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처음 만남은 화산논검까지 올라가는데... 화산논검에서 예은낭자를 만나고, 대화랑 비무(대련)을 나누다보니 예은이 공략조건을 지원이가 만족시켜버렸어용! 그렇게 공략된 예은이는 사실 가출했던 가출청소년이었어서 아빠(허창언)가 눈에 불을 켜고 쫓아다녔고... 어찌어찌 쫓기고 싸우고 혼란 속에서 허창언과 할아버지인 호재필의 허락을 받아서 결국 최근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거에용 홍홍
>>14 그래도 짧은 머리 빗어주는 것도 재밌는 일이잖아용~ 머리 상했다고 여기 이 부분 관리 안 하면 개털 된다면서 재가놈이 타박할지도 몰라용!
재하: 공자, 끝이 많이 상하셨사와요. 이대로라면 필히 자란다 한들 중간에서 뚝 끊기겠지요. (빗질 삭삭) 정말이지.. 여기도 그렇고, 여기도..(머리카락 한 움큼 잡고 삭삭삭삭) 재하: 제대로 관리하시어야지요. 우리도 이제 늙어가고 있사온대, 조금이라도 느리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사와요?
>>21 (깨달은 고양이 짤) >>22 뭐야 타박하는 재하를 포상으로 여기시면 어떡해용~ 꺄아악ㄱ 유부남 남둘망*이 마교 볼을 또 착취하네!!
재하: 시비에게 시킨다 하여도 방랑하실 때도 시키지는 아니하실 것 아니온지. (동백기름 바른 빗으로 한 번 더 삭삭) 재하: 흐름이 느리긴 무어가 느리겠사와요.. 아으으..(볼 쭈욱) 재하: 아름다웁다니 당치도 아니하여라. 정인 있는 분께 듣는 건 더욱이.(기껏 빗질한 머리 꾹꾹)(투덜투더
어제 거의 ㅅㅓㄴㅇㅕㅇㅈㅜ 가 되버린지라 레스만 쓰고 제대로 확인을 못햇던 거에용〰️〰️❗😭 신입분을 위해 아침에 미리 인사드리는 것이에용. 무림에서 살아남기를 찍고잇는 7년차 기녀 선영이 오너 SunYoung 주인 것이에용. Young-Sun이 아니라 SunYoung 이니 꼭 기억해주시는 것이에용. 😑 아무튼 새 아침이 밝앗으니 태양을 숭배하시는 거에용❗❗🌞
>>75 상시 변신이면 화려함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이종족이 되어버리잖아용! 이미 이종족이긴 하지만.. 아 아무튼 사람이구용! 불만 있으면 천산시로 따라왓(?) >>76 홍홍홍 농담이에용! 경의는 아마 변하지 않을 것... 7년 지났으니 이전 외형보다 좀 더 삭았다고 생각하면 오케이! 수염이 굵어졌다던가? 그런?
복건과 강서 어딘가에 있는 산중의 지름길, 야견은 평소의 건들건들하고 느릿한 발걸음으로 길을 걸어가며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중얼거리는 내용을 살펴보면 ‘육시럴’, ‘망할’, ‘기껏 멀리 왔더니 이게 무슨 재수야!’ 등등이었다. 보아하니 모처럼 맞은 휴일, 수련이고 애들 관리고 다 내팽겨치고 멀리 이름있는 도박장에 달려갔다 쪽박만 차고 온 모양이었다. 음 실로 인과응보.
“아니 거기서 왜 6이 나오냐고 망할!! 그 잡것들 분명 조작했다니까!”
전형적인 도박중독자의 넋두리를 내뱉는 야견. 도박장 입장에서는 일단은 파계회 간부라는 양반이 도박에 졌다고 책임자 나오라느니, 주사위에 수 쓴게 분명하다느니 하는 누명을 씌우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그러니 도박장 사람들 입장에서는 야견이 돌아가려는 산길이 그 악명높은 추풍낙엽이 이끄는 대왕산채가 표행들을 상대로 통행료를 거두는 계곡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음, 역시 인과응보.
고불은 최근 외지에서 유입된 맹수들을 쫓아낸다고 아우들과 바쁘게 산을 돌아다녔다. 산채는 통행료를 걷는다. 그러니 수입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의 통행을 유지해야 한다. 위험한 맹수가 돌아다니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다른 길로 우회하려는 자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산채의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불! 얌전히 굴어라!"
그런 이유로 고불은 유난히 덩치가 큰 늑대, 아마 이번에 유입된 맹수들의 우두머리일 녀석의 입에 쇠사슬을 걸고 녀석의 움직임에 휩쓸리는 기묘한 로데오를 보이며 야견 앞 수풀에서 튀어나오게 되었다. 이미 늑대의 움직임을 쫓지 못한 아우들은 진작 나가떨어진지 오래였다.
"이이...얌전히 굴란 말이다! 고불!"
고불과 실랑이를 내내 벌인 늑대도 지쳐 보이지만 고불 역시 지칠 대로 지쳐 간산히 늑대에게 매달려있는 게 최선이었다.
"고불!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라! 냅두면 너도 편히 못 지난다!"
실랑이를 벌이다 야견을 발견한 고불은 급히 야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야견이 무인인지 아닌지 야견에 눈에 늑대 위에 올라타있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중에도 없는지 말이다.
애먼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것도 지쳐갈 때 쯤, 야견은 귀는 멀리서 들리는 기묘한 소리에 쫑긋 거렸다. 음? 짐승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쇠사슬이 철컹거리는 소리에, 누군가가 무엇이라 외치는 소리. 고...? 뭐라? 여하튼 있을 수 없는 무언가의 조합에 살짝 긴장하던 찰나, 수풀속에서 무언가가 번쩍하고 튀어나왔다. 유난히 덩치가 큰 늑대가 입에 쇠사슬이 걸린 채로 허공에 침을 흩뿌리며 날뛰고 있다. 명민한 눈빛을 보아하니 이 산을 주름잡는 영물일까. 거기다 그것도 모자라 늑대의 등에는 작달막한 옅은 녹색 피부에 화가 난 시라소니를 닮은 얼굴의 누군가가 매달려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최근 살면서 무서운 것을 여럿 보았으나(※특히 정파 무인들), 그 중 어느것도 지금의 눈앞의 광경만큼 기묘하지는 않았다.
“사, 산귀신이 늑대를 타고 놀고 있어!!!”
야견은 눈앞의 초현실적인 광경에 마치 어린시절 저잣거리에서 펼쳐지는 기예단의 재주를 몰래 훔쳐보던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폭미화(팝콘)는 없나? 탄산수는? 사육사와 동물의 깊은 유대가 느껴지는 무대였다. 정말로 당장이라도 서로 죽여버리고 싶은 듯한 표정 연기라니! 엇, 지금 사육사분이 날 가리켰는데? 응 도와달라고? 내가? 앗 그렇지. 여기는 그냥 산골이지? 정신을 차려보니 연기는커녕 늑대와 그 등 위의 남자는 정말로 긴박한 상황인 듯 했다. 솔직히, 이 광경을 조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단은 사태를 수습하기로 하는 야견.
야견이 늑대의 발을 힘주어 밟자 늑대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제한되었다. 그동안 워낙 늑대의 움직임이 심해 간신히 내달려있던 고불은 덕분에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 호칭으로 자신을 부른 것도 같지만 당장은 눈앞에 상황에 집중하느라 정확히 알아채지 못한 고불이었다. 그래, 고불은 들을 때가 아니라 움직일 때였다.
"고불! 잘했다! 움직임을 잃으면 힘을 잃는다!" 물론 고불은 F=ma 같은 것은 알지 못하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잘 알았다.
고불은 팽팽하게 당겨진 쇠사슬을 느슨하게 푼 후, 잽싸게 당겨 목 쪽에 다시 안착시켰다. 그리고 길게 늘어진 그 양 끝을 뒤쪽으로 교차시켜 날려 나무에 단단히 결착된 처형대를 완성했다.
"고불! 내리찍어라! 깨갱 소리조차 못 낸다!" 고불이 신속히 작업을 마무리하며 앞에 있는 이방인에게 외쳤다. 모르긴 몰라도 이 커다란 녀석의 움직임을 한 번에 멈춰세웠으니 마무리는 확실하게 내줄 여력이 있을 것이다.
야견은 고불이 보이는 날랜 움직임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단순히 발을 밟아 멈춰 세웠을 뿐인데, 눈앞의 남자는 손에 든 쇠사슬을 교묘하게 풀고, 늘이고, 교차시켜 늑대를 나무에 묶어 옴싹달싹 못하는 처형대를 만들어 버렸다. 늑대의 움직임은 물론, 자신의 움직임에도 통달해야만 가능할 술수에 살짝 오싹해졌다. 이후 야견은 고불이 외치는 소리에 바로 발을 크게 밟고, 심호읍을 하며 주먹을 쥔 뒤, 눈앞의 늑대를 살핀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다 자란 녀석은 아니었다. 더 큰다면 이 산을 주름잡는 영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야견은 망설임 없이 추혼법권 3성, 십연격을 뻗는다. 10번의 큰 타격음이 울리고 나자 늑대는 숨을 멈추었다.
"원망은 마라, 피차 서로 살기 위해 싸운 것이니."
야견은 늑대였던 것의 앞에서 짧게 놈의 명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뒤돌아서 난입해온 정체불명의 사내를 보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크흠, 크흠 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짐짓 고무된 목소리로 말한다. 아까 전의 맹렬한 기세에 비해 뭔가 찜찜한 태도였다.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걸까.
