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게 문제라. 나는 너의 말을 이해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깊은 면眠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뱀들이 으레 그렇듯 나 역시 겨울잠에 들었다 여겼다. 유감은 없다. 잠이 든 자아에는 다만 감정이 없고, 배움이 없어서... 그리 생각하니 나는 너에게 부탁하지 않는게 좋겠다 결론 내렸다.
"아-뇨- 못 사라져요."
결단코 성 나지 않았다. 그와 별개로 꼬여버린 오해는 풀어주는 것이 옳아보여 나는 너에게 진실 한자락 고한다. "사실 저는 달이 아니에요. 전 항상 별님 아래에 있으니까요." 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내리는 것이 자연의 성질이었다. 밤이면 밤마다 뜰 수 있는 위의 것들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남들은 무서워해요?"
어렴풋이 자아의 영면은 죽음이라는 개념이 들어와있었으나, 나는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 나의 자아는 비교적 늦게 생긴 것이었으며, 왕성하게 작동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설령 영원히 잠에 든다 해도 나는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흐를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죽음만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너에게 되물었다. 인간을 둔갑해 작아보이는 이 신은 아무래도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는 모양이었다. 몹시 낯설고 멀어보이는 감각이다. 나는 툭 튀어나와버린 어금니를 핥듯 그리 느꼈다.
나는 너의 제안에 조심히 손을 뻗어 깍지를 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손이 아이의 그것처럼 따뜻하다. 작고 부드러운 너의 손은 마디마디 툭 튀어나온 내 앙상한 손과는 다르다. 음-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손끝을 꿈틀거린다. 차갑던 손이 너의 온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 것도 그쯤이었다.
"거기! 너희들! 어디가!"
이크! 어느새 창문에 몸을 쭉 뺀 담임이 크게 소리친다. 나는 조용히 가는 것은 틀렸다 싶어 너를 끌어 걸음을 재촉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까지 향하면 저 인간도 어찌할 바가 없을터이다.
"아이참! 정문으로 가요!"
정문 앞에는 관리가 엉성하게 되어있어 묶여지지 않은 오래된 자전거도 꽤 있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잡고 도망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쯤은 밤의 학교에 와보고 싶은 마음도 렌은 이해가 갔다. 뭔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담력시험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속으로는 다시금 아키라 선배에게 이야기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도와주려는 듯 자신에게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설명하라는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해바라기 들판을 그리고 싶었어. 아, 이거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처럼 안 보이겠지만…. 그, 티비에 보면 가끔 해바라기 들판이라고 해바라기가 잔뜩 피어 있는 곳이 있잖아. 그냥 실제로 보면 어떨까 하고…. 사실 뒷 배경은 노을진 공간을 그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파란 하늘로 그릴까 고민하고 있었어….”
렌은 요조라가 제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한쪽 손은 제 의자 등받이를 짚고 서자 조금 거리가 가까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이 우물우물 줄어들었다.
“봤었던 풍경은 아니고…. 언젠간 한 번쯤 보고 싶어서…?”
사실 해바라기 꽃밭이라고 주제를 잡은 것도 그렇게 큰 의미는 없었기에 말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림도 별볼일 없어서 더 민망하기도 했고. 렌은 살짝 옆으로 눈동자를 굴려 요조라의 표정을 살폈다. 아마 제 말에 별 생각이 없는 표정일 것 같았지만.
"어휴, 털!!" "뭐!" "털 날리는 것 좀 봐! 제발 인간 모습으로 좀 있어주시면 안 됩니까? 적어도 털갈이를 할 때만이라도!" "뭐어어? 네가 뭘 알아! 인두겁이 얼마나 불편한데!! 너희는 대체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모습이었으니 불편함은 없었습니다만.. 두 발로 걷지, 중심 잘 잡지, 손으로 이것저것 쥘 수 있지.. 괜찮지 않습니까?" "…앉아서 뒷발로 목을 긁을 수 없단 말이야!" "……정말 그게 문제입니까?"
>>963 우미노카리는 아마도 바다를 좋아하는 이들이 정말로 좋아할 어떤 이벤트에요! 자세한 것은 비밀이지만 아무튼 토너먼트 식의 무언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참여하지 않는 이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있는 일종의 경쟁 같은 거지만... 다이스의 가호 아래 모두가 공평한 조건에서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담력시험은... 해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맵을 형성하는게 상당히 힘들 것 같은고로.. 제가 변수를 실시간으로 다 넣어주긴 힘들 것 같고.. 아무래도 페어로 하면 일상 형식이 될텐데 그걸 이벤트 진행 시간에 다 끝내기도 힘들 것 같고.. 그런고로 그냥 셀프 일상으로 즐겨주셨으면 하고!
목소리가 작았다. 벌청소를 땡땡이 치고 도망가는 중이니까 무사히 학교를 나서기 전까지는 줄곧 소근소근거린다. 세이한테 물어볼까! 마침 쌍둥이가 별의 신이었다! 코로리는 쌍둥이의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보았지만, 미즈미의 감은 눈과 새하얀 머리카락 색을 미루어보았을 때 생각나는 것은 자신이었다. 잠드는 모두는 별 아래에서 잠을 자고, 코로리도 쌍둥이 동생이니 아래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잠을 잘 때는 눈을 감고, 코로리의 머리카락 색은 본디 하얀 것이었다! 나, 나를 만난거야?! 아니면 거울의 신?! 놀라서 동그랗게 커진 눈이 미즈미를 향한다. 눈꺼풀 내려오고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밋쨩은 거울이야?"
흉내쟁이의 신, 카멜레온의 신일지도 몰라! 거울처럼 비춘 것이든, 따라한 것이든 그런 비슷한 종류가 무엇이 있나 손가락을 접어가며 세어본다.
"아야, 뾰족해."
정곡을 찔렸다! 코로리는 아프다는 듯이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수많은 꿈 속에서 딱 꿈들의 숫자만큼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낀다. 꿈 속에 들어가면 꿈의 주인이 느끼는 모든게 여과없이 닿아서, 무서워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몸소 알 수 있었다.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건 알지만, 잠의 신이 잠을 좋아해줬으면 하고 바라는게 어디 별난 일은 아니었다. 아프다고 찡그린 표정은 웃고 있었고, 깍지낀 손은 흔들거린다. 아프단 건 아무래도 좋을 장난이라는 것이다.
"밋쨩네 선생님 호랑이야ー!"
애써 목소리를 낮춘 보람이 한순간 바람에 흩어져 없어졌다! 코로리는 순간 마주잡은 손을 더 꼭 쥐고 발을 놀렸다. 걸리면 또 벌청소인데, 오늘 폭우라구! 절대 안 끝나! 완전 싫어ー! 그리고 운동장을 전부 가로질러 정문에 도달했을 때는, 니트의 운동 부족이 빛을 발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쉴 때 바람빠지며 쭈그러드는 풍선처럼 그 자리에 풀썩 쭈그리고 앉았다. 긴 머리카락이 바닥에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