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찍었던 QR코드가 알고보니 학생회장이 개최한 이벤트라고 한다. 처음을 거하게 실패로 시작한 요조라는 이후에도 수없이 나오는 실패 경험담들을 지나가는 길에 들었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게 쉽게 점수를 주면 상품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 아침도 양호실로 가던 중.
이번엔 난간 끄트머리에 찍어주소- 하고 붙은 코드 종이를 발견한다. 이걸 찍어, 말어. 잠시 서서 고민하던 요조라는 이내 폰을 꺼내 코드 인식을 켠다.
딸기랑, 블루베리랑, 고양이랑, 초콜릿, 그리고 벚꽃! 코로리가 열심히 가방 안을 체크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부터 마니또에게 들이닥치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방과후에는 아르바이트를 가야하니까, 쉬는 시간을 노린다! 쉬는 시간에는 교실에 있을테니까 절대로 엇갈릴 일 따위는 없다는 확신! 그동안 마니또에게서 선물을 받을 때마다 적었던 편지들이랑, 조금씩 준비했던 선물을 담은 상자에 리본이 꼭 묶여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2학년 층으로 향한다. 하교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가방을 메고서 교실을 나서니, 하교하는 기분이 드는데다 비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전국방콕협회장님ー!"
2학년 C반 학생들이 깜짝 놀라고도 남겠다. 벌컥 교실 앞문을 열면서 나타난 3학년 선배가 무슨 협회장님을 찾는데 그런 협회는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를 찾는 듯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으니까. 숨바꼭질은 끝났으니까! 이제 내가 술래라서 잡으러 왔다구! 어서 자수하지 않으면 교실 안으로 성큼 들어가서 교탁 앞에 설 기세다.
/ 좀 짧다, 미안해 。゚(゚´ω`゚)゚。 학생회 측에서 마니또 정보를 얼마나 공개했을지 미지수라서, 대충 반이랑 학생 이름만 알려줬다고 생각하고 썼어!
다른 사람들과 같았더라면 벌써 오기가 생기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후미카가 누군가, 그다지 실망하지도 화나지도 않은 채 평소와 같이 지낼 뿐이다. 그보다는 곳곳에 숨길 장소를 찾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자, 때마침 나뭇가지에도 하나 걸려 있지 않은가. 평범한 학생들이 저기에는 어떻게 올라갔나 모르겠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화면을 확대하니 인식이 된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온 결과는……
인사하려고 했는데 끌어당겨졌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까이 오길래, 이 남자애가 협회장님인가봐! 반갑게 방긋 웃었는데 어쩐지 반가워하는 건 코로리 뿐인 것만 같았다. 코로리는 교실 문을 열어제끼고 서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게 멀지도 않았다. 몇 발자국 다시 뒤로 물러나면 교실에서 복도로 나와진다. 복도로 나오면 다시 인사를 이었다. 닷새간 선물을 해준 마니또에게 직접 만나서 고맙다고 인사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일부러 편지에는 의식해서 쓰지 않은 말을 해야했다.
"녕, 협회장님!"
그전에 목소리 크기를 줄였다.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협회장님이라는 신분, 비밀인가봐! 애초에 마니또 별명으로 지었을 뿐이었겠지만 기왕 비밀 친구에게도 비밀 하나 만들어버리는 편이 재밌어보인 코로리였다. 이제부터 정말로 협회장님인 것이다.
"고마워ー 라고 자물쇠 풀러 왔어."
마니또는 비밀 친구, 비밀은 남들에게 숨기는 것. 숨긴 것은 보통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잠금을 걸고는 한다. 그래서 자물쇠를 풀러 왔다며, 코로리는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겼다.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던 명찰이 드러난다. 이자요이라는 이름은 마니또를 시작할 때 받았을테니까, 그리고 전국방콕협회장님이라고 부른 것까지 합해서 마니또 선물을 받고 있던게 누구인지 가르쳐준다. 이자요이 코로리는 코로리였습니다아!
떽, 하며 테츠야가 손등을 쳐내자 튕겨나간 에너지 그대로 팔을 크게 돌려, 테츠야의 이마에 촙을 갈겼다. 꿍, 하고.
"어어-디 커뮤력 천점만점의 테스트에서 3점 나온 녀석이 질문을 하는 것이야? 하지만 그렇게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후후, 무려 3천점이라구."
시이는 뻐기는 듯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곤 엣헴, 했다. 하지만 분명 커뮤력이 높기야 할 것이다. 그야 암투가 판치는 오오쿠에서 독살현장을 지켜보며 큰 신인걸. 세상물정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눈망울을 깜박인다기엔, 시이의 귀여움은 약아빠진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나태했다. 시이는 책상 위에 누워선, 발을 까딱거리며 말한다.
"소년,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어서 세상을 왕따시키는 건진 모르겠지만 말야, 청춘이잖아, 열 여섯살이잖아, 즐기라구. 고양이귀 머리띠 하고 독기 가득하게 쇼타컨셉 스트리머를 해도 좋을 거라구. 마법의 나이라니깐, 열 여섯은. 뭘 하든 관심을 받을 수 있다구. 투명인간보다는 낫잖아, 관심 받는 게."
맞추고 싶었다구, 직접!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미 끝나버렸고 정체는 밝혀졌다. 열쇠를 쥐어줬길래 자물쇠에 맞춰 돌리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만났으니까, 코로리는 가방을 앞으로 끌어온다. 어깨 한쪽에 메고 있는 가방이 지익 소리를 내며 지퍼가 내려간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든 가방에서 편지 봉투 넷과 분홍색 묶인 리본으로 꾸며진 상자가 고개를 내민다. 코로리는 편지 봉투부터 하나씩 꺼내서 정말, 달콤상콤협회장님 할 수 있었는데! 에게 건넨다.
"딸기, 블루베리, 고양이, 초콜릿!"
헷갈릴 필요도 없는게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세트로 샀는지, 연분홍에 딸기 무늬가 있는 편지봉투, 파란 꽃무늬가 있는 하얀 편지봉투, 회색에 분홍색으로 육구 자국이 나있는 편지봉투, 달콤한 디저트가 그려진 노란색 편지봉투로 넷을 구별하기 쉬웠다. 선물은 다섯이나 받았지만 편지가 넷인 이유는, 마지막 편지는 분홍 리본 장식의 상자 안에 같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게 벚꽃이야. 협회장님 혼자 봐야하는 거 알지!"
편지 넷 다음으로 상자를 꺼내고 나니 가방이 텅 비었다. 자세히 보면 안쪽에 동전 모양 초콜릿 몇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