"이야, 이런 곳에서 산귀...아니 토지신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쇠사슬을 부리는 놀라운 솜씨! 그게 그 말로만 듣던 신통력이라는 건가요? 앗, 그것보다 몸은 괜찮으신지?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시구요? "앗, 그리고 혹시 은혜를 갚으신다거나 그런건 생각 안하셔도 됩니다! 암! 토지에 은혜를 받고 사는 민초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니까요! 암!"
야견은 마치 아침 햇살처럼 상쾌한 미소로 고개를 유감스러운 발언을 이어갔다. 눈썰미가 있었다면 진작 고불이 사람임을 알아챘겠지만, 야견은 아직도 고불을 산귀신이나 토지신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 했다. 그뿐이랴, 그것도 모자라 노골적으로 대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산에서 곤경을 당한 영물을 구해준 뒤, 은혜가 돌아왔다는 설화를 떠올린 것일까. 결론적으로 고불이 마주친 남자는 명백할 정도로 소인배였던 것이다.
고불은 야견이 마무리를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불의 예상보다도 야견의 일격 일격은 묵직했다. 야견이 총 10번의 권을 날릴 때마다, 고불은 늑대의 몸을 통해 자신에게까지 전해지는 충격에 의해 바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기껏 다 잡아놓고 굴러떨어진다면 크나큰 망신이라고 고불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먹질이 끝난 후 축 늘어진 늑대에서 고불은 폴짝 뛰어내렸다.
"훌륭했다! 고불! 깨갱 못하고 깩했다!" 눈앞의 이방인이 낸 성과가 흡족했던 고불은 칭찬을 건넸다. 아닐게 아니라 쇠사슬을 주로 다르는 산채에서 지냈기에 무기 없이 권으로 호탕한 무예를 보이는 것은 나름의 멋들어짐이 있다.
이후 이어진 야견의 소인배적 행실은 그 같은 멋들어짐을 산산이 조각내기에 충분했지만 야견이 오해를 품었듯 고불도 오해를 품어버렸다.
"토지신..고불!" 고불은 자신을 지칭하는 토지신이라는 낯선 말이 과연 무엇일까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어진 야견에 말로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 토지에 은혜를 받고 사는 민초라고 하지 않나. 토지는 지금 고불이 밟고 선 땅이다. 즉 산채가 관리하는 길의 덕을 크게 느끼는 인물이 고불이 대왕산채의 일원임을 눈치채고, 고불을 띄워주는 존칭의 표현이 되겠거니 고불은 그렇게 생각한다. 뭐가 되었든 자신을 칭찬하니 고불은 신이 난다.
"고불! 흡족하다! 너 강하다! 헌데, 예의도 안다!" 고불은 야견을 칭찬하다 뭔가 찜찜함을 느낀다. 이런 강자도 산채의 길관리를 인정해 고불에게 존칭을 하는데 고불이 미숙해 산채의 길에서 문제에 휘말리게 해버렸다. 게다가 손도 벌린 것이다. 가만 따져보니 이 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있다.
"고불! 이거 네 거다! 은혜 갚는 거 아니다! 베푸는 거다! 토지를 공경하는 모습! 흡족하다!" 고불은 쇠사슬을 풀곤 늑대 영물의 시체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늑대 영물의 시체니 나름대로 값어치가 있는 물건일 테지만, 어차피 자신은 영물의 부산물을 얻으러 나온 것도 아니니 이를 줘버려 찜찜함을 털겠다는 게 고불의 생각이다.
고불의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굽신거리는 야견.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눈앞의 존재는 이름이 고불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말마다 고불이 들어가는데 고불이 아니면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여하튼 야견은 신이 난 고불을 보고 자신이 토지신을 잘 구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덩달아 신이 나 자화자찬하며 말을 보탠다.
“그렇죠~? 이 야견, 파계회에 있었을 때부터 예의범절 하나는 기가 막혀서 사형들에게 이쁨이란 이쁨은 다 받았지 말입니다!”
당연하지만 거짓말이다. 야견은 파계회에 입문한 직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강한 줄 알고 사형들에게 항명하다가 죽을 뻔한 전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싹수 노란 놈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불이 은혜를 입에 올리자 다시 눈이 커지며 대놓고 기대하는 표정을 보이는 야견. 뭘까? 무엇을 받을까? 이 근처에 대왕산이 있다던데 산속에 엄중히 보관된 보패? 토지신이 익힌 선계의 무공? 아니, 왜인지 보물을 많이 좋아할 것 같은 생김새이니 금화나 보석일지도!
“엇...네...?”
온갖 김치국을 다 마시던 야견은 고불이 영물 늑대의 시체를 발로 툭 차자 빙백신장이라도 맞은 듯이 굳는다. 아니, 물론 늑대 시체야 나름 값을 받고 팔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말이지! 아니다. 어쩌면 뭔가 다른 큰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신이나 귀신이 생각하는 바를 어찌 알겠냐만은!
“그, 그런데 고불님. 이 늑대 시체를 제가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저 산 아래의 불쌍한 아이들에게 적선을 하느라 돈이 조금 궁하지 말입니다...”
야견은 다시한번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 다시금 말하지만 야견은 도박장에서 돈 다 잃고 행패부리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고불은 스스로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상대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 분명, 고불의 이름을 알 정도로 대왕산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분이시라 고불은 생각했다. 그러니 고불의 이름을 뻔히 아는데도 토지신이라는 조금 낯가지러운 존칭을 써준 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순수하게 산채에 애정을 가져주는 이는 처음 접하는지라 고불도 자연히 마음을 열릴 수 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1호팬 아닌가.
"고불! 야견 기억해둔다! 이제 야견 안다."
스스로를 야견이라 밝히며 자신의 예의범절이 파계회라는 고상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야견이 얘기하나 유감스럽게도 파계회를 대충 스님과 관련된 곳으로 밖에 모르는 고불은 절에서 예의범절을 배웠다는 뜻으로 알아먹는다. 어쩐지 시정잡배스럽지 않더라니!
"고불! 야견 훌륭하다! 아이들 도움 필요하다!"
고불은 야견이 왜 늑대에 대해서 자신에게 되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아이를 돕는다는 야견의 말에 우선 야견을 칭찬했다. 그야 고불은 아이에게 약하고 형님들이 그랬듯 아이를 돕고 싶기 때문이다. 산 밑에 아이를 돕느라.. 돈이 부족하다.. 늑대를 어떻게 하면 좋겠나.. 앗! 늘 그랬듯이 고불은 금방 해답을 찾아냈다. 이 야견이라는 자는 지금도 산 밑에서 아이를 적선하고 오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돕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필히 가진 재산을 다 써버리게 된 거다. 그후 산을 넘다 지금의 상황에 도달한 것이 분명하다.
고불은 야견의 십연격을 맞고 부러져나간 늑대의 송곳니를 야견의 손에 쥐여준다. 분명 야견은 지금 수중의 돈이 없어 당장 고불에게 낼 통행세를 저 늑대로 값을 치르고 싶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대왕산채 대한 마음이 큰 만큼 그 길을 지나며 수중에 지불할 통행세가 없다는 점이 필시 부끄러워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거다. 그야 고불도 야견을 실망시킨 느낌인 게 찜찜해 늑대를 내준 거니 야견도 그럴만하다. 그렇기에 고불은 야견에게 통행의 증표로 송곳니를 줬다. 이제 저 송곳니를 보이는 이상 대왕산채는 야견에게 통행세를 안 받을 거다. 야견은 악용할 사람도 아니거니와 이 길을 통해 아이들을 도우니 저정돈 괜찮다. 물론 이 같은 사실은 굳이 입 밖에 꺼내 야견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이미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거늘 구태여 말하지않아도 야견도 알 것이다.
야견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던진 거짓말에도 고불이 흡족해하는 태도를 보이자 마음속으로 조마조마함을 느꼈다. 그래도 산속에 사는 영문 모를 기묘한 존재인데, 혹시 천벌을 받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러던 와중, 고불이 자신의 걱정을 다 안다고 호언장담하며 늑대의 송곳니를 뽑아 야견에게 건네주며 품에 챙겨 다니라 말한다. 이미 건네준 늑대의 시체에서 다시 송곳니를 뽑아 준 것이 당최 무슨 의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나 일단은 받고 보는 야견. 그러던 와중, 야견의 머릿솟에 갈 곳을 잃고 해매던 망상, 혹은 희망회로가 다시 갈피를 잡고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고불님! 말씀한대로 직접 축복을 내려주신 보패! 항상 품속에 고이 넣어 다니겠습니다!”
그랬다. 야견은 눈앞의 상황에 대해 고불이 늑대의 이빨에 축복을 내려 무언가 신묘한 효과를 내려준 물건으로 만들어주었다고 거하게 착각한 것이다. 도박으로 가진 돈 다날려 피폐해진 심신에, 산을 지나가다 마주한 초현실적인 상황, 거기다가 서로 대화가 통하는 것처럼 보여도 서로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까지. 온갖 상황과 착각이 겹쳐 도달한 종점이었지만 좋은게 좋은 것 아닐까.
잃었던 돈도 다 다시 얻을수 있을지도 몰라! 야견은 그렇게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는 쾌재를 부르며 산을 내려간다. 중원은 넓고, 사람은 많다. 이런 어이없는 만남도 한번쯤은 있을 법도 하겠지. 물론, 호남에 돌아간 야견이 늑대 송곳니의 힘을 믿고 주사위놀음에서 거액을 투자했다 쪽박을 치고 마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음, 역시 인과응보.
"정신적으로 한계일 때의 너는?" 재하: 으음.. 소마가 아무리 아둔하여도.. 그런 약점을 쉬이 드러낼리가요..
