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는 아직도 다리에 힘이풀려 반 쯤 주저앉아 있었다. 상황이 정리되었다. 위험할 뻔한 상황에 몸을 던졌고 그 용기의 대가로 아무런 피해없이 작은 아이를 구해낼 수 있었다. 용기를 내길 잘했다. 뭐든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변화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그 때도, 그 해 8월에도 이렇게 한 걸음 뗄 용기가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텐데. 너와 헤어질 일은 없었을텐데.
" 으응? "
무모함은 삼가라는 말. 스즈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차례를 되묻고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인데 분명 후배로 보이는 아이들이 어쩌면 그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알아먹지 못할 어려운 소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있다. 스즈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로 그저 막연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 이 정도면 많이 참은거야~ 감당할 수 있을만큼 판 벌인거라구. "
친구들과 같이 있던 그 때는 상대가 누군지도 잘 알았고 어쩌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가미즈미고등학교 2학년 B반 미나미 스즈' 라고 자신을 밝히며 열받으면 찾아오라고 일렀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기에 자신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감추고 말하지 않았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된다는 듯 스즈는 후- 하고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곤 몸을 돌려섰다.
" 어쨌든! 다친 곳은 없다니 다행이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날 부르라구! 그러니까 나는.. 응.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스즈는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정확히는 거짓말에 취미가 없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거짓으로 남을 속여넘기고 그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은 온 몸에 지금의 감정 상태가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화가 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조금 빨개진다. 슬프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눈물이 뚝뚝 흐르고 웃긴 걸 보면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긴장되거나 걱정되면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가 갈 곳을 잃으며 쓸쓸하다면 금세 그런 표정이 되어버린다.
" 앗, 시-쨩. 저기. "
그리고 또, 최근 느끼는 점이라면 후배들이 후배같지 않다는 것. 이래서는 선배로서의 위엄이 살지 않는데- 라는 생각은 코 끝에 걸리는 달짝지근한 향에 섞여 사라졌다. 보통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주었을 때 스즈는 '오야오야~' 하고 장난스레 등을 토닥이곤 했다. 어째서인지 지금의 스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손을 아래로 축 내린채 멍하니 눈을 뜨고 있을 뿐이었다.
" ....약속이야? "
스즈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나는 널 무시하지 않을테니 너는 날 계속 기억해줘. 그런 약속. 잊혀지는 것이라면 이제 질렸다. 두 번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서 '아! 스즈!' 하고 기억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처음 보는 여자아이였다. 처음 보는 후배였다. 자신보다 어린 후배였다. 이상한 점이라면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아이에 분명 자신보다 어린 후배일텐데 이상하리만치 안정되고 한낱 인간인 자신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맞이한 기분이었다.
" 시이는 좋은 아이네. 응. 시이는 좋아. "
이제서야 에헤헤- 하고 웃은 스즈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에게 그랬던 것 처럼 시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곤 슬며시 손을 뻗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이제야 선배가 된 기분이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이 신비하리만치 이상한 이질감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1.가미즈미는 대체 어떤 특성이 있으며, 어떻게 신과 연결되는 지역인 것인가. 2.어떻게 해야 좀 더 청춘스러운 이벤트가 만들어질 것인가. 3.연애스레인만큼 편파나 관밍아웃 등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4.그렇다면 편파 문제의 기준은 어떻게 잡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5.마츠리는 어떻게 차별화를 둘 것인가.
코로리의 머리 위로 바위가 떨어졌다. 쿵. 그만큼 충격받았다. 바위가 한 번 떨어진 것도 아니다! 친구냐고 물었지만 되물어보는 대답이 돌아와서 한 번, 총총 다가갔더니 총총 물러나서 두 번, 경계하는게 보여서 세 번, 악수가 거절 당해서 네 번, 사람 잘못 본 것 같다고 해서 다섯 번이었다. 충격의 연타에 코로리는 잠시 굳었다. 악수를 거절당했으니 손을 내려야 하는데 그대로 멈춰서 손을 바라보았다. 세이 친구가 아니면 안 되는데?! 세이랑 친구가 아닌거야, 세이가 아닌거야?! 하지만 코로리는 여전히 자신의 힘을 갖고 있는 손님이, 쌍둥이의 친구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팔에 안고 있던 책을 옆의 책 탑 위로 쌓았고, 두 손 모두 동그라미를 만들어서 얼굴 위로 가져온다!
"세이, 나랑 닮은 안경쓴 사람인데에. 머리카락은 하얗구, 레몬맛 사탕 좋아하구, 별 박사님이구, 키는 나보다 많이 큰데 눈은 똑같이 노을지고 있구."
엄지와 검지 끝을 맞대서 동그라미를 만든게 안경이 되었다. 경계하는게 너무 잘 보이니까, 코로리도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러났다. 무서워하는 거 싫어ー. 눈썹이 둥글게 처지면서 눈은 물 맞은 강아지같이 애처로운 모양인데, 입은 나쁜 사람도 못된 사람도 아니라고 웃어보였다. 손님을 올려다보던 코로리는 이만 손을 내리고 다시 탑을 쌓았던 책들을 품에 안았다. 한 팔에 안고 있었던 책들을 두 팔로 꼭 안고 있으니, 누가봐도 의기소침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잘못 본 거 아닌데ー"
억울함에 나온 혼잣말이, 혼잣말 치고는 컸다. 하지만 정말, 기사님이 지키고 있는 양귀비 맞는데ー!
간만에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근데 고작 10점이라니 ... 450점이 최고 점수라는데 그걸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이제 슬슬 학생회에서 뿌려둔 QR들도 부족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 미리 어디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다!!
>>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리 상품은 딱히 관심없는 상태로 시작한거였으니까, 괜찮다구~! 그저..... 다갓이..... 。゚(゚´ω`゚)゚。 이렇게까지 점수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지고 삐지고 억울할 뿐이야 ( ◠‿◠ ).......
요조라가 조금만 행동이 민첩했더라면, 진작 서점을 빠져나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굼뜬 행동 때문, 아니 덕분? 어느 쪽이든 요조라가 우물쭈물하며 쉬이 나가지 못 하는 사이 굳어있던 서점 직원은 새로운 행동을 개시했다. 들고 있던 책을 옆에 올려두더니, 동그라미를 만든 손을 얼굴에 대며 설명을 막 하는데, 그 설명이 어째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저 손 모양, 안경... 맞겠지?
"그... 이자요이, 코세이, 씨... 말인가요...?"
서점 직원이 한걸음 물러나는 걸 지켜본 요조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속으로는 확신하고 있었다. 설명으로 들은 이미지를 떠올리고보니, 저 불그스름한 눈에서 느낀 위화감이 무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뭐랄까, 겉과 속이 한결 같은 듯한 말과 행동은 딱 닮아있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친인척 관계이지 않을까 생각만 하는 요조라였다.
조금은 경계를 푼 요조라는 딱 봐도 의기소침해진 서점 직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세이란 사람의 정체는 알았지만, 그거랑 잘못 본게 아닌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아, 혹시 자신에 대해 뭔가 얘기했나? 친인척 관계라면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은 달갑지 않다.
"칫."
일순간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며 짧게 혀를 찬다. 편안히 책구경이나 하러 왔더니 이게 무슨 일이야. 짜증을 가라앉히러 왔다가 되려 돋구고 갈 것만 같은 흐름이다. 요조라는 그런 건 사양이었기 때문에, 길고 천천히 숨을 한번 내쉬고, 평소와 같이 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무슨, 용건... 이신데요...?"
조금 전 용건이 보고 싶었다는 거라고 듣긴 했지만. 설마 그걸로 끝이진 않을 테니까, 용건이 있다면 그거만 해결하고 가자. 요조라의 생각은 그랬다.
쌍둥이의 이름을 들으니 표정이 화악 밝아진다. 세이 친구 맞지! 이 와중에 '쌍둥이' 까지만 말하려다가, 오빠라고 덧붙였다. 코로리가 쌍둥이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사고를 쳤거나, 약점을 잡혔거나, 부탁할게 있거나 등의 상황이었다. 자기 좋을때만 오빠였다! 지금 오빠라고 부른 이유는, 세이 오빠랑 친구니까 나랑도 친해지게 해줘! 아무도 듣지 못하고 들어주지 못할 부탁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칫…?"
표정이 밝아진게 오래 가지는 못 했다! 코로리는 다시 우물쭈물해졌다. 싫어하잖아! 미워하는 거잖아! 좋다는 건 절대 아니잖아! 하트여왕님 보기 전에 장미를 빨갛게 칠하는 기분이라구! 코로리에게는 인사밖에 안 했는데, 미운 털 박혔다는 느낌이라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코로리가 미운 털의 원인이 아니라면, 세이?! 세이, 친구랑 싸운거야?!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선물 주려고 나한테 선물 부탁했던 거야?! 하지만 자신의 쌍둥이가 얼마나 상냥하고 다정한지는 코로리가 제일 잘 알았다. 꽤나 제멋대로인 자신을 아끼고 어리광도 다 받아주는데다 언제나 같이 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다! 코로리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용건이 있어야 하는거야?"
보고 싶었다는 것 말고도 용건이 있었다면, 곤히 잘 수 있는 단잠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인데 이미 드림캡쳐를 받은 손님에게 무언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잠의 신으로서의 힘을 담고 있는 물건을 받았으니까, 다른 걸 떠올려보기 위해 조금만 더 고민해본다. 그럼 코로리는 하나를 떠올려냈다! 거절당한 악수였다.
"악수하고 싶은데요오."
가끔씩 나오는 존댓말은 자신이 지금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나오는 거였다. 코로리는 손님이 악수를 허락해줄까 눈치를 본다. 원래 같았더라면 덥썩 손을 잡았을텐데, 어쩐지 미운 털 박힌 것 같으니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인간이든 신이든, 미움받는 거는 별로라구. 열심히 빨갛게 칠할 거니까!
>>148 >>151 시미즈가문의 무서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미즈미 마을에서 못 사는거야?! 다른 마을로 쫓겨나는거지?! (아님) 편의점까지 아키라의 에스코트 부러워~! 나 우산 다박살내고 올테니까 기다려~! 도쿄갔다가 길 잃는 아키라 보고 싶구, 사용인 부럽다..... 부럽다....!!!!
>>152 새옷임에도 페인트는 가차없이 탈락이었다구 합니다..... 페인트는 아마 기름으로 지워진다 했던 거 같기도 하구 정 안 되면 내 돈으로 새로 사 응응
>>15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 공격 당하냐구 ( ◠‿◠ ) 하지만 쌍둥이가 뭐 다르겠어요 이제 누구 옷이 더 더러워지나 확인해보는 일만 남은거지~!
>>154 렌도 편의점까지의 에스코트 떴다~! 나 정말로 우산 다 박살낼테니까 기다려 애들아 (*´ω`*) 넷다 해당아니라니 만능재주꾼...팔방미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무룩 귀여워 얼룩 안 지워지면 똑같은 거로 한 벌 더 사자 응 여기 카드 줄테니까
1.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갑자기 누군가 우산 좀 같이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한다면?! 이걸 노리고 비를 내리게 한 것이지... 아아... 보이십니까? 강의 신의 능력이? 아무튼 당연히 씌워주고 겸사겸사 결혼도 해야지 썩은 마인드로 있을 듯 :3 그리고 써먹을 만하다고 생각해서 연중 내내 비가 오게 되는 가미즈미... (아님)
2. 캐릭터는 음치 박치 몸치 길치 넷 중 몇개나 해당될까?! 미즈미는........ 아무래도 다 일 것 같지? 길치는 요즘 핸드폰 맵 볼 줄 알게 되어서 오케 음치는 가라오케 몇번 봐서 조금 고쳐졌고 박치랑 몸치는 여전해
3. 새로 산 옷을 입고 나왔는데 옷에 얼룩이 튀었을 때의 반응! 아앗-! 앗... 아앗-.......... (슬쩍 화장실 가서 신의 힘으로 어캐 해결해보기)(신력 낭비)
>>16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미즈미 사실 청룡신님 계셔서 힘 잘 못쓰는 편이지... 남의 구역이니까 웅웅 궁금한 거 있는데 그냥 개울이나 이런 쪽에서 물 흐름 쬐금쬐끔 트는 건 괜찮을까나? 미즈미도 여기서는 부탁 좀 합니다~~~ 같은 느낌으로 힘쓰기는 하는데 응응 아무래도 이 부분은 어느정도 합의가 되어있어야할 것 같아서
>>144 1. 코로리라면 우산 좀 같이 쓸 수 있냐고 부탁하는 사람일 것 같지만~! ( ◠‿◠ ) 누가 씌워달라고 하면 데려달라는 곳까지 데려다줄거야! 근데 우산 좀 들고 있다가 팔 아프다고 바꿔들자고 할 예정~! 2. 코로리는 노래 잘 부른다! 몸치려나?! 몸을 못 쓴다기보다는, 안 써. 니트는 운동이고 춤이고 움직이기 귀찮아 (*´ω`*) 그리고 길은... 잃어버려서 헤매는게 아니라 코로리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로 가버려서, 그러다가 길 잃어버려 ( ◠‿◠ ) 그러니까 넷 중 몸치랑 길치가 해당이란 느낌이겠네~! 3. 울상 돼서 얼룩 신경쓰다가 집 돌아가면 세이한테 조잘조잘 이른다(?) ( ´∀`) 이러다가 저러다가 여기에 얼룩 묻었어~! 하고 기분 별로라고 머리 빗어달라고 할 거 같네~!
>>172 그런 거야 괜찮아요! 일단 신의 규칙을 지킨다는 조건 하에, 가미즈미 마을에 크게 해가 될 것 같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청룡님도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가만히 둔답니다. 물론 마을에 해가 크게 날 것 같다 싶으면 이제 어느 순간 청룡님이 옆에서 싱긋 웃고 계시는거죠!
>>181 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곧 여름이지? 꼭 비 오는 일상도 해줘야하고 앉아서 수박 먹는 일상도 해야하고 바다에서 휴향하는 일상도 해줘야하는 거야 꼭이야~~~~~~~ 앗 맞아 ㅋㅋㅋㅋ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코로리가 원한다면.... 미즈미가 물침대... 하나 장만해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쿠소 적폐 일상이....... 물론 어느정도 서로 통성명 하고나서 가능하겠다만야
>>177 어쩔수없지..... 기숙사 옆으로 이사가야겠다 일본 환율이랑 가미즈미 집값 어느정도지 ( ´∀`) 넷 다 아닌 토와 여기도 팔방미인이~! 얼룩 1차처치라면 화장실 비누 손빨래?! 한숨쉬는 거 귀여워 짬뽕같은 빨간 국물이 흰옷에 튄거면 한숨이 세배가 될 거 같구
>>180 >>183 손빨래 해주는거냐구 너무 스윗한거 아니야?! 리리는 놀릴 생각만 했는데~! 귀여워 해줘서 고맙다구 (*´ω`*) 머리 빗어주든 쓰다듬어주든 하지 않으면 손빨래 하지도 못하게 옷 안 줄지도 몰라........... 리리야 오빠 반만 닮아봐라 ( ◠‿◠ )
>>185 다음주가 여름이었던 거 같네~! 저야 전부다 환영이라구요 감사하다구요~~~! 비 오는 날 테루테루보즈도 달아보구 수박 씨도 토토토 뱉는 거 연습해보자구~! 바다는.... 코로리 수영할 줄 모르니까~! 깊은데까지는 같이 못가~! 어? 물침대? 친해지면 물침대 선물받는거야? 코로리는.... 미즈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해야겟는걸 요.... 실용적이지만 조금 하찮은 능력을 가진 신의 능력 최대한 활용해보자구
나는 잠시 이 인간 남자에게 '당신도 제 13명 썸인人 중 하나입니다-' 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원래 이런건 무드 없게 말하면 안된다고 그러더라. 참고로 같은 반 친구 미츠하-특. 남친 있음-도 내 썸녀고 또 같은 반 친구 유즈군 -특. 삥뜯음-도 내 썸인 중 하나이다.
