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하다 묻는다면 맞는 말이다. 불가사의한 일이 가득하다. 살아오던 삶에 격변이나 격동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거창하고, 그렇다고 변화가 아예 없다기엔 선명하게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처음엔 우연으로 만났고, 흥미 때문에 다가갔던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크게 한 걸음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시야에 아주 작은 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잠깐 한눈을 팔고 보니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다가올수록 공허함은 따뜻하고 나른한 공기가 되며, 시트러스 내음과 데킬라 향을 머금는다.
이미 당신에게 매료된 윈터나 에만, 그리고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앨리스(그 사람 나보다 키 커? 잘생겼.. 뭐? 여자야? 뭐 어때, 예쁘고 잘생기고 나보다 키 크면 장땡이지. 낚아! 잡아! 당장 키스해! 갈겨! 망설이지 마!!! 라고 외쳤지만 그 발언은 무시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와 다르게 헤로인은 처음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이제 와서 고하는 사실이지만, 처음에 당신을 만나면 무조건 칼을 내지르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당신이 이 정신을 해이하게 만들고 지금껏 잘 지켜온 가시를 굽히게 만들게 둘 수는 없었다. 지하에서 버티며 살아왔는데, 다시금 물렁물렁하게 변해서 배신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온정은 언젠가 식고 마는 것이니까. 그런데 당신이 귀를 막아버릴 적, 그 생각이 잠시 사라졌다. 어쩌면 헤로인도 에만과 같은 절차를 밟았을지도 모른다. 흥미 혹은 짜증에서 시작해서, 당신이라는 존재가 어느덧 성큼 다가와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 말이다.
당신에게 회색빛이 어리는 것 같다. 당신에게 말을 걸었다. 매를 버는 것 같던 그 발언도, 당신의 색을 되찾아보고자 한 번 던져본 것일지도 모를 정도로 상황에 맞지 않았다. 바보 같다. 내가 왜 당신을 신경 쓰고 있는 건지. 나는 자신을 지켜야 해서 남에게 신경을 쓰거나 뭔가를 알려주면 안 되는데.
"많을 걸."
손바닥에 독을 왜 바르냐는 질문도 그렇고, 당신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키들거리며 웃는 당신의 목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더니 물끄러미 쳐다본다. 제법 오래전부터 당신을 이렇게 쳐다보는 것 같다. 앙칼지고 날카롭게 노려보던 것도 질린 건지, 당신을 쳐다보는 시선은 여타 감정 없고 잔잔한 이 도시의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텅 비어버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담기엔 흐려져버린 눈.
"이 호텔에서 죽은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다닌다는 정보 자체가 큰 소득일 테니까."
가시를 세워도 소용이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가시를 내리고 알려줘서는 안 되는 것까지 말하게 된다. 운을 뗐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생각했다. 그것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미로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넌 나를 원해! (원해!!!) 넌 내게 빠져 (빠져!!!!) 노래방 추임새 원탑곡이지..>: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거 말고도 이상한 짤은 많지만(?) 그중 가장 찰떡인게 블랙 울프의 깔이라서..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일찍 들어가려 했는데 왜 3시지..?🥺 우우.. 곧 들어가려구. 병원 가야하는데.. 앞날이 캄캄하네. 안내문 보니까 자차 이동을 권하는데 운전하기엔 마땅치 않은 컨디션이야..🤦♀️ 몸은 막 죽겠다! 는 아니니 걱정 말아. 아직 정상이다!에는 모자라지만 이 정도면 코로나 치고는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직 페로사는 자신이 꿈에서 다 깨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악몽의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깨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또다른 꿈 속으로 끌려온 것만 같다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잠이 못다 깬 듯한 느낌이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당신과, 차 속에서 두 사람만이 덩그러니 앉아서 빗방울 사이로 흐릿하게 부서지는 세상을 바라보며 이 호텔로 오는 순간, 그리고 지금 차에서 내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주차장을 가로지르기 위해 발을 떼어놓는 이 순간까지. 비가 한가득 쏟아지는 날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정말로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의 심한 착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만큼의 수준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그녀 역시도 날씨에 영향을 퍽 받는 편이었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지, 하고 회상할 수 있는 씁쓸한 기억이 그녀에게도 있었다. 이게 다 그렇잖아도 만월도 가까워오는데 찾지도 않은 비가 쓸데없이 꿉꿉하게 쏟아져서 그래, 하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탈탈 털면서 자신을 재우쳤다.