~그래서 부숴드렸습니다.~
재하: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 사내아이도 아닌데.. 사내아이도 아닌데.. 사내아이..(한참을 사내아이라 중얼거리다 재하는 머리카락을 그러쥐고 쭉 끌어당겨 눈을 덮어 가렸다.) 나아는... 본래.. 사내아이.. 사, 히익.. 잘못했어요, 회초리는 싫어요, 머리는 잡지 말아주세요, 잘못했어요..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재하는 이내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빌기 시작했다.) 이번엔 잘 할게요, 이번엔.. 수, 술을 따라드릴까요? 노래를 해드릴까요? 제발, 제발..
"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재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나.. 배교자는.. 이교도는 죽음으로 갚는 것이 맞사와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어요, 우리의 슬픔은 온전히 교국의 신민을 위한 것인데 어찌 아깝게 이교도에게 흘리고 계시온지..? 혹시라도.. 괴로우시다면... (재하는 손을 뒤로 모으고 수심 깊게 웃어보였다.) 언제든 소마에게 기대주시어요. 품어드릴 품도, 목을 조를 손도 모두 귀인의 것이오니.
"네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부정당했다면?" 재하: 방금 소마의 주군과 유일한 신이 틀렸다 하였사와요? (재하의 눈이 일순 홉뜨인다. 죽은 듯 초점 하나 없이 흐려진 눈이 상대를 빤히 응시한다. 이내 재하가 맑게 미소지으며 뒷짐을 졌다.) 틀렸다면 틀린 것이지요, 귀인의 말씀이 옳사와요.. 무구, 내 형제. 형제도 그리 생각하지요? 응? 배가 고프다고요? 저런..(재하는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모로 슬쩍 기울였다.) 어쩐담?
"탐나는 사람을 발견하면?" 모용중원:"하하. 중원 천지에 사람이 지나는 것이 어디 예사스런 일이겠냐마는. 여기 과객윽 빈 잔이 두 개가 있구려. 맞닿아 치는 술잔에는 소리가 날지언정 홀로 거인 술잔에 무엇이 닿기야 하겠소? 여기 좋은 술과,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인연이 될 법 하니 앉아 마셔보지 않으시겠소?" - 정파
(탁발호장신공을 운행하며)"술잔은 비고 사람은 없으며 눈에 찬 게 계밖에 없음이 참으로 슬플 따름이구나. 이 잔은 친우와의 잔이라 술잔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하였거늘 그 잔을 방해한 것이 네놈이니. 어디 앉아보거라. 설마. 게 그곳에는 소가주 모용중원이 기를 쏘아낸단 이야기를 모르는 것도 아닐테니. 어디로 도망갈 생각일랑 이르게 비워낸 후에 술잔에 맺히는 것이 이슬처럼 흐르게 된다면 내 너를 보내줄 터이니. 앉거라. 나는 두 번 말하지 않고 헛소리는 하지 않는다." - 친하지 않은 사파, 마교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263 재하 무시하고 묵묵히 칼질해도 좋을 것 같고 피묻은 손으로 방긋 웃으면서 재하 쓰다듬어준 다음에 "공자, 공자는 제 친우이나, 저들은 한낱 마두일 뿐입니다." "마두와 인간이, 어찌 만나서 서로를 살려보낼 수 있단 말입니까?" 라면서 웃고는 일부러 재하 앞에서 목 베어버리는 거...홍홍홍!!! 맛있다!!!!
"네가 가진 가장 특이한 물건은?" 남궁지원: 아마도 이 쇳조각이겠지. 7년 전에 우연히 줍긴 했지만, 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신기하긴 하다만 단지 그 뿐이니.
"꿇어." 남궁지원: 재미있구나. 역시 중원은 재미있어. 남궁지원: 이봐,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부디 알았으면 좋겠군. 모르면 재미가 없으니까.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이 흔히 그런 객기를 부리고는 하지. 지나가는 낭인으로 착각하고, 얕잡아보는 것. 그런 놈들은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 내가 누구인지 알면 결국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니까. 진짜는, 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나를 도발하는 놈들이지. 나는 그런 놈들을 찾고있다. 승백검, 절강대협, 비룡 남궁지원. 그 이름을 듣고도 오히려 흥분해서 도발을 걸고 도발해오는 놈을!
남궁지원: 다시 묻겠다. 너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부디 너는 진짜였으면 좋겠군.
"그 성격은 몇 살쯤부터 굳어졌어?" 남궁지원: 10년 전 쯤? 최근에도 조금 변하긴 했군.
"난 포기할 거야. 다 관둘 거라고." 모용중원: "고이는 것도 흐르는 것도 운명이라. 그게 그대가 바라는 거라면 포기하시게. 다만 내 슬프게도 사람을 끄는 것이 취미이니 자네가 목표 삼던 것이...아. 그것이었군. 내 마침 그것에 흥미가 생겼는데 친우가 필요하거늘. 그대가 도와주지 않겠나? 내 한때는 천재로 손꼽혔다네." - 친한 사람
"마음대로 하시오. 그것도 제 선택일테니." - 안 친함
"평생의 목표를 훌륭하게 성공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 모용중원: "이 중원에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글쌔. 후계에게 세가를 맡기고. 아내와 강산 유랑이나 가볼까 고민이구려."
"보이스피싱이 걸려 오면 어떻게 깨닫고 대처해?" 모용중원: (역으로 사기칠 듯)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284 아 포상이래 ㅋㅋㅋㅋ ㅜㅜㅜㅜㅜ 제가.. 제가 지원이 유부남이라서 많이 참아용 알죵?;;
분명 공설로 재하 쓰다듬 좋아하는데 이번엔 소스라치게 놀라고... 바닥에 고개 처박고 현실 도피하려 하는데.. 여기서 지원이가 머리채를 쥐면 이제 제대로 스위치 올라가서 발버둥 치면서 "루주, 잘못했어요. 루주.. 아파요, 아파요. 잘 할게요, 제가 잘 할게요. 누이는 때리지 마세요. 누이는... 죽이지 마세요.." 같은 말이나 하고 멱살 잡혀도 비슷하게 굴다가 참상 목격하고 벌벌 떨면서 자기 붙잡은 손 겹쳐 잡더니 눈 죽어버면서 "술을.. 술을 따라드릴까요.. 악을 해드릴까요.. 밤을.. 나의 주인 되시었습니까..." 하다가 눈물 뚝뚝 흘리고..
>>290 홍홍홍홍 전 재하 주접 안 참는데 부럽죵(??) 우리 재하 우는 모습도 그렇게 예뻐서 어떡해 홍홍....
지원주는 지금 웃고있다... 재하 썰이 너무 맛있어서 웃고있다... 맞다 재하 머리채가 스위치였죵 의도치 않게 눌러버리고(?) 발버둥치는 재하 머리채 확 잡아당겨서 다른 사람들 죽는 거 응시하다가 제 손 겹쳐잡으면 그대로 손 잡고 끌어당겨서 일으켜세워용. 한 손으로는 재하 허리에 팔 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검 잡고선 "술도, 악도 필요 없습니다. 저들의 피가 술이고, 비명이 악이니, 저와 함께 악에 맞춰 춤을 춰봅시다 공자. 밤새도록." 하고 속삭이면서 재하 끌고다니며 밤새 유혈낭자한 장면 보여주고 동이 트면 보내줄 거에용 홍홍....
저는... 재하주가 그런 사람이라서 좋아용... 제취향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서...(???)
이 중원 전체에 내 무릎을 꿇릴 만한 강자는 많겠다만은 네가 감히 내 무릎을 꿇게 할 자격일랑 있는지 모르겠구나. 아해야. 너는 내가 우습게 보이더냐. 하인의 말 하나를 듣고 그 동생을 구하겠다 저 먼 북적의 땅에 갔던 내가 우습더냐. 아니면 그들을 따라 늑대의 목을 베고 그 땅을 불태워 풀 한포기 남기지 않은 내가 우습더냐. 가족을 잃고 말을 타고 내달리는 북적의 장의 목에 칼을 박은 내가 우습더냐. 가족의 울음을 무시하고 아첨하는 이의 목을 조른 내가 우습더냐. 어미의 호소를 무시한 내가 우습더냐. 권력에 눈이 멀어 아비를 내친 내가 우습더냐. 그래. 나는 더도 없는 광인이다. 더도 없는 광인에게 오늘의 일이 무엇이 두려울지냐. 꿇으라? 꿇려보겠느냐? 그도 아니라면 그 말에 대한 책임을 목숨으로 물을테니 신중하거라.
아니면 네 믿는 하늘이 있어 내게 이리 나선단 말이냐? 그렇다면 똑똑히 보거라. 네가 믿는 그 하늘이 무너져줄테니.
"너의 성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궁여원 : "저는, 서투른 점이 많은 편입니다. 지난번 어떤 서적에서 '타인의 마음을 알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지라' 는 구절을 보았는데. 제 자신이 진정 그리하고 있는지 뒤돌아보니… 역시 부족하더군요. 더욱 정진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싸우면 안 돼!" 남궁여원: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싸움은 극한에 다다르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기 마련… 그리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도, 당신의 그 말씀이 또 하나의 싸움을 막아낸 것 같군요."
