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복건과 강서 어딘가에 있는 산중의 지름길, 야견은 평소의 건들건들하고 느릿한 발걸음으로 길을 걸어가며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중얼거리는 내용을 살펴보면 ‘육시럴’, ‘망할’, ‘기껏 멀리 왔더니 이게 무슨 재수야!’ 등등이었다. 보아하니 모처럼 맞은 휴일, 수련이고 애들 관리고 다 내팽겨치고 멀리 이름있는 도박장에 달려갔다 쪽박만 차고 온 모양이었다. 음 실로 인과응보.
“아니 거기서 왜 6이 나오냐고 망할!! 그 잡것들 분명 조작했다니까!”
전형적인 도박중독자의 넋두리를 내뱉는 야견. 도박장 입장에서는 일단은 파계회 간부라는 양반이 도박에 졌다고 책임자 나오라느니, 주사위에 수 쓴게 분명하다느니 하는 누명을 씌우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그러니 도박장 사람들 입장에서는 야견이 돌아가려는 산길이 그 악명높은 추풍낙엽이 이끄는 대왕산채가 표행들을 상대로 통행료를 거두는 계곡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음, 역시 인과응보.
고불은 최근 외지에서 유입된 맹수들을 쫓아낸다고 아우들과 바쁘게 산을 돌아다녔다. 산채는 통행료를 걷는다. 그러니 수입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의 통행을 유지해야 한다. 위험한 맹수가 돌아다니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다른 길로 우회하려는 자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산채의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불! 얌전히 굴어라!"
그런 이유로 고불은 유난히 덩치가 큰 늑대, 아마 이번에 유입된 맹수들의 우두머리일 녀석의 입에 쇠사슬을 걸고 녀석의 움직임에 휩쓸리는 기묘한 로데오를 보이며 야견 앞 수풀에서 튀어나오게 되었다. 이미 늑대의 움직임을 쫓지 못한 아우들은 진작 나가떨어진지 오래였다.
"이이...얌전히 굴란 말이다! 고불!"
고불과 실랑이를 내내 벌인 늑대도 지쳐 보이지만 고불 역시 지칠 대로 지쳐 간산히 늑대에게 매달려있는 게 최선이었다.
"고불!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라! 냅두면 너도 편히 못 지난다!"
실랑이를 벌이다 야견을 발견한 고불은 급히 야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야견이 무인인지 아닌지 야견에 눈에 늑대 위에 올라타있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중에도 없는지 말이다.
애먼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것도 지쳐갈 때 쯤, 야견은 귀는 멀리서 들리는 기묘한 소리에 쫑긋 거렸다. 음? 짐승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쇠사슬이 철컹거리는 소리에, 누군가가 무엇이라 외치는 소리. 고...? 뭐라? 여하튼 있을 수 없는 무언가의 조합에 살짝 긴장하던 찰나, 수풀속에서 무언가가 번쩍하고 튀어나왔다. 유난히 덩치가 큰 늑대가 입에 쇠사슬이 걸린 채로 허공에 침을 흩뿌리며 날뛰고 있다. 명민한 눈빛을 보아하니 이 산을 주름잡는 영물일까. 거기다 그것도 모자라 늑대의 등에는 작달막한 옅은 녹색 피부에 화가 난 시라소니를 닮은 얼굴의 누군가가 매달려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최근 살면서 무서운 것을 여럿 보았으나(※특히 정파 무인들), 그 중 어느것도 지금의 눈앞의 광경만큼 기묘하지는 않았다.
“사, 산귀신이 늑대를 타고 놀고 있어!!!”
야견은 눈앞의 초현실적인 광경에 마치 어린시절 저잣거리에서 펼쳐지는 기예단의 재주를 몰래 훔쳐보던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폭미화(팝콘)는 없나? 탄산수는? 사육사와 동물의 깊은 유대가 느껴지는 무대였다. 정말로 당장이라도 서로 죽여버리고 싶은 듯한 표정 연기라니! 엇, 지금 사육사분이 날 가리켰는데? 응 도와달라고? 내가? 앗 그렇지. 여기는 그냥 산골이지? 정신을 차려보니 연기는커녕 늑대와 그 등 위의 남자는 정말로 긴박한 상황인 듯 했다. 솔직히, 이 광경을 조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단은 사태를 수습하기로 하는 야견.
