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성은 물론,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사근사근하게 대꾸하면서 렌은 베시시 웃어보이다가 이어지는 린의 말에 버릇처럼 시선을 좌우로 왕복했다. 저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오퍼라고 하더라도 사람이고- 물론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길 수 있고 다치더라도 어떻게든 될거라고 생각하며 임하는 게 렌의 생각이었다.
"그치- 나도 언니야가 갑자기 떠난다던가 그런 생각은 안하고 있는걸."
렌은 후드 집업에 넣었던 손을 빼서 린의 손을 가볍게 쥐려하며 여전히 베시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도 목숨만 붙어있으면 된다는 식의 말은 하지 마요. 난 언니야랑 계속 같이 운동하고 싶으니까-"
역시 렌 쨩밖에 없슴다. 라고 덧붙이면서 미소를 지은 그녀는, 사근사근하게 대꾸하는 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참 자신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사실은 사실이고... 당장 지난 번만 해도 한번 삐끗했다면 그대로 끝나버렸을지도.
"물론 그냥 해본 말임다! 기왕이면 멀쩡하게 지내야지, 렌 쨩이랑 계속 운동 하려면 말임다."
계속 운동하고 싶다는 말로 크게 다치지 말라는 말을 대신하는 렌에게 맞장구를 쳐 주며 그 스스로도 그저 해본 말에 불과했음을, 죽을 정도로 크게 다칠 생각은 없다는 걸 드러내 본다. 어떻게 얻은 인연인데, 쉽게 잃어버릴 순 없지. 가볍게 쥐어진 린의 손으로부터 느껴지는 체온에, 손에 쥔 걸 놓아버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음, 출출하진 않슴까? 열량이 높은 건 무리더라도 뭔가 살짝 마셔주면 좋을 거 같은데~"
확실히... 이 '로직 봄'의 규모는 그렇게 큰 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멤버수가 적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숫자로만 보면 내가 원래 있던 '스트롱홀드'보다도 많아. 게다가 나는 그 와중에서도 휴게실이 가장 비어있는 시간에 일부러 들러있는 중이지만, 와중에 눈 앞의 로드와 마주치고 말았다. 이 녀석도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건 전혀 몰랐을 텐데... ...이거, 생각 해보니 정말 그렇...
"―기는 무슨! 그럴 리가 있겠냐!!"
바보같은 소리다! 차라리 저 바깥에서 디스포와 맞닥뜨리는게 더 운명설로서 신빙성이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꼭 내가 약해져서 여기에 있는게 운명이라는 것 같잖아...!
네세리의 반응이 퍽 재밌었는지 소리내어 웃는 로드에게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보이며 크르릉 거린다. 소파에 묻혀있던 푸른 꼬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좌우로 움직이는게 완벽히 동물의 그것이다.
"체, 뭐... 안 먹는다면 그걸로 됐지만..."
이건 내가 내 돈 주고 산 내 푸딩이라구. 남에게 함부로 바치는 일따윈, 없어야 하는 거다.
속으로 순간 열이 올랐던 것을 삭히는 네세리가 스푼에 떠두었던 푸딩을 입으로 삼키자, 아주 일순이었지만, 그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평소의 냉랭한 네세리를 생각하면 확실히 드문 일이다.
"내가 언니야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당연하죠. 사실 이런 말은 언니야가 처음이야. 다들 친해지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부끄러운 소리를 한다며 타박을 들을지도 모르는 말을 대답으로 되돌려주는 렌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말을 직접 하는 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붙임성이 좋아도 낯가림이 심하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혼자 생각하며 렌은 린의 대답에 린의 손을 잡았던 손을 떼어내고 활짝 웃었다.
"내가 언니야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당연하죠. 사실 이런 말을 한 건 언니야가 처음이야. 다들 친해지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부끄러운 소리를 한다며 타박을 들을지도 모르는 말을 대답으로 되돌려주는 렌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말을 직접 하는 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붙임성이 좋아도 낯가림이 심하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혼자 생각하며 렌은 린의 대답에 린의 손을 잡았던 손을 떼어내고 활짝 웃었다.
"응, 좋아요. 여차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렌은 자신의 긍정적이고 반듯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답을 덧붙힌 뒤에 고개를 갸우뚱해보였다.
운명이라는 단어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던 네세리가 강하게 부정을 하는 걸 보고 까르륵 웃었다. 로직 봄엔 이런 거에 휘둘리는 사람이 몇 없어서 네세리의 반응이 신선했다. 다들 오히려 받아치면 받아쳤지. 놀리면 재밌는 사람, 이라고 말하면 화낼 게 분명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더니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솔깃하지 않았어요? 저는 네세리 씨랑 운명이어도 좋을 거 같은데."
능글거리는 말투로 말하곤 윙크를 했다. 상대방을 열받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나름 진심이 섞인 말이었다. 운명이면 좋지 않나. 인연처럼 수수한 느낌도 아니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끝에는 잘 풀릴 거 같고. 운명이라고 하면 각종 위험이 닥쳐오는 게 보통이었지만 로드는 거기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