"어떤 것을 가장 후회해?" 남궁여원: "더 빨리 검을 잡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리했다면 지금쯤 형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302 ㅜㅜㅜㅜㅜ 나도 주접.. 나도 주접..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선 유부남이라도 주접과 비명을 전방에 5초동안 발사할 수 있어용;
스위치 의도치 않게 눌러서 재하가 꽁꽁 숨기던 비설을 지원이에게 털릴지도 몰?루... 머리채 확 잡아당긴대.. 엉엉.. 재하 이제 덜덜 떨다가 일으켜세우면 잠깐 비틀대고.. 허리에 팔 두르면 멍하니 그거 쳐다보다 검 잡는 순간 지원이 쳐다보고.. 미쳤나봐 지원아~~ 지원아아아악...(아무튼 오열하는 재하주) 이왜유.. 이왜유.. 이게 왜 유부남.. 재하 바들바들 떨면서 울고 있다가 자기가 더 발악하면 더 죽을까봐 애써 입꼬리 끌어당기며 웃고 "오늘 밤은 부디 취하게 해주시어요.. 네에..? 춤을 출 테니, 악을 들을 터이니 부디 재희를 취하게 해주시어요.." 하고 답할 거예용.. 차라리 취해버리면 이 참상 보지 못하겠지 했지만? 살 타는 냄새요 비명소리 들으면서 기어이 정신줄 놓고 웃다가 헛구역질 하고.. 그러다가 우는지 웃는지 모를 흐느낌만 계속 보여주고.. 손으로 자기 입가랑 목 주변 손톱 세워서 득득 긁고..(이건 비설이 하나 더 있어서 아직 못 밝히는 것..)
동이 터서 놓아주면 그제야 자리에서 툭 쓰러지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시체 부여잡고 지원이가 떠나도 한참동안 시체만 끌어안고 멍때리고 있을 것...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알아서 손 뒤로 모으고 볼 붉혀줘요.. "오늘은 어떤 술을 드실 것인가요? 붉은 홍주렵디까, 보통 마시던 청아한 일반 청주렵디까?" 하면서.. 이왜남.. 제가 이런 취향이니 견뎌야 한다고 원래는 말해야 하는데용... 지금 지원주가 저보다 더한 사람은 아닐까 하고 진심으로 의심하고 있어용...(?????)
재하 비설 더 있었어용??? 지워주 지금 두근거리는데용 재하 비설은 못 참는데 이거... 재하 벌벌 떠는거 안쓰러운데 더 괴롭히고 싶어용 아예 덜덜 떨지도 못 할 정도로 괴롭혀보고 싶은데 이쯤되면 지원이도 저랑 분명 같은 심정일거라 친애가 가학심이랑 뒤섞여서 이상하게 변질되어버릴지도(?) 더 발악하면 더 죽을까봐<<<정답이에용 재하가 아마 발악했으면 재하 손에 자기 검 쥐여주고 검과 함께 재하 손 감싸쥔 다음 재하 손으로 직접 죽이게 만들었을 것... 웃으면서 답하면 "얼마든지 취하게 해드리지요. 오늘 밤,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취하게 해드릴테니, 제게 몸을 맡기시지요 재희 '낭자'." 라고 말하지만 일부러 재하 정신 놓을 것 같으면 일부러 시체랑 부딪히고 피 뒤집어 쓰면서 더 괴롭히고... 으악 재하 왜 손톱으로 긁어용 그러면 안 돼... 비설....궁금해용...
손 뒤로 모으고 볼을 붉힌다구용...?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정말 주인 취급하는 거에용? 아이고 아이고야 이왜남 이왜남 근데 지원이는 그런 재하 보면서 "낭자가 추천하는건 무엇이오?" 라고 태연하게 묻는다...
제가 텀이 진짜 지옥이라서.. 지금 시작하면 한턴 시작하고 아침에 마저 잇고 저녁에 두세턴 잇고를 반복할 것 같아용..🤦♀️🤦♀️
>>322 으아악 이걸 어떻게 참아요 나빴어용 우우~!!
더 있지만 재하주의 초인적인 귀차니즘이 결국 못 풀게 막았던 것 엌ㅋㅋ 재하.. 굴리기에 딱 좋은 캐 아닌가용..? 얼굴 예쁘고 여리여리한 애들이 원래 역경과 고난을 겪으며 나락서사 치닫다가도 성향은 여전히 긍정이어야(?) 친애가 가학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죵? 발악했으면 죽이게 만들었대.. 재하 그러면 천마님과 주군 부르짖고 제발 살려달라면서 찢어질듯 울었어용.. 이래서 유부남이랑 유부녀들이 세상에서 제일 나빠용; 이름을 부를 수 없음 ㅠㅠ 낭자라고 부르는 것 봐용 하.. 진짜 미치겠네.. 정신 놓을까 싶으면 괴롭힌대.. 그러면 계속 재하 손톱으로 목 득득 긁으면서 흐느껴용..
재하가 포기한 것이 느껴지시나용? 이젠 될대로 되어라.. 이왜유남둘망 앞에서는 다시 재하가 아닌 '재희'가 되는 거예용.. 아이고 아이고야 이왜유 이왜유... 추천하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재하 또 머리 굴리다가 부채 꺼내서 자기 검지 슥 베더니 지원이 아랫입술 꾹 누르고 손가락 주욱 내리면서 "오늘은 바깥으로 나가기 두렵사와요. 재희 직접 몸 바쳐 홍주를 내어드리겠사오니 봐주시면 아니 되겠사온지.." 하고 수심 가득하게 미소짓지 않을..으아악 이왜남
중원제일검 호재필은 이전부터 그 야욕을 드러내어 정파를 집어삼키려 하였다. 이번 결혼식은 그러한 호재필의 야욕을 드러내려 하는 것은 아니냐. 승백검 절강대협 남궁지원이 중원제일미 허예은과 결혼하는 것은 파랑고일문에게 어떤 위협을 줄 심산인가. 허예은과의 결혼을 빌미로 절강을 내주었을지 누가 아느냐 이상하지 않느냐. 갑작스럽게 세가에서 나서 중원제일미와 만나 그 도피를 벌인 것이. 때마침 시기 좋게 소문이 퍼져 사람들에게 로멘스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사실 남궁세가를 집어삼키겠다는 절강대협의 짓이 아닐 수 있겠는가. 사마외도를 동원하여 자신이 남궁의 주인이 되려 하는 것인지 누가 아는가.
갑자기 파계회가 조용해짐 - 보아라. 절강을 두고 싸우던 파계회가 갑자기 조용해진 것은 호재필이 절강을 자신의 손녀사위에게 주려 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가 절강대협의 청이 있다면 남궁을 삼킬지 누가 아는가 파계회가 시끄러워짐 - 파계회는 흑천성의 주요 세력이건데 갑작스럽게 파계회가 조용해짐은 매우 이상할 수밖에 없다. 이는 파계회 내부에 문제가 생긴 틈에 절강대협이 흑천성주의 손녀와 결혼하여 절강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낼 것인지 누가 알겠는가?
>>326 홍홍홍 너무 무리하시지 않으셔도 되는 고에용(토닥토닥) 현생파이팅... 아마 저도 시작하면 밤 12시에 겨우 답레 한두개 이을까말까라...
엌ㅋㅋㅋ 하지마 그럴 수 있다 생각해용. 비설 터는거... 생각보다 즐겁고 귀찮음... 홍홍홍 맞아용 원래 예쁜 애가 고난을 겪고 피폐해지면 또 그것만큼 맛있는게 없고(?) 그러게용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용 친애라는 감정이 가학적인 행동으로 뒤틀려서 드러난다는 그러 거 아닐까용(미침) 천마님과 주군 부르짖는다니 지원주 행복해서 우러용... 재하 입술에 손가락 갖다대고 쉬이- 해주고 싶다 히히히 아직 유부남은 아니긴 해용 직전이지만(대체) 재하 손톱으로 목 긁는거 무슨 일일까용... 양쪽 손목 한손으로 붙잡고 위로 들어올려서 반응 보고싶다
다시 재희로 변해버린거 넘모 맛있어용... 재희이기 때문에 아마 지원이 호칭도 공자에서 낭자로 계속 바뀔 것... 으아아악 맛있다 수심 가득한 미소에 "저런. 근심이 많아보이시는군요. 오늘 하루는 저와 즐겁게 보내며 근심을 떨쳐내시길." 이라면서 뻔뻔하게 굴어용 정작 본인은 재하 얼굴에서 수심 사라지면 다시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만들어줄 생각 만반임... 재하가 그렇게 말하면 "절 만족시킬 정도의 홍주는 적지 않은 양일테니, 그 대신 이건 어떻습니까?" 하며 무릎에 앉으라고 탁탁 무릎 쳐용. 옛날 재하 과거사에 나오는 아조씨처럼...
>>345 이건 저희가 레스주니까 얘기하는건데용. 제가 저번에 혜연이 시절때도 드린 이야기가 있어용. 결국 정파랑 사파라서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용.
근데 정파대 정파로 할아버지와 형을 끌어들이면 지원이는 은연중으로 그 말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거에용. 그런데다 소문의 대상에서 소가주를 언급하면서 스스로를 시삿거리, 언문거리로 떨어진 모용세가의 소가주가 이걸 보면 당연히 웃으면서 "그와 나는 친우요. 그가 그런 고민이 있었소? 먼 요녕에 있어 그런 소문을 듣지 못하였다니..."하고 슬쩍 빠지면 지원이는 명분과 집안의 명예를 다 잃어용. 어디든 힘이 진리지만 그건 명분이 있는 힘의 이야기고. 거기서 지원이가 싸움을 걸면 그건 이제 명분 없는 분풀이가 될거에용.
지원주 일상 가능하시면 일단 찌르기는 하는데 제가 다갓의 농간으로 선레에 걸리면 아침에 레스가 올라올 거고용(이유: 터덜..터덜..) 선레를 받아도 답레가 아침에 올라와용..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가용..??
