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코로리가 딸꾹질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였다. 자신이 갑자기 문을 열어서 놀란 건가? 입을 틀어막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딸꾹질을 들킨 것은 늦었다. 그래도 열심히 숨기려고 하는 모습에 렌은 놀래켜서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민망한 웃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워주었다. 코로리는 오늘 교복이 아닌 흰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그것을 보니 희고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또 떠올랐다. 그 날 이후로 흰 색만 보면 종종 코로리가 떠오르곤 했다. 아무래도 인상깊었다보니.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서 코로리가 후크 선장을 물리쳤다는 그 말에 뭔가 어린아이같아서 웃음이 났다. 만나자 마자 놀라 딸꾹질을 하는 것도 그렇고 정체를 들켰다고 울음을 터트렸던 모습도 그렇고. 사실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꿈속에서 코로리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코로리가 직접 신이라고 말을 했어도ㅡ그럴일은 전혀 없겠지만ㅡ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고생하셨습니다. 피터팬 씨.”
자신을 웬디라고 칭했던 것이라면 본인은 피터팬인 걸까. 그렇다면 후크선장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일을 하다 왔다고 해석하면 될까. 의문이 남았으나 어떻게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ㅡ점원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ㅡ 농담처럼 웃으며 코로리의 말에 대답했다.
카페 안은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 시원했다. 인적이 드믄 곳에 있는 카페라서 사람도 적고 조용했다. 매대 앞에서 어떤 메뉴를 골라야할까 고민하다가 렌은 금방 정하고는 코로리에게 물었다.
“어떤 걸로 주문하실 건가요? 오늘은 제가 낼테니까요. 음, 저는 블루레몬에이드로요.”
제가 상담을 신청해서 제가 불러낸 것이니까 제가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렌이 먼저 말을 꺼내며 지갑을 열어 계산할 준비를 했다. 미리 자신의 것도 주문을 하며 코로리가 어떤 것을 주문할지 잠시 기다렸다.
이번 마츠리에 나오는 노점은 저번과 다르게 할 생각인지 기대할건 없을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어떤 점이 다를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게 자체의 맛은 정말 뛰어나니까 어떤 것이 매대에 나오더라도 맛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할 수는 없다. 창가를 보던 시선이 정면을 향하고 나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가 핸드폰을 한번 확인한다. 이렇게 메세지가 와있는 경우는 꽤나 드문 경우라 뭔가해서 열었더니 스팸 메세지, 자연스럽게 삭제를 하며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 아, 바다. "
생각해보니 가미즈미 마을은 바다에 인접한 마을이라 바다를 구경하기 정말 쉬운 곳이다. 하지만 그 가까운 바다를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더위에 약한 체질인 이상 바다에서 오랫동안 노는 것도 힘든 일이었고 차라리 집에서 뒹굴거리는게 100배는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바다에 간다는 말에 약간 설레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보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바다 정도는 지겹도록 봐왔는데 말이다.
" 제대로 바다를 가본적이 없어서 기대 되네요. "
지겹도록 봐오기는 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듯이 본다던가, 망망대해를 보는게 전부였기에 이렇게 바닷가를 제대로 가보는건 처음이다. 별거 아닌 일이라곤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신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버스는 달리고 10분여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하차벨이 울린다. 내가 복도쪽에 앉아있기에 먼저 일어섰고, 먼저 차에서 내린다. 주변은 민가 몇개만 보일뿐 대부분의 시야를 숲이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도로와 인도는 제대로 깔려있었기에 걷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 걷기 좋은 곳이네요. "
민가가 별로 없고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는 곳은 맑은 공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별을 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곳의 밤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겠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옆에서 천천히 발을 맞춰서 걷는다. 느릿한 걸음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답답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 이런 곳을 되게 잘 알고 있네요. "
역시 이곳에서 오래 자라온 사람들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흘러들어온 사람들은 따라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듯한 기분. 하지만 또 새로운 곳을 알았다는 생각에 그저 방긋방긋 웃으면서 둘러본다.
에엗?! 강한 것?! (동공지진) 음. 아키라는 자신과 시미즈가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를 싫어하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너는 너고 시미즈 가는 시미즈 가잖아. 집에 얽매이지 마! 라는 말을 하면 아키라에게 "제가 집에 얽매여서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쪽의 자유지만 그것에 대해서 제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제 자유인건 이해하고 계시죠?" 라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