근데 이 인간 너무 무기력하지 않나. 내 알기로는 인간은 삶이 짧아 항시 노력하는 존재였는데 말이다. 이렇게 열정이 없고 진도도 느려서야 얘는 인간의 몸으로 어디 평생 연애나 해볼 수 있으련지 모르겠다. 나는 실로 안타까워져 입을 가리고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애잔.
"와- 그럼 이상형 저 맞네요?"
나는 결론을 내렸다. 검지를 들고 제 이상형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랑에 빠진 줄도 모르는 이 애처로운 인간을 이해시켜주기로 한다.
"그러면 테츠야군은 나를 결혼을 목적으로 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라는 결론이 나오는 거예요."
나는 올려둔 손가락을 까딱이며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봉건적이란게 어디 욕인가요? 노인을 공경하고 벗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봉건적 순정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186 로 우산 던졌다가 코세이가 우산 맞고 "?????"로 시작하는 일상 배팅걸어봅니다
>>188 이렇게 숙제 일상이 늘어만 가는데............ 사실 미즈미도 바다에서는 수영 잘 못해 후미카랑 일상 돌릴 때 쓰려고 생각해둔거긴 한데 얘네들은 짜고 거칠고 말도 안들어 떼잉.... 같은 느낌이지 ㅋㅋㅋㅋㅋㅋ (후미카 : 뭐?) 아앗 선물이라기보다는 그거지 즉석 물침대 제조 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그러고 둘이 물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어도 귀여울 것 같아서 응응
>>187 경주종류 아깝잖아~! 무릎 까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 협회장님 。゚(゚´ω`゚)゚。 단체전..... 단체전도 그래도, 눈에띄게 잘하는 친구는 보일지도?!
>>190 청룡신님한테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져버렸어~! 저 저쩔디즈니플러스~!
>>191 숙제 일상으로 산을 쌓다가 달에 닿는거지 ( ´∀`) 그치 수영장, 강, 계곡, 바다 전부 물의 느낌이 다르니까~! 와중애 말도 안들어 떼잉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즉석 물침대 귀엽잖아...... 둥실둥실...... 그러고 광합성 하면서 낮잠 자는거지 응응 귀여워~! 미즈미도 꿀잠자게 잠의 신이 선물하는 쓰담쓰담 받으라구~!
아, 쌍둥이였나. 요조라의 머릿속에 새로운 정보가 갱신됐다. 이자요이 남매, 쌍둥이. 아직 이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성이 이자요이라는 것만 알아도 불편할 건 없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됐다고 해도, 단지 그것 뿐이다. 앞으로 언급된다 해도 아, 그 사람, 하고 기억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런고로 이 아직 이름 모를 서점 직원의 무언의 부탁은 요조라에게 닿지 못 했다. 여전히 거리는 두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고, 경계도 다 푼 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조라의 분위기는 '그래서 뭐?'에 가깝다. 특별히 날을 세운 건 아니고 평소와 똑같았다. 직면한 상황을 적당히 애둘러 피하고 더이상 관계의 진전을 원치 않는, 지극히 평소대로다. 아주 약간의 짜증이 밑바닥에 깔려 있긴 했지만.
"악수요...?"
뭔가 더 용건이 있는지 물었을 때, 요조라는 이 사람의 반응을 보고 슬쩍 생각했다. 진짜 아까 그 말이 용건의 전부였을지도 모르겠네. 그냥 얼굴 한번 보는게 전부였겠다, 라고 말이다. 그야 대답이 바로 안 나오고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이 사람. 괜한 불씨를 건드린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외로 나온 대답이 평범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악수라면 어려울 것도 아니고 좀전에 거절한 것도 있다. 짧게 중얼거린 요조라는 오른손에 들었던 가방을 왼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을 교복 치마에 툭툭 턴다. 손에 뭐 묻은 건 없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한번 쥐었다 펴보곤 앞사람을 향해 내민다.
"여기요..."
요조라의 행동은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상대가 하고 싶다니까 해주는 정도, 라는 느낌이 딱딱한 행동에 그대로 내비친다. 그리고 요조라 본인도 그 기색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이 행동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점심시간. 점심을 거뜬히 해치운 렌은 오늘은 뭔가 잠을 자거나 축구 혹은 농구를 하는 대신 교내를 걷고 있었다. 왜 걷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야… qr 코드 때문이지. 응….
요즘 qr 코드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학생들의 틈에서 렌 또한 열심히 종이를 찾고 있었다. 막 어떤 것이 갖고 싶다기보다는 이렇게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 뭔가 워터파크 이용권 공짜로 얻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누구와 가려나, 하고 생각한다면….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지만. 워터파크라니 뭔가 데이트 같은 느낌이지 않는가.
어쨌든 사탕이든 오천엔 상당의 상품권이든 있으면 좋은거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그렇게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앗, 렌은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아키라였다. 그것도 아키라가 학교 뒷뜰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렌은 눈을 깜빡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아키라의 쪽으로 다가갔다. 졸고 있는 학생회장님이라니 귀한 장면이기는 했다.
아마 가까이 다가가서 졸고있는 회장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빤히 올려다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앗, 먼저 찔러놓고 늦어서 미안! 갑자기 호출이 와서 답레는 또 늦을 것 같고……(흐릿) 느긋하게 멀티해도 괜찮고 그렇다! 미안해ㅐㅐㅐㅐ
작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아키라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꾸벅, 꾸벅 고개를 움직이며 졸고 있었다. 최근 여러모로 학생회의 일이 늘어난 것도 있었으나, 올해 여름은 호타루마츠리를 하게 되었고 자신도 18살이 된만큼 슬슬 호타루마츠리의 주 행사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성스러운 샘이라고 불리는 물이 고여있는 동굴의 입구는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 아니면 열 수 없게 몇겹의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그리고 호타루마츠리를 여는 며칠동안은 그 안을 개방해서 사람들이나 외부인이 볼 수 있도록 했다. 허나 그냥 내버려두면 그 귀하디 귀한 물에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시미즈 가문은 그 시기가 되면 돌아가며 그 동굴 안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이상한 짓을 하는게 아닌지 관리를 해야만 했다. 뭔가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만 하는게 많았고 신사에서 성스러운 샘을 내려준 신에게 올리는 춤이나 행사 같은 것도 있었기에 그것을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 최근 밤늦게까지 활동을 하는 일이 많아 절로 피곤함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호타루..마츠리.. 아오노..미즈...류..카미님.."
졸고 있긴 했으나 그래도 약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그는 의미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완전히 아래로 숙였다. 그러다가 앞으로 넘어갈듯 말듯한 느낌으로 몸이 휘청거렸고 그 때문에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키라는 아무런 말 없이 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반대편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분명히 눈이 마주쳤겠으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퇴장하려는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정답이라는 듯이 눈웃음을 지었다. 나 자신이 그렇다. 그리고 지금까지 봐온 다른 신들도. 그녀에게는 그런 생각뿐이었다. 인간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특출난 재능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모든 점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니, 어떻게 보면 다른 것들보다도 더 조잡하게 만들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관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관념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지요. 뛰어난 그림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하게 누구나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있답니다. 자, 예를 들면 저 라던가? 아니라면…”
그녀는 자신의 입가에 검지를 올리고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뭔지 아실 것 같나요? 하고 물어본 그녀는 들고 있던 작은 손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서 소년을 향해 비추었다.
“에에, 아름다운 것은 좋아한답니다. 특히 빛나는 사랑의 이야기 같은 걸 들으면, 조금 부끄럽지만 나이도 잊고 들떠버려요. 다른 분들이 그러시기를, 저는 아름다운 편이니까요. 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추보다는, 마음으로 알 수 있는 행동 같은 것이─ 대단히 좋지 않나요?”
마치 동의를 구하는 것 같은 말투. 그녀에게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디에서 꺼낸 것인지 그녀의 손 끝에는 압화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 선물이에요. 그녀는 웃으며 소년에게 그것을 건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여자의 이름은 아니지요.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이름은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것. 내실을 다지는 것은 제가 할 일이지요. 그러는 당신─… 공부벌레군쪽이 더 놀라운 걸요?”
영원한 연이라니, 어쩐지 낭만적이네요. 그녀는 즐거운 듯 웃으며 비어있는 손으로 하늘에 글자를 그려보았다.
“방금도 후배나 동기라고 했으니, 공부벌레군은 3학년이네요. 저는 1학년이랍니다. 그렇게 안보이나요?”
"그런가..요?"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아온 토와이긴 하지만. 마사히로가 아름답다.. 라는 건 맞지만 그걸 대놓고 말하는 건 겸손적인 면이 있는 토와는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마음이 닿는다고 하는 걸까요.." 중얼거리듯 말하면서 잘 안되는 것도 있지만. 가끔은 그렇지요. 라고 대답하면서 이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는 낭만이라고 하자..
"낭만이라.. 성으로 불리는 것이 조금 익숙하지는 않아서요." 그야. 토와가 둘이 있으면 움찔하는 것보다 무시하는 게 가장 괜찮았으므로.
"그게 맞는지 틀렸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요?" 가볍게 응하면서 공부벌레라는 말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정도로 공부벌레라고 한다면 하루종일 진짜로 공부만 하는 붕들은.. 사실 토와주가 토와 외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토와 엔이라는 것의 엔은 인연 할 때의 엔도 있고. 원형의 원의 엔도 있고. 일본 엔 할 때의 그 엔도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것이다.
....사실 그런 동음이의어적인 것을 슬쩍 생각하긴 했다고..
"1학년처럼.. 이라기보다는 조금 저 멀리 계시는 분 같기도 하니요." "약간 신적인 존재?" 묘하게 관념적이고, 붕 뜬 듯한 느낌도 드네요. 라고 가볍게 말합니다.
“후후후, 제가 믿는 신의 시련은 그런 거랍니다. 신께서는 언제나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고난을 내리시지요. 마음이 닿았다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럼에도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 한단계 나아간 경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저희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같은 신들은 그 능력이나 전설이 원인이 되어 인간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에는 거리를 두던 시기가 있었다. 조금 더 범주를 넓힌다면 오히려 그 예전보다는 지금이 더욱 그 규칙이 더욱 엄한 것이 사실이기도 했으나, 그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인간과 얽히지 않은 것은 얼마나 이전의 일인가. 그녀는 때때로 과거에 있던 일을 생각하며 자조하고는 했으나,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어머나, 이름으로 불러줄 사람이 많으시군요? 맞건 틀리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공부벌레든, 이름의 뜻이 다르든. 사소한 문제아닌가요.”
그녀는 소년의 난처한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웃었다.
“그런, 저는 여기에 있답니다? 거짓도 허상도 헛것도 아니지요. 신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후후, 어떨까요? 세상에는 인간보다 인간 같은 귀신도, 귀신보다 귀신 같은 인간도 있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도 예전에는 대단히 행동적이었답니다.”
그것에 비한다면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나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전과 같이 웃어 보였다.
“게다가 제가 신이라면 공부벌레군은 불경죄라구요? 알고 계신가요? 신이라는 존재는 의외로 속이 좁답니다.”
코로리는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명찰에 적힌 성은 이자요이, 말한 것은 이름이었다. 코로리는 잘 자라는 뜻이니까, 몰래 잘 자라고 인사한 거야! 세이 친구니까 못난은 빼고, 양귀비잖아! 머리카락을 넘기고, 이름을 밝히고, 또 품에 안았던 책을 내려놓는다. 악수는 한 손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두 손에 자유를 준다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코로리는 두손으로 꼬옥 손님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리고 악수는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드니까 그것도 하려고 했다.
"잘 부탁해ー"
나도, 세이도, 별의 기사님도! 드림캐쳐의 엮인 실 모양은 악몽을 잡는 그물을 뜻 하고, 장식으로 달리는 구슬은 붙잡힌 악몽이 아침 햇살을 받아 변한 이슬이었다. 코로리는 일부러 별 모양 구슬 장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별의 기사님이라고 칭했다. 쌍둥이와 코로리를 잘 부탁한다는 것 말고도 양귀비 손님이 악몽을 꿀 일도 없고, 밤에 잠도 잘 오면 좋기를 바랐다. 다음번에는 술래잡기 안 할 수 있겠지?!
"후링 좋아하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코로리가 책방에서 제일 자주 있는 곳인 계산대와 제일 가까운 창문에 후링이 하나 매여있었다. 코로리에게 양귀비의 반댓말이 후링이기 때문에 한 말이었지만 손님이 알아들을 리는 만무하다! 악수가 무사히 끝났다면 코로리는 또 다시 책을 들었다. 원래 하고 있었던 책 정리를 하러 가야한다! 애매하게 깜빡거리던 아르바이트생 모드를 완전히 키는 것이다. 계속 존댓말 하고, 최대한 직설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모드.
"즐거운 항해 되세요!"
조금 애매하지만 아오키 집안의 책방, 책은 지식, 지식의 바다, 바다가 가까운 가미즈미 같은 단어들이 모여 이곳은 바다가 되었다.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 요조라주!! 그리고 마피아 게임을 한다면 할 수는 있죠! 코드명을 보낸 후에 제가 코드명이 누가 마피아고 누가 경찰이고 그런 것을 다 알려줄수는 있으니까요! 다만 마피아는 무조건 한 명으로 고정해야하고 경찰의 조사결과가 거의 모두에게 공유가 되는 셈이고..(누굴 조사했는진 몰라도 이번에 마피아가 걸렸다 or 마피아가 걸리지 않았다) 그런 것 때문에 아마 조금 애매한 느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지라! 아무튼 그렇기에 마피아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어색한 미소로 이쪽을 돌아본 순간, 공기에 흐르던 그것은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던 사냥감의 냄새다. 저 치들이 그것을 맡았다면 이 명량한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등 뒤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었다면. 혹여 겁에 질려 물러나지 않았다면? 의지를 증명시킬 힘이 없다면, 그것은 곧 애처로운 허세이자 덧 없는 만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대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냐.'
그러나 도검의 신은 굳이 그것을 들추려 들지 않았다. 빚을 졌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제 입장도 잊고 잔뜩 일갈을 했을테지만, 신세를 졌다...라는 말이 마냥 거짓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분명 가타나누시는 참지 못해 백마디 말보다 칼을 뽑는 것으로 격차를 벌이는 것을 택하려 했다. 그렇기에 이 미나미 스즈의 개입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사장에게 혼이 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되었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해져 오는구나. 고개를 가볍게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서는 헛기침으로 통성명의 운을 튼다.
"하가네가와 시로하. 가미즈미 고교에 재학중인 3학년생인게야."
그러던 중, 문득 시로하의 희연 눈썹이 올라가 아리송하게 변한다. 지금껏 인간의 몸으로 인간을 대하며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말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의 초문(初聞).
나 드디어 종이비행기 접었어ー! 코로리는 사탕세트보다 드디어 종이비행기를 접은게 더 기뻤다! 그리고 한 번 포인트를 얻으니, 10점만 더 얻어서 사탕세트가 두개였으면 했다. 하나는 세이꺼!
.dice 1 3. = 2 당첨/당첨/꽝
.dice 1 7. = 7 1점, 10점, 20점, 30점, 50점, -5점, -30점
366카가치의 완전뒷북 최강뒷북 마니또 후기. 하지만 초딩이니 그럴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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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거의 끝나감) 00:02:44
다육이는 창가에 있고 장미수정 팔찌는 미처 변색은 고려하지 못한 채로 그 곁에 내려두었으며 (머지않아 비명지를 예정이다) 매실맛 사탕은 하나 쏙 먹어보고 으 이게 무슨 맛이야 하며 기숙사 구석에 박아두었다. 남 주기는 싫다.