아니 진짜!!! 미치겠네!! 입 다물라 하면 안 다물었다가 죽을지도 모르니 얌전히 입 다물지만 바르르 떨면서 입술 꽉 깨물어서 피날 거에용.. 덜덜덜덜 떠는 재하놈.. 그게 그거죵 이왜유(대체) 그거 사실 위키에 있는 나 노인 독백에서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며(냅다 떡밥 던짐) 와.. 이게 무슨 배운 모습; 손목 결박되면 잠깐 멈칫 하더니 고개 슬쩍 돌리면서 눈 절대 안 마주치려 해용.. 마주치면 그나마 희미하게 도피했던 장소마저 다시 깨지고 현실을 자각하니까..
누가 재희로 만들었죵? 남둘망.. 낭자로 바뀌어도 재희이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아용.. 재하도 부정하지 않지만..🤔 더 가져와~!!!(쾅) "근심이라뇨, 그럴 리가요. 기쁨이렵디다." 하고 웃지만 여전히 수심 깊고.. 사실 수심 깊은 미소가 재하놈의.. 공설인 것.. 그렇지만 지원이가 수심 사라질 때마다 다시 만들어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하... ㅠ......... 왕 씨 어르신 오셨습니까.. 재하가 왕 씨 어르신을 그리워하지만 기루의 생활을 그리워하던 것은 아니었기에 무릎 멍하니 쳐다보다 똑바로 안하면 또 누군가 죽는다 생각하고 비틀비틀 다가가서 무릎 위에 앉지 않을까용.. 그런데 평소엔 다소곳이 앉지만? 재희는? 그러지 않아용.. 목에 팔 두르고 눈 나직하게 내리깔면서 "만족하시면 좋았을 텐데.. 도련님도 참.. 혹시 홍주를 위해서라면 재희의 손목이 필요하시온지, 아니면 목? 도련니임, 청주는 흠뻑 적시겠지요? 마두의 손으로..?" 같은 말이나 하고..🤔
>>359 남궁지원: 원 형과 저는 친하죠. 그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원 형이 팔을 잃은 것에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남궁지원: 하지만 형님 역시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천재성이 없어 죽을 뻔 했고, 동시에 차라리 죽고싶을 만큼 괴로웠던 날이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저희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아니 하지만 끊임없는 경계와 감정을 죽이는 게 중요하다는 게 결국 모용세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가주에게 선택과 의견을 물어오며 지켜졌다는거잖아용. 결국 가주의 권한이 가장 강한 데에는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고 의심하고 판단하고 간계하란 얘기고 그 말은 즉 지금의 오대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흔들리고 위험했단 얘기니까용. 모용벽은 자신의 대에 이를러 마교와의 일전으로 어느정도 기가 쇠락한 모용세가가 무너지고 다른 이름 있는 세가들이 올라오는 거를 경계하려고 하는 거고 그래서 지금 자기 아버지마저 벨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원이에게 호감도 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그런거라고 생각해용. 의심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무엇보다도 소중히 지켜온. 모든 것에 의심하며 지켜온 모용세가가 내 다음에는 발전할 수 있겠구나 하는 그 생각이 지금 모용벽에겐 즐겁겠단 생각이 계속 들어용
>>542 자연재해에 가깝죵! >>543 한국으로 치면 김구, 중국으로 치면 쑨원, 일본으로 치면 요시다 쇼인, 미국으로 치면 워싱턴, 프랑스로 치면 나폴레옹, 러시아로 치면 표트르 대제, 영국으로 치면 윌리엄 1세, 독일로 치면 프리드리히 대왕...같은 인물?
우선 요녕팔협으로 이름붙여질 뻔 했던 이 친구들은 7년의 시간동안 나름 상당히 굴럿서용!
중원이가 전혀 신경쓰지 않아서 조명은 안되기는 했는데 이 친구들은 여전히 북적과 관련해서 협행을 다니는 중이에용! 맨날 위에서만 놀고 있다보니 중원이가 소가주 된 것도 근래 들어서야 알았고, 얘네 입장에서는 중원이가 손속이 잔인하기는 해도 나름 의협심있는 친구라 생각해서 인사하러 한 번 찾아올거에용
>>560 사람의 관계라는게 안친하다가도 친한 것이고 친하다가도 멀어지고는 하는거잖아용? 절정 하나에 죄다 일류인 친구들이라 예전 학창시절 때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는 않았던 동창들을 만나는 느낌으로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거에용! 서로 안부 묻고, 과거 추억 얘기 꺼내고, 그 때가 좋았지 이야기를 하고
지친 중원이라는 인물에게는 생각치도 예기치도 않았던 과거의 인물들이 찾아온 것이 나름대로 힐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용!
【 소가주 】 모용세가의 모용중원은 정당한 후계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모용강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참으로 놀랍고도 두려운 일입니다! 중원의 모든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녕, 옳은 일인지 말입니다. 소가주라는 말은 중원 곳곳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적어도 당분간 이 단어를 공적으로 꺼낼 때에는 오직 한 명을 지칭하는 말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정당한 후계자에게서 그 자리를 빼앗아낸 찬탈자. 모용중원을 말입니다. - 모용벽의 호감도는 5 아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 중원 사람들에게서 평판이 낮아집니다. - 모용세가의 소가주로 공인받으며 호위대와 직할대를 편성할 수 있습니다.
신강과 중원의 경계, 감숙에 걸쳐있는 기루. 야월루의 루주인 은야는 재하의 유년 시절 많은 것을 알려주고 품어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재하의 일 바쁘기에 몸은 멀어졌으나, 그 흐린 듯 흐리지 않은 연은 기이하게도 끊이지 않았다. 7년 전, 사천당가와의 전쟁터로 떠나기 전. 그 짧은 공백의 기간 동안 단 3번. 재하는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은야가 있는 야월루로 남몰래 찾아가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잠적해버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에. 1년이 지날 때마다 세월은 흘렀고, 오늘은 바야흐로 7년이 지난날이다.
7년의 세월 동안 기루는 달라진 것 거의 없다. 여전히 기녀들은 은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가식적인 웃음을 흘리고, 장식품처럼 기녀를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으며, 그런 기녀를 허리에 낀 남정네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한다 해도 지우지 못하는 아릿한 술 찌든 내가 코를 은은히 스치면 그 술 찌든 내를 지우기 위해 피운 향 내음이 가득하다. 달라진 것이라곤 웃고 있는 기녀의 얼굴이 본 적 없는 사람으로 채워졌다는 것과, 멱리 쓴 손님이 왔다는 말에 신발도 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달려온 루주의 얼굴이 세월을 직면했다는 정도다. 루주, 은야는 재하의 앞에 서 손을 모았다. 비록 장소는 기루이나, 행태는 자식 앞에 서는 교양 있는 어미와도 같았다.
"참으로 간만이거늘 얼굴 하나 보이지를 않는구나." "아쉬웁기는 저도 마찬가지지요." "7년간 호사가에게 네 소식은 익히 들었지. 네 참전했단 말 듣고 가슴이 어찌나 철렁하던지."
루주인 은야의 얼굴에 천천히 주름이 패이기 시작했고, 수심은 세월이 조각되어 깊게 각인된다. 다만 재하는 주름이 있는지도, 외모가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새하얀 멱리가 머리요 옷이며 얼굴까지 죄 가렸기 때문이다. 은야는 마주 앉기 전 한숨을 푹 쉬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듯싶다. 재하는 나직하게 질문한다.
"어디까지 들으셨사온지." "네가 포곡조 알을 둥지에 밀어 깨트리고, 그 영광된 자리에 있었으며, 미 만개하며 굽어살피는 자 되었다는 소리까지 들었단다. 알을 깰 적 생사를 오갔다지?" "……." "내 몸 챙기라 누누이 말했거늘. 다만 지금은 굽어살피는 자 되었으니.. 지금도 고생이 여간 많겠으나 그간의 고생 없던 일 되는 것 아니지." "누이." "그간 고생 많았겠구나. 꿀에 절인 여지가 가장 맛있을 때인데, 먹지 않으련?"
재하는 멱리 속에서 고운 손 뻗어 주름진 은야의 뺨 위에 얹었다. 손톱은 여성의 것만치 길었으며, 무공 배운 자라기엔 지나치게 섬섬옥수요 흠결 하나 없다. 뺨을 엄지로 쓸어 보이며 재하 허리 숙인다. 멱리 비단 속으로 은야 삼켜낼 적, 재하는 바깥 타인에게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수심 깊고 음울한 표정으로 은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주체적이지 못하여 무엇을 들었든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해야 하는 존재임을.. 설舌이 중重해야 함을 잊으셨습니까." "재하야." "누이, 석류가 먹고 싶어요. 누군가 나를 지명하거든 허락하세요. 호위도, 점소이도 필요 없사오니."
재하는 그리 말하며 은야를 스쳐 지나갔다. 분명 단란한 한때였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기루의 최상층으로 올라갈 적 재하는 몸을 돌려 손을 드러냈다. 그리고 입이 있을 곳을 향해 검지를 뻗었다. 앞으로는 혀를 무겁게 하십시오. 그리하지 아니하면 혀가 잘려나갈 겁니다. 무언의 뜻을 알아챈 은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층, 가장 익숙한 곳. 재하는 그 자리에 당도하자마자 털썩 주저앉았다. 상 차려와 들여온 석류를 휙 낚아채듯 하며, 입으로 득득 깨물었다. 멱리 비단 반쯤 벌어져 모습 드러내고 반투명한 그림자 드리울 뿐이다. 그 옅은 그림자 속에서 흰 청년이 석류 깨물자 붉은 즙이 피처럼 흐르고 손목을 타며, 알맹이가 터지고 씨는 뼈 씹듯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재하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빌어먹을 감 때문이다. 잠을 설쳤다. 지금은 봄이요, 꿀에 절인 여지가 가장 맛있을 때이며, 7년이 지난날이요, 이곳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벗에게 술을 따라주고 노래를 불러주며, 잠들 적 홀연히 광한궁으로 돌아간 7년 전의 소년일 적의 시절은 지났으나 감은 오늘 벗을 다시 만나리라 외치고 있다. 안다. 그 벗이 이젠 누구인지. 호사가를 통해 7년간 몰랐으리? 듣지 아니하였으리? 재하는 다시금 으드득 소리를 내며 석류를 씹다, 눈을 굴렸다. 기감이 불안정하며 경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느낌이 저 멀리서 난다. 입술을 떼지도 않고 눈을 감았다.
