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인기척 정도는 요조라도 알 수 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거였으면 했지만, 인기척은 요조라의 바로 뒤로 왔고, 어깨를 두드려온다. 하, 작은 한숨이 요조라의 입에서 툭 흘렀다. 지금만큼은 느린 자신의 걸음이 미웠다. 아무래도 오빠에게 기초 체력 기르는 운동이라도 부탁해야 할 것 같다.
"아, 네..."
요조라는 적당히 대꾸하며 그대로 가려고 했다. 멈추지 않으면 제풀에 지쳐서 갈 거다. 늘 그랬듯이, 누구나 그랬듯이. 하지만 느린 걸음은 쉽게 앞질러졌고, 요조라는 우뚝 멈춰섰다. 코세이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요조라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퀭하고, 무표정했다.
"했던, 가요... 그런 약속..."
사쿠라마츠리에서 마주쳤을 때 그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그렇다는 건 그 말을 들었지만 요조라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요조라는 무관심을 유지하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시선을 내려 바닥인지 벽인지 어딘가를 보면서, 건성으로 대꾸해 코세이를 보내고자 생각한다.
"알려줄... 이유가, 없네요..."
묻지도 않은 학년과 반을 들었다고 해서 자신도 가르쳐 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요조라는 느릿느릿 말했다. 말하는 도중 요조라의 눈이 힐끔 움직여 코세이를 잠깐 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멍하게, 만사 관심 없는 것처럼.
사실 일방적으로 내뱉은 내 주장이었던것 같기도 하다.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걸로 끝인.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것도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두번의 만남이 있었고 여기서 한번 더 만난것, 그게 중요한게 아닐까? 라는 할 필요는 없는 생각도 해버린다. 싫어하는건 알지만 왜이렇게 들이대고 싶은지.
" 흠. 3학년이었으면 적어도 얼굴 한번은 봤을테니 3학년은 아니겠네요. 굳이 반까진 알 필요는 없고. "
그래도 낮을 내내 잠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라서 화장실을 간다거나 물을 마시러 갈때 웬만한 3학년 친구들은 한번 마주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러면서 천의 기운 때문에 신인걸 알게 되기도 하지만, 이건 진짜 여담이고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이 호시즈키 요조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우리 학교 1학년 혹은 2학년이라는 것.
" 그래도 학교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후배들이랑 접점도 없는 사람인데. "
맨날 잠만 자빠져 자는데다가 부활동도 든게 없으니 후배들이랑 연이 닿을리가 없다. 물론 그런게 없다는 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진 않는 편이고 구실로 가져다 붙여본 것 뿐이다.
" 저번에 화과자는 여동생이랑 잘 나눠먹었다고 전해주세요. 되게 맛있던데. 다음에도 종종 사다 먹어야겠네요. "
시이는 근간부터 사람이었다. 짐승의 속성이 그 후에 붙여진다 해도, 시이를 만든 것과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인간의 욕망이었다. 그래서 사람은 짐승을 이해할 수 없다. 명석한 짐승도 아둔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시이는 아둔한 자답게 미간을 좁히고, 후미카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표정을 도출해냈다.
인간이 짐승의 처지를 헤아려봤자 인간의 시선을 벗어날 수는 없다. 미간의 주름은 그저, 다름을 느껴버리기에 나오는 거부반응이었다. 그리고 덜 상처받기 위한 포석이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으니까.
인간은 구차하다.
"그럼, 미카쨩은 왜...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그, 미카쨩은 혼자가 편하면- 바다에 혼자, 계속 혼자 살아가면 되는 거잖아. 누가 작살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왜 여기에 인간 몸을 해서 와 있는 거야?"
후미카의 소매자락이 잡혀온다. 시이는 이런 질문을 해서, 이야기가 헝클어지고 후미카가 떠나갈 위험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누군가의 질타가 들려오는 듯 했다.
"있고 싶은 게 아냐?"
봄볕이 완전히 사그라들고, 서늘한 바람이 소매 틈을 파고드는 시간이 왔다. 밤벚꽃은 살갗을 내보이며 흩날린다. 물비린내와, 희미한 벚꽃내음이 났다. 저녁의 냄새에 기름진 축제의 향이 함께 흘러들었다.
좋은 때였다.
인간은 구차해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렇게나 아름답다. 시이는 에도성 담 너머의 이 풍경을 동경해서 왔다. 사람 사이에 끼이고 싶었다. 존재를 인정받고, 말을 섞고, 내가 살아간다고 느끼고 싶었다. 따라한 것에 불과한 성정임에도 말이다. 달콤한 것만 먹고, 즐거운 놀이만 할 수 있는 세상은 비록 아니었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83 (쓰담쓰담) 토요일에도 일을 시키는 회사는 제가 혼내줄께요! 그러니까 스즈주는 일요일에 일을 시키는 제 회사를 혼내줘 ... >>86 무언가 집안일을 할때 저런 느낌인거죠 :3 >>87 그건 좀 아플것 같은데 ... 깐건 이마인데 왜 옆구리에요~~~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96 일단 느낌이라고만 써서 서술을 일부러 뭉뚱그린건가 싶을 수도 있는데 정말로 느낌이야 대화가 뚝딱거린단 느낌,힘의 균형이 아슬아슬하단 느낌, 무너질 거 같은 느낌... 그건 스즈가 주변에게 맞춰주는 타입이기 때문에 생겼고, 시이가 말 없이 카운트를 하는 타입이어서 생긴 하지 시이는 기본적으로 조금... 인성이 안좋고 원한다면 남을 강압해서 목적을 이루지만 동시에 그런 나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쁜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맞아 그래서 그건 스즈의 잘못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