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쪼옥 빨아먹고 빨대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다시 헬멧의 유리를 내려서 얼굴을 가리고 빈 우유팩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자신의 얼굴이 혐오스럽진 않았지만 타인에게 그리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반응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괜히 손해보라고. 봐서 좋을 건 없다고.
"떡볶이 풍이라.. 맛있겠네요." 갑자가 생각난 건데요. 쌀떡 파인가요. 아니면 밀떡 파인가요? 라고 물어보며 써도 된다고 승낙합니다.
"자유로운가.. 자유로우려고 생각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저는 역시 잡아두고 싶다..네요 라고 말한 뒤에 마도에 대해서는.. 사실 지한이를 짤 때 마도를 생각한 적 있었으나. 몇가지 살펴보고는 포기했던 무언가 같다. 표정에 장난기가 없다는 말에 묘하게 사악해보이는 미소를 짓는데요.
"잘 보면 장난스럽답니다?" 부드럽게 미소짓는 지한과.. 밀가루범벅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듯 밀가루를 다시 꺼내려는 지한.. 동시에 존재해? 청소기는 아직 작동하며 열심히 빨아들이고 있네요. 적절히 끄고 비운 다음에 다시 작동시켜야지.. 안한다면 청소기가 터지고.. 망해버렷..!
쌀떡 밀떡 둘 다 맛있다. 섞어 쓰는 건 좋지 않지만 따로따로면, 둘 다 좋지? 묻은 것을 다 털어버리고, 청소기가 꽤 빨아들여 적당히 걸레질을 하면 될 것 같이 된 주변을 둘러봤다.
"그것도 좋지?"
소중한 걸 그대로 가지고 있고 싶어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려나. 나는 내 방 컵에 담긴 나뭇가지를 떠올렸다. 매화 흐드러질 때 가져와 물 담은 컵에 놓아둔 그것에는 이제 꽃이 없다. 가끔 그것에 다시 꽃을 피우며 놀 뿐이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은 없다만, 가끔은 바라게 된다.
"장난으로 나 구멍 뚫리는 건 아니죠."
사악한 미소가 무섭다. 구멍은 안 뚫려도 부엌은 2차 개판인 날 것 같다.
"일단 꽤 청소기로 쓸었으니까 전원 끄고 걸레질이나 합시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돌렸다. 현타는 한 번이면 충분해요.. 근데 누나는 왜 여기 와서 나 대신 청소를 해줬는가. 좋은 사람이라니까 진짜.
"그런가요? 전 쌀떡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밀떡도 싫지는 않고.. 음 그래도 윤의 말처럼 섞는 건 좀 그렇다. 그러면 밀떡의 단점이랑 쌀떡의 단점이 섞이는걸. 물론 좋아하는 이들은 밀떡의 장점과 쌀떡의 장점이라고 하지만.
"단점을 말하자면 나아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겠지요?" 나아가려 하는 것도 붙잡아두려 하는 것이고.. 라고 생각합니다.
"의념이라.. 의념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그런 수련도 해봐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그건 알아서 해야 하는 걸까.
"흠. 구멍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것도 나쁘진 않네요." 라고 말하고는 옅게 미소짓습니다. 전원을 끄고 걸레질을 하자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레를 가져오려 합니다. 슥슥 닦아내고 걸레를 빨고 다시 닦는 걸 반복하면... 밀가루가 터지기 전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