은혜라. 어찌 보면 당연하고도 어찌 보면 인륜적인 것에 대한 단어이다. 사람이 은을 입으면 그것을 갚는 데에 신경을 쓰고, 사람이 원을 입으면 그것을 수 배로 쳐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이 세계에서 그에게 거짓으로라도 내건 은혜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압박이 될테니. 그리하여 말 대신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늘려간다. 술잔은 가득히 차고 비어가고, 가득히 차고 비어가는 것이 반복된다. 중원은 말 없이 상대의 잔에 술을 채우고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길 반복했다. 백로는 그 모습이 퍽 고고한 새였으나 어찌 보면 참으로 슬픈 새이기도 했다.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적 둘 곳도 없이 떠나는 것만 같았으니. 그리하여 그만의 자유로움이 있는 새였으니 마음 속으로 오르는 미묘한 감정들을 온술에 데워 맹탕해갔다. 생각을 잊고, 마음에 남은 언어들을 녹여낸다.
"산동에는 용이 내렸으며,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용을 압박해나간다 하오. 저 멀리에는 비룡 절강대협 남궁지원과 중원제일미 허예은의 결혼식이 있다고 하며 얼마 전, 제 아비를 밀어내고 어미는 밀쳤으며 사촌을 죽여 제 자리에 오른 소가주도 있다고 하지. 그리고. 그것 아시오? 저 멀리 파계회는 그 영역에 끼어들려 하는 아홉 마리 늑대를 상대해야 할 것이며 사천당가는 얼마 전 마교와의 대전을 기억하고 있을 터이니. 이 세상은 곧 전란과 위협, 혼란으로 가득할 것이오."
혼잣말을 내뱉듯 덤덤히 말하는 것은 중원 나름의 술값이었다. 절정 무인이 없는 이 객잔에서 그를 죽일 것은 없었으며,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기감은 이화대가 다가오고 있단 것을 알리고 있었으니. 중원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을 찬찬히 녹여내고 있었다. 그가 파계회라면 어떠한가. 애초에 모용세가는 모든 것을 이용하는 곳이거늘 그가 파계회가 아니라 흑천성이라도, 쓸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이 모용세가의 방식이었고 중원이 슬쩍 흘리는 것들 속에는 야견이 알고 있었건, 알지 못했던 것들이건. 그에게 도움이 될 법한 것들을 자잘히 섞어냈다.
"이 시대만치 난세란 언어가 어울리는 법이 없지. 이 세상에 적 둘 곳이 어느 곳에고 없냐만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나도 넓소.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칼을 들이밀 필요도 있게 될 것이오. 그래.."
중원은 옛날 생각에 빠져, 찬 술 한 잔에 정신을 잃어갔다. 비취신공을 운용하는 것조차 잊고 취기를 빌려 어릴 적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것처럼. 아마 이 사내는 모를 것이다. 왜 갑자기 북천독수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이 맛 좋은 술을 앞에 두고 갑작스레 취하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웃으며 칼을 휘두르려 들지. 그도 아니라면.. 미쳐버렸는지. 다른 모든 대답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만은 그는 미쳤다는 그 말에 썩 흡족하게 들렸다. 가볍게 뒷목을 주므른 중원은 천천히 야견을 바라봤다. 녹안도, 금안도 떠오르지 않는 평범한 갈빛을 띄는 눈이 야견을 바라봤다.
"세상이 참으로 어지럽소. 나도 참으로 어지럽소. 이 세상이 어디에 무엇이 이리도 많은지. 내가 가진 것은 얼마나 많은지. 내가 놓칠 것은 얼마나도 많은지. 그런데 웃긴 것은 내가 왜 이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과, 지금 술이 참으로 달다는 것이라오.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중원은 미친 것처럼 웃다가 야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중원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일단 사파이기도 했고, 행동에 걸렁거림이 느껴지는 것 역시.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 퍽 맘에 들었다.
"내 이 오른팔을 잃었던 날. 나 역시 무모히 싸워 이기고자 했지. 영물도 아닌 대호를 이제 겨우 삼재의 기본 교리를 따진 후계자가 잡아보겠다 나대었다. 그 결과 이 팔을 잃고 이류의 경지에 설 수 있었다."
중원은 그 눈으로 뚫어보듯 야견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녹안의 눈을 띄워냈다. 단 한순간 들었던 취기를 흐려트리고 그 총기를 찬찬히 띄워냈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야견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본 것을 잊으라. 내가 말한 것도, 내가 얘기한 것도 잊으라. 은혜? 은혜에? 하하하하하하!!! 우습다. 정파가 사파에게 은혜를 남겨 무엇하겠더냐. 내가 네 목을 벨 것도 아니면 그 은혜랄 것이 무엇이 필요하다고! 네가 나중에라도 내 목을 베겠다 날뛰면 어찌하라고. 하하하하하하!!!!"
재밌었다. 지금의 이 상황이. 그냥 즐거울 뿐이었다. 마지막 술병이 비어감에 따라 중원은 찬찬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었다.
"기억해두거라. 이 세상이 미쳐버린 세상이라는 것임을. 오늘 나와의 만남 정도는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어디 한 번 발버둥쳐보거라! 어디. 너도!"
미쳐보자꾸나. 하고, 중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소가주 모용중원이다. 오늘의 만남은 모두 잊을 것이니. 어디 네 목표를 들어보자꾸나. 나는 언젠가 모용세가를 넘어. 무림맹. 그를 너머,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정사대통합! 저 간악한 마교를 상대할 만한, 불온하나 누구보다 든든한 동맹을 세울테니. 만약 오늘의 일을 기억한다면 그 날에 너 역시 날 도와보거라. 파계회의 중심이 되어. 이 세상에서 살아보거라. 하하하하하하!!"
7년의 세월동안 무엇이 그렇게 바뀌었나. 강산 한번도 채 바뀌지 않을 시간이지만, 미약하게나마, 혹은 큰 변화를 겪은 사람들은 많았다. 남궁지원, 그 역시 그런 변화를 겪은 이들 중 하나였다. 7년이라는 세월은 소년에게 있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성격이 변하고, 외모가 변하고, 성향이 변했다. 그런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 역시 남궁지원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따금 혼란스러워 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다름아닌 옛 인연을 만나 회포를 푸는 것.
7년이 지났다. 7년이 지났음에도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그 공자께서도 바뀌지 않으셨을까. 그는 옛 인연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감상에 잠겼다. 이 기루는 바뀌지 않았다. 제가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왔던 기루의 풍경 그대로였으니. 시선을 돌려보면 최상층도 아랫층도 느낀 감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그들의 품에 안긴 기녀들과, 귀를 자극하는 웃음소리, 노랫소리,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변한 것은 없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겠지. 익숙한 소리들을 들으며 시종에게 최상층으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하려는 찰나였다.
"...석류라."
일순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천천히 입가에 호선을 그려나갔다. 다행히 그 역시 바뀌지 않은 듯 했다. 석류라, 분명 이 맘 때쯤 제철이었다. 그 역시 입가에 살짝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시종에게 이야기를 마저 하고 안내를 받아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이전에는 타인의 호의로 올라갔던 장소를 이젠 그 스스로 안내받았다. 그의 신분은 그것을 쉽게 가능케 했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7년만입니다. 공자."
뚜벅. 뚜벅. 그는 거침없이 발을 내딛었다. 기루가, 기녀가 불편하여 최상층에 올 때도 벌벌 떨었던 그 7년 전의 소년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재하의 눈 앞에는 소년 대신 더이상 거침이 없어진,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 청년이 있었다. 일부러 기감을 숨기지도 않았다. 옛 친구가 자신이 오기 전에 알아차리길 바란 것이 첫번째 이유요, 두번째 이유는, 마두에게 얕잡아보이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허락도 받지 않고 재하의 앞에 앉았다. 굳이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이미, 자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싶은데. 그리고 자신도 그가 이곳에 있을 거라고 알고 있었고.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조용히 지은 그의 미소가 재하를 향했다. 우습게도 그 미소는 7년 전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면, 현재는 그저 가식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빼면.
저는 아직도 사랑이라는 언어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합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끓어오르는 열병이라 묘사했고, 누군가는 사랑을 조용히 다가오는 계절과 같다 하였지요. 부모에게서 내려오는 사랑은 위험 속에서도 누구보다 올곧게 내립니다. 부부간의 사랑은 긴 시간을 기댈 수 있게 하며 친구간의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여 먼 동맹이 된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이라는 언어가 아직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내 부모와의 마지막 추억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랜 기간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들이 내 등을 두드리며 했던 원망과 어색함이었고 내 어머니의 난을 닦다 부러트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터트린 웃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순간에 눈을 가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 원망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내 능력이 부족하여, 내 힘이 부족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적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 손 안에 있는 것을 지킬 힘이 부족하여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그 날에 있던 혈겁은 짙은 안개처럼 내 눈을 가렸고, 나는 내 손으로 사랑을 잃었습니다. 이제 내게는 내 과거를 추억할 자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 어릴 적에 대해 걱정과 고민을 해주었던 혈육의 우정은 남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게 남은 것은 수많은 기대와 견제, 모의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타인을 의심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소가주."