야견이 늑대의 발을 힘주어 밟자 늑대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제한되었다. 그동안 워낙 늑대의 움직임이 심해 간신히 내달려있던 고불은 덕분에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 호칭으로 자신을 부른 것도 같지만 당장은 눈앞에 상황에 집중하느라 정확히 알아채지 못한 고불이었다. 그래, 고불은 들을 때가 아니라 움직일 때였다.
"고불! 잘했다! 움직임을 잃으면 힘을 잃는다!" 물론 고불은 F=ma 같은 것은 알지 못하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잘 알았다.
고불은 팽팽하게 당겨진 쇠사슬을 느슨하게 푼 후, 잽싸게 당겨 목 쪽에 다시 안착시켰다. 그리고 길게 늘어진 그 양 끝을 뒤쪽으로 교차시켜 날려 나무에 단단히 결착된 처형대를 완성했다.
"고불! 내리찍어라! 깨갱 소리조차 못 낸다!" 고불이 신속히 작업을 마무리하며 앞에 있는 이방인에게 외쳤다. 모르긴 몰라도 이 커다란 녀석의 움직임을 한 번에 멈춰세웠으니 마무리는 확실하게 내줄 여력이 있을 것이다.
야견은 고불이 보이는 날랜 움직임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단순히 발을 밟아 멈춰 세웠을 뿐인데, 눈앞의 남자는 손에 든 쇠사슬을 교묘하게 풀고, 늘이고, 교차시켜 늑대를 나무에 묶어 옴싹달싹 못하는 처형대를 만들어 버렸다. 늑대의 움직임은 물론, 자신의 움직임에도 통달해야만 가능할 술수에 살짝 오싹해졌다. 이후 야견은 고불이 외치는 소리에 바로 발을 크게 밟고, 심호읍을 하며 주먹을 쥔 뒤, 눈앞의 늑대를 살핀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다 자란 녀석은 아니었다. 더 큰다면 이 산을 주름잡는 영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야견은 망설임 없이 추혼법권 3성, 십연격을 뻗는다. 10번의 큰 타격음이 울리고 나자 늑대는 숨을 멈추었다.
"원망은 마라, 피차 서로 살기 위해 싸운 것이니."
야견은 늑대였던 것의 앞에서 짧게 놈의 명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뒤돌아서 난입해온 정체불명의 사내를 보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크흠, 크흠 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짐짓 고무된 목소리로 말한다. 아까 전의 맹렬한 기세에 비해 뭔가 찜찜한 태도였다.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걸까.
"이야, 이런 곳에서 산귀...아니 토지신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쇠사슬을 부리는 놀라운 솜씨! 그게 그 말로만 듣던 신통력이라는 건가요? 앗, 그것보다 몸은 괜찮으신지?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시구요? "앗, 그리고 혹시 은혜를 갚으신다거나 그런건 생각 안하셔도 됩니다! 암! 토지에 은혜를 받고 사는 민초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니까요! 암!"
야견은 마치 아침 햇살처럼 상쾌한 미소로 고개를 유감스러운 발언을 이어갔다. 눈썰미가 있었다면 진작 고불이 사람임을 알아챘겠지만, 야견은 아직도 고불을 산귀신이나 토지신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 했다. 그뿐이랴, 그것도 모자라 노골적으로 대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산에서 곤경을 당한 영물을 구해준 뒤, 은혜가 돌아왔다는 설화를 떠올린 것일까. 결론적으로 고불이 마주친 남자는 명백할 정도로 소인배였던 것이다.
고불은 야견이 마무리를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불의 예상보다도 야견의 일격 일격은 묵직했다. 야견이 총 10번의 권을 날릴 때마다, 고불은 늑대의 몸을 통해 자신에게까지 전해지는 충격에 의해 바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기껏 다 잡아놓고 굴러떨어진다면 크나큰 망신이라고 고불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먹질이 끝난 후 축 늘어진 늑대에서 고불은 폴짝 뛰어내렸다.