사로잡힌 벚꽃의 키링은 여러 차례 햇빛에 비쳐보며 저도 모르게 넋 놓고 말았고, 치- 이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거든! 화내며 가방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줄 거면 못해도 123457890897개는 주지 하나가 뭐냐며 옹졸하게 불평했다. 고마타마고 두 박스를 받았을 때는 세 개 줘야지, 두 개라니 센스 없네! 하며 또 불평했고, 저번에 준 사탕으로 미루면 이번 것도 맛은 뻔하다며 흥칫뿡했다. 뭐 이딴 걸 준다고 맛있어할 줄 알아? 맛없네! 세상에서 제일 맛없어! 와, 어떻게 이 정도로 맛없을 수가 있지? 노트북(기네스북이다) 올라야 하는 거 아니야? (줄줄이 먹고 있다) ...도쿄. 그러고 보니 도쿄도 가지고 싶다. 대도시라니 탐날 수밖에 없는걸. 아아, 도쿄로 갈 걸 그랬다. 거기는 띠꺼운 청룡신 따위도 없을 텐데!
"...물, 물은 줘야 하나...?"
제가 보내드린 하월시아 옵튜사는 잘 지내고 있나요? 그 말에 살짝 찔려서, 무심코 방치해두던 창가의 다육이를 흘긋 눈질했다. 다육이, 생존해 있습니다. 적당한 빛을 주는 것이 잘 자라는 비결이라 하니 아마 물도 주면 좋을 것이다. 지극히 단순한 논리 전개로 페트병에 물을 받아 졸졸졸졸줄줄꿀럭꿀럭콸콸콸콸콸 생명수를 부어보았다. 다육아, 잘 자라렴...
"기뻤을 리가 있나. 베에에에- 다."
메시지에 쏘아붙이며 선물 상자를 교양없이 착착 뜯었다. 빈 앨범을 두 손으로 뺐을 때는 잠시 멍 때리고 말았다. 이윽고 카가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겠는걸요."
카가치는 굳이 말하면 위조 사진 전문이다. 합성 사진. 거짓으로 점철된 사진.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위조하지만, 대부분의 이유 따위 정해져 있다. 그것은 추억과는 거리가 멀다. 제 모습이 기분 나빠, 거짓된 모습이라도 꾸며내 보이고 싶다. 우습게 합성하여 타인을 조롱하고 싶다. 사진으로 떼돈을 벌고 싶다. 남을 속이고 싶다. 카가치는 거짓의 신으로서, 그 심리를 누구보다도 관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짓의 신이므로 사진에서 위조 사진부터 연상하는 것은 자연한 순리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사진은 추억이기도 하다. 추억이라고 다들 이르더란다. 카가치에겐 실로 머나먼 그 느낌을, 그들은 당연한 것처럼 공유하더란다.
카가치는 탐욕스러운 신이다.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어버리고 싶다.
그야...
"짜자잔- 소중한 추억 하나 만들어보실까-"
찰칵.
"아, 씨이... 초점 다 흐려졌잖아. 다 너 때문이야-!"
카가치는 죄 없는 마니또의 메시지에 불평했다. 거미줄처럼 깨진 액정 너머에는 다육이와 원석팔지, 그리고 열린 창 밖의 환한 봄풍경이 자리해 있었다. 다만 초점이 흐렸고, 벚꽃은 이미 수없이 떨어져버렸다.
...이래서야, 추억은 되지 못하겠지.
기숙사 책상 위에는 앨범이 있다. 곱게 펼쳐져 있었다. 앨범에는 언제 뽑았는지, 인간이 할 방법으로 뽑기는 한 것인지, 어느새 단정한 사진이 꽂혀 있었다. 하월시아 옵튜사는 풍성히 자라 있고, 장미수정 팔찌는 선명한 빛을 발산하며, 창 너머 벚꽃은 흐드러져 과연 절경이라 할 수 있었다. 초점은 전문가의 솜씨처럼 반듯하고 내리쬐는 햇빛은 흠 없이 환했다.
악수가 하고 싶댔으니 요조라는 한 손만 내밀었지만, 이 서점 직원, 이름을 코로리라고 밝힌 그녀는 애써 들었던 책을 내려놓고 두 손을 내밀었다. 요조라는 손을 내민 채 가만히 있었으니 코로리의 손은 무사히 요조라의 손을 잡아 위아래로 흔들며 악수를 할 수 있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요조라는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듣지 않았으면 모를까, 들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호시즈키, 요조라... 에요..."
잘 부탁한다던가, 그런 말은 덧붙이지 않는게 요조라답다. 꼬옥 잡은 코로리의 손과 달리 그저 손을 내밀고만 있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살가운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는 것도 말이다.
"후링...?"
뜬금없는 말에 그게 무슨 소린가, 하는 듯 중얼거리기는 해도 되묻지 않은 요조라는 악수가 끝난 손을 거둬들인다. 왼손으로 옮겼던 가방을 다시 오른손에 들고서 코로리가 책을 챙겨 드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퀭한 눈매 속 검은 눈이 코로리의 행동을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노을빛 눈과 시선을 마주한다.
"네에..."
즐거운 항해 되라는 영문 모를 말에도 요조라는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서 아까 내려놓았던 책을 다시 집어들고, 보던 부분을 살짝 펼쳐 안을 본다. 요조라는 손님으로, 코로리는 서점 직원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요조라가 나간 건 그로부터 20여분이 지나서다. 한 코너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 책 저 책 몇번 들춰보다가 그대로 나갔는데, 나가는 길에 조금 빙 돌아 카운터를 지나갔다. 때마침 코로리가 자리를 벗어나있을 때 말이다. 기운 없는 목소리가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하며 나간 뒤 카운터엔 자그마한 통이 하나 남았다. 달콤쌉쌀한 아망드 쇼콜라(아몬드에 초콜릿을 겹겹이 코팅하고 겉에 코코아가루를 버무린 것)가 가득 담긴 통엔 호시즈키당의 스티커와 드세요, 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
1.영어는 나름 하는 편이기 때문에 꽤 능숙하게 길을 알려줄 거예요! 물론 발음은 일본인 특유의 발음을 내겠지만! 2.싱긋 웃으면서 오빠보다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분명히 근처에 있을테니까 그 사람과 결혼하면 오빠가 가미즈미 스파에 초대해줄게. 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네요. 3.아키라가 말 그대로 눈이 홱가닥 도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도련님 무쌍!! 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404 1. "네 녀석...! 일본에 왔다면 일본 말을 하는게다!" 하지만 있는 말 없는 말 써가며 필사적으로 알려주려 하네요 2.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요 "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혼으로 자라준다면 생각해보마." 3. 막아서서는... 역시 신의 힘으로 겁줘서 쫓아내요
1.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알려달라고 묻는다면?! "나... 나님은 뭐든지 알고 있으니까-! 당신이 무슨 말 했는지도 아주 잘 알아요. 내가 엄청 예쁘고- 엄청 멋져서- 부럽다-! 닯고 싶다-! 질투난다-! 샘난다-! 짜증날 정도다-! 이렇게 말한 거지?? 아하아- 별로 놀랄 필요 없어- 나는 뭐든지 다 알고 있으니 숨기는 쪽이 이상한 거야-! 아, 아하하, 하, 하..." (외국인 반응이 심상찮아짐=무서워짐) "어... 음... 으음.... 아아-!! 페이퍼타올이 요기잉네-!!!" <- 이러고 자연스러운 줄 알고 도망쳐
그리고 타박타박 걸어가며 문득 그 외국인 눈이 정말 탐난다고 생각하겠지 눈색 휙 바꿔버릴 거야
2. 어린 아이가 나중에 크면 캐릭터와 결혼할테니 기달려달라고 한다면?! "진짜-? 그 말 지킬 수 있어-? 무르기 없기야-? 말은 언제나 무를 수 없는 거거든." "나- 결혼 어디서 할 건지 정할게. 규모는 어떻게 할 거고, 하객은 얼마나 둘 거고, 복장은 어떤 디자인으로 할 건지, 일본식이라면 신전식인지 불전식인지, 서양식이라면 부케와 케이크 디자인은 어쩔 건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떠날 건지도 다아- 정해두고 기다리고 있을게-?" "네가 먼저 말한 거야, 불만 없지?"
그리고 아이처럼 미소해. 어린 날의 철없는 고백은 거짓이려나, 진실이려나. 진실이라도 후에 거짓으로 변모하려나, 영원히 진실로서 있으려나.
3. 질 나쁜 중학생들이 다른 한 중학생을 괴롭히는 걸 발견했다면?! 불길하게 웃으며 구경해............... 아아 나쁜 신이다 이거
페어이벤트는 페어가 잘 협조가 되어서 놀면 정말로 재밌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어느 한 쪽이 그야말로 대충 해버리면... 그것만큼 개판이 되는 것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상처를 받는 이도 생기기 딱 좋은 타이밍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좋건 싫건 그때는 좀 강하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은 별 일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에요.
사실 강하게 하면 하는대로 이제 또 남은 이들은 반드시 상처를 받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캡틴 입장에선 부디 누가 되었건 재밌게 놀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사실 또 하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페어이벤트로 일상을 즐기는 것은 좋으나 그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일상을 돌리지 못하고 혼자 며칠씩 구경 혹은 관전만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제 경험상 이게 AT가 진짜 크게 느껴지거든요. 아무튼 이 부분은 또 어떻게 할지를 고민중이기도 하고. 그래도 3주 내에는 어떻게든 답을 내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정해진 페어 파트너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잠수를 타거나 진짜 만나고 나 바빠. 먼저 갈게. 하면서 빠르게 끝내려고 하는 케이스가 가장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물론 이 경우는 예외없이 다 시트를 내려버릴 생각이지만요! 아무튼 페어 이벤트를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분들들 역시 협조를 잘 하고 내가 원하는 이 아니라고 버리려고 하는 자세는 절대로 없어야 함을 강조를 하겠어요.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전기수 이야기 살짝 해서 전기수에서 이런 페어 이벤트 했다가 파트너 내가 원하는 이 아니라고 바로 잠수타는 진짜 비매너짓을 하는 이가 있었기에. (절레절레)
>>459 모든 걸 갖고 싶대. 수집벽 참 심하지. 강한 신도 되고 싶어하고. 가미즈미에서 사람 하나 홀려 곁에 두면 편할까 생각도 하고. 수련에 얼마 되는 세월 필요할지, 뭐가 필요할지 헤아리다가 제풀에 질려버리고. 결국 아아- 모든 게 밉다- 하며 끝나. 욕심은 많은데 그릇이 작은 탓이야.
아아아... 기껏 올린 점수가 또, 또! 30점이나 깎이다니... 요조라의 상심은 말로 다 표현 못 할 정도다. 기한은 얼마 안 남았는데, 점수는 목표치에 근접하기는 커녕 거미줄 끊어지듯 자꾸만 떨어진다. 이제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 지금이라도 멈추고 남은 점수로 가능한 걸 타갈 것이냐, 끝장을 볼 것이냐, 요조라는 방금 막 찾은 코드를 들고 고뇌한다. 고민의 고민 끝에, 눈을 꾹 감고, 코드를 찍는다.
시니카주 있으면 읽어주고, 없다면 다른 참치들이 내가 부재중일 적 시니카주가 올때 히키주가 이거 읽어달라고 했다 전해주지 않을래. 혹시 내가 미처 답레를 발견하지 못해 잇지 않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만일 그런 거면 부담없이 여기 답레 있다고 찔러주길 바라.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저번에 쓰러졌다 했으니 부디 몸 먼저 생각하고 천천히 답레 주고.
다만 내쪽에서 고민하고 있는게 있어서(시니카주 때문이 아니라 본인 문제임) 중간에 부득이한 이유로 일상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
내가 기간이 좀..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이 겪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감정이 들쭉날쭉할 시기인지라 지금 생각도 치기어리고 언젠가 수그러들..? 거라 믿고 있어서 금방 정리되겠지만. 그게 아닐수도 있어서 미리 말해두는 거야. 음, tmi가 너무 길었나. 아무튼. 시니카주 잘못이나 타 참치 잘못이 아니니까. 느긋하게 주거나, 말해주길 바라ㅡ
꽝이 아니었다! 하물며 마이너스도 아니었다. 가장 저득점인 1점도 아니고 10점이라면, 여태 꽝만 줄줄이 봤던 카가치에게는 평타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아는가, 한번 꼭대기의 맛을 본 치는 그 아래 것을 받으면 좋은 것이라 해도 만족하는 법을 모르게 된다. 한번 50점의 맛을 본 치는 나머지 점수에는 도저히 만족하는 법을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카가치는 화가 난 상태였다. 카가치는 씩씩거리며 계단을 탁탁탁 내려가다가 쪽지를 발견하고 쓸데없는 으름장을 놓았다. QR코드 상대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꽝이란 글자를 보면 머리 혹은 가슴에 돌덩이가 떨어지는 감각이 든다. 좀 얼얼해진달까, 그런 느낌이다. 이게 만약 마이너스, 그것도 꽤 큰 숫자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것이다. 얼얼함은 조금 지나면 사라지고 그럼 다시 코드 찾기에 여념이 없어진다.
>>528 봄.... 봄...... 벚꽃 융단도 좋고.... 떨어진 벚꽃 쓸면서 (벌 청소 개념이려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고 히히 아니면 시내에서 만나서 벚꽃 디저트 세트 에디션 먹는 것도 좋아보이고 난 다 좋아~~~~~ 슬슬 더워지면서 철쭉이나 여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할 시기니까 산 쪽 오솔길에서 벚꽃이랑 함께 구경해도 좋겠다~~~~~ 혹시 코로리주는 좋아보이는 거 있어?
>>529 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게 괴로워 。゚(゚´ω`゚)゚。 미즈미랑 테츠야랑 2-C, 같은 반이지!? 코로리가 마니또였던 테츠야 찾으러 2학년 C반에 처들어간 적 있는데, 그것 때문에 2학년 C반 담임선생님이 벌청소 시켰다거나?! 그날 하필 미즈미도 우연히 벌청소 걸렸다거나?! (이 선배는 뭔데 2학년까지 내려 와서 벌청소를) 으아악 하지만 벚꽃 디저트 뇸뇸하는 미즈미도 보고 싶고, 오솔길 산책하면서 꽃사이에 있는 미즈미도 보고싶은데 역시 강의 신이니까 하천가에서 벚꽃비 맞으며 산책하는 것도 보고 싶고 자전거 탈 줄 알아?! 벚꽃 나무 아래로 자전거 타고 해변공원까지 슝 가버리는 미즈미도 보고싶어~!
>>530 으악 괴로워!!! 이걸 다 하지 못하다니~~~!!! 벌청소하면서 힝.... 하고 있는 코로리... 털썩 주저앉아 자버리는 것도 보고 싶구........... 이이잉 ㅠㅠㅠㅠ 하고 싶은게 이렇게 많은 건 슬픈 일이구나..... 하천가에서 벚ㄱ초비도 좋고.... 자전거... 못... 못탈걸.... 잘 못 타지 속도내는 건 힘들어해 헐 코로리는 자전거 탈 줄 알아? 그러면 벌 청소하다가 도망치는 거 어때? 도망치려다가 후닥닥 대충 자전가 하나 잡고 둘이 도망가는거?
>>531 코로리 자전거 탈 줄 모른다기보다는 안 타봤어 ( ◠‿◠ ) 게으름뱅이는 움직이지 않는거야........... 벌청소하는 것도 엄청 밍기적꿈지럭 하고 있을 거구, 벚꽃비.... 벚꽃비..... 미즈미가 잘 못 탈 뿐 탈 줄은 아는 거니까 벌청소하다가, 째려고 자전거 탈랬더니... 코로리가 탈 줄 몰라서 자전거 타는거 알려주는 일상도 귀엽겠는걸~! (근데 누구 자전거인거야 모브야 미안해) 그리고 자전거 타기 성공해서 둘이 타고 도망가는거?!