이제는 얼굴마저 익숙한 하인은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북적으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인연에서도, 또한 내가 국을 엎고 타인의 어색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제 동생을 구할 방법이 내게 있다 믿은 그의 믿음을 나는 믿었다. 그래서 여전히 내 곁을 지키도록 했다. 하인의 손에는 어울리지 않는 꽃다발이 있었다. 희게 폭신하게 피어난 꽃다발을 들고 오며 녀석이 싱글거리는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퍽 즐거워 보여 나도 웃음을 지었다.
"소가주께 꽃을 전해달라 하신 분이 계셨습죠." "목련화라. 그러고 보니 슬슬 목화가 피어오를 때가 되긴 하였구나. 다만 이 계절에 척박한 요녕에 꽃이 필 때가 있었나 모르겠어." "요즘 소가주님 마음이 심란치 않으실 것이라고...소가주님 어머님께서 이것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요."
내가 어머니께 한 짓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지 하인은 내 기분이 좋지 않단 것과 멀리 떨어진 어머니의 꽃을 보여준다면 제 주인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한 모양이었다. 여전히 얼굴을 싱글거리는 녀석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충정에 대고 잘못을 물을 수는 없지 않은가. 조심히 꽃을 안아들고 내 나름의 미소를 지어 그 향을 느껴보는 척 하였다.
"예쁘구나. 어머님께서 꽃을 보내실지는 몰랐는데 말이다." "소가주께서 어리실 적에도 어머님은 꽃과 같은 것들을 좋아하시지 않으셨습니까요. 지금 소가주님의 방에 있는 난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서 난이 부러졌단 것을 어머니께 말씀드렸을 때 나에게 얼마나 혼을 내시는지. 그땐 정말로 지옥이 없더구나." "헤헤. 그랬습니까요?" "그래."
손에 들었던 꽃을 하인에게 다시 건네며 난 웃음을 지었다.
"아내에게 어머니가 보냈다 하고 전해주게나." "소가주께서는?" "하하. 옛날처럼 하기에는 이 위치가 영 바쁘지 않은가. 할 것이 있으니 내 나중에 찾아가도록 하겠네. 그런데 일을 하는 중에는 이 꽃을 볼 수 없으니. 안주인에게 맡기는 것이지."
지혜로운 아내라면 내 의미를 알 것이라. 이 꽃은 아마 집 안에서 곧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왜 하필 아내에게 부탁하겠는가. 그것이 누구의 것도 아니고 내 어머니의 것이라면 그 꽃에 담긴 의미야 뻔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와 같은 의미를 꽃으로 보내시는 것일지니. 어떻게 내가 그 꽃을 보고 어머니에 대해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랑을 거부한 것은 나인데 말이다. 이 집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많아야 셋밖에 되지 않았다. 내 손으로 직접 데려온 자, 사랑과 애착으로 묶인 연, 평생에 없을 은혜를 입혀 마음을 잡은 자. 그 셋이 아니면 나는 이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했다.
"아."
나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하인에게 말했다.
"숙수에게 전해주게. 어제 올린 생선이 너무 써서 못 먹을 것 같았다고 말이네."
그 생선은 너무 쓰고 독하여 먹을 수 없었다. 하물며 음식을 먹은 뒤에는 비취신공을 운용하는 버릇이 없었더라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말이다. 아주 심심하고 질긴 생선을 졸여 만든 것에서 의심해야 했던 것을.
'왜 그리 급하게 먹어요?' '하하. 오늘따라 이 생선이 참으로 단 것 같아 그렇다오.' '...그래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맛을 음미하는 척 하며 내기를 운용하던 나는 마음 속으로 실소를 올렸다. 우습지도 않았다. 아버지를 내치는 과정에서 사 년, 화산동맹을 채결하기 위해 움직인 삼 년. 그 기간동안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잠드는 것도, 쉬는 것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마치 내게 무언가를 묻기라도 하듯 다가오는 위협과, 내 아내를 노리고 다가오는 미수들마저 모두 의심해야했으니. 마음이 지치고 있던 차에 어머니의 꽃이 찾아왔다. 대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흔들어 소가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이미 가주께 인정받은 자리를 쉽게 내칠 수 있단 말이던가? 하인은 내 말에 조금도 의심 없이 고갤 끄덕였다. 그래. 일개 몸종이 알기에는 너무나도 독한 것들이다. 만약 알아버린다면 본보기를 이유로 죽을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죽이자니 오히려 애매한 그런 자라 살아있을 뿐이니.
'알지나 모르겠구나.'
제 동생을 살려주었다 하여 지금도 웃고 있는 네게 미안했다.
"이만 가보게. 아. 그리고 내일은 나오지 않아도 괜찮네." "예..?" "그 날은 가주님께 배움을 받는 날이니 나오지 말란 얘기일세. 나오더라도 자네가 할 일은 내 시종을 드는 것이지 않은가." "예, 예에. 알겠습죠."
이해했다는 듯 인사를 하곤 떠나는 하인을 보고, 난 괜히 나무 뒤로 뻗은 담장을 바라보았다. 길게, 높게 오른 드높은 역사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단 말인가. 그것을 수 년 만에 가지고자 하였으니. 깔려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족했다. 이 애매한 천재성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생각을 바꾸어라. 왜 의심을 하겠느냐. 당장 저기 있는 자가 왜 웃고 있는지. 웃는다면 무슨 이유에서일지 예상하란 것이 아니다. 그의 웃음을 보고 그 웃음의 형태를 보라는 것이다. 감정이란 그렇다. 무엇으로 좋고 슬픈지 그 내역만은 모두 알아낼 수 없을지언정 그 감정이 즐거워 웃는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웃는 것인지 감정의 형태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표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정직히 떠올리지 말고 의미를 생각하여 읽어내는 것. 우리는 이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을 관안觀顔이라 한다."
미묘한 표현의 반복 속에서 그것을 하나하나 곱씹는다. 수많은 표정의 형태를 읽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고 상태를 살피게 하고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고 표현을 보는지. 그것들을 하나하나 배우는 것들. 즉 미묘한 기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웃음이란 표정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설명에 중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무표정한 얼굴은 단순히 감정을 숨기거나 무덤함을 표현할 뿐이지만 웃음에는 수십가지의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기뻐 웃는 것과 슬퍼 웃는 것, 화가 끓으나 그것을 참아내어 억지로 웃는 것, 허망한 순간에 터지는 어쩔 수 없는 웃음 같은 것들. 그래서 웃는 얼굴이 가장 무서운 법이라는 말에 찬찬히 미소를 그려낸다. 웃는 얼굴이 어색하지만은 않다. 자주 웃기도 하였으며 나 역시 항상 싱글거리는 얼굴을 짓곤 하였으니 말이다. 가르침이 끝나고 나면 교육에 대한 인사를 올리고 가주께서 물으시는 질문에 답하고, 내 질문에 답을 듣는다. 그리고 그 방을 나서는 걸음은 유독 무거운 것이다. 무엇이라도 하나 더 얻을 게 없을까. 가주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내 마음을 짐승마냥 드러내 이빨에 질겅거리며 조금의 단물이라도 얻어볼랑 하며 행동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았다. 방에서 나서는 나에게 단아한 미소를 피워내는 것은 아내인 도연의 표현이다. 그녀는 내게 의심하기보다 나의 곁을 지켜주곤 했다. 내 나름의 고민이 있으면 그 고민을 정리할 수 있게 기다려 주었고, 내가 힘들 것 같으면 조금 떨어져 걸으며 내게 시간을 주었다. 오늘의 그녀는 내 손을 쥐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많이 혼났나 보네요?"
나는 고갤 가볍게 끄덕였다.
"할아버님께선 가르치는 때에는 엄하시니 말이오."
그 말에 도연은 부드럽게 웃었다.
"맞아요. 가주께선..무서운 분이니까요." "오래 기다리진 않았소?" "별로요. 자수를 하던 차에 당신이 곧 올 때가 되어 나왔을 뿐인걸요."
그 웃음이 좋아서 나는 모르는 척 고갤 돌려 헛기침을 채었다. 걸음을 옮기고, 방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은 유독 간질간질하여 마음을 뜨겁게 한다. 차가운 뱀의 몸에 따뜻한 무언가가 감싸듯 항상 도연의 손을 따뜻했다. 그 손을 마주잡은 동안의 온기가 들자면 무뚝뚝한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아 괜히 허, 허허 하고 웃음을 짓곤 했다.
"허 참. 쉬어도 되는 것인데.." "나오지 말아요?"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그러면요?" "흐음, 흠, 당신 손이 참 따뜻한 것 같단 생각을 했다오."
그 말에 도연은 재미 없다는 듯 웃음을 지우곤 칫 하는 탄사를 뱉었다.
"참 당신은 너무 무뚝뚝할 때가 있다니까요." "하하 그것이..." "그런 것도 좋아요."
도연은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무뚝뚝한 당신도, 가끔 능글어지는 당신도 말이에요."
그 말에 참아오던 얼굴이 붉게 올라올 것만 같아 조용히 고갤 돌렸다. 많은 감정에 무던해지고 있었으나 여전히 이 감정은 간질거리기만 하다. 7년의 긴 시간을 교제하며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익숙해진 것은 흐르는 시간 뿐이요. 감정은 여전히 떨리기만 하였다. 그래서 나는 대신 내 왼 손을 맡기었다. 오른손을 잃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손이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왼손을 맡긴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었다. 이 순간만은 무림인이 아닌 평범한 사내로 그녀를 대한다는 것도 되었고, 그녀가 내게 칼을 내민다 하더라도 대응하지 않겠단 의미도 있었다. 그저 이 온기를 잃기 싫더라고 생각한 시간은 익숙치 않은 재빠름으로 금새 돌아오고 말았다. 맞잡았던 손을 떼며 입에 피어난 미소로 아내를 바라보고 웃었다.
