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쌍둥이였나. 요조라의 머릿속에 새로운 정보가 갱신됐다. 이자요이 남매, 쌍둥이. 아직 이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성이 이자요이라는 것만 알아도 불편할 건 없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됐다고 해도, 단지 그것 뿐이다. 앞으로 언급된다 해도 아, 그 사람, 하고 기억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런고로 이 아직 이름 모를 서점 직원의 무언의 부탁은 요조라에게 닿지 못 했다. 여전히 거리는 두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고, 경계도 다 푼 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조라의 분위기는 '그래서 뭐?'에 가깝다. 특별히 날을 세운 건 아니고 평소와 똑같았다. 직면한 상황을 적당히 애둘러 피하고 더이상 관계의 진전을 원치 않는, 지극히 평소대로다. 아주 약간의 짜증이 밑바닥에 깔려 있긴 했지만.
"악수요...?"
뭔가 더 용건이 있는지 물었을 때, 요조라는 이 사람의 반응을 보고 슬쩍 생각했다. 진짜 아까 그 말이 용건의 전부였을지도 모르겠네. 그냥 얼굴 한번 보는게 전부였겠다, 라고 말이다. 그야 대답이 바로 안 나오고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이 사람. 괜한 불씨를 건드린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외로 나온 대답이 평범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악수라면 어려울 것도 아니고 좀전에 거절한 것도 있다. 짧게 중얼거린 요조라는 오른손에 들었던 가방을 왼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을 교복 치마에 툭툭 턴다. 손에 뭐 묻은 건 없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한번 쥐었다 펴보곤 앞사람을 향해 내민다.
"여기요..."
요조라의 행동은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상대가 하고 싶다니까 해주는 정도, 라는 느낌이 딱딱한 행동에 그대로 내비친다. 그리고 요조라 본인도 그 기색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이 행동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점심시간. 점심을 거뜬히 해치운 렌은 오늘은 뭔가 잠을 자거나 축구 혹은 농구를 하는 대신 교내를 걷고 있었다. 왜 걷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야… qr 코드 때문이지. 응….
요즘 qr 코드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학생들의 틈에서 렌 또한 열심히 종이를 찾고 있었다. 막 어떤 것이 갖고 싶다기보다는 이렇게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 뭔가 워터파크 이용권 공짜로 얻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누구와 가려나, 하고 생각한다면….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지만. 워터파크라니 뭔가 데이트 같은 느낌이지 않는가.
어쨌든 사탕이든 오천엔 상당의 상품권이든 있으면 좋은거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그렇게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앗, 렌은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아키라였다. 그것도 아키라가 학교 뒷뜰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렌은 눈을 깜빡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아키라의 쪽으로 다가갔다. 졸고 있는 학생회장님이라니 귀한 장면이기는 했다.
아마 가까이 다가가서 졸고있는 회장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빤히 올려다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앗, 먼저 찔러놓고 늦어서 미안! 갑자기 호출이 와서 답레는 또 늦을 것 같고……(흐릿) 느긋하게 멀티해도 괜찮고 그렇다! 미안해ㅐㅐㅐㅐ
작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아키라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꾸벅, 꾸벅 고개를 움직이며 졸고 있었다. 최근 여러모로 학생회의 일이 늘어난 것도 있었으나, 올해 여름은 호타루마츠리를 하게 되었고 자신도 18살이 된만큼 슬슬 호타루마츠리의 주 행사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성스러운 샘이라고 불리는 물이 고여있는 동굴의 입구는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 아니면 열 수 없게 몇겹의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그리고 호타루마츠리를 여는 며칠동안은 그 안을 개방해서 사람들이나 외부인이 볼 수 있도록 했다. 허나 그냥 내버려두면 그 귀하디 귀한 물에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시미즈 가문은 그 시기가 되면 돌아가며 그 동굴 안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이상한 짓을 하는게 아닌지 관리를 해야만 했다. 뭔가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만 하는게 많았고 신사에서 성스러운 샘을 내려준 신에게 올리는 춤이나 행사 같은 것도 있었기에 그것을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 최근 밤늦게까지 활동을 하는 일이 많아 절로 피곤함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호타루..마츠리.. 아오노..미즈...류..카미님.."
졸고 있긴 했으나 그래도 약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그는 의미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완전히 아래로 숙였다. 그러다가 앞으로 넘어갈듯 말듯한 느낌으로 몸이 휘청거렸고 그 때문에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키라는 아무런 말 없이 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반대편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분명히 눈이 마주쳤겠으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퇴장하려는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