>>532 앗 나는 하나 잡아서 둘이 같이 타는 거라고 생각했어 ㅋㅋㅋㅋ 왜 일본 청춘에서 강변가에 한명이 뒤에서 허리 붙잡고 앞에서 자전거 운전하면서 가잖아 응응 그런거 누가 운전할지가 관건이네 그럼? 미즈미가... 하는 걸로 할까? 아니면 코로리가 처음인데 미즈미가 재촉해서 얼렁뚱땅 에? 에? 내가? 하면서 운전 성공-! 도 재미있을 것 같고 (그다음 바로 넘어졌다고 한다 우당탕)~~ 음음 아무튼 정신 없이 헐레벌떡 도망쳐나오는 느낌.... 괜찮을까? 시작은 벚꽃 청소하다가 통성명 하는 걸로 하구?
벚나무한테도 테루테루보즈 달아야겠어! 마니또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들떠서 남의 반에 처들어간 죄는 벌청소라는 형을 받았다! 3학년이나 되어서 2학년 후배들 반에 난동을 일으킨게 2학년 C반 담임선생님 눈 밖에 나버렸다. 봄이 끝나가면서 하늘에 노란 구름, 분홍 구름, 크림 구름, 색색으로 하늘을 아름드리 가리고 있던 꽃나무들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코로리는 빗방울들을 쓸고 있었다. 이 벌청소는 꽤나 가혹했는데, 쓸어도 쓸어도 비가 계속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쪽을 다 쓸어놓고 저쪽을 쓸고 오면, 바람이 한 번 부는 순간 이쪽에도 저쪽에도 꽃잎들이 휘날린다. 무엇보다 코로리의 움직임이 느렸다. 천하태평, 게으름뱅이가 잽싸게 움직여 벌청소를 끝낼 리가 없지!
"벚나무 신님 미워."
얼씨구! 사쿠라마츠리 때만 해도 풍선다트에서 1등 경품을 따고 싶다며 벚나무 신에게 제 바람을 들어달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밉다고 중얼거린다. 연분홍빛 꽃잎이 코로리 위로도 내려앉았고, 몇번을 쓸고 있는지 모를 바닥에도 내려앉았다. 코로리는 비로 쓸다 말고 멈춰섰다. 비를 꼿꼿이 세우고 길쭉한 손잡이 부분에 턱을 괴어 기댄다. 비가 길어서 가능한건지, 코로리가 짧아서 가능한건지는 묻어둔다.
"아침달신님, 벚꽃 피었어ー"
잠시 쉬어보자고 멈추니 벌청소를 하고 있는 또 다른 학생이 보였다. 인간이 아니고 신님이야! 뒤집어진 초승달이 세개, 하얀 달님은 아침 달님인데! 의 머리 위로 벚꽃송이 하나가 살폿 떨어져있는 것도 보였다. 코로리에게는 새하얀 머리카락과 눈 감은 모양, 웃고 있는 입 모양이 새하얀 초승달 셋으로 보였다. 하얀 달은 코로리가 밤을 새고 맞는 새벽과 아침 언저리 푸른 하늘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에, 아침달신님이 된 것이다! 코로리는 이쯤에 벚꽃이 피었다고 스스로 자신의 머리 위를 톡톡 가리켰는데, 코로리에게도 꽃잎이 붙어있었지만 거울이 없으니 알 수 없었다.
>>144 1.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갑자기 누군가 우산 좀 같이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한다면?! "집이 어디야아? 거기이? 그럼 같이 가줄게~..!" 2. 캐릭터는 음치 박치 몸치 길치 넷 중 몇개나 해당될까?! 박치.. 3. 새로 산 옷을 입고 나왔는데 옷에 얼룩이 튀었을 때의 반응! "어, 그럴 수 있지이..! 앞으로는 조심해에~." >>208 좀 엥 스러운 질문인데 캐릭터들 싫은 상대 거절 멘트 뭐야? 이 짤보고 든 생각이었어 미안 사실 매도하는 캐들 보고 싶어 "미안하지만 별 관심 없어요~." 아니면 "드롭킥 맞고 싶진 않은거지이?" >>404 1.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알려달라고 묻는다면?! 아미카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잘 알려주겠지만 프로레슬링으로 배운 탓에 묘하게 공격적인 어투라 외국인이 가끔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네요! 2. 어린 아이가 나중에 크면 캐릭터와 결혼할테니 기달려달라고 한다면?! 기억하진 못할태니 별 신경쓰지 않고 넘길 것 같네요. 3. 질 나쁜 중학생들이 다른 한 중학생을 괴롭히는 걸 발견했다면?! 바로 개입해서 괴롭힘 당하는 애를 끌고 나온다?
날은 점점 무더워져 이제는 꽃이 지는 날이 되었다. 나는 필연적으로 여름이 가까워졌음을 깨닫고 마는데, 추운 것도 싫고 더운 것도 싫은 나로서는 곤란스러운 일이었다. 내게 위안이라고는 싸돌던 바람 한 줌이 날 스치고 지나갈 때 뿐이다. 나는 저번 백지로 낸 시험지 때문에 이곳에 있었다. 나의 담임은 내가 정신적인 노동보다 육체 노동에 더 익숙해져있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벌로 깜지 대신 청소를 시키기 시작한 것도 그때즈음이었다. 나는 다만 이 꽃잎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처럼 느껴져 서글퍼진다. 아주 가물어버린 감수성으로는 그뿐인가 싶다.
"미워."
나는 네 옆에서 따라 중얼거렸다. 나는 헤 벌리고 떨어지는 쓰레기들을 바라보다 하품을 쩍 했다. 에비, 쓰레기가 입에 들어온다. 내 옆에 서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너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으나 -어째서인지 나와 학년이 다른대도 이곳에 있다- 나는 너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처지다.
"네? 저요?"
어째서 강의 신인 내가 아침달신이 되어버렸는지 모를 일이지마는, 나는 내 몸속에 달도 담아보고 해도 담아본 적이 많아서 별로 내색하지 않았다. 하늘과 강은 붙어있을 일이 없어 상극이나 서로가 마주보고 있기에 쉽게 섞이고는 했다. 나는 곁눈질로 너를 살폈다. 벚꽃이 피었다니 머리를 털고, 나는 또 너의 머리 역시 털어주었다. 참으로 상냥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래, 나도 이제 슬슬 신과도 친목해야지. 그간 너무 홀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이름이... 코로리? 에- 이자요이에 코로리. 이름 투명해-!"
강의 신은 난데, 어째서 나보다 네 이름이 더 투명한지 -미즈미가 할 말은 아니다- 알 길이 없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너의 이름을 입으로 굴린다. 달에 코로리면 달신은 이쪽 아니야? 나는 고개를 기울이다가도 복잡한 것은 싫은지라 생각을 끊어냈다. 입가를 끌어올리고 내 이름을 일러준다.
아침달신님이라고 불렀는데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리는 '네? 저요?' 라는 답을 날 부르는 건가 헷갈려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내 정체를 알아냈는지 놀라고 있다고 이해했다! 정답을 맞췄다고 생각한 코로리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비가 또 내렸어! 어, 나한테도?! 아침달신이 머리카락을 털어내니 머리 위에 피었던 벚꽃이 바닥으로 톡 떨어진다. 저것도 바닥에 닿으면 쓸어야하는 것이라 붙잡고 싶었다! 시선이 자연스레 꽃송이를 쫓아갔는데, 그러고 있을 때 머리 위에 손길이 머무른다. 그래서 멈칫 의아해하던 중에 꽃송이가 바닥에 앉았고, 코로리의 머리 위에서도 벚꽃잎이 팔랑팔랑 떨어진다. 꽃송이는 놓쳤지만, 이번에 팔랑이는 꽃잎은 잡아챌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쩍 손을 뻗어 주먹을 쥔 코로리는 손을 펼쳐보았다.
"아ー 꽃방울 잡았다!"
빗방울은 빗방울인데 꽃잎이라 꽃방울이 되었다. 코로리는 뿌듯하게 펼친 손 위 꽃잎을 보여주었다. 작은 꽃잎이 손바닥 가운데 놓여있다.
"까만데에."
이자요이 코로리, 육보름날을 뜻하는 성과 자장가에서 따온 이름이 투명하기에는 어두운 밤색이다. 코로리는 혹시나 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확인해보았다. 저번에 실수로 머리카락에 덥혀둔 흑색이 풀려서, 반짝이는 하얀색을 들켜버린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똑같은 실수로 머리카락 색을 들켜버린 탓에 투명하다고 하는건 아닌지 노심초사 확인해본 것이다. 이번에는 들켜도 신에게 들키는 것이니 딸꾹질할 일도 울 일도 없겠지만!
"밋쨩?"
내밀어진 손을 두 손으로 꼭 맞잡는다. 손에 쥐고 있던 비는 코로리의 품 속으로 기대 넘어졌고, 악수를 하는 코로리의 고개는 갸웃거렸다. 밋쨩이라고 방금 지은 애칭으로 불러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악수를 하면 맞잡은 손을 흔들거리는데, 코로리는 꼭 붙잡은 채 멈추도록 힘을 주고 버티고 있었다. 밋쨩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그때 반갑다고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악수를 끝내려고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근데 아침달신님, 이름에 물이 많아! 정체를 숨기려고 일부러 그런걸까?! 검은 카드병정들이 하얗게 칠한 장미인거지! 보아뱀일지도 모르겠다ー! 이런! 아침달신님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름에 강이 들어가고 물이 들어가도 그와 관련된 신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안녕하세요! 요조라주! 음. 일상은 저도 지금 멀티를 구할까 말까 고민 중인지라. 하지만 일단은 하나 돌리고 있는 상황이니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를 줘야할 것 같아 우선 보류하겠어요! 8시 45분까지 아무도 돌리지 않으면 찔러보는 것으로! 그 이전에 돌리실 분들은 돌리시면 될 것 같고요!
렌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졸고있는 아키라를 올려다보면서 조금은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뭐랄까, 자신이 알고 있는 아키라라고 하면…. 자신이 종종 일하는 스파시설의 주인인 시미즈가의 도련님, 일 잘하는 직장 선배, 다니는 학교의 학생회장의 개념이었으니까.
‘완벽해보인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사실 피곤할지도 몰라.’
그리고 잠꼬대하듯 중얼중얼거리는 말에 렌은 눈을 깜빡였다. 호타루 마츠리, 아오노미즈류카미? 웅얼거리듯 나오는 말이라 자신이 잘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전자는 익숙한 것이었고 후자는 고개를 갸웃할 말이었다.
자면서도 호타루마츠리를 생각하다니. 호타루마츠리는 시미즈가에서 주관하는 것이라던데 그것 때문에 고생이 많은 것일까? 하고 추측해보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키라의 몸이 휘청였고, 이내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렌은 놀라서 동그란 눈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고 말았다. 잠시간의 아이컨택 후 벌떡 일어난 아키라가 반대편으로 향하자, 렌도 아키라를 부르며 따라 벌떡…. 일어나려고 했는데,
“아키라 선, 읏, 악….”
제법 쪼그려 앉아있었던 탓인지 갑자기 일어선 몸이 순식간에 쥐가 나 렌은 바로 엎어져 흙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말았다. 다리를 잡고 끙끙대는데 다리가 저린 것보다 부끄러움이 더 컸다. 이게 바로 졸고 있는 아키라를 보고만 있던 죄인 것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려고 했으나 그 뒤에 들리는 짧은 소리는 아키라의 발을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뒤를 돌아보니 렌이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는 깜짝 놀라 다시 렌에게 돌아왔다. 무슨 상황인진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그가 얼굴을 처박고 넘어졌다는 사실 아니겠는가. 물론 제대로 넘어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럼에도 아키라에게 있어선 조마조마한 사태였다.
"괜찮으세요?! 세이 씨?!"
물론 렌의 존재는 아키라에게 있어선 다른 이들보단 아무래도 조금 더 친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굳이 '세이 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물론 자신도 렌이라고 부르면 편할지도 모르지만. 허나 그런 사정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고 그는 바로 그의 앞에서 오른쪽 무릎을 꿇고 렌을 부축하려고 했다. 허나 이내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리를 잡고 끙끙대는 모습이었다. 왜 다리를 붙잡고 있고 왜 저렇게 끙끙대고 있는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적어도 아키라에겐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다리가 부서졌나요?! 아니. 그런데 넘어졌다고 다리가 부러질린 없는데.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정말로 당황했는지 그는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고 패닉상황에 살짝 빠졌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침착하게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서 렌에게 물었다.
"세이 씨! 119 전화번호가 몇 번이죠?! 아니. 아닌가. 이럴 땐 119가 아니라 다른데인가?! 병원. 병원의 전화번호를 대면 구급차가 오나?!"
나름 협박이란 걸 해봤는데, 꽝이 나온 걸 보니, 이 이벤트는 아무래도 원망제조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운이 나쁜게 요조라만이 아닌 걸 돌아다니면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대놓고 학생회장에 대한 원망을 중얼거리는 학생도 있어서 솔직히 섬찟했다. 그거에 비하면, 약속 없었던 걸로 하는 건... 약과겠지? 그치? 요조라는 또다시 자기합리화를 하며 코드를 찾는다.
괜찮지 않아서 렌은 끙끙거리며 대답했다. 발이 저린 것도 저린 것이었지만, 너무 부끄러워서 마음이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아키라가 제 앞에 오른쪽 무릎을 꿇고 부축하려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미안해져서 아키라에게 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것보다 빠른 것은 아키라가 허둥지둥하면서 다리가 부러졌는지, 119를 불러야하는지 묻는 모습에….
“그게 아니라, 다리에 쥐가 나서…. 이럴 때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말끝에 냥을 붙이면, 윽, 괜찮아져요냥.”
괜히 장난을 쳐보는 것이었다. 물론 아키라는 그 말에 기운이 빠지면서 장난치지 말라는 듯 우사미눈을 해보일지 모르겠지만. 혹시 아는가 이렇게 당황한 상태면 장난에 걸려들지도. 쨌든 별 것 아니고 괜찮다는 뜻이었다. 또, 그런 장난을 한다는 것이 렌이 아키라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기도 했고.
쨌든 렌은 허둥대는 아키라를 두고 다리를 펴고 발 끝을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발의 쥐난 것을 풀려고 했다. 얼었던 땅이 녹고 촉촉해진 봄흙과 풀잎이 얼굴이나 머리카락에 묻어 있었지만 일단 우선 쥐가 난 것을 풀어야 하는 것이 먼저였다.
오- 나는 네가 꽃잎을 잡는 것이 신기하여 이리저리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댔다. 그러나 잡히는 것은 휑한 공허뿐이니 나는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꽃의 신도 아니고 바람의 신도 아니니 꽃잎 하나 못 붙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테지만 모양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평소라면 쿨하게 넘어갔을 너의 말에 괜히 오지랖을 부려본다. 능력 없을 신으로 격하된 이미지를 세워주기 위함이라고 해야할까.
"꽃방울이 아니라 꽃잎이에요. 코로리씨는 아직 인간 세상에 익숙치 않나보군요?"
나는 인세에 온지 고작 6개월도 안 됐을뿐이지만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다. 인간의 유행 단어-하이루 방가방가, 오나전 캐안습 등등-도 곧잘 쓰고 대화에 어색함이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어깨를 쭉 폈다.
"그런 말이 아니라- 이름에 담긴 뜻이 투명하다고요."
너도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도 인세에 무지한게 틀림없다. 투명하다라는 말 뜻도 모르고.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 인간에 좀 더 익숙한 내가 잘 알려줄 수 밖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 나는 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까는 나빴다가 지금은 또 좋아지는 걸 봐서는 요즘 내 감정이 풍부해진 게 맞나보다. 아무튼 나는 검지를 들어올리고 너에게 나의 추측을 읊어준다.