"그럼 내 할 것을 마치고 오리다." "늦지 않게 오세요. 알겠죠?"
은근한 눈빛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갤 끄덕이면서 난 천천히 고갤 돌렸다. 그 곳에는 언제나처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신채훈이 모습을 내밀었다.
"말씀하신 것은 처리했습니다." "그래. 누구의 일이던가?" "말하지 않고 독을 삼켜 자살했습니다." "일처리가 미흡하군."
쓴 눈으로 바라보는 눈길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갤 숙였다.
"죄송합니다." "되었네."
걸음을 걸으며 난 생각에 잠겼다. 먹는 것에 장난을 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대상이 나에서 내 아내로 바뀌었음이 문제일 뿐이었지.
"나를 노리던 것들이 이젠 내 아내를 대상으로 바꾼 모양이네. 하긴. 무력으로 이길 수 없다면 찬찬히 독을 삼켜 중독시키는 것도 염두에 둔 모양이다만."
거세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분노를 표한 내 얼굴에 탁발씨의 분노가 찬찬히 올라왔다.
"건들 것과 건들지 않아야 할 것. 두 가지를 혼동한 모양이니."
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걸음을 걸었다.
"내가 누구인지 보일 필요도 있겠다."
차라리 나를 건드렸더라면, 조용히 넘어갈 것을 내 아내를 건드린 것에 부아가 차올랐다. 그저 끓기 시작하는 아교마냥 찬찬히 올라오는 분노를 다스리며 걸음을 걷고, 마음을 다잡을 뿐.
7년 전, 비구니 하나가 칭한 말이다. 마교의 악마. 사람을 전장에서 집어삼키고 손 위에 굴리며 목숨을 앗아갈 존재. 재하 악마라 칭했던 비구니도 남의 둥지에 뻔뻔하게 알 낳고 간 포곡조가 다른 새의 알 밀어 깨뜨리듯, 재하의 손에 툭 밀려 그 길다면 긴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가. 다만 지금 문지방을 밟고 들어오는 벗을 보지도 않고 타박하는 자는 마교의 악마라고 불릴법한 사람이 아닌 듯싶었다.
"환복이라도 하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이리도 거침없이 들어오시옵나이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소서."
지원 발 내디뎌 마주할 적, 외형을 보자면 오히려 마교의 영물이라 불려야 할 것이 옳다. 신이하던 머리는 이제 완전한 백색이요, 지난번처럼 질끈 올려 묶은 것 아닌 상아를 조각해 만든 오래된 비녀로 헐겁게 반만 틀어올린 모양새다. 영물 그 자체의 모습이요, 미모는 만개하였다. 가장 아름다울 적의 모습에서 악마를 굳이 찾아보자면 뺨에 튀거나, 손목에 흐른 석류즙의 흔적, 그리고 감정 없이 벗이었던 자 인형처럼 쳐다보는 눈 정도겠다. 그마저도 석류즙은 흐린 눈으로 쳐다보아야 피라 생각할 터였다.
"미천한 소마를 기억해 주시는 것인지."
귀인이 달라진 만큼 재하 또한 세월 맞이했음은 틀림없다. 능글맞으나 단호해진 가식적인 미소를 가졌듯, 재하 또한 이제 보드랍게 웃는 상이 아닌 인형처럼 무감한 표정이다. 순수함 죄 잃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차가운 모습이며, 언행은 더는 누군가를 어르고 달래는 것이 아니라 타박도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른 듯싶다. 귀인을 마주하는 눈길은 인형 같으나 어딘가 예민함 담겨있으니, 작은 동물이 거대한 맹수 앞에서 경계하는 것과 같았다.
"아무렴 잘 지냈지요."
재하 석류 접시 위로 툭 내려놓더니 엄지 끝을 석류즙 발갛게 물든 혀로 훑어낸다. 그리고 엄지가 입술을 천천히 누를 적, 재하 눈 휜다. 보드라운 미소가 온화하게 퍼져간다. 반쯤 벗겨진 멱리의 반투명한 그림자 속의 재하는 더는 타박하지도, 날서게 굴지도 않는다. 7년 동안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약점이 될 가장 보드랍고 여린 것을 차갑다 못해 날카로운 얼음 속으로 숨기는 법을 배운 것이었으리라. 7년 전 보였던 그 온화하지만 수심 가득한듯 처연한 미소 얼굴에 가득 그려내며, 손을 거두고 다소곳하게 모아 무릎 위로 올려낸다.
"일곱 번 봄 맞이하면서도 공자와 보낸 날을 그러모은 한 조각도 잊을 수 없어 두강주로 밤 지새웠으니."
가식만이 남은 미소에도 재하는 흔들림 없이 귀인을 맞이했다. 다만 술을 받을 자리가 아닌 동등하게 마주볼 자리에서,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지 않고 정확히 눈을 마주하며. 부복하지 아니하고, 서로의 위치에서, 상하의 관계를 배제하였을 뿐.
"공자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알지 못하오나.. 소마, 남궁세가의 둘째 자제분이 사무치게 그리웠나이다."
내 동료가 네놈 마두들의 웃음에 목이 날아갔다. 내 친구는 결혼한 아내를 두고 과부로 만들었고, 작은 문파를 이루었다던 청년은 죽음을 맞이했다. 네놈에게!!! 내가!! 그 값을 물어야 쓰겠으니!!!!!!(눈돌아감) 근데 모를 때는 '허허. 오늘따라 허리가 쑤시구만. 아니. 쑤실 때도 되었지. 내공을 안 쓰면 호호할범이니 말이다.' 하는 거죵!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모르겠다’라, 야견의 자신의 입에서 그런 되지도 않는 허언이 나온 것을 입술을 닫은 그 즉시 후회했다. 불운하게도 정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와 마주쳐버렸다는 압박감 속에서, 가뭄으로 마른 땅 마냥 갈라진 뇌수에 단비가 내리듯 술기운이 찾아오자 무심코 내뱉고 만 망언. 은혜를 갚겠다고? 상대는 책략과 음모의 모용세가다. 눈앞의 대사가 꼬리 끝으로 부리는 실에 친절이 기름을 발라준 꼴이지 않은가, 젠장! 그러나 그런 야견의 당혹스러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계속해서 술을 따르고, 건네고, 마시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일각 쯤 지났을까. 백로의 무리가 마지막 한 잔만을 남기고 다 떠나갔을 때, 소가주가 다시 입을 열어 중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혼란을 하나하나 읊는다. 하나하나가 추후 무림의 판도를 뒤엎을 사건, 조촐한 술상의 값어치를 아득히 넘고도 남을 이야기일 것이다.
“...말씀하신 바 그대로입니다. 수라도가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혼란이 있다면 피하면 그만이요. 전란이 있다면 잘 지켜보다 강한 쪽에 붙으면 될 이야기다. 적어도 야견은 지금까지 그렇게 삶을 꾸려왔으며,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았다. 스스로의 보신과 출세 이상을 바라는 것은 그런걸 바랄 수 있는 자들의 사치라고만 생각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갈 무렵, 눈앞의 뱀이 호탕하게 웃는다. 야견은 좀 전의 육편과 기공이 남무하던 지옥도를 보았을 때 이상으로 오한이 돋는 것을 느낀다. 바람에 낙엽이 위로 떨어지면 그대로 두 동강 날 작두 같은 인간이, 취하기도 한다고? 아니, 취소다. 취한다는 표현으로는 너무 얌전하다. 갑작스래 정신이 나가버렸나? 야견의 빈약한 어휘력으로는 그 이상의 단어가 재빨리 떠오르지 않았다. 하늘도 놀랐는지 낮은 천둥소리가 울린다. 곧 소나기가 쏟아지려는 것일까.
“대협, 그, 뭐냐, 조금 취하신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이어지는 중원의 말은 광인의 술주정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안광을 쏘아낼 녹안도, 고요히 으르는 기를 띈 금안도 아니거늘 평범한 갈빛의 눈이 자신을 비추자 야견은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금 번쩍이는 녹색의 눈빛과 함께 하늘에 번쩍하고 번개 줄기가 내리쬐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중원의 광소 섞인 언변이 이어진다. 그는 오늘 보고, 들은 것을 전부 잊으라 했다. 정파가 사파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또 이 세상이 얼마나 미쳐버렸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이루려는 목표에 대해서. 정사를 대통합하여 마교에 맞서겠다는 황당무계하게조차 느껴지는 야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를 헛소리라 치부할 수는 없겠지. 그에게는 그것을 이루겠다는 확언한 의지가 있었으니. 그렇기에 야견은 자신의 목표를 중원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손에 술잔을 들고 백로 위에 겹쳐져 흔들리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뿐.
“저는....제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간신히 고개를 들었을 때, 모용세가의 소가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의 빗소리만이 들릴 뿐.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 생각했을까? 아니면 기다리는 것에 지쳐 떠나간 것일까? 어느 쪽이든 듣지 않는 편이 나았으리라. 우연이 겹쳐 이 세계에 발을 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 결과 살아가기에 충분한 힘을 얻은 이후에도 그저 연명할 뿐이었다. 중원은 이렇게 넓음에도 자신이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았다. 올라갈 곳을 찾지 못했다. 젠장, 미쳐버린 소가주와 술을 나눴더니 자신도 조금 정신이 나가버린 것이 분명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거늘, 어째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크단 말인가. 야견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지독한 쓴맛에 술잔을 들어 남은 백로를 전부 비우고 빗속으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