫 번째로 간식 공세를 선택했기 때문에, 렌도 똑같이 친해지기 위해서 간식 공세를 하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고민한다. 친해진다는 건 신과 인간을 떠나서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었지만, 누가 주의줄 수 있을까! 혼자서 조금 친해졌을 지도 모른다고 설레발치고 있었고, 다행히도 이 약속에 나오게 된 이유를 떠올리면 조금 차분해진다. 상담이라니, 이미 위엄이나 존경스러운 신의 모습은 물 건너갔으니 의젓하고 고상하기라도 해보려는 거였다. 상담하기 믿음직한 구석을 만들고 싶었다!
"응, 고마워!"
안 믿음직하다! 지갑이 내려가서, 막았던 손을 놓고 싱글벙글이다. 조금 차분해진 정도로는 택도 없었다. 카페의 점원도 코로리가 들떠있다는 건 알아채겠다. 주문은 조금 길었고, 영수증도 음료 두 잔 주문했다기에는 길었다. 생각보다 조금 주문하기는 했다! 주문했던 메뉴와 영수증에 적힌 메뉴들이 맞는지 확인해보던 코로리는 순간 렌이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나 싶어졌다. 일단 영수증을 숨겨야겠다는 생각에 종이접기를 한다! 종이배가 하나 접혔다. 순간 무수히 많은 종이배로 접혔던 QR 코드 쪽지의 0점이 스쳐지나간다. 내 주문도… 0점…?
사실 제가 굳이 이런 외양을 빚은데에는 별 다른 고민이 없었다. 다만 인간들에게서 친숙하고 낯설지 않은 머리를 유지하는 것이 내 목표였을 뿐이다. 너는 내 그림자를, 나는 굽어보는 너를 보았다. 내 그림자만큼이나 짙은 너의 머리카락은 죽음을 형상화한 것일까 정복하지 못한 어둠을 형상화한 것일까. 그렇게 거묵하게 우리는 우묵하게 파인 어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서로 어둠을 보고 있음에도 우리는 침체되는 일 하나 없었는데 하나는 내가 강의 신이라 가라앉을 일 없고 둘은 그런 널 내가 위로 번쩍 들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분위기가 썩 활기차고 좋았다. 하늘에서 휘날리는 쓰레기도 이제 제법 벚꽃잎처럼 보여 참으로 예뻤다. 내가 치울 일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불안하게 쳐다보며 곰곰히 생각했다.
"...인간 몸으로는 잘 모르겠네요? 다쳐본 적이 별로 없어요. 넘어지면 엄청엄청 아프겠죠?"
와! 큰일이다! 하하하! 나는 밝게 웃으며 분주히 다리를 움직였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고 자전거도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근데 이거 어떻게 멈추지? 나는 몇 번 연습한 적 있었지만 네발 자전거가 아닌 자전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뒤에 묵직하진 않아도 무게가 실리니 영 자세 잡기가 쉽지 않다. 얼굴에 자꾸 쓰레기 같은 벚꽃잎이 붙어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도 이쯤되면 이게 낭만인가 싶다. 속에 바위가 내려앉은 듯 답답하고 땀이 마구 흘렀으며 숨도 가파졌다. 허억... 헉... 허어억.... 사랑을 하면 원래 이런 신음 소리를 내는게 자연스러운 걸까? 잘 모르겠지만 추한 것 같다.
"어... 어...?"
참 인생도 오묘하다. 다치는 줄 모른다고 다치는 법도 알려주고 편리한 세상이 다 되었다. 혀 잃은 뱀처럼 이리저리 허친거리던 자전거가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어찌할 바 몰라 바보처럼 '어어' 소리만 냈는데 정신을 차리니 나는 바닥에 굴러 넘어진 상태였다. 넘어질 때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칠때 나는 파찰음 소리가 난 것 빼고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나도 모르게 권능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주변을 마구 둘러보았는데 다행이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요조라는 생각한다. 이 사람은 불평을 할 줄 모르는 걸까, 아니면 하는 말 전부 빈말인 걸까. 보통의 또래들이라면 벌써 불만 한마디는 나오고도 남는다. 그런데 코세이는 불만이 나올 상황에서도 그런 말 한번을 않는다. 굳이, 굳이 꼽자면, 지난밤 놀이터에서 자신은 유령이 아니라던 그 한마디 뿐이다. 그마저도 이후엔 농담마냥 하는 말이 되어버렸고.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그리고 어딘가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아직, 도착도, 안, 했어요..."
