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깔렸던 거미줄이, 다는 아니더라도 타서 행동이 나아졌습니다. 네세리 씨에게 감사를 표해야겠군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달려드는 지네의 공격을 피합니다. 몸을 던져서 말입니다. 살짝 바닥에 쓸려 피가 날 것이 분명합니다만, 그래도 뜯기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보다.. 아라크네를 봅니다. 많이, 난장판입니다.
벌레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징그럽기 때문입니다. 거미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거미나 지네나 벌레가 아니라 동물이었죠? 아니, 뭐, 아무래도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손가락을 튕깁니다. 딱, 하는 소리가 나며, 아라크네에게 피워두었던 붉은 꽃이, 터집니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는 건 못합니다. 당장 급합니다.
솔로 오퍼라는 뜻이지 저거? 드라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의 반응을 보면서도 렌은 침착하게 디스포들의 움직임또한 살피고 있었다. 그 폭발을 맞고도 다시 꿈틀거리는 디스포들의 모습에 렌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고, 움직임을 막는 거미줄이 조금 사라진 덕분에 자유로워지자 재장전한 저격총을 든 채 뒤로 물러나며 아라크네를 노리려했다.
"아, 진짜.."
진짜로 벌레...아니 벌레가 맞기는 한데! 벌레는 싫다 정말. 아무리 나라도 저런 건 무리인데..자신과 시우를 향해 돌진하는 지네 디스포를 향해 렌은 수류탄을 소환했고 망설임없이 안전핀을 제거해서 지네 디스포를 향해 투척했다.
뒤에 이어진 직접 조각을 찾는다면 더 들려주겠다는 말도 좀 치사한 것 같다. 표정을 보면 그다지 진심 같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가? 그녀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곤 무어라 덧붙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말을 누가 막은 건 아니다. 그냥... 갑자기 다른 곳에 와버렸달까. 그것도 공중에.
"으아앗!"
갑자기 공중에 휙 던져버리다니 대장 너무해! 물론 알케스가 이 쪽으로 보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뭔가 버튼을 눌렀고 그래서 갑자기 순간이동 된 게 아닐까 싶었기에 그녀는 투덜댔다. 진심은 아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추락할 궤도에 디스포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까. 그리고 그 디스포는 지금 자신의 동료들을 공격해대고 있었다.
"이거 참, 결국 일하라는 검까."
일 없이 놀고먹을 수 있는 세상은 없나! 같이 실없는 소리를 하며 웃은 그녀는, 아래로부터 느껴지는 공기의 저항을 몸으로 느끼면서 도핑을 시작했다. 동료를 괴롭히는 녀석을 가만히 냅둘 수는 없는 법, 마침 고지(?)를 점령했으니 기습이나 해 볼까! 하고, 그녀는 그대로 떨어지며 아라크네에게 중력으로 가속된 발차기를 꽂아넣으려고 했다. 겸사겸사 매달릴 수 있으면 매달려 보고.
미나의 말에 자신을 드라이라고 칭한 남자의 답이었다. 뭐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서 대공동을 돌아다니다니 이상한 사람이긴 하다.
"아니 딱히, 경쟁하려고 한건 아닌데.."
그리고 테온의 말에 그는 그런건 관심없다는듯 답했다. 생각보다는 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라크네의 돌진은 테온이 다리중 하나를 베어넘기고 거기에 더불어 시우의 혈화가 폭발하면서 멈췄다. 혈화는 생각보다는 피해가 큰듯한게 배와 다리가 거의 뜯겨나갈 정도로 파인것이다.
미나는 느려진 공격을 쉽사리 피해낼 수 있었고, 독의 탄환은 안그래도 약해진 아라크네의 몸통을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있었다. 독 때문에 녹는다기보단 디스포의 체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 그 마무리는 얼떨결에 날려온 린의 발차기. 우연히 점령한 고지에서의 내려찍기로 인해 아라크네의 몸은 완전히 박살나면서 핵이 되었다. 다만, 아라크네가 무너진덕에 린의 발이 땅에 닿으면서 많이 저렸을거란 사소한 문제정도일까.
그러는 중 시우를 다치게 한 지네의 머리통에 수류탄이 직격했고. 이빨로 추정되는 부분과 머리가 일부 무너지고 있었다. 디스포에게 눈이 정말로 눈의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사이 수호는 지네 디스포의 몸통을 물어 뜯어 끝부분을 잘라냈다. 디스포기에 이걸로 죽지는 않겠지만 큰 타격임에는 분명. 거기에 현우가 다리를 뜯어내며 지네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너무 재촉하지 말아줘."
그리고 그 틈에 다시한번 폭발이 일어났고 지네는 완전히 몸이 젖혀졌다. 끼릭 끼릭 쓰러질듯 말듯 불쾌한 소리를 내던 지네는 이내 핵으로 변했다. 어느정도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약소클랜이 90,100대 디스포 둘을 잡은건 대단한 성과였다. 경험치도 쌓이지 않았을까?
잠시 후 드라이는 핵에는 관심이 없는지 그대로 거미줄에 묶여있는 타클랜원들에게 다가갔다. 구해주려는건지 거미줄에 손을 대었고, 바로 다음 순간 묶여있던 세명은 폭발과 함께 정말 깔끔하게도 사라졌다. 말이 사라졌다는거지 당연히, 죽은것이다.
"얼떨결,에 쉽게 잡긴 했는데, 범죄자의 최후..가 디스포한테 붙잡히기라니... 웃기네."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아니 사실 반쯤 앉아있었으니 다를 건 없을까요. 디스포가 쓰러지고 상황이 종료되고, 저는 멍했습니다. 아니, 진짜 멍해요. 피를 너무 많이 썼습니다. 뻗어있던 툴도 회수하고 멍하니 천장만 봤습니다. -다소의 폭발음이 다시 들릴 때 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범죄자..였나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에 피가 부족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합니다. 괜찮다면 누구 멀쩡한 분 하나 잡아서 허락을 받고 피를 좀 받아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만, 아직 제 일이 끝난 건 아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