"이름에 달도 들어가있고 자장가도 들어있잖아요? 그러면 코로리씨는 분명 밤의 신 맞죠?"
내가 영어는 좀 못해서 그렇지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그리 말하며 너에게 빙그레 웃어주는 것도 잠시 갑자기 덥썩 내 손을 붙잡고 애칭을 불러주지 무엇인가? 나는 순간 이 사람이 나를 인간으로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첫눈에 반해서 이러는 것인지 -아주 헛소리다- 알 수 없어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저, 코로리씨 저는 신인데요. 꼬셔도 얻을 게 없어요."
나는 너에게 소곤거렸다. 만약 이게 평소대로 한 것이라면......... 나는 엄청난 경쟁자를 얻었다 자부할 수 있다. 너는 객관적으로 귀엽게 생긴데다가 덥썩덥썩 손도 잘 잡고 애칭도 바로 짓는 걸로 보아 무시무시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내 인간 상대를 모조리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손도 떨리고 눈도 떨리고 늑골도 떨릴 지경(아님)이다.
다리를 쥐어잡고 있는 것이 단순히 쥐 때문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다. 물론 쥐가 나도 아픈 것은 마찬가지지만 부러진 것에 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말 끝에 냥을 붙이면 괜찮아진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순간 움찔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나?
....라고 평상시의 아키라는 생각했을지도 모르나 패닉상태에 살짝 빠진 아키라에게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외쳐버리고 만 것이다.
"야옹~ 고양이가 있으니 쥐는 멀리멀리 달아나라냥."
자신도 모르게 페이즈에 말려들어 그렇게 말한 직후에야 아키라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뭘 하는지를 인지했다. 순간적인 패닉은 사람의 판단력을 잃게 만든다고는 하나, 이번 것은 확실히 거대했고 아키라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숨을 정리하던 아키라는 근처에 있는 풀숲에 머리를 묻어버리면서 중얼거렸다.
"...고양이 잠잔다냥. 건드리지 마라냥. 야옹."
힘없는 목소리를 내며 붉어진 얼굴을 진정시키기 바쁜 그였기에 아직 얼굴을 빼들 수 없었다.
"거짓말. 스즈쨩 분명 쓸쓸하단 얼굴 하구 있었어. 앗, 나도 친구 갖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구. 시이는 다 알지롱."
시이가 가장 잘 아는 표정이기도 했으니까. 아소비코쇼를 하나 보내고 나면, 거울에 비친 시이는 곧잘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시이는 친구를 갖고 싶었고, 그래서 스즈의 얼굴도 그렇게 설명해버렸다. 조금 달랐지만, 의미는 비슷하다. 기존의 친구에게서 얻는 쓸쓸함을 견디기 어렵다. 마음이 통하고, 날 의심하지 않게 하는 친구를 가지고 싶다. 그런 의미. 물론 차이는 있었다. 스즈가 그런 친구를 기대하고 실망한다면, 시이는 그런 친구를 만들었다. 되지 않는다면 놀잇감으로 쓰고는 끝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냐. 나, 편식도 많이 하고 약도 먹기 싫어하는걸. 병원도 싫어-"
사실들 속에 교묘한 거짓이 섞여든다.
"하지만 나, 약속은 잘 지키려고 노력해. 그러니까- 응, 스즈쨩을 잊지 않을 거야. 약속이니깐."
스즈가 시이를 껴안고, 시이는 반겼다는 듯이 폭 안겼다. 인간은 불혹을 겨우내 넘겨 사는 주제에 따듯했다. 불변하는 신들과 달리, 맥동할 때마다 따스한 피가 꿀럭거리는 인간들은 연약하면서도 살아움직였다. 경이롭지만, 하찮다. 하지만 그 미물이 베푸는 온기에 금세 녹아버리는 것이 나라서. 나는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듣게 된다면, 그런 바보 같은 내가 정말 미워지겠지 싶었다.
시이는 그래서 배반당하면 곱절로 베풀어주리라고 다짐했다.
"믿어도 돼." - 이쯤에서 막레려나 고생했어 스즈주 내가 갑자기 바빠져서 정말 폐를 끼쳤네 그래도 돌려서 즐거웠어
최근 들어 요조라는 컨디션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디가 아프거나 그런게 아니라, 이상하게 좋다. 생활패턴이 바뀐 것도 아니고, 특별한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묘하게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볍다. 자고 일어난 후도 그렇다. 원래는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는 것도 시간이 걸렸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눈을 뜨면 그대로 정신이 말끔해진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요조라는 생각하며 양호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보아하니 종례는 진작 끝났겠고 부활동도 슬슬 마무리 될 시간이다. 자고 일어나서 개운하긴 하지만 아직 자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진 않았나보다. 오늘도 신세를 진 양호 선생님께 인사를 한 요조라는 폰과 작은 주머니를 챙겨 들고 양호실을 나온다. 천으로 된 주머니는 흔들릴 때마다 작게 잘그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얼마 전 받은 드림캐쳐의 장식 소리다.
느릿느릿 걸어, 교실로 가는 길에 몇번 코드를 찾아 기쁨과 좌절을 반복한다. 이 점수로는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네, 아무래도 포기해야겠어, 같은 생각을 하며 요조라는 빈 교실에서 가방을 들고 나온다. 주머니는 가방에, 폰은 교복 주머니에 넣고, 빈 교실을 나와 빈 복도를 걷는다. 여전히 느릿하지만 비틀거림 없이 반듯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온 요조라는 역시나 텅 빈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신는다. 그 때, 짧은 진동이 요조라의 폰을 울렸고, 신발을 다 갈아신은 요조라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폰을 꺼내 연락 온 걸 보고 있었다.
에, 이게 아니었어. 시이는 시이가 귀엽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협박까지 생각한 건데? 어깨가 결리는 정도의 재액을 손에 담고 있었으나 맥이 빠져서 풀려버렸다. 테츠야의 어깨가 다소 뻐근한 감이 생겼을지도. 하여튼 시이는, 좀, 좋게 말해서 아둔하고... 나쁘게 말해서 바보이기때문에. 테츠야가 갑자기 본인을 귀엽다고 하자 눈을 말똥거리고 뜨곤 잠시 말이 없었다.
에, 하지만. 이거 괜찮지 않아? 자그마한(167cm) 소년이 자신을 귀엽다고 반복하는 걸 봐. 이거 좀... 되지 않아?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괜찮아!
"조, 좋~아 좋아. 그대로 스스로에게 되뇌는 거야. 나는 귀엽다. 나는 귀엽다라고..."
약간 뉴에이지 오컬트를 영업하는 사기꾼처럼 말하는 시이.
"나는 귀엽다. 나는 귀엽다. 나는 예쁘다... 나는 반바지와 세트인 세일러복이 잘 어울리는 쇼타다."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시니컬하게 주변을 냉소하는 듯 하지만 주변과 친구관계를 맺고 싶어서 TRPG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츤데레 쇼타다."
오늘의 학생회 활동을 가볍게 마치고 아키라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가볍게 본교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으나 QR코드로 인해 절망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고 느끼며 아키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끔 돌려보는 것은 다 꽝이긴 했으나 그렇게까지 꽝이 많이 나온단 말인가. 일단 별 생각없이 계단에 꽂혀있는 QR코드를 하나 집어들고서 아키라는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바로 집으로 가진 않고 전병이나 하나 사서 돌아갈까 싶어 간만에 호시즈키당으로 가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꼭 전병이 아니더라도 다른 맛있는 화과자가 있으면 사도 좋을테니까.
신발장에 도착하자 낯익은 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호시즈키 요조라. 사쿠라마츠리 때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던가. 그래도 아는 사람인데 학생회장으로서 가볍게 인사는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겼고 요조라의 근처에 선 후에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호시즈키 씨. 오늘도 하루 수고하셨어요."
뒤이어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QR코드를 찍으려고 하면서 자신의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낸 후에 갈아신으려고 했다. 김에 그녀에게도 호시즈키 당이 오늘 영업하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호시즈키 당이 영업을 하나요? 영업을 한다면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려서 간식거리나 살까 해서요."
어째 어깨가 뻐근하다. 왜 이렇게 어깨를 세게 잡는거야. 갑자기 화라도 난건가? 행동거지가 제정신이 아닌게, 화나게 하면 안될 것 같은데. 그런데 어쩌다가 '나는 귀엽다' 같은 소리를 하게 되었더라.
아, 귀엽다고 하지 않았으니 또 삐진거구나. 일단은 장단을 맞춰주는게 좋을 듯 싶다. 솔직히 활동내역도 간당간당한 요즘 상황에 trpg부실에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면 학생회쪽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쪽 입장에서는 부비를 낭비하는 이상한 부는 폐지하고싶어할게 뻔하고.
"나는 귀엽다."
그런데 저 녀석이 원하는 말을 하려면 '나는 귀엽다' 가 아니라 '너는 귀엽다' 라거나 '시이는 귀엽다' 가 맞지 않나? 하하, 저녀석도 참 바보다. 이래서야 그냥 단순히 자신을 칭찬하는게 아닌가.
하늘을 가리는 것은 구름, 나무 위에 아름드리 피어난 꽃들이 하늘을 가리니 그것도 구름. 이것을 설명해줘야 미즈미가 코로리는 왜 꽃잎을 잡아놓고서 꽃방울이라 칭하는지 알 수 있을텐데, 그런 설명은 코로리와 거리가 멀었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 기분 좋은 고양이같은, 나른한 웃음이나 지으면서 방울이 맞다 말할 뿐이다. 나 인간계 3년차라구! 학교에서도 3학년 선배, 인간계 경력도 3학년 선배야?! 그러니까 후배한테 선ー물! 미즈미의 손에는 꽃잎이 없었다. 그래서 코로리는 꽃잎을 선뜻 아무것도 쥐지 못한 손에 올려두려고 한다. 선물이라기에는 많이 소박했지만,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땡!"
코로리는 검지를 들어올리고서 하는 설명을 들어보다가, 정답을 맞출 거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빗겨나간 답에 명쾌히 오답이라고 한 글자 대답을 한다. 들어올린 검지 위에 코로리의 검지가 가까이 다가간다. 검지를 비스듬히 갖다대어 교차시키더니 X자 모양을 만들었다. 오답이라고 두번이나 확인시켜주었다. 그럼 세번째는 답을 알려줄 차례여서 코로리는 목소리 크기를 낮추었다. 중대한 비밀 이야기인 만큼, 자물쇠 꼭꼭 걸어야지!
"나는 잠의 신이야."
그러고나서 코로리가 미소짓는 건 승리의 미소였다. 코로리는 미즈미가 아침달신이라는 것을 맞추었지만, 미즈미는 코로리가 잠의 신이라는 것을 맞추지 못했으니 자신이 이겼다는 것이다. 승리의 브이까지 그리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밋쨩, 어린왕자야?"
소행성에서 혼자 살던 어린왕자가 갑자기 나온 이유는 미즈미에게 친구가 없느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코로리는 상대방에게 애칭이나 별명을 곧잘 지었다. 대표적으로는 양귀비가 있었고, 짓궂은 것으로는 아수라 남작이라던지, 좋아하는 물건으로 후링이라거나, 기억에 남는 것으로 지어서 콩나무라던지 이름 대신 곧잘 불렀다. 그러니 이름을 줄여 부르는 정도는 이름 소개 다음으로 해야하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상대가 절대 안 된다고 거절하거나, 성씨로만 부르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밋쨩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초승달씨나, 그믐달씨라고 부르는게 좋은걸까!
딱 나올 시간에 맞춰서 라인을 보낼 사람은 요조라 주변에 한명 뿐이었다. 마히루, 얄미운 오빠. 라인 속 내용은 곧 다가올 여름용 디저트를 시범작으로 만들었으니 다 먹어버리기 전에 빨리 오란다. 빨리 오라고 해도 속도는 정해져 있으니까 도착할 시간도 거기서 거긴데, 다 알면서 재촉하는게 얄밉다. 저기 저 덧붙인 이모티콘의 그림도 꼭 닮은거라 요조라는 저도 모르게 칫, 하고 혀를 찼다. 그게 딱 아키라가 말 건 시점이었다.
"어, 엇, 네, 네... 안녕하세요..."
요조라의 입장에선 아키라의 갑작스런 등장에 갑작스레 들린 말이라 조금 놀란 티를 낼 수 밖에 없었다. 흠칫! 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까. 퀭한 눈이 약간 크게 뜨였다가, 말 건 상대가 아키라라는 걸 알아보자 스륵 내려간다. 에이 뭐야, 라고 말은 안 했지만 하는 짓이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라인의 답장을 대충 보내고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요조라는 다시 들린 아키라의 말에 힐끔 돌아봤다. 지금 시간이 저녁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가게는 아직 한창 할 시간이다. 게다가 지금은 오빠도 있는 모양이니, 아키라가 가서 나쁠 건 없어보인다. 요조라는 사쿠라마츠리 때의 엄마와 아키라의 대화를 떠올리곤 말했다.
"네에... 하고, 있어요... 지금... 가면, 히루, 오빠도... 있을 거고..."
요조라는 이미 신발을 갈아신었기 때문에 한발 앞서 현관을 나선다. 해가 질락말락, 그래도 아직은 밝은 하늘을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아키라를 돌아보며 덧붙인다.
"갈 거면, 같이, 가실래요...? 어차피, 제 집이고, 거기..."
오늘은 딴길로 샐 생각도 없었으니, 애매하게 따로 가느니 적당히 맞춰서 가면 어떨까 싶었다. 그냥 갈 길이 같으니까 권해보는 거라 아니라고 해도 요조라는 그러려니 하고 갈 생각이었다.
QR코드로 나온 값은 +20점. 뭔가 조금 애매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아키라에게 있어선 큰 성과였다. 한 번 더 패치를 해야할까 생각을 했지만 굳이 더 패치를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이내 QR코드가 담겨있는 종이조각을 곱게 접어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찢어버린 후에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영업을 한다는 말에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먼 곳은 아니긴 했으나 막상 찾아갔는데 잠겨있거나 하면 그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면 오늘은 가볍게 먹을 간식을 몇 개 사서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갈 채비를 마무리짓는 와중 그녀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 자연히 아키라의 고개가 위로 올라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녀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그녀의 집이라면 같이 간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얼마든지요. 딱히 따로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의외라면 의외네요. 제가 이전에 만난 호시즈키 씨는 굳이 먼저 그런 말을 할 이는 아니었는데."
처음에 만날 때도, 그리고 사쿠라마츠리 때 봤을 때도 그녀는 굳이 말하자면 남과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사쿠라마츠리 때도 자신의 어머니가 안내를 하라고 부탁을 했기에 같이 간 것이었지.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과연 자신과 나섰을까? 그에 대해서는 아니지 않겠나..라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조금 의외라면 의외라서요. 아무튼 갈까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뭐가 잘 팔리고 있나요? 이젠 봄도 다 지나가서 벚꽃을 테마로 한 화과자는 별로 안 나갈 것 같은데."
역시 직접 봐야 알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일단 앞장서듯 본교 건물 밖으로 나섰고 그녀가 따라올 수 있도록 나름 발보폭을 조절했다.
"아니, 진심이라구 해두... 나는 어울리는 걸 어울린다고 말한 거니까. 코디네이터가 코디해주는데에는 프로의식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과 비슷하다구. 나 이래봬도 패션센스는 괜찮단 말씀. 그런 센스로 보건대 역시 텟쨩은... 알지?"