그런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자신을 물끄러미 주시하는 당신의 새하얗게까지 보이는 파르란 눈동자.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묘하게 흐려서는, 초점을 잃은 것같이. 너도, 나도 둘 다 갈 곳을 잃은 방랑자구나- 하고 페로사는 무심결에 생각했다.
"......"
당신의 가시 너머에서 솟아나온 말에 그녀는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당신의 말을 놓치지 않고 귀에 담았다.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당신을 붙잡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추궁할 정신머리까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여기서 그런 것을 물어보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백일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의 머리로 내린 판단이라기엔 지극히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이유였다. 페로사는 당신의 손을 꼭 잡았다.
"가자고."
지하 주차장은 다행히도 그녀가 느낀 것만큼 영원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 그녀는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도달했고, 곧 당신과 함께 호텔 로비로 향할 수 있었다. 환한 샹들리에 빛에 감싸여 바로크·로코코풍의 호화로운 양식에 휘감긴 새하얀 홀의 풍경은 시대착오적인 화려한 궁정마저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었다. 품격있게 꾸며진 홀에 걸맞게 번듯하게 차려입고 있는 이들과 저마다의 나 여행객이요, 하고 써붙인 캐주얼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호텔 가운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홀을 누비며 로비의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에스테틱 룸이나 바-엘리시온- 같은 부대시설로 향하는 이들도 없잖이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당신처럼 딱히 내 얼굴 내놓고 다니고 싶지 않소, 하듯이 마스크에 선글라스 차림을 한 이들도 있었다. 다행히도 당신의 옷차림이 여기의 드레스코드에 과하게 눈에 띌 정도로 어긋나지는 않는 모양이다.
어림도 업따!!! (앙냥냥!!!) 응응. 이상하면 바로 병원 갈게!! 몸살도 낫고 무사히 지나갔다니 다행이야. 오늘은 금요일이고, 초저녁에 잠들어도 괜찮으니까.(꼬옥) 로로주가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아 •0•~ (부빗) 답레는 일단 되는대로.. 써볼게.. 약을 먹었더니 머리가 많이 멍하네 으으 -"-...
미카엘은 어느 순간부터 이 도시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락하던 이 도시는 끔찍했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죄가 되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바깥을 늘 동경해왔고, 아예 나가 살고 싶었다. 막연히 나가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지의 세계로 몸 담기 때문에 무서울 수도 있었을 텐데도 그리 생각했던 이유는 바깥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린 미카엘은 바깥에 나갈 기회가 많았고, 나간 적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가고 싶다는 갈망은 더욱 커졌으나, 미카엘은 나갈 수 없었다. 참혹한 세상에 갇혀 현실의 벽을 직면한 미카엘은 결국 스스로 삶을 끝내기를 선택했으나, 잔인하게도 신조차 죽음을 허락하지는 못했다.
미카엘은 이 도시가 안락하지 않다면 자신이 안락한 곳을 찾고 그에 맞춰 변하면 된다 결심했다. 그렇게 에만의 삶을 살아가게 됐고, 안락함을 찾는 것은 예상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 여파로 새하얗다 생각이 들 정도로 파란 눈동자는 방향을 잃었다. 나침반의 바늘과 같은 동공은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아니, 쓸모가 있었을까. 멍하니 자신을 향하는 눈동자를 마주했으니까. 방향을 아예 잡지 못했다면 당신도 향하지 못했을 테다.