"훌륭했다! 고불! 깨갱 못하고 깩했다!" 눈앞의 이방인이 낸 성과가 흡족했던 고불은 칭찬을 건넸다. 아닐게 아니라 쇠사슬을 주로 다르는 산채에서 지냈기에 무기 없이 권으로 호탕한 무예를 보이는 것은 나름의 멋들어짐이 있다.
이후 이어진 야견의 소인배적 행실은 그 같은 멋들어짐을 산산이 조각내기에 충분했지만 야견이 오해를 품었듯 고불도 오해를 품어버렸다.
"토지신..고불!" 고불은 자신을 지칭하는 토지신이라는 낯선 말이 과연 무엇일까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어진 야견에 말로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 토지에 은혜를 받고 사는 민초라고 하지 않나. 토지는 지금 고불이 밟고 선 땅이다. 즉 산채가 관리하는 길의 덕을 크게 느끼는 인물이 고불이 대왕산채의 일원임을 눈치채고, 고불을 띄워주는 존칭의 표현이 되겠거니 고불은 그렇게 생각한다. 뭐가 되었든 자신을 칭찬하니 고불은 신이 난다.
"고불! 흡족하다! 너 강하다! 헌데, 예의도 안다!" 고불은 야견을 칭찬하다 뭔가 찜찜함을 느낀다. 이런 강자도 산채의 길관리를 인정해 고불에게 존칭을 하는데 고불이 미숙해 산채의 길에서 문제에 휘말리게 해버렸다. 게다가 손도 벌린 것이다. 가만 따져보니 이 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있다.
"고불! 이거 네 거다! 은혜 갚는 거 아니다! 베푸는 거다! 토지를 공경하는 모습! 흡족하다!" 고불은 쇠사슬을 풀곤 늑대 영물의 시체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늑대 영물의 시체니 나름대로 값어치가 있는 물건일 테지만, 어차피 자신은 영물의 부산물을 얻으러 나온 것도 아니니 이를 줘버려 찜찜함을 털겠다는 게 고불의 생각이다.
고불의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굽신거리는 야견.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눈앞의 존재는 이름이 고불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말마다 고불이 들어가는데 고불이 아니면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여하튼 야견은 신이 난 고불을 보고 자신이 토지신을 잘 구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덩달아 신이 나 자화자찬하며 말을 보탠다.
“그렇죠~? 이 야견, 파계회에 있었을 때부터 예의범절 하나는 기가 막혀서 사형들에게 이쁨이란 이쁨은 다 받았지 말입니다!”
당연하지만 거짓말이다. 야견은 파계회에 입문한 직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강한 줄 알고 사형들에게 항명하다가 죽을 뻔한 전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싹수 노란 놈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불이 은혜를 입에 올리자 다시 눈이 커지며 대놓고 기대하는 표정을 보이는 야견. 뭘까? 무엇을 받을까? 이 근처에 대왕산이 있다던데 산속에 엄중히 보관된 보패? 토지신이 익힌 선계의 무공? 아니, 왜인지 보물을 많이 좋아할 것 같은 생김새이니 금화나 보석일지도!
“엇...네...?”
온갖 김치국을 다 마시던 야견은 고불이 영물 늑대의 시체를 발로 툭 차자 빙백신장이라도 맞은 듯이 굳는다. 아니, 물론 늑대 시체야 나름 값을 받고 팔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말이지! 아니다. 어쩌면 뭔가 다른 큰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신이나 귀신이 생각하는 바를 어찌 알겠냐만은!
“그, 그런데 고불님. 이 늑대 시체를 제가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저 산 아래의 불쌍한 아이들에게 적선을 하느라 돈이 조금 궁하지 말입니다...”
야견은 다시한번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 다시금 말하지만 야견은 도박장에서 돈 다 잃고 행패부리다 돌아가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