응, 곤색 반바지에 하얀색 니삭스(곤색과 붉은색 얇은 줄이 끝에 있을 것.)에 갈색 로퍼(부츠여도 나쁘지 않아.), 무릎을 넘어 허벅다리 중간지점쯤에서 청량하게 하늘거리는 반바지, 그리고 배꼽을 살짝 보여주는 헐렁한 세일러복. 넥타이는 어떤 색이어도 좋지만 역시 빨간색 아닐까. 복근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아. 손목에는 스포티한 인상을 남기도록 흰색 스포츠밴드가 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하지만 솔직히 정말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텟쨩, 고등학생은 그런 초딩같은 리액션 안 해. 귀 막고 아아아아-라니, 트렌치코트는 절대 입지 말기로 약속하자. 트렌치 코트 입은 중후한 아저씨가 그런다면 나, 정말로 기분나빠서어... 변태라고 간주하고 10미터 떨어져버릴걸."
>>144 1.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갑자기 누군가 우산 좀 같이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한다면?! - 쿨하게 알겠다고 하지 않을까? 키 때문에 상대가 들게 할 것 같네~ 물론 그렇게 하면 아래쪽 사람은 다 젖지만 후미카는 물이랑 관련된 신이니까 별 문제 없음... 우산을 살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자기 가던 길 갈 거야.
2. 캐릭터는 음치 박치 몸치 길치 넷 중 몇개나 해당될까?! - 딱히 치라고 할 정도로 못하는 건 없어. 그나마 제일 못하는 걸 꼽자면 음정 쪽. 목소리가 워낙... 늘 일정한 톤으로 유지되고 있다 보니까 갑자기 크고 높은 소리 내라고 하면 잘 못해~
3. 새로 산 옷을 입고 나왔는데 옷에 얼룩이 튀었을 때의 반응! -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바로 씻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우선 곧바로 씻는다... 그치만 그래도 안 지워지고 가망이 없다면 겸허하게 망했다는 걸 받아들여 :3 그래도 집에서 입든 잘라서 천으로 쓰든 어떻게 활용해서 옷을 버리지는 않아~
>>404 1.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알려달라고 묻는다면?! - 학교에서 기초 영어 정도는 배우니까 능숙하게는 못해도 적당히 알아들을 정도로 대답해서 알려줘. 영어울렁증이 없어서 긴장하지 않는다...!!! >:3
2. 어린 아이가 나중에 크면 캐릭터와 결혼할테니 기달려달라고 한다면?! - 청혼은 어른이 돼서 하는 거고,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머리를 꽁 때려줘!(안 아프게) 왜냐하면 인간 아닌 존재에게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여러모로 위험하니까 말이지 :3
3. 질 나쁜 중학생들이 다른 한 중학생을 괴롭히는 걸 발견했다면?! - 신고한 다음 중간에 끼어들어서 말려. 실제로는 이러면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하지만 후미카는 신이니까 이래도 괜찮지...🙄 어지간하면 말로 하지 말라고 하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나아쁜 학생이 손을 든다? 그러면 이제.......... 불주먹이 운다.....
렌은 진짜로 아키라가 야옹 소리에 뒤에 냥까지 붙이자 큽, 하고 급히 웃음을 참았다. 여기서 웃음을 터트리면 안 된다, 라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쥐난 발 끝을 잡아당기는 자세로 몸을 웅크려봐도 억눌린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다 막지는 못했다.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다리의 쥐가 난 것도 풀리자 렌은 풀숲에 머리를 묻고 있는 아키라를 보면서-웃음을 참았지만 어쩔 수 없이 웃음기는 얼굴에 남아 있었다- 말했다.
“죄송해요, 선배. 그래도 정말 넘어진 걸로 다리가 부러지지는 않는다고요. 그래도 선배 덕에 다리의 쥐 풀렸어요. 냥.”
왠지 모를 죄송함에 렌은 말 끝에 다시 냥을 붙였다. 풀밭에 두 남학생들이 털썩 주저앉아있는 모습이었지만 렌은 뭔가 후련함을 느꼈다. 그리고 사람이 잘 오지 않은 뒷뜰이니까, 이런 상태로 조금 앉아 있어도 되지 않을까? 렌은 아예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양반다리로 앉아버렸다.
“혹시 화난 건 아니죠, 냥?”
렌은 제 장난에 아키라가 화나진 않았을지 살피며 아양처럼 어색한 냥을 뒤에 붙이며 물었다.
자신을 나름 위로하려는 것인지 냥이라고 말을 붙이긴 하지만 그것이 아키라의 부끄러움을 더 극대화시켰다. 지금은 얼굴을 밖으로 끄집어낼 순 없었기에 마치 고양이가 얼굴만 숨기고 완전히 숨었다고 착각을 하는 자세마냥 아키라 역시 그렇게 계속 얼굴을 더더욱 안 보이게 감췄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그럴 순 없었기에 결국 그는 각오를 다지고 고개를 다시 들어올린 후에 근처에 있는 벤치로 빠르게 올라갔다. 일단 쥐 정도로 끝난 것이 다시 한 번 다행이라고 느끼며 아키라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화나진 않았지만 다음에는 이런 장난은 삼가해주세요. 저도 모르게 하고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알아요? 이건 학생회 멤버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에게도 다 비밀이에요. 쉿!"
쉿 소리를 일부러 강조하며 아키라는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붙였다가 떼어내며 무조건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한편 쥐가 났다고 하는 그의 다리를 아키라는 가만히 바라봤다. 최근 근육이 많이 뭉쳐있었던 게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그것보다 쥐가 날 정도라니. 스트래칭을 좀 더 하는 것이 좋제 않겠어요? 쥐는 대개로 스트래칭이 부족할 때 자주 일어난다고들 하잖아요?"
물론 자신은 체육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로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뒤이어 그는 안경을 손으로 정리한 후,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1. 렌 아무래도 영어 잘 못하니까. 열심히 알려주기 위해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 느낌이려나. 땀 뻘뻘 흘리면서 손짓 발짓 해가면서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외국인 : 오, 오케이… 땡큐…. 하면서 가버릴 것 같지.
2. 렌은….. 어떻게 거절을 해야할지 땀 뻘뻘 흘리며 고민하다가 “미안한데, 사실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라고 거짓말을 해버릴지도 몰라. 언젠가 누군가와 결혼하지 않을까, 그 누구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렌도 모르고 렌주도 모른다)
3. 일단 112에 ‘중학생들이 한 학생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신고를 한 뒤에 다가가서 “음, 너희 지금 얘 괴롭히는 거야? 오해라면 미안한데…. 112 신고했거든.”하면서 112 전화한 내역 보여줄 것 같지. 싸움 날 것 같으면 괴롭힘 당하는 것 같은 애 들고 튄다.
아키라의 대답을 들은 요조라는 조용히 눈을 깜빡인다. 그렇게 의외인가? 라고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신의 말이 그렇게 들렸겠다고 생각한다. 사쿠라마츠리에서 아키라가 엄마와 대화를 할 때, 요조라는 뒤에 숨어있었다. 그때만 생각해도 지금이 의외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요조라는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이제, 모른 척, 못 하니까요... 그렇다면, 이러는게, 효율적이고..."
이미 인사도 해버린 상황에서 다시 누구세요를 시전할 수 없으니, 나름대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그런 요령 되시겠다. 그에 어울릴지 말지는 상대 하기 나름인거고. 요조라는 단지 그래서일 뿐이라는 듯 말하고 아키라를 따라 본교사를 나섰다. 맞춰주는 보폭 덕분에 동행에 어려움은 없을 듯 하다. 요조라는 굳이 속도를 내지 않았지만, 전보다는 가벼운 걸음으로 걸으며 말했다.
"봄, 거의 다... 가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나가요... 지금, 아니면. 내년이나... 못 먹는, 메뉴도... 있어서..."
매 시즌마다 고정으로 나오는 메뉴가 있으면 그 해에만 나오는 것도 있다. 특히 마히루의 양과자 쪽이 그렇기 때문에, 최근엔 양과자를 사러 오는 손님도 늘었다. 특히 사쿠라마츠리에서 내놓았던 벚꽃 초콜릿이 너무 호평이라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얘기들을 간략하게 늘어놓은 요조라는 잠시 말을 멈춘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느릿하게 덧붙인다.
"그림, 다 그렸는데... 말을, 못, 했었네요..."
서로 연락처를 가진 것도 아니니 얘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그 뒤로 이런저런-마니또라던가 모 대회에 그림을 낸다던가 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요조라가 학생회실로 찾아가 얘기한단 생각도 못 했다. 했어도 찾아갔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그래도 봄이 다 가기 전에 마주쳐서 다행이려나, 라고 요조라는 속으로 생각하며 걸었다.
"벚꽃이 잘 녹아있는 맛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한번 먹고 난 뒤로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말이에요."
그렇다면 오늘은 봄이 가면 먹을 수 없는 것들 위주로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매일매일 가서 먹는 것은 아니긴 하나 분명한 사실은 호시즈키당의 화과자들은 대체로 맛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오늘은 어머니와 아버지도 먹을 수 있게 선물용으로도 크게 사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와중, 절로 그의 손길이 자신의 교복 바지 오른쪽 주머니로 향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지갑을 괜히 손으로 잡다가 다시 놓고 손을 밖으로 빼내는 모습이 지갑이 확실히 거기에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그림이라 .그때 그린다고 했던 거 말이죠? 어디에 그렸는지 여쭤도 될까요? 기왕이면 볼 수 있는지의 여부도요. 아. 맞아. 사진도 한 장 찍었으면 하는데."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필시 그때 봤던 그 제일 큰 벚꽃나무를 그린다고 했었던가. 그녀의 그림 실력은 여전히 알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렇게 제안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학생회 멤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물론 거절하고 싶다면 거절해도 좋아요. 사진은 임원들에게도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서 말을 꺼낸 거긴 한데... 물론 호시즈키 씨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도록 할게요. 나쁜 뜻은 없기야 하겠지만, 혹시나 보고서 호시즈키 씨에게 학교 홍보 포스터를 그려달라는 식으로 귀찮게 굴 수도 있을테니까요. 저는 그런 건 피하고 싶거든요."
정말로 그녀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한다면 학생회에서 자기 멋대로 그림에 대한 것을 그녀에게 떠맡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회장인 자신이 막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 멤버 전원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설사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익명으로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한 후, 아키라는 일단 답을 기다렸다.
정말 레시피를 알아내겠다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요조라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호시즈키당의 메뉴는 똑같이 레시피로 똑같이 만들어도 절대 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희안하게도 레시피를 재현시킬 수 있는 건 호시즈키의 사람 뿐이었다. 만약 요조라의 아빠가 할 수 없었다면 아마 할아버지의 대에서 호시즈키당은 끊겼을 거라고, 예전에 들었던 말을 속으로 떠올리기만 한다.
그림 얘기를 꺼내자 아키라도 기억하는 기색을 보였다. 잊고 있었으면 안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러고보니 조금 전 교내에서 코드를 찍으며 했던 생각도 있었지, 하지만 기억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요조라는 표정 한끗 변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조라의 반응은 사진 찍지 말라던가, 아키라가 한 말들이 좀 그렇다던가, 그런 반응이 아니라 말한 그대로다. 정말로, 그걸 어떻게 찍어야 하지? 하고 오히려 되묻는 듯한 반응. 다시금 고개 갸우뚱 하며 혼자 고민하다가, 생각하기 귀찮아졌는지 짧게 한숨 내쉬고 중얼거린다.
"어떻게, 할 지는... 직접, 보고, 생각하세요..."
사진을 찍는게 요조라 본인도 아닌데 왜 고민을 해야 하나 싶다. 그러니 가서 보고, 아키라가 알아서 하라고, 건성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답을 내놓은 요조라였다. 그리고 혹여나 사진으로 인해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걸 염두하는 것에도 요조라는 담담히 대꾸한다.
"제, 그림인데, 숨길 이유도 없고... 부탁, 같은 거... 한다고, 제가, 들어줄... 리가, 없잖아요... 할 테면, 해보던가..."
학교는 아니어도 그 외적으로 부탁이 들어온 적이 있었지만, 모두 요조라가 직접 잘라버렸었다. 어른의 부탁도 그랬는데 동급생 혹은 한학년 선배가 부탁한다고 넘어가줄 요조라가 아니다.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요조라의 말투는 제법 단호했을 것이다.
볼 수는 있는데 사진을 못 찍을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사라지는 재질로 그리기라도 했단 것인가. 하지만 그거야말로 진정으로 신의 장난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일단 그녀의 말에 따르면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모양이니 직접 보기로 마음 먹으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보통 그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어 아키라의 마음 속에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아무튼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요조라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소리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누가 저 모습을 보고 이전 사쿠라마츠리때 호시즈키당의 사장의 뒤에 숨던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역시 사람은 한두번 보는 것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법이라고 아키라는 조용히 생각했다.
"물론 거절하면 그만일지도 모르지만 귀찮거나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일은 미리 차단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찌되었건 저는 학생회장이니까요."
학생회장으로서 학생이 귀찮고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게 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던만큼 그에 대한 비밀은 분명히 지켜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그는 하늘 높게 쭈욱 기지개를 켰고 다시 두 팔을 아래로 내렸다. 몸에 쌓여있는 피로가 쉽사리 풀리지 않는 탓이었다.
"봄도 거의 다 끝이 나고 있는데... 호시즈키 씨는 이 마을의 산에 있는... 정확히는 북쪽 산에 살고 있는 반딧불이들을 본 적이 있나요? 올해는 호타루마츠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거든요. 별 일이 없다면 말이에요. 작년에는 반딧불이들이 살고 있는 길목이 태풍으로 무너진 탓에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정비도 끝이 났고... 나중에 사장님에게 올해는 예정대로 할 수 있다고 전해주시겠어요? 가능하면 호시즈키당에 찾아온 분들에게 홍보를 해주면 더 고마울 것 같고요."
여름의 마츠리인 호타루마츠리는 다른 마츠리와는 다르게 시미즈 가문이 주최하는 마츠리였다. 그런만큼 아키라는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 그녀에게 그렇게 부탁했다. 그녀가 홍보를 하긴 힘들테고, 애초에 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호시즈키당의 사장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여기저기에 알릴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비록 띠꺼운 신과 아이컨택 한 것으로 잠시 착해져 있었지만 -물론 처음부터 착하지만-!- 끝까지 이와 같은 꼴이니 할 만큼 했다고 본다. 굳이 말하면 내 잘못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탓이지. 이렇게나 배척 받았는데 아무리 착한 신이라도 흑화하지 않는 편이 이상하다. 그래, 지금까지 뭣 하러 노력했는가? 이렇게나 쉬운 수단이 이미 눈앞에 있는데.
워터파크 딱 대! 향수 딱 때! 청룡반지? 거뜬하지-!
눈물로 얼룩진 얼굴 터프하게 문지른 카가치는 샛붉은 의지로 마음을 불태웠다. 그리고 결의의 무사처럼 걸어가-
공손히 두 손 모은 채 순한 얼굴로 QR코드를 찍었다.
......이거 완전범죄 노리는 거니까 말이지. 지금 난 얌전한 모습을 위장하여 저 멍청이 같은 약해빠진 신을 훌륭하게 속이고 있는 거라고. 반박 시 내 말이 맞음. 어쩔티비. 저쩔티비.
사람은 한두번 보는 걸로는 모르는 법, 그 말이야말로 요조라를 빗대기에 알맞은 표현이다. 과거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지친 것도 있지만, 요조라는 타고난 성정이 까칠했다. 때때로 오만하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단지 그것들이 드러나는 부분이 한정적이고 요조라 본인도 그건 타인을 향해 드러낼 것이 아님을 알기에, 예민한 상황에 직면하면 귀찮다는 말로 덮어버렸다. 남들이 적당히 오해하도록,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 하도록 말이다.
"그럼, 알아서, 해주세요... 그 부분은..."