"응."
헤로인은 한 번 받은 상처로 만들어진 존재라 사람을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 숱하게 설명했고, 표현했고, 말해온 바다. 그 누구도 이 가시를 꺾은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당신이 추궁하지 않는 것에서 결국 이것은 무너진 것 같다. 아마 네가 계속 있어준다면 나는 사라져도 될 거야. 미카엘을 네가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곤 손을 꼭 잡자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움직이는 손가락이 꼭 윈터가 당신의 손을 잡으면 하는 행동 같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로비로 향하자 익숙한 전경이 눈에 담긴다. 사람들은 여전하다. 호텔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 여행객임이 확실한 옷차림,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자신과 같은 부류. 당신의 손을 잡고 머뭇거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데스크에 있는 직원의 앞이다. 그것은 잠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더니, 당신의 웃는 얼굴을 흘끔 쳐다본다. 직원은 당신을 한 번 보고 농담 섞인 핀잔을 줬다.
"정말이지, 페로사. 객실 정보는 가장 큰 보안이라고 말했죠? 반갑습니다, 손님. 어느 정도 묵다 가실 건가요?" "하루." "여기에 인적 사항 적어주시고, 디피짓은 현금으로 하시겠어요, 카드로 하시겠어요?" "…카드로."
그것은 느릿하게 주머니를 뒤져 제 몫의 카드를 꺼내고, 인적 사항을 느릿느릿 적었다. 모난 성격과 달리 또박또박한 글씨가 제법 귀엽다.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도달한 곳은 여기였다. 뉴 에덴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늑대인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범죄였다. 지금은 없어진 도시 뉴 에덴. 그곳에 거주했다는 것 자체가 기밀로 분류되 연방 특별법률에 의해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준하는 중범죄로 취급된다. 현상금 사냥꾼들과 히어로들의 타겟에 올라있었고, 정부의 늑대사냥꾼들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그녀가 가면을 벗고 페로사 몬테까를로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곳은 몇 군데 없었고, 그녀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여기, 바빌론 시티뿐이었다. 다만 이 도시는 또 다른 대가를 요구했다. 노예로서의 삶을 다시 살아가는 것. 연합국 내부에 위치한 또 하나의 에누마 그룹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정부라고 해도 쉽게 손을 뻗치지 못했으나, 정부의 눈길을 피해 그늘에 숨는 데에는 그만한 댓가가 필요했다. 이 도시에 숨어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 댓가를 치르고 있었다.
어쩌면 필연적으로, 당신과 그녀는 이 도시에서 만나게 되었을- 그래, 그 얄궂은 운명이라 해도 되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 만남의 형태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면 다를까. 생각해보면 그날 당신을 노렸을 그 저격수의 무덤에 꽃다발 하나 정도는 놔줘도 되지 않을까? 윈터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한 손길에 페로사는 힐끔 자신의 손을 거머쥔 조그만 손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물론 거기에 있는 것은 윈터가 아니라 당신이었다. 개의치 않았다. 페로사는 윈터가 자신의 손을 그렇게 쥘 때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손 역시 꼭 맞잡아주었다. 자신의 손을 이렇게 잡아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고 해도 이렇게 잡아줄 것이다. 당신에게도 예외는 없다.
"조심할게요." 하고 직원의 웃음서린 핀잔에 평소의 그 느긋한 웃음으로 대답한 페로사는 체크인을 마치고 다시금 자신의 손을 쥐어오는 당신과 눈을 마주쳤다. 두 번째라고 다를 것도 없다. ─당신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 기대고자 한다면, 자신은 할 수 있는 만큼 당신의 모든 것을 끌어안아줄 생각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도 그래." 페로사는 조금 씁쓸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손을 잡고 객실로 향했다. 한번 귀를 기울여보았으나, 지금까지는 딱히 문제될 만한 사항이 감지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