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을 좋아하는 것 같다, 는 말에 요조라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던가, 하고 기억을 되짚는다. 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탕을 먹은 적은 있다. 처음 마주쳤을 때, 밤산책 때 자신이 사탕을 먹었었다. 그걸 좋아하는 걸로 본 걸까? 뭐, 흔한 판단이다. 사실이니 오해는 아니지만.
"단거,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래도 뭔가 알려줬다는 느낌을 주긴 싫어서 요조라는 그런 말로 얼버무렸다. 대다수가 즐기는 사탕 쯤이야 좋아한다 아니다로 구분하기 애매하지 않느냐, 그런 취지의 말이었다. 그렇게 어렴풋이 보였을 윤곽에 물을 부어 흐트러뜨리고, 자신을 파악하는 걸 막는다. 늘 하는 익숙한 과정이다.
요조라의 느릿한 걸음이 답답할 법도 한데 코세이는 잘도 교문까지 따라왔다. 그래서 요조라가 돌아보고 한숨을 쉬었다. 저런 근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역시 유들유들하게 웃는 사람은 만만하게 볼 수가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까. 언제가 자신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다시 한숨을 내쉬는 요조라였다.
"아직은, 멀었죠... 여름... 전, 지금도, 추워서..."
교복 외투를 벗는 코세이와 달리 요조라는 가디건 차림을 그대로 고수하며 걸었다. 이 역시 농담이 아니라 요조라에겐 아직도 날씨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 어그러진 생활리듬으로 인한 부작용 중 하나다. 늘 체온이 정상보다 낮은 건. 요조라는 가디건을 벗진 않았지만 셔츠 윗단추를 두개 풀어 죄던 목을 열어놓는다. 리본은 등교 이후 바로 떼서 가방에 넣어두었으니, 헐거운 블라우스깃 사이로 보이는 건 희고 가는 목 뿐이었다.
묵묵히 시내를 향해 가던 중, 코세이가 물었다. 시내에 왜 가냐고.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은 코세이의 감처럼, 요조라는 대답 없이 코세이를 힐끔 본다. 늘어진 햇빛을 받은 요조라의 눈은 더 검게 영롱하다. 그리고 퀭하다. 그 눈으로 스치듯 코세이를 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정말, 대답 안 해줄 것처럼 말없이 걷기만 하다가, 흘리듯 중얼거린다.
"그림..."
그것은 요조라의 버릇이었다. 대답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뒤늦게 대답을 하는 것. 처음엔 어설프게, 다음은 명확하게 말하는 것.
"그림, 보러 가요... 전시가, 있어서..."
대답은 간결했고 확실했다. 요조라는 그거면 되었냐는 것처럼 다시 코세이를 힐끔 하고 앞을 보았다. 천천히 걸어나가며 말이다.
어디에선가 학생회에 불을 지르겠다는 심상찮은 엄포가 들려온다……. 정말인가 싶어 고개 돌려 확인해 본 바, 아마 이번 행상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소리인 듯하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화가 난대도 저런 소리를 하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영 헷갈린다. 분노에 차 뱉는 말은 보통은 허언인 법이지만 개중에는 진담으로 저질러버리는 인간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적당히 즐겨야 하는데 말이야,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젓지만 후미카가 알아줘야 할 바는 아니다. 때마침 쪽지 하나를 더 발견해 그것을 찍는다. 분노한 모 학생의 외침은 그렇게 잊혀지고 말았다.
시이는 감성적이다. 2차성징기의 여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호르몬을 주체할 줄 몰라 감정도 날뛴다. 신에게 애틋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니, 그 희귀한 경험을 질투하고 있었다. 시이 본인에게 질투라고 한다면 분명 길길이 날뛰었을 테지만.
그러니 후미카가 선택한 방법은 아주 현명했다. 때론 시이는 단 것으로 입을 막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만으로 해결될 때가 많았다. 아소비코쇼들도 시이를 자주 만져줬다면 종신직장을 얻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이는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슬며시 후미카의 등에 손을 둘렀다.
껴안아주는 건 좋다. 껴안고 보듬어주는 건 더 좋다. 쓰다듬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눈망울에는 지울 수 없는 욕심이 있었다. 쓰다듬어달라고.
그래서, 후미카가 딱밤을 때리려 손을 올렸을 때, 그 손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돌아온 것은 딱밤이었지만, 시이는 얼얼한 이마를 만지며 웃어버렸다.
"에헤헤... 응, 바보할래."
서로 이해할 수 없어도 좋다. 그게 뭐 대수인가. 껴안아줬는데. 살이 닿고 온기가 있었는데. 정말 좋았는데... 모든 것에 진실성을 바랄 순 없다. 때론 손에 잡히는 것 모두가 허울일 수 있다. 빛무리를 만지려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욕심을 품게 하고, 앞으로 발을 딛을 수 있도록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쾌락이고 쾌락신이니까. 시이는 후미카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후미카의 이미 죽은 아들을 치우고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어, 그저 입을 다물고 이마를 부비다, 고개를 슬쩍 들어 후미카를 올려다보았다. 사냥할 기회를 엿보던 고양이처럼 유심히 보던 시이는, 확 올라와 후미카의 볼에 쪽, 하고 입맞췄다.