그래서 그림에 대한 건도 요조라는 적당한 말로 매듭을 지었다. 학생회장이 직접 저렇게 말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생각이다. 추후 그와 관련된 문제가 생긴다면 학생회실로 가서 따지면 된다. 설마하니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 한입으로 두말 할 리는 없겠지, 요조라는 소리 없는 생각을 연달아 머릿속으로 넘기며 걸었다.
걸어가는 동안 아키라는 기지개를 켰고 요조라는 곁눈으로 힐끔 본다. 그다지 개운해보이지 않는 기지개다. 역시 학생회장은 이래저래 일이 많겠지, 그 와중에 사비를 털어 이런 이벤트를 열었다는 것에 경외를 표해야 할지도, 하지만 아까 마지막으로 찍었을 때...
"하..."
아키라가 막 반딧불이와 호타루마츠리에 대해 얘기를 꺼냈을 때, 요조라는 타이밍을 맞춘 것 마냥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었던 QR코드가 폭탄, 마이너스인게 생각나서다. 그 탓에 아키라가 한 말에도 심드렁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아, 뭐, 어릴 때, 한번... 본 것도... 같네요... 자느라, 밖에... 잘, 못, 나갔으니까요..."
아빠였던가, 할아버지였던가, 든든한 품에 안겨 이리저리 피어오르는 반딧불의 향연을 본 기억은 어렴풋이 뇌리에 남아있다. 들은 김에 새삼 떠올려보던 요조라는 부모님과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도 알려달란 말에 별거 아닌 듯이 말했다.
"반딧불, 그림... 하나, 걸어두면, 되려나요... 어차피, 천막도, 바꿔야... 했고..."
지금 호시즈키당의 가게 앞 천막은 사쿠라마츠리 때 썼던 것을 걸어둔 상태였다. 밤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핀 벛꽃의 풍경화. 봄이 끝나가니 슬슬 바꿔야지 하는 참에 잘 됐다. 낮에도 반짝이는 반딧불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한숨을 내쉬는 그 모습에 아키라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타이밍을 맞춘 것마냥 자신이 이야기를 꺼내자 나온 한숨이었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렇게 아키라는 추측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할 순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마츠리를 다 즐기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호타루마츠리는 다른 곳처럼 화려하다기보단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소소한 신비로움에 테마를 건 마츠리였다. 굳이 말하자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학생이 대부분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은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올해는 한다는 것을 알릴 수밖에 없었지만.
"잠이 많으면 보기 힘들 수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올해는 한 번 보는 것도 권할게요. 물론 제가 시미즈 가의 사람이고 이번 것은 저희 가문이 주최하는 거니 홍보하는 것도 있지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정말 보기 힘든 소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찌되었건 결국엔 그녀의 자유인만큼 딱 그 정도로 권할 뿐이었다. 그저 가미즈미에서 가장 큰 벚꽃나무를 굳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보고 싶다고 한 그녀였다. 어둠 속에 빛나는 녹색 불빛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재가 되기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름대로 추측하며 그는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쭉 켠 후에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툭툭 쳤다. 오늘은 온천에 들어가서 정말 푹 쉬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딱 좋을 것 같네요. 그 반딧불 그림도 한번 오가면서 보고 싶네요. 건다면 말이에요."
천막을 바꾼다. 그렇다면 오가면서 천막을 보면 되겠지. 그렇게 나름 추측하면서 앞을 걷다 오른쪽으로 빠지면서 그는 잠시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이제는 봄의 풍경이 거의 사라지고 녹색빛 여름 풍경으로 주변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매년 보는 여름 풍경이지만 올해는 또 어떨런지. 아니. 애초에 고3인 자신의 상황상 즐길 수 있을런지. 그에 조금 아쉬움을 느끼며 아키라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아. 하지만 역시 그림 소재라고 한다면... 정말 1년에 딱 한 시기밖에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네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신의 기운이 깃들었다고 하는 샘이 고여있는 동굴은 그때밖에 열리지 않거든요. 나름 견학이라는 의미로. 기회가 되면 보러 오세요."
가족하고 같이 오건, 혹은 다른 이와 같이 오건. 혹은 혼자서건. 그렇게 말을 덧붙이니 저 편에 가게가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778 기력이 없으면 동결을 하고 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테고 캐릭터성이 영 이상하다 싶으면 캐릭터를 교체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확실한건 지금 피로가 엄청나게 쌓여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히키주가 컨디션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아무튼 쉬시겠다고 한다면 저는 그것으로 뭐라고 하진 않을게요.
요조라주는 어서 오시고 화이팅이에요! 그리고 일단 저는 또 일을 하러! 으흑흑. 오늘이 재택근무 마지막 날이야. (끌려감)
>>781 피로가 쌓여있는게 타인에게 보일 정도구나. 일단 천천히 쉬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4달 내내 쉼없이 일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동결을 할 정도의 기력 없음은 아니니까, 내가 느끼기에 회복하는 게 눈에 보이기도 하고..
캐릭터성은, 음. 사실은 히키의 컨셉을 나는 좋게 보고 있어. 손에 닿으면 저주받을지도 모르는 재앙신이지만 그걸 빼면 히키의 캐릭터성이 사라진다 생각하고, 그렇다고 타인과의 교류를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양가감정이네. 캡틴의 조언 고마워. 아무래도 조금만 더 고민해보는게 좋겠다..😶 시니카주와 일상을 돌리고 있어서, 아무래도 내가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기엔 시니카주는 환자고... 안정이 필요한 사람인데 미안해지는지라..😔
이것만은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시니카주를 너무 의식하진 않았으면 해요. 물론 시니카주가 환자이기도 하고 안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미활동인 이것까지 모두 시니카주에게 맞춰줄 필요는 없어요. 결국엔 히키주가 우선이거든요. 자기 자신이 정 힘들다 싶으면 어쩔 수 없이 끊을 수도 있는거고. 그러니까 AT나 편파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타인보다는 자신을 먼저 우선했으면 하고.. 자꾸 보게 되는데..아무튼 이거 올리고 저는 이제 또 가볼테니!! 원래 안 오려고 했는데 히키주의 저 레스를 보고서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또 잠깐 올린거니! 아무튼 그런 거고! 다들 맛점 하시고 오후도 힘내세요!
아, 다시금 조언 고마워. 지나치게 배려하기.. 맞춰줄 필요는 없지, 응.. 취미는 취미인데. 무작정 나보다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쁜 습관이 깊게 들어버린 걸 또 깨닫네. 고쳐야 하는데..🤦♀️ 그렇지. 내가 우선이고... 타인보다 날 우선해야 하는데...🤦♀️🤦♀️🤦♀️
정말 고마워, AT나 편파가 되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으니까. 캡틴도 맛점하고 오후 일 힘내자.
그리고 지금부터, 지나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날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히키주가 되도록 할게. 각오해랏.😶
아하. 나는 그리 대답하며 하늘을 보았다. 선명하게 페인트칠한 하늘에 구름처럼 드리운 꽃잎들이 나무에 달려있었다. 곧이어 힘 잃고 떨어지는 것은 비보다는 눈에 가까웠으나 대충 뜻을 이해한 나는 다만 입을 쩍 벌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 입안으로 꽃잎이 떨어지는 결코 없... 어라? 나는 손에 쥐어진 꽃잎을 한 번 코로리를 한 번 보았다. 손을 올려 시선에 맞추었다. 손 위로 빼꼼 튀어나온 너의 얼굴이 눈에 보인다. 나는 기분이 이상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다음에 떠오르면 그때 말해야지. 나는 손을 접고 그 작은 꽃잎을 주머니에 털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고맙다는 말조차도 잊었다. 변명을 좀 하자면 나라는 오래된 신은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은지 꽤 되었지, 아마.
"엥? 틀렸다고요?"
그러면 이중 트릭이었단 말인가? 신조차도 감짝 속일 계책이었다. 나는 네가 내 예상보다 몹시 똑똑하고 계략적인 신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분명 달이! 이름에 달이! 나는 그렇게 외칠 수 있었지만 꾸욱 참고 팔짱을 꼈다. 저 의기양양한 웃음은 또 무어람.
"처음 들어봐요. 진짜 달의 신 아니에요? 에- 어제 꿈이 기억이 안난다더라니 선배가 꿀꺽 삼켜버렸나봐요."
그거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나는 내가 무슨 꿈을 꿨는지 짐작할 수 없었으므로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너를 지켜보다가, 네 입에서 어제 내가 꾼 꿈이 무엇인지 읊는다면 도로 나의 것으로 돌려놓을 요량이었다.
"예? 어린 왕자요? 음- 저는 일단 어린 편도 아니고 지금 몸이 남자인 것도 아닌데요? 그렇지만 왕자님 역할은 한번쯤 해보고 싶긴 하네요!"
나는 평소에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는 했으나 너가 툭툭 하나씩 떨어뜨려놓는 듯한 표현은 특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갑자기 어린 왕자가 왜 나온 것일까? 나는 급하게 고개를 낮추어 내 몸을 보았다. 어딜봐도 완숙한 여성체의 몸이다. 왕자보다는 공주에 가깝지 않나 싶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너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저는 저 하늘 장막을 뚫고 그 어둡고 빈 곳으로 나가본 적도 없어요."
나의 행동 범위는 어디까지나 하늘 아래에 있었다. 위로 올라가면 이카루스의 것처럼 곤두박질 치기 일쑤였으니. 그리 말하며 허리를 쭉 피고 너를 칩떠본다. 무언가 안절부절해하는 기색이었으나 나는 모른다. 나는 고민끝에 너에게 나에 대해 몇 가지 일러주기로 한다.
"나는요- 인간세계에 온 지 얼마 안되었거든요. 그래서 말하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몰라요.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셔요?"
나는 너를 온전히 바라보며 학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너의 감정과 표정을 기억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생각이었다. 백지에 필기를 하고 기억이 안날때 꺼내쓰는 것처럼... 그렇게 따지면 지금 나의 스승은 너라고 할 수 있겠다.
사쿠라마츠리는 아니었지만 호타루마츠리는 시미즈 가문에서 주최하는구나, 저쪽도 여러모로 힘들겠네, 같은 생각이 요조라의 머릿속을 스친다. 뭔가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의 힘듬은 요조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매 시기마다 마츠리 노점에 내놓을 다과 준비에 요조라도 한손 거들고 있으니까, 특히 올해는 마히루의 양과자도 있어서 일이 배로 늘어있었다. 아까 왔던 라인 속 신제품도 개량을 거쳐서 호타루마츠리에 내놓아지게 될 것이다. 아, 또 당분간은 정신없겠네. 가게도 집도.
어차피 저녁 이후에 보러가야 할 테니 졸린 건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동행이었다. 느릿한 행동 때문에 쉽게 사람에 치이는 요조라라서, 노점이 바빠진다면 데려가 줄 사람이 없으니 반딧불 구경도 샘의 견학도 무리다. 혼자 나서면 그건 그거대로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그럴 수도 없고. 결국 당일이 되어봐야 알 거라고, 요조라는 생각한다. 생각하며 아키라를 따라 길을 접어든다.
"천막은... 조만간, 바꿀, 테니... 들르던가, 지나가던가, 하세요..."
대력 사흘 후면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덧붙인 요조라는 어느새 가까워진 호시즈키당을 보았다. 가늘게 부는 바람에 앞에 내건 밤벚꽃 풍경의 천막이 살랑거리고 있다. 바람, 바람이라, 요조라는 그 자리에 반딧불 천막이 걸린 걸 상상해본다. 낮에도, 밤에도, 반딧불이 반짝이는 천막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을. 그러는 사이 가게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고, 요조라가 먼저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간다.
"다녀왔어..." "오, 이제 오냐. 어라, 누구? 손님이신가?"
바깥과 달리 살짝 서늘한 가게 안엔 호시즈키당의 직원복을 입은 마히루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노트와 펜을 들고 무언가 골몰하던 마히루는 요조라와 아키라가 들어오는 걸 보고 펜을 내려놓으며 카운터에서 나온다. 180이 넘는 장신에 꽤 다부진 체격의 마히루가 가까이 다가가자 요조라가 작은 소리로 그, 시미즈의, 하고 중얼거린다. 오, 하는 감탄사를 다시 흘린 마히루는 아키라를 보며 인사를 건넨다.
"학생이 시미즈 가의 도련님이군요. 어머니께 얘기는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호시즈키 마히루에요."
그 요조라와 남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마히루의 태도는 우호적이고 인상도 서글서글하다. 먼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까지 말이다. 요조라는 그걸 힐끔 보고 마히루를 지나쳐 빈 카운터에 들어간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카운터에 기대고선 아이고- 하듯이 숨을 푹 내쉬었다.
으응 카가치는 남 하는 것 보며 줏대 없는 양 따라하는 편이지 하지만 의외로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도 있어 단맛에 유인되는 벌레답게도 혀가 아릴 정도의 단맛을 좋아하고, 과거의 금육령에도 불구 고기 좋아하며... 특히 핏물 덜 빠진... 맛없을지도 모르는 고기 요리는 악취미처럼 몹시 좋아해. 한국의 선지라면 환장할 거야. 시트에도 언급되듯 금속과 광물도 퍽 각별해. 특히 각별한 것은 따로 있지만, 후에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 있으리라 보고. 머리색이기도 한 주홍색緋도 좋아하네. 순수히 좋아한다고 보기엔 이질적으로 집착하는 면 없잖아 많지만, 따라쟁이 잼민이더라도 따로 끌리는 것은 있다- 가 결론이 되겠네. 풀고 싶은 설정들이었는데, 물어봐줘서 고마워.
미즈미의 손 위로 빼꼼 튀어나온 코로리의 얼굴은 금방 금방 웃었다. 동글한 눈이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시선이 맞았다고 느끼면 눈매도 동그랗게 휘어서 잘 웃었다. 눈꺼풀이 꼭 내려와 닫힌 듯도 하고, 꽃잎이 미즈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면 손을 흔들었다. 꽃잎에게 하는 작별 인사였다. 아침달신님 소원 잘 들어줘야 해! 달이라면 소원을 듣는 대상이었다. 코로리의 쌍둥이도 별의 신으로서 소원을 많이 듣는데, 달님도 소원 많이 들을테니까ー 달님 소원 들어줄 꽃잎 있어야지! 생각하면 할수록 예정없이 건넨 것 치고는 괜찮은 선물을 한 것 같아 뿌듯해진다.
"그럼 밋쨩은 어린왕자니까, 나 보아뱀이네ー"
코끼리를 통째로 꿀컥 삼켜버린 보아뱀이 어린왕자에 등장한다! 코로리는 눈 앞의 미즈미가 뱀일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하고, 자신이 뱀이라는 말장난을 치며 웃음을 흘렸다. 웃음 소리가 흘러가는 동안 잠의 신이라는 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뾰족한 수가 생각나질 않았다. 여기서 미즈미를 갑자기 단잠에 빠져들도록 재워버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잠들었을 때 코로리가 미즈미의 몸을 받아 지탱하고 있어야할텐데 그게 제일 곤혹스러웠다. 몸에 힘을 주지 않고 있다면 엄청 무겁다는 걸 알게 되어서, 벚꽃으로 덮힌 길바닥에 둘다 풀썩 넘어질 지도 모른다.
"여왕님이 좋아?"
어리지도 않고, 몸이 남자도 아니라고 한다면 어른이되 여자인 존재는 여왕이겠다. 미즈미가 여왕이라고 한다면, 코로리는 교복 치마 끝을 살포시 들어올린 채 다소곳 인사한다거나, 손등에 입맞추는 퍼포먼스 정도야 해줄 수 있다! 오히려 여왕이라고 대답하는 걸 기대하는 듯 미즈미를 바라본다.
"꿈나라에는 뭐든지 있어. 이제 티켓만 끊으면 돼!"
잠의 신이 끊어주지 못할 꿈나라행 티켓은 없다!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누구든지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어! 꿈 속에서는 모두가 폐하님이야.
"밋쨩은 밋쨩이 별로인걸까 고민 중이야!"
