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할당량도 없는 휴일. 요즘 바빴으니까 가끔 이렇게 쉬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날은 보통 잠을 자든 취미생활을 하든 할텐데.
전뇌도시에는 의외로 많은것이 있다.
금서고에서 책을 읽는다던가, 사서를 만나본다던가 할 수 있고. 홍등가에서 무언가를 할 수도. 주거구나 상점가를 돌아다니고 새로운 만남을 찾아다녀도 좋고. 조합에서 이득을 보거나, 아니면 그냥 할것도 없는데 사냥을 나가도 좋겠지.
그래서 지금 당신의 발걸음이 닿는곳은 어디? -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소의 묘사가 필요한 일일퀘스트. 어디에서 / 무엇을 한다. 의 묘사가 필요합니다. 어떤걸 하냐에 따라 다른 보상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기타 등장인물쪽의 인물들을 만나보는것도 가능. 다만 등장인물을 만날때는 명확한 목적이 필요합니다. 그냥 만났다~ 라고 쓰면 안되용. 최소한 조합을 / 돌아다닌다. 정도의 적절한 행동 설정은 필수입니다.
>>0 할당량이 없는 휴일이라고는 하나, 렌의 루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체력을 관리하고 그 뒤에 근력을 보충하고, 건강식을 챙겨먹는 간이 되지 않은 밍밍한 음식처럼 단조로운 루틴. 차오르는 숨을 천천히 가다듬으면서 렌은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할까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깐 돌아갔다가 책이라도 보러 갈까."
넷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을 수도 있을테니까. 어차피 지금 당장은 약속도 없고 말야. 집으로 귀가하는 렌의 발걸음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0 오늘은 휴일입니다. 최근, 조금 힘내서 일했으니 이런 날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있어야 좋습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잠시 의자에 앉아 생각한 결과 슬슬 바닥에 보이기 시작한 베이킹 재료를 사기로 했습니다. 딱히 다른 취미도 없으니 돈이 나갈 곳이 이 정도 밖에 없습니다. 코코아 가루나, 초콜릿이나, 아 밀가루.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며 나서는데, 슬쩍 걸음이 굳는 느낌이 듭니다. 아주 가끔, 홀로 외출을 할 때 드는 생각입니다. 나는 오늘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주사 자국으로 엉망인 왼팔을 매만집니다. 지금에서 자국이 남은 건 한 쪽 팔 정도입니다만. 그전에는, 예전에는.
아직도 가끔 그 날의 꿈을 꿉니다. 지독한 악몽이어서, 단내가 맡고 싶어지는 날이 됩니다.
고개를 휘휘 저어 생각을 털어내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습니다. 오늘, 무사한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혹여 제가 조금 잘못되더라도 도와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그러니, 저도, 도움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걸음 소리가 울리는 거리가 괜시리 서늘합니다. 옷깃을 여밉니다. 오늘은 사야하는 것이 많습니다. 상점가로 바쁘게 향합니다.
간만에 쉬는 날! 쉬는 날이면 뭘 해야 할까. 푹 자는 게 최고려나~ 역시 자는 건 최고의 휴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조금 아까울지도. 그러니까 어디로든 움직이고 만다. 더 이상 중요한 건 움직이냐 움직이지 않냐가 아니라 어디로 움직이냐일 터, 그녀는 일단 무작정 바깥으로 나서서 발걸음을 내딛으며 어딜 갈까~ 하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뭔가 어디로 향해야겠다! 하고 팍 오는 게 없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하지! 역시 잠이나 자야 하나?
"이럴 땐 디스포를 못살게 구는 게 답일지도~"
문득 알케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긴 했지만 왠지 금서고에 그런 내용이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고...뭔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진실이라는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의외로 멀쩡하게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발걸음은 금서고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책 읽는 거 별로인걸.
"좋아, 이쪽으로 결정!"
할당량은 없지만 오늘도 디스포를 때려잡으러 가 보자구! 아무렇게나 도시 바깥으로 나가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된다면 꺼릴 건 없지. 그녀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도시 바깥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공백의 도시 가까이 갈 모양이었다.
>>0 오랜만에 찾아온 꿀맛 같은 휴일이다. 요즘 이리저리 바빴으니까 가끔 이렇게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 술 한 방울 입에 댄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싸구려 희석식 주류까지도 반기며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른 미성년자 동료들이야 금서고에서 책이라도 읽겠지만 자신은 성인이지 않은가? 마침 지갑도 두둑해져 있던 터라 망설이지 않고 홍등가로 향했다. 홍등가 특유의 담배 찌든 냄새와 술 냄새가 코를 찌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냄새를 역겨워했지만, 지금은 유흥의 에피타이저로 받아들인다.
홍등가 안쪽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발걸음이 향하는 곳으로 구불구불한 골목을 걷다 보면 평소 자주 다니던 펍에 도착한다.
"맥주 한잔이요."
음주의 시작은 가벼운 맥주다. 맥주를 기다리는 동안 안주로 나온 볶은 땅콩 몇 개를 집어먹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오늘은 어떤 주정뱅이들이 난동을 피울까? 어떤 친구들이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꺼내며 즐거워할까? 어떤 연인들이 애정행각을 벌이며 주위 눈살을 찌푸리게 할까? 간혹 친구들끼리 술 게임을 벌이거나 시답지 않은 뒷담화를 할 때면 그도 따라서 즐거워진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겠지만 다른 손님들의 즐거운 수다나 사건들을 엿들으며 그들의 대화에 공감하고 몰입하는 것이 그만의 사소하고도 이상한 취미다.
가끔은 아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룻밤의 짧은 인연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제법 즐거운 일이다.
휴일이지만 미나는 할 일 없이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했다. 시계 초침이 똑, 딱, 똑, 딱. 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그녀에게 시간이란 모래시계의 떨어지는 모래알 같았으며, 공간은 존재하는 것 외엔 별다른 의미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흥미도, 자극도 없는 굉장히 무미건조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충동이 들었다. 한 잔 하고 싶다. 그런 것이었다. 그녀는 느릿느릿 일어나 비척비척 걸어가 가디건을 손에 들고 핸드백 하나만 든 채로 홍등가에 향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녀는 어느 바에 들어갔다. 슬슬 해가 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들 시간이라 적지 않은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나는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마티니 한 잔, 진 토닉 한 잔."
그리고 술이 앞에 놓여지면 마티니 잔을 조용히 진 토닉 잔에 부딪히며 건배한다. 마티니는 그녀의 몫, 진 토닉은 그녀의 사별한 배우자 몫이었다. 미나는 누구와의 대화도 없이 마티니 한 잔을 비운 뒤 진 토닉 잔을 들었다. 그녀는 분명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옆엔 분명 사랑하는 이가 함께하고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미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