확실히 단걸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지. 그녀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사탕은 부담없이 건네줄 수 있는 간식인 것이다. 그렇게 말없이 운동장을 천천히 돌아 나온다. 걸음걸이가 느릿느릿하긴 했지만 저번에도 그렇고 맞춰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면 모를까 내게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 아, 진짜요? "
추위를 많이 타는구나. 처음으로 소녀에게 놀랄만한 정보를 들어서 눈을 살짝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그래도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추운건 아닌지 목이 보일 정도로 셔츠 깃이 열려있기는 했다. 그래도 쌀쌀하다는 느낌이 드는걸까. 잠깐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시내를 향해 걸어간다. 무엇을 하러 가냐고 물었을땐 다시 날 힐끔 바라보았다가 말없이 걷기만 했다. 이번에도 딱히 대답해줄 생각은 없나보다해서 무슨 얘기를 꺼낼까 고민하다가,
" 그림을 잘 그리고 좋아하는군요. 그때 봤던 그림도 인상적이었으니까요. "
분명 저번에 마츠리에서 봤던 그림은 본인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예술적인 감각으로는 인간계에 비해서 뛰어난게 신계이지만 그럼에도 그 그림은 분명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림을 좋아하는구나, 싶었지만 속으로 생각만 하고 그냥 웃기만 해보인다. 힐끔힐끔 볼때마다 눈을 마주치는데, 그 검은색 눈이 마치 내 머리색과 비슷하다.
" 분명 전시회는 좀 더 쌀쌀할꺼에요. "
햇빛이 들지 않는 실내니까요. 거기에 미술품들의 상태 때문이라도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나는 손에 들고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 매일 같이 탈취제를 뿌려놓기에 기분 나쁜 냄새는 나지 않을 것이다. 필요없다고 하면 다시 가져가지 뭐.
>>588 스즈즈 진단 첫번째! 아미카가 선호하는건 바다 쪽일 것 같네요! 바다라면 꼭 수영은 안해도 가만히 누워서 잘 수 있으니까요! 워터파크도 가능은 하겠지만 바다 쪽이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수영복은 반팔에 반바지 조합! 하지만 썬크림은 절대 안잊는답니다! >>711 아미카가 그래도 술을 마시는데 끼어들 쪽이 아니긴 한데 어쨌든 if니 꼬시라고 한다면 아마 조용히 다가가 껴안아주...지 않을까요? >>757 그리고 이건.. 아마 눈 딱 감고 볼뽀뽀? 아마 그러곤 뒤돌아서 후회하며 자신의 상황을 곱씹다가 잠들겠죠..
무엇에 그렇게 놀랐는지 코로리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행인 점은 눈물도 쏙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렌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부드럽게 풀리는 얼굴에 마주 좀 더 짙은 미소를 입가에 매단다.
엄청 착하고 예쁜 후링이라. 렌은 그 말에 작은 웃음을 흘린다. 예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의 입장에서는 인간이란 그저 후링같은 대상물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리는 렌의 손가락을 놓고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의 증표를 만들었다. 코로리가 웃음을 짓자 렌도 마음이 이젠 놓였다. 울다 웃는 것이었지만 역시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저는 후링이고, 피노키오고, 웬디인 거네요.”
뭔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만 잔뜩 수식어로 달렸다. 자신은 좀 칙칙하다고 해야하나, 검정이니까 후링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피노키오도 그렇고 웬디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에 신님께서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런 거겠지.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이름을 가진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이 렌이에요. 성이 세이이고 이름이 렌이요.”
렌은 손가락을 건 손을 몇 번 흔들며 말했다. 그러다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꿈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는가봐요.”
깨어지며 렌은 눈을 감았다 떴다. 감은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학교의 천장이다. 아무래도 보건실에서 잠든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상체를 반쯤 일으키니 의자에 앉아 침대에 엎드려있는 까만 머리카락이 보였다. 손 끝이 닿아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꿈 속에 찾아온 걸까?
“코로리 씨, 코로리 씨는 잠의 신이에요? ねんねんころりよ おころりよ(넨넨 코로리요 오코로리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에요?”
렌은 말장난을 하며 코로리에게 말을 걸었다. 잠에 들게 하고 꿈 속에 나타나고 하니까, 그래서 묻는 말이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드는 이물감에 손바닥을 내려다보니 손바닥이 다 치료되어 있었다.
갑자기 크게 뛴 점수를 보고 요조라는 이거 점수폭이 꽤 다양하구나, 싶었다. 몇이 최대이고 최저일까, 마이너스는? 같은 궁금증이 들었지만, 이내 흐릿해지는 시야에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걸어가는 복도엔 코드 찾는 학생이 더러 있었다. 평소 사람 없던 곳까지 있는 걸 보니, 아마 온 교내에 있는 듯 하다. 아, 양호실만 침범하지 않으면 좋겠다. 요조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벽에 기대 걸었다. 눈은 바닥을 보고 있었지만 다리는 익숙하게 복도를 지나 요조라를 양호실 앞에 데려다놓는다.
나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양호실에서 요조라는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딱 타이밍 좋게 쏟아지는 잠으로 눈이 천천히 감겨가는데, 이불을 쥔 손에 이상한 이물감이 잡힌다. 바스락 바스락, 그게 종이란 걸 깨닫자 천근만근한 손을 움직여 폰을 든다. 어떻게든, 이란 느낌으로 코드를 찍자마자 요조라는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