밋쨩, 발음이나 입 안에서 혀 굴러가는 모양도 다소 마음에 들었다.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당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다. 몇 번 더 본 사이였다면 고집부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밋쨩 말고도 다른 애칭이나 별명을 짓는 것도 즐거우니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
>>850 코로리가 후링이랑 방울의 맑은 딸랑 소리를 좋아하는 건..... 푸른 낮에 창문가에 매달아놓은 후링이 딸랑이면서 여유롭게 낮잠 자는 이미지에서 따온 설정이야~! 코로리가 좋아하는 이유는... 코로리에게 물어보기로~!
단맛... 핏물덜빠진고기.... 카가치는 스테이크라면 레어겠네! 금속이랑 광물은 보고 니플러 같단 생각을 했어. 해리포터 시리즈와 이어지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 나오는 엄청 귀여운 마법생물인데, 반짝이는 물건을 엄청 좋아해서 다 훔치고 다녀 (*´ω`*) 주홍색에 비단 비자를 쓰니까 비단옷 입은게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나 자세히 풀어줘서 오히려 고맙지~! 귀여운 카가치 ( ´∀`)
호시즈키당의 천막에 그려져 있는 그림에 절로 아키라의 눈길이 향했다. 저건 벚꽃인데? 이전에 그린다고 했던 그림이 바로 저 천막의 그림인 것일까.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아키라는 천막의 그림을 좀 더 주시했다. 그와 동시에 저기에 반딧불이들이 그려진 광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과연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걸리게 될 이미지가 얼마나 일치할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호시즈키당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이전에는 본 적이 없었던 남성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보다 큰 키를 지닌 남성은 체격도 꽤 좋아보였다. 반말을 쓰는 것으로 보아 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일단 가만히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곧 자신에게 향하는 인사에 귀를 기울이며 그는 마찬가지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딱히 도련님이라고 불릴만한 자리는 아닌데. 그래도 반가워요. 시미즈 아키라입니다."
상당히 서글서글하지만 다크서클의 느낌이라던가, 방금 소개받은 이름의 성이라던가. 다른 분위기였으나 그럼에도 요조라의 오빠라는 사실을 아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아주 자연스럽게 카운터에 기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그는 소리없이 웃었다. 마치 처음에 그녀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기에.
"다음 호시즈키당을 이을 분이라고 하셨던가요? 만드신 제품. 다는 아니더라도 몇개는 먹어봤어요. 맛이 상당히 좋아서 오늘도 이렇게 간식거리나 살까 싶어서 오게 되네요. 괜찮다면 봄시즌이 끝물인 것 같으니 가장 잘 나가는 것으로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전병이나... 모찌류 부류면 좋을 것 같은데. 아. 가볍게 한두개 먹는 것이 아니라 선물용으로 두 개요. 저도 먹고 부모님에게도 좀 사갈까 싶어서요."
말을 마친 후 아키라는 이번엔 요조라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방금 전에 물으려다가 만 것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림은... 방금 그 천막을 말하는걸까요? 아니면 다른 곳에 있나요? 방이 아니라면 위치만 알려주면 제가 보러 갈게요."
/자고로 도박은 위험한 것.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 고로 갱신할게요! 다들 안녕하세요!
>>873 쨍한 여름에 후링 달고 툇마루에서 꾸벅꾸벅 조는 코로리가 생각나서 귀여워졌어어 :3 언젠가 물어볼 기회도 생기면 기쁘겠는걸
이제 그 스테이크도... 핏물을 거의 빼지 않아야 합격이 되는 거지 >-0 니플러, 확실히 도벽도 있는 것이 니플러답기도 하다(웃음) 비단옷이라, 비단옷에서는 그렇다면 난 기모노가 연상되네. 마침 좋은 픽크루가 보여 주홍색 기모노의 가키 데리고 와봤어. 카가치가 입을 법한 패션 여럿 보여 옷 갈아입히기가 즐거운 픽크루야
아무튼 히트 앤 붐도 오늘로서 끝이 나고 이제 월요일이 되면 여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대망의 페어이벤트인 호타루마츠리 신청도 시작되고 일상에서 직접 가는 것을 찌를 수 있는 주도 시작되니.. 음. 내가 가고 싶은 캐릭터가 아직 내 캐릭터와 안면조차 없다면 주말 시기를 노려서 안면을 트는 것도 답 중 하나일지도 몰라요. (속닥)
마히루는 자신이 훨씬 연상임에도 아키라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악수를 나눴다. 생김만큼이나 말도 행동도 멀끔하다. 간단히 악수를 나누는 마히루의 뒤로 그새 카운터에 엎드린 요조라가 작게 하품을 한다. 엎드려 턱을 괴고서 마히루와 아키라가 있는 쪽을 보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있다.
"대를 잇는다고 해도 아버지가 은퇴하신 후가 될 테니까 아직 멀었지만요. 아, 맞아, 들었어요. 사쿠라마츠리 때도 초콜릿이랑 사갔었죠? 입에 맞았다니 기쁘네요. 만든 사람으로서 그런 말 듣는게 제일 보람있거든요."
아키라의 호평에 마히루는 머쓱히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좋은 평을 내려준 것에 연신 감사하듯이 말이다. 한차례 너스레를 떨고나자 아키라의 주문을 위해 잠시 생각한다. 아키라가 요조라에게 말 거는 사이 고민하던 마히루는 그림 얘기에 귀가 쫑긋한다.
"그림이라면 혹시 벚꽃 그림 말인가요? 보여줄 사람이 있다더니 그게 시미즈 군이었군요? 뭐야, 요루, 누구냐고 물었을 땐 대답도 안 해주더니 직접 데려올 줄이야." "시끄러워... 일이나, 해..."
엎드려 이쪽을 보고 있던 요조라의 미간이 얕은 주름을 잡으며 찡그려진다. 마히루는 그걸 보고 흐흐, 웃는다. 그리고 다시 아키라를 향해 주문 얘기를 꺼낸다.
"과자 말인데, 저번에 말차류를 사갔었죠? 그럼 이번엔 다른 앙금 위주로 담는게 어떨까 싶네요. 모찌가 몇 종류 있거든요. 백앙금에 벚꽃절임 넣은 거랑 말린 산딸기 넣은 거, 그리고 생과일에 초콜릿 입혀서 모찌 안에 넣은 거, 곧 끝나는 시즌 메뉴는 대강 이런데, 어떻게, 이 모찌들로 한 박스로 구성해서 담아드릴까요? 아니면 도라야끼나 모나카도 섞을 수 있어요. 그런 세트도 맞춰드리니까요."
전에 아키라가 사갔던 박스와 비슷한 박스를 꺼내온 마히루가 안에 뭘 어떻게 담고 구성이나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준다. 화과자의 실력은 몰라도 접객 실력은 확실해 보인달까. 마히루가 설명을 하는 사이, 요조라는 카운터에서 조금 더 미적거리다가 설명이 끝나갈 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특유의 미적대는 몸짓으로 카운터에서 나와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한다. 마히루는 그걸 힐끔 보고, 아키라에게 말했다.
"주문에 맞춰 준비해드릴테니, 그동안 그림을 보고 있으면 될 거에요. 요루가 안내해줄테니까, 느긋히 감상해요."
남매는 아키라를 가게 가운데 두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을 것이다. 주문이 더 있다면 마히루에게 말하고, 아니라면 요조라를 따라가면 될 듯 하다.
가미즈미 제일 가는 가문이라. 그 정도의 가문이었나? 물론 위상이 있긴 했고 가미즈미의 온천과 스파 산업을 꽉 잡고 있으며, 가미즈미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물이 고여있는 동굴을 관리하고 있었으니 ㅡ물론 그렇다고 물이 모두 시미즈 가문의 것은 아니었지만.ㅡ 그렇게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을까. 아키라는 그저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 마히루라는 사람은 상당히 붙임성도 있고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 가게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적어도 자신이 죽을 때까진 이 호시즈키당이 계속 있을 것 같아 속으로 안도했다.
"아하하하."
살짝 툴툴거리는 것 같은 요조라의 모습은 괜히 또 신선하게 그의 눈에 비쳤다.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사쿠라마츠리 때와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가족 앞이라서 그런 것일까. 허나 거기서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으며 그는 소리를 천천히 줄였다. 뒤이어지는 주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아키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앙금에 벚꽃절임. 말린 산딸기. 그리고 생과일에 초콜릿. 어느 쪽도 상당히 달콤하고 맛있을 것 같았으니 부모님에게 주는 선물로도 충분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런 것은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이지 않겠는가. 도라야끼와 모나카도 섞어줄 수 있다는 말에는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도라야키와 모나카는 다음으로 할게요. 지금은 모찌들로만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딱히 도라야키와 모나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모찌들을 조금 더 음미하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그렇게만 부탁했다. 그 와중에 다른 곳으로 걸어가는 요조라의 모습. 그리고 마히루의 말을 들으며 아키라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방에 있는 것이 아니면 혼자 보러가도 된다고 했지만 저렇게 굳이 안내를 한다는 것은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그림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요조라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럼 모처럼 여기에 왔으니 그 그림을 한 번 보러 갈게요. 잠시 실례하도록 할게요."
이어 아키라는 요조라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녀보다 약 세 걸음 정도 뒤의 거리를 유지하며 저벅저벅 걸어가나 딱히 근처를 구경하듯 두리번두리번거리진 않았다. 이 또한 하나의 예절이었기에.
"그러고 보니 그림은 어디다가 그린 거예요? 그때 엄청나게 크게 그린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모찌로만 담아달라는 주문을 들은 마히루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으니, 그 이상 주문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키라의 대답에 마히루가 다시금 끄덕이고 즐거운 감상 되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 뒤 마히루 쪽에서 들리는 소리는 진열장을 여닫는 소리와 박스들이 바스락대는 소리였을터다.
요조라는 그런 마히루를 뒤로 하고 가게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다. 호시즈키당은 바깥에서 보면 꽤 크고 넓어 보이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오면 밖에서 보기보다 좁다는 느낌이 든다. 저쯤에 조금 더 공간이 있지 않나, 싶은 방향엔 벽이 있고 다소 뜬금없이 문이 있다. 요조라는 그 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캔버스에, 그렸죠... 생각한 만큼, 크게, 그리려면... 그게, 제격이었으니까..."
캔버스라 하면 누구나 딱 떠오르는 크기가 있다. 이젤에 걸기 적당한 그 크기다. 그러나 요조라는 엄청 크게 그린댔으니 캔버스 역시 그만큼 큰 걸까? 어떨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것처럼 요조라의 설명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느릿느릿 걸어가 손님은 열 일 없는 벽의 문을 천천히 연다.
"어두우니까... 천천히, 들어가세요... 저기, 가운데쯤, 까지..."
아키라보고 먼저 들어가라는 듯이 옆으로 비켜 선 요조라. 열린 문 안은 캄캄해서 뭐가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 큰 공간은 아닌 듯 하다. 요조라는 아키라가 들어간 후에 따라 들어가 문을 닫는다. 찰칵 소리와 함께 잠시 방 안은 어두워지고, 느껴지는 거라곤 은은한 꽃향기 뿐이다.
"잠깐만, 눈, 감고... 됐다고, 하면... 뜨세요..."
요조라의 목소리는 아키라의 뒤 어디쯤에서 들려온다. 아키라가 요조라의 지시를 따랐을지는 모르지만, 뭔가를 준비하듯 달각대는 소리가 몇번 난다. 그리고 몇발짝 걷는 소리가 나고, 따라락 다이얼 구르는 소리가 뒤를 잇는다. 됐어요, 라고 요조라가 말한 건 그 후였다.
문 너머로는 그저 어둡던 방 안은 그새 엷은 조명빛이 가득 채워 밝아졌다. 마츠리 때 길을 밝히던 제등 불빛과 비슷한 조명이 비추는 방 안은 사방이 벚나무였다.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에 이곳이 다수의 벚나무로 둘러싸인 듯 그려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천장까지 이어진 건 그 날 보았던 가장 큰 벚나무임이 틀림없었다. 마치 마츠리에서의 그 날을 재현한 것처럼, 물감을 꽃잎과 나무의 질감을 따라 두께를 달리 하여 그린 그림은 진짜 같은 세밀함이 있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캔버스 한 장이 아니라, 같은 크기의 캔버스를 마치 퍼즐 채우듯 면마다 빼곡히 채워놓았다. 하나의 큰 그림이 아닌, 작은 그림을 모아 만든 큰 그림이었다.
돌아보면 들어왔던 문이 있는 곳도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로 가려져서 사방 어딜 봐도 벚나무인 공간이 완성되어 있다. 이러면 사진을 찍기 어려울 법도 하다. 요조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큰 벚나무가 그려진 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고서, 벚나무를 관찰하던 그 순간처럼 말이다.
보통 그림을 크게 그리는데 캔버스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 아키라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아는 그런 캔버스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녀의 안내를 따라가니 어느 문 앞까지 도달했다. 가게 안의 문이라. 일반 손님들은 들어가지 않는 스탭들만의 공간인 것일까. 혹은 개인 생활공간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 쪽이건 일반적으로는 들어갈 곳이 없는 그런 공간이었기에 호기심이 서서히 차올랐다.
어두컴컴한 방 안. 눈을 감고 됐다고 하면 뜨라는 그 말에 일단 아키라는 시키는대로 눈을 감았다. 은은한 꽃향기는 벚꽃을 그렸으니 나름 예술적인 느낌으로 살리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별 의미없이 이곳에서 흐르는 향인 것일까. 호기심은 점점 커졌으나 아직 눈을 뜨라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기에 아키라는 계속 눈을 감고 조용한 시간을 기다렸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마치 기계를 조작하는 듯한 달칵하는 소리와 다이얼을 돌리는 소리. 아무래도 보통 그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하진 않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도 스파의 일을 돕는 사람이었다. 굳이 눈을 감으라고 하고 뭔가를 준비하는 행동은 100%는 아니긴 하나, 평범한 상황 속에서 나올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기대감이 조금씩 커져갔고 그 와중에 눈을 뜨라는 말이 들려오자 아키라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둠 속에익숙해져있던 눈이 서서히 주변 환경에 익숙해졌고 이내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벚꽃' 그 자체였다. 이건 마치...
"가미즈미에서 제일 큰 벚나무."
절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식견이 좁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간 전체를 이용해서 이런 그림을 만들어내다니.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처럼 말했던 것이 떠올라 아키라는 그저 웃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한면을 가득 채우고 천장까지 이은 저 커다란 그림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캔버스를 채워넣어 작은 그림을 이어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연출을 일반 고등학생이 생각하고 하기는 힘들터. 생각보다 더 엄청난 그림을 봤다는 그 감동과 놀라움은 보통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런 그림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호시즈키 씨. 당신. 대체..."
단순히 취미로 그리는 그림? 적어도 그 레벨은 넘었다는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이걸 단순히 취미로만 이뤄낸 것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엄청난 재능이 아니겠는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림을, 정확히는 벚나무들을 조용히 감상하던 아키라는 이내 두 손으로 손뼉을 짝짝 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꽃놀이를 해도 될 지경이네요. 사진은 찍지 않을게요. 이 광경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들,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을 순 없을테니까요. 그렇다고 학생회 임원들을 여기로 부를 수도 없으니. 그냥 이 광경은 조금 아쉽지만 제 기억에만 간직해야겠어요. 아하하. 고마워요. 아주 멋진 그림을 보여줘서. 그림에 대해서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하네요."
대단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가 보낼 수 있는 최대의 찬사였다.
"당신은 장차 미술 쪽으로 진출할 생각인가요? 이 정도면... 솔직히 말해서 어지간한 대회에서도 충분히 트로피를 흽쓸 것 같은데."
진출할 생각이냐고 묻긴 했으나 진출하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건 그녀의 선택이고 학생회장이라고 한들,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