지금 걷는 길은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불과했다. 고작 안 가본 길 좀 걸었다고 좋은 걸 알았다느니 하면, 그래, 저런 말을 하니까 하는 말들이 빈말처럼 느껴지는거다. 하. 요조라는 한숨이 아닌 짧게 혀를 차듯 숨을 뱉는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뭘 안다고..."
주어가 없는 중얼거림은 혼잣말이었을까. 그 뒤 요조라는 잠시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자신이 한 말에 대답이 돌아오건, 머리를 묶겠냐는 물음이 들려오건,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없이 걷는다. 그러다 조금 늦게 대꾸한다. 아마 머리에 대한 대답이었겠지.
"됐어요..."
눈길도 주지 않는 요조라의 옆얼굴은 퀭하지 않은데도 차갑다. 마치 표정이 고정된 도자기 인형마냥.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 같던 길은 갈수록 점차 풍경이 바뀌어간다. 산에서 벗어나 슬슬 바다가 보일 쯤, 요조라는 방향을 바꾼다. 바다가 아니라 산 쪽이다. 그렇다고 대뜸 수풀을 헤치고 들어간게 아니라, 제대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간 것이다. 누가 봐도 여기로 가면 뭐가 있겠구나 싶은 길이 산의 기슭에서부터 숲 안으로 이어져있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요조라의 걸음은 머뭇거림이나 조심스러움이 없다. 그저 길이 거기 있으니까 가는 사람처럼, 묵묵히 걷기만 한다. 그렇게 평지이던 길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는 길로 바뀌어, 조금은 더 느릿하게 걸어갔을 것이다.
>>31 이힝 그렇구나 내가 잘 해석한거였어 :3 :3 :3 ; 독백 부분 너무 귀여워서 미즈미 입장에서 서술 해보고 싶다해서 물어본거니까 넘 미안해하지 말어~!!! 아무래도 1인칭이라 미즈미가 모르는 부분은 그냥 스루되니까 아쉽다는 생각도 드는 걸 ;ㅁ; 물론 이건 미즈미 성향 이랑 내 문체 문제니까 넘 신경안 써두 되고 ㅎㅎ 요지는... 코로리... 왕귀엽다 란 소리였어
도시 외곽임에도 불구하고 길이 잘 닦여있어서 걸어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서 걸어가면서 시선을 경치에 빼앗기더라도 돌부리 걸려서 휘청인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곳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인간계에 내려와서 너무 삭막하게 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기왕 내려온거 즐기고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보호자 역할이라는 것에 족쇄라도 달린 마냥 살아버렸다.
" 그럼 도착하면 더 좋은 곳이라는거네요. "
가는 길목도 마음에 드는데 이 길목의 끝에 있는 곳은 어디일까. 사실 경치라던가 그런게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지만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학교던 카페던 사람이 북적이고 시끌시끌한 곳이라 일주일 동안 조금씩 지쳐가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이런 분위기를 가진 장소라니 더할 나위 없이 환영이다.
" 여기 온지 3년 정도 밖에 안되어서 잘 몰라요. 그러니까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고맙다고 생각해요. "
거기에 여기 와서 한 일이라고는 학교에 갔다가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집에 가서 별들을 보는 것뿐이 안했으니 가히 니트족의 극치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덕분에 집 주변의 장소와 번화가, 자주 가는 곳들 이외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것도 있었고.
한동안 대답이 없던 요조라는 됐다는 말과 함께 걸어간다. 슬쩍 바라본 옆모습은 냉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라, 내가 뭐 화날 말이라도 했나 싶어서 대화 목록을 재검토 해보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그렇게 길을 가고 있을때 그녀는 바다쪽이 아니라 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조금 더 앞쪽으로 간 나는 엥? 하는 표정으로 그녀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 혹시 내가 화나게 했어요? "
무슨 말 때문에 화가 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한 말에 대해서 화가 났다면 사과하는게 맞는것 같아서 살살 눈치를 본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있는 산길 또한 잘 깔려있었기에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녀의 옆에서 살짝 거리를 두고 걷던 나는 말없이 눈길만 가끔 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